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화· < 미곡운송 전쟁(3) >
“공물운송권이라고요?”
비룡당 수뇌부 회의가 끝나갈 무렵 내가 던진 한마디에 나온 장궤 전립성의 반응이었다·
표두 가불염과 상자수 용소백도 화들짝 놀랐다·
특히 전대 국주때부터 일을 해온 덕택에 천룡표국에서 공물운송권이 지니는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아는 용소백은 손까지 바르르 떨었다·
“아직 확정된 건 아닙니다·”
“진왕야께서 편지를 써주셨다면 이미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지부대인이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왕부의 추천을 무시할 수 있겠습니까?”
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세 명 모두 표국일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비룡당이 승승장구하는 중에도 단발성 의뢰들의 한계를 누구보다 명확하게 알고 내심 걱정을 해왔던 것이다·
그런 차에 장기거래건이 그것도 잔챙이가 아니라 황궁으로 가는 공물운송권이라는 실리와 상징성을 동시에 챙기는 대어를 낚았으니 입이 찢어지려 할밖에·
“해서 준비를 좀 해주셔야겠습니다·”
“말씀하시지요·”
“우선 수일 내로 지부대인을 만나 편지부터 전하십시오· 가실 때 은전 백 냥을 예물로 준비하는 걸 잊지 마시고요· 덧붙여 표마차가 항주를 떠날 때마다 적당히 챙겨 줄 거라는 암시도 주세요· 아무리 진왕야의 추천이 있었더라도 항주를 통치하는 최고 관리와 척을 지어 좋을 게 없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지부대인의 허락이 떨어지면 이후의 원활한 인수인계 절차도 진행해 주시고요· 표비는 절대 깎아주지 마십시오·”
“물론이지요·”
“본격적인 인수 시기는 강남의 미곡운송 일이 마무리될 무렵이 좋겠습니다· 우리도 준비를 좀 하고요· 물량이 적지 않은데다 노리는 자들이 많은 공물의 특성상 북경까지 가는 운송로를 전체적으로 다시 짜야 할 겁니다·”
“그건 제가 하겠습니다·”
용소백이었다·
그의 말이 이어졌다·
“전대 국주님께서 생존해 계실 때 운 좋게도 청렴한 관리가 항주부의 지부대인으로 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가 천룡표국에 공물운송을 십 년 정도 맡겼습니다· 그때 저는 신입 쟁자수였는데 백 번도 더 북경을 왔다 갔다 했습니다· 제게 맡겨 주십시오·”
일이 아주 착착 진행된다·
나는 더할 나위 없이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전립성 가불염 용소백도 하나같이 가슴이 벅차오르는 듯한 표정이었다·
가불염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표사들은 어떻게 할까요?”
“무얼 말입니까?”
“이 사실을 알면 다들 내 일처럼 기뻐할 것입니다·”
“장궤께서 지부대인을 만나고 돌아오시면 표사와 쟁자수들 전부 모아 놓고 술이나 진탕 마시도록 하죠· 산삼주 두 병 남은 것도 똥 되기 전에 빨리 꺼내고요·”
전립성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
“산삼주가 두 병밖에 안 남았습니까?”
“모르셨나 보군요· 간밤에 한 병이 없어졌다더라고요·”
“이 망할 자식!”
딱히 누구를 지칭한 것도 아닌데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 모두가 알아듣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신기한 풍경이 펼쳐졌다·
그때 바깥에서 ‘험험’ 하는 인기척이 들렸다·
들어오라고 했더니 문이 반쯤 열리며 호리독사가 얼굴을 쑥 내밀었다·
모두가 깜짝 놀랐다·
“아직 안 끝났습니까요?”
“왜 그러시오?”
“당주님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지금은 좋은 때가 아닌 것 같소만·”
“간밤에 제가 아주 재밌는 걸 보았습니다·”
나는 전립성 가불염 용소백과 차례로 눈을 마주치고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투로 말했다·
“보기만 한 게 아닐 텐데·”
“어떻게 아셨습니까?”
“어떻게 모를 수 있겠소·”
“정말 귀신이십니다·”
“순순히 인정하는 거요?”
“예?”
“아!”
“아?”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요·”
호리독사의 얼굴이 잠시 문 뒤로 쑥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다·
주변에 누가 있는지 한 번 더 확인하려는 모양이었다·
“지난밤 천룡표국의 서쪽 구석에 있는 폐옥에서 세 사람이 몰래 만나 당주님을 담그는 법에 관해 얘기하는 걸 우연히 엿들었습니다· 그 세 사람은 강룡당주 복룡당주 그리고 전 묵룡당주님이셨습니다· 어떻게 저 그냥 갈까요?”
“···!”
“그러니까 귀하의 말은 강북의 대형 표국들이 강남의 미곡운송일에 뛰어들었고 그로 말미암아 우리 천룡표국과 오랜 세월 거래해온 미곡상단들의 추가 이탈이 있을 것이다? 국주님과 총표두님들도 이 일을 이미 어느 정도 짐작하고 계시고?”
“제가 아니고 강룡당주님이 그러셨다니까요·”
환생을 하고 난 후 이런저런 일에 끼어들면서 많은 것들이 전생과 바뀌었다·
하지만 내가 한 행동과 관련이 먼 일들은 크고 작음과 상관없이 여전히 그대로 진행되었다·
그중의 하나가 지금과 같은 미곡상단들의 이탈이었다·
예정대로라면 이미 수상한 조짐을 보이는 세 곳 외에도 무려 다섯 곳이 더 강북의 다른 표국으로 거래처를 옮긴다·
이에 천룡표국은 심각한 손해를 입게 되고 올해가 가기 전 삼백여 명의 표사와 쟁자수들을 내보내게 된다·
그들 모두는 한 집안의 가장이었다·
딸린 식구들을 생각하면 아무리 소극적으로 잡아도 천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끼니를 걱정하는 처지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칼을 쓸 줄 아는 표사들은 그나마 낫다·
다른 표국이나 상방 혹은 기루 등의 일자리를 구해 어떻게든 풀칠을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오직 몸뚱어리 하나만 가지고 한 달 벌어 한 달 먹는 쟁자수들과 그들의 가족은 혹독한 겨울을 나야 했다·
전생에서 나는 한낱 쟁자수에 불과한 몸으로 이 거대한 파도를 맞았었다·
그때는 수뇌부의 무능함과 세상사의 비정함을 탓하며 속으로 욕도 많이 했다·
한데 나 스스로 수뇌부가 되고 보니 쟁자수의 눈으로 볼 때와는 많이 달랐다·
수뇌부 역시 그들만의 방식으로 나름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엔 다를 것이다·’
호리독사는 또 말했다·
형님들이 작당해서 날 함정에 빠뜨릴 거라고·
이탈이 예상되는 미곡상단들의 관리를 내게 맡겨 책임도 지우고 평판도 떨어뜨리려 한다고·
무슨 이유에선지 이병룡은 빠졌다는 말도 전해 주었다·
“이 일을 또 누가 알고 있소?”
“당연히 아무도 모릅니다·”
“앞으로도 그래야 할 것이오·”
“이 정도면 산삼주 일은 덮어 주시는 겁니까?”
“공이 있으니 스스럼없이 실토하는 구려·”
“봐주시는 것도 한계가 있을 텐데 몇 번이나 남았는지 모르지만 아껴서 써야죠·”
“돈도 많으면서 사 먹지· 왜 그렇게 훔쳐 먹는 거요?”
“번거롭게 뭐하러요·”
“···!”
“맛도 다르고요·”
이 인간을 머리로 이해하려 들지 말자·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자·
“남은 두 병은 탁중로가 기르는 번견 사육장 안 땅속에 묻어 두었을 거요· 왕삼표와 탁중로가 그렇게 작전 짜는 걸 우연히 들었소·”
“무슨 말씀이신지····”
“포상이오·”
“고작 이런 일로요?”
“왜국에서도 잘해주었고·”
“추웅성!”
“한 병은 남겨두시오·”
“그 정도 양심은 있습니다·”
***
장로회의를 제외하고도 내가 형들과 함께 표왕부를 찾는 때가 있다·
그건 매월 보름 소위 용혈들만 배석하는 저녁 식사 자리였다·
한데 오늘은 보름이 되려면 아직 닷새나 남았는데도 불구하고 이종산의 호출이 있었다·
그리고 이틀 전의 장로회의에는 참석 못 했던 인물이 한 명 보였다·
묵룡당주직을 박탈당하고 근신 중인 이병룡이었다·
“이탈한 상단들에 대해서는 알아보았더냐?”
“북천표국(北天鏡局)에서 우리가 받는 표비의 이 할이나 낮은 액수를 제시했다고 합니다· 북천표국주님께서 직접 상단주들을 찾아가서 담판을 지었다는 얘기도 있고요·”
이종산의 질문에 대한 이갑룡의 대답이었다·
호광성은 거대한 동정호를 기준으로 호북과 호남으로 나뉜다·
그런가 하면 호광성에는 또 대륙을 남과 북으로 나누는 장강이 동정호를 스쳐 흐른다·
해서 강호인들은 보통 호광성 하고도 장강의 북쪽을 호북성이라 부르고 남쪽을 호남성이라고 불렀다·
그렇게 쪼개고도 호북성은 절강성의 두 배 크기였다·
북천표국은 호북성에서 가장 큰 표국이자 패자(顯者)를 자처하는 무림세력이었다·
또한 그곳의 국주인 조령검객(操靈劍客) 여문탁은 호북성 제일의 검사였다·
북천표국은 여러모로 천룡표국과 닮아 있었다·
“대책은?”
“세 개의 상단이 모두 흩어져 있는데다 시간이 촉박하니 저와 을룡이와 정룡이 한 군데씩 찾아가 담판을 짓겠습니다· 이후 각각의 상단을 중심으로 근처에 있는 다른 상단들도 차례로 방문해 미리 단속하고 돌아오겠습니다· 하여 구역을 세 개로 나누어 보았습니다·”
말과 함께 이갑룡이 각자가 맡아서 가야 할 상단들이 적힌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
남은 상단이 열네 곳이고 그걸 세 구역으로 나누면 한 명당 네 곳 또는 다섯 곳이 된다·
내가 가야 할 곳은 전부 이탈할 확률이 매우 높은 상단들일 것이다·
이갑룡이 그걸 알아낸 걸 보면 상계의 도움을 확실하게 받았다·
그래서 휘주상인들을 배경으로 둔 이을룡과 산서상인들을 배경으로 둔 이병룡을 어떻게든 끌어들이려 한 것이고·
이건 가치를 측량할 수 없을 만큼의 고급정보로 천하의 이종산조차도 아직 접근하지 못했을 확률이 높다·
천룡표국의 정보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상단에서 일어난 중대사를 바로 그 상단이 속한 세력의 수장들보다 빨리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기어이 칼을 뽑았구나·’
가만히 서류를 내려다보는 이종산은 표정이 복잡했다·
상계의 정보는 자강상단주나 만금전장주보다 한발 늦을 수 있다·
하지만 평생 표국일을 해온 경험과 통찰은 감히 그들이 따를 수 없었다·
이종산이라면 오직 통찰만으로도 다른 상단의 이탈이 있으리라는 것을 짐작할 것이다·
그는 과연 지금의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다른 의견은 없느냐?”
“지나치게 비효율적입니다·”
나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질렀다·
모두의 시선이 일시에 내게로 향했다·
이종산이 물었다·
“어째서?”
“갑룡 형이 말씀드린 계획은 지키느냐 잃느냐의 싸움일 뿐입니다· 만약 잃게 되었을 때 그 빈 자리를 채울 방법이 없습니다·”
내가 여기까지 말했을 때 이미 이종산의 눈동자가 반짝이고 있었다·
거물답게 바로 내 말 속에 숨은 뜻을 알아차린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일절 내색하지 않고 말했다·
“자세히 말해 보라·”
“만약 이탈을 결심한 상단을 지키지 못하면 그리고 다른 열네 곳의 상단들 중 추가 이탈이 있다면 새로운 상단들과 계약을 해서라도 빈자리를 메워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한데 갑룡 형의 계획엔 그게 없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열네 곳 외에 다른 불특정 상단들을 무작정 찾아다닐 수가 없기 때문이지요·”
“대책이 없는 비판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선발대를 꾸려 곧장 무한(武漢)으로 가는 겁니다·”
무한은 호남성 전역에서 산출된 미곡이 모이는 곳으로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미곡을 사러 온 상단과 그 상단들로부터 미곡을 인수해 운송하려는 표국들이 장사진을 이룬다·
“지키는 것도 채우는 것도 모두 한곳에서 하자?”
“그렇습니다·”
이종산은 이탈할 조짐이 보이는 세 곳의 상단에 전서를 날렸으나 답장을 받지 못할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무한행은 그에게도 매력적인 제안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이다·
이을룡이 바로 그 지점을 파고들었다·
“표국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네가 잘 모르는 모양인데 미곡상단과 표국 사이에 새로운 계약 얘기가 나돈다면 그건 사전 조율이 이미 끝난 것이다· 무한에서 만나는 건 단지 수결을 하고 운송계획을 의논하기 위한 것일 뿐· 그땐 너무 늦다·”
“이탈의 조짐이 보이는 세 곳의 상단은 우리와 십 년 넘게 거래를 해온 곳입니다· 한데도 하루아침에 계약을 파기하려 하고 있지요· 마지막 순간 누구의 마차에 미곡이 실릴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입니다·”
이갑룡과 을룡은 금방 합죽이가 되어 버렸다·
하나라도 틀린 게 있어야 반박을 하든가 말든가 하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허를 찔린 두 사람은 낯빛이 바로 창백해졌다·
‘나는 아직 칼집에 손도 안 댔다· 이 피라미 새끼들아·’
한편 이종산의 눈동자는 더욱 밝은 정광으로 번뜩였다·
내 말이 전적으로 옳다는 것을 넘어 대견스럽기 짝이 없다는 기색이었다·
“강룡당주 복룡당주 비룡당주는 나와 함께 선발대가 되어 모레 아침 무한으로 떠난다· 모두 돌아가서 채비를 하거라·”
“편히 쉬십시오!”
이갑룡과 이을룡과 이병룡이 복창을 하고 일어섰다·
어금니를 꽉 깨문 이갑룡이나 을룡과 달리 병룡은 어깨가 축 처져 있었다·
대화에서도 줄곧 배제되었는 데다 마지막까지 이종산이 자신을 조금도 챙겨주지 않자 크게 실망한 것이다·
미곡운송은 표국 전체가 달려드는 큰 운송건인데 뭐라도 공을 세워 복직하고 싶은 그의 입장에선 얼마나 함께 가고 싶겠나·
한데 정말 이종산은 이병룡을 데려갈 마음이 전혀 없는 걸까?
만약 그렇다면 구태여 오늘 이렇게 예정에도 없는 식사 자리를 만들 필요도 없다·
단언하건대 이종산은 처음부터 무한으로 갈 생각이었다·
그것도 모레 당장·
해서 오늘 서둘러 이병룡까지 참석할 수 있는 용혈들의 식사 자리를 만든 것이다·
이종산은 지금 우리를 시험하고 있었다·
첫 번째는 이병룡이 어떻게 자기 밥그릇을 챙기는지를 보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나머지 세 형제의 반응을 살피려는 것이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이종산이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바깥으로 향하던 이갑룡 을룡 병룡도 걸음을 멈추고 나를 돌아보았다·
“무슨 일이더냐?”
“병룡 형도 함께 가게 해주십시오·”
“어째서?”
“언제까지 놀고먹게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무어?”
“근신을 시켰다는 건 본래 벌을 주겠다는 것인데 병룡 형은 지금 일도 않고 허구한 날 탱자탱자 놀고만 있습니다· 말이 좋아 근신이지 제가 볼 땐 휴가입니다·”
“갑자기 무슨 궤변을 늘어놓는 것이냐?”
“기회가 있어야 만회도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지금 무한으로 가서 하려는 것도 그것이고요·”
“···?”
“병룡 형에게 지난 잘못을 만회할 기회를 주십시오· 부탁드리겠습니다·”
“형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줄 알았다만·”
“고래로 관병들과 무림인들은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왜구가 쳐들어오면 손을 잡고 함께 싸웠습니다· 표국에 큰 위기가 닥친 지금은 모두 손을 잡을 때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혀로 이갑룡와 을룡의 손발을 열심히 묶었다·
이런다고 놈들이 할 일을 안 하진 않겠지만 최소한 눈치를 보느라 마음 놓고 칼을 휘두르진 못할 거이다·
이종산은 신기한 동물 구경하듯 한참이나 나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애써 감추려 하지만 그의 눈동자 저 깊은 곳에서 작은 격랑이 일고 있음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짐작하건대 그는 오래전 자신의 손으로 하나씩 쳐냈던 형님들을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윽고 그가 입을 열었다·
“네 말처럼 병룡은 지금 근신 중이다· 천룡표국 내에 어떤 직책도 없지· 하면 어떤 직책을 주어 데려가면 좋겠느냐?”
이갑룡과 을룡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이종산을 바라보았다·
이병룡도 눈이 툭 튀어나와서는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거야 당연히 쟁자수지요·”
“쟁자수?”
“근신은 가장 낮은 자세로 자신의 잘못을 겸허히 반성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본래의 취지가 아니겠습니까? 반성의 시간을 갖는 데는 쟁자수가 딱입니다· 일이 고돼서 잡생각 날 사이도 없고요·”
“좋다· 병룡이도 데려간다·”
“가 감사합니다!”
이병룡이 부지불식간에 이종산에게 허리를 꾸벅 숙이며 한 말이었다·
그러다 우리와 눈이 마주치자 겸연쩍은지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