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Escort Warrior Chapter 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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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화·  < 표사들을 모으는 고수(9) >

사흘 만에 남궁세가를 떠난 우리는 장강을 따라 서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처음 나와 석불원 둘로만 이루어졌던 표행단은 이제 남궁소소와 왜인무사까지 가세해 네 명으로 늘어났다·

남궁유룡은 약속대로 남궁중백과 함께 연화부인을 만나 남궁소소를 표행단에 합류할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부탁했다·

세 사람만 조용히 만났기 때문에 정확히 무슨 이야기들이 오고 갔는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회동이 끝난 후 연화부인이 나를 따로 불러다가 한 말은 전혀 생각지 못한 것이었다·

“아버님께서는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표행을 다섯 차례나 하는 동안 단 한 명의 표사도 잃지 않았다는 것이 공자의 가장 놀라운 점이라고 하시더군요· 마치 젊은 날의 표왕을 보는 것 같으시다고·”

“···!”

“난 표왕께서 젊은 시절 어떠했는지 잘 몰라요· 하지만 공자에 관한 이야기라면 귀가 따갑도록 들었지요· 그래서 공자를 믿고 소소를 보내 주겠어요· 건강히 잘 다녀오세요·”

연화부인은 남궁소소를 지켜 달라는 식의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딸에 대한 그녀의 지극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말하지 않음으로써 웅변을 하는 것보다 더 강한 전언을 상대에게 보내는 것이다·

내가 세 사람이 만나는 자리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모르는 것처럼 남궁소소도 나와 연화부인 사이에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 몰랐다·

그래서 지금도 말을 타고 가는 내내 힐끔거리며 나를 곁눈질했다·

“아무리 그래도 소용없소·”

“뭐가요?”

“어머니께서 내게 하신 말씀이 궁금한 거잖소·”

“알면 좀 말해주면 안 되나요?”

“안 되오·”

“왜요?”

“사내는 입이 무거워야 하는 법이오·”

“사기나 치지 마세요·”

“그 얘기 한 열 번쯤 들은 것 같소만·”

“나도 그쯤 한 것 같아요·”

“내가 무슨 사기를 얼마나 쳤다고·”

“어제 일 기억 안 나요?”

“비무에 문제라도 있었단 말이오?”

“물론 비무에는 문제가 없었죠· 다만 저 왜인무사는 아직도 당주님을 권법에도 조예가 깊은 검객으로 알고 있을 뿐· 현실은 검술에도 조예가 깊고 싶은 권법가인데 말이죠·”

“혹시 나 지금 협박받는 거요?”

“협박이라고 하면 먹힐까요?”

“전혀·”

“냉혈한·”

“협박범·”

“사기꾼·”

“진드기·”

“뭐라고요!”

그때 남궁소소와 나 사이로 얼굴 하나가 쑥 들어왔다·

턱과 머리를 붕대로 친친 감은 왜인무사였다·

남궁소소가 그에게 웃으며 왜국말로 물었다·

“(다친 곳은 좀 어때요?)”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오·)”

“(다행이군요·)”

“(못 본 사이에 우리 말이 훨씬 능숙해졌소·)”

“(그런가요?)”

“(그동안 어디에 있었던 거요?)”

“(저 남자와 함께 돌아다녔어요·)”

“(어디를 말이오?)”

“(세상 이곳저곳이오·)”

“(왜?)”

“(그게 저 남자의 일이고 전 그에게 고용되었거든요· 바쁘다고 하는데도 어찌나 도와달라고 부탁을 하는지· 아무튼 그랬어요·)” “(그와는 어떤 사이오?)”

“(그의 사업에 투자를 좀 했어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남궁소소야 그렇다고 쳐도 어떻게 자기를 잡아다 가둔 사람의 후손에게 저리 다정하게 굴 수가 있는 걸까?

왜인무사와 한참이나 대화를 주고받던 남궁소소가 돌연 내게 물었다·

“그가 당주님도 무사냐고 묻는데요·”

“보았으면서도 모르나?”

남궁소소가 다시 왜인무사에게 통역했다·

“(그는 최고의 무사예요· 유명한 가문의 후예들과 인맥을 쌓거나 허명을 떨치는 것에만 혈안이 된 가짜들과는 질적으로 다르죠· 여자를 밝히는 게 문제라면 조금 문제일 뿐·)”

왜인무사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남궁소소에게 물었다·

“뭐라고 한 거요?”

“아마 그럴 거라고 했어요·”

“엄청 길게 말하던데·”

“엄청 길게 그럴 거라고 했어요·”

미심쩍지만 왜국 말을 모르니 어쩔 수가 없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그대로 통역하시오·”

“말해보세요·”

“미야모토· 잘 들으시오·”

“미야모토· 요쿠 키이테쿠다사이·”

내가 말을 이어 가려는 순간 갑자기 왜인무사가 끼어들더니 한참을 뭐라고 지껄이다가 마지막에 이르러 ‘이전욘’이라고 했다·

“내 이름은 미야모토가 아니라 미나모토 히카루다· 성은 미나모토 이름은 히카루· 미나모토 가문의 빛나는 사람이라는 뜻이지· 다음 부턴 발음을 똑바로 해라· 이정룡··· 이라고 했어요·”

“혹시 이전욘이 내 이름이오?”

“그런 것 같아요· 큭·”

“웃는 거요?”

“미안해요· 나도 모르게 그만·”

“전혀 미안한 얼굴이 아닌데·”

“이게 나한텐 최대한 미안한 얼굴이거든요·”

“아무튼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는 절대 입을 벌리지 말라고 전해 주시오· 안 그러면 당신의 안전을 장담할 수가 없다고·”

남궁소소가 그대로 통역을 했고 왜인무사가 뭐라고 지껄이다가 또 ‘이전욘’이라고 했다·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네 목숨이나 잘 지켜라· 이정룡··· 이라고 하네요·”

***

청해성에서 시작된 물이 통천하 금사강 장강 등으로 불리며 만 리를 달리다가 마침내 바다를 만나는 곳에 해문(海門)이라는 포구촌이 있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곳은 바다로 나가는 길목이면서 동시에 육지로 들어오는 길목이기도 했다·

그러나 바다 밑에 암초가 워낙 많아서 돈이 되는 큰 배들은 주변의 다른 항구도시들에게 모조리 빼앗겨 버리고 작은 고기잡이배들만 열심히 들락거렸다·

바다를 보자 미나모토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다시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고 싶은 왜구의 본성이 되살아나는 모양이었다·

말머리를 붙이며 석불원에게 물었다·

“여긴 왜 오신 겁니까?”

“마지막 표사가 이곳에 있네·”

“그가 누군데요?”

“오십 년이 넘도록 대륙과 왜국을 오가며 밀무역을 해온 뱃사람이지· 양국의 관선과 군선은 물론이고 개떼같이 들끓는다는 해적선들까지 전부 피해 왜국으로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고·”

나와 남궁소소는 동시에 얼어붙어 버렸다·

석불원의 말에서 표행의 목적지를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몰라 혹시나 하고 물어봤다·

“목적지가 왜국입니까?”

“그렇네·”

“아니 왜요?”

“그곳에 가서 물건을 하나 가져올걸세·”

“무슨 물건인지는 말해주지 않으시겠죠?”

“그렇네·”

“물건의 주인이 누군지 모르지만 순순히 내어주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랬다면 자네들이 필요 없었겠지·”

“강탈입니까?”

“협상에 실패한다면·”

“그러면 왜구와 다를 게 없잖습니까?”

“천만에· 그렇게 되면 왜구들이 해안가 마을을 약탈하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위험해질 걸세·”

“그 말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게 가장 중요한 문젤세·”

문득 석불원이 나를 찾아온 다음 날 비룡당에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때 그는 세상의 규칙이나 도덕 너머에 존재하는 다른 차원의 표행에 대해 말했었다·

나 또한 그것을 각오하고 온 것이었고·

“대체 표주가 누굽니까?”

“살아서 돌아온다면 만날 수 있을 걸세· 그러려면 자네나 나나 반드시 표행을 성공시켜야 하고·”

석불원이 나를 찾아와 객표비로 금전 이천 냥을 주겠다고 한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전생에서도 30년 넘게 표국업에 종사했지만 타국으로 그것도 왜국으로 표행을 간 사람 얘긴 들어 본 적이 없다·

이건 비유로써의 목숨을 걸어야 한다가 아니라 진짜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었다·

석불원도 방금 표행에 성공하지 못하면 자신을 포함해 모두가 다시 고향 땅을 밟을 수 없을 거라는 말을 분명히 했다·

고개를 돌려보니 남궁소소도 놀란 토끼 눈이 되어 있었다·

오직 우리 말을 모르는 미나모토만 마상에서 두 팔을 벌리고 숨을 들이쉬며 바다 내음을 맡는 중이었다·

“아직 늦지 않았네·”

“예?”

“표단(鏡單)의 내용을 알지 못하니 계약금만 돌려주면 돌아갈 기회가 아직 있다는 뜻이네· 아마도 마지막 기회가 될 걸세·”

표단은 표국에서 쓰는 계약서로 표주가 누구인지 표물이 무엇인지 어디에서 어디로 운송하려는 건지 등을 적어 넣는다·

“못 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후회하지 않겠나?”

“그건 솔직히 자신 없습니다·”

“한데 왜?”

“인간이 신도 아닌데 어떻게 항상 후회 없는 삶을 살겠습니까? 하지만 후회를 한다는 게 꼭 과거로 돌아가면 다른 선택을 하겠다는 뜻은 아닐 겁니다· 지금도 그렇고요·”

“자네는 확실히 보통의 표사들과는 다르군·”

“대신 제 권리를 행사하겠습니다·”

“권리?”

“왜인무사를 고용하는 데 성공하면 제가 지정한 사람 두 명을 추가로 고용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신다고 하셨지 않습니까· 한 명은 남궁소소로 하고 다른 한 명을 지금 부르겠습니다·”

“그가 누구인가?”

“만약 협상에 실패할 경우 강탈을 절도로 바꿔줄 인물입니다·”

나는 남궁소소를 돌아보며 말했다·

“여기서 소주까지 반나절이면 도착할 것이오· 천룡표국 소주분타로 가서 항주의 본타에 전서구를 날려 호리독사를 이리로 보내라고 하시오· 필요한 장비들이 있다면 전부 챙기라고도 하고· 그렇게만 말하면 알아 들을 것이오·”

“알았어요·”

남궁소소가 말머리를 돌려 달려갔다·

할아버지를 닮아 어려서부터 말타기를 좋아했다더니 갑자기 꺾고 치닫는 솜씨가 가히 예술이었다·

남궁소소가 말도 없이 사라져 버리자 미나모토가 깜짝 놀라서는 내게 왜국말로 물었다·

“난카 아루노카?”

“뭐라고 하는지 모르오·”

“카노조와 도코니 잇타노?”

“서로 못 알아듣는데 뭘 자꾸 묻는 거요?”

그때쯤 석불원이 탄 말이 걸음을 멈추었다·

눈앞에는 작은 포구마을과는 어울리지 않게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목옥(木屋) 즉 나무로 만든 이 층 건물이 버티고 서 있었다·

사방에 탁자가 가득한 가운데 사람들이 한쪽에선 술을 마시고 한쪽에선 도박을 하고 한쪽에선 여자들을 무릎에 앉혀 놓고 열심히 주물러 대고 있었다·

생김새는 또 다들 얼마나 험상궂은지 구릿빛으로 그은 얼굴에 어깨와 팔뚝은 비정상적으로 발달했고 눈동자에서는 불이 번쩍번쩍했다·

생김새도 그렇고 옷차림도 그렇고 결코 평범한 뱃사람들은 아니었다·

십중팔구 밀무역을 하는 방파의 방도들일 것이다·

이 목옥 역시 주루가 아니라 그들의 소굴이었고·

협소한 장소 두려움을 모르는 범죄자들· 전면전이 벌어지면 열 명 스무 명은 쓰러뜨려도 백 명은 불가능하다·

‘남궁소소를 보내기 잘했구나·’

낯선 사람들이 들어서자 왁자지껄하던 소음이 뚝 끊어지면서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고요해졌다·

그나마 미나모토를 우리식 복장에 상투까지 틀어 주었기에 망정이지 아니면 왜구가 나타났다고 다들 칼부터 뽑아 들었을 것이다·

석불원은 가까운 탁자 아무 데나 털썩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어 주방 쪽을 돌아보며 큰소리로 외쳤다·

“여기도 먹을 것 좀 내오지·”

십여 명의 사내들이 어슬렁거리며 다가왔다·

하나같이 흉악한 기세를 폴폴 풍겼다·

그중에 근육질의 산더미 같은 녀석이 있었다·

크다 크다 해도 이렇게까지 큰 인간은 처음인지라 나와 미나모토는 본능적으로 마른 침을 꼴깍 삼켰다·

그가 우렁우렁한 소리로 말했다·

“여긴 술집이 아니다·”

“근처에 술 있는 곳이 여기밖에 없어서·”

“말귀를 못 알아듣는군·”

“황해노경(黃海老錄)은 어딨소?”

순간 좌중에 가득한 적개심이 찐득찐득한 살기로 바뀌었다·

거인의 얼굴도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경고도 없었다·

그는 갑자기 두어 걸음을 쿵쾅 내딛더니 석불원을 향해 커다란 주먹을 뻗어왔다·

나는 재빨리 오른발을 차올려 오금으로 그의 팔을 감아 꺾어 내렸다·

동시에 뒷머리를 잡아 채서는 탁자 위에다 얼굴을 힘차게 찍어 버렸다·

쾅!

둔탁한 소리와 함께 거인은 그대로 까무러쳤다·

그런 다음 번개처럼 돌아서니 놀라운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거인의 뒤에서 칼을 뽑아 들고 달려들던 세 명이 산발을 한 채 굳어 있고 발아래에는 각자의 것으로 짐작되는 상투가 떨어져 있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미나모토가 묘도(苗刀)를 뽑아 든 채 그들을 찢어진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고·

‘대체 언제····’

그때였다·

“우고쿠 모노와 코로시테야루!”

이런 멍청한!

어차피 알아듣지도 못할 말을 뭐하러·

내가 그렇게 사람들 앞에서 입을 벌리지 말라고 경고했거늘·

“왜놈들이잖아·”

“우리더러 한 걸음이라도 움직이면 죽인다는데·”

“빠가야로!”

“이누치쿠쇼!”

“코로사레타이까!”

놀랍게도 왜국말을 아는 자들이 있었다·

눈치를 보아하니 그런 자가 한둘이 아니었다·

부지불식간에 왜국말로 경고를 한 미나모토가 오히려 살짝 당황한 눈치였다·

백여 명의 사내들이 일제히 탁자 밑에서 칼을 뽑아 들었다·

채채채채채채채채챙!

“이런 제길!”

나도 검을 뽑아 들었다·

챙!

일촉즉발의 순간 ‘철그렁!’하고 어린아이 머리통만한 가죽 주머니가 탁자 위에 떨어졌다·

살짝 벌어진 입구 사이로 싯누런 금전이 가득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황금의 힘은 위대해서 금방이라도 성난 늑대처럼 달려들 것 같던 사내들을 다시 전부 석상으로 만들어 버렸다·

석불원은 마치 어딘가에 있을 특정한 누군가를 향해 말하듯 다소 큰 소리로 말했다·

“금전 이천 냥입니다· 한 달간 귀하와 수하들의 목숨을 사는 값의 절반이지요· 다섯을 셀 때까지 내 앞에 앉아 있지 않는다면 거절한 것으로 알고 조용히 떠나겠습니다· 하나 둘····”

선금으로만 내놓은 것이 금전 이천 냥이다·

목옥 안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깜짝 놀라서는 마른 침을 꼴깍꼴깍 삼켰다·

“셋 넷····”

또각 또각 또각····

이 층에서 반백의 노인이 목발을 짚으며 천천히 내려왔다·

자세히 보니 왼쪽 다리의 무릎 아래가 사라지고 없었다·

그러나 칠순은 되어 보이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우람한 체구에 각진 턱과 형형한 눈빛이 젊은 시절을 어떻게 보냈는지 짐작게 했다·

이윽고 절름발이 노인이 앞자리에 앉았고 석불원이 마지막 숫자를 셌다·

“다섯·”

“기다려 주어 고맙소·”

“아쉬운 사람이 기다려야지요·”

“전혀 아쉬운 사람 같지 않소만·”

“그리 보였다면 다행입니다·”

“내가 황해노경이오·”

“석불원이라고 합니다·”

“황금장표····”

“그렇게도 불리지요·”

황금장표라는 말이 흘러나오는 순간 좌중의 공기가 다시 한번 크게 출렁였다·

놀랍게도 이들 대부분이 사대명표 중 한 명인 석불원을 아는 모양이었다·

“아무리 황금장표라고 해도 고작 두 명의 객표만 데리고 이곳을 찾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외다·”

네가 아무리 황금장표라고 해도 이곳은 나의 영역이니 함부로 설쳤다가는 살아서 돌아가지 못할 거라는 경고다·

“새겨 두도록 하겠습니다·”

“원하는 게 무엇이오?”

때마침 누군가 엽차를 가지고 왔다·

석불원은 손가락으로 물을 찍어다가 탁자 위에 살마(薩摩)라는 두 글자를 쓴 후 바로 지웠다·

눈치를 보아하니 그곳이 목적지인 모양이었다·

황해노경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나는 은퇴한 몸이외다·”

“마지막 항해가 되겠군요·”

“보시다시피 몸도 이렇고·”

“바다를 걸어서 건너는 사람은 없지요·”

“표물이 무엇이오?”

“모르셔도 됩니다·”

“가고 오고 뱃길만 책임져라?”

“그편이 서로 좋지 않을까요?”

“목숨값의 절반이라 함은?”

“성공하고 돌아오는 즉시 이천 냥을 더 드리겠다는 뜻입니다·”

좌중에 나직한 술렁거림이 번져갔다·

황해노경은 만만치 않은 인물이었다·

그는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어야 한다는 교훈을 확실히 알았다·

더불어 표비는 물건의 가치가 아니라 표주가 얼마나 간절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도·

“흑룡선(黑龍船)은 왜국과 대륙을 통틀어 가장 빠른 범선이외다· 이 배의 돛을 올리고 항해를 하려면 최소 쉰 명의 노련한 뱃사람들이 필요하지요· 금전 이천 냥이 큰 돈이기는 하나 쉰 명의 목숨을 걸고 배를 띄울만큼 크지는 않소이다·”

“제 소문을 들으셨다면 첫 번째 제시하는 금액이 가장 큰 액수라는 것도 아실 텐데요·”

“무엇이든 처음은 있는 법이지요· 귀하가 왜국으로 표행을 하는 것도 처음인 것처럼·”

“하지만 노사께는 늘 해오셨던 항해이지요·”

“나에 대해 많이 아시는구려·”

“금액을 절반으로 내리겠습니다·”

“···!”

석불원은 가죽 주머니를 집어 들고 일어났다·

“마을 어귀에 작은 여곽이 하나 있더군요· 내일 아침까지 그곳에서 머무를 생각입니다· 생각이 있다면 아침 식사나 같이 하지시요·”

석불원은 이어 탐욕으로 이글거리는 백여 명의 뱃사람들을 쓸어보며 착 가라앉은 음성으로 말했다·

“참고로 금전을 빼앗으러 오는 것도 얼마든지 환영합니다· 단 살아서 돌아갈 생각들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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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incarnated Escort Warrior

Reincarnated Escort Warrior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2
My dream is to become an escort warrior that rides on a cool horse and transports goods. But I’ve got a limp leg and I’m unable to learn decent martial arts. I’ve lived as a porter working odd jobs for the entirety of my life. Until I died because of the mountain bandits that I met during an escort mission. But… ‘I became the fourth young master, Lee Jungryong?!’ When I died and woke up, I was reborn as the Heavenly Dragon Escort Agency’s infamous good-for-nothing youngest son. The weakling, Lee Jungryong, will become the best escort warrior in this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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