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Escort Warrior Chapter 160

You can change the novel's language to your preferred language at any time, by clicking on the language option at the bottom left.

160화·  < 바다 건너 동쪽으로(3) >

끊임없이 덮쳐오는 산더미 같은 파도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처럼 쏟아붓는 폭우 미친 듯이 널을 뛰는 범선까지·

나와 남궁소소와 호리독사에게 망망대해 한가운데서 만난 태풍은 인간 세상에 구현된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우리는 다섯 평 남짓한 선실에 틀어박혀 상자 속 구슬처럼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낮 동안 먹은 것들을 밤새도록 게워내야 했다·

거대한 대자연의 진노 앞에서는 운기조식으로 다스리니 뭐니 하는 말들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일단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것이 불가능했다·

행공(行功) 즉 움직이면서 운공을 해보려고 해도 몸의 중심을 잡기도 바쁜 터라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었다·

평소와 별로 다르지 않는 괴수들도 있기는 있었다·

석불원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보겠다며 밖으로 나간 이후 바다에 빠졌는지 어쨌는지 감감무소식이었다·

미나모토는 모두 오 층으로 된 대나무 침상의 가장 위층에 올라가 자신의 사지를 묶고는 코까지 드렁드렁 골며 잠을 잤다·

“저 왜구 새끼!”

“하 표사도 배 좀 탔다고 하지 않았어요?”

“제가 탄 건 범선이 아니었고 무엇보다 장강에선 이런 파도가 칠 일이 없습니다· 설사 태풍이 불어 집채만한 파도가 친다고 해도 그럴 때는 아예 배를 띄우지 않고요·”

“대답이 길고 호흡도 멀쩡한 걸 보면 그래도 배를 탄 경험이 조금 도움이 되기는 되는 모양이네요· 난 아주 죽겠어요· 뱃멀미에 비하면 마차 멀미는 댈 것도 아니에요·”

그러면서 남궁소소는 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당주님은 좀 어때요?”

“말 시키지 마시오!”

밤새 태풍과 뱃멀미에 시달린 나는 다음 날 해가 중천에 떠서야 비로소 잠에서 깨어났다·

갑판으로 나가보니 지난 밤에 일어난 일들이 전부 꿈이었던 게 아닐까 싶을 만큼 잔잔한 바다와 청명한 하늘이 펼쳐졌다·

난간을 양손으로 덥석 잡고 긴 숨을 토해냈다·

“후우····”

그제야 정신이 좀 들었다·

문득 고개를 들었더니 청명한 하늘을 배경으로 저 멀리 육지가 희미하게 보였다·

선미의 상갑판에서는 석불원이 황해노경과 함께 나란히 서서 육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연히 눈을 마주친 석불원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아마도 저기 보이는 육지가 목적지라는 뜻인 것 같았다·

그런가 하면 선수 쪽 난간에는 미나모토가 묘도를 허리에 찬 채 육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해적 출신이니 지금쯤이면 저곳이 자신의 고향인 왜국이라는 걸 알아차렸을 것이다·

내가 볼 수 있는 건 그의 등뿐이지만 뭐라 말할 수 없이 복잡한 심경이 느껴졌다·

그때 남궁소소가 다가와 속삭이듯 작은 소리로 말했다·

“한 시진째 저러고 있어요·”

“해안선을 살펴 정확한 위치를 가늠하려는 거요·”

“괜찮을까요?”

“뭐가 말이오·”

“그가 만약 배신이라도 하면·”

“오히려 내가 묻고 싶은 말이오· 어떨 것 같소? 그에 관해서라면 소저가 가장 잘 알 것이 아니오·”

“왜요?”

“둘이 많이 친해 보이던데· 누가보면 오래된 벗인 줄 알 정도로·”

남궁소소는 내 말의 진의를 해석하느라 잠시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다 이내 배시시 웃으며 물었다·

“혹시 질투하는 건가요?”

“질투는 무슨·”

“맞는 거 같은데·”

“아니라니까·”

남궁소소가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쓰윽 다가와 나란히 섰다·

이어 한 손으로는 난간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내 손등을 덥석 잡았다·

순간 번개가 관통하고 지나가는 것 같았다·

화들짝 놀라는 나를 남궁소소가 재밌다는 듯 방글방글 웃으며 바라보았다·

“뭐 하는 거요?”

“뭐 하는 거 같아요?”

“누가 보면 어쩌려고·”

“겁쟁이·”

“소저·”

그때였다·

어디에 있다가 나타났는지 호리독사가 쭐레쭐레 걸어왔다·

남궁소소는 벌에 쏘이기라도 한 것처럼 얼른 손을 뗐다·

가까이 다가온 호리독사는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더니 사람들 몰래 나와 남궁소소의 손에 무언가를 슬그머니 쥐여 주었다·

“이게 무엇이오?”

“날달걀입니다·”

“이걸 왜?”

“하나씩 까 잡수세요·”

“갑자기?”

“그럼 전 이만·”

그리고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눈알을 굴리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밤이 되자 석불원은 표행단 전부를 조용한 선실로 불러 모았다·

당연하게도 나와 남궁소소와 미나모토와 호리독사가 배석했다·

남궁소소와 호리독사는 석불원의 입장에서 보자면 예정에 없던 인물들이었다·

다시 말해 나와 미나모토만 본래의 계획에 있던 사람들이었다·

이로 미루어 석불원은 미나모토를 표사로 고용해 길잡이를 시키고 나를 쟁자수로 고용해 하인 비스무리한 역할을 시키며 어딘가로 갈 생각이었던 것 같다·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최소한의 인원으로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고 조용히 가야 할 곳이 과연 어디일까?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가운데 석불원이 미리 준비해온 행낭 다섯 개와 왜도 다섯 자루를 앞으로 밀어 놓았다·

호리독사가 얼른 달려들어 행낭 하나를 풀었다·

그러자 낯선 복장과 신발과 초립이 들어 있었다·

딱 봐도 왜국 무사들의 복장이었다·

석불원이 말했다·

“흑룡선은 여기서 우리를 내려주고 먼 바다로 나갔다가 약속한 날 다시 돌아올 것이다· 새벽이 되면 우리는 변복을 한 후 비조선을 타고 육지로 들어간다· 다들 짐작하겠지만 왜국 사람들과 마주치더라도 절대 말을 섞지 않도록·”

“명심하겠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석불원은 이어 남궁소소에게 말했다·

“자네는 나를 비롯해 우리 세 사람의 머리를 미나모토처럼 만들어 주게· 본래 왜국 무사들처럼 변발이었는데 일 년 정도 내버려 두어 제멋대로 자란 것처럼· 자네도 마찬가지로 남장을 하고·”

“무슨 말씀인지 알아들었습니다·”

석불원은 또 미나모토에게로 시선을 준 후 남궁소소에게 말했다·

“내 말을 통역하게·”

“말씀하세요·”

“지금부터는 네가 우리를 이끈다· 사람들과 조우하는 걸 최소한으로 하되 필요한 경우라면 내게 먼저 허락을 구해라· 돌발행동은 용서하지 않겠다·”

딱히 언성을 높이지도 않고 반대로 가라앉히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불원의 목소리에는 감히 항거할 수 없을 것 같은 어떤 힘이 실려 있었다·

미나모토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배신을 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그는 가병을 일으킬 거액의 돈이 필요했고 남궁세가에 두고 온 열 명의 충직한 수하들도 있었다·

그리고 남궁소소의 말을 빌리자면 이곳은 그의 고향과 한참이나 떨어진 곳이었다·

내가 말했다·

“이제 표행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표물이 무엇인지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어느 정도는 알아야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져도 각자가 알아서 순발력 있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자네 말이 옳네· 하지만 배에는 귀가 많으니 새벽에 비조선을 타고 가면서 모두 이야기 해주지·”

그러면서 석불원이 행낭과 왜도를 하나씩 집어 들고는 밖으로 나갔다·

미나모토와 호리독사가 뒤를 이었다·

각자 적당한 곳을 찾아가 옷을 갈아입고 오려는 것이다·

이제 좁은 선실 안엔 나와 남궁소소만 남게 되었다·

남궁소소가 물었다·

“내가 나갈까요?”

“아니오 내가 나가겠소·”

슬그머니 문을 열고 밖을 살폈다·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 얼른 문을 닫아버리고는 안쪽에서 걸쇠로 잠갔다·

“뭐 하는 거예요?”

“가만있어 보시오·”

나는 운철검을 비롯해 품속에 넣고 다니는 것들을 전부 꺼내 놓았다·

다음엔 웃통을 훌렁훌렁 벗어젖혔다·

그러자 그을음을 쐬어 거무죽죽하게 빛을 죽인 용린신갑이 몸에 착 달라붙은 채 모습을 드러냈다·

“뭐 하는 거냐고 묻잖아요!”

“왜국 땅으로 들어가면 소저나 나나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오· 기회는 지금밖에 없소· 소저는 어떨지 모르나 나는 남은 세월을 후회하며 보내고 싶지 않소·”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입고 있던 용린신갑마저 위로 훌러덩 벗어버렸다·

그 바람에 아주 잠깐 시야가 가려졌다가 다시 트였다·

한데 방금까지 코앞에 있던 남궁소소가 구석진 곳으로 냅다 도망가서는 가자미눈을 뜬 채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거기서 뭐 하는 거요?”

“몰라서 물어요?”

“칼은 또 왜 뽑아 들고 있고·”

“귀하야말로 옷은 왜 벗고 난리죠?”

무슨 상황인지 바로 이해했다·

용린신갑을 그녀 쪽으로 툭 밀어 놓으며 말했다·

“입으시오·”

“내가요?”

“그렇소·”

“왜요?”

“방금 말했잖소· 왜국 땅으로 들어가면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고· 나중에는 이걸 입을 만한 시간도 장소도 마땅치 않을 것이오· 지금 속에다 미리 입어 두시오·”

“그럼 문을 잠근 게····”

“누가 보면 안 되니까·”

“확실히 이거 주려고 한 거 맞아요?”

“아니면·”

“내가 생각보다 강하게 나오자 임기응변으로 둘러대는 거 아니고요? 원래 그런 식으로 머리가 기가 막히게 돌아가잖아요·”

“···?”

“···?”

자기가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지 남궁소소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들고 있던 칼도 슬그머니 뒤로 감추었다·

“미안해요· 오해했어요·”

“먼저 손을 잡을 때는 언제고·”

“그거랑은 다르죠·”

“알았으니까 빨리 입으시오·”

“귀하는 어쩌고요·”

“소저가 다치면 세옥 형님이 날 가만두지 않을 거요· 나를 귀하게 대해주시는 남궁 대가주님과 소가주님 그리고 가모님을 뵐 낯도 없고· 그러니 누군가 다쳐야 한다면 내가 다치는 게 낫소·”

“정룡 공자····”

여자들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낮에는 손까지 잡아가며 나를 놀리더니 지금은 똑바로 바라보지도 못하고 얼굴이 홍시처럼 빨개진다·

“혹시나 해서 말해두는 건데 어디까지나 빌려주는 거요· 표행이 끝내고 돌아가는 배 안에서 꼭 돌려줘야 하오· 알았소?”

***

대륙인들이 살마라고 부르는 왜국 사쓰마번의 남쪽 군도에는 원래 유구국(流球國)이라고 불리는 작은 왕국이 있었다·

언어도 인종적으로도 본토의 왜국인들과 달랐던 이들은 고대로부터 대륙과 교역을 해왔으며 조공을 바쳤다·

심지어 세 개의 소국으로 나뉘어 싸우다 최초로 통일을 이루었을 때는 대륙의 황제가 사신을 보내 왕을 책봉하기까지 했다·

이후로도 유구국은 왕족들 사이에 내분이 일어나 왕이 바뀔 때마다 대륙의 황제로부터 책봉을 받음으로써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이백여 년 동안 왕조가 이어졌다·

한데 지금으로부터 삼 년 전 봄 사쓰마번을 다스리고 있던 제후가 고작 삼천의 병력을 이끌고 유구국을 침략했다·

유구국의 병사들은 맹렬하게 저항했지만 선진문물인 총포 앞에서 두 달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버렸다·

유구국의 왕과 백 명의 신하들은 포로가 되어 사쓰마번으로 끌려갔다·

이후 갖은 수모와 고초를 겪은 끝에 속국이 되어 조공을 바치겠다는 맹세를 하고서야 비로소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어린 왕자와 유력한 가문의 자식들 아홉 명을 볼모로 남겨 두어야 했다·

한데 무슨 이유에선지 작년부터 유력한 가문의 자식들이 하나둘씩 죽기 시작했다·

공식적으로 통보하기로는 전염병 때문이었다는데 유구국에서 그걸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주검을 돌려받지도 못했다·

역병의 확산을 우려한 나머지 불에 태워 바다에다 뿌려 버렸기 때문이다·

석불원은 인질로 잡혀 있는 유구국의 왕자를 구출해 범선에 태워 대륙으로 돌아가는 것이 이번 표행의 최종 목적이라고 했다·

나는 유구국이 아니라 왜 대륙으로 돌아가냐고 물었지만 석불원은 더이상 이야기 해주지 않았다·

그걸 말해주면 표주가 누구인지를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았다·

사실 유구국으로 데려간다고 해도 이상하긴 마찬가지였다·

남의 나라 왕자가 인질로 잡혀 있든 말든 대체 무슨 상관인가·

하지만 남궁소소는 나와 생각이 조금 다른 것 같았다·

“그 망할 제후 가문의 이름이 뭐죠?”

“우리식 표기로는 도진(鳥津)이라고 하네· 하지만 왜인들은 다르게 부르지· 흉내를 내자면····”

“시마즈·”

바닷바람이 쌩쌩 부는 비조선 위에서 나직한 목소리로 끼어든 사람은 미나모토였다·

그는 왜도를 가슴에 품은 채 배의 꼬리에 올라앉아서는 머리카락을 날리며 말을 이었다·

“한때 사이카이도의 패권을 놓고 도요토미 히데요시 간파쿠와도 세 차례나 전쟁을 벌일 정도로 거대한 다이묘 가문이지· 나도 그렇지만 너희 모두 아주 더럽고 위험한 일에 휘말려 든 것 같군· 후후·”

나도 남궁소소도 멀뚱멀뚱한 눈으로 미나모토를 바라보았다·

석불원은 어쩐지 모르겠는데 우리 두 사람은 무슨 말인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미나모토의 바로 앞에 앉아서 열심히 노를 젓고 있던 호리독사가 바닥에 떨어진 노를 집어 던지듯 안기면서 말했다·

“이거나 저어!”

If you have any questions, request of novel and/or found missing chapters, please do not hesitate to contact us.
If you like our website, please consider making a donation:
Buy Me a Coffee at ko-fi.com
Reincarnated Escort Warrior

Reincarnated Escort Warrior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2
My dream is to become an escort warrior that rides on a cool horse and transports goods. But I’ve got a limp leg and I’m unable to learn decent martial arts. I’ve lived as a porter working odd jobs for the entirety of my life. Until I died because of the mountain bandits that I met during an escort mission. But… ‘I became the fourth young master, Lee Jungryong?!’ When I died and woke up, I was reborn as the Heavenly Dragon Escort Agency’s infamous good-for-nothing youngest son. The weakling, Lee Jungryong, will become the best escort warrior in this lif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