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화· < 미곡운송 전쟁 (1) >
천룡표국에 도착했을 때는 이른 아침이었다·
북경을 떠난 지 보름째였고 항주를 떠난 지 한 달이 조금 넘은 어느 날이었다·
곧장 비룡당에 들러 간단히 회포를 풀고 가불염과 전립성으로부터 밀린 보고들을 받았다·
그리고 저녁이 되자 쉴 틈도 없이 표왕부로 불려갔다·
이종산이 예정에 없던 장로회의를 갑자기 소집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내가 도착한 시기와 맞물려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대충 씻고 달려갔더니 총표두 곽석산과 대장궤 손지백은 물론 칠당의 당주들 전부가 모여 있었다·
단 한 사람 나의 셋째 형이자 묵룡당주인 이병룡만 빼고·
그는 몇 달 전 마교 보물 건으로 천룡표국에 큰 손해를 끼친 후 당주직을 박탈당하고 근신 중이었다·
아직도 복직을 못 했나?
“국주님과 총표두님 대장궤님 그리고 육당의 선배 당주님들께 비룡당주 이정룡이 무사 귀환을 보고드립니다·”
“왜국으로 들어갔었다고?”
“그렇습니다·”
“다친 곳은 없느냐?”
“보시다시피 멀쩡합니다·”
“남궁소소는?”
“남궁세가에서 며칠 묵었다가 항주로 올 겁니다· 저보다 더 건강하고요·”
“애썼다·”
“감사합니다· 국주님·”
북경에 머물 무렵 나는 천룡표국의 북경분타에 들러 이곳으로 전서부터 보냈었다·
대충 이러이러한 표행을 했으며 모두 무사히 돌아와 진왕부에서 휴식 중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이미 대략의 보고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하나같이 놀라워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손지백이 덕담하듯 차분하게 말했다·
“이번 표행은 표사로서 자네의 이력에 큰 족적이 될 것이네· 천하의 표사들 중 왕부의 의뢰를 받아본 사람이 몇이나 될 것이며 왜국으로 들어갔다가 무사히 돌아온 사람은 또 몇이나 되겠는가· 껄껄껄·”
곽석산도 조용히 한입 보탰다·
“필시 지난날의 활약을 눈여겨본 진왕야께서 비룡당주를 황금장표에게 추천한 모양입니다· 이번 표행으로 말미암아 천룡표국과 진왕부의 관계 또한 더욱 돈독해질 것입니다·”
양진각이 조심스럽게 끼어들었다·
“진왕부와의 관계가 돈독해지는 것이 꼭 좋은 일만은 아닐 것입니다· 진왕야가 황태자로 유력한 황자들로부터 크게 견제를 받는 오황자의 사람이고 보면 저는 오히려 앞날이 조금 걱정되는군요·”
곽석산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손지백이 뚱한 얼굴로 다시 나섰다·
“양 당주께서는 걱정도 팔자이시오· 설마하니 진왕야와 친분이 깊다는 이유만으로 장차 황태자가 될 이황자나 삼황자가 우리 천룡표국을 치기라도 한단 말이오?”
“누가 황태자가 되든 그들이 일개 표국에 불과한 천룡표국을 직접 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럴 이유도 없고요· 하지만 진왕부와 경쟁 관계에 있던 다른 왕부들은 다를 수 있지요·”
“어째서요?”
“아시다시피 일전에 예왕의 사주를 받은 것으로 짐작되는 살수들이 진왕 일가족을 습격했다가 우리의 방해로 말미암아 실패한 적이 있습니다· 듣자 하니 그 일로 예왕이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방해가 아니라 보호요! 그리고 예왕이 곤욕을 치른 게 우리 탓은 아니지 않소이까· 오히려 스스로 자초한 일이지·”
“전 다만 큰불을 가까이하면 언젠가는 옷에도 불똥이 튄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아시는지 모르겠으나 예왕은 이황자의 사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너무나 그럴듯한 말에 손지백은 한순간 할 말을 잃은 듯했다·
화가 나면 일단 지르고 보는 손지백과 달리 침착한 곽석산은 무언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좋은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아 꾹 참는 눈치였다·
장로회의에서 대장궤와 총표두가 편을 먹고 당주 하나를 갈구는 것도 좋은 모습이 아니긴 했다·
그러자 이종산이 유지평에게 물었다·
“유 당주는 어찌 생각하시오?”
무림맹 군사부 출신인 청룡당주 유지평은 공명정대한 성격에다 자타가 공인하는 천룡표국의 지낭이었다·
그라면 무언가 결론을 낼 수 있으려나·
“그건 황룡당주님께 들어 보시는 게 더 정확할 것입니다·”
유지평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는 여우처럼 공을 황자충에게로 넘겨 버렸다·
한데 누구도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황자충은 황실 금의위 장수 출신으로 여기 모인 사람들 중 누구보다 황실 권력 싸움에 대해 밝았다·
유지평에게로 향했던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황자충에게로 옮겨갔다·
황자충은 잠시 거북한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양 당주의 말씀은 충분히 일리가 있습니다· 황제의 눈 밖에 난 왕부와 그 왕부들에게 줄을 댄 상단들이 곤욕을 치른 사례는 수도 없이 많으니까요· 표국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양진각의 눈에 살짝 힘이 들어갔다·
이갑룡은 시종일관 무표정이었다·
하지만 이을룡은 입가에 어리는 조소를 구태여 감추려 하지 않았다·
“한데 진왕부는 좀 다릅니다·”
모두가 눈동자를 반짝였다·
“어떻게 말이오?”
“진왕야는 황실 종친들 사이에서 신망이 두텁고 특히 한림원의 학사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누가 황태자가 되든 함부로 못 할 것이다?”
“진왕부를 회유하려면 했지 척을 지려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건 잃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설사 예왕을 내치는 한이 있더라도 말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그것이오!”
말미에 손지백이 얼른 숟가락을 얹었다·
양진각과 이을룡의 얼굴이 동시에 와락 구겨졌다·
반면에 다른 사람들은 과연 그렇다는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종산은 별 내색 없이 가볍게 웃기만 했다·
평생 수많은 표행을 한데다 오랜 세월 표국의 수장으로 지낸 사람이다·
대대로 가문 차원에서 황실에 인맥을 만들어 관리도 해왔다·
그런 그가 이 정도 통찰도 없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그는 이미 모든 걸 파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일부러 공명정대한 유지평에게 먼저 질문을 해 황자충의 입에서 나올 대답에 무게가 실리도록 했다·
유지평이라면 당연히 손가락으로 황자충을 가리킬 테니까·
‘무서운 노인네 같으니라고·’
그런 이종산 조차도 까맣게 모르는 것이 있었다·
결국 오황자가 황태자가 되고 황제가 될 거라는 사실이다·
그리 멀지도 않았다·
올해 아니면 내년?
무려 삼십 년 전의 일인데다 그땐 한가하게 황실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다닐 형편이 아니어서 애석하게도 기억이 정확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양진각은 이을룡의 편이 되기로 결심을 굳힌 모양이었다·
저렇게 노골적으로 나오는 걸 보면 형제들 간의 전쟁이 멀지 않은 것 같다·
곽석산이 내게 말했다·
“표행을 마쳤으면 상납을 해야지? 어디 왜국까지 갔다 오고 얼마나 벌었는지 한번 볼꺼나·”
“그게 말입니다····”
나는 말꼬리를 흐리며 다른 당주들을 슬그머니 돌아보았다·
특히 이갑룡과 을룡의 눈치를 살폈다·
이걸 보고 내게 무슨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두 사람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곽석산이 다시 물었다·
“아직 잔금을 받지 못한 것인가?”
“그것이 아니고요·”
표사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약속한 잔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는 헤아릴 수 없을만큼 많다·
이럴 땐 표국에 상납하는 것도 잠시 미룬다·
하지만 미수금은 진왕과 황금장표의 이름과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다·
“국주님께서 궁금해하시지 않느냐? 똑바로 말씀을 올리거라·”
이을룡이 나를 돌아보며 조용히 나무랐다·
다른 당주들과 달리 형제간인데다 바로 옆에 앉아 있다는 걸 명분 삼아 나선 것이다·
‘에라 모르겠다·’
가장 말석에 앉아 있던 나는 품속에서 미리 준비해온 봉투를 꺼냈다·
이어 천천히 일어난 다음 앞으로 걸어가 이종산의 앞에다 조신하게 밀어 놓고 자리로 돌아왔다·
내용물을 확인한 이종산이 두 눈을 부릅떴다·
“이게 무엇이냐?”
“표행비입니다·”
“액수에 관해 묻는 것이다!”
“천룡표국의 규칙에 따라 황금장표로부터 받은 표행비 금전 이천 냥 중에서 절반인 일천 냥을 상납하는 것입니다·”
금전 일천 냥이라는 말에 갑자기 방 안의 공기가 태풍이라도 분 것처럼 요동쳤다·
사람들은 모두 북해의 차디찬 얼음물에 담갔다가 꺼낸 것처럼 얼어붙어 버렸다·
이종산은 전표에 적힌 액수를 몇 번이고 다시 확인했다·
그러다 무슨 이유에선지 눈동자 깊어지며 묘한 감정에 휩싸이는 듯했다·
이종산이 전표를 내려놓자 손지백이 슬그머니 가져가서는 그 자신도 액수를 살폈다·
만약 이종산에게 온 편지라면 방금 손지백의 행동은 매우 큰 실례가 된다·
하지만 당주가 상납으로 바친 표행비다 보니 천룡표국의 살림을 총괄하는 손지백이나 곽석산에게도 충분히 열람할 자격이 있었다·
“정말 금전 천 냥이군!”
손지백이 전표를 내려놓자 이번엔 곽석산이 가져가서 또 액수를 살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금전 천 냥짜리 전표는 정말 오랜만에 보는군요·”
“한 십 년쯤 되었으려나·”
“정확히 십육 년 됐습니다·”
“벌써 그렇게 되었나?”
“국주님께서 현역에서 은퇴하신 지가 올해로 정확히 십육 년째이니까요·”
나는 그제야 두 사람의 대화 속에 담긴 속뜻을 알아차렸다·
이종산의 눈동자가 갑자기 깊어진 것도·
지금으로부터 십육 년 전 현역에 있을 당시 이종산은 금전 천 냥짜리 전표를 선계약금으로 받았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의 넷째 아들이 장성해서 비록 일회성으로 끝날지언정 명표의 상징과도 같은 액수를 받아오자 감개가 무량한 것이다·
이건 나도 전혀 생각지 못한 상황이고 반응이었다·
단순히 액수가 커서 칭찬받을 거라고는 생각했지 이종산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을 줄은 까맣게 몰랐다·
‘자식을 낳아 본 적 없으니 아비의 마음을 알 수가 있나·’
그리고 사실 이번 표행으로 내가 벌어들인 금액은 모두 사천 냥이었다·
다만 이천 냥은 미나모토와의 내기에서 딴 것이기 때문에 상납할 이유가 없을 뿐 한편 이갑룡과 이을룡은 똥물을 한 바가지나 들이킨 것 같은 얼굴이었다·
웬만해선 표정이 변하지 않는 이갑룡조차도 이번엔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이종산이 이갑룡에게 물었다·
“호남에선 소식이 왔느냐?”
“그렇지 않아도 상단들이 운송계획서를 보내왔습니다· 하나같이 올해는 대풍이 들어 물동량이 삼 할 정도 더 늘어날 것 같다며 미리 준비해 달라고 전해왔습니다·”
그러면서 이갑룡은 상단의 이름이 적힌 봉투들을 옆으로 내밀었다·
그는 말석에 앉아 있던 나와 달리 곽석산의 바로 옆에 앉아 있었다·
해서 곽석산이 봉투들을 그대로 집어다 이종산의 앞쪽에 보기 좋게 놓아 주었다·
이갑룡이 말한 상단은 호남성에서 미곡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대형 상단들이었다·
천룡표국은 모두 열일곱 곳과 거래를 해오고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해마다 봄과 가을이 되면 대량의 미곡을 강동과 강북으로 운송했다·
그 행렬이 길게는 십 리에 걸쳐 이어질 때도 있었다·
게다가 한 번의 운송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어서 같은 작업이 짧게는 두 달에서 길게는 석 달까지도 이어진다·
이때가 되면 천룡표국은 그야말로 당을 떠나 표국차원에서 전력을 다해 매달린다·
미곡운송은 표국에서 연중 가장 큰 수익을 내는 일이기도 하거니와 상시 보유하고 있어야 할 표사와 쟁자수들의 수를 정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다른 표국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봄가을의 미곡운송에 사활을 건다·
표국을 키우려면 무조건 봄가을의 미곡운송량부터 확보해야 한다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때문에 이맘 때가 되면 표국들 사이에서는 미곡을 사들인 상단과의 계약을 한 건이라도 더 따내기 위한 경쟁이 전쟁을 방불케 한다·
“어찌하여 열네 개밖에 없느냐?”
이갑룡은 이을룡을 돌아보며 대답을 넘겼다·
호남성에서 출발하는 봄가을의 미곡운송은 그동안 이갑룡과 이을룡이 주도적으로 맡아서 진행해 왔다·
호남성의 대호족 가문인 백리세가가 이갑룡의 외가이고 그곳에서 미곡을 사가는 상단들이 이을룡의 외가와 같은 휘주상인들이기 때문이었다·
한데 사실 호남성 미곡상단들과 천룡표국 사이의 오랜 거래는 이미 선대 때부터 내려온 유산이었다·
그 유산의 결과로 이종산이 지금의 부인들을 얻은 것이고·
그리고 오늘에 이르러서는 이갑룡과 을룡이 외가들을 등에 업고 미곡운송일을 사실상 책임지고 관리했다·
이종산의 입장에서도 표국의 가장 중요한 일이었기에 어찌 되었든 두 아들에게 맡겨 경험을 쌓게 하는 것이 당연했다·
이을룡이 힘겹게 말을 꺼냈다·
“세 곳에선 보내오지 않았습니다·”
“어찌하여?”
“분타에 전서를 보내 사람들을 해당 상단에 급파하고 다른 휘주상인들을 통해서도 백방으로 알아보는 중입니다만 아직 정확한 이유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음 달이면 본격적인 미곡운송이 시작된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쯤 그 계획서를 손에 쥐었어야 하고· 너희는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겠지?”
“최대한 빨리 알아보겠습니다·”
“서둘러 상황을 파악해 보고드리겠습니다·”
“보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
“···!”
“너희가 천룡표국 내에서도 가장 큰 두 개의 당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단지 내 아들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너희의 나이 어느새 서른 언저리· 계속해서 그 자리를 지키고 싶다면 실력을 증명해야 한다·”
이종산의 질책이 칼날처럼 서늘했다· 작심한 듯 폐부를 찔러댔다·
총표두와 대장궤는 물론 당주들의 얼굴 또한 어느 때보다 어두워졌다·
만약 세 곳의 상단이 한꺼번에 이탈한다면 천룡표국은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당 하나를 통째로 날려야 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최소 이백 명의 표사와 쟁자수들이 졸지에 일터를 잃게 되는 것이다·
이종산이 이런 징조를 몰랐을 리 없을 터 갑자기 장로회의를 소집한 이유가 이것이었나 보다·
“호남과 호북의 여러 표국들이 파격적인 표비를 앞세워 대대적인 공세를 퍼붓는 중이라는 정보가 있습니다· 특히 천룡표국과 오랜 세월 거래를 해온 상단들이 주요 목표라고 합니다·”
여태 잠자코 있던 유지평의 말이었다·
그러자 양진각도 조심스럽게 거들었다·
“천룡표국은 강남의 수많은 표국들과 비교하며 표비가 제일 비쌉니다· 표사와 쟁자수들을 아끼지 않고 투입해 가장 안전하고 신속한 표행을 보장하기 때문이기는 하지만 비용적인 측면에선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 또한 사실이지요·”
황자충도 한입 보탰다·
“운송계획서를 보내오지 않은 세 곳은 작년과 올해에 걸쳐 단주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진 상단들입니다· 아무래도 선대의 방식을 버리고 자신들만의 길을 개척하려는 것처럼 보입니다·”
“실패의 이유를 대라면 나 역시 백 가지도 더 말할 수 있소이다· 하지만 누누이 말하거니와 장로회의는 문제를 해결하고 대책을 세우는 자리이지 변명을 들어주는 자리가 아니외다·”
“명심하겠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이종산의 호통에 세 명의 노인네들이 쩔쩔매며 고개를 숙였다·
이종산은 이어 곽석산과 손지백에게도 명령했다·
“다른 표국들과 계약을 맺어버리면 이미 늦습니다· 상단주들에게 전서를 보내 내가 만나고 하잔다고 전하세요· 더불어 다음 달부터 칠 당의 인원을 오 할 정도 빼서 대기 시켜 놓으시고요·”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이종산은 이어 내게도 말했다·
“비룡당도 호남성으로 갈 준비를 하거라·”
“저희도요?”
“비룡당에 아직은 의뢰가 끊이지 않는 줄 안다· 하지만 뜨겁게 타오른 불은 반드시 금방 꺼지는 법· 단발성 표행에만 안주해선 안 되느니라·”
곽석산도 거들었다·
“국주님께서 시키는 대로 하시게· 미곡운송은 모든 표국들이 본(本)으로 삼는 일· 비룡당을 천룡표국의 기둥으로 키우길 원한다면 미곡운송일을 반드시 배워야 하네·”
굳이 안 배워도 되는데·
전생에서 삼십 년 동안 해마다 미곡운송을 했다·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미곡운송에 관해 나만큼 많이 아는 사람은 없다고 자부한다·
심지어 이종산도 미곡운송에 관해서라면 나보다 경험이 적을 것이다·
“아무래도 일정을 좀 조절해야겠군요·”
“무슨 일정을 말인가?”
“항주부에서 중앙관서와 황궁 등으로 올려보내는 모든 공물의 운송을 향후 십 년간 천룡표국이 맡게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건 절강성 전역에서 보내온 공물이 항주부로 어느 정도 집하되고 난 이후의 일이니····”
“뭣!”
“뭐라고!”
곽석산과 손지백이 동시에 깜짝 놀라서 외친 단말마였다·
두 사람뿐만이 아니었다·
이종산을 비롯해 황자충 양진각 유지평은 물론이거니와 이갑룡과 을룡도 눈알이 빠질 것처럼 튀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