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Escort Warrior Chapter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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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화·  < 다시는 표사들을 무시하지 마라(4) >

항주에서 남곤산으로 가는 길은 산과 구릉과 강의 연속이었다·

한데 산이든 구릉이든 온통 울창한 숲으로 뒤덮인 것은 매한가지였다·

이런 현상은 남쪽으로 갈수록 점점 더해졌는데 급기야 무이산맥(武美山脈)을 만나면서 절정에 달했다·

강서성과 복건성의 경계를 이루며 남서로 달리는 무이산맥은 대자연의 거대한 장벽인 동시에 길이기도 했다·

두 성(省)을 각각 가로질러 흐르는 수많은 강들이 바로 이 무이산맥을 만나 방향을 꺾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무이산맥은 강을 건너지 않고도 광동성의 남곤산까지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이는 가는 동안 계속해서 땅에 나무에 풀잎에 천리추향을 묻히고 남겨야 하는 내게 아주 중요한 문제였다·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부득블 길잡이가 된 첫 번째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한데 궁장여인 연소교의 눈썰미가 예사롭지 않았다·

“사흘째 왜 강이 한 번도 나타나지 않는 거지?”

“산맥의 기슭으로 난 길만 타고 가는 중이기 때문이죠·”

“그러니까 왜·”

“남선북마(南船北馬)라는 말을 아십니까?”

“질문은 나만 한다·”

“아시는 바대로 강남에선 강과 호수가 많아 어딜 가나 배를 탈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날엔 하루에 강을 네 번이나 건너야 할 때도 있지요· 한데 강마다 마차와 말을 싣고 옮길 배가 상시 대기 중인 것이 아닙니다· 아예 큰 배가 없는 곳도 많고요·”

“표국들은 어떻게 하지?”

“당연히 관도를 탑니다· 관도가 강을 만나는 곳에는 말과 마차들을 옮길 나룻배가 항시 있으니까요· 숫자도 많고·”

“그러면 뭐가 문제지?”

“배가 많다는 것은 건너려는 사람들도 많다는 걸 의미합니다· 배가 있는 곳은 있는 곳대로 표국과 상단들이 몰리기 때문에 하세월을 기다려야 하고 없는 곳은 없는 곳대로 대책 또한 없지요·”

나는 잠시 고삐를 놓고 물통을 꺾어 물을 한 모금 마신 후 다시 말을 이어갔다·

“양손이 묶여 있으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네· 아무튼 그런 시행착오가 반복되면 하루로 족할 거리를 사나흘 동안 가는 것도 예사가 되어 버립니다· 한마디로 관도를 타면 편안하고 안전은 하지만 날짜를 예측할 수가 없지요·”

“이 길은 어떻게 알았지?”

내 말이 제법 그럴 듯해서인지 아니면 며칠 전 싸웠을 때와 달리 꼬박꼬박 공대를 해서인지 잠깐 사이에도 질문하는 어투가 많이 부드러워졌다·

“표국들이 표마차 없이 말로만 빠르게 이동할 때 자주 이용하는 길입니다· 하지만 보통의 여행객들이나 간담이 작은 상인들은 얼씬도 하지 않습니다·”

“그건 왜지?”

“왜냐하면····”

선두에서 길을 잡으며 가고 있던 나는 갑자기 입으로 하는 말과 타고 있던 말을 동시에 뚝 멈추었다·

산모퉁이를 돌아서는 순간 저만치 길 한복판에서 각종 연장을 찬 오십여 명의 장한들이 말을 탄 채 버티고 서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저들 때문입니다·”

“저들이 누군데·”

“딱 보면 모르시겠습니까?”

“녹림도?”

“잠마채(潛魔蒙)라고 무이산맥 일대에서 활약하는 일곱 개 녹림산채들 중 머릿수가 가장 많고 사람을 쉽게 죽이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특히 채주인 육지도마 적출은 언월도의 달인으로 인근에서 적수를 찾기 어려운 고수죠·”

“그리 많아 보이진 않는데·”

스릉!

“저희가 길을 열겠습니다·”

눈 위의 칼자국이 검을 뽑아 들고 앞으로 나왔다·

뒤이어 야차곤 곱사등이 노인 말라깽이 등도 각자의 병장기를 뽑아 들고 좌우로 늘어섰다·

하지만 연소교가 허락하지 않은 탓인지 무작정 튀어 나가진 않았다·

그 순간 녹림도들이 버티고 선 뒤쪽의 좌우 숲으로부터 날카로운 화살을 앞세운 궁수들이 새까맣게 쏟아져 나왔다·

족히 백 명은 될 것 같았다·

“화살촉을 자세히 보시면 색깔이 거무튀튀할 겁니다· 무이산 명물인 독개구리 등껍질을 붙여 만든 독화살이죠· 스치기만 해도 세상이 캄캄해지면서 한나절은 조상님들을 만나고 돌아와야 합니다· 재수가 없으면 조상님들 따라 아예 저쪽 세상으로 갈 수도 있고요·”

금방이라도 튀어 나가서 쓸어버릴 것 같던 연소교의 수하들은 갑자기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연소교가 내게 말했다·

“저들을 만날 줄 알았어?”

“잠마채의 눈에 띄지 않고 무이산맥을 통과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죠· 남은 여섯 개의 산채들도 마찬가지고요·”

“그렇다면 대책도 있겠지?”

“그건 제 역할이 아닌 것 같습니다만·”

“표사로 고용해 달라고 하지 않았었나? 녹림이 길을 막고 나타났으면 표사가 해결해 주는 건 당연한 일인 걸로 아는데·”

“표사들은 보통 표비를 받고 일하죠·”

“햇빛 말 세 끼 식사· 이미 지불한 것 같은데·”

“거기다 은전 열 냥만 더 추가하시죠·”

“점점 요구하는 게 많군 ”

“원래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은 게 인지상정 아니겠습니까? 그런가 하면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옛 성현들의 말씀도 있고요·”

연소교가 품속에서 전낭을 꺼냈다·

이어 번쩍번쩍 빛나는 은전 열 냥을 세어 집더니 옆을 돌아보며 말했다·

“산노(山老)·”

곱사등이 노인이 추려 잡았던 쇠사슬을 다시 허리춤에 감고는 얼른 말을 몰아 나를 지나쳐 연소교의 옆으로 다가갔다·

연소교가 은전 열 냥을 산노라 불린 곱사등이 노인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이 고개를 넘어갈 때쯤 말들에게 삶은 콩을 충분히 먹이고 싶다고 말해줘· 사람들이 마실 술과 건량도 보충해 달라고 하고· 말 세 마리는 편자도 갈아야 할 것 같아·”

“알겠습니다·”

“그럴 리 없겠지만 만약에 돈 냄새를 맡고 더 뜯어내려 하면 산노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좋아· 뒷일은 내가 책임질게·”

“은전 열 냥이면 채주놈 뺨도 한대쯤 때릴 수 있을 겁니다· 그래도 만약 시비를 걸어오면 말씀하신 대로 속하가 알아서 합지요· 그럼·”

딱 적절한 때에 필요한 조치들을 취한다·

그것도 산적들과 산채를 역이용해서·

잠시 후 잠마채의 채주를 만나러 갔던 곱사등이 산노가 돌아왔다·

그가 이쪽으로 오는 동안 이미 길을 채웠던 녹림들은 썰물처럼 갈라지고 수뇌부로 짐작되는 십여 명만 남았다·

“모든 조건을 수용하겠답니다· 더불어 비봉표국 이라는 이름은 처음 듣는다며 채주라는 자가 표두님을 뵙고 잠시 인사라도 나누고 싶답니다·”

“어려울 것 없지·”

곱사등이 산노가 다시 말을 몰아 산도적 놈들에게로 달려갔다·

신생 표국이나 상단이 녹림도가 장악한 산길을 처음 지나가는 걸 길을 연다는 뜻에서 개도(開道)라 하고 이때 주는 돈을 개도비라 한다·

통상 개도비는 평소 통행세의 두 배를 주는 게 관행이었다·

한데 무려 열 배나 쾌척하는 통 큰 표두를 만났으니 육지도마의 입이 귀에 걸릴밖에·

연소교가 내게 말했다·

“앞으로는 돈값을 좀 했으면 좋겠군·”

“돈은 산적들에게 주신 걸로 압니다만·”

“나로선 똑같은 결과이지 않을까?”

“절 주셨으면 은전 열 냥으로 남은 산채들까지 전부 해결을 보았을 겁니다·”

“대신 당신에게도 열 냥을 주었어야 했겠지·”

“합쳐 스무 냥이면 그래도 더 남습니다만·”

“내가 왜 다음번에 만나는 산적들에게도 은전 열 냥씩을 줄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

“우숙(愚故)·”

“하명하십시오·”

“세 사람을 잘 지켜봐· 여길 지나가는 동안 만약 죽립을 들어 올려 녹림들에게 자신들의 얼굴을 보인다거나 밀마를 남기는 기미가 있으면 바로 죽여·”

“알겠습니다·”

말라깽이 장년인이 나와 이병룡과 조영영의 뒤쪽으로 말을 몰아왔다·

그의 등에는 시퍼런 낫 두 자루가 엇질러 꽂혀 있었다·

이 여자 보통 내기가 아니다·

이병룡이 내게 전음을 보내왔다·

[장사 자알 한다·]

[저도 좀 남겼습니다·]

[뭘 남겼는데?]

[곱사등이 노인과 말라깽이 장년인의 호칭을 알아냈잖습니까· 이름 같지는 않고 아마도 별호인 듯합니다·]

[많이도 남겼다·]

이병룡은 비웃었지만 나는 생각이 조금 달랐다·

사흘 만에 처음으로 연소교가 다른 사람을 저렇게 부르는 걸 들었다·

이는 우리 세 사람을 대함에 있어 그녀의 심경에 어떤 변화가 있음을 의미했다·

‘일이 끝난 후 죽여버리겠다는 건가?’

***

칠 일째 되는 날 우리는 마침내 무이산맥을 지나 광동성으로 들어섰다·

속칭 남만이라고 부르는 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그때부터는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더위와 싸워야 했다·

내공의 고수들은 한서가 불침한다지만 그것도 잠깐일 때 얘기다·

모두가 겉옷을 한 겹씩 벗어 버렸다·

연소교도 궁장을 벗고 얇은 적삼에 소매 없는 배자를 덧입는 것으로 복장을 바꾸었다·

그러자 안 그래도 아름다운 몸매가 한층 더 매력적으로 드러났다·

연소교처럼 미리 복장을 준비하지 않았던 조영영은 단지 장삼만 벗었다·

그것만으로도 그녀가 왜 항주 사대 미녀 중 한 명으로 불렸는지 충분히 증명하고도 남았다·

둘 중 어느 쪽이 더 빼어난 지를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두 여자 모두 보통 사람들은 평생을 가도 만나보기 어려울 만큼 아름다운 얼굴과 몸매를 자랑했으니까·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은 더위만이 아니었다·

사흘에 한 번씩 비가 내렸지만 물은 상류의 맑게 흐르는 물이 아니면 절대 마시질 못하도록 했다·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독사 때문에 걸을 때는 항상 땅을 바라보았다·

이따금 나타나는 늪지대를 지날 때는 모두가 말에서 밧줄로 서로의 몸을 묶고 걸어야 했다·

“여기서부터 마차는 버리고 갑니다· 야차곤은 남은 식량을 사람들이 타고 온 말의 잔등에 나눠 실은 후 내게 보고하도록·”

절벽 아래의 그늘에서 잠시 쉴 때 내가 한 말이었다·

이유를 물을 법도 하지만 누구 하나 말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

시도 때도 없이 끊어지는 길을 따라 마차를 끌고 오느라 죽을 고생을 했기 때문이다·

특히 야차곤이 그랬다·

마차의 바퀴가 웅덩이나 개골창에 빠질 때마다 나는 야차곤을 불렀다·

오르막길에서 말이 헉헉거릴 때도 말이 지쳐 누군가 대신 마차를 끌어야 할 때도 야차곤에게 시켰다·

한마디로 나는 그를 소처럼 부려 먹었다·

그때마다 야차곤은 눈알을 부라렸지만 내뱉은 말이 있어서인지 꼬박꼬박 시키는 대로는 했다·

만약 야차곤을 수족으로 부리지 못했다면 전부 나와 이병룡과 조영영이 했어야 할 일들이었다·

구 일째 되는 날 아침 마침내 우리는 남곤산을 하루 정도 앞두고 어느 이름 모를 협곡을 지나고 있었다·

깎아지른 산비탈 사이로 난 길은 그늘을 드리운 데다 발아래의 계곡에서 냉기까지 올라와 한결 시원하고 좋았다·

그러던 어느 순간 길을 막아선 한 무리의 말 탄 칼잡이들과 맞닥뜨렸다·

머릿수가 열 명 정도로 선발대치고는 좀 적었다·

“천지에 산적들이군·”

“여긴 산적이 출몰하는 곳이 아닙니다·”

“그럼 저것들은?”

“글쎄요· 마적들인가?”

“무슨 차이지?”

“산적은 한 곳에 뿌리를 내린 자들이라 그 나름의 족보도 있고 규칙도 있습니다· 대화가 가능한 족속들이란 뜻이지요· 한데 마적들은 그야말로 떠돌아다니는 떼강도들이기 때문에 당최 말이 통하지 않습니다· 탈탈 털어먹지요· 젊은 여자들이 있으면 욕도 보이고요·”

“산적이든 마적이든 크게 신경 쓸 게 있나· 고작 스무 명 밖에 안 되는데· 주변에 매복을 한 징후나 기척도 전혀 느껴지지 않고·”

나와 연소교의 대화에 이병룡이 불쑥 끼어들었다·

조영영 앞에서 내가 표사노릇을 하며 사람들을 이끄는 게 부러웠던지 오는 내내 뭐라도 끼어들 틈이 있으면 저렇게 아는 체를 했다·

지금도 그랬다·

제 일도 아닌데 괜히 나서서 대담한 척을 하고 자빠졌다·

누가 보면 연소교의 수하인 줄 알겠다·

그때였다·

나는 황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뒤쪽으로부터 무언가 수상한 기운을 느꼈기 때문이다·

한데 연소교도 거의 동시에 뒤를 돌아보았다·

영문을 모르는 나머지 사람들이 전부 우리 두 사람을 따라 말머리를 돌려 섰다·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자 이병룡이 내게 물었다·

“왜 무슨 일인데 그래?”

“쉿!”

잠시 후 땅에서 조금씩 진동이 느껴졌다·

진동은 점차 커지더니 머지않아 지축을 뒤흔드는 소리로 바뀌었다·

그리고 곧 모퉁이를 돌아 칼과 창과 활 등으로 중무장한 삼백여 기의 인마가 나타났다·

갑작스러운 병력의 출현에 놀란 말들이 투레질을 하며 잠시 이쪽저쪽으로 왔다 갔다 했다·

사람들은 전부 입이 쩍 벌어지고 말았다·

“워워!”

기마인들은 십여 장까지 다가오더니 한 사람의 신호에 맞춰 한 몸인 듯 일사불란하게 멈춰 섰다·

그 모습이 마치 명장 밑에서 잘 훈련된 기마병들을 보는 것 같았다·

“이건 또 뭐야?”

이병룡이 목구멍을 쥐어짰다·

무심코 고개를 돌려 연소교를 바라보았다·

길을 막고 선 자들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가 마치 철천지원수라도 만난 것처럼 이글이글 불타오르고 있었다·

눈 위의 칼자국 설표도 곱사등이 산노도 말라깽이 우숙도 거대 원숭이 야차곤도 그리고 나머지 다섯 명도 하나같이 눈동자에서 새파란 불똥이 튀었다·

‘아는 자들인 모양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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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incarnated Escort Warrior

Reincarnated Escort Warrior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2
My dream is to become an escort warrior that rides on a cool horse and transports goods. But I’ve got a limp leg and I’m unable to learn decent martial arts. I’ve lived as a porter working odd jobs for the entirety of my life. Until I died because of the mountain bandits that I met during an escort mission. But… ‘I became the fourth young master, Lee Jungryong?!’ When I died and woke up, I was reborn as the Heavenly Dragon Escort Agency’s infamous good-for-nothing youngest son. The weakling, Lee Jungryong, will become the best escort warrior in this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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