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라이프 플레이어 (934)
After Story 4· 내줄 수 없는
오늘 노은아가 결혼식을 올린다·
그녀의 행복을 기원하며 그녀를 기쁜 마음으로 보내 줘야 하는 날이 결국 찾아오고 만 것이다·
단장을 위해 꼭두새벽부터 일어난 은하는 심경이 복잡하기만 했다·
오죽하면 씻으러 가지 않고 멍하니 침대에 걸터앉아 있을 정도였다·
정하양은 그런 그를 보고 한숨을 쉬지 않을 수 없었다·
“계속 그러고 있을 거야?”
“···하양아·”
“안 씻어?”
간밤에 은하와 침대를 같이 쓴 사람은 정하양이었다·
아무것도 입지 않고 가운만 걸친 그녀가 욕실에서 나오자마자 그에게 핀잔을 주었다·
뒤집어쓴 수건 아래로 물기에 젖은 머리칼은 창밖 너머로 펼쳐진 꼭두새벽처럼 검고 푸르렀다·
“얼른 씻어야지· 메이크업해 주는 아티스트 분들이 벌써 와서 기다리고 있단 말이야· 아니면 그 상태로 결혼식장에 가려고?”
“····”
“그러면 은아 언니가 기뻐할 것 같아? 오늘은 은아 언니의 인생에서 인상 깊게 남게 될 텐데 자고 일어나서 까치집을 하고 꾀죄죄한 꼴로 기억되고 싶어?”
“아니 그건 아니지····”
“그리고·”
“····”
“창진 오빠는 오늘 어엄청 멋지게 꾸미고 올 텐데 그런 창진 오빠하고 비교되고 싶은 거야? 비교되고 싶은 거라면 뭐 그대로 가도 되고····”
“후딱 씻고 나올게·”
정하양이 일부러 자극하자 방황하는 듯했던 은하의 눈동자에 빛이 돌아왔다·
한창진과 비교된다?
그로서는 치욕과도 같은 일이었다·
이에 그는 몸을 깨끗이 씻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 전에·
펄럭!
“···뭐 하는 거야?”
“잠깐 충전 좀 하게·”
은하는 정하양의 가운 끈을 풀고 서슴없이 열어젖혔다·
그러고는 그녀의 허리를 껴안고 아직 물기가 남아 있는 배에 얼굴을 가져다 대고 문질렀다·
꼭 유치원에 가기 싫다는 아이가 어리광을 부리는 것 같았다·
그녀는 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어쩔 수 없다는 듯 응석을 받아 주었다·
노유란을 낳은 후로 자연스럽게 모성애가 넘치게 된 그녀였다·
그녀가 아이를 대하듯 부드러이 그의 머리를 쓰다듬고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왜? 내 에너지가 필요해?”
“오늘 하루를 버틸 에너지를 줘·”
“얼마만큼?”
“많이·”
자신보다 키가 한참이나 큰 은하가 애교를 부리는 모습이란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했다·
그러나 잊어선 안 되는 점은 그가 정말 아이는 아니라는 것이다·
정하양의 배꼽에서 얼굴을 든 그는 장난기 어린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가 불쑥 그녀를 침대로 쓰러뜨렸다·
“응? 꺄악!”
비단처럼 고운 머리칼이 풀어지고 흰 가운이 완전히 풀린 정하양·
은하는 침대 위로 쓰러진 그녀가 도망치지 못하게 위를 덮쳤다·
그녀의 눈빛에 감정이 충만했다·
눈빛이 진해지는 가운데 그가 슬그머니 손을 움직였다·
“좀 더 에너지를 충전해야겠어·”
“이렇게 강압적으로?”
“왜? 싫어?”
“아니 좋아· 근데 여보야·”
“왜?”
“이건 여보가 충전하는 게 아니라 내가 충전하는 거 아닐까?”
“누가 충전하면 뭐 어때!”
“꺄악! 으···· 그런데 우리···· 진짜 시간 없단 말이야····”
“그럼 그만할까?”
“···서현 언니랑 유정이 연화 언니랑 애들 메이크업 받는 시간을 고려하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그럼 이대로 계속 간다?”
“응 이따 또 씻어야겠네·”
간밤에 벌인 사랑 이후로 2차전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두 사람은 끝내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아래층으로 내려오지 않아서 둘이 아직도 자나 싶어서 왔더니···· 그래 자고 있기는 했구나· 아니 이제 다시 자려고 한 건가?”
“미안해 우리가 방해했나 보네? 그럼 우리 메이크업 받고 올 때까지 둘이서 재밌게 놀고 있을래?”
“····”
한서현과 이유정이 방에 들어왔다·
침대에서 부대끼고 있던 노은하와 정하양을 본 두 사람은 동요하지 않고 말을 건넸다·
그럼에도 은하와 정하양은 그대로 경직될 수밖에 없었다·
속내를 알 수 없는 두 사람의 미소가 무섭고 섬뜩하기만 했으니까·
“연화 언니는 메이크업 받고 있고 이제 곧 우리 차례야· 너희도 얼른 내려오도록 해· 침대에서 계속 노닥거리지나 말고·”
“네····”
한서현이 은근히 경고를 날리고·
은하와 정하양은 면목이 없다는 듯 어색하게 몸을 일으켰다·
* * *
메이크업을 받아 한껏 멋을 낸 은하는 자신의 가족들을 데리고 결혼식장으로 떠났다·
신부 대기실·
은아는 반갑게 그들을 맞이했다·
“다들 어서 와! 아침 일찍 오느라 많이 피곤하지? 내가 신혼여행 다녀와서 거하게 대접할게! 그나저나 오늘 너희 너무 예쁘다! 신부는 내가 아니라 너희 같은걸? 유성이 유란이 유린이도 오늘 너무 예쁜 거 아니야? 얘들아 이리 와! 고모가 한번 안아 보자!”
“언니 정말 결혼 축하해! 그리고 언니야말로 너무 예쁜 거 아니야?”
“결혼 축하해 언니· 웨딩드레스가 언니랑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응 오늘 정말 예쁜 것 같아·”
“그러게· 언니가 얼마나 예쁘면 지금 은하가 넋을 놓고 보고 있겠어·”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노은아·
그녀는 자신이 오늘의 주인공이란 듯 아름다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은하의 아내들은 그녀의 아름다움을 칭찬하고 아이들도 완전히 그녀에게 매료됐다·
“····”
은하 또한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조명을 받아 반짝이는 웨딩드레스와 얼굴에 광택이 도는 은아에게서 눈을 떼지 못할 정도였다·
‘누나가 다른 사람처럼 보이네····’
노은아가 낯설고 멀게 느껴진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그녀를 보고 있자니 그녀가 자신의 곁을 떠난다는 것이 새삼 실감이 든다·
씁쓸한 감정이 고개를 치킨다·
“누나 결혼 축하해·”
그럼에도 은하는 감정을 삼키고 은아의 축복을 바랐다·
노유성 노유란 노유린을 껴안고 그들과 꺄꺄거리던 그녀는 부드러이 미소 지었다·
“응 고마워· 은하 너도 오늘 너무 멋지게 차려입은 거 아니야?”
“누나 인생에서 기억에 남게 될 결혼식인데 멋지게 꾸며야지 않겠어?”
거리감은 잠시였다·
노은아에게 다가가 마주한 은하는 자신이 아는 누나의 얼굴을 발견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친근하게 대화를 주고받았다·
“아 오빠랑 언니들도 왔었구나· 어때? 오늘 언니 너무 예쁘지 않아? 그런데···· 애들 오늘 너무 귀여운 거 아니야? 유성이 턱시도 입은 것 봐···· 유란이하고 유린이도 너무 예쁜 거 아니야? 내 조카들이지만 너무 귀여워···· 얘들아 고모한테로 올래?”
도중에 결혼식 준비를 하러 갔다던 은하의 부모님과 은애가 돌아왔다·
은애는 은아 옆에 옹기종기 앉은 조카들에게 정신을 차리지 못하며 서슴없이 만져 댔다·
평소부터 그녀를 좋아하던 아이들은 손길을 거부하지 않고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보기 좋네·”
“그러게 말이야·”
이유정 한서현 정하양은 그들로부터 몇 걸음 떨어져 있었다·
세 사람은 세 남매와 자신의 아이들이 화기애애하게 보내는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사진 잘 나왔네·”
그림이 무척 화사하다·
정하양은 스마트폰을 꺼내 들어 사진을 찍었다·
추후에 세 사람에게 보내 줘야겠다·
촬영한 사진을 살핀 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그러다 깨달았다·
“근데 연화 언니는 어디 갔지?”
조금 전까지만 해도 곁에 있었건만 어느새 사라진 것인지 류연화가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부재를 깨달은 정하양은 고개를 갸웃했다·
‘화장실에라도 간 건가?’
그런 그녀의 예상과 달리·
류연화는 아직 아무도 찾지 않은 한창진의 신랑 대기실에 가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간 그녀가 성큼성큼 구두를 신은 발을 옮겼다·
또각또각 굽을 울리는 소리에는 절도가 있었다·
“아 연화야· 아침 일찍 오느라 힘들었을 텐데 와 줘···· 연화야?”
한창진이 반가워하든 말든·
류연화는 비장한 분위기를 풍기며 그가 부담스러워할 정도로 서슴없이 다가갔다·
손에 창을 쥐고 있지 않았음에도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그를 찌를 수 있다는 듯한 눈빛이었다·
“여 연화야 왜 그래?”
그녀의 분위기에 압도된 한창진은 절로 겁에 질렸다·
그가 반사적으로 뒷걸음질을 치며 그녀와 거리를 벌리려고 했다·
하지만 몇 걸음 물러나지 않아 벽에 등을 맞대고 말았다·
더 이상 그녀를 피할 수 없게 된 그는 자신에게 거의 바짝 다가붙는 그녀를 보며 몸을 떨었다·
“한창진·”
“어 어어···· 연화야·”
척 하고·
류연화가 한창진의 옆에 있는 벽에 한 손을 짚었다·
둘 사이에 키 차이가 있었음에도 그는 자신이 그녀를 올려다보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그만큼 그녀를 두려워한 것이다·
그때 그녀가 푸른 눈매를 매섭게 번뜩이며 말했다·
“은아 울리면··· 알지?”
“····”
벽을 짚은 류연화의 손에서 퍼진 마나가 주위를 얼렸다·
한창진은 바로 근처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기운에 간담이 서늘했다·
자신의 경고를 어겼다가는 정말 가만두지 않겠다는 그녀의 경고였다·
이에 그는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에게 답했다·
“평생 울리지 않을 자신은 없어· 그래도 우는 날보다 웃는 날이 많게 노력할 거야·”
조금 전에 몸을 벌벌 떨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한창진의 눈은 한없이 진지했다·
류연화는 자신의 눈을 피하지 않고 직시하는 그의 시선에 피식 웃었다·
“그래 내가 그렇게 할 수 있을지 지켜볼 거야·”
거짓말로라도 자신을 안심시키러 절대 울리지 않겠다고 해도 됐으련만·
썩 마음에 드는 대답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마음에 들지 않는 대답도 아니었다·
어찌 보면 한창진다운 대답이다·
류연화는 벽에서 손을 뗐다·
이내 한창진으로부터 거리를 벌린 그녀가 소중한 친구들을 축복하고자 입을 열었다·
“결혼 축하해·”
* * *
조금 있으면 결혼식이 시작된다·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식장을 찾는 하객들은 늘어났다·
은하는 축의금을 받는 역할을 하며 식장 앞에서 아버지와 함께 은아를 보러 온 사람들을 맞았다·
“사람들이 끝도 없이 찾아오네요· 누가 주는지도 모르고 정신없이 축의금을 받는 것 같은데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사람이 많아서 좋은 거지·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잖냐· 그나저나 나도 아직 퇴물은 아닌가 보다· 퇴사했는데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걸 보면·”
하객들이 워낙 많다 보니 축의금을 받고 명부를 작성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일에 은하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아버지가 말하기를·
“은하야·”
“네 아빠·”
“힘들지?”
“힘드네요·”
“나는 이 짓을 네 번이나 했어· 오는 사람들이랑 ‘아드님이 또 결혼하네요 허허·’ 하고 인사하며 축의금을 네 번이나 받고 그랬다고· 유정이랑 결혼했을 때 ‘비서실장님 이번이 정말 끝이죠?’란 소리를 들었을 때는 얼마나 민망했던지····”
“····”
“나는 그 사람들 경조사가 있을 때 받은 만큼 4배로 돌려줘야 해· 그런데 네가 내 앞에서 힘들다는 말이 나와도 되겠냐 안 되겠냐?”
“···안 되죠· 열심히 해야겠네요·”
“그래야지·”
네 번 결혼한 것도 죄다·
은하는 뒤늦게야 아버지의 고생을 실감했다·
이후로 두 사람은 대화를 중단하고 하객들을 맞이하는 것에 매진했다·
그러던 중 유도준이 찾아왔다·
“이야 이 무슨 진귀한 광경이냐? 은하 네가 결혼하는 게 아니라 부조를 맡고 있고· 나는 또 네가 결혼하는 줄 알고 찾아왔는데 은아 누나가 결혼하는 게 맞긴 맞나 보네?”
“왔냐·”
하나그룹의 회장 유도준·
수행원들을 대동하고 찾아온 그가 능청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아버지의 지인들을 상대하고 있던 은하는 쓴웃음을 지었다·
“어서 축의금이나 내· 우리 누나가 결혼하는 거니까 두둑하게·”
“안 그래도 두둑하게 챙겨 왔거든? 네 거 하나랑 은아 누나 거 하나로·”
“응? 내 거는 왜?”
“너 또 결혼할 거 아니야? 그래서 내는 김에 미리 내려고 했지·”
“뭐라는 거야·”
유도준이 봉투 2개를 꺼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은하는 어처구니가 없던 나머지 헛웃음을 흘렸다·
“또 결혼할 생각 같은 건 없거든· 지금 있는 가족들한테 충실할 건데 괜히 남들 들으면 오해할 소리는 하지 마시지·”
“아내를 네 명이나 맞이한 사람이 설마 다섯 번째를 못 맞이하겠어? 금융업계 종사자로서 말하는 건데 노은하 넌 이미 신용을 잃었어·”
“얼씨구· 그래 뭐 돈을 준다는데 안 받을 이유는 없지· 고맙다 잘 받····”
“사실 이건 창진이 형한테 주려고 가져온 거야· 그 형은 친구도 많이 없을 텐데 대신에 내가 금융 치료라도 해 줘야지·”
“그럴 줄 알았다· 창진 형은 지금 저기 있어· 보니까 어둠 쪽 사람들을 상대하고 있는 것 같네· 그런데 누나는 안 보러 갈 거야?”
“괜히 찾아가면 어수선해질 테고 이따 식장에서 볼 건데 뭘· 네가 나중에 내가 찾아왔었다고 이야기나 해 줘라·”
“그래 그렇게 할게· 어쨌든 오늘 와 줘서 고맙다· 식권 나눠 줄게· 같이 온 사람들하고 밥이나 먹고 가·”
“밥 먹을 시간이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여하튼 잘 먹고 갈게·”
아쉽게도 서로 진득하게 대화를 나눌 여유는 없었다·
간단히 근황을 주고받은 은하는 한창진을 만나러 가는 유도준을 떠나보냈다·
그러고 나서 찾아온 사람은 바로 〈창성의 마에스트로〉 벽해수였다·
“여어 은하야! 네가 부조를 맡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다? 결혼식장에서 본 것은 네 번째인데 네가 이러고 있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면서도 낯설다 야·”
“형도 그 소리야? 잘 왔어·”
“졸려···· 다섯 번째 결혼 축하해· 근데···· 이제 그만 좀 하면 안 될까···· 아침 일찍 일어나서 식장 찾아오는 것도 귀찮고 피곤하기만 한데····”
“현율아 은하 결혼식이 아니라 은아 누나 결혼식이라니까? 미안 은하야· 현율이 얘가 아침에는 원래 이렇잖냐· 네가 이해해 줘라·”
“···두 사람도 잘 왔어·”
벽해수는 검은 정장을 입고 있었다·
공방에 틀어박혀 살다시피 하면서 땀 흡수가 좋고 활동하기 편한 옷을 입던 모습과 대비됐다·
은하가 보기에는 그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하게 느껴졌다·
실제로 정장은 공방 일로 단련된 근육을 갑갑하게 조이는 듯했다·
한편 그는 같이 공방에서 일하는 〈조광사〉 백현율과 연성진을 데려왔다·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두 사람은 은아의 결혼을 축하했다·
“나는 네가 은아 누나를 붙잡고서 놔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누나 결혼을 허락하고 웬일이냐·”
“누나한테도 누나 인생이 있으니 당연히 보내 줘야지 않겠어? 근데 형은 언제 결혼할 거야?”
“야 나한테 만나는 사람이 있어야 결혼을 하든 말든 하지·”
“〈심연의 던전〉 공략 이후 형이랑 현율이 인기가 가파르게 상승해서 주위에서 호감을 표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을 거 아니야·”
“뭐···· 없지는 않지·”
“마음에 드는 사람은 없어?”
“아직은 없다· 애초 나는 결혼하면 안 될 것 같기도 해서·”
“왜?”
“거의 공방에서 사는 내가 가정에 헌신하기는 힘들 것 같거든· 나는 무구를 만드는 게 1순위라 아마 가정은 뒷전으로 둘 것 같다· 그럼 상대한테 미안하잖아· 거기에 아이까지 생기면 더·”
“그렇기는 하겠는데···· 형은 정말 무구를 만드는 일에 미쳤구나·”
“그리고 너는 여자에 미쳤지·”
“····”
생각지도 못한 공격에 당한 은하는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벽해수는 어깨를 들썩였다·
“다른 사람들도 상대해야 할 텐데 우리는 그만 들어간다· 고생해라·”
“졸립다····”
“은하야 고생해! 현율아 가자·”
벽해수 백현율 연성진은 은하와 인사를 마치고 식장으로 들어갔다·
이후로도 은하는 정신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때 누군가 그를 불렀다·
“노은하! 잘 지냈냐?”
“····”
워낙 귀에 익은 목소리·
그 주인을 모를 수가 없었다·
하객들과 악수하던 은하는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번에도 결혼을 축하···· 아니지 은아 결혼 축하한다·”
“판도라 클랜 로드 아니 은하야 오랜만이야· 잘 지냈니?”
‘···미친 오징어도 왔네·’
전 십이좌 〈염마〉 강현철·
아니나 다를까 저편에서부터 그가 걸어오고 있었다·
그런 그의 곁에는 이제는 결혼해서 아내가 된 이제는 진짜 〈성모〉 박혜림도 있었다·
그리고·
“응가!”
“····”
쪽쪽이를 입에 문 강현철 2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