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e: Life Player] Chapter 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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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라이프 플레이어 (939)

가족 여행도 내일로 마지막이다·

그 말은 즉 여행지에서 보내는 밤도 오늘로 마지막이란 뜻이다·

“후····”

피로는 부정할 수 없으나·

지금까지 자신을 위해 인내하고 헌신한 아내들에게 답례하는 것이니만큼 마음은 보람찼다·

은하는 마지막 남은 한 사람에게도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내일 돌아가서도 또 해야겠지만····’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게 바로 인생이고 행복이다·

〈심연의 던전〉에서 진실로 깨달은 은하는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털고서는 욕실을 나왔다·

침대에서는 이유정이 이불을 덮고 고개만 내밀어 기다리고 있었다·

“다 씻었어?”

“다 씻었지·”

마치 첫날밤이라도 보내는 것처럼 수줍어하는 미소를 지으며 다소곳이 은하를 바라보는 이유정·

은하는 긴장한 듯한 그녀의 기색에 괜스레 낯선 기분을 느꼈다·

그 감정이 남심을 자극했다·

꿀꺽·

한편 이유정의 시선은 촉촉해서 어떠한 열망이 차 있는 듯했다·

눈빛이 무척이나 뜨거웠다·

피하지 않고 직시하는 은하의 시선도 다르지 않았다·

“····”

한 사람은 침대 위에서 한 사람은 침대 앞에서·

애타게 갈구하듯 열렬하게 마주 보는 두 사람 사이에는 대화가 필요치 않았다·

은하가 침대 위로 몸을 움직이자 이유정이 그에 맞춰 자리를 내주려 몸을 비틀었다·

이내 얼굴을 가까이하게 된 그들이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하다는 듯이 키득였다·

다정하게 입을 맞춘다·

“불 끌까?”

“아니야 오늘은 켜고 해 줘·”

고개를 도리도리하는 이유정·

얼굴에서는 장난기가 가득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은하는 무언가 꿍꿍이를 품은 듯한 그녀의 의도대로 따라 주기로 했다·

그는 그녀가 꼭 쥔 이불을 들추려 손을 뻗었다·

의의로 그녀는 순순히 힘을 풀어 주도권을 넘겼다·

그렇게 시트 위로 머리칼이 풀어진 그녀의 나신이····

“···응?”

“왜애?”

“유정이 너····”

이유정은 메이드복을 입고 있었다·

은하는 뜻밖의 광경에 말을 잃고 부끄러워하는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녀가 교태를 부리며 이야기했다·

“그게 다른 사람들을 상대하느라 나한테는 덜 반응할 것 같아서····”

“····”

“그래서 좀 색다르게 보이고 싶어서 이렇게 준비한 거야· 어때? 예뻐?”

“···그걸 물어야 해?”

“그러게· 잘 반응하는 것을 보니까 좋은가 보네? 다행이다·”

유혹하듯 꼬물거리는 이유정·

그녀가 베개 밑에 숨겨 둔 카추사를 꺼내 머리에 쓴다·

“침대 밑에 구두도 준비해 뒀다?”

“····”

“여행 와서 우리 신경 써 주느라 많이 힘들었지? 우리 유린이 아빠 가장으로서 많이 애썼네·”

“···당연한 일인걸· 너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한테 얼마나 힘이 되는데·”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는 거지· 그게 가족이란 거고·”

“그래도 너희한테 늘 고마워·”

“나도 늘 고마워· 그래서···· 이 옷을 입은 거야· 용기 내서·”

“그게 무슨 소리야?”

“세 사람한테 맞춰 주느라 많이 힘들었지? 그러니까 이번에는 내가 너한테 맞춰 줄게·”

“····”

“내가 봉사해 줄게·”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창피한 말을 입에 담으며·

얼굴을 붉힌 이유정이 은하를 향해 두 팔을 펼친다·

그녀의 두 팔이 그의 목을 휘감고 품속으로 끌어당겼다·

“···유정이 너밖에 없다·”

“그렇지?”

이유정의 품에 안긴 은하는 가만히 그녀의 온기와 체취를 즐겼다·

위로받고 치유받는 기분이었다·

이대로 시간이 흘러가기를 바랐다·

그러던 그때 머리 위에서 그녀가 장난치듯 물었다·

“그래서 있지 은하야·”

“응·”

“회귀 전의 내가 좋아? 아니면 지금의 내가 좋아?”

“····”

“어느 쪽이 더 좋아?”

이유정의 품에 얼굴을 푹 파묻은 은하는 난감할 따름이었다·

살며시 고개를 든 그는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그녀는 사람을 타락시킬 것 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혀로 날름 입술을 핥으면서·

“어느 쪽의 내가 더 좋아?”

“제발 봐줘라····”

회귀 전을 떠올린 이후로 은근히 짓궂어진 이유정이었다·

* * *

은하 가족이 여행을 간 동안에도 하백련의 선녀 수업은 계속됐다·

그녀는 고등학교를 마치는 대로 청와대로 수업을 받으러 가야 했다·

그러고 나서 귀가할 때는 어느덧 밤늦은 시간이 되어 있었다·

“벌써 이 시간이네····”

자정이 머지않았다·

정말이지 하루가 빠르게 지나간다·

몇 시간 후에 날짜가 바뀌면 다시 고등학교로 등교해야 한다·

그다음에는 청와대 집 고등학교 청와대 집····

하백련의 일상은 고등학교 수업과 선녀 수업의 반복이었다고 할 수 있다·

매일같이 강도 높은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그녀가 마음 편히 쉴 수 있었을 리 없다·

더욱이 과제까지 있었으니····

“숙제하기 싫어어····”

하루하루 쭉쭉 말라 가는 기분이다·

목욕을 마치고 침대에 털썩 드러누운 하백련은 몸을 마구 들썩였다·

주먹으로 베개를 퍽퍽 때려 대거나 발로 매트리스를 쿵쿵 차 댔다·

‘활력소가 필요해····’

이전에는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판도라 클랜원들과 다과를 즐기거나 은하의 아이들을 놀아 주는 것으로 휴식을 취하고는 했다·

그런데 그들이 여행을 떠나게 되며 심력을 충전할 수 없게 됐다·

마땅히 하루의 위안거리가 없어진 하백련은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

‘다들 재미있게 놀고 있겠지?’

여행을 간 사람들이 부럽기만 했다·

몸을 뒤집어 천장을 올려다본 하백련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들에게 잘못이 없음을 알면서도 심술이 나고 야속해졌다·

특히나·

“이 오빠는 연락도 없어·”

노은하 그가 제일 미웠다·

다른 사람들은 간간이 연락을 보내 근황을 알려 주었건만·

그는 여태껏 문자 한 통도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대신 소식을 전하니 굳이 연락할 필요가 없다는 것일까·

혹은 연락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재미있게 놀고 있다는 것일까·

어느 쪽이든 자신이 그에게 있어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 느낌이었다·

꼭 무시라도 당하는 것 같았다·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언제는 나 때문에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 미래를 바꾸기로 했다면서····’

머리로는 은하가 자신에게 일일이 연락할 필요가 없음을 알면서도·

스트레스가 쌓여 감정적으로 변한 하백련은 애꿎은 그를 탓하기만 했다·

뿔이 났다·

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흥 나도 이제부터 오빠 몰라· 오빠 무시할 거야·”

노은하가 자신의 눈치를 보며 쩔쩔매는 게 보고 싶다·

하백련은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과제를 하기 위해 근처에 놔둔 테블릿이 진동한 것은 그때였다·

[★은하 오빠★]

“····”

노은하에게 영상 통화가 걸려 왔다·

화면을 가득 메운 그의 이름을 본 하백련은 흠칫 놀랐다·

이내 정신을 차렸다·

“흥! 이제야 시간이 났나 보지? 그런데 제가 시간이 나지 않아서 안 받을 거거든요?”

그렇게 자존심을 부린 것도 아주 잠시에 불과했다·

표정을 고친 하백련은 끙 소리를 냈다·

“···나 머리 제대로 안 말렸는데· 잘 거라서 화장도 안 했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하백련은 황급히 거울 앞에 섰다·

그녀는 머리 상태를 확인하고 틴트로 가볍게 입술을 칠하고는 재빠르게 침대로 돌아왔다·

그 모든 과정이 놀라울 정도로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크흠! 크흠!”

혹시 몰라서 목청을 가다듬는다·

그러고는 은하의 통화에 응답했다·

[아 연결됐다· 자고 있나 했는데 아직 자고 있지 않았나 보네·]

“···이제 잘 거거든요? 뭐예요·”

뾰로통한 얼굴을 하고·

은근히 삐쳤다는 티를 내며 화면 속의 은하를 쳐다보는 하백련·

그녀는 그의 기분이 상하지 않을 선에서 투정을 부릴 생각이었다·

자칫 어리게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가 다음에 내뱉은 말로 기분이 싹 풀어져 버렸다·

[네 얼굴 보고 싶어서 전화했지· 잘 지냈어? 뭐 하고 있었어?]

“그냥···· 숙제하고 있었어요·”

어차피 은하가 알 수 없는 일이다·

하백련은 슬그머니 뻥을 쳤다·

[학교에 선녀 수업에···· 백련이 네가 고생이 많다·]

“아니에요· 제가 각오한 일인걸요· 그러는 오빠가 저보다 힘들죠·”

[그래 내 생각 해 줘서 고마워· 내일 출발할 예정인데 면세점에서 사 갈 거 있어?]

“음···· 저는 아무거나 좋아요· 그냥···· 재밌게 놀다 오세요·”

이렇게 하면 어른스럽게 보일까?

하백련은 저도 몰래 미성을 섞어 애교를 부렸다·

* * *

휴가를 떠났던 클랜원들이 모두 돌아오는 날이다·

그동안 그들의 부재를 대신해 업무를 대리한 이리야는 그들로부터 감사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리야 언니 우리 지금 공항에 와 있어· 아마 저녁쯤이면 회관에 도착할 거야·]

“네 서나 신도· 여행은 즐거웠나요? 조심히 돌아오기를 기다릴게요·”

[응 다음에는 언니도 같이 가자·]

전화 너머로 진서나가 재잘거리고 다른 사람들이 화기애애하게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 기회에 업무로 인한 피로가 싹 풀린 기색이었다·

회관에 남아 자리를 지킨 이리야는 그들이 충분히 휴가를 즐긴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진서나의 목소리가 밝아 안심이 됐다·

‘요즘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는데 기분을 전환한 것 같아 다행이네요·’

이유라면 짚이는 것이 있었다·

〈심연의 던전〉을 공략한 이후로 클랜원들이 연애와 결혼 소식을 연달아 발표한 탓이다·

동기들이 사랑의 결실을 맺고 행복해하는 모습에 복잡한 심경을 느꼈을 법도 했다·

“서나 신도·”

[왜? 뭐 필요한 거 있어?]

“필요한 건 딱히 없고요·”

적게는 몇 년 많게는 20년이 넘게 진서나와 인연을 이어 온 사람들이 그녀의 기분을 눈치채지 못했을 리 없었다·

그들은 은연중 그녀를 배려했다·

특히 차은우와 목민호의 경우 그녀가 보는 앞에서는 애정 행각을 자제했을 정도다·

그러나 그들이 배려해 준다 한들 근본적으로는 그녀의 마음에 달린 문제였다·

그들로서는 그녀가 마음을 추슬러 삶의 새로운 의미를 찾는 것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돌아오면 저도 껴서 솔로들끼리 술이나 마시자고요·”

[응? 킥 구래· 그럼 면세점에서 비싼 술들을 사 가면 되겠네!]

이리야의 뜬금없는 소리에·

진서나는 키득 웃음을 터뜨리더니 애교를 섞어 대답했다·

입가에 미소를 지은 이리야는 이내 그녀의 전화를 끊었다·

“그럼 저도 잠깐 쉴까요·”

클랜 중역들이 휴가를 떠나면서 개인 업무량이 늘기는 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놓고 보았을 때는 업무량이 준 편이었다·

그들의 공백을 완전히 소화하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했던 탓에 한시적으로 클랜 기능을 축소한 덕이다·

덕분에 업무 처리 능력이 뛰어난 이리야는 할당된 업무를 처리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그녀는 휴가자들이 돌아올 때까지 저만의 시간을 즐기기로 했다·

은하신교의 관리를 하면서·

“오늘은 미루고 있던 작업을 하면 딱 좋을 것 같네요·”

클랜회관 지하에 위치한 은하신교·

사람이 없는 교단을 찾은 이리야는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러고는 표지가 두꺼운 책을 꺼내 무릎 위에 두었다·

그녀가 책을 펼쳤다·

‘세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니만큼 교리를 확고히 해 놔야 해요·’

이전부터 그러기야 했지만·

노은하가 흑색던전을 공략하게 되며 은하신교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이 무서울 정도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였다·

그렇기에 교단을 관리하는 이리야는 신도들의 신앙심을 다지기 위해서라도 교리를 정리할 필요성을 느꼈다·

“주님 제가 주님의 위대함을 널리 세상에 알리겠습니다·”

이리야가 펼친 책에는 새로 내세울 교리가 적혀 있었다·

앞으로 만들어질 은하신교 성경의 원본에 해당했다·

···실상은 그녀의 욕망이 잠재된 망상집이나 다름없었지만·

그녀는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문장을 무작정 써 내려갔다·

세상은 혼돈과도 같았다· 우리는 그 혼돈 속에서 질서를 가져올 구세주를 간절히 바랐다·

그때 진홍의 신이 강림하면서 혼돈을 평정하고 질서가 되었다· 그날이 곧 첫째 날 월요일이다·

둘째 날 진홍의 신은 군림의 천사를 반려로 맞이했다· 이로써 화요일이 생겨났다·

셋째 날 진홍의 신은 지식의 천사를 반려로 맞이했다· 이로써 수요일이 생겨났다·

넷째 날 진홍의 신은 화애의 천사를 반려로 맞이했다· 이로써 목요일이 생겨났다·

다섯째 날 진홍의 신은 수호의 천사를 반려로 맞이했다· 이로써 금요일이 생겨났다·

여섯째 날 진홍의 신은 이리야 성녀와 사랑에 빠졌다· 이로써 세상에 사랑이 생겨나고 즐거운 토요일이 생겨났다· ♥♥♥

일곱째 날 진홍의 신은 편히 휴식을 취했다· 이로써 일요일이 생겨났다·

이리하여 세상은 평화를····

‘여섯째 날’로 시작하는 망상을 적는 이리야의 입이 헤벌쭉 벌어졌다·

자신과 은하가 동침하는 상상만으로도 몸이 배배 꼬였다·

이내 안절부절못하며 몸을 들썩이던 그녀가 불현듯 어떤 생각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주님이 과연···· 저를 끝으로 더는 천사를 들이지 않을까요?’

노은하의 행보를 생각하면 안타깝게도 회의감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이후로도 아내를 들이지 않으리란 보장이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천사들이 얼마나 될지 모르는 이상 멋대로 결론을 내릴 수는 없겠네요· 주님과 요일의 탄생을 연결하는 것은 단념하는 게 나을지도····’

이리야가 아래에 쓴 문장에 취소 선을 그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하던 그때·

────!!

돌연 망상집이 빛을 뿜었다·

전조 없이 일어난 새하얀 빛이 그대로 기둥이 되어 솟구쳤다·

‘이게 무슨···!?’

갑작스러운 상황에 화들짝 놀란 이리야는 황급히 거리를 벌렸다·

그녀의 손을 벗어나 공중에 뜬 망상집이 방대한 마나를 토해 냈다·

* * *

우연히도 은하 가족과 휴가자들은 같은 시간에 클랜회관에 도착했다·

그들은 여행을 화제로 삼아 즐겁게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렇게 회관으로 들어가려던 그때·

────!!

난데없이 클랜회관에서 새하얀 빛이 기둥처럼 솟구쳐 올랐다·

그 현상을 목도한 사람들은 넋이 나갈 수밖에 없었다·

“···〈기적〉?”

전율할 정도로 느껴지는 기운과 세상을 잠식시키듯 하얗게 물들이는 현상은 〈기적〉의 기프트를 발동할 때와 흡사했다·

은하는 눈앞에서 일어나는 광경을 〈기적〉과 연관 지을 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들 역시 비슷한 결론에 도달했다·

‘대체 왜····’

실제로 〈기적〉이 발동한 것이라면 이리야밖에 없다·

판단을 내린 은하는 다른 사람들과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향했다·

기운은 은하신교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쯤에서 그들은 추측을 확신으로 바꿨다·

그녀가 기프트를 발동한 것이다·

“이리야!”

그렇다면 이리야가 어떠한 연유로 기프트를 발동했다는 말인가·

기프트의 힘을 빌려야 할 정도로 긴박한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일까·

사람들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했다·

문을 열어젖히고 교단에 난입한 그들은 제일 먼저 이리야를 찾았다·

“주 주님····”

“····”

다행히 이리야는 무사했다·

은하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이리야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녀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울먹거리듯 입술을 달싹였다·

그런 그녀의 뒤편 연단에는 사람이 한 명 서 있었다·

‘···남자?’

은하는 곧장 이리야를 등에 가리고 줄어드는 빛줄기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사람을 경계했다·

다른 사람들도 그의 곁으로 모이며 디바이스를 뽑아 들었다·

보아하니 〈기적〉을 발동한 주범은 그녀가 아닌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인 듯했다·

“아····”

이윽고 갈색 머리카락이 인상적인 남자가 눈을 떴다·

남자는 은하와 곁에 있는 사람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실패하지는 않았나 보네· 살았다·”

“····”

“다들 이렇게 젊은 모습을 보니까 기분이 묘하네요· 그립다····”

일말의 적의도 보이지 않고 친근하게 말을 건네는 남자·

은하와 클랜원들은 남자의 태도에 당혹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런 한편 남자의 외견이며 분위기 표정이 누군가를 연상케 했다·

직후 은하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설마····”

은하의 목소리가 떨렸다·

남자에게 내민 검을 거두어들인 그가 걸음을 내디뎠다·

“너···· 혹시 유성이냐?”

말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은하는 확인을 요구하듯 물었다·

그러자 남자가 키득거리며 답했다·

장난에 성공했다는 것 같은 얼굴은 그야말로 은하와 판박이였다·

“네 아버지! 미래에서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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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18 Native Language: Korean
[Undead] Noh Eunha. After losing his family and closing off his heart, he just wanted to kill the monsters he loathed. I regressed before my life came to an end in the deepest part of the [Abyss Dungeon] that was impossible for mankind to raid. Since I’ve been reborn as a baby, let’s make this life different. I will do anything for the sake of my happiness. I’ll kill in order to live, and I’ll do my best to survive. Even if I have to walk a th**ny road by myself without anyone acknowledging me. This life, I will definite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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