리라이프 플레이어 (974)
After Story 18· 이성적인 충동
욕조에 뜨거운 물을 튼다·
그렇게 물이 채워진 잠시 후 이리야는 발끝으로 조심스레 물의 온도를 확인했다·
다행히 너무 뜨겁지 않고 적당히 따뜻했다·
안심한 이리야는 발을 넣고 그대로 푹 몸을 담갔다·
“아아···· 너무 좋아····”
최고다·
오늘 하루 동안 쌓인 피로가 싹 풀리는 기분이다·
편안한 자세로 누운 이리야는 탄성을 내뱉었다·
〈심해의 던전〉에서는 누리지 못한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평화다·
“음흐음 흐음····”
자연히 콧노래가 흘러나온다·
이리야는 그 상태로 눈을 감고 마음껏 목욕을 즐겼다·
문득 어떤 생각이 미친 것은 그러던 중이었다·
“그러고 보니···· 어느새 벌써 일주일이나 지났네요·”
〈심해의 던전〉 공략을 완료한 지 어느덧 일주일이 흘렀다·
시간의 경과가 빠른 것 같다·
아직도 이탈리아에 돌아왔을 때 사람들에게 받았던 성대한 환영이 기억에 선명하건만····
‘다시 생각해도 그때는 굉장했죠· 저희가 가는 길마다 곳곳에서 사람들의 환호성이 들리고 꽃종이가 휘날리고 마지막에는 빅 마마가 직접 나와서 축하해 주기도 했고···· 사실 어디까지나 저희는 이탈리아 공략대에 곁들인 느낌이었지만요· 당연히 주님은 제외하고····’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당연하게도 이곳 이탈리아는 한국 공략대의 조국이 아니었으니까·
한편 〈심해의 던전〉에서 보낸 몇 개월에 걸친 공략 과정 또한 이리야에게는 바로 엊그제처럼 선명하게 느껴지기만 했다·
무엇보다····
‘제가 주님이랑 그렇고 그런····’
지금도 노은하와 단둘이 지낸 〈심해의 던전〉 8층에서 겪은 나날이 아주 생생하게 떠올랐다·
“아····”
무심결에 입술을 더듬고 만다·
몸이 움츠러들고 뜨거워진다·
얼굴이 귀가 화끈거린다·
피어오르는 수증기를 올려다보며 망연히 추억에 빠졌던 이리야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안 돼 잊어야 해· 잊자 잊어····’
어떻게든 사고를 전환하기 위해 얼굴에 연거푸 물을 끼얹는다·
하지만 이리야의 바람과는 달리 생각은 계속해서 이어졌고····
“잠깐·”
어느 시점에 이른 이리야는 흠칫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제가 생리를 언제 했었죠?”
아직 생리를 하지 않았다·
물론 〈심해의 던전〉을 공략하느라 여타 다른 플레이어들처럼 생리 주기가 불규칙해지긴 했다·
그렇다고 해도 곰곰이 헤아리니 늦어도 한참이나 늦었지 않은가·
“····”
이상했다·
참으로 이상했다·
은하와의 일이 있던 이리야는 꺼림칙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내일 한번···· 확인해 볼까요?’
아무래도 직접 산부인과를 방문해 확실하게 해 두는 편이 나으리라·
문제는 통역을 도와줄 사람이 마땅히 없었다는 점이다·
어베니어나 프리시스 메모리 등 아는 사람에게 부탁하기에는 상당히 민감한 사안이다·
자신은 몰라도 은하를 위해서라도 가급적 비밀을 유지해야 했다·
‘어쩌지····’
이리야는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끝에 결론을 내렸다·
‘부끄럽지만 로베르토 씨한테 같이 가 달라고 부탁해야겠네요·’
트레디치 로베르토 에스테가·
최근에 부쩍 친해진 로베르토라면 혹여나 비밀이 새어 나가더라도 지장이 덜하리라·
그렇게 판단한 이리야는 다음 날 그와 함께 병원을 찾았다·
그리고 진료 결과를 듣고서는 그만 동요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가···· 임신이라고요?”
* * *
〈심해의 던전〉에서 귀환한 후로 은하는 이탈리아에 체류하고 있는 동안 정부 관계자들로부터 은밀히 귀화를 제안받고는 했다·
이는 한국 공략대에 속한 다른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던전 공략 과정에서 크게 활약했다는 소식을 듣고 사람들 눈이 돌아갔을 만도 하지· 내 입으로 말하기는 민망하지만 내가 최고 공략자이기도 하고····’
물론 은하나 한국 공략대나 이탈리아의 제안이 어떻든 간에 귀화를 받아들일 마음은 없었다·
그들 모두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한국에서 기다리는 지인이나 연인 가족 등이 있다거나·
하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을 믿고 마냥 인재 유출의 가능성을 경계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은하는 한국 공략대 대표이자 십이좌 필두로서 책임감을 느꼈다·
이에 그는 이십오에게 지시해 한국 공략대의 동향을 조사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응?”
“주인님·”
별안간 이십오가 창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방에서 편히 쉬고 있던 은하는 이십오의 방문 아닌 침입에 당혹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한편으로는 물음이 나왔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네···· 특이 사항이 있어서요····”
바삐 뛰어오기라도 한 듯 이십오는 숨을 헐떡였다·
이내 숨을 고른 그가 마저 말을 이었다·
“오늘도 〈성녀〉랑 로베르토가 단둘이 접촉했어요· 이번에는 〈성녀〉가 먼저 만나자고 한 것 같더라고요·”
“····”
현재 은하와 이십오 사이에서 〈성녀〉로 불릴 만한 사람은 한 명밖에 없었다·
〈판도라의 성녀〉 이리야·
그녀의 소식을 들은 은하는 얼른 낯빛을 고쳤다·
“···이리야가 또 그 자식이랑 단둘이 만났다고?”
“네 그렇다니까요?”
“그리고 이번에는 이리야가 먼저 만나자고 했다고····”
최근 들어 로베르토는 이리야에게 부쩍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은하로서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빠득 이가 갈렸다·
“감히 내 사람을 넘보겠다고?”
“저기요 주인님? 말했잖아요 이번에는 〈성녀〉가 먼저····”
“그거나 그거나 같은 소리잖아·”
“아 네····”
로베르토가 순수하게 이성적인 목적으로 이리야에게 접근하려는 것이라면 용인해 줄 만하지만 필시 다른 목적이 있음이 분명했다·
‘아니지·’
정정한다·
은하는 이성적인 목적으로라도 절대 용인하고 싶지 않았다·
어째서냐고 이유를 묻는다면····
‘···왜지?’
모르겠다·
은하 역시 알 수 없었다·
그냥 싫었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자신만 쫓고 자신과 눈이 마주치면 부드러이 미소를 지어 주던 이리야를 다른 남자에게 빼앗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여하간·
“그래서 둘이 뭘 했는데?”
“그게요····”
상념을 떨치고 화제로 돌아온 은하는 따지듯이 물었다·
이십오는 심각한 얼굴로 답했다·
“만나서 평범하게 점심을 먹고 커피나 마시러 가는가 싶더니 갑자기 병원으로 가더라고요·”
“뭐? 병원?”
“그런데 무슨 병원이었는지 아세요?”
“무슨 병원이었는데?”
“산부인과요·”
“····”
방 안에 다른 사람은 없었음에도 행여나 소리가 새기라도 할까 이십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은하는 몸을 흠칫했다·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뭐라고? 산부인과?”
“네 산부인과요· 수상하지 않아요? 〈성녀〉가 왜 거기를 갔겠어요? 아무래도 임····”
“아니야· 단순히 몸이 안 좋아서 갈 수도 있는 거잖아· 속단은 글····”
“그런 이유로 병원에 간 거라면 다른 여자들과 가면 됐잖아요? 근데 로베르토 플레이어랑요? 굳이?”
“····”
“통역을 도울 사람이 필요했더라도 우리나라 사람도 아닌 남자한테 같이 가 달라고 부탁한다? 적어도 정상적인 사고방식은 아니죠· 저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네요·”
정론이다·
은하는 반박할 수 없었다·
그때 이십오가 첨언했다·
“그리고 병원을 나온 〈성녀〉가 많이 심란해 보이더라고요· 손에 수첩을 쥐고 있기도 했고요· 아마 산모 수첩이 아니었을까요?”
“이런···· 확실한 거야?”
“한국에서처럼 돌아다니지는 못해서 조사에 한계가 있기는 했지만 정황상 확실한 것 같아요·”
“····”
맙소사·
속으로 근심하듯 중얼거린 은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심장이 철렁이는 기분이었다·
그런 그의 심정을 모르는 이십오는 제 추측을 늘어놓았다·
“〈성녀〉가 임신한 게 맞는다면 아마도 상대 남자는 높은 확률로 로베르토 플레이어일 거예요· 그렇지 않고서야 〈성녀〉랑 같이 병원에 가지는 않았을 거 아니에요?”
“····”
“그리고 던전에서 돌아온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으니까 현실적으로 수정 시기를 고려하면 던전에 있었을 때 벌어진 일 같아요· 주인님 뭔가 짚이는 구석은 없어요? 두 사람이 던전에서 밀회를 나누는 듯한 낌새가 있었다거나····”
“아니야 없었어· 이리야하고 로베르토 플레이어가 엮인 적은····”
“그렇다면 주인님도 모를 정도로 은밀하게 밀회를 즐겼다는 거군요· 그렇게 안 봤는데 설마 〈성녀〉한테 그런 면모가 있었을 줄은 몰랐네요·”
“아니 진짜 아예 없었다니까? 작전을 수행할 때만 제외하고·”
다소 신경질적으로 대꾸한 은하는 깊이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는 체념과 함께 단언했다·
“로베르토 플레이어는 아니야·”
“네? 그럼 누가 〈성녀〉를···· 주인님 혹시 던전에서 말 못 할 사고라도 났었다거나····”
“아니· 저희끼리 눈이 맞아서 불이 붙어 버린 경우는 있었어도 네가 걱정하는 일은 없었어·”
“그렇다면 대체····”
은하는 고개를 저었다·
이십오의 의문은 더 깊어졌다·
그는 세상에 공식적으로 알려진 〈심해의 던전〉의 공략 과정을 빠르게 돌이켜 보았다·
그러던 그때·
“잠깐 그러고 보니····”
불현듯 어떤 정보가 떠올랐다·
그 정보로부터 상상을 펼친 이십오는 은하의 눈치를 살피며 입술을 달싹였다·
침을 꼴깍 삼킨다·
“주인님 제가 듣기로는 8층에서 〈성녀〉랑 단둘이 지냈었다던데···· 혹시···· 아니죠?”
“····”
은하는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이십오는 그것만으로도 답을 알 수 있었다·
이십오는 어처구니없던 나머지 기가 차서 처음으로 잔소리했다·
“주인님 미쳤어요!? 아니 대체 무슨 생각으로 〈성녀〉를 덮친 거예요! 무슨 짐승도 아니고···· 주인님이 사람이에요?”
“덮쳤다니 오해할 소리 하지 마· 따지고 보면 덮치기는 했는데 절대 강압적으로는····”
은하는 기어들어 가듯 항변했다·
그러나 영락없는 개소리였다·
이십오는 답답함에 혀를 내둘렀다·
“이제 어떻게 하려고요!?”
“그러게 말이다····”
은하도 알고 싶었다·
큰일이다·
* * *
병원을 나선 이리야와 로베르토는 근처 카페로 향했다·
“이리야 씨는 자리를 잡아 주세요· 제가 주문해서 가져가겠습니다·”
“아니요 같이 해도 되는데····”
“이제는 홀몸도 아니잖습니까· 저한테 맡겨 주세요·”
로베르토가 친절하게 권했다·
평소보다 더한 그의 배려에 이리야는 쓴웃음을 지었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음료는 뭐로 하겠습니까?”
“저는 아인슈페···· 아 잠시만요· 음····”
이제는 임신한 사실을 알았으니 카페인 섭취에 주의해야 했다·
아쉽지만 평소에 즐겨 마시던 커피는 당분간 끊는 편이 나으리라·
이리야는 주문을 바꿨다·
“오렌지 주스 있을까요? 없으면 우유라도 좋아요·”
“네 좋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그럼 제가 주문하고 오겠습니다·”
이리야의 사정을 이해한다는 듯 로베르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그가 음료를 주문하기 위해 자리를 떠났다·
이리야는 앉을 자리를 찾으려 카페를 둘러보았다·
‘여기가 좋겠네요·’
따사로운 햇살이 비치는 한편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거리가 내다보이는 창가 자리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그곳에 자리를 잡은 이리야는 로베르토를 기다리기로 했다·
“···날씨 좋네요·”
무심결에 배로 손이 간다·
주님의 은하의 아이를 임신했다·
문득 다시금 그 사실을 자각하고 아직은 부풀지 않은 배를 쓰다듬은 이리야는 상념에 빠졌다·
‘이제 어떻게 하지····’
예전에는 철이 없던 시절에는 무작정 은하의 아이를 원했었다·
그러나 그때로부터 시간이 지나 판도라 클랜에서의 일상에 적응한 이리야는 두렵기만 했다·
자신의 임신이 어떤 식으로든 불화를 일으킬 테니까·
자신은 물론 은하에게나 주위 사람들에게나·
앞으로 닥칠 광경이 선명했다·
‘역시 지워야 하나····’
아니 그러고 싶지 않다·
낳고 싶다 지키고 싶다·
처음 초음파 사진을 보았을 때 배 속에 생명이 잉태되었음을 깨달은 이리야는 책임감을 느꼈다·
보호 본능을 모성애를 자각했다·
‘어쩌면···· 괜찮을지도 몰라요· 비밀로 하면 들키지 않을지도····’
일반적으로 던전에서 수정해 버린 아이는 던전의 영향에 의해 부모와 유전자가 일치하지 않는 아인으로 태어난다·
그러니 자신이 아이를 낳더라도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증명할 방법은 없었다·
‘던전에서 얼김에 사고를 쳐서 임신했다고 둘러대면 될 거예요· 아빠는 모르겠다고 하고····’
물론 은하나 눈치 빠른 사람들은 태어난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아차릴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들도 의심은 하리라·
그럼에도 자신이 강하게 주장하고 은하가 입을 다물어 준다면 물증은 없는 셈이다·
‘주님한테는 나중에 얘기하고 저만 욕을 먹으면 돼요· 저만···· 아····’
아니다·
아버지를 알 수 없는 채로 태어난 아이 역시 욕을 먹으리라·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이리야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동시에 아인이란 편견에 사로잡혀 힐난받곤 했을 진서나 진파랑 아리엘 등에게 미안해졌다·
‘애초 태어날 아이의 행복은 고려치 않고 제 이기심으로만 낳겠다니···· 저는 진짜 못돼 먹은 사람이네요·’
이리야는 자조했다·
‘정말···· 어떻게 해야 할까요····’
주문한 음료를 가져온 로베르토가 자리에 앉은 것은 그때였다·
그가 오렌지 주스를 내밀었다·
“고민이 많은 것 같군요·”
“···네 그렇죠· 잘 마실게요·”
어색하게 대답한 이리야는 조용히 빨대를 물었다·
로베르토는 음료를 마시는 그녀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이윽고 그가 운을 뗐다·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일지는 어느 정도 예상이 갑니다· 아마도 그 사람이겠죠 당신하고 함께 8층에서 지낸·”
“····”
이리야가 멈칫했다·
그녀의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그녀가 경계심을 담아 물었다·
“지금 저를 협박하는 건가요? 다른 사람들한테 알리겠다고?”
“아니요 그런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럼 무슨 의도로 말한 건가요?”
“당신한테 제안하고 싶어서요·”
“제안이라고요?”
“네·”
로베르토가 손깍지를 낀다·
그가 입을 열었다·
“만약 아이 때문에 고민이라면 이탈리아로 귀화하지 않겠습니까? 이탈리아에서 살기로 한다면 걱정하는 문제 중 상당 부분은 해결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
“거기에 더해 이탈리아는 당신과 당신의 아이를 위해 최고의 환경을 제공할 용의가 있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당신 아이는 그 사람의 아이니까요· 플레이어로서의 자질은 유전되지 않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기대할 수는 있겠죠· 분명 특별한 아이가 태어날 겁니다·”
진지한 태도로 설득하는 로베르토·
이리야가 내심 동요하는 가운데 그는 계속해서 말을 보탰다·
“태어날 아이의 아버지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리야 씨 당신만 괜찮다면 제가 아이의 아버지가 되겠습니다·”
“···네? 지금 무슨····”
“진심입니다·”
“····”
“비록 제 아이는 아닐지라도 제 아이처럼 돌볼 수 있도록 아이의 아버지로서 부족함이 없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제 명예를 걸고 약속하죠· 원한다면 서문으로 남겨도 좋습니다·”
로베르토가 산뜻하게 미소한다·
이리야는 흔들리는 마음을 감추며 일부러 눈에 힘을 주었다·
“저를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그런 제안을 하는 건가요? 제가 저한테 귀화를 제안하려 접근한 당신의 목적을 모를 줄 알았나요?”
“좋아하지 않더라도 결혼 생활은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언제 당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던가요?”
“····”
“목적이 있어서 접근했다는 건 부인할 수 없겠군요· 죄송합니다· 하지만 호감이 없진 않습니다· 그만큼 당신은 매력적이니까요· 아름다워요·”
로베르토의 눈빛이 더욱 짙어진다·
순간 이리야는 숨을 삼켰다·
“이리야 씨 당신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사랑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부디 진지하게 고려해 주십시오·
로베르토가 고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