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Escort Warrior Chapter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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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화·  < 다시는 표사들을 무시하지 마라(2) >

“거 똥 좀 눕시다!”

나는 주먹만한 자물통 세 개가 매달려 있는 쇠창살 문에다 대고 큰소리로 외쳤다·

조영영과 이병룡이 깜짝 놀란 얼굴을 했다·

신분에 어울리지 않게 천박한 말도 말이지만 먼저 사람들을 불렀다가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눈치만 보며 시간을 보냈다간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무언가를 손에 쥐려면 어쩔 수 없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법이다·

반응이 없자 다시 소리를 질렀다·

“알다시피 난 이틀 동안 혼절해 있었소! 지금 일을 보지 않으면 체면이고 뭐고 마차 안에다가 실례를 할 수밖에 없소· 그러면 당신들도 가는 내내 고약한 냄새 때문에····”

덜컹!

쇠창살 바깥의 널빤지 문이 먼저 홱 열렸다·

그러자 굵고 빽빽한 쇠창살 사이로 거대한 원숭이 한 마리가 불쑥 나타났다·

“아이· 깜짝이야!”

나뿐만 아니라 이병룡과 조영영도 놀란 나머지 ‘헛!’ 하는 소리가 부지불식간에 튀어 나왔다·

자세히 보니 원숭이가 아니라 입 주변과 턱과 양쪽 볼이 온통 검은 밤송이 같은 수염으로 뒤덮인 칠 척 거한이었다·

커다란 눈을 둥글게 부릅뜬 데다 노란 광채마저 깃들어 꼭 성난 야차 같았다·

등에는 길고 짧은 강철봉을 쇠사슬로 연결한 쇠도리깨를 차고 있었다·

무림인들은 저것을 장초자곤(長棺子提)이라 부른다·

용도는 사람의 머리통을 부수어 죽이는 물건·

‘인상 한번 더럽게 생겼네·’

비록 암수를 썼지만 녹림맹 서열 삼 위인 파산신권 종추악도 쓰러뜨린 몸이시다·

이제 어지간해선 누구와 싸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한데 상대가 워낙 험악하게 생기다 보니 나도 모르게 흠칫하는 마음이 들었다·

텅그렁!

야차가 쇠사슬 사이로 작은 놋요강을 던져 넣어주었다·

“장난하는 거요?”

“바닥을 더럽히면 저렇게 만들어 주겠다·”

야차는 흡사 호랑이가 그르렁거리는 듯한 목소리와 함께 이병룡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놀란 이병룡이 마차의 구석으로 몸을 구겨 넣었다·

그사이 야차가 널빤지 문을 쾅 닫아 버렸다·

솔직히 다시 부르고 싶지 않다·

조영영한테 잠깐만 돌아 앉아 있으라 그러고 그냥 여기다 쌀까?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게 있지 그럴 수는 없다·

“에라 모르겠다!”

쾅! 쾅! 쾅! 쾅!

나는 쇠창살 사이의 널빤지에다 대고 거침없이 발길질을 했다·

단 네 번 만에 널빤지문 전체가 뜯겨 나가 버렸다·

이제 문이고 뭐고 쇠창살만 남은 상태였다·

야차가 성난 얼굴로 다시 나타났다·

“죽고 싶어?”

나는 그의 얼굴을 향해 놋요강을 발등으로 힘껏 찼다·

깜짝 놀란 놈이 반사적으로 얼굴을 뒤로 빼졌다·

하지만 요강은 쇠창살을 맞고 튕겨 나와서는 구석에 숨어 있던 이병룡의 머리를 정통으로 때리고 떨어졌다·

텅! 텅그렁~·

야차를 화나게 하면 안 되니 일부러 쇠창살을 맞춘 건 맞지만 이병룡의 머리통을 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철겅! 철겅! 철겅!

잠시 얼떨떨해하던 야차가 자물통 세 개를 차례로 열었다·

그런 다음 무슨 기둥뿌리 같은 손을 쑥 밀어 넣더니 내 멱살을 덥석 잡아 그대로 끌어냈다·

놈은 한 손으로 나를 번쩍 들고는 다른 팔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하려 했다·

“일단 볼일부터 좀 보고 맞읍시다! 맞다 보면 중간에 틀림없이 터져 버릴 것 같은데 그럼 당신 옷에도 튈 뿐더러 여긴 그냥 아수라장이 되는 거요!”

“···!”

“원하는 대로 해 줘·”

어디선가 귀에 익은 음성이 흘러 나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만금전장에서 만났던 바로 그 ‘눈 위의 칼자국’ 사내가 보였다·

‘역시 한통속이었군·’

야차가 나를 툭 내려놓았다·

그제야 주변을 좀 돌아볼 수 있었다·

우리는 빽빽한 숲 사이로 맑은 개울이 흐르는 곳에 와 있었다

그리고 십여 명의 사람들이 개울가 바위 서너 개를 탁자 삼아 둘러앉아서는 간장에 절인 채소와 떡과 날고기를 잘라 먹고 있었다·

마차는 우리를 싣고 가는 것 외에도 똑같이 생긴 것이 한 대 더 있었다·

그 마차의 오른쪽 모서리에 비봉표국이라는 깃발이 척 꽂혀 있었다·

처음 들어보는 표국이었다·

하지만 실재하지 않는 곳이라고 단언할 수도 없다·

강호엔 오십 명 이하의 표사와 쟁자수로 운영되는 소규모 표국들도 구름처럼 많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이들은 모두 쟁자수나 표사의 복장을 하고 있었다·

최대한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별 볼 일 없는 표국으로 위장하고 가는 모양이었다·

“급하다고 하지 않았나?”

눈 위의 칼자국이 말했다·

생리현상이 급하다는 건 거짓말이 아니었다·

나는 쇠사슬에 양팔을 묶인 채로 종종걸음을 치며 숲으로 들어갔다·

야차의 도움을 받아 어찌어찌 볼일을 보고 나오자 돌탁자 위의 날고기가 어느새 반쯤 없어진 상태였다·

당황한 야차가 서둘러 나를 나무에 묶으며 말했다·

“잠깐 기다리고 있어·”

그리고는 얼른 돌탁자 옆에 앉아 동료들과 함께 날고기를 집어 먹기 시작했다·

가만 보니 표사와 쟁자수들 치고는 다들 용모가 지나치게 눈에 띄었다·

거대한 원숭이를 닮은 야차 칼이 눈동자까지 가르고 지나갔는데도 안대를 하지 않은 사내 허리춤에 쇠사슬을 친친 감은 곱사등이 노인 대나무로 만든 허수아비에 옷을 입혀 놓은 것 같은 말라깽이 장년인 사람인지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인지 모를 미녀 등등·

‘음? 미녀?’

백의궁장에 가느다란 칼을 허리에 찬 여자였다·

하얀 피부에 흑백이 뚜렷한 눈동자가 빨려 들어갈 것처럼 매혹적이었다·

한데 도무지 나이를 짐작할 수가 없었다·

‘스물? 서른? 마흔?’

하나같이 괴상한 사람들 사이에 묘한 분위기의 미녀가 앉아 있으니 오히려 그녀가 가장 이상해 보였다·

궁장여인은 혼자 돌탁자 하나를 통째로 차지하고 앉아 조용히 식사를 하는 중이었다·

돌탁자에는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절인 채소와 떡과 날고기 몇 점과 술 한 병이 놓여 있었다·

하지만 날고기는 손도 대지 않고 술과 떡만 번갈아 조금씩 먹었다·

나는 그녀가 이 무리를 이끄는 우두머리임을 직감했다·

한데도 무림인 특유의 기도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둘 중의 하나다·

기도랄 것도 없는 하수이거나 기운을 안으로 갈무리하는 수준의 고수이거나·

확인을 해보면 알겠지·

조용히 망혼소를 불며 조심스럽게 그녀의 단전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게 무슨!’

과거 나는 단전의 크기를 조류의 알에 비유해 내공 수련 정도를 나름대로 분석해 둔 적이 있다·

예를 들어 메추리 알이면 10년 달걀이면 2~30년 오리 알이면 3~40년 거위 알이면 4~60년 동안 내공을 수련했다는 식이다·

여자의 하단전엔 거위 알 두 개가 들어 있었다·

두 개에 달하는 크기가 아니라 정말로 두 개·

하단전을 거위 알 크기로 키운 고수도 드물었지만 단전을 두 개씩이나 만든 무림인이 있다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다·

각기 다른 성질을 가진 두 가지 내공심법을 오십 년씩 수련한 걸까?

그러면 최소 백 살이라는 건데 이건 말이 안 된다·

워낙 괴이한 일이다 보니 무공 수준도 예측할 수가 없었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절대 나의 아래가 아니다·

“이틀째 날고기만 드셨다면서요?”

가볍게 던진 한마디에 열 명 모두 젓가락질을 뚝 멈췄다·

날고기 먹는 걸 보여준 적 없는데 내가 정확히 알고 있으니 당황한 것이다·

하지만 곧 다시 식사를 이어갔다·

대꾸를 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냥 마차로 들어가면 저녁때까지 아무것도 못하고 갇혀 있어야 할 터·

이대로 포기할 내가 아니었다·

“마차를 두 대나 끌고 표행을 가려면 돌덩어리 같은 떡 쪼가리나 벽곡단으로는 어림도 없죠· 제가 그 심정 잘 압니다· 한데 기왕이면 구워 드시지 그러세요·”

“시끄러워!”

야차가 사람 머리통만한 돌멩이를 한 손으로 주워 냅다 던졌다·

어깨며 팔뚝의 근육이 예사롭지 않더라니 돌멩이는 정확히 내 얼굴을 향해 무슨 대포알처럼 날아들었다·

야차가 돌멩이를 집어 드는 순간부터 이능력을 발동하고 있던 나는 고개를 샥 꺾는 것으로 가볍게 피했다·

텅!

돌멩이는 내 얼굴이 있던 곳의 나무둥치를 찍고 떨어졌다·

그 힘이 어찌나 강맹했던 굵은 나무가 한참을 부르르 떨었다·

나는 포기하지 않고 말했다·

“제가 구워 드릴까요?”

“저 새끼가!”

참다못한 야차가 쓰윽 몸을 일으켰다·

눈 위의 칼자국이 말했다·

“잠깐!”

야차가 우뚝 멈춰서서 눈 위의 칼자국을 보았다·

여자가 우두머리고 눈 위의 칼자국이 두 번째 서열임을 알 수 있었다·

눈 위의 칼자국이 내게 물었다·

“만약 못하면?”

“실컷 때리십시오·”

“그건 원래 예정되어 있던 거고·”

“사흘 동안 식음을 전폐하겠습니다·”

“전폐라는 말은 자발적일 때 쓰는 거 아닌가?”

“굳이 밥을 안 주셔도 자발적으로 굶겠다는 뜻입니다· 대신 제가 성공하면 같이 좀 먹게 해주십시오·”

“때리지 말아달라고가 아니고?”

“그건 일단 먹고 나서 생각해 보죠·”

대화를 하면서도 나는 계속 궁장여인의 반응을 살폈다·

그녀의 정체를 파악해야 이들이 누구인지도 알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궁장여인은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조용히 술만 홀짝이고 있었다·

“풀어 줘 봐·”

눈 위의 칼자국이 말했고 야차가 아무렇지도 않게 쇠사슬과 연결된 강철완갑의 자물통을 풀어 주었다·

내가 기습을 하거나 도망치는 것에 대한 걱정은 눈곱만큼도 하지 않았다·

그만큼 모두가 무공에 자신이 있는 거다·

“다들 식사 중단하세요· 금방 노릇노릇하게 구워드릴 테니까· 거기 칼자국 대협께선 여기 있는 거한께 칼 좀 빌려주시죠· 거한께서는 칼로 저기 죽어 있는 참나무를 최대한 밑동부터 좀 잘라 오시고요· 부싯쇠와 부싯돌은 누가 갖고 있습니까?”

나는 비룡당의 표사들 부리듯 거침없이 명령을 내렸다·

야차가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눈 위의 칼자국을 바라보았다·

“시키는 대로 해 줘·”

대나무 허수아비가 품속에서 부싯쇠와 부싯돌을 꺼내 내게 던졌다·

그 사이 야차는 칼도 없이 내가 가리킨 참나무 곁으로 걸어갔다·

이어 두 다리를 벌리고 서서 참나무를 휘어감듯 거꾸로 잡더니 그대로 힘을 주었다·

투두두둑둑 툭툭! 툭!

놀랍게도 어른 허벅지 두께의 참나무가 뿌리째 뽑혀 버렸다·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할 괴력에 나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야차가 참나무를 통째로 끌고 와서 내 앞에 툭 던지며 말했다·

“됐어?”

“한 자 정도의 길이로 자른 다음 칼로 최대한 가늘게 쪼개십시오· 대략 여덟 등분 정도면 될 겁니다·”

야차는 참나무를 바위에 비스듬하게 걸쳐 놓고 발로 밟아서 뚝뚝 부러뜨렸다·

그런 다음 토막 난 나무를 곱사등이 노인에게 휙 던졌다·

그러자 공중에서 참나무 토막을 낚아챈 곱사등이 노인이 흡사 용의 발톱 같은 손으로 쫙쫙 찢었다·

하얗게 속살을 드러낸 참나무 장작개비들이 잠깐 사이 그의 발아래 수북이 쌓였다·

‘용조공!’

세상에 수많은 조공의 고수가 있지만 저렇게 무지막지한 인간은 처음 봤다·

만약 저 손에 가슴을 잡히기라도 한다면 단숨에 심장이 드러날 정도로 찢어지고 말 것이다·

나는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말했다·

“누가 단검 좀 빌려주시죠·”

설마 이것까지 들어줄까 했는데 눈 위의 칼자국이 품속에서 비도를 꺼내더니 정확히 내 심장을 겨냥해 던졌다·

한데 그 속도가 예사롭지 않았다·

조금 전 야차가 던진 돌멩이를 피한 게 실력인지 우연인지를 확인해 보려는 것이다·

나는 이능력을 발동함과 동시에 깜짝 놀라 손을 휘젓는 척 했다·

그러면서 들고 있던 부싯쇠에 공력을 잔뜩 담아 비도의 옆면을 거세게 후려쳤다·

쩡!

둔탁한 소리와 함께 둘로 뚝 부러진 비도가 아직 쪼개지 않은 참나무 둥치에 탁탁 박혔다·

사람들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

“아이고· 이를 어쩌나·”

나는 부러진 칼날을 주워들고는 눈 위의 칼자국을 보며 미안해 죽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눈 위의 칼자국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이 정도면 대충 사과 비슷하게는 한 것 같아서 곧장 비봉표국의 깃발이 펄럭이는 곳으로 갔다·

이어 대나무 깃대의 표면을 긁어 성긴 실뭉치처럼 만들고 부싯돌에 부싯쇠를 쳐 불씨를 일으키고 모닥불을 피우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런 다음 냇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쌀밥과 보리밥을 섞은 듯한 문양의 넓적한 돌을 주워다 다른 두 돌 사이에 얹어 돌판을 만들었다· 이어 돌판 위에 날고기를 가득 얹고는 밑에서 열심히 불을 피웠다·

잠시 후 고기에서 흘러나온 기름이 지글지글 끓기 시작하면서 맛있는 냄새가 숲에 진동했다·

사람들은 언제부턴가 말이 없어지더니 나만 바라보고 있었다·

“모두 저를 따라 하십시오!”

뒤늦게 퍼뜩 정신을 차린 사람들이 나를 따라 화덕을 만들고 똑같은 문양의 돌판을 찾아 얹고는 불을 옮겨 붙여 신나게 고기를 구워댔다·

그때쯤 나는 내가 굽고 있던 화덕의 모닥불을 죄다 빼버렸다·

돌판이 어느 정도 달구어 졌기 때문에 남은 열로도 충분했다·

“자 이제 익는 대로 드시면 됩니다·”

임무를 완수한 나는 젓가락을 놓고 가만히 처분을 기다렸다·

눈 위의 칼자국이 내가 구운 돌판의 고기들을 가리키며 궁장여인에게 말했다·

“이쪽으로 오셔서 뜨거운 걸 드시지요·”

궁장 여인이 사양치 않고 다가왔다·

나는 조용히 일어나 다른 쪽 화덕으로 가서 슬그머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하필 옆에 앉아 있던 야차가 안 그래도 무서운 눈알을 크게 부라리며 말했다·

“저리 안 꺼져?”

“같이 먹기로 했잖습니까·”

“먹고 남겨 줄 때까지 기다려·”

할 수 없이 입맛을 다시며 일어서려는데 궁장 여인이 말했다·

“이리 와서 함께 들지·”

모두가 깜짝 놀라 궁장 여인을 바라보았다·

나는 잠시 눈치를 살피다가 얼른 다가가 맞은 편에 앉았다·

당연한 말이지만 노루고기는 기가 막히게 맛있었다·

이틀을 혼절한 상태에서 쫄쫄 굶었는데 무슨 고기인들 맛이 없겠나·

그건 눈앞의 여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재주가 많군·”

다짜고짜 반말이다·

나이를 짐작할 수 없으니 뭐라고 할 수도 없다·

그게 아니어도 따질 형편이 안되지만·

“표사라면 누구나 하는 것들입니다·”

“전혀 무서워하지도 않고·”

“몇 대 맞기밖에 더하겠습니까?”

“죽이지 않을 거라고 어떻게 확신하지?”

“만에 하나 장보도가 가짜라면 다시 인질이 필요할 테니까요· 그래서 우리를 산채로 데려가는 것 아닌가요?”

“셋 중 하나쯤은 죽여도 될 것 같은데·”

“꼭 죽이셔야겠다면 저희 형님부터 죽여 주십시오· 보셔서 아시겠지만 저는 여러모로 쓸모가 많습니다· 제가 있으면 남만까지 가는 동안 먹는 것 때문에 불편하실 일은 없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여자가 젓가락질을 뚝 멈췄다·

다른 사람들은 고기가 아직 익지 않았으므로 젓가락질을 멈추는 대신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하나같이 얼굴이 돌덩이처럼 딱딱하게 굳은 상태였다·

여자가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왜 남만으로 간다고 생각하지?”

“마차 지붕의 틈새로 들어오는 햇빛을 한나절 정도 살펴보니 남서쪽으로 향하는 것 같더군요· 진짜 표행을 가는 것이 아니니 마차 두 대 중 한 대에는 가는 동안 먹을 식량과 잠자리를 만들 때 깔개로 쓸 모피 따위를 실었을 겁니다· 고기만 먹었더니 느끼해서 그런데 술 한 잔 얻어먹을 수 있겠습니까?”

스릉!

단지 술 한 잔 얻어먹자고 했을 뿐인데 눈 위의 칼자국이 대번에 검을 뽑아 들고 일어섰다·

궁장 여인이 가만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어 황송하게도 직접 자기가 마시던 술병을 들어 한잔 가득 따라 주었다·

나는 단숨에 술잔을 비웠다·

“크어· 좋군요· 감사합니다·”

“계속하도록·”

단순한 반말이 명령으로 바뀌었다·

착 가라앉은 목소리에서 항거할 수 없는 어떤 힘이 느껴진다·

이 여자 엄청난 고수다·

“일행이 열 명이고 표마차 한 대 분량의 식량이라면 대략 보름 정도 먹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가는 동안 짐승을 잡아 고기로 절반 정도 배를 채울 거라고 계획을 짰다면 한 달 정도의 여정입니다· 항주에서 남서쪽으로 한 달이면 남만 하고도 광동이나 광서쯤 되겠군요·”

좌중이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고요해졌다·

어느새 각자의 돌판 위에서 노루 고기가 지글지글 익기 시작했다·

한데 누구 하나 먹을 생각을 못 했다·

잠시 후 여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표왕의 넷째 아들이라고?”

“그렇습니다·”

“소문대로 눈썰미가 무섭군·”

“제 장사 밑천입니다·”

“눈에 띄는 닭이 먼저 잡아 먹히는 법· 위험을 무릅쓰고 내게 재주를 자랑하는 데는 이유가 있겠지?”

“좀 전에 말씀드렸잖습니까· 만약 인질을 하나씩 제거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저를 마지막 순서로 해달라고요·”

“한 번만 더 내게 장난을 치면 죽인다·”

“장난이 아닙니다· 그리고 덧붙여 저를 객원표사로 고용해 주십시오·”

“객원표사?”

“천룡표국은 무려 칠 대에 걸쳐 이백여 년 동안 남만에까지 표물을 운송해왔습니다· 그리고 그 축적된 경험과 정보를 지도에 새기고 대대로 표사들에게도 전수했죠· 제 머릿속에 그 지도와 경험이 고스란히 들어있습니다·”

“길잡이가 되어 주겠다?”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식사는 하루 세 번 볼일은 원할 때마다 볼 수 있게 해주시고 저 답답한 나무판때기들도 전부 치워버려 주십시오· 어차피 목적지도 들켰는데 더는 필요 없지 않습니까·”

“아직 받아들인다고 하지 않았는데?”

“오늘이냐 내일이냐의 문제일 뿐 받아들이실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럴 바에야 조금이라도 일찍 시작해 합을 맞추는 게 낫죠·”

“어째서?”

“여기 있는 열 명 모두 남만은 처음이시라는 거 압니다· 칼날처럼 손등을 스치고 가는 독초의 풀잎 자는 동안 목에 새카맣게 달라붙어 피를 쪽쪽 빨아먹는 거머리떼 잠깐 사이 사람의 눈동자에 알을 까고 날아가는 등에 언제 발목에 독니를 박아 넣을지 모르는 수십 가지 독사들····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하하하· 협박을 꽤 잘하는군· 배짱도 마음에 들고· 좋아· 진지하게 한번 생각해 보지· 하지만 오늘은 도로 들어가 줘야겠어· 대신 수하들에게 때리진 말라고 하지· 고깃값이야·”

나는 얼른 고기 한 점을 더 집어 먹었다·

야차가 쓰윽 몸을 일으켜 다가오더니 나를 번쩍 들어 올려서는 쇠사슬로 묶어 다시 마차 안에 처넣었다·

그때였다·

꽈앙! 꽈앙! 꽈앙!

귓구멍이 얼얼할 정도의 폭발음이 연달아 세 번이나 울려 퍼졌다·

깜짝 놀란 야차가 움찔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그가 쇠창살 문을 닫기 전에 나는 얼른 고개를 밖으로 빼고 개울가를 구경했다·

내 위에 조영영의 머리가 다시 그 위에 이병룡의 머리가 튀어나와서는 함께 구경했다·

모닥불이 폭탄이라도 맞은 것처럼 사방팔방으로 흩어진 가운데 세 개의 돌판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였다·

좀 전까지 고기를 굽던 사람들은 대(大)자로 뻗거나 개울에 코를 처박고 엎어져 있거나 비틀거리며 한 군데서 빙빙 돌고 있었다·

멀쩡한 사람은 궁장 여인과 나를 마차에 집어넣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야차와 무엇에 맞았는지 코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 눈 위의 칼자국과 돌판으로부터 조금 떨어져 있던 서너 명의 표사들 뿐이었다·

이병룡이 목구멍을 쥐어짰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화맥석으로 얼른 고기 한판 구워 먹고 왔습니다· 저는 대충 배를 채웠는데 저 사람들은 한 점도 못 먹은 것 같군요·”

“이런 미친놈이· 큭큭큭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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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incarnated Escort Warrior

Reincarnated Escort Warrior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2
My dream is to become an escort warrior that rides on a cool horse and transports goods. But I’ve got a limp leg and I’m unable to learn decent martial arts. I’ve lived as a porter working odd jobs for the entirety of my life. Until I died because of the mountain bandits that I met during an escort mission. But… ‘I became the fourth young master, Lee Jungryong?!’ When I died and woke up, I was reborn as the Heavenly Dragon Escort Agency’s infamous good-for-nothing youngest son. The weakling, Lee Jungryong, will become the best escort warrior in this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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