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화· < 미친 놈(9) >
구천구관은 도화곡의 장원 뒤쪽 마방산 중턱에 있는 석굴에서 열기로 했다·
일정도 닷새나 앞당겨졌다·
백포산군이 조용한 장소와 질 좋은 향과 몇 가지 약재들 외에는 딱히 준비할 게 없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이막하는 그때까지 편안하게 쉴 장소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백포산군은 한사코 통천방에 머물겠다고 고집을 피우더니 가버렸다·
모두가 의아해할 때 남궁유룡이 조용히 말했다·
“죽은 제자와 이별을 하려는가 보군·”
통천방은 뇌정갑이 머물던 곳이자 한때 사천구룡방의 중심이 되었던 방파였다·
백포산군은 제자의 피와 땀이 밴 곳에서 조용히 둘만의 의식을 치르려는 것이다·
영원한 이별이 될지 아니면 또 다른 세상에서의 재회를 위한 것이 될지 모르는 의식을·
나는 쳐죽일 놈이었던 뇌정갑과 흉포한 인간인 백포산군을 보면서 사승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대체 사승이란 무엇일까?
무엇이 저들을 그토록 질기게 묶어 놓았을까?
“그나저나 통천방은 이제 알거지가 됐을 텐데·”
짧은 상념 끝에 나도 모르게 불쑥 튀어나온 말이었다·
지켜보고 있던 도화곡의 제자들이 과연 그렇다는 듯 신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이 대충 정리되자 도화곡의 수뇌부는 남궁유룡과 뜨거운 인사를 나누었다·
나는 차례를 기다렸다가 사대장로들과 칠대제자들 그리고 사저들인 팔대제자들에게도 일일이 늦은 인사를 올렸다·
어른들과의 인사가 모두 끝나자 구대제자들 수십 명이 우르르 몰려와서는 나와 남궁소소를 에워쌌다·
그들 중에 그림 그리는 안여여와 열일곱 살의 나이에 벌써부터 용모가 예사롭지 않은 예홍이도 있었다·
“사숙 왜 이렇게 늦으셨어요?”
“사숙 천금풍이 정말 많이 느신 것 같아요!”
“사숙 며칠이나 머물다 가실 거예요?”
“소소 선배 기왕 오신 거 한 달 정도만 푹 쉬었다 가시면 안 되나요?”
이막하는 어수선해진 도화곡을 빠르게 정리해 갔다·
나와 사대장로들을 비롯한 여러 부상자들은 내원에서 구대제자 오십여 명의 호법을 받으며 운기행공에 전념했다·
다행히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제자는 한 명도 없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남궁유룡과 나와 남궁소소는 도화곡의 수뇌부와 함께 역대 제자들의 위패를 모신 조사전을 찾았다·
남궁유룡은 그중에서도 특히 전대 곡주였던 여종매의 위패 앞에서 향을 사르고는 눈을 감은 채 반 각이 넘도록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실오라기처럼 느리게 피어오르다가 끝내 흩어져 버리고 마는 연기가 꼭 여종매의 영혼처럼 느껴졌다·
남궁유룡은 아무래도 향이 한 대 다 타서 없어질 때까지도 저러고 있을 모양이었다·
그런 남궁유룡을 도화곡의 제자들은 슬픈 눈으로 지켜보았다·
사대장로 중 한 명은 조용히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등이 살짝 굽은 그녀는 생존한 칠대제자들 가운데 가장 연장자로 이름은 두심연이었다·
죽은 여종매와는 같은 사부를 모신 데다 거의 평생을 대별산에서 친자매처컴 함께 살다시피 해 정이 각별했다고 들었다·
여종매가 젊은 시절 마음을 주었던 남궁유룡이 이렇게 멀리까지 찾아와 향을 사르니 사매로서 마음이 쓰라린 것이다·
한편 내 옆에는 남궁소소가 서 있었다·
한쪽 눈이 밤탱이가 된 그녀는 무슨 이유에선지 매우 초조해 보였다·
[왜 그러시오?]
[뭐가요?]
[얼굴이 안 좋소·]
[귀하가 이렇게 만들어 놓았잖아요·]
[그게 아니라 걱정이 있는 것 같은데· 꼭 무슨 사고를 쳐놓고 부모님에게 들킬까봐 조마조마해 하는 아이처럼 말이오·]
[내 내가 무슨 사고를 쳤다고 그래요·]
[···?]
그때였다·
두심연이 조용히 흐느끼며 말했다·
“사저 옛 정인께서 우리를 도와주러 수천 리 길을 쉬지 않고 달려오셨어요· 영혼이 있거든 연기로라도 그의 얼굴을 한번 쓰다듬어 보세요· 흑흑흑·”
가슴을 짜르르 울리는 말이었다·
이막하를 시작으로 애써 감정을 억누르고 있던 도화곡의 제자들 전부가 소리 내어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러자 남궁유룡이 눈을 번쩍 떴다·
이어 이게 무슨 소리냐는 듯 뒤를 돌아보았다·
남궁소소는 심장이라도 내려앉은 사람처럼 움찔 놀라서는 사시나무처럼 떨었다·
‘이건 또 뭐야?’
그제야 나는 돌아가는 상황을 눈치챘다·
남궁유룡과 여종매가 젊은 시절 서로 좋아하는 사이였다는 남궁소소의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던 모양이다·
여종매는 젊어서 상처를 입은 후 대별산 도화곡에서 평생을 청정하게 수절하며 산 사람이었다·
남궁유룡과의 관계가 사실일 때는 아름다운 추억이 되지만 거짓일 때는 자칫 추문이 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여종매의 고아한 삶에 남궁소소가 의도치 않게 흙탕물을 튀긴 게 된다·
남궁유룡도 그 점을 가장 크게 문제 삼을 것이고 도화곡의 제자들은 제자들대로 낭패스럽기 짝이 없을 것이다·
‘처음 만날 땐 안 그랬던 것 같은데 언제부턴가 부쩍 왜 저렇게 사기를 치고 다니는지 모르겠네· 치려면 제대로나 치든가·’
흐느끼는 소리가 잠시 가라앉기를 기다려 남궁유룡이 두심연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두 장로님 방금 하신 말씀이 무슨 뜻이외까?”
“손녀에게서 모두 들었습니다· 젊은 시절 저의 사저와 마음을 주고받은 사이셨다고요· 평생 외롭고 쓸쓸하게만 살다 가신 줄 알았다가 그 얘기를 들고 어찌나 위안이 되던지····”
남궁유룡이 천천히 남궁소소를 돌아보며 물었다·
“네가 정녕 그렇게 말을 했더냐?”
남궁소소는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제야 무언가 이상한 것을 깨달은 도화곡 제자들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갔다·
“실은····”
“제가 시켰습니다!”
나도 모르게 불쑥 튀어나온 말이었다·
남궁소소를 향했던 사람들의 시선이 전부 나를 향했다·
남궁소소는 남궁소소대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보았다·
남궁유룡이 내게 물었다·
“네가?”
“그렇습니다·”
“어찌하여?”
“백포산군 선배님의 발목을 잡으려면 가주님을 끌어들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여 전음을 보내서 싫다는 남궁 소저에게 억지로 시켰습니다· 모든 책임은 제게 있으니 저를 벌해 주십시오·”
그러면서 나는 포권을 쥐고 허리를 숙였다·
여태 힘들게 쌓아온 점수를 한방에 까먹겠구나 싶었다·
얼마나 시건방지고 무례한 인간이라고 생각하겠나·
이러다가 남궁소소까지 못 만나게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런다고 안 만날 우리가 아니지만·
“알고서 한 말이 아니라고?”
“예··· 예?”
이건 또 무슨 소리·
나도 남궁소소도 깜짝 놀랐다·
남궁유룡의 말이 이어졌다·
“아니 너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다른 누구도 아닌 내게 전서구를 보냈고 이후 목숨을 걸면서까지 시간을 끈 것이 아니더냐· 내가 올 거라는 걸 철썩같이 믿었기에·”
“그건···”
남궁유룡은 나를 한참이나 물끄러미 보더니 말했다·
“이제 보니 안 것이 아니라 확신을 했었군· 이런 귀신같은 녀석을 봤나· 혹시라도 도화곡의 존재가 드러날까 봐 내 평생 언행을 조심 했거늘·”
“죄송합니다·”
“잘했다·”
“예?”
“많은 사람 앞에서 어른들의 내밀한 얘기를 함부로 발설한 것은 괘씸하기 짝이 없다만 상황이 절박했고 그 의도가 의로웠으니 한 번은 기꺼이 용서해 주마·”
“감사합니다·”
“하지만 추측만으로 또 다시 그런 무경우한 짓을 했다간 내 아무리 너를 총애해도 지금처럼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명심하겠습니다!”
남궁유룡은 이어 이막하를 돌아보며 말했다·
“도화곡과 남궁가는 구태여 나와 전대 곡주와의 인연을 끌어다 붙이지 않더라도 이제는 남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오· 앞으로도 어려운 일이 닥치면 꼭 연락을 주시기 바라외다·”
“뭐라고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도화곡의 제자들은 하나같이 가슴이 벅차오르는 표정이었다·
나와 남궁소소는 황당해하는 서로의 얼굴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
참배가 끝나자 사람들은 늦은 아침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전부 자리를 옮겼다·
대형 탁자가 줄지어 늘어선 가운데 삼백여 명의 제자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일제히 일어나 우리를 맞았다·
“한 달에 한 번 모든 제자가 모여 함께 아침을 먹는데 이번에는 날짜를 조금 앞당겼습니다· 제자들이 가주님을 꼭 모시고 함께 식사를 하고 싶어 해서요·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어리둥절해 하는 남궁유룡에게 이막하가 해준 말이었다·
남궁유룡은 잠시 주변을 둘러보더니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아니라 젊은 사숙을 보고 싶어 한 것 같소이다만·”
그가 말한 사숙은 당연히 나였다·
여기저기서 가벼운 웃음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우리는 사대장로들과 함께 안쪽의 가장 넓은 탁자로 안내되었다·
이막하가 그중에서도 또 가장 상석을 남궁유룡에게 양보하려고 했다·
남궁유룡은 천부당만부당한 일이라며 극구 사양하고는 이막하의 오른쪽 한자리를 자치했다·
일문의 문주가 다른 무림세가의 가주에게 자신의 자리를 양보한다는 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막하는 다만 남궁세가의 가주이자 무림의 대선배인 남궁유룡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한번 예의를 차린 것이었다·
하지만 마음만큼은 정말로 양보를 해주고 싶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기에 빠진 도화곡을 구해준 은인이기도 하지만 죽은 사부의 옛정인이니 사부를 모시듯 정성을 다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윽고 음식이 나오고 식사가 시작되었다·
삼백여 명이 동시에 식사를 하는데도 젓가락 소리만 봄비 소리처럼 잔잔하게 깔릴 뿐 사람의 목소리라곤 단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모두 수뇌부가 앉은 안쪽의 탁자에서 오고 가는 대화를 들으려고 정신을 집중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작 수뇌부의 탁자에서도 서로의 안부를 묻고 답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두심연이 내게 물었다·
“내상은 좀 어떻느냐?”
“끄떡없습니다·”
“피를 한 바가지나 토했는데 그럴 리가 있겠느냐· 그래도 이렇게 씩씩한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이는구나·”
“그냥 드리는 말씀이 아닙니다· 곡주님께서 주신 화리의 내단을 세 개나 복용한 데다 간밤에 운공을 충분히 했더니 날아갈 것처럼 가볍습니다· 저보단 오히려 곡주님과 연로하신 장로님들이 걱정입니다·”
“때마침 너희가 도착해 백포산군의 폭주를 막아주는 바람에 큰 화는 피할 수 있었느니라· 우리가 전생에 무슨 덕을 쌓았기에 이리 귀한 인연을 맺었는지 모르겠구나·”
그러면서 두심연은 한없이 자애로운 표정으로 나와 남궁소소를 번갈아 보았다·
사대장로의 다른 사람들도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유룡은 그 모습이 흡족한지 웃으며 수염을 쓸었다·
이막하가 내게 물었다·
“한데 구대제자들 사이에 이상한 얘기가 떠돌더구나· 듣자 하니 천룡표국의 범선 다섯 척이 장강 물길을 따라 호북성 무한까지 올라 왔다고 하던데····”
“그게 무슨 말씀이외까?”
이막하의 말에 남궁유룡이 놀란 음성으로 되물었다·
어지간한 일에는 좀처럼 놀란 모습을 보이지 않는 그였기에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살짝 당황할 지경이었다·
“아직 못 들으셨나 보군요· 말 그대로입니다· 바다를 항해해야 할 대형 범선 다섯 척이 장강 물길을 거슬러 무한까지 올라왔는데 글쎄 그 범선의 주인이 다름 아닌 정룡 사제라고 하는군요·”
“그게 사실이더냐?”
잠깐 기다리는 시간도 아깝다는 듯 남궁유룡이 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무한 미곡시에서의 소식이 양주까지 전해지기도 전에 내가 보낸 전서구를 받고 주야장천 달려오느라 전혀 상황을 모르는 모양이었다·
남궁소소가 불쑥 끼어들었다·
“제가 그 범선들을 끌고 왔어요· 할아버지·”
“네가?”
“네·”
“그럴 리가· 장강에는 열일곱 개의 큰 여울이 있어 제아무리 교룡방도들을 동원한다고 해도 바다의 범선이 거슬러 오를 수가 없느니라· 해서 교룡방도 작은 삼판선들에 돛을 달아 조운선으로 쓰는 것이고·”
“교룡방의 도움은 전혀 받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바람과 돛의 힘으로만 거슬러 올랐습니다· 덕분에 무한 미곡시가 발칵 뒤집혔지요·”
“대체 어떻게 그런 일이!”
남궁유룡이 목구멍을 쥐어짰다
남궁소소는 나를 한번 보더니 씨익 웃고는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침까지 튀겨가며 신나게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그녀의 입에서 해룡선방 삼각돛 천공범 흑룡도방 황해노경 등의 말들이 흘러나올 때마다 남궁유룡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특히 천공범을 달리 하늘돛이라고 부른다는 대목에선 무릎을 ‘탁’ 치며 절묘한 이름이라며 껄껄 웃어댔다·
반면 사대장로를 비롯한 도화곡의 제자들은 평생을 산속에서만 살았기 때문에 장강에 범선이 올라온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는 듯했다·
그저 남궁유룡이 놀라면 따라서 놀라고 남궁유룡이 나를 대단하다고 칭찬하면 자신들의 제자나 사형이 무림 명숙에게 칭찬을 받는 것처럼 기뻐하고 좋아했다·
그런가 하면 어린 구대제자들은 범선이라는 개념 자체를 아예 생소해 하는 얼굴들이었다·
남궁소소가 그런 구대제자들을 위해 이야기 중간에 잠시 짬을 내어 이 식당의 절반만큼 큰 배라고 했다·
그러자 모두 놀라서 눈이 동그래졌다·
이야기는 계속해서 이어져 무한으로 무대를 옮겨갔다·
범선이 장강십팔탄을 거슬러 오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오백 명의 선객들을 싣고 청수탄으로 갔던 일 괴인들의 공격을 받고 대장선이 침몰할 뻔한 일 내가 허리에 밧줄을 묶고 사나운 청수탄으로 뛰어들어 괴인들을 구한 일 밤에 고작 열 명이서 횃불을 들고 교룡방의 본진으로 쳐들어간 일 등이 남궁소소의 작은 입을 통해 실감 나게 재연되었다·
그 모든 일의 배후에 북천표국주 여문탁의 아들 여사평이 있었다는 대목에서 남궁유룡과 도화곡의 제자들은 마치 자신들이 당하기라도 한 것처럼 흥분했다·
그러다 강남북의 표사 수백 명이 지켜보는 앞에서 내가 무공으로 여사평을 무릎 꿇렸고 이어 비적이 된 양민들에게 인정을 베푸는 표사들의 전통을 언급하며 일갈했다는 대목에서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반면 남궁유룡은 오히려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한없이 깊어진 눈으로 나를 응시했다·
무언가 다른 분위기를 알아차린 도화곡 제자들이 잠잠해진 후에야 그의 입이 무겁게 열렸다·
“벌의 등에도 무늬가 있지만 호랑이라 말하지 않고 강호무림에 수많은 백도인들이 있지만 모두를 협객이라 부르지 않지·”
“···?”
“젊은 시절 네 아버지 이종산은 삼십여 년 동안 단 한 번의 표행도 실패하지 않는 대기록을 세우면서 그 명성이 천하를 진동시켰다· 하지만 표왕이라는 별호로 불리게 된 건 표사로서의 경이로운 실력 때문만이 아니니라· 너는 그 이유가 무엇인 줄 아느냐?”
“가르침을 주십시오·”
“그에게는 항상 목숨처럼 지키는 표행지도(鏡行之道)가 있었기 때문이다· 부디 지금처럼 초심을 잃지 말거라· 하면 네 아버지께 그랬던 것처럼 전 강호가 너의 이름을 귀하게 여길 것이다·”
“명심하겠습니다·”
깊은 울림이 사방으로 번져갔다·
이막하와 사대장로는 더할 나위 없이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다른 제자들도 잔뜩 상기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여운을 즐기려는 듯 모두가 입을 다문 가운데 남궁소소가 나를 한번 쳐다보며 배시시 웃었다·
이어 고요한 식당에 모두가 예상치 못한 대형 폭탄을 터뜨렸다·
바로 내가 여기에 온 진짜 이유이기도 한·
“그런데 할아버지 같은 크기의 범선이 두 척 더 있어요· 그 두 척은 무한을 지나 민강과 만나는 의빈까지 무려 이천 리를 더 거슬러 올라올 거예요· 이곳 성도에서 빠른 배를 타고 내려가면 불과 이틀 거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