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e: Life Player] Chapter 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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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라이프 플레이어 (935)

제1기부터 제3기까지·

임가을이 선녀로 취임했을 때부터 장장 20년이 넘게 십이좌로 복무한 〈염마〉 강현철과 〈성모〉 박혜림·

임가을 정권의 역사를 상징하며 오랫동안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 왔던 그들은 백서진의 모반을 기점으로 어깨에 진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일반인의 삶을 구가하고 있었다·

이제는 한 아이의 어엿한 부모로서 간간이 육아 방송에 얼굴을 비치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을 정도다·

한때는 국민 남매라고 불린 그들은 지금에 이르게 돼서는 국민 부부로 통하고 있었다·

“응가!”

“····”

그런 그들의 아이가 손을 들어 은하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머리칼이 타오르는 불꽃처럼 붉고 강현철처럼 눈매가 험상궂게 생긴 남자아이였다·

은하는 작달막한 그 아이를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지금 나한테 인사한 건가?’

응가라는 소리가 황당하지만·

아이의 행동으로 보아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역시 내 아들답게 힘차고 씩씩하게 인사하는구만! 장하다 내 아들!”

“대한아 어른한테는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해야지· 안녕하세요 은하 삼촌·”

“응가!”

“····”

역시 인사가 맞는 듯했다·

은하는 두 사람의 반응으로 미루어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아이가 아직 할 줄 아는 말이 얼마 되지 않아서 ‘응가’라고 인사를 대신한 듯했다·

그는 아이의 행동이 귀여워서 그만 웃음을 흘렸다·

강현철과 딴판이었다·

“안녕? 네가 대한이구나? 못 본 새 많이 컸네·”

“응가!”

허리를 숙여·

은하는 강현철과 박혜림의 아들인 강대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같은 소리만을 반복하는 강대한은 그의 손길을 피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태어난 지 얼마나 됐죠?”

“이제 한 10개월인가?”

“10개월인데도 잘 걷는 것을 보면 아이가 성장이 빠른 것 같네요·”

“그렇지? 애들 성장이 빠르다지만 내 아이라 그런지 특히 빠르다니까· 얘가 언제 처음 걷기 시작했냐면····”

“에휴···· 또 그 소리예요? 만나는 사람들마다 그렇게 말하는 거 이젠 질리지도 않아요?”

10개월이면 이제 한 살이다·

작년에 태어난 노유란 노유린보다 한 살 어린 셈이다·

은하는 어느새 팔불출로 변해 버린 강현철의 아들 자랑을 적당히 흘려 넘기며 의문을 표했다·

“근데 머리 색이 바뀐 것 같네요· 전에 봤을 때는 혜림 누나하고 같은 갈색 아니었어요?”

“원래는 그랬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머리칼이 빨갛게 변하더라고· 아마도 〈염화〉의 영향이 아닐까 싶어·”

“빨간 머리 더더욱 날 닮은 데다 남자다워서 멋지지 않냐?”

“오빠 머리는 염색이잖아요·”

“응가!”

체내 마나를 잘 제어하지 못하는 태아나 어린아이의 경우 그로 인해 유전자가 체내 마나의 영향을 받아 외견에 변화가 일어나고는 했다·

흔하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흔치 않은 경우도 아니었다·

타고나는 체내 마나량이 많을수록 외견이 변화할 확률이 높았다·

강대한의 머리칼이 붉게 변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인 듯했다·

‘눈 색은 바뀌지 않았나 보네·’

강대한의 얼굴에서 박혜림을 닮은 부분은 갈색 눈밖에 없었다·

겉보기에는 박혜림보다 강현철을 훨씬 더 닮은 얼굴이었다·

그러자니 아이를 내려다본 은하는 자동으로 그 말이 튀어나왔다·

“너는 네 아빠처럼 되면 안 된다·”

“응가?”

“방화나 저질러서 기물 파손하고 사람들 고생하게 만드는 일이 없길 바랄게·”

“어이 애한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뭐? 나처럼 되지 말라고?”

“나도 그게 걱정이라서 대한이한테 그러지 말라고 가르치는 중이야·”

“혜림 누나가 고생이 많겠네요· 대한아 아빠 말고 엄마처럼 자라야 한다?”

강현철이 십이좌가 되지 않았다면 방화범이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박혜림도 두둔해 주지 못할 정도로 문제가 많은 인간이었다·

그렇기에 은하는 강대한이 바르게 성장할 수 있기를 기원했다·

‘혹시라도 얘가 제2의 미친 오징어라도 되면····’

자신이 고생할 게 눈에 훤했다·

제4기 십이좌 필두를 맡고 있는 은하는 상상조차 하기 싫어 속으로 진저리를 쳤다·

한편으로 그는 강현철의 오른팔에 주목했다·

“팔은 어때요? 괜찮아요?”

“아 이거?”

강현철은 한 번 죽음을 경험했다·

그로 인해 은하는 원인을 제거해 결과를 바꾸어 내는 여명검의 힘으로 그를 되살렸으나 아쉽게도 부활은 완전하지 않았다·

잘린 팔은 수복하지 못한 것이다·

어쩔 수 없던 일이기는 했다·

“보다시피 문제없이 잘 돌아간다· 너희 클랜의 마에스트로도 그렇지만 우리 마에스트로도 꽤 알아주거든· 거기에 인공 피막을 씌우기도 해서 진짜처럼 보이지 않냐?”

강현철을 죽음에 이르게 한 원인과 그가 오른팔을 잃은 원인은 별개로 존재했다·

전자는 〈괴뢰사〉 이동혁이었으며 후자는 마인 할파스였다·

그러다 보니 그의 팔을 수복하려면 마인 할파스의 마석을 베어 냄으로써 원인을 제거해야 했다·

하지만 당시에 은하의 실력으로는 가장 최근의 원인밖에 없애지 못해 그를 되살려 낼 수는 있었을지언정 그의 팔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이제는 그때 이후로 실력이 늘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애석하게도 시도는 불가능했다·

〈심연의 던전〉을 공략하게 되면서 여명검이 소멸해 버렸기 때문이다·

더 이상 그는 인과에 영향을 주는 힘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물론 여명검의 힘이 없더라도 엘릭서를 사용해 강현철의 상태를 치료할 수 있기는 했으나─·

“이 팔로도 충분히 살 수 있는데 귀한 것을 뭐 하러 쓰냐? 그런 건 나보다 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에게 써야지·”

강현철은 블레이즈 클랜이 보유한 엘릭서를 쓰는 것을 사양한 것이다·

은하는 그의 말에 공감하면서도 마음속으로 아쉬워했다·

‘엘릭서를 사용했으면 현역으로 복귀할 수도 있었을 텐데····’

일손이 부족한 실정이었다·

제4기 십이좌 필두인 은하로서는 강현철의 부재가 안타깝기만 했다·

현역으로 활동할 때는 걸핏하면 대련이나 하자고 찾아와 괴롭혀 댄 게 문득 그리워질 만큼····

‘아니지· 그건 아니지·’

그럼에도 그를 부려 먹지 못하니 못내 아쉬울 따름이었다·

“그래도 기계 팔보다는 진짜 팔이 더 낫지 않을까요? 아니면 저희가 싸게 엘릭서를 판····”

“무슨 소리! 네가 이 팔의 매력을 잘 몰라서 그러나 본데 기계라서 다양하게 개조할 수 있거든? 그래서 혜림이가 좋아 죽····”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남이 들으면 오해할 소리 좀 하지 마요!”

“····”

강현별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박혜림이 재빨리 그에게 손을 뻗어 입을 막아 버렸다·

그러고는 이제는 정말 〈성모〉란 이명에 어울리는 얼굴로 은하에게 당부했다·

아니 경고했다·

“혹시나 오해하지 말아 줄래?”

“···넵·”

은하는 재깍 고개를 끄덕였다·

괜히 강현철 박혜림 부부 사이에 개입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는 더는 강현철의 팔에 대해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던 그때였다·

“얘들아 아빠 저기 있다!”

“아빠아!”

“응?”

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리니 노유성 노유란 노유린 노은애가 눈에 들어왔다·

보아하니 은애가 아이들을 데리고 신부 대기실에서 나온 듯했다·

마침 그녀가 사정을 알려 주었다·

“애들이 안에만 있으면 답답해해서 놀아 주려고 나온 거야· 아 혜림 언니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보네요? 현철 아저씨도 잘 오셨어요!”

“은애야 안녕? 그때 선물로 준 꽃은 잘 받았어· 정말 예쁘더라고· 앞으로 가게 종종 이용할게· 그런데 너도 은아 동생 아니랄까 봐 볼 때마다 점점 예뻐지는구나?”

“혜림이 얘는 언니라고 부르면서 왜 나는 아저씨냐· 오빠라고 불···· 윽·”

“저기요 오빠? 양심은 어디 두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거예요? 지금 은하가 노려보는 거 안 보여요?”

“그러는 너는 양심은 있는···· 아니다·”

“현철이 아저씨는 뭔가 아저씨라고 부르는 게 더 편해서요! 아저씨가 듬직한 호칭인 것 같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거기 있는 귀여운 아기는 누구예요? 혜림 언니랑 현철 아저씨 아기?”

“맞아· 강대한이라고 해· 대한아 은애 이모한테 인사해야지?”

박혜림 강현철을 오랜만에 만나 화기애애하게 대화하던 노은애·

이내 그녀는 자리에 우뚝 서 있는 강대한을 보고 눈을 빛냈다·

“응가····”

“이름이 강대한이라고 하는구나? 인사도 잘하고 착하네· 그래 안녕?”

처음에 강대한의 인사를 받고 당황한 은하와 달리·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기프트를 지닌 노은애는 능숙하게 대응했다·

‘애들을 참 좋아한다니까·’

은하는 강대한의 눈높이에 맞춰서 몸을 숙여 이야기하는 그녀를 보고 절로 미소를 지었다·

꼭 유치원 선생을 보는 듯했다·

그런 한편으로·

‘근데 쟤는 어디를 보는 거지?’

은하는 문득 강대한의 시선이 은애가 아닌 다른 곳에 향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노유성 노유란 노유린이 있는 곳이었다·

특히 노유린을 보고 있는 듯했다·

은애도 시선의 방향을 눈치챘는지 아이들을 곁눈질하고는 키득거렸다·

“흐음 그렇구나? 대한이가 관심이 많은 모양이네?”

묘하게 즐거워하는 기색으로·

노은애의 입가에 웃음이 걸치고 그녀의 어깨가 작게 들썩였다·

바로 그때였다·

“응가·”

“····”

별안간 강대한이 짧은 두 다리로 오리처럼 엉덩이를 뒤뚱뒤뚱 흔들면서 아이들에게로 향했다·

아니 노유린에게 다가갔다·

“응가·”

“···안녕?”

강대한이 인사한다 아마도·

노유린은 그에게 호기심을 보이듯 옆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그때 그가 햄 같은 팔을 뻗어서는 입에 문 쪽쪽이를 척 내밀었다·

꼭 선물이란 듯한 태도였다·

“응가·”

“····”

“쪽쪽이가 없으면 안 되던 애가 그걸 주려고 하다니····”

“짜식 한 살이라도 너도 남자다 이거냐? 과연 내 아들이다! 용기가 아주 좋아!”

그 광경을 지켜보던 박혜림은 무척 흥미로워했다·

강현철은 장하다는 듯 흡족해하며 연신 고개를 끄덕여 댔다·

그리고 강대한의 선물을 받게 된 노유린은·

“···고맙습니다?”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멍하니 눈을 깜빡거리던 노유린은 일단 주니까 받겠다는 양 쪽쪽이를 받으려고 했다·

물론 은하가 허락할 리 없었지만·

“유린이 안 돼 지지야·”

“···지지예요?”

“그래 지지야· 저런 건 받지 마·”

“네에·”

노유린이 두 손으로 받기 전에·

은하는 불쑥 사이에 끼어들어서는 그녀를 등 뒤에 숨겨 버렸다·

순진무구한 그녀는 아무런 의심도 표하지 않고 그의 말에 따랐다·

그가 쪽쪽이를 대신 집어서는 강대한의 입에 물려 주었다·

머리를 잡고 빙그르르 돌려서는 방향을 전환시켜 주기도 했다·

“돌아서·”

“응가?”

“너희 엄마 아빠한테 가라·”

“응가?”

“아니 애들 사이에 왜 끼어들어? 애들끼리 알아서 친해지게 내버려 둬야지 뭐 하는 짓이야? 그리고 뭐? 지지? 내 아들 쪽쪽이가 지지라고?”

“애 침이 묻어 있으니 유린이한테 지지인 건 맞잖아요·”

강현철이 어처구니없어하든 말든·

은하는 그의 말을 적당히 무시하며 강대한의 등을 살며시 떠밀었다·

하지만 강대한은 은하의 의도대로 부모에게 돌아가려 하지 않았다·

앞으로 몇 걸음을 걸어가던 그가 휙 몸을 돌린 것이다·

손에는 쪽쪽이가 쥐어져 있었다·

“응가·”

“유린이한테 주려 해도 소용없어· 미안하지만 도로 가져가라·”

“응가!”

“안 받을 거라니···· 혹시 지금 나한테 주는 거야?”

“응가!”

“대한이가 그렇다는데 오빠?”

“허····”

노유린을 공략할 수 없다면 우선 자신부터 공략하겠다는 뜻일까·

강대한이 내민 쪽쪽이를 쳐다본 은하는 헛웃음을 흘렸다·

받아 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없었는데····

“그것도 거절하면 대한이가 많이 실망할 것 같은데 받아 주는 게 어때? 어차피 오빠가 받는 거잖아·”

“그래! 우리 아들 기 좀 살려 주게 그냥 받아 줘라!”

“맞아 좀 받아 주면 안 되겠니?”

“····”

주위 사람들의 눈치가 있었다·

은하는 고민 끝에 어쩔 수 없이 쪽쪽이를 받아 주기로 했다·

“받아도 내 마음에 변함은 없거든? 자 받았다· 이제 그만 가라·”

“응가!”

“대한이가 고맙고 다음에 보자네? 유린이 보러 오겠대·”

“내 딸 예쁜 건 알아서는····”

강대한은 은하에게 쪽쪽이를 넘겨주고 나서야 강현철과 박혜림에게로 돌아갔다·

은하는 그가 식장에 들어갈 때까지 노유린을 돌아보는 모습이 퍽이나 웃겼다·

강현철의 아들답지 않게 제법 귀여운 구석이 있었다·

그렇다고 용인해 줄 생각은 없었지만·

“유성아· 그리고 유란이도·”

“네! 왜요?”

“네에!”

은하에게 이름이 불린 노유성과 노유란이 얼른 반응했다·

노유린과 같은 해에 태어났음에도 그녀와 달리 성격이 씩씩한 유란은 머리 위로 손을 들었다·

은하는 두 아이에게 당부했다·

“아까 그 애 봤지? 강대한이란 애· 걔가 유린이한테 접근하지 못하게 너희가 잘 막도록 해· 유성이 너는 제일 큰 오빠니까 여동생을 지키고 유란이도 유린이보다 일단 언니니까 여동생을 지켜야 하는 거야· 알겠지?”

“네! 제가 애들 지킬게요!”

“네에! 저도요!”

“네에·”

사랑스러운 딸내미를 내주는 게 지금으로서는 상상되지 않을진대·

아니 상상하고 싶지도 않을진대·

은하는 결단코 강현철의 아들에게 딸을 내주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절대 네버·

“우리 오빠도 참····”

은애는 그런 은하의 모습에 쓴웃음을 지었다고 한다·

* * *

노은아의 결혼식이 시작됐다·

주례는 그녀의 첫 번째 스승이었던 〈여제〉 신서영이 맡게 됐다·

[그럼 신부 입장·]

[하객 여러분은 성대한 박수와 함께 신부를 맞이해 주시기 바랍니다·]

신서영의 음성이 장내에 울리고·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노은아가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입장한다·

사람들의 박수를 받는 그녀는 환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반면에 그녀의 손을 살포시 잡은 아버지의 얼굴은 엄숙했다·

그리고 은하의 얼굴은·

‘아주 단단히 굳어 있군·’

〈절검〉 목민호·

다른 하객들을 위해 자리를 내주고 뒤에 서서 결혼식을 구경하던 그는 은하를 발견하고 고소해했다·

현재에 이르러 은하의 오른팔로서 여겨지며 일에 치여 사는 그는 은하의 얼굴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반대로 창진 형은 좋아 죽겠다는 얼굴인데···· 과연 살아 나갈 수 있을까·’

노은아는 활발하고 명랑한 성격과 아름다운 외모로 무척 인기가 많았다·

그렇다 보니 노은하 같은 사람들을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어쩌면 그들이 눈이 회까닥 돌아가 한창진을 죽이려 들지도 몰랐다·

‘뭐 저 형이 알아서 하겠지·’

한창진의 실력이면 죽지 않겠지만 죽는다면 명복이라도 빌어 줘야겠다·

목민호는 자신과 무관한 일이라고 치부하기로 했다·

한편 〈발키리〉 차은우도 옆에서 결혼식을 지켜보고 있었다·

다정하게 그의 팔을 끌어안으며 바짝 몸을 붙인 그녀가 그의 귓가에 소곤거렸다·

“사람들 정말 많이 왔다· 그치?”

“그러게· 아까 은하한테 듣자 하니 선녀님도 변장을 하고 참석했다는 모양이야·”

“와 선녀님도 참석하셨구나·”

“은아 누나랑 아는 사이라잖아· 정말이지 노은하 그놈의 집안은 대체 뭐 하는 집안인지· 그놈의 회···· 그거 때문인가?”

“하마터면 말할 뻔했네?”

“그 녀석 때문에 지켜야 할 비밀이 생기게 됐으니 원····”

“그래도 은하가 말해 줘서 좋잖아?”

“···그동안 자신만 알고 있다는 듯이 혼자 끙끙대던 놈을 보는 것보다는 편하긴 하지·”

목민호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고는 차은우와 팔짱을 낀 팔을 풀었다·

그러고는 그녀의 허리에 손을 얹어 자신의 곁으로 바짝 끌어왔다·

그녀는 저항하지 않고 순순히 그의 품에 안겼다·

‘은우한테는 말할 수 없지·’

은하가 회귀를 고백하고·

목민호는 개인적으로 그를 찾아가 회귀 전에 자신과 차은우가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 알아냈다·

자신이 원래 서울 재앙에서 폭주해 온태양을 죽이려다가 되레 그에게 죽임을 당할 운명이었다는 답변은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온태양과 결혼해서 두 번째 아내가 됐다는 답변은 훨씬 더 충격으로 다가왔다·

―은우가 그럴 애가 아닐 텐데···· 회귀 전에는 온태양을 그렇게까지 좋아했다는 말이냐?

―너희 속사정을 내가 알 리 없지· 다만 음···· 나는 회귀 전보다는 지금의 은우 얼굴이 더 좋아 보이는 것 같아·

―····

―회귀 전 일이니까 신경 쓰지 마· 그러다 지금을 놓치는 수가 있다·

―네가 말해 주고 할 말이냐·

―네가 말해 달라며·

―····

―회귀 전은 회귀 전이야· 그러니 그것을 잊지 말도록 해·

―···그래 어쨌든 알려 줘서 고맙다· 그리고 은우한테는 얘기하지 마· 걔가 충격받을 수도 있으니까·

―알았어· 너도 티나 내지 마·

―마지막으로····

―왜?

―미래를 바꿔 줘서 고맙다·

―···다 날 위해서였지 뭐· 나한테 감사 인사는 안 해도 돼·

그때 목민호가 은하와 나눈 대화는 그의 마음을 크게 움직였다·

자신에게 차은우란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실감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는 그녀를 잃지 않고자 그녀에게 청혼을 결심했다·

“왜?”

“아니 그냥· 너도 은아 누나처럼 웨딩드레스를 입으면 예쁘겠지·”

“뭐야 벌써부터 기대돼?”

당연히 차은우는 기쁜 마음으로 청혼을 받아들였다·

이제 몇 개월 후 두 사람은 결혼해 부부가 될 예정이었다·

목민호는 자신의 아내가 될 그녀를 소중하다는 듯 내려다보았다·

그때 그녀가 운을 뗐다·

“우리 결혼식에도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오면 좋겠다·”

“많이 올 수 있도록 분발해 볼게·”

“선녀님도?”

“···은하를 통해 부탁해 봐야겠군·”

“아니야 장난이야· 나는 우리끼리라도 소소하게 할 수 있으면 좋겠어·”

차은우가 배시시 웃는다·

목민호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서는 그녀와 살짝 입술을 맞췄다·

그녀의 미소가 더욱 진해졌다·

‘민호 넌 모르겠지· 나한테 이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지·’

사실 회귀 전의 일을 들은 것은 차은우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먼저 은하에게 물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아주 어릴 적부터 연심을 품어 온 소꿉친구와 맺어진 현재의 삶에 감사해했다·

“이따 나 부케 받는 거 봐야 해?”

“어디 안 가고 보고 있을게·”

“영상으로도 꼭 찍어 줘·”

“알겠어·”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차은우는 부케를 받으러 나갔고 어쩌다 발을 헛디딘 나머지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을 뻔했다·

그때 그녀를 구해 준 사람이 바로 〈판도라의 성녀〉 이리야였다·

“잡았다! 어···?”

“차은우 신도 괜찮아요? ···응?”

“····”

뒤에서 차은우를 받쳐 준 이리야는 덩달아 부케에도 손을 대게 됐다·

그다지 머지않은 미래에 그녀가 〈판도라의 성모〉라고 불리게 되는 사건의 복선이었다·

* * *

노은아의 결혼식이 성황리에 끝났다·

내내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던 한창진은 끝내 노은아를 좋아하는 사람들로부터 무사하지 못했다·

“죽어! 그냥 죽어 버려!”

은하와 아버지 류연화를 비롯해 사람들은 헤벌쭉한 표정이나 짓던 한창진을 마구 때려 댔다·

노유성 노유란 노유린까지 즐겁게 신랑을 구타하는 상황에 가세했다·

배수빈을 중심으로 결성된 솔로들이 출동하는 일까지 있었다·

“가 감사합니다 여러분····”

한창진은 턱시도가 뜯겨 나가면서도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한바탕 구타를 당하고 나서야 사람들로부터 풀려나올 수 있었다·

신혼여행을 떠난 것은 그 후였다·

한창진을 더 때리지 못한 은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배웅해 주었다·

이윽고 그가 탄 차량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그럼 우리도 따라가 볼까?”

“좋아요!”

“네에!”

“네에·”

은하는 곧장 아내 아이들과 함께 오랜만에 여행길에 올랐다·

공교롭게도 목적지는 동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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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re 8.2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18 Native Language: Korean
[Undead] Noh Eunha. After losing his family and closing off his heart, he just wanted to kill the monsters he loathed. I regressed before my life came to an end in the deepest part of the [Abyss Dungeon] that was impossible for mankind to raid. Since I’ve been reborn as a baby, let’s make this life different. I will do anything for the sake of my happiness. I’ll kill in order to live, and I’ll do my best to survive. Even if I have to walk a th**ny road by myself without anyone acknowledging me. This life, I will definite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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