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Escort Warrior Chapter 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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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화·  < 사숙이다(9) >

백포산군과 나와의 거리는 십여 장·

대여섯 걸음을 속수무책으로 끌려가던 나는 천근추의 수법과 함께 오른발로 진각(震脚)을 크게 밟았다·

꿍!

지축이 울리며 발끝이 땅속을 쟁기처럼 파고들었다·

그 상태에서도 계속 거력에 끌려갔다·

“격공섭물(隔空攝物)!”

나도 모르게 목구멍을 비집고 나온 소리였다·

이것이 천하십대고수의 위엄일까?

격공섭물이라는 경지가 있다고 해도 멀리 놓여 있는 칼을 끌어당기는 수준일 거라고 생각했다·

한데 이 정도로 강력한 힘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멈추지 못할까!”

대갈일성과 함께 사대장로들이 내상을 입은 와중에도 나를 구하기 위해 다시 공격에 나섰다·

백포산군은 쳐다도 보지 않고 좌장을 연거푸 뻗었다·

뻐벙뻥!

그와 동시에 칠검향이 쏜 화살 일곱 발이 백포산군을 향해 벼락처럼 날아들었다·

백포산군이 좌수를 뻗어 허공에 원을 그리며 휘저었다·

그러자 강렬한 회오리바람이 일어나 화살을 모조리 빨아들여 버렸다·

그의 소맷자락에 휘감긴 화살들은 좌장을 떨치는 순간 뻥 소리와 함께 협봉검을 뽑아 들고 쇄도해 오는 칠검향에게로 다시 날아갔다·

대경실색한 칠검향이 발작적으로 검을 휘두르며 화살을 쳐냈다·

그 바람에 신법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와 동시에 이막하를 중심으로 한 이백여 명의 제자들 전부가 검진을 확장해 오기 시작했다·

나의 뒤쪽으로부터도 남궁소소 판관필을 뽑아 들고 날아드는 중이었다·

“모두 멈춰!”

나는 일갈을 내지르며 그때까지 버티던 힘을 풀어 버렸다·

그러자 빠르게 끌려가서는 백포산군의 오른손에 덥석 목을 잡혀 버렸다·

내 목숨이 백포산군의 수중으로 떨어지자 그를 향하던 사람들의 모든 공격도 뚝 그쳤다·

백포산군이 말했다·

“나는 평생 누군가를 두려워서 해본 적이 없다· 더욱이 누군가가 두려워서 하고자 하는 일을 그만둔 적도 없지·”

내가 만났던 무림의 명숙들은 하나같이 격기를 통해 내 단전부터 더듬으려고 했다·

한데 이 괴수는 그런 것 따윈 아무래도 좋다는 듯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도화곡을 끝장낸 후 천룡표국으로 갈 생각이었다· 듣자 하니 내 제자가 죽고 사천구룡방이 무너지는데 네 놈이 아주 큰 역할을 했다지?”

이건 인정한다·

솔직히 거의 내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구태여 천룡표국까지 갈 것 없이 내 오늘 너를 죽여서 표왕인지 뭔지 하는 애송이로 하여금 나를 찾아오게 하리라· 으하하하!”

그러면서 백포산군은 내 목을 번쩍 쳐들더니 손아귀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서서히 죽이려는 듯 천천히·

나는 양손으로 그의 손가락을 틀어쥐고 사력을 다해 벌리려 했다·

이어 더 목을 조이기 전에 재빨리 말했다·

“사천당문 청성파 천룡표국 남궁세가의 고수들이 애뇌산으로 들어가서 온산을 뒤지면 아무리 귀하라고 해도 한 달을 버티지 못할 것입니다· 다른 산으로 도망을 가면 모를까!”

“노부는 도망가지 않는다!”

“강호인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지 않으면서 뇌검과 그들로 하여금 귀하를 귀찮게 할 수 없도록 하면서도 복수를 할 방법이 있다면 어쩌시겠습니까?”

“나를 귀찮게 하지 않는다고?”

당신을 죽일 수도 있다는 말 대신 ‘귀찮게’라는 표현을 썼다·

예상대로 백포산군은 이 말을 썩 마음에 들어 했다·

“물론입니다·”

“노부는 누군가 귀찮게 하는 걸 세상에서 가장 싫어한다· 속세를 떠나 심산유곡에 은거한 것도 모두 그 때문이지·”

목을 조여오던 손이 뚝 멈추었다·

“방법이 무엇이냐?”

백포산군의 눈동자 저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반짝였다·

장담할 수 있다·

이 미친 노인네는 이종산 까지는 아니어도 남궁유룡은 분명 께름칙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마도 젊은 날 그와 맞붙었다가 호되게 당한 전력이 있지 않을까?

그 께름칙함 때문에 내가 도발의 강도를 서서히 올리다가 마침내 조심스럽게 던진 미끼를 덥석 문 것이다·

아직 방심하면 안 된다·

미끼를 무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미늘이 달린 낚싯바늘로 아예 코를 확 꿰어 버려야 한다·

제 손으로는 절대 빠져 나가지 못하도록·

“가르쳐 주면 저는 무슨 이득입니까?”

“목숨을 살려주마·”

잠시 갈등하는 척을 했다·

백포산군이 흥 하고 코웃음을 치더니 다시 손목을 조여왔다·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황급히 말했다·

“법(法)과 식(式)을 갖추십시오!”

“뭐?”

“아까도 말했지만 귀하께서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은 흑도들의 복수행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런 식으로는 모두에게 전쟁을 일으킬 명분만 줄 뿐입니다·”

“그래서?”

“법과 식을 충분히 갖추어 도화곡에 정식으로 도전하십시오· 그리하면 비록 은원으로 말미암은 것이라고 해도 다른 문파에서 함부로 개입하거나 시비 걸기가 어렵게 됩니다· 그들이 명문대파라면 더더욱·”

“도전?”

“한낱 절차상의 표현일 뿐입니다· 천하의 누구도 귀하를 도전자의 위치라고 생각지 않을 것입니다· 반면에 명문대파의 인물들이 저마다의 문파에서 엉덩이를 떼지 않게 만들려면 꼭 필요한 표현입니다·”

백포산군은 잠시 골똘히 생각하더니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한층 부드러워진 음성으로 내게 물었다·

“법과 식은 어떻게 갖추어야 하느냐?”

“명문대파들이 인정하는 강호의 명숙을 통해 비무첩을 전달토록 하십시오· 그를 통해 비무첩이 전달되는 과정 자체가 귀하에게 충분한 정당성을 만들어 줄 것입니다· 또한 그가 이 과정이 공명정대했음을 증언해 줄 것이고요·”

“만약에 도화곡이 비무첩을 받지 않는다면?”

나는 다시 한번 잠시 망설이는 것처럼 하다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까처럼이라면 몰라도 정식으로 비무첩을 보내오면 받지 않을 수가 없을 겁니다· 그랬다간 천하의 웃음거리가 될테니까요· 하면 도화곡은 더는 성도에서 발을 붙일 수가 없게 됩니다·”

백포산군의 표정이 점점 더 밝아졌다·

“하지만 여기 있는 놈들은 죄다 살인과 강간이나 일삼는 한심한 놈들 뿐이다· 대체 어딜 가서 명문대파들이 인정할만한 강호의 명숙이라는 자를 찾는단 말이냐?”

“하면 성도의 유명한 표국을 찾아 의뢰하십시오· 비록 강호의 명숙이 아닐지라도 표사가 전달하면 표국의 이름으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제아무리 강호의 명숙이라고 해도 개인이 전달하는 것보다 훨씬 더 공신력이 있습니다!”

“옳거니· 그런 묘수가 있었군!”

한껏 기분이 좋아진 백포산군은 그때까지 잡고 있던 내 목을 털썩 놓아 주었다·

이어 노청봉에게 당장 지필묵을 가져오게 했다·

‘걸려들었다·’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은 백포산군이 내 조언을 받아들였음을 짐작했다·

통천방의 흑도들은 모두가 의기양양해 했다·

반면 도화곡의 제자들은 전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천룡표국과 남궁세가를 동원해 복수해줄 것처럼 굴던 내가 숨통이 끊어질 것 같아지자 갑자기 돌변해 버리니 뭐라 말할 수 없이 혼란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나를 배신자로 여기는 듯한 표정을 짓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나를 믿어서가 아니었다·

자신들을 팔더라도 지금 당장 내가 살아남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걸 증명하기라도 하듯 사대장로와 이막하 그리고 팔대제자들 전부가 잘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내가 방금 자신들을 구해준 줄은 까맣게 모르고·

잠시 후 노청봉이 지필묵을 가지고 돌아왔다·

백포산군은 그 자리에서 바로 도화곡주 이막하에게 보내는 비무첩을 썼다·

대충 휘갈겨 쓰는 것 같은데도 웅혼한 필체가 예사롭지 않았다·

마침내 문장이 완성되자 곱게 접어 노청봉이 준비해온 비단 봉투에 넣더니 내게 휙 내밀었다·

“이제 전달하거라·”

“제가요?”

“그래·”

“예에?”

“애뇌산을 떠나 이곳으로 오는 동안 네놈에 관한 소문을 수차례 들었다· 절강성 제일세를 자랑하는 천룡표국의 풍운비룡이라는 표사가 아비를 닮아 그렇게 표사질을 잘한다더군· 그런 네가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 구태여 멀리까지 가서 표사를 데려올 필요가 있겠느냐?”

“거절하겠습니다!”

“그러면 내 손에 죽어야 한다·”

“당신은 정말 악질이군요!”

“모두 네가 가르쳐 준 방법이 아니더냐· 어려울 것도 하나 없느니라· 그냥 이 자리에서 네 손을 잠시 스쳤다가 전해질 뿐이니· 클클클·”

백포산군은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기가 막힌다는 듯 싱글벙글 웃어댔다·

백포산군이 일단 그렇게 결정을 내려 버리자 통천방의 흑도들도 자연스럽게 동조하며 낄낄 웃어댔다·

전생에서 표행을 하다 보면 깊은 산속에서 평생 화전을 일구고 산 사람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오랜 세월 세상을 등지고 산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이 하나 있었다·

그건 사고가 놀랄 정도로 단순해진다는 것이었다·

산속에선 다른 사람들과 경쟁할 일이 없고 경쟁할 일이 없으니 술수를 모르고 술수를 모르니 자연히 사고도 단순해질 수밖에 없었다·

‘삼십 년이면 너무 오래 살았지·’

덧붙여 배를 타고 성도로 오는 동안 들은 남궁소소의 말을 빌리자면 백포산군은 젊어서 강호를 주름잡던 시절에도 단순무식한 성정으로 유명했다·

남궁소소 역시 할아버지인 뇌검에게서 들은 무림사의 한 토막이었는데 지금 내게는 천 금짜리 정보보다도 더 귀했다·

고기는 낚싯바늘에 끼운 듯하니 이제 슬슬 수확을 거둘 차례였다·

“대신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무엇이냐?”

“표행비로 금전 일천 냥을 주십시오·”

“뭐?”

“수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앞에서 사문을 배신한 것도 모자라 살생부까지 들고 가는 마당에 그 정도는 받아야겠습니다· 그래야 남은 제자들을 돌보고 추스르는데 써서 기사멸조의 죄를 조금이라도 씻지 않겠습니까?”

“살생부?”

“그렇습니다·”

“그 말이 참으로 마음에 드는 구나· 음하하!”

백포산군이 한바탕 앙천광소를 터뜨렸다·

그러다 천천히 웃음기를 거두고 물었다·

“한데 내겐 그만한 돈이 없느니라·”

“저도 이판사판입니다·”

“돈을 목숨처럼 밝힌다는 소문이 사실이었군· 아이야· 나는 네가 마음에 드는구나· 해서 정말 그 돈을 주고 싶다· 노부는 원래 돈 욕심이 없어서 내게 그 돈을 준다고 해도 전혀 아깝지 않으니라·”

그 말은 믿는다·

마음만 먹는다면 거부가 될 힘을 지니고도 삼십 년을 산 속에서 은거한 늙은이가 아니던가·

“한데 애석하게도 내겐 그만한 돈이 없느니라· 그러니 투정은 그만 부리고 목를 부러뜨리기 전에 비무첩을 얼른 저기 있는 네 사저에게 전해 주고 오거라·”

“법과 식을 지키기 위해 의뢰를 하면서 거절하면 저를 죽이겠다고요? 그럼 전부 도로 아미타불이 되고 말 것입니다·”

“뭐가 그렇게 복잡하느나!”

“그리고 귀하의 제자가 지난 이십 년 동안 이곳 성도에서 쓸어모은 돈이 통천방에 고스란히 있음은 모두가 아는 사실인데 고인께서는 그 무슨 열 살짜리 아이들도 믿지 않을 말씀을 하시는지요·”

“으음?”

백포산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천천히 통천방주인 노청봉을 돌아보았다·

노청봉의 얼굴이 하얘지면서 핏기가 사라져 버렸다·

그는 나와 백포산군 번갈아 보며 어쩔 줄을 몰라했다·

백포산군이 노청봉에게 물었다·

“이 말이 사실이더냐?”

“그거야 사천구룡방이 건재하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삼백 명 남짓한 수하들을 데리고 겨우 입에 풀칠하는 처지이온데 어찌 그런 거액이 있겠습니까?”

“뭐가 조금 있기는 있는 모양이구나·”

“그것이 아니옵고요·”

“나는 이 녀석에게 꼭 의뢰를 맡겨야겠다· 여종매인지 뭔지 하는 할망구가 죽기 직전에 거둔 속가제자가 일 년 만에 곡주를 죽게 만드는 살생부를 가져다주면 이 얼마나 화통하겠느냐· 클클클·”

“저놈의 농간에 놀아나시면 안 됩니다! 저놈은 향시와 회시에서 연달아 장원급제를 할만큼 머리가 비상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놀아나?”

“소 소인이 그만 실언을·”

뻐엉!

백포산군의 좌수에서 일 장이 출수 되었다·

무얼 어찌해볼 틈도 없이 가슴에 장력을 격중당한 노청봉은 대여섯 장을 날아간 끝에 털썩 떨어졌다·

‘쿨룩!’ 하더니 하늘을 향해 대(大) 자로 누운 그의 입에서 한줄기 검은 피가 쭉 뿜어져 나왔다·

이어 입가로도 피를 줄줄 흘리더니 벌레처럼 꿈틀거리기만 할 뿐 좀처럼 일어나질 못했다·

아마 나중에 일어나도 사람 구실을 제대로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네 놈이 노부를 이용해 도화곡을 무너뜨리고 성도의 흑도방파들을 일통할 계획이었음을 모를 줄 알았더냐· 애뇌산까지 찾아와 소식을 전한 공으로 목숨만은 살려주는 줄 알아라·”

백포산군은 이어 통천방의 흑도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다음 서열이 누구냐?”

덥수룩한 수염에 건장한 체격을 지닌 자가 황급히 앞으로 튀어나와 머리를 조아렸다·

“석삼두라고 하옵니다!”

“지금부터 네가 통천방의 방주다· 한 식경을 주겠다· 당장 금전 일천 냥을 가져 오너라· 하면 성도는 장차 네 차지가 될 것이다·”

“존명!”

나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백포산군이 노청봉을 때려잡을 줄도 금전 천 냥을 정말로 줄 줄도 몰랐다·

애초 천 냥을 부른 다음 앓는 소리를 하면 최대 이삼백 냥쯤에서 타협을 볼 생각이었다·

남궁소소가 나를 보며 졌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런 상황에서까지 기어이 돈을 땡기느냐는 뜻이었다·

‘그 노인네 성격 한번 깔끔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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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incarnated Escort Warrior

Reincarnated Escort Warrior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2
My dream is to become an escort warrior that rides on a cool horse and transports goods. But I’ve got a limp leg and I’m unable to learn decent martial arts. I’ve lived as a porter working odd jobs for the entirety of my life. Until I died because of the mountain bandits that I met during an escort mission. But… ‘I became the fourth young master, Lee Jungryong?!’ When I died and woke up, I was reborn as the Heavenly Dragon Escort Agency’s infamous good-for-nothing youngest son. The weakling, Lee Jungryong, will become the best escort warrior in this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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