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6화· < 전설의 표행(13) >
“혹시 진왕야가 아닐까요?”
“진왕야께서?”
“일전에 표사들이 하는 말을 들으니 우리가 무림맹에서 돌아오기 이틀 전 마침 항주로 피한을 왔던 진왕야께서 가족들과 함께 북경으로 떠나셨다고 하더군요·”
정확하게 말하면 남경에 급한 일이 생겨서 잠시 들른 후 북경으로 귀궁할 거라고 했다·
남경에서 북경으로 가는 길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장강 물길을 따라 양주로 가서 경향대운하를 따라 다시 북상하는 길이다·
이 경우 배를 타고 밤낮으로 가기 때문에 이동 속도도 빠른데다 마지막까지 모두가 안전하고 쾌적한 여행을 할 수가 있다·
특히 여러가지 이유로 자신만의 공간을 필요로 하는 귀족 여자들은 경향대운하를 통한 선상여행을 선호한다·
두 번째는 합비와 곡부와 제남으로 이어지는 관도를 통해 육로로 가는 것이다·
육로 여행의 치명적인 단점은 종일 마차를 타고 가다가도 해가 지면 여곽을 찾거나 노숙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딱딱하고 덜컹거리는 마차는 배 보다 훨씬 불편하거니와 밤에는 이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보면 빠르지도 않다·
한편 남직예성의 성도이기도 한 합비에는 표마차도 실을 만큼 큰 나룻배들을 운항하는 강나루가 세 개 정도 있었다·
호리독사가 십 리 정도 아래에 있다고 말한 대형 나루는 바로 그 합비의 서쪽 외곽에 위치한 육가촌(六家村)이었다·
전생에서 표행을 할 적에 수도 없이 이용했던 곳이라 너무나 잘 안다·
시간상으로만 보면 남경에서의 볼일을 끝낸 진왕이 육로를 통해 북경으로 가는 중일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쉽게 이해가 되질 않는 게 있었다·
진왕이 비록 황제로부터 봉작을 받고 왕으로 책봉 되었지만 인근의 군벌과 호족과 고위관리들까지 달려와 진을 치고 기다릴 정도로 권세 있는 황족은 아니라는 점이다·
“설마!”
“왜 그러십니까?”
그게 가능하려면 한 가지 경우밖에 없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오황자가 마침내 황태자로 책봉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사시사철 황실 권력의 흐름에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지방의 권력자들이 이때다 싶어 달려와 머리를 조아릴 것이다·
진왕이 오황자의 스승이자 책사이자 황실 종친 출신의 가장 강력한 후원자라는 걸 알만한 사람은 다 알 테니까·
‘지금이 그때인가?’
궁금해 죽을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두 사람에게 나는 대략의 사정을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 호리독사가 먼저 입이 떡 벌어졌다·
“오황자께서 황태자로 책봉되셨다고요?”
“귀하가 말한 황족이 진왕야일 경우에 그럴 수도 있다는 얘기요· 그게 아니라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설명이 안 되니까·”
“맙소사· 오황자께서 황태자로 책봉되셨다니·”
저 인간은 다 좋은데 언제부턴가 내가 하는 말이라면 그것이 추측이라도 철석같이 믿어 버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왕비마마와 공주마마를 그토록 아끼시는 진왕야께서 편한 경향운하를 놔두고 구태여 힘들고 오래 걸리는 육로로 이동하실 이유를 모르겠구료·”
“만약 무림의 사정을 잘 아는 누군가가 왕야의 곁에 있어서 당주님을 비롯해 우리가 처한 상황을 이야기 해주었다면 어떻습니까?”
“그래서요?”
“그렇다면 당주님이 걱정된 나머지 당연히 사람을 풀어 계속해서 보고를 받으셨겠지요· 그러다 망할 놈의 마교 놈들이 당주님을 잡기 위해 회수를 봉쇄할 거라는 걸 아시고는 이쪽으로 오신 겁니다·”
“너무 멀리 가는 거 아니오?”
“천만에요· 진왕야께서는 지금 당주님을 부르고 계신 겁니다· 내가 여기 있으니 빨리 달려오라고· 그래서 평소와 달리 소문도 파다하게 내며 오신 거였고요· 어쩐지 간신배들이 귀신처럼 알고 찾아 왔더라니·”
군벌과 호족과 고위관리들이 빈손으로 오지는 않았을 터 그들이 진왕에게 뇌물로 바칠 명주를 이때다 하고 얻어 마실 생각에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호리독사였다·
사실은 나 역시도 진작부터 호리독사의 말이 십중팔구 맞을 거라고 생각했다·
모든 걸 떠나 황족은 아무 데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존재들이 아니었다·
북경에서 먼 곳일수록 더욱 그렇다·
항주로 피한을 왔다가 북경으로 돌아가는 중인 진왕이 아니라면 지금 이 시기에 어떤 황족이 이 머나먼 합비에 나타나겠나·
그때 나와 호리독사의 대화를 잠자코 듣고만 있던 연소교가 잔뜩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진왕과 친분이 있으신가요?”
“해마다 겨울이 되면 일가족과 함께 항주로 피한을 오셨소· 작년부터는 천룡표국이 왕야께서 머무시는 이화원의 호원을 책임졌고·”
“그런 인연이 있었군요·”
“그때 백백곡이라는 살수 집단이 왕야를 암살한 다음 공주마마를 납치하려고 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내가 두 사람을 구출해 주게 되었소·”
“네에?”
연소교의 눈이 동그래졌다·
아직은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하지만 장차 황제의 최측근이 될 사람과 그 딸을 내가 구해주었다고 하니 놀랄밖에·
미안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나는 진왕의 의뢰를 받고 그가 모시는 오황자에게도 큰 도움을 준 바 있다·
바로 왜국에 볼모로 사로잡혀 있는 황자비의 어린 동생을 구출해서 안전하게 데려다준 일이었다·
그 일에는 호리독사도 동참을 했었다·
오황자가 황태자로 책봉되었을지도 모른다는 말에 호리독사가 호들갑을 떨며 흥분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사실이라면 그는 장차 황제가 될 사람을 알현한 셈이 되니까·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비밀이었기에 호리독사도 나도 입을 꼭 다물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호리독사가 혀로 입술을 한차례 핥고는 내게 물었다·
연소교도 나만 뚫어져라 보았다· 두 사람 모두 눈이 토끼처럼 빨갛다·
지난 닷새 동안 잠을 한 시진씩 밖에 자지 못할 정도로 강행군을 하는 바람에 실핏줄이 죄다 터져 버린 탓이다·
특히 연소교가 문제였다·
아직 내상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를 했더니 오늘 아침엔 피까지 토했다·
걱정을 끼치지 않으려고 나와 호리독사에겐 비밀로 했지만 그런다고 눈치채지 못할 내가 아니었다·
잠자리에 들기 전과 아침에 일어난 후 쟁자수들의 상태를 살피는 건 모든 상자수들의 의무였다·
전생에서 나는 그 일을 십 년 넘게 했었다·
“밤이 깊어지길 기다렸다가 나룻배를 훔쳐 타고 강을 따라 내려가겠소· 그런 다음 회수를 건너 남직예성을 완전히 벗어날 때까지는 진왕야께 곁을 내어 달라고 부탁드려 보겠소· 그러니 두 사람 다 조금만 참으시오·”
“이를 말씀입니까요!”
***
낮 중에도 더 밝은 낮이 있듯이 밤이라고 해서 다 같은 밤이 아니었다·
우리는 줄곧 산 중턱에 숨어 있다가 자정을 훨씬 넘겨 삼경이 깊어서야 마을로 내려갔다·
지금부터 시작해 해뜨기 전까지의 한 시진 동안이 하루 중 가장 어둡다·
말이 좋아 밤이지 사실은 깊은 새벽이었다·
이렇게까지 조심을 하는 것은 하필 오늘따라 하늘에 별이 총총한 데다 보름달까지 떠서 쓸데없이 밝은 탓이었다·
“이 배로 하시죠· 소싯적에 수적질을 좀 해본 경험으로 말씀드리자면 똑같이 작은 배라도 이렇게 길쭉한 배일수록 속도가 빠릅니다· 이는 노를 저을 때 배가 뒤뚱거리는 걸 막아주기····”
“그렇게 합시다·”
자신의 전문 분야가 나오자 살짝 말이 많아지는 호리독사였다·
나는 그의 말을 끊은 다음 배가 있던 자리에 은전 열 냥을 놓아두었다·
호리독사가 능숙하게 삿대를 찍자 배는 빠르게 나루에서 멀어졌다·
어느 정도 멀어진 다음에는 삿대가 땅에 닿지를 않았다·
그때부터는 삿대를 놓고 노를 저어야 했다·
삿대질이고 노질이고 간에 나도 웬만큼은 한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호리독사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는 노를 최대한 깊숙이 찔러 넣은 상태에서 물 밖으로 꺼내는 법이 없었다·
이러면 노에 묻은 물이 떨어지거나 노를 다시 물속으로 넣을 때 생기는 소리가 전혀 나지 않는다·
또한 깊이 찔러 넣는 만큼 저항을 크게 받아서 배의 속도도 빨라진다·
다만 노를 젓는 사람도 힘이 두 배로 들어서 그렇지·
그러나 호리독사는 조금이라도 빨리 진왕이 제공해줄 그 안락한 보호막 속으로 뛰어들 생각에 신나게 노를 저었다·
얼마나 갔을까?
이따금 물새 우는 소리와 물 위로 튀어 오른 물고기의 첨벙대는 소리만 들려 올 뿐 회수는 고즈넉하고 평화로웠다·
“이 정도로 고요하다면 바로 도강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아요· 아무리 회수를 봉쇄한다고 해도 이런 쪽배 하나까지 다 걸러낼 수는 없지 않을까요?”
“이렇게 평온해 보여도 지켜보는 눈들은 반드시 있소· 그리고 분명 강 건너에 칠 할이 집중되어 있을 거요·”
“그건 왜 그렇죠?”
“추적하는 대상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기 시작한다면 가는 걸 지켜보는 것보다 오는 걸 지켜보는 쪽이 사냥을 하기에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오·”
“무슨 말씀인 줄은 알겠지만 이렇게 캄캄한 새벽에 소리 없이 강을 건너오는 배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전부 발견하기가 쉬울까요?”
“무공을 조금이라도 익힌 사람이 이런 새벽에 배가 물에 닿는 걸 알아차리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거리가 몇 장이라고 생각하시오?”
“삼십 장 정도요?”
“삼십 장마다 한 명씩 배치하면 백 리를 봉쇄하는데 오백 명 정도면 충분하오· 천 명이면 무려 이백 리를 봉쇄할 수 있고·”
“과연 그렇군요·”
연소교가 비상한 머리를 지녔지만 아직은 어쩔 수 없는 후기지수에 불과하다는 걸 이런 대목에서 알 수 있다·
세상의 그 어떤 기재라도 예외가 없다·
무공은 기연을 얻어 하루아침에 고수가 될 수 있지만 경륜은 반드시 세월이라는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새 십 리 정도를 내려온 것 같았다·
나는 안력을 최대한 끌어 올린 다음 백여 장 앞 강변 쪽을 살폈다·
대형 나룻배며 상선들이 잔뜩 정박해 있는 나루가 달빛 아래에서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마침내 합비의 서쪽 외곽에 도착했다·
배들 너머에는 주루며 여곽들이 조금 더 희끄무레한 그림자의 형태로 즐비하게 서 있었다·
간간이 등불을 밝힌 창문도 보였지만 대부분은 불이 꺼진 상태였다·
저 여곽들 어딘가에 진왕과 그의 일족이 묵고 있을 것이다·
진왕도 진왕이지만 왕비와 공주까지 나를 돕기 위해 번거로움을 감수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웠다·
“나루 쪽으로 천천히 접근하시오·”
호리독사가 강기슭으로 조금씩 방향을 틀어갔다·
그사이 나는 십리경을 뽑아 눈에 붙이고 나루의 구석구석을 보다 면밀히 살폈다·
진왕이 머물고 있다면 아무리 모두가 잠든 새벽이어도 곳곳에 횃불을 밝힌 경계병들이 있기 마련이었다·
한데 어찌 된 영문인지 좀처럼 사람의 그림자가 보이질 않았다·
어느 순간 나루를 앞둔 강변에서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강가에 서서 오줌을 갈기는 사내였다·
등에는 칼을 가로질러 멨는데 옷차림이 아무리 봐도 관병이나 진왕의 사병 같지가 않았다·
볼일을 끝낸 그는 바지를 추스른 후 나루 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어둠 속으로부터 세 명의 또 다른 무장한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들 역시 관병이나 사병의 옷차림이 아니었다·
‘황족이 머무는 나루에 일반인들이 무장을 하고 돌아다닌다고? 그것도 이 새벽에?’
도검이나 창을 비롯해 무기를 휴대하는 것은 국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다만 일의 특성상 표국을 상대로 이 법을 엄격히 적용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무림인들 역시 관과 무림은 상호 불가침한다는 오랜 관습 때문에 모른 척 하는 것이고·
하지만 가까운 곳에 황족이 묵고 있다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함부로 도검을 휴대하고 돌아 다녔다가는 자객으로 오인당해 화살이 가슴에 꽂히거나 목이 달아나는 수가 있다·
“그냥 지나치시오!”
내가 작은 목소리로 힘주어 말했다·
연소교와 호리독사의 표정이 대번에 얼음장으로 변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호리독사가 뒤로 드러누울 정도로 크게 노를 저었다·
갑작스럽게 가해진 강한 힘 덕분에 삐그덕 하는 소리가 조금 크게 울렸다·
십리경으로 재빨리 강변 쪽을 다시 살폈다·
다행히 바람 소리 파도 소리 때문에 놈들은 듣지를 못한 것 같았다·
강변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간 상태에서 방향을 꺾었더라면 내가 조금만 더 늦게 놈들을 발견했더라면 꼼짝없이 들키고 말았을 것이다·
배는 순식간에 강변으로부터 멀어져 다시 강심을 향해 나아갔다·
상황을 알기에 호리독사는 첨벙대는 물소리가 나지 않도록 노를 더욱 깊이 넣고 저었다·
검은색 피풍의로 변복을 하고 온 것이 신의 한 수였다·
그렇지 않았다면 어쩔 수 없이 서서 노를 젓는 호리독사를 멀리서라도 희끄무레하게 발견했을 것이다·
내가 십리경으로 강변을 살피듯 놈들 역시 관측을 하기 좋은 장소 곳곳에서 십리경으로 강을 열심히 살피고 있을 테니까·
강변에서 어느 정도 멀어져 어둠에 휩싸이자 연소교가 착 가라앉은 음성으로 물었다·
“무슨 일이죠?”
“장담할 수 있소· 지금 저 나루에는 진왕과 그를 보러 온 군벌과 호족과 고위관리들 대신 추혼쌍귀와 혈영노조를 비롯한 마교의 고수들이 잔뜩 머물고 있을 것이오·”
“그 말씀은?”
“함정에 빠진 것 같소·”
“하면 황족이 회수를 건너기 위해 온다는 얘기는요?”
“나와 진왕과의 관계를 잘 아는 놈들이 퍼트린 헛소문이오· 진왕은 지금쯤 남경에 머물고 있거나 수로를 통해 북경으로 가는 중일 것이고·”
“대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혈영노조라는 그 노인네 내가 볼 때는 죽은 삼뇌 보다 더 뛰어난 책사 같소· 어쩌면 추혼쌍귀와의 합작품일 수도 있고·”
호리독사가 갑자기 노 젓기를 뚝 멈추었다·
“왜 그러시오?”
“노에 뭐가 걸린 것 같습니다·”
뗑그렁! 뗑그렁! 뗑그렁!
나루 쪽 강변에서 작은 경종 소리가 연달아 울려대기 시작했다·
모골이 송연해진 나는 뱃전에 놓아둔 삿대를 들고 재빨리 선미로 달려갔다·
이어 삿대 끝에 매달린 수초 제거용 갈고리를 앞으로 해서 물속에 깊숙이 찔러 넣었다가 끌어당겼다·
굵직한 밧줄 한 가닥이 제법 팽팽해진 채로 걸려 올라왔다·
“빌어먹을!”
그때였다· 방울 소리가 나는 곳으로부터 십수 개의 작은 불빛들이 생겨났다·
불빛은 순식간에 굉음을 내며 허공으로 솟구친 다음 요란하게 터져댔다·
슈슈슉 펑! 펑! 펑! 펑!
정확히 강을 가로지르는 가상의 선을 따라서였다·
가상의 선은 놈들이 밧줄을 걸어 놓은 곳이었고 우리가 탄 배는 바로 그 밧줄 위에 있었다·
한순간 사위가 대낮처럼 밝아지며 우리의 모습이 사방에 그대로 노출되었다·
폭죽은 계속해서 솟구쳤고 정확한 위치를 발견한 다음에는 우리의 머리 위에서만 터져댔다·
무얼 어떻게 해볼 틈도 없었다·
한편 강변에서는 횃불이 하나둘씩 밝혀지더니 잠깐 사이 수십 수백 개로 늘어났다·
강물 위 이곳저곳에서도 선등이 켜지고 횃불이 밝혀졌다·
어둠 속에 잠복해 있던 배들이 일제히 불을 켠 것이다·
그런 배들이 수백 장 안에만 백여 척 정도가 되었다·
덧붙여 그 모든 배들이 지금도 계속해서 펑펑 터지고 있는 폭죽 아래의 우리를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제기랄!”
호리독사가 노를 잡은 채 욕설을 내뱉었다·
연소교도 잔뜩 얼어 붙은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 보았다·
적들은 내가 하루 중 가장 어두운 새벽을 틈타 올 거라는 것과 첨벙대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노를 물속 깊숙이 넣어서 저을 거라는 것까지 정확히 간파하고 있었다·
함정에 빠진 이유는 너무나 간단했다·
연소교가 내 경륜을 따라오지 못한 것처럼 나 또한 좌호법 혈영노조를 비롯한 노마두들의 경륜을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보기 좋게 당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