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Escort Warrior Chapter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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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화·  < 첫 단독임무(5) >

———————

“용신방 놈들을 찾았네·”

“매소옥은요?”

“무사하네·”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호수 건너편 외딴 마을의 버려진 농가에 있네· 여기서 멀지도 않고 우리 아이들이 이중삼중으로 감시하고 있으니 놓칠 염려도 없네·”

“고생 많으셨습니다· 선배님들 덕분에 하마터면 미제로 남을 뻔한 사건을 수월하게 풀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이 끝나는 대로 객원표사비는 물론이거니와 수하들의 몫까지 확실하게 챙겨드리겠습니다·”

“필요 없네·”

“알겠습니다·”

“···!”

“···?”

“대답 한번 잽싸군·”

“아무래도 다른 걸 원하시는 것 같아서요· 일단 말씀을 들어보고 원하는 걸 들어드릴지 원래대로 돈을 드릴지 생각해 보겠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네· 우리가 천룡표국 십칠각의 객원표사로 일하는 건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일세· 다시는 이런 일로 우릴 찾아오지 말게·”

내 이렇게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어떻게 구한 객원표사인데 한 번만 쓰고 버릴 수야 있나·

서호삼견의 실력을 보고 나니 더 강렬하게 손에 넣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십칠각의 빈 자리도 채우고 못된 인간들도 구제하고·

“흑도인들의 시선 때문입니까?”

“그런 이유도 있음을 부정하지 않겠네·”

“역용을 하고 몰래 도와주시면 어떻습니까? 마침 저의 객원표사들 중에 신의 손을 가진 역용술사가 한 명 있습니다· 얼굴도 예쁘고요·”

“말이 길어지는군·”

“알겠습니다· 그리 하겠습니다·”

“그럼 알아들은 걸로 알겠네·”

“그건 그렇고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

“원래는 일이 모두 끝난 후에 말씀드리려고 했습니다만·”

나는 품속에서 미리 준비해둔 종이 한 장을 꺼내 앞으로 내밀었다·

옆에 있던 이견과 삼견의 머리통이 일견의 좌우로 바짝 붙었다·

“이게 뭔가?”

“지난 수년간 공주마마께서 항주의 유명한 요릿집들을 섭렵하신 후 특별히 마음이 쓰이는 곳들을 적은 명단입니다· 마지막에 적혀 있는 것이 이번에 다녀가신 취선루이고요·”

“그래서?”

“공주마마께서 취선루의 일을 겪으신 후 충격이 매우 크셨던 모양입니다· 하여 진왕전하께 부탁을 하셨고 다시 진왕전하께서 제게 이 명단을 주시며 흑도들에게 갈취를 당하고 있지는 않은지 직접 살펴보라고 명하셨습니다·”

“뭐!”

세 쌍의 눈동자가 동시에 주먹 만 하게 커 졌다·

침이 꼴딱꼴딱 넘어가는 소리가 들리길 잠시 일견이 흥분을 가라앉히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전부 우리가 관리하는 곳이군·”

“진왕전하께서 주신 명단 중 선배님들 구역에 있는 것들만 제가 추렸으니까요· 다른 곳들도 궁금하십니까?”

“됐고· 설마 지금 우리에게 일곱 개 반점을 내놓으라는 건 아니겠지? 미리 말해두는데 그건 전쟁을 하자는 것과 다름없네·”

서호삼견의 눈동자에서 불똥이 튀었다· 분위기를 읽은 가불염과 조영영이 슬그머니 나의 옆으로 와서 섰다·

“그럴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습니다·”

“확실한가?”

“제가 아무리 간이 배 밖으로 나왔어도 겨우 요릿집 몇 개 먹자고 서쌍교방과 전쟁을 하겠습니까? 저도 솔직히 귀찮습니다·”

“한데 이걸 왜 우리에게 주는 건가?”

“진왕전하께서 부탁을 하신 이상 저도 모른 척 할 수는 없습니다· 당장 매달 한 번씩 보고도 올려야 하고요·”

“보고?”

“안심을 시켜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뭔가 하고 있다는 것도 보여드리고요·”

서호삼견이 제아무리 날고 긴다고 해도 고작 항주 흑도방파의 고수들에 지나지 않는다·

진왕이라는 두 글자는 그들의 이성을 완전히 마비시켜 버렸다·

“그래서 우리더러 뭘 어쩌란 건가?”

“일단 수하들에게 빌어먹을 무전취식부터 못 하게 하십시오· 점주들에게 욕질에 협박하는 것도 삼가도록 하고 걸핏하면 칼부림하는 것도 좀 제발 막아 주십시오· 요릿집이 무슨 도살장도 아니고·”

“그게 우리 방식일세·”

“그런 건 전 모르겠고요· 요릿집 주인들과 점소이들의 입에서 흑도놈들 때문에 못 해 먹겠다는 소리만 나오지 않도록 해주시면 됩니다· 그러면 진왕전하께는 제가 적당히 꾸며서 보고를 올리겠습니다·”

개가 똥을 마다하지 흑도들이 협박을 안 하고 살까?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다·

농부들이 황소를 길들일 때는 먼저 코부터 꿴다·

그런 다음 고삐를 묶어 조금씩 수레도 끌게 하고 밭갈이도 시킨다·

만약 이미 끼워둔 코뚜레가 빠지면? 괜찮다· 새로 만들어 끼우면 된다·

“그럼 선배님들 객원표사비는 제가 잘 쓰도록 하겠습니다· 대신 수하들 몫은 조금 챙겨드리겠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탁주는 한잔 걸쳐야지요· 이제 슬슬 출발할까요?”

***

반쯤 무너진 지붕 여기저기 뒹구는 건물의 잔해들 바람에 삐걱거리는 문짝까지·

버려진 농가는 흉물이 따로 없었다· 그래서 숨어들기에 딱 좋았다·

놈들은 불도 피우지 않고 농가 구석구석에 숨어들어 추위를 피하고 있었다·

나는 언덕배기에 엎드려 그 모습을 훔쳐보았다·

“안 덮치고 뭘 하는 건가?”

“아직 안 됩니다·”

“딱 치기 좋게 모여있는데 왜?”

“우리는 지금 상대 방파를 쓸어버리러 온 흑도가 아닙니다· 매소옥의 안전을 확보하기 전에는 함부로 움직일 수 없습니다·”

“설마하니 죽이기야 하려고?”

“막다른 길에 몰리면 무슨 짓을 벌일지 알 수 없습니다· 매소옥을 인질로 삼고 다시 도주로를 열려고 할 수도 있고요·”

“그럼 이대로 지켜만 보자고?”

“누군가 한 명 잠입을 해야겠습니다· 마을 주민이 지나가다 들린 것처럼 찾아가 스스로 잡히는 것이죠· 그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매소옥의 안전을 확보한 다음 신호를 주면 우리가 덮치는 겁니다·”

“사로잡힌 놈이 무슨 수로 매소옥의 안전을 확보하고 신호까지 준단 말인가?”

“그건 현장 상황을 보고 알아서 판단해야죠·”

“만약 놈들이 단칼에 베어버리면?”

“설마요?”

“나라면 그렇게 했을 것이네· 도주하는 중에는 포로만큼 귀찮은 것이 없지· 인질로서 가치가 전혀 없다면 더더욱· 그리고 저들 역시 우리처럼 피도 눈물도 없는 흑도라는 걸 잊지 말게·”

듣고보니 살짝 겁이 났다·

“제가 가겠습니다·”

갑자기 나선 사람은 조영영이었다·

“전 여자라서 단칼에 죽이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관리의 효율을 위해서라도 매소옥과 함께 있게 해줄 가능성이 크고요· 남자가 아니니 구태여 포박을 하려 들지도 않을 것이고요· 그러면 여러분이 쳐들어 와 싸움이 벌어졌을 때 제가 놈들로부터 매소옥을 지켜줄 수 있어요·”

나도 서호삼견도 가불염도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조영영의 작전이 너무나 간편하면서도 그럴 듯하기 때문이다·

조영영이 스스로 말하기 부끄러워 건너뛰었지만 사실 저렇게 예쁜 여자가 나타났는데 단칼에 베어 죽일 미친놈은 없다·

내가 물었다·

“그 모습으로 가면 수상하게 여길 거요·”

“인근 농가로 들어가서 농부의 아낙으로 변장할게요· 한 식경만 주세요·”

“얼굴도 고쳐야 하오·”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어요·”

얼굴을 알아보는 놈이 있어도 문제고 없어도 저렇게 아름다운 여자가 나타나면 분명 수상하게 여길 것이다·

“역용은 할 줄 아시오?”

“남궁 소저만큼은 아니지만 잠깐 정도는 속일 수 있을 거예요·”

“남궁 소저가 역용술에 능하다는 건 어떻게 아시오?”

“아까 객점에서 말한 신의 손을 가진 역용술사가 남궁 소저 아닌가요? 얼굴도 예쁘다고 한·”

나는 순간 아차 싶었다· 남궁소소가 맞긴 맞는데 왜 하필 거기다 쓸데없이 예쁘다는 말까지 덧붙였을까·

상황이 묘하게 됐다· 조영영 때문에 목숨을 끊으려고 했던 이정룡이 불과 몇 달이 지나 이제는 그녀 앞에서 다른 여자를 두고 예쁘다 말하고 있으니·

그걸 지켜보는 조영영은 또 어떤 기분일까?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지·

“변장을 한 다음 마을 쪽에서 바로 농가로 들어가시오· 망태기를 하나쯤 들고가도 좋고· 분명 한 놈쯤은 구멍으로 척후를 살피고 있을 것이오·”

“알았어요·”

“신호는 따로 줄 것 없소· 소저가 들어가고 반각만 기다렸다가 우리도 덮칠 거요· 그러니 반각 안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매소옥의 곁에 있으시오·”

흥분과 초조함에 사로잡힌 놈들이 조영영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매소옥을 구하자고 조영영을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다·

“기다리고 있을게요·”

조영영은 척후병의 시선을 피해 마을 쪽으로 신형을 쏘았다·

그 모습이 흡사 바람처럼 표표해 약간은 안심이 되었다·

이정룡이 조영영의 어떤 면을 사랑했는지 나로서는 알 길이 없다·

그녀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상실감이 얼마나 컸기에 스스로 호수에 몸을 던졌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두 가지는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병룡에게는 너무나 아까운 여자라는 것·

과거에는 어땠을지 모르나 지금은 그녀 역시 이병룡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

한식경 후 농부의 아내로 변장한 조영영이 낫이 든 망태기를 옆구리에 낀 채 버려진 농가 앞을 지나갔다·

그러다 갑자기 인기척이라도 느낀 것처럼 안쪽을 기웃거렸다·

그 순간 시커먼 그림자 하나가 튀어나와 그녀의 입을 틀어막고는 안쪽으로 끌고 들어가 버렸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슬슬 준비하시죠·”

“모조리 죽여라!”

“죽이면 안 됩니다!”

“한 놈도 남기지 마라!”

“그러면 안 된다니까요!”

일견과 내가 선두에서 번갈아 외치며 농가로 뛰어들었다·

동시에 좌우에서도 열 명의 흑도들이 흡사 잘 훈련된 자객들처럼 담벼락을 타고 넘었다·

“웬 놈들이냐!”

“서쌍교방의 서호삼절이시다!”

“천룡표국의 객원표사들이오!”

농가 곳곳에 숨어 있던 용신방의 잔당들이 칼을 뽑아 들고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지금 이곳에서 가장 고수는 누가 뭐래도 서호삼견이다·

맹수를 세 마리나 데리고 와놓고 내가 앞장 서서 싸울 필요야 있겠나·

그렇다고 놀고 있을 수는 없으니 한두 놈 정도는 맡아야 한다·

나는 쏟아져 나온 놈들 중에서 가장 체구가 작고 어리바리한 놈을 향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네 놈은 내 몫이다!”

깡!

격렬한 첫 합의 순간 나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손목을 타고 짜르르 올라오는 충격은 내가 생각하는 흑도 졸개의 그것이 아니었다·

놀라 두 걸음을 후다닥 물러나는 사이 그새 한 놈의 허리에서 피를 터뜨린 이견이 나를 향해 읊조렸다·

“용신방주와 아는 사이였나?”

그 순간 그림자처럼 따라붙은 용신방주의 칼이 일도양단의 기세로 뚝 떨어졌다·

모골이 송연해지며 이능력이 발동되었다·

나는 수천 번도 더 수련한 귀영무의 보법을 펼치며 옆으로 유령처럼 미끄러졌다·

용신방주의 칼이 서늘한 바람을 일으키며 왼쪽 어깨를 쓸고 내려갔다·

그러다 돌연 방향을 바꾸더니 질풍처럼 옆구리를 베어왔다·

전력을 다해 휘두른 칼질에서 다시 변초를 이끌어 내는 솜씨가 가히 일품이었다·

손바닥만한 방파의 방주라고 얕본 마음이 없지 않았다·

한데 오늘 보니 무공의 고하는 방파의 크고 작음과는 관련이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나도 이제 어지간한 무림인은 두렵지 않았다·

이래 봬도 화조신옹과 백백곡주를 쓰러뜨린 몸이다·

이능력과 천년진기와 30년 공력만으로도 나는 이미 어떤 방면으로는 일류고수의 수준에 근접했다고 자부했다· 그러나····

까앙!

두 번째 격돌의 순간 칼이 손을 떠나 구만리 허공을 날아갔다·

매번 느끼지만 박도로 장작을 쪼개는 거라면 모를까 칼은 나랑 맞지 않는 것 같다·

“각주님!”

가불염이 나를 도우러 달려왔다· 하지만 나는 이미 칼을 쳐 내느라 활짝 열린 용신방주의 가슴을 향해 귀영무의 보법을 펼치며 벼락처럼 파고드는 중이었다·

그리고 월성교옹에게서 보름 전부터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뇌격진천연환백팔타 강호인들이 흔히 십초박이라 부르는 권법의 십 초식 중 선팔초(先A招)를 난사했다·

퍼퍼퍼퍼퍽!

그리고는 역시 귀영무의 보법을 펼쳐 세 걸음을 후다닥 물러났다·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 것처럼 일어난 일이었다·

“쿨럭!”

용신방주는 입으로 피를 한 모금이나 토해 내더니 도끼 맞은 고목처럼 앞으로 고꾸라져 버렸다·

털썩!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주변으로 먼지가 솟아올랐다·

격전을 치르는 와중에도 모두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양손을 내려다보며 전율을 느꼈다·

죽어라고 노력했지만 그때마다 월성교옹으로부터 ‘내일부터는 차라리 원숭이를 데려다 가르쳐야겠다· 그러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돈이라도 던져 줄 테니까’라는 말만 들었다·

한데 이 무시무시한 위력은 무엇이란 말인가·

‘이것이 십초박!’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십초박의 공능이 아니다·

고작 보름을 수련해서 이렇게 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남은 건 한 가지 30년 공력을 바탕으로 한 귀영무의 보법 때문이다·

여태 도망치고 피하는 데만 썼던 귀영무의 보법이 십초박이라는 찰떡궁합의 권법을 만나면서 위력을 권법으로 발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순간 월성교옹의 한 마디가 번개처럼 스쳐 갔다·

“장담컨대 네가 이 보법을 육성까지만 익히면 손발이 제아무리 개싸움을 하고 있더라도 일류고수 소리를 들을 것이다·”

육성은커녕 아직 일성의 단계도 제대로 접어들지 못 했다·

용신방주가 제아무리 이름 없는 잡방의 방주라지만 이 정도로 간단하게 쓰러뜨릴 수 있을 줄이야·

만약 육성까지 익히면?

상상만 해도 오금이 저린다·

“각주님?”

가불염이 부르는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주변을 돌아보니 어느새 싸움이 거의 정리된 상태였다·

서호삼견만으로도 벅찬데 생각지도 않았던 내가 용신방주를 십초지적으로 때려 눕혀 버리자 잔당들이 전의를 상실한 것이다·

“조영영은?”

“여깄어요!”

방문을 박차고 나오는 사람은 조영영이었다·

그녀는 한 손에 낫을 들고 있었는데 이미 한바탕 격전을 벌인 듯 피가 묻어 있었다·

뒤를 이어 무슨 짓을 했는지 몸에 온통 진흙을 묻힌 여자가 나타났다·

30년 전 비 내리는 수양버들 아래에서 내게 우산의 한쪽을 나눠 주었던 그림 속의 여자였다·

남루한 와중에도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마치 눈 내리는 날 아침 마당 한쪽에 조용히 피어 있는 매화를 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매소옥에게 나는 천룡표국의 사공자 이정룡일 뿐이었다·

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사뿐사뿐 걸어왔다· 그리고 서너 걸음을 앞두고 두 손을 가운데로 가지런히 모은 채 공손하게 허리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다친 곳은 없소?”

“보시다시피 무탈합니다·”

“다행이구려·”

“은혜는 꼭 갚겠습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매소옥은 말 수가 참 적다· 그러나 입으로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말을 얼굴로 했다·

그녀가 눈을 한번 감았다가 뜨는 순간 속눈썹이 젖더니 눈물 두 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내가 자신을 구하러 이 먼 곳까지 와준 것에 대해 진심으로 고마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때였다·

퍽퍽! 소리에 놀라 돌아보니 이견이 수하들로 하여금 용신방주를 뒤에서 붙잡게 한 후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고 있었다·

그새 무슨 짓을 당했는지 용신방주는 옷이 죄다 찢어져 맨살을 훤히 드러내 놓고 있었다·

내가 다가가며 물었다·

“왜 그러시는 겁니까?”

“알 필요 없네·”

가불염을 돌아보며 눈짓으로 이유를 물었다·

“용신방주가 삼절 선배들께 언제부터 천룡표국의 개 노릇을 했냐고 물었습니다·”

어떤 상황인지 알만하다· 나는 다시 이견을 돌아보았다· 그때까지도 그는 용신방주를 얼굴을 뻑뻑 치고 있었다·

“멈추십시오·”

“난 자네 수하가 아닐세·”

“하지만 객원표사이시지요·”

“그깟 객원표사 개나 주라지·”

“그래서 세 분께 드렸잖습니까?”

“뭐!”

“이러니 삼견이라는 소리를 듣는 겁니다· 시도 때도 없이 욕하고 주먹질하고 걸핏하면 죽인다고 협박이나 하고·”

“이런 미친!”

“그리고 아침에 객점에서 식사하실 때는 제발 좀 작게들 말씀하십시오· 공공장소에서는 조용히 하는 게 예의입니다·”

삼견이라는 말에 눈을 치켜 뜨던 세 노인이 움찔하고 놀라는 게 느껴진다· 삼견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안 잤나?”

“선배님 같으면 지난 밤 함께 밥먹고 잠든 동료들이 선배님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버리겠다며 계획을 짜고 있는데 잠이 오겠습니 까?”

“무슨 계획씩이나·”

“방법이 생각 안 나신거겠죠·”

“깼으면 같이 밥이라도 먹게 내려올 것이지·”

“독이라도 탔으면 어쩌려고요·”

“껄껄· 농담도 잘하는 군·”

일견과 이견은 여전히 분이 안 풀리는 눈치였지만 그렇다고 시비를 걸지도 못 했다·

눈깜짝할 사이에 세 사람을 합죽이로 만들어 버린 나는 용신방주에게 다가갔다·

얼굴이 만신창이가 된 와중에도 그는 의식이 멀쩡했다·

심지어 나를 쏘아보는 눈빛에는 독기가 가득했다·

“이렇게까지 해야 했소?”

“모두 내가 매소옥을 납치한 줄로만 알겠지만 약속을 어긴 건 녹원루주가 먼저다· 그는 일 년 전에 계약이 끝났는데도 불구하고 차일피일 미루며 돈을 한 푼도 주지 않았어·”

“돈이라니?”

“매소옥의 몸값 말이야·”

“그녀를 대여해 주는 형식으로 계약을 한 것이오?”

“항주 유흥가에서 매소옥은 곧 돈이고 권력이야· 그녀를 손에 쥔 사람이 돈뿐만 아니라 권력도 함께 갖게 되지· 내가 그걸 순순히 내 줄 리가 없잖아·”

“매 소저도 동의했소?”

“매소옥은 누가 뭐래도 내것이다· 소매치기로 떠돌던 계집애를 내가 주워다 먹이고 가르쳤다· 내가 아니었으면 저잣거리를 떠돌다 싸구려 홍루····”

광기· 이성으로는 설명할 수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어떤 광기가 용신방주에게서 느껴졌다·

순간 나는 옆에 있던 가불염의 허리줌에서 벼락처럼 칼을 뽑아 들었다·

이어 목을 치는 것처럼 하면서 용신방주의 상투를 뎅겅 잘라 겁을 주려는 순간 매소옥이 앞을 막아섰다·

“안돼요!”

“그게 아니고·”

“그냥 보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이런 자를 왜?”

“그는 제게 칠현금을 가르쳐 주었어요· 그날 이후 악몽 같던 제 삶이 바뀌었어요· 그것만으로도 제게는 그를 살려야 할 이유가 충분해요·”

그녀는 천천히 돌아서더니 갑자기 자신의 모피 옷을 벗어 용신방주에게 덮어 주었다·

그리고 용신방주를 향해 큰절을 올렸다·

“그동안 보살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앞으로 사는 동안 다시는 만나지 말아요·”

그게 그녀의 마지막 작별 인사였다· 나는 일견을 향해 눈짓했다·

일견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큰소리로 외쳤다·

“지금부터 열을 세겠다· 그때까지 이 농가에 용신방 놈들이 한 명이라도 남아있다면 서호삼절의 이름을 걸고 숨통을 끊어주마!”

용신방의 잔당들이 방주와 부상자들을 부축하고 빠르게 사라졌다·

장내가 대충 정리되자 조영영이 내게 다가와 말했다·

“녹원루로는 돌아갈 수 없어요·”

짧은 말에서 어떤 결의 같은 것이 느껴졌다·

매소옥은 조영영과 한발 떨어진 뒤쪽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쩐지 조영영의 뒤에 숨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조영영이 고집을 피우며 날 따라온 이유를 복룡당보다 먼저 매소옥을 찾아야 했던 이유를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그때까지 입고 있던 모피옷을 벗어 조영영에게 건네주었다·

요즘 하얀 모피옷이 유행인 것 같아서 큰맘 먹고 지른 것이다·

“입혀 주시오·”

조영영은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돌아서서 모피옷을 매소옥에게 입혀 주려고 했다·

그러자 매소옥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진흙탕에서 굴렀어요·”

“입으시오·”

“옷이 더러워질 거예요·”

“입으시오·”

나는 다시 조영영을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영영이 더는 기다리지 않고 옷을 입혀 주었다· 그제야 매소옥도 조금 안정을 되찾는 것 같았다·

나는 다시 조영영을 돌아보며 말했다·

“아시다시피 우리가 상대해야 할 곳은 녹원루가 아니라 천룡표국의 복룡당이오· 내 둘째 형님께서 이끄시는 곳이고·”

“녹원루는 안돼요·”

“항주에서 천룡표국의 표사들이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곳이 딱 한 곳 있소· 내가 아는 그곳의 주인이라면 우릴 도와줄 것이오·”

“하면?”

“그곳까지 데려다 주겠소·”

“하아·”

내가 매소옥을 다시 녹원루로 데려가겠다고 할까 봐 말도 못 하게 긴장했었나 보다·

고맙다는 말을 할 사이도 없이 안도의 한숨부터 내쉬는 조영영의 얼굴에서 뭐라 말할 수 없는 간절함이 느껴졌다·

“그 전에 매 소저께서 십칠각에 개인호위를 의뢰하셔야 하오· 그래야 서로 만나게 됐을 경우 내게 복룡당에 대항하여 매 소저를 지켜 줄 명분이 생기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사람은 여기 아무도 없었다·

조영영도 가불염도 그리고 서호삼견도 모두 표정을 굳혔다·

“잠깐!”

역시 일견이 나섰다·

“우린 여기서 빠지겠네·”

“그렇게 하십시오·”

나는 품속에서 전낭을 꺼내 일견에게 넘겼다· 그리고 예의를 갖춰 정중하게 포권지례를 올렸다·

“도와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가불염과 조영영 그리고 매소옥까지 나를 따라서 극진한 예를 갖추었다·

“모두 가자!”

서호삼견을 필두로 흑도들이 우르르 농가를 빠져나갔다·

저만치 멀어졌을 때 삼견이 ‘어차피 가는 길인데 항주까지는 같이 가면 안 되겠습니까? 가다가 탁주도 한잔하고요·’라고 묻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농가에는 나와 가불염 그리고 두 명의 여자만 남았다·

조영영이 내게 물었다·

“괜찮으시겠어요?”

“곤란한 건 소저도 마찬가지 아니오?”

“소옥만 구하면 다른 건 두렵지 않아요·”

“나도 원래 집안에서 내놓은 놈인지라·”

내 농담에 조영영이 피식하고 웃었다· 이렇게 진심으로 웃는 건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의뢰비는····”

“이미 받았소·”

“언제?”

“아주 오래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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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incarnated Escort Warr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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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2
My dream is to become an escort warrior that rides on a cool horse and transports goods. But I’ve got a limp leg and I’m unable to learn decent martial arts. I’ve lived as a porter working odd jobs for the entirety of my life. Until I died because of the mountain bandits that I met during an escort mission. But… ‘I became the fourth young master, Lee Jungryong?!’ When I died and woke up, I was reborn as the Heavenly Dragon Escort Agency’s infamous good-for-nothing youngest son. The weakling, Lee Jungryong, will become the best escort warrior in this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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