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Escort Warrior Chapter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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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이거 미안하게 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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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대인 재밌는 장난을 하십니다?”

말투가 갑자기 평대로 바뀌었다· 그러나 말투보다 더 무서운 것은 초절정고수인 이종산의 전신에서 뿜어 나오는 위압적인 기세였다· 왕인탁은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무슨··· 뜻이외까?”

“향시의 장원급제자를 내 아들놈으로 바꾸고 찾아오면 내가 천금을 꺼내어 바칠 줄 알았소이까?”

“국주 무언가 오해가 있으신 것····”

쾅!

“부끄러운 줄 아시오!”

왕인탁은 이종산이 내려친 탁자의 진동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고 뒤이어 터져 나온 일갈에 귀가 먹먹해지는 것 같았다·

“내 그동안 왕 대인께서 부호의 자제들을 상대로 매관매직을 일삼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소· 한데 감히 나한테까지 수작질을 하실 줄이야· 정녕 내가 대인의 관복을 벗길 수 있는지 없는지 확인을 해봐야 정신을 차리겠소이까?”

지부대인이라면 항주부 안에서는 황제가 부럽지 않은 자리다·

하지만 이렇게 무림의 절정고수와 독대하면 제아무리 산전수전 다 겪은 노관리라도 간이 쪼그라들기 마련이었다·

특히 이종산의 가문에서 선조때부터 심고 관리해온 황실 인맥이면  항주부 지부대인의 목 정도는 하루아침에 날려버릴 수도 다시 붙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왕인탁은 오늘 하루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이 큰소리 칠만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저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남은 용기를 쥐어짜 올려 가까스로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뭔가 좀 챙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이렇게 찾아온 것은 맞소이다· 하지만 맹세컨대 뇌물을 노리고 국주의 아들을 억지로 장원급제시킨 것은 아니외다·”

“끝까지 가보시겠다?”

“정말이오· 그럴 수도 없거니와 혹여라도 방법이 있었다고 해도 넷째가 아니라 셋째 아들을 올렸겠지요· 그편이 사람들로부터 훨씬 의심을 덜 살 테니까 말이오· 안 그렇소이까?”

“이 몸의 셋째 아들도 응시한 것을 알고 있었소이까?”

“당연하오· 절반을 추려내는 1차에 탈락했소이다·”

“응시생이 모두 몇 명이었소이까?”

“2만 명쯤 될 것이오·”

“2만 명이나 되는 유생들 중에 그 녀석이 있었는 줄은 어찌 아시오? 그것도 1차에 탈락했다면서· 탈락자들 명단까지 모두 살펴보는 그런 부지런한 관리였소이까?”

이쯤 되니 왕인탁도 슬그머니 오기가 치솟았다· 그는 버럭 소리쳤다·

“나를 찾아왔소이다!”

“누가 말이오?”

“만금전장(萬金錢莊)의 대행수가 나를 찾아왔단 말이오· 향시를 치르기 전날 밤 은전이 가득 든 전낭을 들고· 하니 돈값을 하려면 어떤 성적을 거뒀는지 확인해볼밖에!”

만금전장은 대륙의 스물아홉 개 도시에 분타를 거느린 전장이었다· 그 전장의 장주가 바로 이병룡의 외할아버지였다·

만금전장의 장주가 돈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기는 해도 저런 비겁한 일에까지 손을 쓰는 사람은 아니었다·

필시 이병룡이 친모에게 부탁을 했고 다시 그의 친모가 친정아버지를 찾아가 생떼를 썼을 것이다·

수향문의 여식과 혼담이 오가자 두 형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자식의 기를 살려주려는 욕심이 만든 참극이다·

‘업보로다!’

과거 이종산 역시 천룡표국을 손에 넣기 위해 다섯 명의 형제들과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치러야 했다·

그 과정에서 쟁쟁한 가문의 세 여자와 정략결혼을 했다· 그는 지금 그 대가를 치르고 있었다·

“1차만 통과했어도 일이 훨씬 수월했을 텐데· 꼬장꼬장한 심사관들을 설득하고 움직이느라 돈이 적지 않게 들어갔소이다·”

“그건 또 무슨 뜻이외까?”

“셋째 아드님도 결국 급제를 시켰소· 석차는 전체 합격자 200명 중에 193등· 나로서는 그게 최선이었소· 아까보니 꽤나 실망하던 눈치던데 내일쯤 항주 전역에 방이 나붙을 테니 너무 실망하지 말라고 귀띔이나 해주시오·”

“이보시오· 왕 대인!”

“나도 어쩔 수가 없었소이다· 만금전장에서 고리업으로 황실 고관대작들의 돈을 몰래 불려주고 있음은 국주께서도 잘 아실 것이오· 내겐 만금전장의 청탁을 거절할 간담이 없소이다·”

“이 몸의 진노는 감당할 자신이 있소이까?”

“어차피 서른 명 정도는 고관대작들의 자녀 몫으로 항상 남겨두는 것이 향시의 오랜 관례였소이다· 그중 하나에 꽂아 넣은 것이니 너무 그렇게 정색할 필요 없어요· 이미 엎질러진 물이기도 하고·”

도둑이 열이면 그중에 아홉이 관리라는 말이 실감 났다· 이종산은 한편으로는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한편으로는 허탈했다·

“그리고 이것 좀 보시겠소?”

“이게 무엇이오?”

“이 댁 사공자가 쓴 답문이오· 원부는 관아에서 보관 중이고 이건 아랫것들을 시켜 급하게 베낀 필사본이오· 국주께서 궁금해하실 것 같아 가져왔소이다·”

지부대인이 내민 종이를 펼친 이종산은 어지럽게 휘갈겨 쓴 초서를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깊은 학문과 풍부한 식견 현상을 꿰뚫어 보는 통찰 이런 것들을 문장에 담아내고 논리를 세워가는 솜씨까지····절반을 채 읽기도 전에 이종산은 그만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이걸 진정 그놈이 썼단 말이오?”

“놀랍지 않소이까?”

“이런 말도 안 되는····”

“껄껄껄· 자식 겉 낳지 속 낳지 않는다고 했소이다· 아무리 아비라고 해도 자식을 전부 알지는 못하는 법이지요· 껄껄껄·”

왕인탁은 행여라도 이종산의 심기가 또 틀어질까 봐 노심초사하여 열심히 분위기를 띄웠다·

이종산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에게 넷째 아들 이정룡은 기형적으로 구부러진 병신 손가락이었다·

몸은 나무토막 같아 무공을 가르칠 수 없고 머리는 돌덩어리라 공자왈 맹자왈이 들어가 박히질 않았다·

내버려 두자니 가슴 아프고 뭐라도 가르치자니 복장이 터지는 그런 아이였다·

한데 이 녀석이 뜬금없이 표국의 오랜 폐단 하나를 밝혀내더니 며칠이 지나 이번엔 향시에서 장원급제를 했다고 한다·

도대체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다· 서호에 뛰어들었을 때 용왕이라도 만나고 온 건가?

“두 사람은 이제 거인(擧人)의 신분으로 한 달 후 북경에서 열리는 회시에 응시할 수 있소이다· 만약 둘 중 하나가 회시에도 덜컥 장원급제를 한다면····”

다른 말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천룡표국을 비롯해 많은 표국들은 오래전부터 가난한 유생들을 후원한다는 명목하에 향시 급제자들을 표사로 고용하는 관습이 있었다·

목적은 당연히 유생들이 회시에 급제한 후 중원 곳곳의 수령으로 발령 나면 표행 중에 그 덕을 보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들을 ‘거인표사’라고 했다·

한데 아들이 바로 그 거인이 됐다· 회시에서까지 장원급제하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하늘이 도와 지부대인 말대로 급제만 해준다면 진사(進士)의 신분과 함께 최소 지방 현령으로 발령이 날 것이다·

네 아들 중 하나쯤은 벼슬길로 나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특히 정룡은 무공도 모르고 든든한 외가도 없으니 어쩌면 벼슬길이야말로 녀석이 갈 수 있는 유일한 출셋길일지도 모른다·

더불어 형제들과 후계자리를 놓고 싸우지 않아도 되고· 이종산은 필사본을 다시 돌려주며 말했다·

“커험 아무래도 제가 결례를 한 것 같습니다·”

“이제 술 한잔 얻어먹을 수 있겠소? 껄껄·”

왕인탁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비록 좋은 소식을 전하는 대가로 한몫 땡기는 건 실패했지만 관복을 벗지 않는 것만으로도 천만다행이었다·

“방은 몇 장이나 붙일 생각이십니까?”

“백 장 정도 붙이는 것이 관례이외다·”

“···”

“···만 관례는 항상 새롭게 만들어지는 법이지요· 만장일치로 장원급제가 나온 것은 항주부에서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고 하니 올해는 특별히 일천 장 정도····”

“···”

“···씩 필사해서 해서 열 명의 나졸들에게 나눠준 다음 항주는 물론 소주와 양주 등 인근 도시들에까지 구석구석 붙일까 하외다·”

마지막엔 그냥 눈 딱 감고 질러버린 숫자다· 일천 장씩 열 명이면 일만 장인데 지금 강서성에서 사람을 백 명 가까이 죽이고 사라졌다는 흉신악살의 용모파기도 이 정도로까지 붙이진 않았다·

그걸 다 언제 필사할지 언제 붙일지 생각만 해도 아득했다· 만 장 정도면 필사로는 감당이 안 될 터 아무래도 목판을 새기는 편이 나을 것 같기도 하고···

타는 속을 식히느라 왕인탁은 탁자에 놓인 찻잔을 단숨에 들이켰다·

그리고 찻잔을 내려놓는 순간 그의 앞에는 조금 전까지 없었던 웬 자그마한 전낭 하나가 놓여 있었다·

“이게 무엇이오?”

“열어 보시지요·”

슬그머니 열어보니 싯누런 금전이 가득 들어 있었다· 어림잡아도 오십 개는 되어 보였다·

“이 이걸 왜···?”

“방을 일만 장이나 붙이려면 나졸들 품이며 종잇값이 꽤 들 것입니다· 모든 게 이 사람의 못난 자식으로 말미암아 빚어진 일이니 그 비용은 제가 부담하는 것이 맞을 듯합니다·”

이병룡의 외가에서는 아둔한 외손을 합격시켜 주는 대가로 은전 오십 냥을 가져왔다·

한데 이종산은 이미 장원급제한 아들의 방을 몇 장 더 붙여주는 대가로 금전 오십 냥을 내놓는다·

똑같이 돈을 칼처럼 휘두르는데도 결이 다르고 그릇이 다르다·

왕인탁은 입이 함지박만 하게 벌어졌다· 이정룡 그 어여쁜 놈은 어찌하여 자신이 지부대인으로 있는 항주에서 장원급제를 해가지고 이런 돈벼락을 안겨 주는지 모를 일이었다·

“요긴하게 쓰도록 하겠소이다·”

“술은 다음에 좋은 곳에서 사겠습니다·”

“음? 아 그러고 보니 나도 약속이 있는 걸 그만 깜빡했구려· 그럼 다음에 또 찾아뵙도록 하겠소이다·”

자리에서 일어난 왕인탁은 마치 상전을 대하듯 넙죽 인사했다· 그러고는 누가 궤짝을 빼앗기라도 하는 듯 품에 안고 사라졌다·

***

“이게 무슨 날벼락 같은 일입니까? 공자님께서 장원급제를 하시다뇨· 아아 그동안 제가 공자님을 너무 띄엄띄엄 본듯합니다· 죽여 주십시오·”

그러면서 장삼이 목을 쭉 뺐다·

“호들갑 좀 떨지 마· 나도 지금 심장이 벌렁거려 죽겠단 말이야· 내심 급제는 기대했지만 장원을 먹을 줄이야· 하아····”

“내친김에 회시까지 보셔야죠? 만약 회시에서도 급제를 한다면 최소 지방 현령입니다· 세상에· 현령이라니· 내가 현령의 시종이라니·”

“내 인생을 왜 네가 정하고 그래?”

“제가 정하는 게 아니라 당연히 그렇게 흘러가는 거 아닙니까? 회시를 안 보실 생각이라면 몰라도요·”

“여기까지 왔는데 당연히 짬 내서 봐야지· 하지만 하늘이 도와 급제를 한다고 해도 벼슬길에 오르는 일은 없을 테니 꿈 깨·”

“왜요?”

“말했잖아· 난 표사가 될 거라고·”

“지난번 말씀하신 그 거인표사요?”

“교지도 받았겠다· 각패가 나오는 대로 대장궤를 찾아가 거인표사로 고용해 달래야겠다· 설마 거절하시진 않겠지?”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아니 회시에 떨어져도 그렇지· 향시에 장원급제까지 한 양반이 당연히 벼슬길로 나아가야지 뭐가 아쉬워서 힘든 표사질을 하려고 그러세요?”

“멋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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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incarnated Escort Warrior

Reincarnated Escort Warrior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2
My dream is to become an escort warrior that rides on a cool horse and transports goods. But I’ve got a limp leg and I’m unable to learn decent martial arts. I’ve lived as a porter working odd jobs for the entirety of my life. Until I died because of the mountain bandits that I met during an escort mission. But… ‘I became the fourth young master, Lee Jungryong?!’ When I died and woke up, I was reborn as the Heavenly Dragon Escort Agency’s infamous good-for-nothing youngest son. The weakling, Lee Jungryong, will become the best escort warrior in this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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