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7화· < 중원을 가로지르다(6) >
산에서 내려온 우리는 해가 떠오르는 방향으로 곧장 말을 달렸다·
아침 끼니때를 훨씬 넘겼지만 지금은 삼뇌가 이끄는 천마성교의 잔당들을 피해 최대한 멀리 달아나야 했다·
“다들 괜찮을까요?”
남궁소소가 앞으로 치고 나오더니 말머리를 나란히 하며 내게 물었다·
적들을 유인해 달아난 표사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걱정되시오?”
“내가 직접 그들을 골라서 변복에 역용까지 해주었잖아요· 혹시라도 잘못되면 그들을 죽음으로 인도한 셈이 되니까요·”
“그건 그렇지·”
“그건 아니죠! 만약 책임이 있다면 그걸 지시한 사람이 가장 크죠· 표행을 이끄는 당주시잖아요·”
“나는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소저가 굳이 혼자 짊어지겠다고 하니 나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겠소?”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어요· 그래도 내 입장에선 마음이 편하질 않아서 그래요· 정말 무슨 일 있는 건 아니겠죠?”
“표행길에는 항상 예상치 못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소· 죽음도 그중에 하나이고· 표사들도 그걸 각오하고 이 일을 하는 것이오· 하지만 이번엔 잡혀 죽는 게 오히려 더 어려울 거요·”
“왜죠?”
“적들은 지금 자신들이 해남파의 제자들을 추격하는 줄 알고 있소· 한데 표사들이 말을 버리고 인근 마을이나 도시로 들어간 다음 다시 변복을 해버리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되오· 바로 앞에서 맞닥뜨려도 알아보지 못할 것이오·”
“역시 내 생각이랑 똑같군요·”
“조금 전까지는 걱정을 태산같이 하더니·”
“당주님은 표행을 할 때마다 항상 이런 걱정을 했겠죠? 예전에도 당주님을 무시한 건 아니지만 새삼···· 아무튼 그렇네요·”
“왜 말을 하다가 마시오?”
“교만해질까 봐서요·”
“좋은 말이었군· 그럼 됐소·”
“연소교는 어떻게 된 걸까요?”
“대화의 전환이 너무 갑작스러운 거 아니오?”
“오는 동안 내내 그 생각만 하고 있었던 거 다 알아요·”
“점도 보시오?”
“무슨 이유로 천마성교에 투신했는지 모르겠지만 아직 우리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요· 정확히는 풍운비룡이겠지만·”
“왜 그렇게 생각하시오?”
“그 이상하게 생긴 수하들 말이에요· 당주님이 그녀에게 홀딱 빠져 뚫어지게 보고 있을 때 그들이 해남파의 제자들을 찾기 위해 정상을 뒤지고 다녔잖아요·”
“그래서?”
“왠지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마침 삼뇌는 아래쪽에 있어서 제대로 알 수도 없었고요·”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연소교는 활을 쏘아 우리 쪽 표사 둘에게 부상을 입혔소· 내 등도 뚫어버리려고 했고· 그건 틀림없이 살의를 가진 화살이었소·”
“그것도 이상해요· 두 명의 표사는 팔과 어깨를 가까스로 맞혔으면서 어떻게 당주님의 등은 귀신같이 정확히 맞혔을까요?”
“내 등이 넓어서?”
“내 생각엔 일부러 두 명의 표사들에게 부상을 입혀 당주님에게 경고를 해준 것 같아요· 빨리 자신의 화살에 대비하라고·”
“그러면서 날 죽이려 했다고?”
“계속 빗나가면 삼뇌의 의심을 사게 될테니까 세 번째는 당주님을 골라 등을 정확히 노린 거고요· 당주님 정도의 고수라면 충분히 막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녀가 마음에 드시오?”
“왜요?”
“자꾸 그녀를 변호하잖소·”
“떠나기 직전 마지막으로 보았던 그녀의 눈빛이 잊히질 않아서 그래요·”
“그 나이 때 난 돈 많고 잘생긴 후기지수들과 어울려 다니며 맛있는 요리를 먹거나 할아버지께 나를 지킬 무공을 배웠어요· 한데 그녀는 전쟁을 하고 다닌다는 게 너무 안타까워요· 천살마녀라는 끔찍한 별호까지 얻고서· 그렇게 예쁜 얼굴을 하고·”
천살마녀의 천살은 불길한 별 즉 천살성(天熱星)을 의미한다·
천살성을 타고난 이는 수많은 사람을 죽이는 대살성이 된다고 한다·
한데 천살성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야사에 따르면 일국을 일으킨 제왕이나 이름난 장수들도 천살성을 타고났다고 했다·
어쨌거나 열여덟 살의 꽃다운 나이에 꽃처럼 어여쁜 그녀에게 천살마녀라는 별호는 확실히 끔찍할 것 같았다·
“여자들의 공감 능력은 확실히 남자들의 그것과는 다르군·”
“아무래도 나와 비슷한 또래라서 더 그런 것 같아요·”
“방금 ‘그 나이 때’라고 하지 않았나?”
“셋째 형님께서 오시네요·”
그녀의 말처럼 이병룡이 한참 뒤쪽으로부터 말을 달려 앞으로 나왔다·
이어 내 왼쪽에서 말머리를 나란히 하며 물었다·
“내가 고용한 사천성 출신의 객원표사 말이 여기서 반 시진 정도만 가면 큰 고개와 함께 독산채(獨山蒙)라는 산채가 나온다고 한다· 그곳에서 잠시 허기라도 달래고 갔으면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이 많은 말과 사람들이 다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족보는 따로 없고 녹림도를 오십 명 정도 거느린 작은 산채라는 것 같아· 그래도 월동을 대비해 비축해둔 식량이 있을 테니 한 끼 정도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거야· 만약 여유가 있으면 가는 동안 먹을 식량도 좀 얻어보고·”
“알겠습니다· 형님 계획을 따르겠습니다·”
“내 계획?”
“형님이 생각하신 것 아닙니까?”
“그건 그렇지·”
“좋은 계획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내가 먼저 가서 두령을 만나볼까?”
“그게 좋겠군요·”
“그래· 나중에 보자·”
“조심하십시오·”
이병룡은 입꼬리가 쭉 늘어나서는 이갑룡과 을룡에게도 달려가 상황을 설명했다·
표사들 전부 밤새 한숨도 못 잔 데다 아침까지 거르고 달리는 중이었다·
사람도 사람이지만 말이 더 문제였다·
이대로 계속 강행군을 하다가는 갑자기 쓰러지면서 급사를 하는 수도 있다·
노련한 표사들이라면 더는 휴식을 미루어선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하물며 표왕의 아들로 태어나 평생 표행을 보고 자란 이갑룡과 이을룡이 이를 모를 리 없었다·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며 좋은 생각이라고 한마디씩 추켜세워 주었다·
더욱 신이 난 이병룡은 묵룡당의 표사들 전부를 이끌고 미친 듯이 앞서 달려나갔다·
남궁소소가 눈이 동그래져서 내게 물었다·
“방금 두 분이서 산채를 털겠다는 대화를 나눈 건 아니죠?”
“돈으로 해결하면 간단한데 힘들고 위험하게 왜·”
“만약 돈으로 해결이 안 되면요?”
“해결이 되게 되어 있소·”
“협박도 같이하는군요·”
“한 손엔 칼 다른 손에는 돈· 이게 표사들이 녹림도를 대하는 기본 방침이오· 녹림도들도 그걸 잘 알고 있고·”
“이런 일이 자주 있나요?”
“드문 일이긴 하지만 아주 없는 일도 아니오·”
“표사들이 표행 중 산채에 들러 밥을 사 먹다니· 듣고 보니 말이 전혀 안 되는 건 아닌데 너무 역설적이네요·”
“그놈들이 그렇게 흉악한 놈들이오· 표사들이 오랜 표행에 지치고 굶주린 점을 이용해 악착같이 뜯어먹지·”
“누가 누굴 이용해 먹는지 모르겠네·”
순간 나는 고삐를 잡아당기며 말을 뚝 멈추었다·
그러자 뒤를 따라오던 백칠십여 명의 표사들도 덩달아 멈춰 섰다·
놀란 이갑룡과 이을룡도 황급히 앞으로 달려 나왔다·
그리고 눈앞에서 펼쳐지는 거짓말 같은 광경에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저만치 언덕 모퉁이로 사라졌던 이병룡과 묵룡당의 표사들이 말을 돌려 이쪽으로 죽어라 달려오고 있었다·
그들의 뒤로는 삼뇌가 이끄는 천마성교의 잔당들이 길을 새까맣게 덮으며 달려오고 있었고·
이견의 한마디가 딱 내 심정을 대변했다·
“저 찰거머리같은 영감탱이가!”
나는 길 한복판에서 이십여 장을 사이에 두고 삼뇌와 마주하고 섰다·
그의 뒤쪽에는 연소교 일당을 비롯해 천마성교의 잔당이 끝도 없이 도열해 있었다·
얼추 팔백 명은 될 것 같았다·
“어떻게 아셨는지요?”
“교활한 토끼는 세 개의 굴을 판다는 말이 있지· 병법을 입에 달고 다니는 것만큼 성을 탈출할 때도 무언가 비범한 구석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과연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구나·”
“그때 치지 그러셨습니까?”
“평지로 끌어 내릴 좋은 기회를 그냥 날리라고?”
“후배가 작은 재주만 믿고 공자님 앞에서 문자를 쓰다 크게 낭패를 보게 생겼군요· 실로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자책할 것 없다· 노부도 평생을 통틀어 너처럼 젊고 노련한 지낭을 본 건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니라· 정녕 죽이기가 아깝구나·”
잠시 연소교를 돌아보았다·
지지 않으려는 듯 나를 똑바로 노려보는 그녀의 눈동자에서 오히려 지금의 상황을 누구보다 불편해한다는 게 느껴졌다·
남궁소소의 말이 맞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지만·
“기왕지사 이렇게 된 거 하나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대체 해남파의 보은패를 아홉 개나 가로채서 무얼 하려고 그러시는 겁니까?”
“무림맹주와 협상을 할 생각이다·”
“무얼 말입니까?”
“내가 원하는 걸 그가 가졌느니라·”
“죽간!”
지난번에도 삼뇌는 마교도들을 이끌고 나타나 무림맹에서 명표 설인탁까지 동원해 운송 중이던 죽간을 탈취하려다 실패했다·
하지만 그 죽간의 진본은 내가 글자들을 맞추자 순식간에 불타 없어져 버렸다·
삼뇌는 그걸 까맣게 모르는 모양이었다·
아니면 무림맹 군사 사마옥이라면 당연히 복제본을 만들어 두었을 거라고 생각하던지·
실제로 사마옥은 논어가 유가의 성전으로 추앙받는 것은 공자께서 직접 죽간에 새겨 넣어서가 아니라며 내게 복제품을 꺼내 보여 주었다·
한데 삼뇌가 모든 걸 쏟아부으면서까지 찾는 그 죽간의 힘은 지금 고스란히 내 몸속에 깃들어 있었다·
비격쌍뇌창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염동술이 그것이었다·
또 하나 삼뇌도 아는지 모르겠으나 염동술은 내가 전생에서 얻은 부적의 공능을 얻어야만 비로소 가능한 것이었다·
그리고 부적이 새겨진 죽간은 지금으로부터 삼십 년 후쯤 예부좌시랑을 지내고 낙향할 왕인엽 대인의 수중에 나타날 예정이었다·
짐작하건대 삼뇌는 흩어지고 실종된 죽간들을 다시 모으는데 전력을 쏟고 있는 중인 것 같았다·
그중에 하나는 남만의 마총에서 나타났는데 이미 연소교를 통해 손에 넣은 상태였다·
만약 그것들 전부를 손에 넣어 한 명의 비범한 천재에게 모두 익히도록 한다면?
강호무림은 일찍이 본적 없는 괴물을 만나게 될 것이다·
“한데 어찌하여 보은패를 구대문파에 전달해 서로 칼을 겨누게 하신 겁니까? 칼은 칼집에 들어 있을 때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법이 아니던가요?”
“천만에· 칼은 날카로움을 보여 주어야 비로소 제값을 받는 법이다· 그리고 나는 언제든 다시 꽂아 넣을 수 있는 여섯 개의 칼자루를 아직 쥐고 있다·”
“다른 여섯 개 문파에 보은패를 전달한 사람은 선배님이시군요· 그래서 죽간을 돌려받으면 언제든지 보은패의 소명을 다시 거둬들일 수 있다는 말씀이시고요·”
“역시 하나를 말하면 둘을 알아듣는군·”
“남의 물건으로 잘도 장사를 하시는군요·”
“무림맹주가 남의 물건을 손에 넣고서도 뻔뻔하게 돌려줄 생각을 않으니 어찌하겠느냐· 나도 남의 칼을 빌려 그를 협박할밖에·”
“그래서 이제 어쩌실 겁니까?”
“이 정도면 해남파 장문인의 발걸음을 여기서 멈춰야 할 이유는 충분히 설명되었을 것이다· 이제 그를 조용히 내놓는 게 어떻겠느냐?”
이갑룡과 을룡과 병룡이 앞으로 나오더니 나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섰다·
삼뇌를 노려보는 그들의 눈동자가 이글이글 불타 올랐다·
이갑룡이 우리를 대표해 나직이 말했다·
“표사가 표물을 포기하는 건 죽었을 때 뿐입니다·”
“고집은 하나같이 제 아비를 빼다 박았군· 한 명을 죽이든 두 명을 죽이든 천룡표국과 원수가 되는 건 매한가지일 터· 내 오늘 살계를 열어 전 무림에 경고를 하리라!”
채채채채채채채채채채챙!
팔백여 명의 마교도들이 일제히 도검을 뽑아 들었다· 연소교와 그의 수하들도 튀어나올 준비를 했다·
채채채채채챙!
그에 맞서 백칠십여 명 남짓한 우리 쪽 진영의 표사들도 각자의 병장기를 뽑아 쥐었다·
하지만 앞서 팔백여 명의 마교도가 뿜어낸 기세에 비하면 미약하기 짝이 없었다·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다들 극도로 긴장한 게 느껴졌다·
거친 숨소리와 동요하는 기파가 끝도 없이 흘러나왔다· 그때 이견의 작은 음성이 들려왔다·
“어이 번견·”
“제 이름은 탁중로입니다·”
“너는 맨 뒤로 가라·”
“왜요?”
“곧 장가간다며? 얼마 전에 항주로 이사 온 팔순 노모와 어린 누이도 있고· 싸움이 벌어지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튀어· 그리고 항주로 가·”
“우리 중에 딱한 사정 하나 없는 표사가 어딨습니까? 혼자 도망쳐 평생을 비굴하게 사느니 마지막까지 동료들과 함께 싸우다 멋지게 죽겠습니다·”
“이 미친놈아· 우리 중 한 명은 살아서 돌아가 표왕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일러바쳐야 복수를 해줄 거 아냐!”
“가는 길에 서호의 서쌍교방에도 들러 우리 소식도 좀 전하고· 보나 마나 복수 따윈 꿈도 안 꾸겠지만 말이야· 제 배 불리는 것밖에 모르는 노방주를 몰아내고 첫째 형님을 그 자리에 모시는 게 내 평생 꿈이었는데· 빌어먹을·”
그렇게 열심히 나를 따라 다니며 악착같이 돈을 뜯어내더니 그게 다 거사 자금이었나 보다·
하기사 전생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항주의 흑도방파들 중 서쌍교방에서 유독 반란이 자주 일어나기는 했었다·
다만 내가 죽을 때까지 한 번도 성공한 자가 없었다는 게 문제였다·
하지만 이번 생에서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본래대로라면 서호삼견은 지금쯤 죽었어야 할 사람들이었다·
한데 내 덕분에 살아서 저렇게 돌아다니니 그들로 말미암아 또 변수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런데 저런 얘기를 사람들 앞에서 막 해도 되나?’
그때 삼뇌의 손이 허공으로 올라갔다·
그가 저 손으로 앞을 가리키는 순간 어느 한쪽이 전멸해야만 끝나는 전투가 시작될 것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
“머릿속에 백 가지의 귀계가 들어 있는 것이 운 좋은 것만 못하다는 걸 알고 계십니까? 이건 제가 살아 보니까 그렇더라고요·”
“무슨 뜻이냐?”
나는 대답 대신 가만히 고개를 돌려 왼쪽 들판 너머를 응시했다·
쏟아지는 태양을 등지고 저 멀리서 높다란 깃발 하나가 펄럭이며 다가오고 있었다·
깃발 아래에는 어림잡아도 이백은 될법한 기마인들이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중이었다·
양쪽 진영에서 척후병들이 앞다투어 십리경을 꺼내 들고 들판 너머의 깃발을 살폈다·
우리 쪽 진영에서 먼저 고함이 터져 나왔다·
“도화곡이다!”
“도화곡의 깃발이다!”
“도화곡의 제자들이 우리를 돕기 위해 달려왔다!”
“와아아아!”
십리경이 표사들의 손에서 손으로 빠르게 전해졌다·
천마성교의 잔당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크게 당황해했다·
반대로 우리 쪽 진영에선 벌떼와 같은 기세가 일어났다·
한 명이 아쉬운 판국에 이백 명의 지원병력이 갑자기 나타났으니 얼마나 기쁠 것인가·
잠시 후 지축을 울리는 말발굽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모습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가장 앞쪽에는 놀랍게도 현 도화곡주인 이막하가 말을 타고 달려오는 중이었다·
그녀의 옆에는 장년의 팔대 제자 몇 명과 섭부용이 이끄는 칠검향이 보였다·
뒤쪽에는 모두 젊은 구대제자들이었다·
남궁소소가 환하게 웃으며 내게 말했다·
“다들 말을 못 탄다고 하는 바람에 걸어서 성도까지 갈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 웬만한 표사들 뺨치겠는데요·”
“당연히 그래야지· 산에서 내려온 지 일 년이 되어가는데 사천성의 너른 들판을 언제까지고 메뚜기처럼 뛰어다닐 순 없잖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