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화· < 표행을 이어 받다(10) >
해남도에서 뇌주반도로 가는 배는 하루에 단 한 척 이른 아침에만 있었다·
물살을 힘차게 가르며 달리는 범선에는 무려 오백여 명의 선객들이 탔다·
선객들 중에는 해남파의 십일대 장문인인 엽초평과 호위무사 자격으로 따라온 아홉 사형들도 있었다·
해남도에 살았어도 이렇게 큰 배를 타본 건 처음이라는 엽초풍은 뱃머리 쪽에 서서 주변 풍광을 구경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아침도 못 먹고 배에 오른 서호삼견 남궁소소 탁중로 독고완 호리독사는 갑판의 구석에 둘러앉아 삶은 계란을 까먹는 중이었다·
“항상 보던 바다인데 뭘 저렇게 열심히 보지?”
이견의 말을 삼견이 받았다·
“섬에서 보는 바다와 바다에서 보는 바다는 다르죠· 섬에 보는 바다는 평온하고 낭만적인데 반해 바다에서 보는 바다는 뭐랄까 좀 더 거칠고 역동적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몇 살이라고?”
“열세 살이라고 합니다·”
“일파의 장문인이 열세 살이라니· 살다살다 별 희한한 일을 다보네·”
“그것도 해남파가 말입니다·”
“남해일검이 해남오가의 후예들을 배제한 것까지는 그렇다고 쳐· 한 가문이 해남파를 장악하는 걸 두고 볼 수 없었을 테니까· 한데 본산의 다른 제자들도 많은데 왜 하필 저런 어린 제자에게 장문인 자리를 넘긴 거지?”
“보통은 일 년이 걸리는 창랑삼십육검의 모든 초식과 투로를 한 달 만에 완벽히 외우고 구현해 냈다고 하더라고요· 다른 제자들은 십 년을 부지런히 수련해야 비로소 오성의 경지에 한 발을 걸치는데 그는 불과 삼 년 만에 육성의 경지를 밟았고요· 그것도 고작 열세 살에·”
“그 정도였다고?”
“머리가 어떻게 된 건지 한번 본 건 뭐든 다 외워버린답니다· 본질을 꿰뚫어 보는 눈도 탁월해서 해남파의 어떤 무공이든 익히는 순간 부터 성취 속도가 타의 추종을 불허했고요· 얼굴만 순진한 아이지 괴물입니다· 괴물·”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 어쩌고 하는 소리가 그냥 지껄인 게 아니었단 말이지·”
“그 옛날의 개파조사나 철검무적처럼 저 소년 장문인이 자라서 해남파를 다시 강력한 지도력으로 이끌어 주길 바라신 거죠·”
“어느 세월에·”
“길어야 십 년입니다· 십 년 후면 스물세 살이 되고 지금의 성취 속도라면 최소한 해남도에서 만큼은 적수를 찾을 수가 없을 겁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일견이 한마디 끼어들었다·
“나는 해남오가의 가주들을 이해할 수가 없군· 어제까지만 해도 그를 잡으려고 기를 쓰다가 갑자기 장문인으로 인정하다니· 아무리 구대문파가 개입되었어도 무려 장문인 자리를 이 정도로 쉽게 포기할 줄이야·”
이견과 삼견도 이 대목에 이르러서는 혀를 끌끌 찼다·
하는 짓거리가 아주 가관들인 것이다·
그러자 남궁소소가 일견의 말을 받았다·
“아닐걸요·”
“음?”
“해남파를 차지하기 위해 무려 삼백 년 동안 경쟁해온 호족가문들이예요· 그런 자들이 장문인 자리를 쉽게 포기할까요? 오히려 이걸 기회 삼아 소년 장문인을 쳐낼 생각이라면 또 모를까·”
“그게 무슨 말이지?”
“그들은 이번 표행이 반드시 실패할 거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그렇게 되면 저 소년 장문인은 어떻게든 책임을 지고 물러날 수밖에 없겠죠· 최악의 경우 살아서 해남도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고요·”
“···!”
“한마디로 모든 걸 다 짊어지고 가라는 뜻이죠· 일종의 제물이라고나 할까· 덧붙여 해남오가의 입장에선 남해일검이 그에게 장문인 자리를 물려주었다는 항간의 소문도 잠식시킬 수 있고요·”
찰싹!
“이거네!”
이견이 제 무릎까지 손바닥으로 치며 감탄했다·
일견을 비롯해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 전부가 과연 그렇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삼견이 남궁소소에게 말했다·
“무림세가의 영애라서 그런지 과연 호족가문들의 생각을 꿰뚫어 보는 눈이 우리랑은 다르군· 자네의 통찰력에 탄복했네·”
“저도 들었어요·”
“음? 누구한테?”
“풍운비룡에게서요·”
“뭐?”
“지난밤에 과연 누가 올 것 같으냐고 물었더니 자기가 해남오가의 가주라면 저 소년 장문인을 등 떠밀어 내보낼 것 같다면서 이유를 설명해 주더라고요· 그리고 아침이 되니까 정말 그의 말대로 되었어요·”
“하여간에 눈치는 귀신같이 빠르다니까·”
이견이 덧붙였다·
“그 와중에 혓바닥 몇 번 놀려서 금전 일 천 냥을 가볍게 땡기는 거 봤지? 어떤 면에서는 정말 독보적인 인간이라니까·”
일견이 다시 남궁소소에게 물었다·
“그래서 지금 풍운비룡은 어디에 있나?”
“선실에서 돈 세고 있어요·”
“전표로 받은 것이 아니고?”
“골탕을 먹이려고 그런 건지 은전 만 개로 바꾸어 사람 머리통만 한 가죽 주머니에 담아 왔다더라고요· 그런데 개수를 셀 때마다 한 개가 모자라거나 혹은 남는데요·”
은전 만 개라는 말에 서호삼견의 눈동자에 이채가 돌았다·
뼛속 깊숙이 새겨진 흑도의 본성이 꿈틀거리는 것이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른 후 삼견이 이견에게 물었다·
“구경이나 하러 갈까요?”
“구경만 할 거면 뭐하러 가?”
“그럼요?”
“확 그냥····”
순간 독고완과 탁중로의 눈빛이 돌변했다·
새파란 불똥이 튀는 것이 금방이라도 벌떡 일어날 것만 같은 얼굴이었다·
“표비를 올려 달라고 해야죠·”
마지막 계란을 까먹은 남궁소소가 손을 탈탈 털면서 한 말이었다·
삼견이 물었다·
“갑자기?”
“구대문파는 우리에게도 심각한 변수예요· 매일 은전 한 냥씩 받는 기존의 조건으로는 못 가죠· 어림도 없어요·”
“순순히 올려 줄까?”
“그럴 리가요·”
“무슨 계획이라도 있나?”
“일단은 저와 선배님들과 하 표사가 힘을 하나로 합쳐야죠· 그리고 충분히 인상을 해주지 않으면 우린 뇌주반도에서 내린 후 항주로 돌아가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거죠·”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일견을 향했다·
어쨌거나 이 일은 서호삼견이 주축이고 서호삼견의 입장을 정하는 건 일견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쯤에서 표행을 그만둬야 하나 하고 심각하게 고민하던 참이었네· 자네 말처럼 구대문파가 개입됐다면 완전히 다른 얘기여서 말이지· 그것도 적대적인 편에서·”
“어디까지나 가능성일 뿐이지 아직 확실한 건 아니에요· 그리고 여기서 그만두면 강호인들이 우리에게 겁쟁이라고 손가락질할 거예요· 비룡당에서 돈 되는 표행이 있을 때마다 한다리 걸치는 것도 이젠 끝이고요·”
이견과 삼견이 눈을 번쩍 떴다·
다른 걸 다 떠나 앞으로 비룡당의 객표일을 못하는 건 심각한 문제였다·
그들의 눈에 비친 이정룡은 한마디로 재복을 타고난 인간이었다·
어려서는 항주의 기녀들과 도박꾼들과 온갖 왈짜들이 그리고 지금은 표사들과 쟁자수들과 남궁소소까지·
그의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시도 때도 없이 돈벼락을 맞았다·
그중 최고는 마교의 보물이 숨겨져 있는 동굴을 털어먹었을 때였다·
언제 또 그런 대박이 터질지 모른다·
결별을 할 때 하더라도 그런 거 하나는 해 먹고 결별해야 한다·
“그래서 얼마나 올려 달라고 할 셈인가?”
“처음엔 매일 은전 두 냥을 부를 거예요·”
“지금 액수의 딱 두 배군·”
“하지만 그가 받아들일 리가 없어요· 해서 양보하는 척하며 이틀에 은전 세 냥으로 합의를 시도해 볼 거예요·”
“그건 좀 작은데·”
“대신 한 달치를 선불로 달라고 하고요·”
“어차피 받을 돈인데 선불이라고 다를 이유가 있을까?”
“일단은 당길 수 있을때 최대한 당긴 다음 상황을 지켜 봐야죠·”
“상황?”
“앞일은 모르는 거니까요· 또 누가 알아요? 지금처럼 변수가 생겨서 재협상의 기회가 있을지· 반대로 일이 생각했던 것과 달리 싱겁게 끝나면 우린 한 달치를 미리 확보한 것이고요·”
이견과 삼견이 과연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일견도 그런대로 수긍하는 표정이었다·
“언제 말을 할 텐가?”
“지금요· 선배님들께선 독 표사와 탁 표사를 잠시 붙잡고 계세요· 저 분들이 가서 우리 계획을 일러바쳐 버리면 도로아미타불이에요· 그 사이 제가 얼른 가서 담판을 짓고 올게요·”
“알겠네· 그리함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견과 삼견이 맞은편에 앉아 있는 독고완과 탁중로를 노려보았다·
남궁소소가 엉덩이를 툭툭 털고 일어나자 호리독사가 얼른 말했다·
“저는 매일 술 한 병씩으로 허락된 걸 이틀에 세 병으로 좀 바꿔주십시오· 주루에 들르거나 누군가에게 초대를 받아 간 자리에서는 무제한이고요·”
“돈은 다 셌어요?”
“힘들어서 못 세겠소·”
“그래서 포기했다고요?”
“한두 냥 없는 셈 치기로 했소· 그런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니고·”
“초심을 잃었네·”
“간 일은 어떻게 됐소?”
“그렇지 않아도 이쯤에서 그만둬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 중이셨다더라고요·”
“다른 사람들도 그렇지만 세 분의 무공과 경륜이 꼭 필요하오· 이번 해남행에서도 일절 선배가 아니었다면 매우 곤란했을 것이오·”
“하루에 은전 두 냥씩은 받아야 한다는 걸 가까스로 설득해서 이틀에 석 냥으로 유도하는 데 성공했어요·”
“선불건은?”
“받기로 하셨고요·”
“잘했소·”
“한 달치 선불을 드리는 게 왜 그렇게 중요하죠?”
“어차피 운남성을 거쳐서 항주로 돌아가려면 그것만으로도 한 달은 걸릴 테니 선불은 문제가 되질 않소· 오히려 짐도 덜고 좋지· 대신
그 돈을 받는 순간부터 세 분 선배님들은 발을 뺄 수가 없게 되는 거요· 늪에 빠졌다고나 할까·”
“사기꾼·”
“소저도 공범이오·”
“난 심부름만 했어요·”
“그게 공범들이 하는 일이지·”
“알았고요· 이제 내 일당에 대해 얘기해 볼까요?”
“투자자로서 도와준 것 아니었소?”
“이미 각오하고 있었으면서 딴소리 말고요·”
“얼마를 원하시오?”
“일단 구대문파가 우리와 적대적인 편으로 개입됐다면 완전히 다른 얘기가 돼요· 그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확실한 건 아니라니까 자꾸 그러네·”
“하루에 두 냥씩 줘요·”
“사흘에 다섯 냥씩 주겠소·”
“하루에 두 냥·”
“사흘에 다섯 냥· 대신 한 달치를 선불로 주겠소·”
***
정오가 되자 배는 뇌주반도에 도착했다·
하루가 급한 우리는 긴 여정에 대비해 시내를 돌며 작은 수레까지 두 척이나 사서는 보급품부터 넉넉하게 보충했다·
그런 다음 운남성을 향해 곧장 출발했다·
광동의 우거진 밀림 사이로 난 관도를 따라 반나절을 쉬지 않고 갔을 때였다·
왼쪽 골짜기 으슥한 곳에 낡은 초옥 한 채가 숨어 있는 게 보였다·
독고완의 말로는 가족 단위로 떠돌이 생활을 하는 묘족이 버리고 간 것 같다고 했다·
해가 지려면 아직 한 뼘이나 남았지만 나는 초옥에서 밤을 보낼 것을 결정했다·
그리고 자정 무렵에 이르러 백여 개의 검은 인영이 나타나 초옥 주변을 조금씩 에워싸기 시작했다·
어찌나 은밀한지 꼭 검은 안개가 스멀스멀 끼는 것 같았다·
나는 그 광경을 남궁소소와 함께 이십여 장 떨어진 산비탈 바위 뒤에 숨어서 지켜보았다·
그리고 또 하나 그녀와 나 사이에는 해남파의 소년 장문인 엽초풍도 있었다·
남궁소소가 엽초풍에게 속삭이듯 물었다·
“어떻게 아셨어요?”
“범선에서 처음 보았던 선객들 중 세 명이 뇌주반도에 내린 후에도 번갈아 가며 무려 일곱 번이나 더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남궁소소는 내게도 물었다·
“어떻게 알았어요?”
“표국업계의 격언을 충실히 따랐을 뿐이오· 큰돈이 움직일 때는 반드시 지켜보는 사람이 있으니 항상 척후를 살피고 충분한 대비를 할 것·”
“귀신이 둘로 늘어났네·”
남궁소소가 조용히 읊조렸다·
나는 속으로 적지 않게 놀랐다·
범선에는 무려 오백 명에 달하는 선객이 탔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으나 나와 독고완과 탁중로는 오랜 습관대로 감시하는 눈길이 있는지 열심히 살폈다·
하지만 단 한 명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한데 엽초풍은 무려 세 명을 기억한데다 그들이 번갈아 가며 일곱 번이나 더 스쳐 간 것까지 놓치지 않았다·
대체 기억력이 얼마나 좋아야 이게 가능할까?
초옥을 내려다보던 남궁소소가 말했다·
“아무리 사기를 당한 기분이라도 그렇지· 금전 일천 냥이 아까워 흑도들에게 정보를 흘리다니· 명색이 해남오가라는 사람들이 어쩜 이렇게 추잡할 수가 있죠?”
“해남오가의 소행이 아니오·”
“그럼요?”
자강상단의 뇌주분타주 추대랑의 짓이다·
우리보다 하루 먼저 뇌주반도로 들어간 그는 이을룡에게 전서구를 날렸을 것이다·
운남성에는 자강상단도 분타를 내지 못했으니 아마 다른 상단의 전서망을 이용했을 것이고·
그리고 곧장 평소 알고 지내던 뇌주반도 내 흑도방파의 수괴를 만났을 것이다·
큰 건수가 있는데 한번 도모를 해보겠느냐고·
한데 금전 일천 냥을 빼앗아서 그가 좋을 게 뭐가 있을까?
거사에 성공한 흑도들이 개평으로 몇 냥 줄 수는 있겠으나 고작 그것 때문에 이런 큰일을 벌였을 리는 없다·
‘내 다리라도 부러뜨려 놓으라고 한 건가?’
문제는 이게 과도한 충성심에서 비롯된 추대랑의 독단적인 결정이냐 아니면 자강상단주의 지시가 있었느냐 하는 것이었다·
설마 이을룡이 시키진 않았겠지?
그때 비적들 중 누군가가 외쳤다·
“시작해라!”
초옥을 겹겹이 에워싼 비적들은 먼저 백여 발의 화살을 비 오듯 쏟아부었다·
화살은 풀로 만든 벽을 거침없이 뚫고 들어간 다음 퍽퍽 소리를 내며 무언가에 꽂혔다·
뒤를 이어 쉰여 명이 사방에서 달려들어 일장이 넘는 장창을 닥치는 대로 쑤셔댔다·
남궁소소가 조용히 쥐어짰다·
“전부 죽일 생각이었어!”
나도 그녀 못지 않게 놀랐다·
마지막으로 번뜩이는 칼을 뽑아 든 수십 명이 벽체를 부수며 초옥으로 부나방처럼 뛰어들었다·
그 순간 초옥은 정말로 불구덩이로 변해 버렸다·
꽈과과과과광!
천지를 뒤흔드는 굉음과 함께 불기둥이 솟구쳤다·
막강한 폭압에 화살과 창과 칼과 사람이 초옥의 잔해들과 함께 사방팔방으로 터져 나갔다·
주변에 있던 다른 비적들도 화를 피하지 못했다·
일부는 자신들이 쏘고 찌른 화살과 창에 맞아 그 자리에서 고꾸라졌다·
일부는 등잔 속 심지처럼 온몸에 불덩어리를 붙이고는 골짜기 아래의 계곡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갔다·
운 좋게도 큰 화를 피한 자들도 몸 한두 군데에는 불덩어리를 달고서 괴성을 지르며 함께 달려갔다·
낮에 양홍경의 도움으로 뇌주반도에서 폭약을 사기 위해 흑점에 들렀을 때였다·
흑점의 늙은 주인이 농담처럼 전쟁이라도 하러 가느냐고 물었다·
내가 그렇다고 하자 점주의 눈빛이 돌변했다·
그는 갑자기 진지한 얼굴이 되어서는 다시 공성전이지 수성전인지를 물었다·
나는 성을 제물로 바치고 함정을 파게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러자 점주는 맹화유(猛火油)가 든 가죽부대를 폭약 위에 잔뜩 덮어놓아 보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은전 삼백 냥씩이나 주고 산 폭약과 맹화유를 보급품인 것마냥 위장해 수레에 싣고 왔다·
그 결과가 저거였다·
잠시 후 서호삼견을 비롯한 내 일행과 양홍경 일행이 다가왔다·
탁중로가 말을 백여 장 밖에 안전하게 매어 두었노라고 내게 보고했다·
양홍경은 놈들이 타고 온 말들을 전부 쫓아 보내버렸다고 엽초풍에게 보고했다·
“다들 그만 가시죠·”
“어떤 놈들인지 확인도 않고?”
일견이 다급하게 물었다·
나는 어떻게든 살아보겠답시고 아우성치며 계곡으로 뛰어드는 놈들을 잠시 바라보다가 말했다·
“비적이 누군지는 알아서 무엇하게요·”
혹을 떼어낸 우리는 계속해서 운남성 쪽으로 달렸다·
온갖 독충이 가득한 숲과 언제 말을 집어삼킬지 모르는 늪지대와 밤마다 사람을 미쳐 버리게 만드는 모기떼는 지금까지 상대해 본 그 어떤 비적들보다도 무서웠다·
그러다 해남도를 떠난 지 보름째 되던 날 아침 마침내 운남성 하고도 장강의 최상류인 금사강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