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Escort Warrior Chapter 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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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화·  < 미곡운송 전쟁(2) >

“그게 무슨 말이더냐?”

“진왕야께서 돈 말고도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해 보라고 어찌나 강권을 하시는지· 정 그러하시면 항주부의 공물운송을 한번 맡아서 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껄껄 웃으시고는 곧장 지부대인에게 보내는 추천서를 써 주셨습니다· 해서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말이 좋아 추천이지 상대가 진왕이고 보면 강요고 협박이다·

일개 지부대인이 왕의 작위까지 받은 황족 말을 무슨 배짱으로 묵살하겠나·

그러니 공물 운송권은 천재지변이 발생하지 않는 한 내 손에 들어오게 되어 있다·

이 사실을 이종산과 다른 사람들도 모두 짐작할 것이고·

사람들은 하나같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유가 있다·

과거에는 어땠는지 모르나 이종산의 대에 이르러 천룡표국은 단 하나의 공물운송권도 가지지 못 했다·

공물운송은 본래 부패한 관리들이 표사들과 짜고 온갖 편법을 동원해 자신들의 배를 불리는 장으로 쓰였다·

그중 대표적인 방법이 운송을 하는 도중 인적이 드문 산기슭에서 기다리고 있던 관리들이나 혹은 그들의 사주를 받은 이들에게 일정량을 넘기는 것이었다·

워낙 여러 단계를 거치는 데다 품목과 양도 많다 보니 어지간히 빼먹어선 표도 잘 안 나고 알아차리지도 못 한다·

이런 짓거리는 이종산의 신념과 맞지 않고 천룡표국의 깃발을 걸고 할 일도 아니었다·

다른 표국들도 공물운송권을 빼앗길까봐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일 뿐 결코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진왕이 지부대인에게 추천을 가장한 강요를 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빼돌리는 일에 협조하라는 관리들의 요구를 가볍게 묵살해 버려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다·

더불어 표비를 터무니없을 정도로 깎아서 그 차액을 챙기는 수법도 쓸 수가 없을 것이고·

“왕 지부대인에게 큰일이 생겼군요·”

유지평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하자 그가 가볍게 웃으며 덧붙였다·

“제 손으로 향시와 회시의 장원급제 교지를 두 번이나 내렸는데 그걸 받은 유생이 표사가 되어서는 자신의 가장 큰 돈주머니를 탈탈 털어 먹게 생겼으니 말씀입니다·”

손지백이 얼른 덧붙였다·

“그러고 보니 지부대인의 첩이 아홉 명이나 된다고 하던데 모두 먹여 살리려면 늘그막에 등골이 휘겠군· 젊고 예쁜 것들은 입이 짧아서 아무거나 잘 먹지도 않는데 말이지· 큭큭큭·”

손지백은 자기가 말하고도 웃긴지 배꼽을 잡았다·

곽석산은 연신 어깨가 들썩거렸고 황자충은 터져 나오는 웃음 때문에 콧구멍이 벌렁거렸다·

좀처럼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던 이종산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하얗게 이까지 드러내며 웃고 있었다·

어깨를 의자 등받이에 완전히 기댄 모습에선 뭔가 뿌듯한 성취감 마저 엿보였다·

반면 이갑룡 을룡 양진각은 얼굴이 돌덩이처럼 굳어졌다·

특히 이갑룡과 을룡은 얼굴에 불이라도 난 것 같았다·

잠시 후 웃음기를 거둔 이종산이 말했다·

“봄가을에만 여섯 달 정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미곡운송과 달리 공물운송은 연중 일이 끊이질 않는 법이다·”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현재 비룡당의 인원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터 혹시 표사와 쟁자수들을 증원을 할 계획이더냐?”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아직은 확정된 일이 아닙니다·”

“속에 이무기가 들어 있는 녀석이 이럴 때만 어리석은 척을 하는구나· 잔말 말고 계획이나 말해 보거라· 북경에서 이곳까지 오는 동안 내내 그 생각만 했음을 내가 모를 것 같으냐·”

무서운 노인네 같으니라고·

“일단 현재의 인원들로 시작을 할 생각입니다· 적당한 길도 찾아야 하고 표사들의 손발도 맞춰야 하니까요· 넘치는 물량은 당분간 다른 당에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당주님들께서 원하신다면요·”

“우선은 일부만 맡겠다?”

“그렇습니다·”

“어째서?”

“이무기가 돈에 눈이 멀어 돼지를 통째로 삼키려 하면 반드시 탈이 날 것입니다·”

이종산의 눈동자가 또다시 깊어졌다·

아까 본 그 눈빛과는 비슷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달랐다·

아까의 눈빛이 감격의 빛이었다면 지금의 눈빛에는 왠지 대견해 하는 기색이 느껴졌다·

“거듭된 성공과 금전 일천 냥의 표비가 행여 너로 하여금 초심을 잃게 만들지는 않았을까 걱정했느니라·”

“금전 일천 냥은 시기와 표주의 사정이 맞아떨어지는 바람에 취한 일시적인 행운일 뿐입니다· 결코 표사로서 저의 몸값이 아님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종산은 웃으며 손지백에게 말했다·

“오늘 회의는 이정도로 하고 술이나 한 잔씩들 하시지요· 지난번에 마셨던 산삼주 맛이 다들 어떠셨는지·”

“근자에 산삼주가 자주 나옵니다· 그려·”

“그래서 싫으십니까?”

“좋은 술을 좋은 잔에 따라 마시면 그 맛이 배가 되는 법이지요· 제게 십이지신상이 새겨진 송(宋)대의 황금술잔 열두 개가 있는데 어떻게 구경 한번 해보시겠습니까?”

곽석산이 대뜸 물었다·

“그런 게 어디서 나셨습니까?”

“누가 선물했네·”

전날 마교의 보물을 왕창 챙겨왔을 때 나는 전립성의 충고를 받아들여 골동품으로서의 가치가 적은 것들만 골라 표왕부에 바쳤었다·

그때 손지백에게는 황금잔을 곽석산에게는 황금요대를 뇌물로 주었다·

내 속셈을 뻔히 아시겠지만 좋게좋게 좀 넘어가 주시라고·

‘그런데 가만· 우리가 선물한 건 분명 열한 개였는데·’

황금잔에 십이지신상이 새겨진 걸 보고 모두 열두 개인 줄 알았고 전립성이랑 열심히 찾아보았으나 끝내 한 개가 모자랐다·

하여 남만에서 뗏목에 보물들을 실을 때 빠뜨린 줄만 알았다·

그러고 보니 보물을 잔뜩 싣고 들어오던 날 멀쩡하던 바퀴가 빠져 표마차가 구를 뻔했었다·

그때 빼돌린게 확실하다·

필시 이종산에게도 보여주고 감정도 해보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무서운 노인네들 같으니라고·’

***

늦은 밤 개인 처소로 돌아온 나는 하인 장삼에게 아침이 될 때까지 누구도 들이지 말라고 명령했다·

“가 표두님께 부탁해 호법이라도 몇 명 세울깝쇼?”

“왜 호법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하지?”

“왠지 그러신 것 같았습니다·”

“하여간에 눈치는 빨라 가지고·”

“준비할깝쇼?”

“됐고· 나 없는 동안 잘 지냈지?”

“물론이죠· 항상 지금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당의 쟁자수들이 괴롭히지는 않고?”

“그게 언젯적 얘긴대요· 지금은 멀리서도 제가 보이면 달려와 아는 체를 합니다· 어떤 놈들은 담벼락 뒤에 숨어 있다가 우연인 것처럼 쓰윽 나타나 엿도 주고 가고요·”

“왜?”

“가불염 표두님 지시로 용소백 상자수님께서 가끔 다른 당에 쟁자수 지원요청을 할 때가 있는데 그때 자신들을 좀 추천해 달라고요·”

“어째서?”

“비룡당 일을 하면 수당 외에도 따로 챙겨주는 포상금이 쏠쏠하거든요· 운이 좋을 때는 수당의 두 배가 넘기도 하고요·”

“상자수에게 직접 하지 왜?”

“씨알도 안 먹히니까 그렇지요· 융통성 없고 고지식 하기가 가불염 표두님과 아주 막상막하입니다·”

“그 노인네가 그런 면이 좀 있지· 그래서 내가 모신 거고·”

“아무튼 귀찮아 죽겠습니다· 고작 내각의 하인에 불과한 제가 무슨 힘을 쓸 거라고·”

“나를 가장 가까이에서 보필하는 측근이라고 자랑을 하고 다녀서 그런 건 아니고?”

“무 무슨 그런 말씀을·”

“····”

“···”

“죄송합니다· 다음부턴 조심하겠습니다·”

“틀린 말도 아닌데 뭘·”

“예?”

“비룡당에서 다른 당에 지원요청하는 쟁자수들 중 절반의 선택권을 너에게 주겠다· 그걸 밑천으로 천룡표국 쟁자수들 줄을 한 번 세워봐· 상자수께도 말해 놓을 테니·”

“예에?”

“쓸만한 놈 포섭이 가능한 놈 자기 당의 사정에 밝은 놈들 위주로 뽑아· 그리고 다른 당 내부의 움직임을 알아낼 수 있을 만큼 알아내·”

“쟁자수들이 뭘 알까요?”

“위에서 보이는 것도 있지만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아야만 보이는 것들도 있어· 하지만 용 상자수가 털어 보려고 하면 바로 수상하게 여기고 경계를 할 거야· 잘 하실지도 의문이고·”

“하인인 저는 전혀 경계를 안 할 겁니다· 접근도 자기들이 먼저 해왔고요·”

“쟁자수들을 상자수께 추천해줄 때 그냥 해주지 마· 공짜로 해주면 네가 주는 혜택의 가치도 떨어져· 뒷돈 확실히 챙겨·”

“그건 자신 있습니다·”

“그럴 것 같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가봐·”

“존명!”

장삼은 표사들처럼 포권지례와 구호를 절도있게 올려붙인 후 잰걸음으로 사라졌다·

형님들이 저렇게 노골적으로 적개심을 내보이는데 나도 슬슬 준비를 해야하지 않겠나·

장삼이 사라지자 다시 한번 문을 열어 바깥을 살폈다·

이어 아무도 없는 것을 거듭 확인한 후 방문부터 걸어 잠갔다·

그런 다음엔 천장의 대들보 위에 깊숙이 숨겨 두었던 목함을 꺼내어 뚜껑을 열었다·

그러자 밀랍으로 봉한 엄지손가락 크기의 푸른 옥병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황자는 말했다·

“황궁엔 일봉이황삼귀(一鳳二凰三鬼)의 영약이 있다· 이중 일봉은 약성이 너무 강해 일정한 수준의 내가고수가 아니면 복용할 수가 없다· 애석하게도 지난 삼대의 황족들 중에는 그만한 고수가 나오지 않았지· 이게 일봉이 내 수중에까지 들어오게 된 경위다·”

오황자는 덧붙였다·

공청석유에 화리(火鐘)의 내단을 녹여 만든 일봉은 만병을 낫게 하며 무려 일갑자의 내공증진 효험이 있다고·

하지만 일갑자의 내공을 쌓기 전에 복용하면 반드시 내장이 녹아내리는 횡액을 맞으니 잘 보관하였다가 훗날 고수가 되었을 때 복용 하라고·

오황자는 또 덧붙였다·

그때가 언제가 될지 모르니 지금은 천지이황보전단 두 알을 함께 주겠노라고·

이황은 일봉과 상극이니 이황을 복용한 후 십 년 동안은 일봉을 복용하면 안 된다고·

만약 복용하면 주화입마에 빠져 미치광이가 되어 버릴 거라고·

‘시작해 볼까·’

밀랍을 제거하자 살면서 한 번도 맡아 본 적 없는 괴향이 올라오더니 한순간 정신이 아찔해졌다·

설마하니 독을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니다· 독과 약은 본래 둘이 아니라고 했다·

무려 일갑자의 내공증진 효험이 있는만큼 그것을 받아들이고 다스리고 진기로 바꾸는 작업 또한 고통스러울 것이다·

‘에라 모르겠다·’

나는 옥병을 목구멍에다 대고 시원하게 꺾었다·

가만 그런데 이걸 꼭 한 번에 다 털어먹으라는 법은 없지 않나?

순간 쇳물을 들이킨 것처럼 목구멍이 뜨거워지기 시작하더니 곧 식도와 위장을 지져댔다·

그러자 몸속 어딘가에서 웅크리고 있던 죽간본의 영기도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고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정신이 번쩍 든 나는 황급히 가부좌를 틀고 운기행공에 들어갔다·

화리가 괜히 화리겠나·

내장이 시커멓게 타는 걸 보지 않으려면 죽으나 사나 운기행공에 매달리는 수밖에 없었다·

컹컹!

어디선가 들려오는 개짖는 소리에 잠을 깼다·

밖으로 나갔더니 저만치 마당에서 왕삼표가 독고완 탁중로 운휘향 등의 표사들을 대동하고 와서는 장삼과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 중이었다·

개짖는 소리는 탁중로의 손에 잡혀 있는 번견에게서 난 것이었고·

그런가 하면 표사들은 전부 횃불을 하나씩 들고 있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색깔이 새벽은 아니고 밤이다·

아무래도 꼬박 하루를 까무러쳐 있었나 보다·

단전에서 부터 무언가 꽉 차오르며 활력이 솟구치는 걸 보면 일단은 성공적인 듯 한데···

“거기서 무엇들 하시오?”

표사들이 나를 돌아보고는 장삼과 함께 조르르 달려와 넙죽 고개를 숙였다·

장삼이 말했다·

“하 표사가 이곳으로 오지 않았나 해서 찾아와 보았답니다·”

“호리독사는 왜?”

왕삼표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두어 달 전쯤 청화부인께서 삼백 년 묵은 산삼 세 뿌리를 주고 가셨지 않습니까? 이에 당주님께서 좋은 날 다 함께 마시자시며 술을 담가 놓으라고 하셨고요·”

“그랬지요·”

“한 병이 없어졌습니다·”

“그러게 내가 잘 숨겨 놓으라니까!”

“죄송합니다· 아무도 모르게 항아리에 담아 땅속 깊이 묻어 두었는데 그걸 어떻게 귀신같이 알고 캐내 갔는지·”

“그냥 포기하시오·”

“예?”

“호리독사가 작심하고 숨으면 바로 옆에 있어도 찾을 수가 없소· 국주님이나 총표두님께서 직접 나서시면 또 모를까· 설사 찾는다고 해도 그땐 이미 다 마셔버리고 난 후일 것이고·”

“잡아서 족치기라도 해야죠·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요· 감히 당주님께서 직접 챙기신 산삼주를 허락도 없이·”

“다른 걸 훔친 적은 없소?”

“희한하게 돈이나 재물 같은 것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오히려 취하면 쟁자수들에게 돈을 척척 잘도 빌려줍니다· 그러다 빌려준 걸 까먹기도 하고요·”

“그럼 놔두시오·”

“하지만···”

“고양이가 더는 생선을 훔쳐 먹지 않으면 쓸모도 없어지는 것이오· 생선을 훔쳐 먹지 않는 고양이가 쥐를 잡아먹을 리 없을 테니까·”

“···?”

“···?”

“···?”

***

천룡표국 서쪽 구석진 곳에 경내의 끄트머리를 살짝 걸쳐서 흐르는 시냇물이 있었다·

예쁜 들꽃과 풀들이 무성하게 자란 시내의 옆에는 낡고 오래된 오두막이 찾는 이 없이 방치되어 있었다·

깊은 밤 두 사람이 그곳을 찾았다·

먼저 와서 기다린 사람도 한 명 있었다·

그는 뒷짐을 쥔 채 창가에 서서 하늘에 뜬 보름달을 감상하고 있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까?”

“나도 방금 도착했다·”

“이 밤에 왜 하필 여기로 부르신 겁니까?”

“이곳이 기억나느냐?”

“당연하지요·”

“총표두님께 고된 수련을 받고 나면 항상 이곳으로 달려와 발가벗고 저 시냇물에 뛰어들곤 했었지· 우리가 함께 마지막으로 여길 찾아온 지가 벌써 십오 년이 흘렀구나·”

“하시고 싶은 말씀이 무엇입니까?”

“네 것을 빼앗길까 봐 두렵느냐?”

“예?”

“초조해할 것 없다· 그 녀석이 제아무리 진왕과 강호인들의 신망을 얻는다고 해도 천룡표국의 일은 결국 천룡표국 사람들이 결정하는 것이다·”

“녀석을 향한 아버지와 숙백부님들의 총애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반면에 우린 점점 입지가 좁아지는 중이고요·”

“그래서 아버지께서 녀석에게 태사의를 넘겨주기라도 할 것 같으냐? 그런 일은 없을 테니 걱정마라·”

“어떻게 확신하십니까?”

“천룡표국이 칠대를 거쳐오는 동안 모두 스물세 명의 서자들이 있었다· 그중에는 적자들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은 서자도 다섯이나 되었지· 하지만 서자가 태사의를 차지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물며 천출이라니·”

“···?”

“태사의를 차지하는 건 결국 우리 세 사람의 싸움이 될 것이다· 우리는 언젠가 때가 되었을 때 아버지께서 쉽게 결단을 내리실 수 있도록 명분을 쌓아 드려야 한다·”

“뜸 들이는 건 그만하면 충분하니 본론이나 말씀해 보십시오· 설마하니 격려나 해주시려고 우릴 여기로 부른 건 아닐 것 아닙니까·”

“강북의 대형 표국들이 미곡운송 일에 뛰어들려고 하는 중이다·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데 아무런 계획도 없이 장강을 넘어오진 않았을 터· 장담컨대 남은 미곡상단들의 이탈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아버지나 숙백부님들도 당연히 짐작하고 계실 것이고·”

“아버지께서 직접 나서실 생각인 것 같습니다만·”

“상대는 천룡표국 못지 않게 큰 대형표국들이다· 아무리 아버지께서 직접 나서신다고 해도 어느 정도의 추가이탈은 막을 수가 없어·”

“그래서 뭘 어쩌자는 겁니까?”

“중요한 건 우리가 그 상단들의 손을 잡고 있을 때 빠져나가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싫든 좋든 우리의 책임으로 지워질 테니까·”

“반대로 그 녀석이 잡고 있다가 놓치면 고스란히 녀석의 책임이 되겠군요· 평판도 나빠질 수밖에 없고요·”

“그렇겠지·”

“녀석의 손에 밧줄을 쥐여줄 방법은 있습니까?”

“예전처럼 함께 물속으로 뛰어들어 보겠느냐?”

“못할 것도 없지요·”

이갑룡과 이을룡은 동시에 이병룡을 돌아 보았다·

여태 말없이 대화를 듣고만 있던 이병룡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동안 우리가 정룡을 계속 그 녀석이라고 불렀군요· 전 이 사실을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그 녀석이라니· 후후·”

“네 생각은 어떻느냐?”

“전 빠지겠습니다·”

“뭐?”

“염려 마십시오· 오늘 들은 얘기는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을 테니까요· 특히 정룡에게는· 약속드립니다·”

“이 자식이 지금 뭐라는 거야?”

“남만에서 정룡이 너를 구해준 일 때문이냐?”

“우리 셋 중에 제가 정룡에게 제일 많이 당했을 겁니다· 감정이 있다면 제가 가장 클 것이고요· 그런데 돌이켜 보면 녀석을 가장 많이 괴롭힌 것도 저더라고요·”

“그래서?”

“저 역시 녀석과 계속 싸울 겁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법으로요· 그리고 형님들과도 싸울 것이고요· 그럼 전 이만·”

이병룡은 뭐라고 더 말을 붙여볼 사이도 없이 경공을 펼치며 사라져 버렸다·

그를 한참이나 바라보며 남은 말들을 주고받던 이갑룡과 을룡도 잠시 후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자 오두막의 안쪽 구석진 바닥에서 시커먼 그림자 하나가 상체를 쓰윽 일으켰다·

그림자는 두 눈을 끔벅끔벅하더니 돌연 품속에서 호리병을 꺼내 안에 든 것을 마시기 시작했다·

“크어· 갑자기 술맛이 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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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incarnated Escort Warrior

Reincarnated Escort Warrior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2
My dream is to become an escort warrior that rides on a cool horse and transports goods. But I’ve got a limp leg and I’m unable to learn decent martial arts. I’ve lived as a porter working odd jobs for the entirety of my life. Until I died because of the mountain bandits that I met during an escort mission. But… ‘I became the fourth young master, Lee Jungryong?!’ When I died and woke up, I was reborn as the Heavenly Dragon Escort Agency’s infamous good-for-nothing youngest son. The weakling, Lee Jungryong, will become the best escort warrior in this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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