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Escort Warrior Chapter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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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화·  < 소나기는 종일 내리지 않는다(1) >

늦은 밤 이종산은 일과가 끝나고 간만에 자신을 찾아온 두 사람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

손지백이 곽석산에게 물었다·

“비룡당의 표사 모집이 끝났다지요?”

“표사 쉰 명에 쟁자수 백 명만 딱 모집하고 끝내 버렸습니다· 하나같이 최고의 표사와 쟁자수들로만 뽑았다더군요·”

“당으로 승격도 했겠다· 표물을 맡기겠다는 사람들도 줄을 섰겠다· 충분히 더 욕심을 낼만도 하건만·”

“과하면 모자라는 것만 못하다는 이치를 아는 것이지요· 배움이 깊은 녀석이라 그런지 매사에 빈틈이 없습니다·”

“욕심이 어디 배운다고 절제가 된답디까· 타고난 성품이 그러한 것이겠지요· 아니면 무서울 정도로 치밀한 두뇌의 소유자이든가·”

“경영 수완은 그렇다고 쳐도 노련한 표두와 상자수를 보는 듯한 표행 실력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대체 불 피우는 건 어디서 배웠답디까? 그 정도 솜씨라면 웬만큼 늙은 상자수들조차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것이거늘·”

“제 형들이 무공을 수련할 때 녀석은 기루를 섭렵하는 척하며 오랜 시간 혼자 표행에 필요한 일들을 수련한 게 아닐까요? 그게 아니라면 도무지 설명이 되질 않습니다·”

“혼자 표행에 필요한 일들을 수련했다는 것도 이상하지만 그게 아니라고 해도 또 이상하군· 아무튼 물건이로세· 물건이야·”

“이제는 당주까지 되었으니 그야말로 날개를 단 격이 아닐까 합니다· 지금 당장 천룡표국에 의뢰가 넘쳐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정룡의 공이 가장 크고 말입니다·”

아들에 대한 칭찬이 절정에 이르자 이종산이 못 이기는 척 끼어들었다·

“황새가 숲속에 둥지를 틀었다지만 고작 나뭇가지 하나를 차지하고 앉았을 따름입니다· 두 사람은 너무 그렇게 호들갑을 떠실 것 없습니다·”

그러면서 이종산은 시비를 불러 간만에 의형제들이 모였으니 사흘 전에 들어온 더덕주를 내오라고 일렀다·

백 년 묵은 더덕으로 담갔다는 술은 표행을 잘 끝내주어서 감사하다는 의미로 어느 상단의 단주가 보내온 것이었다·

손지백과 곽석산은 서로에게 수고했다는 듯 잠시 은밀한 눈길을 주고받았다·

시비가 오는 동안 이종산이 손지백에게 물었다·

“또 다른 이야기는 없습니까?”

“무얼 말이외까?”

“무엇이든요·”

“글쎄요· 뭐가 있으려나·”

“더 할 얘기가 없으시다면 밤도 늦었고 하니 술은 다음에 마시도록 하지요· 호위장은 시비에게 일러 더덕주는 필요 없다고····”

“젊은 쟁자수들 사이에서 밤마다 무공을 수련하는 것이 크게 유행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끼어든 사람은 곽석산이었다·

손지백의 얼굴이 노래진 사이 곽석산이 얼른 말을 이어갔다·

“아무래도 보름 전 쟁자수 출신의 독고완이라는 젊은 친구가 비룡당의 표사로 발탁되는 걸 보고 다들 고무된 듯합니다·”

“그날 일은 정말 볼만했지· 독고완이라는 그 젊은 친구도 대단했고 말이야· 단언하건대 그는 십 년 이내에 일급표사가 될 걸세·”

“집 안에 오동나무가 있으니 자연스럽게 봉황이 찾아오는 게지요·”

“오동나무?”

“정룡이 말입니다·”

“이 친구 누가 사부 아니랄까봐 끝을 모르는구만· 껄껄·”

“사실이 그런 걸 어쩌겠습니까· 껄껄·”

“알았으니 그만하게· 그나저나 쟁자수들이 자발적으로 무공을 수련하는 건 좋은 일이지· 최소한 자기 자신을 지키는 데는 크게 도움이 될 테니 말일세·”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젊은 쟁자수들이 상시 무공을 수련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 주고 무공을 가르칠 교두도 몇 명 붙여 주시게· 아울러 만약 쟁자수가 표사들 중 누구에게라도 도전해 쓰러뜨린다면 그 즉시 표사로 승격시켜 준다는 령도 내리고·”

“예?”

“안그래도 다들 타성에 젖어 있는 것 같았는데 모처럼 활기가 도는군· 이참에 나도 불씨를 꺼트리지 말고 모닥불로 한번 키워 볼까 하네· 그리고 더덕주는 다음에 마시도록 하지·”

“예?”

“예?”

“다들 놀라시기는· 대신 삼백 년 묵은 산삼주로 하지요· 오래된 더덕이 좋다고 한들 산삼만 하겠습니까?”

“감사합니다!”

“존경하외다!”

***

드디어 휘하에 쉰 명의 표사와 백 명의 쟁자수를 거느리게 됐다·

기존의 전각은 방이 스무 개밖에 되지 않아 백오십 명이나 되는 인원을 전부 수용할 수가 없었다·

해서 새 전각이 지어지기 전까지는 접객당의 빈방들을 쓸 수 있도록 표왕부로부터 진작에 허락도 받아 놓은 상태였다·

비룡당이 경영의 독립권을 보장받았다고 해도 천룡표국의 처마 밑에 있는 한 여전히 벌어들이는 수익의 절반은 상납 해야 한다·

그러니 표왕부로서도 도와주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표사와 쟁자수들의 잠자리가 해결되고 난 이후 가장 먼저 한 일은 갑자기 커진 조직을 재편하는 일이었다·

우선 가불염을 일급표사에서 나와 같은 직급인 표두로 임명했다·

다음에는 비룡당을 세 개의 각(閣)으로 나누고 왕대표•중표•소표를 일급표사로 승진시킨 후 하나씩 맡게 했다·

왕대표와 중표가 각 스무 명씩의 표사와 쟁자수 오십을 거느리게 했고 왕소표에게는 표사들만 열 명을 주었다·

왕소표가 이끄는 삼각(三閣)은 항주의 주루를 보호하는 일에만 투입되었다·

이들의 주된 일과는 비룡당의 관리하에 있는 주루를 종일 도는 것이었다·

그러다 다른 주루에서라도 사고가 터졌다는 소식이 들리면 곧장 출동해 문제를 해결하는 식이었다·

대부분의 문제는 천룡표국이라는 이름만으로도 해결되었고 그게 안 될 때는 가불염이 직접 나서는 경우도 가끔 있었다·

아직은 가불염까지 나서서 해결되지 않은 일은 한 건도 없었다·

“십칠 각이 비룡당으로 승격했으며 표사와 쟁자수들을 보강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본격적인 표행 의뢰가 밀려들고 있습니다·”

“표사들은 경력자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아 애초의 우려와 달리 간단한 교육만 끝내면 금방이라도 표행에 투입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쟁자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경력자들이 이렇게까지 많이 지원을 할 줄은 몰랐습니다· 덕분에 일이 아주 수월해졌습니다·”

전립성과 가불염과 용소백이 차례로 한 말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잔뜩 고무된 듯했다·

다른 표국들은 의뢰를 유치하지 못해 난리인데 우리는 반대로 의뢰를 골라서 받게 생겼으니 신이 날 수밖에·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전립성이 올린 보고서의 목록을 읽어내려가는 내 표정은 좀처럼 밝아질 줄 몰랐다·

전립성이 물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지요?”

“전부 단발성 의뢰들뿐이군요·”

단발성 의뢰는 소나기와 같다·

언제 내릴지도 모르지만 한번 내릴 때 폭우가 되는 등 종잡을 수가 없다·

이러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가 어렵다·

당을 키우려면 정기적인 표물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물동량의 예측이 가능하고 예측이 가능해야 표행의 계획도 효율적으로 짤 수가 있다·

그러려면 역시 꾸준한 의뢰가 있는 상단과 계약을 맺어야 한다·

“아시다시피 거상들은 짧게는 몇 년에서 길게는 몇 대를 걸쳐서까지 한 곳과 거래를 합니다· 그들로 하여금 거래처를 옮기게 만드는 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전립성의 말도 맞기는 하다·

하지만 이 정도로 명성을 떨쳤으면 상단들이 시험 삼아서라도 작은 표물 정도는 맡겨볼만 하다·

한데도 상단에서 들어온 의뢰가 전혀 없었다·

전립성은 내게 실례가 될까봐 말을 아꼈지만 사실 이유가 있었다·

세 명의 부인이 각자의 친정을 동원해 상계의 표물이 비룡당으로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모종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다·

다만 갑자기 당으로 승격을 하는 바람에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당면했을 뿐·

“너무 걱정들 마십시오· 제가 지난 반년 동안 걸어온 길이 기적이었듯 앞으로도 계속 기적을 만들며 나아갈 것입니다· 그러니 당분간은 지금의 성취를 즐기도록 하지요·”

그제야 잠시 굳었던 사람들의 얼굴이 다시 활짝 펴졌다·

나는 보고서를 날인한 후 전립성에게 돌려주며 말했다·

“언제나처럼 가 표두와 상의해서 의뢰를 선별 수용하십시오· 다만 한 가지 당분간은 열흘 안 쪽의 짧은 표행만 맡도록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표사와 쟁자수들의 호흡을 완벽히 맞추는 게 먼저라는 말씀이시겠지요?”

“그렇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

오향장육과 검남춘 한 병을 사서 월성교 아래를 찾았을 때는 해가 중천에 뜬 상태였다·

북해투왕 혁방세는 누더기를 벗어 이를 잡다 말고 봄 햇살에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조는 와중에도 오향장육 냄새는 또 귀신같이 맡아서 코를 킁킁거리더니 눈을 번쩍 떴다·

“또 오향장육이냐?”

“어제까지는 잘 드셨잖아요·”

“맛난음식도 하루 이틀이지·”

“다음부턴 다른 걸로 갖고 오겠습니다·”

“그냥 오향장육으로 갖고 와라·”

“내일 되면 또 딴소리를 하시려고요?”

“그건 내일이 되어 봐야 아는 거고·”

혁방세가 음식 보자기를 가로채더니 의자로도 쓰고 밥상으로도 쓰는 바위 위에다가 척척 풀기 시작했다·

잠시 후 검남춘에 오향장육 한 점을 먹은 혁방세는 금방 세상 부러울 것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역시 검남춘에는 오향장육이지· 이것 때문에라도 오향장육을 끊을 수가 없다니까·”

“이제 그만 움막생활 청산하시고 천룡표국으로 들어오시죠· 표사들 무공을 조금씩 손봐줄 실력있는 교두가 필요합니다·”

“쓸데없이 표사와 쟁자수들을 잔뜩 뽑았다는 소문은 들었다· 조심하거라· 욕심이 많으면 반드시 탈이 나기 마련이다·”

“국주님께는 이미 허락을 받았습니다· 가짜 신분도 따로 만들어 놓았고요· 원하신다면 죽림 속에 조용한 전각도 마련해 드리겠습니다·”

“네 녀석이 지금은 승승장구하지만 언젠가 한 번은 거꾸러질 날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천룡표국이 싫으시면 다른 곳은 어떻습니까? 바닷가 한적한 곳이든 항주 유흥가의 심처이든 원하시는 곳에 따로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습니다·”

“네 아버지도 너무 믿지 마라· 골짜기에 물이 아무리 넘쳐나도 결국은 윗논부터 채우고 내려오는 법이다·”

“편하게 모시겠다는데도 구태여 이런 곳에서····”

“계속할 테냐? 그러면 이제부터는 거지 생활 십 년 동안 갈고닦은 육두문자로 상대 해주마· 너의 출신이며 부모까지 싸잡아 잘근잘근 씹을 것인데 감당할 수 있겠느냐?”

“그만하겠습니다· 어서 식사나 하십시오·”

“흥 한 입 거리도 안되는 것이 어딜·”

나는 그가 이러는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함부로 신세를 졌다가 나와 천룡표국에 피해라도 줄까봐 몸을 사리는 것이다·

혁방세는 저만치 시선을 던졌다·

개울 건너 응달과 양달이 반복되는 작은 낭떠러지 아래에 흔한 봄꽃들이 어지럽게 피어 있었다·

“저기 있는 진달래 벚꽃 개나리 중에 어느 것이 가장 먼저 피는 줄 아느냐?”

“말씀하신 순서대로 아닌가요?”

“천만의 말씀· 햇빛을 가장 많이 받은 꽃이 제일 먼저 피느니라· 하면 어떤 꽃이 먼저 지는지 아느냐?”

“가장 먼저 핀 꽃이 제일 먼저 지지 않을까요?”

“천만의 말씀· 비바람을 견디지 못하는 꽃이 제일 먼저 지느니라·”

“···?”

“기왕에 시작한 일이니 앞만 보고 달려가거라· 늦게 피었다고 초조해할 것도 비바람이 몰아친다고 두려워할 것도 없느니라· 본래 기둥으로 쓸 재목은 정원이 아니라 거친 바깥에서 길러지는 법·”

“명심하겠습니다·”

***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표사와 쟁자수들이 각자의 처소로 떠난 비룡당 본각은 쥐죽은 듯 고요했다·

나는 처마 밑에 매달려 도화곡에서 얻은 잠백비행의 은잠술을 수련하고 있었다·

벌써 두 달이 되어 가건만 무슨 벽을 만났는지 좀처럼 진전이 없었다·

해서 오늘은 옷부터 해질무렵의 처마 밑 그늘과 비슷한 암녹색으로 바꾸어 보았다·

그때 호리독사가 나타났다·

초저녁부터 어디서 또 술을 퍼마셨는지 얼굴이 불과했다·

‘이번에는 기필코!’

나는 호흡을 멈추고 기운을 안으로 갈무리한 다음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호리독사는 내가 있는 쪽으로 휘적휘적 다가오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올려보며 말했다·

“또 악력을 기르고 계십니까?”

“그렇소·”

“그럼 수고하십시오·”

“사람들에게는 나를 봤단 말 하지 마시오·”

인사를 꾸뻑하고 돌아가려는 호리독사에게 내가 한 말이었다·

호리독사는 잠시 걸음을 멈추더니 뒤돌아 다시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형(形)을 감추려면 먼저 형을 없애야 합니다·”

“사람의 눈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보지 못합니다· 가만히 정면을 한번 응시해 보십시오· 뚜렷하게 볼 수 있는 건 중앙의 아주 좁은 부위일 뿐입니다· 좌우로 보이는 것들은 시야에 들어오기는 하지만 흐릿하게 인식만 하는 상태이지요· 이걸 가짜라는 뜻에서 가시(假視)라고 부릅니다·”

호리독사는 지금 내게 은잠술의 묘리에 대해 조언을 해주고 있었다·

그가 술주정뱅이기 이전에 대도 공령신투의 제자라는 걸 상기했다·

은잠술에 관한한 천룡표국 내에서 호리독사를 따라갈 만한 사람이 이종산과 곽석산을 제외하고 과연 있을까?

어쩌면 이종산과 곽석산 조차도 은잠술만큼은 호리독사에게 한 수 뒤질 지도 모른다·

불치하문이라는 말도 있거니와 지금은 체면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나는 호리독사가 시키는 대로 정면을 응시했다·

과연 그의 말처럼 선명하게 보이는 것은 중앙의 일부분이고 좌우의 풍경은 흐릿하게 인식만 할 뿐이었다·

“그 상태에서 무언가 움직임이 느껴지거나 혹은 내가 익히 알지만 그 자리에 있으면 안 되는 어떤 것의 형(形)이 감지되면 바로 알아 차리는 것이지요· 여기까지 이해가 되십니까?”

“이해는 되오만 무슨 술을 마셨길래 오늘따라 입에서 이렇게 비린내가 진동을 하는 것이오? 말을 할 때마다 아주 확확 풍겨오네·”

“그럼 또 뵙겠습니다·”

“참아 보겠소·”

“뭐라고요?”

“참아 보겠다고 했소·”

“뭘 참으신다고요?”

“귀하를 천룡표국에서 쫓아내 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혹시라도 쓸모가 있을지 몰라 꾹 참겠다는 뜻이오·”

호리독사가 한순간 마른 침을 꿀꺽 삼키더니 말을 이었다·

“네 발 달린 짐승에게는 네 발 달린 짐승의 형이 있고 두 발 달린 짐승에게는 두 발 달린 짐승의 형이 있지요· 어느 쪽이든 사지를 숨기는 것이 첫 번째고 머리를 숨기는 것이 두 번째입니다·”

“사지와 머리는 어떻게 숨기는 것이오?”

“세상의 모든 형(形)은 선(線)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내 신체가 지닌 선을 주변의 경물이 지닌 선에 동화시키는 것이지요· 이 경지를 넘어가면 그때부턴 은잠술이 아니라 환영술(幻影術)이 됩니다·”

그때 어디선가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제가 한번 보여드리겠습니다·”

말과 함께 호리독사가 돌연 번쩍 뛰어오르더니 나와 조금 떨어진 처마 밑에 박쥐처럼 찰싹 달라붙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호리독사는 사라지고 처마의 목재 구조물과 어두컴컴한 그림자만 남았다·

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신기에 나는 그만 입이 쩍 벌어졌다·

새삼 호리독사가 다시 보였다·

잠시 후 씩씩거리며 경내로 들어선 사람은 비룡왕삼의 세 사람이었다·

그들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처마 밑에 붙어 있는 나를 차례로 발견하고는 움찔 놀라며 얼른 딴청을 피웠다·

“보신 거 알고 있습니다·”

“당주님을 뵙습니다· 악력을 기르고 계신 것 같아 방해하지 않으려는 것이 그만 결례를 범했나 보군요·”

왕대표가 대표로 인사를 했다·

“무슨 일 있습니까?”

“그게····”

“비룡당에서 일어나는 일 중 내가 모르는 것이 있으면 곤란하지 않을까요?”

“혹시 호리독사를 못 보셨는지요?”

“호리독사는 왜요?”

“두 달 전에 어떤 루주가 어른 장딴지만한 궐어 세 마리를 주었기로 쓸개를 떼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 말려 두었지요· 각주로 승진한 것을 기념할 겸 오늘 아우들과 함께 술에 타 먹으려고 찾아봤더니 감쪽같이 없어졌지 뭡니까?”

예로부터 술꾼들에게 궐어의 쓸개는 웅담을 능가하는 영약으로 알려져 있었다·

특히 봄에 잡은 궐어의 쓸개는 독성이 가장 강한 때라 효험도 여름에 잡은 것에 비해 두 배라고 했다·

호리독사가 말을 할 때마다 입에서 뿜어져 나오던 그 비린내의 정체가 무엇인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귀신이 따로 없다·

꽁꽁 숨겨두고 말리던 것을 대체 어떻게 알고 찾아서 훔쳐 먹었을까?

호리독사를 못 봤냐는 질문에 아직 대답을 안 해서인지 비룡왕삼은 가지도 않고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걸 가르쳐 줘 말어?’

그때 갑자기 장삼이 헐레벌떡 나타났다·

그는 미처 예의를 갖출 겨를도 없이 내게로 달려와 목구멍을 쥐어짰다·

“남궁 소저께서 지금 말을 타고 이리로 오고 계십니다·”

“남궁소소가 이 시간에 왜?”

“공자님께서 아무도 모르게 목장을 운영해 금전 삼천삼백 냥을 남기셨다는 걸 어디서 들으신 모양입니다·

“뭐! 그걸 누구한테 들어?”

“저도 그것까지는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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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incarnated Escort Warrior

Reincarnated Escort Warrior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2
My dream is to become an escort warrior that rides on a cool horse and transports goods. But I’ve got a limp leg and I’m unable to learn decent martial arts. I’ve lived as a porter working odd jobs for the entirety of my life. Until I died because of the mountain bandits that I met during an escort mission. But… ‘I became the fourth young master, Lee Jungryong?!’ When I died and woke up, I was reborn as the Heavenly Dragon Escort Agency’s infamous good-for-nothing youngest son. The weakling, Lee Jungryong, will become the best escort warrior in this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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