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e: Life Player] Chapter 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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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라이프 플레이어 (959)

다소 강단 있게 생긴 여성이다·

벽해수는 느닷없이 말을 걸어온 그녀를 찬찬히 뜯어보았다·

“흠····”

아무렇게나 묶은 것 같은 붉은 머리카락에 푸른 눈·

얼굴에 드문드문 보이는 주근깨·

무엇보다 볕에 그을린 피부와 하얀 티셔츠에 가려지지 않은 복근 팔근육이 인상적이다·

망치는 거뜬히 다룰 수 있겠다·

‘멋진 여자네·’

땀에 젖고 검댕에 얼룩진 후줄근한 옷차림은 여성이 얼마나 근면한 사람인지 증명해 주는 셈이나 다름없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벽해수는 곧 결론을 내렸다·

“대장장이로군·”

“그래 이 공방의 대장장이다· 정식으로 소개하자면 제3팀 1급 대장장이 마르티나라고 해· 당신이 이곳에 있는 동안 내가 당신 일을 감시할 거야·”

“판도라 클랜의 벽해수라고 해· 만나서 반갑다· 그런데 감시라니 너무 대놓고 말하는 거 아닌가?”

서로 악수하는 벽해수와 마르티나·

벽해수가 피식거리며 따지자 마르티나는 태연한 얼굴로 어깨를 으쓱였다·

“하지만 사실인걸? 명목상으로는 당신 일을 보조하는 거지만· 여기서 모르는 게 있거나 혹시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얘기해 줘·”

“허 참···· 털털하구만·”

“왜? 그럼 내가 보통 여자들답게 내숭이라도 떨어야 하나? 조심해 그건 나에 대한 모욕이니까·”

“아니 그런 의도는 없었는데···· 혹시나 오해하게 했다면 미안하다· 털털한 성격인 것 같아서 마음에 든다는 뜻이었어·”

“그래? 제법 보는 눈은 있는데? 사과는 안 해도 돼·”

“그나저나 한국어를 잘하는데···· 어떻게 배운 거야?”

“나는 보육원에서 자랐거든· 그때 같이 살던 한국인 애들한테 배운 거지· 그래서 공방 사람들이 나를 당시 감시역으로 배정한 거고·”

“오···· 그러냐· 이거 괜히 민감한 이야기를 꺼낸 것 같네····”

“괜찮아 신경 쓰지 마· 그보다 오늘 공방에 찾아왔다는 건···· 그 검을 만든다는 의미겠지?”

마르티나가 손사래를 친다·

그러더니 눈을 가늘게 뜨며 호기심을 드러냈다·

“이야기는 들었어· 우리나라가 당신 대장 판도라 클랜 로드에게 최고 등급 보물을 내주기로 약조했다며? 그리고 당신은 그 보물로 검을 만들 거고·”

“아까부터 ‘당신 당신’ 하는데 그러지 말고 이름으로 부르도록 해· 적응 안 되니까····”

“하지만 당신 이름은 어려운걸? 아니 성이· 뭐? 벼억? 뵤옥?”

“벽·”

“어려워· 아니 어떻게 성이 월(Wall)일 수가 있어? 무슨 의미길래?”

“허···· 그 벽(癖)이 아니라 푸르다 할 때의 벽(碧)이다만···· 말해도 모르겠지· 그럼 성 빼고 이름으로 부르도록 해· 그건 발음하기 쉽겠지·”

“좋아 해수· 어쨌든 돌아와서· 지금 해수는 그 보물을 가지고 있다는 거겠지? 보고에서 어떤 보물을 가져왔는지···· 보여 줄 수 있어?”

꼴깍 침을 삼킨 마르티나가 은근한 어조로 물었다·

벽해수는 보물을 구경하고 싶은 그녀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지만 대답은 거절이었다·

“미안하지만 귀한 보물이라서 함부로 보여 주지는 못할 것 같다· 그래도 정 보고 싶다면···· 내가 보물을 용광로에 녹일 때 보러 오도록 해·”

“응? 지금 그 보물을 녹이려 공방을 찾아온 거 아니었어?”

“제대로 구상도 안 떠올랐는데 무턱대고 녹일 수는 없지· 써 보지도 않은 용광로로 바로 실전에 임할 수도 없고· 당분간은 제작할 검이나 구상하며 용광로 감을 익힐 생각이야·”

“그런가···· 아쉽지만 보물은 그때 보도록 해야겠네·”

마르티나가 별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쉰다·

그런 가운데 벽해수는 엄지로 제 뒤에 있는 용광로를 가리켰다·

“이거 지금 써도 되나?”

“괜찮아· 이 시간에 쓰는 사람은 없으니 편히 쓰도록 해· 공방에 있는 재료를 써도 되고· 합당한 대가를 지불해야겠지만·”

“뭐 재료는 한국에서 가져와서 빌릴 일은 없을 것 같은데···· 아무튼 알았다 고마워·”

그길로 벽해수는 희희낙락하며 용광로에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마르티나는 감시에 충실하겠다는 마음 반 순수한 호기심 반으로 그를 지켜보았다·

이윽고 용광로가 뜨겁게 달궈졌다·

“그리웠다 이 열기·”

배를 타고 이탈리아로 오면서 바다를 보는 것도 즐거웠지만 역시 사람은 불 앞에 있어야 한다·

벽해수는 피부를 쬐는 열기에 입가를 끌어 올렸다·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움직여 한국에서 준비한 마나합금을 불카노스의 용광로에 떨어뜨린다·

잠시 후 마나합금이 열기에 녹아 쇳물로 변한다·

부글부글· 치이익!

쇳물을 불카노스의 용광로에 연동된 특수한 항아리에 붓는다·

이어서 쇳물에 섞여 있을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서 항아리 바닥에 뜨거운 바람을 불어넣는다·

동시에·

뽕!

“부탁한다·”

주르륵···· 치이익!

벽해수는 별안간 약병을 꺼내 내용물을 항아리에 들이부었다·

마르티나는 그의 기이한 행동에 질문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잠깐 지금 뭘 넣은 거야?”

“아 이거? 포션이야 한국산· 앨리스그룹 회장님이 특별히 신경을 쓴····”

“뭐? 포션···이라고? 대체 그걸 왜 넣는 거야?”

마르티나는 어처구니없어했다·

벽해수는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일종의 영양제라고 해야 할까? 전에 어쩌다 우연히 용광로에 포션을 떨어뜨린 적이 있었거든· 그런데 성능 상승에 기여하더라고·”

“말도 안 돼···· 그게 사실이야?”

“당연히 일반적인 포션으로는 별 효과가 없던 것 같지만·”

“····”

이 순간 마르티나는 처음 접하는 지식에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이 알고 있던 세상이 확 넓어진 것만 같은 기분·

당장에라도 작업장으로 뛰어가 지식을 시험해 보고 싶을 정도로 의욕이 솟았다·

하지만 벽해수를 감시해야 했기에 이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했다·

‘아 진짜 이 사람만 아니었어도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었을 텐데···· 아니지 이 사람이 없었더라면 계속 모르고 있었겠구나···· 아아! 어쨌든 아무튼!’

이렇게 된 이상 타협하기로 하자·

끙끙거리던 끝에 결론을 내린 마르티나는 벽해수에게 제안했다·

“그거 말고 다른 팁은 없어? 알려 주면 나도 알려 줄게· 서로 하나씩 교환하는 게 어때?”

“허 참· 정보 교환이야 좋지· 그런데 내가 먼저 말했으니까 다음은 네가 알려 줘야 할 차례 아니냐?”

“오케이 좋아· 나부터 할게· 음 뭐가 좋으려나····”

다행히 벽해수는 거절하지 않았다·

원하던 답을 얻은 마르티나는 밝게 미소를 지었다·

그길로 두 사람은 정보를 교환하며 차곡차곡 친분을 쌓아 갔다·

* * *

벽해수는 브라차나로 떠난 후로 로마로 돌아올 기미도 없이 계속 그곳에서 지내고 있었다·

그사이 은하가 헤르미트를 통해 소식을 전해 듣기로는···· 현재 벽해수는 공방에 틀어박혀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는 듯했다·

그리고·

‘거기서 만난 여자 장인이랑 눈이 맞아 버렸다지· 세상에 그 형이 여자를 사귀다니···· 여자한테는 관심도 없는 줄 알았는데····’

벽해수가 연애를 시작했다!

뜬금없는 소식을 들은 은하는 그를 축하하는 마음 한편으로 다소 얼떨떨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의심도 했다·

‘혹시 무슨 속셈이 있어서 해수 형한테 접근한 거 아니야?’

외국에서 낯선 여자와의 만남이다·

충분히 경계할 만했다·

그러나 은하의 우려와 달리 헤르미트의 이야기에 따르면 다행히 여자에게 불순한 의도는 없어 보인다고 한다·

아니 의도가 있기는 한데 당당하고 털털한 성격인 사람이라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모양이다·

은하는 그나마 안심했다·

‘그래도 돌아갈 때는 어떻게 하려고···· 설마 이 형이 여자 때문에 이탈리아에 남겠다고 하는 건 아니겠지?’

무언가에 꽂히면 푹 빠져서 앞뒤를 가리지 않는 벽해수라지만 마냥 충동적인 인물은 아니다·

그러니 부디 그러지 않길 은하는 간절히 기도했다·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은하야 드디어 만들었다! 와라!]

벽해수에게 소식이 온 것은 어느 날 〈심해의 던전〉 공략일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였다·

은하는 연락을 받은 즉시 일행을 데리고 브라차노로 향했다·

“다들 어서 와! 빨리 왔네·”

라치오주의 브라차노에 위치한 이탈리아 제일로 평가되는 공방·

벽해수가 반갑게 은하 일행을 맞았다·

한편 그의 곁에는 붉은 머리칼에 푸른 눈 구릿빛 피부가 인상적인 여성이 서 있었다·

은하가 헤르미트를 통해 들은 벽해수의 연인이었다·

“인사해 얘들아· 마르티나라고 이 공방의 장인인데····”

“안녕! 해수 오빠 여친 마르티나라고 해· 만나서 반가워·”

“크흠! 들었지? 그렇게 됐다· 우리 사귄다·”

“····”

벽해수가 정식으로 소개하려 하자 대뜸 마르티나가 말을 가로챘다·

그녀가 쾌활하게 인사했다·

당연하게도 사전에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벽해수의 연인인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은하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행히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해수 형에게 접근한 사람은 아닌 것 같네· 더 봐야겠지만····’

일단은 걱정을 덜어도 될 것 같다·

사람들과 대화를 주고받는 중인 마르티나를 슬쩍 관찰한 은하는 속으로 안도했다·

이내 서로 인사도 나눴겠다 화제를 본론으로 돌렸다·

“그래서 형 검은 어디 있어?”

“작업실 안쪽에 있어· 갈까? 대화는 이쯤에서 하고·”

“어 그러자·”

“분명 기대할 만할 거다· 은하 네 마음에 쏙 들 테니까· 따라와·”

벽해수가 피식 웃으며 앞장선다·

은하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그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이곳 공방에서 작업하는 동안 그에게 임시로 배정됐다는 작업실을 찾는다·

잠시 후·

탁!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가운데 벽해수가 철제 상자를 가져와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이게 네 새로운 검이야· 열어 봐·”

“····”

자신만만하게 권하는 벽해수·

다른 사람들도 궁금하다는 듯 어서 상자를 열어 보란 양 눈빛으로 은하를 재촉했다·

은하는 망설이지 않았다·

딸그락· 딸칵! 촤르륵!

벽해수가 준 열쇠를 받아서 철제 상자의 자물쇠를 푼다·

은하는 철제 상자를 열었다·

“····”

“어떠냐? 멋지게 잘 나왔지?”

벽해수가 콧잔등을 문지른다·

은하는 그에게 반응하지 않고 철제 상자 속에 든 검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확실히 잘 나왔어· 명검이야·’

기본적인 장식에 충실하면서도 보는 사람을 홀리게 만드는 새까만 검신으로 이루어진 검·

그 검을 눈앞에 둔 은하는 끌림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한편으로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절대 여명검에 뒤지지 않아·’

조심스럽게 두 손을 뻗어 검을 꺼내 든다·

조명을 받은 새까만 검신이 신비로운 먹빛을 흩뿌린다·

은하는 멍하니 감상했다·

“검에 마나를 불어넣어 봐·”

“···어·”

벽해수의 조언에 따른다·

그 순간·

화아악!

은하의 체내 마나를 머금은 검신에 변화가 일었다·

아무것도 없이 새까만 검신에 붉은 꽃잎이 흐드러지게 피어올랐다·

게다가 꽃잎들은 실제인 것처럼 생동감 있게 휘날리기까지 했다·

은하는 물론 그 광경을 본 사람들은 절로 감탄사를 흘렸다·

“어때? 신기하지? 나도 처음에 꽃잎이 휘날리는 걸 보고 얼마나 놀랐는데·”

“···어 신기하네·”

벽해수가 장난에 성공했다는 듯 희희낙락 어깨를 들썩인다·

그러고는 말을 덧붙였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검에 어떤 힘이 깃들어 있는지는 잘 모르겠더라고· 자신이 인정한 주인 외에는 알려 주지 않겠다는 거지· 그러니 네가 알아서 파악해야 할 것 같다·”

“···괜찮아 이미 파악했으니까·”

“오 역시나·”

일전에 미래 유성이 이야기한 내용을 구태여 떠올리지 않더라도·

은하는 검을 손에 쥔 순간 감각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검이 어떤 검인지· 그리고 이 검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만들어 줘서 고마워 형· 정말 마음에 들어·”

“됐어 나야말로 귀한 보물로 이렇게 만들게 해 줘서 고맙지· 장인으로서 큰 영광이었다·”

은하의 입꼬리가 호를 그린다·

벽해수 역시 입가를 끌어 올렸다·

“그나저나 이름은 어떻게 할래?”

“이름은····”

흐드러지게 휘날리는 붉은 꽃잎들이 인상적이므로 붉을 홍(紅) 자에 꽃 화(花) 자를 쓰기로 한다·

따라서 명명하기를·

“홍화검· 홍화검이 좋을 것 같아·”

은하는 새로운 검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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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ife Player [Re: Life Pla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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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ife Player
Score 8.2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18 Native Language: Korean
[Undead] Noh Eunha. After losing his family and closing off his heart, he just wanted to kill the monsters he loathed. I regressed before my life came to an end in the deepest part of the [Abyss Dungeon] that was impossible for mankind to raid. Since I’ve been reborn as a baby, let’s make this life different. I will do anything for the sake of my happiness. I’ll kill in order to live, and I’ll do my best to survive. Even if I have to walk a th**ny road by myself without anyone acknowledging me. This life, I will definite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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