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Escort Warrior Chapter 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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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화·  < 죽은 자들의 땅(3) >

공동은 어지간한 전각 서너 개 정도는 통째로 들어찰 수 있을 만큼 넓고 거대했다·

덕분에 제단과 석관들이 늘어선 곳을 제외하면 전부가 비어 있는 땅이었다·

그 넓은 곳을 모두 비추던 횃불들이 하나둘씩 꺼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결국엔 하나도 남지 않았다·

횃불들이 사라지면서 공동은 다시 어둠 속에 잠겼다·

하지만 한쪽으로부터는 여전히 밝은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제단 좌우의 청동화로에서 타오르는 불 때문이었다·

밝은 별 열 개가 달 하나만 못 하다더니 사람 키 높이까지 솟구치는 청동화로의 불길 두 개가 횃불들 전부를 합친 것보다 나았다·

그런가 하면 청동화로의 아래에는 얼마나 오래되었는지도 모를 장작들이 잔뜩 쌓여있었다·

이 정도면 몇 날 며칠이고 불을 지필 수 있을 것 같았다·

‘저건 또 누가 가져다 놓은 걸까?’

한편 야율극리는 제단이 올려다보이는 앞쪽 돌바닥에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그리고 연소교로부터 빼앗은 죽간 하나를 꺼내 구결을 열심히 읽는 중이었다·

내가 어디에서 무얼 하든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사방이 닫힌 이곳에서는 어떻게 기습을 해오더라도 완벽히 감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일 것이다·

“공동이 아무리 거대해도 밤새 청동화로를 피우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닙니다· 정 불빛이 필요하다면 하나는 완전히 끄고 나머지 하나도 불길을 좀 줄이는 게 어떻겠습니까?”

자신에게 거는 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야율극리는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순순히 물러날 내가 아니었다·

“밀폐된 장소에서의 불피우기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말씀드리는 겁니다· 이동 중 장막을 치고 화톳불을 지펴보았다면 잘 아실 텐데요· 자다말고 훅 가는 수가 있습니다· ”

“생각이 너무 많군·”

“제 목숨도 달려 있으니까요·”

야율극리는 그제야 고개를 들어 조금 떨어진 곳에서 할 일 없이 앉아 있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때가 되면 제물로 바칠 거라고 공언했는데도 포기하지 않는 내가 한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또 이해가 되는 듯한 표정이었다·

“과거 위대한 대종사들께서는 어느 순간이 되면 자신의 마지막 때를 미리 알고 이곳으로 찾아오셨다고 한다· 그리고 이레 동안 홀로 고요히 참선하며 지나온 삶을 반추하셨지·”

임종정념(臨終正念)이라는 말이 있다·

수행자가 생의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 마음을 가다듬고 조용히 죽음을 받아들이는 일을 말한다·

“다시 말해 이레 동안은 이곳에서 불을 피워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뜻이지· 그건 곧 어딘가에서 작은 구멍들을 통해 계속 환기가 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동이 트는 때를 어떻게 알까 했더니만 다 계획이 있으셨군요· 눈 덮인 봉우리에 해가 비치기 시작하면 어딘가에서 실낱같은 빛이 들어올 테니까 말입니다·”

“잘 알아들은 것 같군·”

“그럼 계속 볼일 보십시오·”

대화를 끝낸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까이 있는 청동화로로 다가갔다·

이어 활활 불타는 장작들 중 적당한 굵기의 소나무를 하나 골라 집어 들었다·

다음엔 손으로 쩍쩍 찢어 세 조각으로 만든 후 다시 뭉쳐 한 손에 쥐었다·

한 조각으로만 된 장작은 금방 불이 꺼지지만 세 조각을 하나로 뭉치면 제법 오랫동안 버틴다·

특히 소나무 장작은 송진이 많고 화력이 좋아서 이렇게 하면 임시로나마 횃불처럼 쓸 수도 있었다·

“무얼 하려는 거지?”

“선천오법술의 구결을 어디에다 적어야 할지 몰라서요· 지필묵이 있을 것 같지는 않으니 석판으로 쓸 돌덩어리라도 찾아 새겨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 이유라면 멀리 갈 것도 없이 네가 앉아 있는 바닥이야말로 가장 큰 석판이다·”

이 인간이 돌덩어리로 자기 뒤통수를 찍으려는 줄을 어떻게 알고·

“그것도 좋은 생각이군요· 하면 송곳 대신 쓸 돌조각이라도 찾아보겠습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바닥에 살짝 긁기만 하겠습니다· 천년만년 기록으로 남길 것도 아닌데 지금 당장 읽을 수만 있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무슨 꿍꿍이속인지 모르겠지만 마음대로 해도 좋다· 어차피 동이 틀 때까지는 온전히 너의 시간이니까·”

사방은 막혀 있고 무기는 모두 빼앗겼으며 상대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강한 존재였다·

마치 우리에 갇힌 짐승이라도 된 듯한 기분이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 보아도 뾰족한 수가 생각나지 않았다·

시간은 얼마나 흐르고 또 남았으려나· 어떻게든 방법을 생각해 내야 한다·

동이 트기 시작하면 야율극리는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지기 위해서라도 나를 제단 위에 올려놓은 다음 발끝에서부터 한 토막씩 잘라낼 것이다·

그때부터는 야율극리의 시간이다·

나는 고통에 못 이겨 선천오법술의 구결을 모두 털어놓든가 아니면 마지막까지 버티다가 장렬하게 죽어야 한다·

‘꿀꺽·’

제단에 누워 생선처럼 토막 난 내 다리를 내려다본다고 생각하니 입안이 바짝 마르면서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때쯤 나는 제단의 뒤쪽에 늘어선 석관들을 따라 오른쪽으로 한참을 걸어간 상태였다·

마지막 석관이 있는 곳에 이르자 청동화로의 불빛이 희미해지면서 이상한 형태의 석벽이 나타났다·

사실 횃불이 모두 켜져 있을 때 미리 보아둔 곳인데 이곳엔 크고 네모반듯하게 바위를 떼어낸 흔적들이 가득했다·

그렇게 떼어낸 바위를 정과 망치로 쳐서 석관을 조각한 것이다· 일종의 채석장이었던 셈이다·

‘그러면 그렇지·’

이 많은 석관들을 무슨 고행을 하는 것도 아니고 산꼭대기까지 짊어지고 올라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도 여전히 의문은 남았다·

이곳을 찾은 대종사들은 칠주야 동안 참선을 하며 지나온 삶을 반추했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이 많은 석관들은 대체 누가 떼어내고 조각했을까?

어쨌거나 채석장답게 바닥엔 뾰족하게 쪼개진 돌조각들이 가득했다·

잠시 청동화로 쪽을 힐끗 돌아보았다·

야율극리는 연전히 바닥에 펼쳐 놓은 죽간의 구결을 읽는 중이었다·

저러다 빨려 들어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천마의 제자였다면 그 역시도 문일지십의 기재일 터 구결을 전부 외우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정신이 없기도 하겠지·’

나는 마땅한 돌조각을 찾는 척하며 슬그머니 자리에 앉았다·

그런 다음 등으로 청동화로의 불빛을 가렸다·

이어 품속에서 손바닥 반만 한 넓적돌을 꺼냈다·

부싯돌로 쓰는 흑요석이었다·

여기다 대고 동굴 입구 해검지에서 빼앗겼던 부싯쇠를 탁탁 치면 불똥이 일어난다·

부싯돌 끝을 단단한 바닥에 대고는 엄지손가락으로 꾹꾹 눌렀다·

그러자 똑똑 소리와 함께 포를 뜨듯 얄게 조각이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잠시 후 흑요석 부싯돌은 비수보다도 날카로운 칼로 변했다·

야율극리와 가장 가까워지는 순간 방심한 틈을 타 손목의 동맥을 그어 버리고 도망치는 것이 나의 두 번째 계획이었다·

그러려면 모든 게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워야 한다·

현재로선 선천오법술의 구결을 완성해 전달하는 순간을 노리는 게 최선이었다·

‘기회는 한 번뿐이다·’

만약 성공한다면 야율극리는 사실상 한쪽 팔을 쓸 수가 없게 될 것이다·

급한 대로 혈도를 눌러 지혈을 할 수는 있으나 나와 공방을 나누는 순간 또다시 피가 터져 버리고 말 테니까·

그때부터 시간은 다시 내 편이 된다·

나는 공격과 도주를 번갈아 하며 그를 최대한 괴롭히다가 적절한 때에 이르러 마지막 승부를 볼 작정이었다·

흑요석 칼을 허리띠 안쪽에 잘 감춘 다음에는 석판을 긁을 돌조각들도 서너 개 챙겼다·

돌조각들은 예리함이나 단단함에 있어서 언감생심 흑요석과 비교할 것이 못 되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석벽 아래에 거꾸로 세워 둔 장작 뭉치를 챙겨 일어서는 순간이었다·

단위에 놓인 탓에 얼추 가슴 높이까지 오는 마지막 석관의 뚜껑에 무언가 꾸물꾸물 기어가는 것들이 있었다·

‘뭐지?’

장작불을 가까이 가져가 보니 놀랍게도 누군가 음각으로 새겨 놓은 글자들이었다·

[광명력 육백칠십이 년 일월 초파일 환란의 강을 건너지 못한 적룡마제 동방신행(東方信行)이 훗날을 기약하며 잠들다·]

적룡마제라면 천마성교의 마지막 칠대(七代) 교주였던 자의 별호였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는 그의 본래 이름이 동방신행이었나 보다·

이곳은 아무나 함부로 들어올 수 없는 곳이니 석관의 글자 역시 동방신행이 직접 새겨 넣은 게 분명했다·

그리고 서문의 아래에는 놀랍게도 사는 동안 그가 펼쳤던 크고 작은 행적들이 시간에 따라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었다·

천마대총으로 들어오자마자 바로 죽지 않고 칠 일이나 시간을 끈 이유가 이것이었던 모양이다·

야율극리의 말처럼 가부좌를 틀고 참선을 한 것이 아니라 석관에다 글자를 새기며 지난 삶을 반추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힐끗 살펴본 옆쪽의 다른 석관 뚜껑에도 전대 천마교주들의 기록이 각양각색의 필체로 새겨져 있었다·

호기심에 석관들을 따라 계속해서 걷다 보니 급기야 천마성교가 천하대광명종이었던 시절 진짜 대종사들이 새겨 놓은 기록들까지 나타났다·

이곳이 천마대총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내 예측이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마지막 천마교주였던 동방신행이 광명력을 계속해서 연호(年號)로 사용한 것도 이해가 되었다·

‘진짜 성보들이 여기 있었군·’

불가에서는 이름난 고승들의 말씀을 기록한 책들이 곧 경전이 되듯 대종사들의 행적에 대한 기록 역시 천마성교도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보물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천마성교도가 아니었다·

따라서 까마득한 과거의 대종사들이 살면서 무슨 짓들을 했는지 따위는 하등의 관심이 없었다·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 동방신행이 새겨 놓은 기록들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그는 수백 년 역사를 지닌 교(敎)의 패망을 경험한 마지막 교주 무언가 세상 사람들이 모르는 안배를 해놓았을 수도 있었다·

이를테면 천마대총이 외인에게 침범당했을 경우를 대비해 어딘가에 무시무시한 기관진식을 숨겨 놓았다거나·

만약 그렇다면 나는 야율극리를 함정으로 유인해 좀 더 수월하게 죽일 수도 있었다·

‘제발!’

하지만 석관엔 젊은 시절 그가 만났던 기인이사들이나 무공을 겨루었던 고수들에 관한 이야기가 담담하게 기록되어 있을 뿐이었다·

나로서는 하나같이 들어 본 적 없는 별호들이었다·

지금 시대의 가장 노강호들인 설산신검 남궁유룡 백포산군 보다도 전대의 인물들이니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다 마침내 정마대전 이후 천하십대고수 육인과의 싸움에 대한 기록이 나왔다·

[광명력 육백팔십일 년 십일월 그믐달이 뜬 밤 육고산 일왕봉에서 천하십대고수 중 여섯 명과 사흘 밤낮을 싸웠다· 내 무공은 혼자 다섯을 상대할 수 있으나 여섯까지는 무리였다·]

광오하기 짝이 없는 말이었다·

혼자 천하십대고수 다섯을 쓰러뜨렸다는 것만으로도 믿을 수가 없을 지경인데 그는 마치 자신의 수련이 부족한 탓인 것처럼 여겼다·

‘이게 끝이라고?’

이어지는 내용들은 여섯 고인들과 겨루는 동안 몸 구석구석에 각각의 특징을 가진 암경이 축적됐고 대법으로 생명을 연장해가면서까지 이곳 천마대총으로 왔다는 기록들이었다·

이로써 그의 짧은 일대기는 끝이 났다·

‘다시는 사람으로 태어나지 않기를 비오·’

나는 속으로 조용히 저주를 퍼부은 다음 돌아서려고 했다·

그때 돌이끼에 가려진 또 다른 문장의 첫머리가 보였다·

[이번 생은····]

다시 한번 청동화로 쪽을 힐끗 돌아보았다·

야율극리는 여전히 죽간을 내려다보며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나는 관뚜껑 위로 손을 뻗어 돌이끼를 재빨리 긁어냈다·

그러자 감춰져 있던 마지막 문장들이 고스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생은 여기서 끝나지만 곧 다시 돌아와 천하를 발아래 두리라· 그때의 나는 죽음에서 부활한 자이며 미래를 아는 선지자이고 천부교활교경(天符敎活喬經)의 진정한 전승자일 것이다·]

마지막 문장에 담긴 세 개의 예언이 대못처럼 눈에 박혀 들어왔다·

천부교활교경의 부(符)는 글자이면서 동시에 그림이기도 한 고대의 문양 즉 부적(符籍)을 뜻했다·

공교롭게도 나는 죽음에서 부활한 사람을 한 명 알고 있었다·

그는 앞으로 삼십 년 동안 일어날 일들에 대해서도 훤히 꿰뚫어 보았다·

그리고 아마도 천부교활교경이라 불리는 고대 마교의 부적 또한 몸속에 영기의 형태로 품고 있었다·

내가 아는 그 자는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었다·

대초자곤으로 뒤통수를 한 대 세게 맞은 것 같았다·

‘이게 뭔 개소리야!’

그때였다·

천부교활교경이라는 여섯 글자가 한순간 푸르스름하게 빛났다가 사라졌다·

동시에 내 몸속 하단전에 웅크리고 있던 부적의 영기가 한 마리 화룡이라도 된 것처럼 폭주하기 시작했다·

용린신갑을 벗어던진 내 상체에서는 어느새 익숙하기까지 한 부적의 문양과 함께 새하얀 빛이 뿜어져 나오려고 했다·

대경실색한 나는 땅바닥에 재빨리 배와 가슴을 깔고 엎드렸다·

그리고 빛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두 팔까지 땅바닥에 찰싹 붙여가며 필사적으로 막았다·

‘들키면 끝장이다!’

심장이 요동치고 숨이 턱턱 막혔다·

흡사 불덩어리라도 삼킨 것처럼 오장육부가 지글지글 끓으면서 정신이 아득해졌다·

환생을 한 이후 부적의 영기가 수차례 발작을 했었다·

하지만 맹세코 지금처럼 격렬하게 폭주를 한 건 처음이었다·

나는 끝내 정신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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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incarnated Escort Warrior

Reincarnated Escort Warrior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2
My dream is to become an escort warrior that rides on a cool horse and transports goods. But I’ve got a limp leg and I’m unable to learn decent martial arts. I’ve lived as a porter working odd jobs for the entirety of my life. Until I died because of the mountain bandits that I met during an escort mission. But… ‘I became the fourth young master, Lee Jungryong?!’ When I died and woke up, I was reborn as the Heavenly Dragon Escort Agency’s infamous good-for-nothing youngest son. The weakling, Lee Jungryong, will become the best escort warrior in this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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