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화· < 백 명의 호송단(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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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남궁소소의 목소리가 좀 컸나 보다·
야영지 전역에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놀란 얼굴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나는 잠시 흥분을 가라앉힌 후 다시 물었다·
“그게 정말이오?”
“그렇습니다·”
“스무 대 전부?”
“그렇습니다·”
“귀하만?”
“그렇습니다·”
“만약 성공하면 곤장 한 대당 금전 한 냥씩 보상해 주기로 했었던 건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이오· 그건 알고 있소?”
“물론이죠·”
“금전 스무 냥이면 결코 적은 돈이 아닐 텐데·”
“전 원래 돈 욕심이 별로 없습니다· 그리고 무림맹 집법당의 물곤장은 흑도들 사이에서도 살인곤장으로 유명합니다·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칩니다·”
사실 호리독사가 곤장을 면제 받는다고 해도 나나 남궁소소가 손해 볼 건 아무것도 없다·
원래대로 스무대를 맞을 뿐이다·
한데 이상하게 약이 오른다·
꼭 벌이 두 배로 늘어난 것 같고·
“밥이 다 된 것 같습니다만·”
“어 그렇군·”
뚜껑을 열자 하얀 김폭탄과 함께 맛있는 냄새가 진동했다·
김이 걷히면서 채소와 고기가 뒤섞인 채 고슬고슬하게 지어진 오곡밥이 모습을 드러냈다·
대나무 주걱으로 윗부분부터 살살 긁어가며 세 그릇을 퍼 담았다·
“저는 왜 고기가 적습니까?”
“그럴 리가·”
“딱 봐도 공자님 것보다 훨씬 적은데요?”
육포도 그렇고 건채도 그렇고 콩알만큼 작은 조각들이 삶으면 밤톨만큼 커진다·
때문에 많고 적음이 확연히 보였다·
“내 손이 저울도 아닌데 어찌 똑같이 나눈단 말이오· 내일은 더 신경 써줄 테니 오늘은 그냥 드시오·”
“그냥 주는 대로 먹을 것이지 이 인간이 오늘따라 왜 밥투정을 하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내 밥그릇의 고기가 많았던 게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이미 간까지 맞춘 밥인지라 반찬 따윈 필요 없었다·
젓가락으로 퍼먹는 순간 고기와 채소가 어우러진 맛이 일품이었다·
“성공할 자신은 있소?”
“세상에 훔치지 못할 물건은 없습니다·”
“너무 자신만만한 것 아니오?”
“언젠가 사부님께서 제게 말씀해 주셨지요· 물건의 정확한 위치를 알아내면 오(五) 할을 간 것이고 완벽한 계획까지 세우면 팔(八) 할 까지 간 것이니 남은 것은 이(三) 할의 투술이다···· 라고요·”
“투술이 고작 이 할이라고요?”
“공자님께는 쉬운 사서삼경이 저에게는 죽었다 깨어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럴 수도 있겠군·”
“그런데 지금은 한 가지 제약이 더 있습니다·”
“그게 무엇이오?”
“시간입니다·”
“시간?”
“진짜 도적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놈들이 나타나 물건을 약탈해 가기 전에 제가 먼저 훔치는 것이 관건이죠· 그러려면 역시····”
“조력자가 필요하죠·”
불쑥 끼어든 사람은 남궁소소였다· 그녀는 얼른 덧붙였다·
“저는 이번 호송에 참여한 무림맹의 무인들 대부분을 알고 있어요· 누구와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죠· 같은 이야기를 나누어도 무림맹 사정에 밝기 때문에 더 많은 걸 알아낼 수 있고요·”
“무슨 말씀이신지?”
“귀하가 물건의 위치를 알아내고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최대한 돕겠어요· 대신 팔 할까지는 저도 함께 가요·”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소저도 물건을 훔칠 생각이오?”
“훔치는 게 아니라 문제를 푸는 거예요·”
“소저에게 준 문제가 아니잖소·”
“누가 문제를 풀든 무슨 상관이에요· 총군사님께서 하 표사를 특정해 말씀하신 건 이 방면으로는 그의 재주가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하셨기 때문이지 꼭 그여야만 하는 건 아니지 않겠어요?”
남궁소소는 다시 호리독사를 돌아보며 물었다·
“할래요? 말래요?”
“이후에는요?”
“선의의 경쟁을 하는 거죠· 두 사람 모두 구제를 받을 수는 없잖아요· 왜요 제가 먼저 문제를 풀까봐 겁나나요?”
“아니 손을 잡으려면 나랑 잡아야지 호리독사랑 잡는다고?”
다른 건 몰라도 훔치는 거라면 나는 호리독사에게 안된다 이건가?
남궁소소의 빠른 상황파악에 이은 과감한 결단에 나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사실 돈이 궁하지 않기로는 호리독사보다 남궁소소가 더할 것이다·
남궁세가의 영애인 그녀가 무엇이 아쉽겠나·
나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심지어 나는 두 사람과 달리 곤장을 맞더라도 금전이 생기지 않는다·
엉덩이만 작살난다· 한 달 동안은 말도 탈 수 없을 것이다·
‘가만 말? 안장?’
며칠 전 호리독사가 안장이 낡아서 엉덩이가 자꾸 배긴다고 투덜대던 게 떠 올랐다·
“안장을 나랑 바꿉시다·”
“···!”
“···!”
“내가 앉아가는 말 안장은 항주 제일의 마구장에게 부탁해 만든 것으로 가볍고 부드러운 데다 푹신하기까지 해서 장거리 여행에도 전혀 피로하지가 않소· 한번 앉아보면 그 진가를 알 것이오·”
“내게서 훔쳐 간 전낭에 대해 영원히 눈감아 주겠어요· 안 훔쳤다는 말은 하지 말아요·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
위기감을 느낀 남궁소소가 급기야 전낭 훔친 일까지 끌고 들어왔다·
단지 나도 좀 묻어가자는 얘기였는데 이렇게 나온다면·
“그냥 말을 통째로 바꿉시다· 한혈보마까지는 아니지만 총군사님께서 타시는 말에 필적할 만큼 좋은 말이라고 자부하오·”
“말과 안장 받고요·”
“···!”
“···!”
“다음부턴 제가 밥을 푸겠습니다·”
“밥?”
“싫으십니까?”
“천만에· 그렇게 하시오·”
“오늘 누룽지는 제가 다 먹고요·”
“얼마든지·”
“고맙습니다·”
“그럼 나와 손을 잡는 것이오?”
“물론이지요·”
나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반면 남궁소소는 얼굴이 시뻘게졌다·
입술을 꽉 깨물며 눈을 내리까는데 작은 콧구멍에서 하얀 김이 펑펑 뿜어져 나왔다·
호리독사가 말했다·
“소저께는 그냥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정말요?”
“그렇습니다·”
“왜요?”
“같은 객원표사니까요·”
“그건 그렇죠·”
“누룽지 좀 드시겠습니까?”
“내가 긁어 줄까요?”
“좋죠·”
그러더니 남궁소소가 자리에서 일어나 가자미눈을 뜨고 나를 노려보았다·
이어 주걱을 홱 낚아채서는 직접 솥뚜껑을 열고 바닥을 박박 긁기 시작했다·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
야영지를 한 바퀴 돌고 왔을 때는 묘(卵)시를 훌쩍 넘긴 시각이었다·
아슬아슬하게 남아있는 모닥불 옆에서 남궁소소는 새우처럼 웅크린 채 잠들어 있었다·
‘고생이 많군·’
어쩌다 보니 나와 엮여 정말 고생이 많다·
내 자리에 있던 양털 침낭을 가져다가 가만히 덮어 주었다·
모닥불의 반대편에서는 호리독사가 코를 드렁드렁 골아대는 중이었다·
언제는 적들이 오기 전에 물건을 훔쳐야 한다더니·
‘혹시 사기 친 거 아냐?’
모닥불 속에 굵은 장작을 몇 개 집어넣었다·
이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운기행공을 시작했다·
내 몸속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을 조용히 관조했다·
얼마나 흘렀을까?
단전에서 깨어난 용은 십이경락을 타고 팔맥을 두드리며 힘차게 달리고 있었다·
삼백육십오 개의 혈도가 일제히 공명했다·
십이경락은 강하(江河)와 같고 기경팔맥은 호택(湖澤)과 같다고 했다·
호수와 못을 채운 용의 기운은 하단전 중단전 상단까지 차례대로 뜨겁게 달구었다·
그러다 백회혈을 뻥 뚫더니 마침내 오색찬란한 꽃을 피운 후 조용히 산화했다·
수없이 운기행공을 했지만 백회혈에서 꽃이 피는 걸 본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나는 벅찬 희열을 느끼며 눈을 떴다·
“후우···!”
마침내 천무진경의 여섯 번째 벽을 뚫었다·
총표두 곽석산이 조석으로 매달려도 십 년은 수련해야 볼 수 있을 거라는 육성의 경지를 고작 몇 달만에 밟은 것이다·
실로 감개가 무량했다·
더 놀라운 건 내게는 이미 꽉 찬 육십 년의 공력이 있다는 점이었다·
그런데도 하루가 다르게 공력이 쌓여가는 게 느껴졌다·
천무진경의 육성 벽을 이렇게 빨리 뚫을 수 있었던 것도 무시무시한 속도로 쌓여가는 이 공력 때문일 것이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달이 어느새 두 뼘이나 서쪽으로 옮겨간 상태였다·
대략 한 시진 정도 운기행공을 한 것 같았다·
천룡표국이 번을 설 차례가 되려면 아직 두 시진 정도는 남아있었다·
운기행공을 했더니 몸도 날아갈 듯 가벼워서 잠은 한 시진만 자도 충분할 것 같았다·
나는 다시 정신을 집중했다·
육십 년의 공력은 천무진경의 성취만 높여준 것이 아니었다·
얼마 전 백발노성에게 배운 망혼소의 성취가 심상치 않았다·
그때도 일 년은 걸릴 거라고 했던 이명을 내가 그 자리에서 듣는 걸 보고 백발노성이 기겁을 했었다·
한데 열흘도 지나지 않은 어제 나는 마침내 망혼소의 휘파람을 부는 데 성공했다·
“후우····”
길게 숨을 들이쉰 후 인간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미지의 휘파람을 불려는 순간·
“헛!”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모닥불의 이쪽저쪽을 살폈다·
남궁소소는 그대로 잠들어 있는데 호리독사만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었다·
“이 인간이 그러면 그렇지·”
망혼소고 뭐고 냅다 신형을 쏘았다·
장장 이십 리나 이어진 협곡의 기세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야영지 주변은 좌우의 깎아지른 비탈만 없을 뿐 곳곳에 크고 작은 바위들이 널려 있었다·
나는 일단 혈검대주와 사마옥의 막사가 나란히 마주하고 있는 쪽으로 잠행술을 펼쳤다·
잠행술이라고 해봐야 짐승처럼 네 발로 조용히 걷는 게 고작이었다·
‘은신술도 더 익혀야 할 텐데·’
일단 내 목적은 호리독사를 발견해서 그의 움직임을 살피는 것이었다·
만약 그가 물건을 찾는 데 성공한다면 어디에서 어떤 표정으로 나타나는지만 보아도 위치 정도는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은신의 첫 번째는 어깨선을 감추는 것이고 두 번째는 머리통을 감추는 것이다·
두 개의 막사가 어슴푸레 보이는 곳까지 도착한 나는 요강단지만 한 돌덩어리 옆에 머리를 붙이고 납작 엎드렸다·
이제 호리독사가 나타나기만 기다리면 된다·
반 각쯤 흘렀을까?
대여섯 장 앞의 땅거죽이 갑자기 스멀스멀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뭐지?’
내공을 있는 대로 끌어 올려 안력(眼刀)을 높였다·
그리고 하마터면 소리를 지르고 일어날 뻔했다·
뭔 시커먼 것이 땅바닥에 찰싹 붙어서는 막사 쪽을 향해 천천히 이동 중인 게 아닌가·
그 모습이 흡사 거대한 도마뱀 같기도 하고 장강에서 가끔 잡힌다는 악어 같기도 했다·
분명한 건 호리독사는 아니었다·
일단 그는 키가 저렇게 크지가 않다· 게다가 저기서 저런 모습으로 나타날 리도 없고·
어느 순간 괴인이 움직임을 멈추고 바닥에 척 붙었다·
그러자 다시 땅거죽이 되어버려 전혀 알아볼 수가 없었다·
‘상승의 은신술!’
왜 갑자기 이동을 멈췄을까?
누구인지 모르지만 분명 아군은 아니다·
이제라도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지르려는 순간 머릿속으로 천둥 같은 전음이 울렸다·
[호흡을 멈추게!]
설인탁이었다·
나는 이유를 따져볼 겨를도 없이 일단 호흡부터 멈추고 기척을 숨겼다·
그리고 눈알을 열심히 굴리며 설인탁이 숨어 있을 만한 곳을 찾았다·
그때 또다시 울리는 전음·
[바위 아래에 앉아있네·]
나는 조금 전 괴인을 발견했을 때보다 더 놀랐다·
주변에 있는 바위라곤 괴인이 엎드려 있는 바로 옆의 크고 작은 세 개가 전부였다·
하지만 그 바위 아래 어디에도 사람의 형체는 찾아볼 수 없었다·
설인탁이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면 그야말로 완벽한 은신술이었다·
내가 숨을 멈추고 기척을 숨기자 괴인은 다시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제 보니 도마뱀이나 악어가 아니라 이무기 같았다·
[한 식경 전에 야영장으로 저런 것이 다섯 마리가 들어왔네· 나머지는 유성표국의 표사들이 추적 중일세· 저건 두령 같은데 총군사님의 막사로 향하고 있군·]
이중삼중의 경계망을 뚫고 다섯 명이나 침투해온 것도 놀랍지만 무려 한 식경이나 되었다는 게 더 놀랍다·
그러나 가장 놀라운 건 설인탁과 유성표국의 표사들이 처음부터 그걸 눈치채고 추적 중이라는 사실이었다·
[왜 잡지 않는 것입니까?]
[접촉하거나 돕는 자가 있는지 보려고·]
[그건 왜요?]
[그자가 간자일 테니까·]
[간자가 있다고요?]
[지난 사흘 동안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들이 우리가 가는 길을 정확히 한나절 앞서가고 있는 정황을 포착했네· 그리고 오늘 그들이 내부의 누군가와 내통하고 있음을 확신했지·]
사마옥은 마지막 목적지가 어딘지 말해주진 않았다·
그러나 그날그날 이동해야 할 거리와 장소는 알려 주었다·
오늘 아침부터 시작해 강까지 오는 동안 최소 십여 차례 이상의 갈림길을 만났다·
한데 놈들은 우리가 그 열 번의 선택을 거쳐 포구 마을에 도착할 거라는 걸 한나절이나 앞서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확실히 간자가 있음을 의심할만한 대목이었다·
한데 설인탁은 지난 사흘 동안이나 정체 모를 무리가 한나절 정도 앞서가고 있음을 대체 어떻게 알았을까?
게다가 조용히 때를 기다렸다가 이렇게 적을 역이용해 간자를 색출해 내려는 주도면밀함까지·
나로서는 상상도 못 할 경지에 그만 입이 쩍 벌어졌다·
‘이것이 명표!’
그러다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혹시 저도 의심한 겁니까?]
[반각 전까지는 그랬지·]
반각 전이면 호리독사를 찾기 위해 네발로 기어올 때부터 지켜보았다는 말이 된다·
맙소사· 나라도 의심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 같았다·
[한데 왜?]
[소리를 지르려는 걸 보고 알아차렸지·]
[아무리 그래도 저처럼 신분이 확실한 사람을·]
[그래서 방심하기 더욱 좋지·]
[그것도 그렇군요·]
[자넨 왜 그곳에서 매복을 하고 있었나?]
[그건····]
그때였다·
툭!
작은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소리에 재빨리 눈알을 굴려 옆을 보았다·
그러자 삼 장 정도 떨어진 곳에서 무언가 네 발로 슬금슬금 기어오고 있었다·
‘남궁소소?’
눈에서 불이 나오는 걸 보니 나와 호리독사가 없어진 걸 뒤늦게 알고 화가 잔뜩 난 모양이었다·
갑작스러운 사람의 등장에 깜짝 놀란 괴인은 또다시 바닥에 찰싹 붙었다·
그런데 하필 남궁소소가 기어가는 방향에 그가 위치해 있었다·
‘혼란하다· 혼란해·’
괴인의 자세가 갑자기 변했다· 두 팔을 당겨 바닥을 짚고 고개는 가만히 들어 남궁소소를 노려보았다·
입에는 언제 뽑았는지 단도 한 자루가 물려 있었다·
그 모습이 흡사 먹잇감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독사 같았다·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린 남궁소소가 불과 일장의 거리를 남겨두고 뚝 멈췄다·
순간 괴인의 신형이 벼락처럼 숫구쳐 올랐다·
그와 동시에 바위 아래로부터 칼 한 자루가 튀어나와 괴인의 허리를 아래에서 위로 두 번이나 베어갔다·
싹! 싹!
괴인의 신법은 실로 경이로웠다· 그 찰나의 순간에 허공에서 몸을 팽그르르 뒤집으며 설인탁의 칼을 두 번이나 피했다·
아니다· 설인탁이 일부러 헛칼질을 하며 괴인을 내 쪽으로 몬 것이었다·
삼 장 앞에서 착지를 한 괴인은 바닥을 박차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넙치처럼 땅바닥에 찰싹 붙어 있던 나는 벌떡 솟구치며 괴인의 발목을 덥석 잡았다·
그리고는 구성의 공력으로 괴인을 허공에서 한 바퀴 힘차게 돌린 후 땅바닥에다 거꾸로 패대기쳤다·
뻑!
귀신도 예측 못 했을 불의의 기습에 괴인은 속절없이 당했다·
보다 완벽한 제압을 위해 나는 놈의 머리통을 다시 한번 걷어찼다·
뻐억!
그 소리를 시작으로 야영장 이곳저곳에서 비슷한 소리들이 연이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짧은 비명과 타격음이 요란하게 이어지길 잠시 세상은 한순간 다시 고요해졌다·
그때부터는 또 다른 소리들이 잠든 야영지를 깨웠다·
모닥불 가에서 잠을 자고 있던 사람들 전부가 도검을 꼬나쥐고 벌떼처럼 일어난 것이다·
“적이다!”
“어디야!”
“몇이야!”
백여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무장을 갖추고 주변을 살피는 데는 촌각의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나와 호리독사를 찾으러 나왔다가 난데없는 상황을 맞은 남궁소소는 어벙벙한 얼굴이 되었다·
잠시 후 유성표국의 표사들이 사로잡은 괴인들을 끌고 나와 설인탁이 있는 곳으로 끌고 왔다·
그때쯤엔 사마옥도 무장을 갖추고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