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화· < 다시는 표사들을 무시하지 마라(7) >
남곤산을 지나 남서쪽으로 하루 정도 더 달리면 화남지방 최대의 곡창지대인 주강삼각주가 나타난다·
연중 이모작이 가능한 데다 수운까지 사통팔달로 발달한 이곳에 광동성의 성도이자 고대 해상무역로의 출발지인 광주(廣州)가 들어선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러나 광주가 아무리 큰 도시여도 광활한 주강삼각지 전역에서 몰려드는 물자와 인구를 감당할 수는 없었다·
때문에 광주 주변 이백리 안에는 불산(佛山)과 화도(花都)을 비롯해 무려 네 개의 크고 작은 도시들이 존재했다·
나는 사흘 전 조우한 비룡당의 표사들을 이끌고 광주와 화도 사이를 지나 꼬박 한나절을 더 달렸다·
그러자 갑자기 강이 떡하니 앞을 가로막고 나타났다·
주강으로 흘러드는 지류 중 하나인 북강(北江)이었다·
말이 좋아 지류지 폭만 삼십여 장에 달했다·
남곤산을 떠난 후 처음으로 만나는 강이었다·
“마을을 전부 뒤졌지만 열 명 정도 겨우 탈 수 있는 고기잡이배가 전부입니다·”
일각주 왕대표의 보고였다·
나를 비롯해 비룡당은 전부가 말을 타고 있었다·
한데 놈들이 지나간 코딱지만한 포구 마을에는 말을 싣고 옮길만한 나룻배가 없었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동쪽에서 다가오는 먹구름이 심상치가 않다·
이것저것 따질 계제가 아니었다·
“가 표두!”
“하명하십시오·”
“마을에 있는 배를 전부 빌리도록 하세요· 돈은 달라는 대로 주시고 대신 말을 당분간 맡아 달라고 하십시오· 차후에 보상도 충분히 해주겠다고 하시고요·”
“하면?”
“지금부터 전원 도보로 이동합니다·”
“존명!”
배를 빌리고 말을 맡기는 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번견들을 태운 첫 번째 배가 강을 건너는 순간 하늘에서 구멍이라도 난 것처럼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쏴아아아····
“번견들이 냄새를 놓쳤습니다· 강을 건너는 동안 쏟아진 폭우에 모조리 씻겨가 버린 탓입니다· 이런 비라면 더 넓은 지역을 뒤져도 소용없습니다·”
“배가 닿는 곳을 중심으로 상류와 하류 백여 장을 샅샅이 뒤졌지만 흔적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말을 타지 않아 상대적으로 가벼운 데다 폭우까지 내리는 바람에 모두 사라져 버렸습니다·”
번견을 사람보다 더 잘 다루는 신입표사 탁중로와 주변 흔적을 살피고 돌아온 호리독사가 차례로 한 말이었다·
폭우 속에서 미처 우장을 만들어 입을 사이도 없었던 탓에 옷이 비로 흠뻑 젖은 상태였다·
두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비룡당의 표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런 고생들이 무색하게 눈앞에서 간발의 차이로 연소교 일당을 놓쳤다·
가장 우려했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일부러 이런 곳을 골랐어·”
“오는 동안에도 몇 번이나 방향을 꺾었어요·”
“여우 같은 년·”
“마녀라잖아요·”
남궁소소와 당군백이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나눈 대화였다·
쏟아지는 빗속에서 둘만 조용히 나눈 대화였지만 내게는 백 년 공력이 있다 보니 죄다 들렸다·
지난 사흘 동안 두 사람은 내 지시가 있기 전에는 어쩐 일인지 쉽게 다가와 말을 걸거나 참견하는 법이 없었다·
예전과 달리 나는 지금 비룡당의 정규 표사들을 마흔 명이나 거느린 채 이동 중이었다·
표사들 중엔 표두 가불염과 두 명의 각주도 있었다·
남궁소소와 당군백이 제아무리 대단한 무림세가의 영애라고 할지라도 어디까지나 객원표사의 신분·
신입표사들이 보는 앞에서 비룡당의 명령 체계에 함부로 끼어들어 혼란을 주거나 당주의 위엄을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일부러 조심하는 것이다·
두 사람의 이런 사려 깊음은 어려서부터 상명하복의 조직을 가까이에서 보고 자랐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몸에 밴 것이었다·
“왕 각주· 지도를 준비하도록·”
내가 명령을 내렸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네 명의 표사들이 재빨리 길가의 숲으로 뛰어들어 파초(色蒸) 잎을 잔뜩 잘라 왔다·
남만 어디서나 흔하게 자라는 파초잎은 한 장으로도 웬만한 사람 몸을 덮을 만큼 크고 넓었다·
그걸 양손에 한 장씩 들고 내 뒤쪽에 서서 허공에 교차하니 순식간에 커다란 우산 비슷한 것이 만들어졌다·
일각주 왕대표가 우산 아래에 있는 평평한 바위에다 얼른 지도를 펼쳤다·
기름을 먹인 지도는 천룡표국에서만 쓰는 것으로 정확도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독고완 지도에다 지난 사흘 동안 우리가 지나온 길을 표시해 보도록·”
독고완은 과거 복건성 남쪽에 있는 작은 표국에서 오 년 동안 쟁자수 노릇을 했었다·
복건성의 남쪽은 광동성과 붙어 있었기에 당연히 이곳의 지리에도 익숙했다·
독고완이 지도에 한 치 간격으로 쌀알을 하나씩 놓았다·
머릿속으로 쌀알을 연결하니 갈 지(之)자 모양의 표시가 무려 일 곱 개나 반복되어 그려졌다·
왔다 갔다 하지만 결국엔 꾸준히 한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나는 사흘 전 남궁소소로부터 용린신갑과 함께 돌려받은 운철검을 품속에서 꺼내 지도 위 표시된 가상의 선 위에 툭 놓았다·
그러자 검 끝은 정확히 어느 산을 가리켰다·
“무슨 산인지 알겠어?”
독고완에게 물었다·
전생에서 30년 동안 쟁자수 노릇을 했고 남만에도 수십 차례 다녀갔지만 대륙의 지리를 전부 꿰고 있을 순 없다·
특히 북강 너머 서쪽은 이쪽 방향을 통해 가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벽호산(壁虎山)입니다·”
“자세히·”
“주강삼각주에서 가장 높은 산악지대입니다· 산세는 험하고 협곡은 깊으며 팔십여 개의 크고 작은 산봉우리들이 사철 안개에 뒤덮여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절산이죠· 묘족들은 고대로부터 벽호산을 신령한 산으로 여기며 함부로 들어가는 걸 꺼려왔습니다·”
“산채는 몇 개나 있지?”
”벽호산에는 산채가 없습니다·“
“산채가 없다고?”
“그렇습니다·”
”언제부터?”
“제가 아는 한 지난 수백 년 동안 벽호산에는 산채가 있었던 적이 단 한 차례로 없습니다·”
혹시 산군(山君)이 있나?”
일반적으로 표사들이 말하는 산군이란 호랑이를 가리킨다·
하지만 봉우리를 수십 개씩이나 거느린 원시의 절산에 호랑이가 살지 않을 리 없다·
백 마리는 족히 돌아다닐 것이다·
그러니 내가 말하는 산군이란 인간을 말한다·
강호엔 엄청난 고수가 들어와 움막을 짓고 사는 바람에 산적들이 감히 산채를 열지 못하는 산들이 꽤 있다·
“인적이 닿지 않은 골골마다 은둔 고수들이 깃들어 산다는 소문은 한족과 묘족들 사이에서 오래전부터 있어왔습니다· 하지만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적은 없습니다·“
”산채도 산군도 없는 산으로 들어간다라····”
말이 신입표사지 대부분 10년 이상의 경력자들이었다·
그것도 무려 이천 명의 지원자들 중에서 고르고 고른 인재들·
표사들은 단박에 내 의도를 알아차리고는 감탄성을 터뜨리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반면 객원표사인 호리독사 남궁소소 당군백 조영영 그리고 표사 경험이 전무한 신입 여표들인 염지약 여소옥 운휘향은 영문을 몰라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들이었다·
남궁소소가 더는 참지 못하고 때마침 가까이 있던 번견 조련의 달인 탁중로를 붙잡고 작은 소리로 물었다·
“산채가 없는 게 왜요?”
대남궁세가의 영애가 얼굴을 가져다 대며 말을 걸어주자 탁중로는 황송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정성껏 대답하기 시작했다·
“팔십여 개의 봉우리를 거느린 산악지대라면 지맥이 백 리 이상은 뻗었을 겁니다· 이런 곳에는 고갯길이 있어도 여러 개 있어야 정상이죠· 험한 고갯길이 있는 산중엔 반드시라도 해도 좋을 만큼 산채가 들어서는 법이고요·”
“산채가 없다는 것은 곧 길이 없다는 뜻이군요·”
“바로 그렇습니다·”
“수천 년 동안 인간이 길을 내지 못할 만큼 험준한 산악지대로 구태여 들어갔다는 것은 거기가 스쳐 지나가는 곳이 아니라 곧 목적지라는 의미····”
“비가 그치면 천리추향도 다시 땅에 착향돼요· 검 끝이 가리키는 방향으로만 가면 벽호산 기슭에서 다시 천리추향을 찾아 정확한 추적이 가능할 거예요·”
마지막 말은 천리추향의 주인인 당군백이 한 것이었다·
남궁소소 당군백 조영영 그리고 세 명의 신입 여표들도 그제야 깜짝 놀란 얼굴이 되어 나를 바라보았다·
연소교 일당을 완전히 놓쳤다고 생각한 순간 독고완을 불러다 지도에 표시를 하게 하고 몇 가지 질문을 던지는 것만으로 다시 추적의 실마리를 찾았기 때문이다·
특히 나에 대해 소문으로만 들었던 신입표사들은 아까부터 자기들끼리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이야기를 나누기 바빴다·
주로 ‘당주님의 표사 경력이 반년밖에 안 된다는 거 전부 헛소문 아냐?’라는 식의 내용들이었다·
가불염이 내게 물었다·
“천마성교의 잔당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요?”
“삼뇌는 감히 내가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의 두뇌와 경험을 지닌 노물· 지금은 비록 우리보다 한나절 이상 뒤처져 있을 테지만 분명 이중삼중의 복안을 마련해 두고 마녀를 추적 중일 겁니다·”
“하면 결국 벽호산에서 만나게 될 공산이 크겠군요· 칠마총이 호리독사가 길가다 불쑥 들러 은비녀를 훔쳐낼 수 있는 방물점이 아닌 다음에야 말입니다·”
“십중팔구 그렇겠지요·”
“음양쌍교와 천마성교를 합치면 마교도의 숫자가 삼백 명을 넘어갑니다· 하지만 우린 채 오십 명이 되질 않고요· 무작정 벽호산으로 들어가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습니다·”
“염려 마십시오· 그런 일은 절대로 없을 테니까· 오늘은 여기서 그만 추적을 중단하겠습니다· 다들 점심 먹고 나무나 좀 찍어 보도록 하죠· 다행히 쓸만한 고목들이 천지에 널려 있군요·”
“나무는 무엇에 쓰시려고요?”
“두고 보시면 압니다·”
의아해하는 가불염을 뒤로 하고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여전히 비를 쏟아내는 먹구름에 가려 해는 이미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다·
표사들은 보이지 않는 것도 보아야 한다·
특히 표행단을 이끄는 수장은·
“마교 놈들 뒤통수 치기 딱 좋은 날씨군·”
***
뿌연 수막이 걷힌 오후 삼뇌는 머릿속으로조차 그려본 적 없는 기묘한 지형과 마주하고 있었다·
그건 어처구니없게도 둘로 쪼개진 거대한 산봉우리였다·
마치 측량조차 할 수 없는 거인이 하늘에서 내려와 전설 속 개산대부(開山大洋)로 찍어 놓고 사라진 듯한 지형·
그게 끝이 아니다·
개산대부는 붕우리를 쪼갠 것으로도 모자라 산의 뿌리까지 뚫고 들어가 깊고 어두운 지하세계를 만들어 놓았다·
때문에 눈앞의 협곡은 들어가자마자 아래로 아래로 이어지다 마침내 바닥에 이르렀을 때는 한 줌의 빛만이 겨우 닿고 있었다· 그마저도 보이는 데까지의 풍경이었다·
막상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아무도 몰랐다·
“묘족의 전설에 따르면 천년 전 천신(天神)의 진노로 벽호산에 큰 지진이 일어났었다고 합니다· 그때 산봉우리가 갈라지면서 이런 기괴한 지형이 생겨난 것이지요·”
곰보 자국 가득한 얼굴에 큼지막한 도끼 두 자루를 등에 가로 질러 멘 혈부투귀(血岸關鬼)가 말했다·
그는 이곳 천마성교의 광동지부를 책임진 당주였다·
“산하십곡(山下十谷)·”
“예?”
“저 협곡도 무저갱도 아닌 곳의 이름이다·”
“그걸 어떻게····”
“과거엔 한번 들어가면 살아서 나오는 사람이 없어 남무림 팔대금지(八大禁地) 중 한 곳으로 불렸지· 인근에 사는 묘족들은 그들의 언어로 지옥문이라 불렀고·”
팔대금지와 지옥문이라는 말에 삼백여 명의 교도들이 크게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저 기괴한 지형은 오늘 처음 보지만 팔대금지에 대해서는 한 번쯤 들어 보았기 때문이다·
삼뇌는 눈앞의 협곡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백여 년 전 팔마종 중 천성교를 제외하면 가장 세력이 강했던 음양쌍교의 성물과 금은보화가 산하십곡에 숨겨져 있었을 줄이야·
“천살마녀가 이리로 들어갔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풍운비룡 일당은?”
“북강을 건너자마자 흔적을 놓치고 우왕좌왕하는가 싶더니 아름드리 고목을 일장 길이로 잔뜩 찍어대고 있다는 걸 마지막으로 보고 받았습니다·”
“고목을?”
“아무래도 뗏목을 만들어 다시 말을 싣고 올 모양입니다· 벽호산이 목적지인 줄 까맣게 모르고 장기적인 추적에 대비하려는 것이겠지요·”
“그리 만만한 놈이 아니다· 쉽게 포기할 놈도 아니고· 오늘이 아니면 내일이라도 반드시 이곳을 찾아낼 것이다·”
“제깐 놈이 찾아온들 쉰 명 남짓한 표사로 무얼 할 수 있겠습니까· 기껏해야 몰래 숨어들어와 우리가 천살마녀 일당과 싸우는 틈을 타 제 형을 훔쳐 달아나려고나 하겠지요·”
삼뇌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풍운비룡은 추적에 실패하고 자신은 성공한 원인은 하나였다·
풍운비룡은 천살마녀 일당의 흔적을 쫓았고 자신은 천살마녀 일당 속에 간자를 심어 두었기 때문이다·
남곤산을 하루 정도 앞두고 천살마녀 일당을 사로잡은 것은 자연스럽게 간자를 붙일 이유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지금까지 간자가 몰래 남겨둔 표식을 따라 왔다·
그 결과가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흑산적웅이 물었다·
“한데 정말 저곳을 들어가실 생각입니까?”
“두려운가?”
“천만에요· 속하는 다만 빠져나올 복안도 있으신가 해서 여쭌 것입니다· 만약 그러시다면 수하들의 사기가 훨씬 충천할 것입니다·”
쓰윽 돌아보니 삼백의 교도들 얼굴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예전부터 무림에 떠돈 팔대금지에 대한 소문이 그만큼 흉악했던 탓이다·
“들어가는 길이 있다면 반드시 나오는 길도 있는 법이다· 다만 어리석은 인간들이 그 길을 찾지 못했을 뿐·”
한마디로 자신을 믿으라는 소리다·
더불어 살아서 빠져나오고 싶으면 목숨을 걸고 자신을 지키라는 소리이기도 하고·
“가자!”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인교를 맨 장한들이 시커먼 협곡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삼백여 명의 교도들이 뒤를 따르려는 순간 삼뇌가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잠깐!”
“왜 그러십니까?”
“이게 무슨 소리지?”
“소리라뇨?”
“오른 쪽에 있는 언덕으로 올라가라· 어서!”
가마꾼들이 울창한 숲 너머로 보이는 언덕을 향해 나는 듯 달리기 시작했다·
혈부투귀와 흑산적웅을 비롯해 다섯 명의 당주들도 빠르게 뒤를 따랐다·
잠시 후 언덕에 올라섰을 때 나타난 것은 저 멀리 산자락 아래에 드넓게 펼쳐진 개활지였다·
풀이 어깨까지 자란 초원지대를 온갖 병장기로 중무장한 각양각색의 무인들이 말도 타지 않은 채 새까맣게 몰려오고 있었다·
그 숫자가 어림잡아도 삼천 명은 될 것 같았다·
삼뇌의 눈썹이 역팔자로 휘었다·
오당 당주들이 앞다투어 경악성을 내뱉었다·
“저게 무슨!”
“저 많은 무인들이 어디서!”
“왼쪽에서 달려오는 백여 명이 이마에 두른 흑건을 보십시오· 저건 광주의 흑교방(黑紋常)이 다른 방파들과 전쟁을 벌일 때 아군을 식별하기 위해 하는 표식입니다·”
“다른 색깔의 수건을 두른 자들도 많소만·”
“백건은 야월방(夜月常) 적건은 우도방(牛刀常) 청건은 불산의 잔월방(殘月常) 황건은 화도의 비응방(飛薦常) 놈들 표식입니다· 벽 수채 (蓋水蒙)와 용수채(龍讀蒙) 수적들도 보이는군요·”
“표식 없는 자들이 절반은 될 것 같은데 그들은 죄다 특정 방파에 속하지 않고 독보강호 하는 자들이란 말이오?”
“아무래도 인근 이백 리 안에 있는 다섯 개 도시의 사파와 흑도들이 죄다 몰려온 것 같습니다· 저 많은 놈들이 대체 여긴 어떻게 알고·”
“밤사이 다섯 개 도시에 마총에 대한 소문이 들불처럼 번진 모양입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지금 상황을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대체 어떤 놈들이!”
그 사이 놈들과의 거리는 백여 장으로 가까워졌다·
순간 삼뇌는 최전방에서 번견 다섯 마리를 앞세우고 달려오는 무리 중 한 놈의 얼굴을 똑똑히 알아보았다·
그리고 목구멍을 쥐어짰다·
“저런 미친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