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Escort Warrior Chapter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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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화·  < 사천구룡방(5) >

사곡천(砂曲川)은 성도의 동쪽 외곽을 감싸고 흐르는 작은 강이었다·

이름처럼 모래가 많고 굽이지길 반복하는 이 강의 중류에 봄철만 되면 바닥을 드러내는 곳이 있었다·

강폭이 갑자기 세 배로 넓어지다 보니 생기는 현상이었다·

덕분에 강 한가운데는 제법 큰 모래섬까지 만들어졌다·

그 모양이 꼭 항아리 속에 든 섬 같다고 해서 성도 사람들은 호중도(壼卞鳥)라고 불렀다·

표행단 사백여 명이 호중도가 바라보이는 강변 기슭에 도착한 것은 조금 전 새벽이었다·

한나절만 더 걸어가면 목표로 했던 성도의 장원이었지만 표행단은 일단 여기서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강 건너 모래사장에서 중무장을 한 삼천 병력이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모래사장 너머 제법 높다랗게 솟은 언덕배기에는 이 새벽부터 족히 일만은 될법한 군중이 무슨 개미 떼처럼 바글바글 모여 앉아 있었다·

모두 사천구룡방을 중심으로 한 토박이 문파들과 외부세력인 도화곡의 전쟁을 구경하려고 각처에서 몰려온 사람들이었다·

이종산이 내게 물었다·

“갔던 일은 잘되었느냐?”

“죄송합니다·”

하오문의 보고에 따르면 지난 이틀 동안 사천구룡방 내에서는 어떤 분열의 징후도 없었다고 한다·

덧붙여 남궁소소가 만나고 다녔던 방파들 조차 나타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사천당문과 청성파에서도 소식이 없기는 매한가지였다·

청성파는 모르겠으나 사천당문은 온다고 했으니 반드시 올 것이다·

다만 시간이 문제였다·

사천구룡방은 친절하게도 사곡천까지 미리 마중을 나와서 밤새 기다리는 성의를 보였다·

이는 예상했던 것보다 한나절은 빠른 조우였다·

한마디로 허를 찔린 것이다·

사천구룡방에도 병법을 아는 자가 있었던 모양이다·

“후회하느냐?”

“제가 한 일이 정말 최선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다른 더 좋은 길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저의 어리석음과 고집으로 말미암아 기회를 놓친 거라면····”

“왕궁은 기둥 하나 때문에 버티는 것이 아니고 제왕의 공적은 책사 한 명의 지략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너무 자책하지 말거라·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았느니라·”

나는 가만히 고개를 돌려 도화곡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소맷자락과 머리카락을 광목천으로 단단히 묶은 채 삼천의 병력을 바라보는 도화곡의 제자들에게선 흥분과 공포가 동시에 느껴졌다·

이제는 정말로 피할 수 없는 전면전이었다·

강을 건너듯 이 난관을 건너야만 성도로 입성을 할 수 있다·

깊은 산 중에서 꽃과 새들을 보고 산 그녀들에게 피바람이 몰아치는 생애 첫 전투는 어떤 느낌일까?

그녀들이 어떤 느낌인지는 모르겠으나 강 건너 집결한 삼천여 명의 무림인들이 어떤 기분인지는 알겠다·

도화곡의 제자들이 도착하는 순간부터 시작된 놈들의 흥분은 좀처럼 식을 줄을 몰랐다·

마치 싸움을 앞둔 투견장의 개떼들 같았다·

이윽고 이종산이 적룡당주 양진각에게 말했다·

“수뇌부를 전부 모아주게·”

잠시 후 천룡표국과 도화곡과 남궁세가를 대표하는 수뇌부가 한자리에 모였다·

전쟁의 승부가 어떻게 나든 사실상 마지막 수뇌부 회의가 될 터였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모두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짐작하시겠지만 날이 밝는 즉시 놈들은 총공격을 감행해 올 것입니다·”

잠시 쥐죽은 듯한 침묵이 흘렀다·

수뇌부뿐만 아니라 진영 전체가 고요해졌다·

모두가 하던 일을 멈추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전투가 벌어지면 도화곡의 장로님들과 향주들은 이곳에서 검진을 펼치며 시간을 끌되 어린 제자들을 보호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십시오· 절대 도강을 해서는 안 됩니다·”

이종산은 이어 양진각과 남궁세옥을 바라보며 말했다·

“천룡표국의 표사들과 비검대의 무사들은 총원 전부 내 앞에서 달려가며 최대한 빨리 길을 연다· 목표는 만세노조 뇌정갑· 그가 나타나면 내가 그를 잡을 때까지 조력자들의 접근을 막도록·”

말인즉슨 최대한 빨리 적장의 목을 쳐서 숫적 열세를 극복하겠다는 뜻이다

대다수의 방파가 사천구룡방의 강압에 못이겨 참석한 만큼 적들의 결속은 느슨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천하십검 중 한 명인 이종산이 뇌정갑의 숨통을 끊어 놓기만 하면 단숨에 전세를 바꿀 수도 있다·

남궁세옥이 걱정스런 얼굴로 물었다·

“결국 천룡표국도 전쟁에 뛰어 드시는 겁니까?”

“표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저 무뢰배들은 도화곡을 공격할 뜻이 분명하니 전쟁을 치러서라도 치우고 갈 수밖에·”

이종산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싸운다고 하지 않았다·

전쟁을 치러서라도 치우고 간다고 했다·

그는 여기서 멈추게 될 거라는 생각은 눈곱만큼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도대체 저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남궁세옥이 포권을 쥐며 말했다·

“저와 비검대가 선두에서 길을 열겠습니다·”

“말은 고마우나 남궁세가는 어디까지나 우리를 도우러 온 손님일세· 첨병은 천룡표국의 표사들이 맡을 걸세·”

“존명!”

적룡당주 양잔각이 우렁차게 외치며 포권을 쥐었다·

남궁세옥은 아쉽고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모두 개전을 준비하시오·”

사람들이 해산을 하고 난 뒤에도 여종매는 한동안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그녀는 무언가 할 말이 있는 것처럼 잠시 이종산을 응시하다가 결국 쓸쓸히 발걸음을 옮겼다·

여명이 조금씩 밝아오기 시작했다·

양 진영은 이미 일각 전부터 도검을 뽑아 들고 강변에 모인 상태였다·

언제 격돌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내 곁엔 서호삼견이 호리독사가 건네준 술을 한 모금씩 홀짝이며 결전을 다지고 있었다·

일견이 내게 물었다·

“우린 뭐 계획 같은 거 없나?”

“없습니다·”

“그럼 교전수칙 같은 거라도·”

듣고 있던 이견이 불쑥 끼어들었다·

“형님도 참 전쟁에 교전수칙이 어딨습니까? 닥치는 대로 베어 넘기면서 전진하는 거지· 그나저나 전쟁을 할 거라는 이야기는 없었는데 이거 계약서 다시 써야 하는 거 아냐?”

삼견이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한 달 동안 탱자탱자 놀면서 잘 왔지 않습니까· 그동안 안 싸운 거 한꺼번에 몰아서 싸운다고 생각하면 되죠·”

“그러니까 더 문제지· 난 살면서 크고 작은 싸움을 백 번도 더 치렀지만 아직까지 살아 있는 건 제각각 따로 싸웠기 때문이야· 백 명과 동시에 싸운다고 생각해 봐·”

“우리가 이런데 도화곡의 어린 제자들은 어떻겠습니까?”

“뭐? 그걸 네가 왜 신경 써?”

“그러게요· 제가 왜 신경이 쓰일까요?”

“정신 차려· 이 새끼야!”

별말도 아닌 것 같은데 이견이 갑자기 정색을 했다·

깜짝 놀란 삼견이 어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이견의 말이 이어졌다·

“우린 피도 눈물도 없는 흑도야· 지금 우리가 이 자리에 있는 건 순전히 돈 때문이고· 만약 사천구룡방이 먼저 고용했으면 우린 지금쯤 저 강변에서 이쪽을 바라보며 이정룡과 표사들을 욕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걸 잊지 마라·”

“소제의 생각이 짧았습니다·”

나는 이견이 왜 저렇게 화를 내는지 알 것 같았다·

도화곡의 제자들이 죽으면 삼견이 행여라도 상실감에 괴로워 할까봐 우려하는 것이다·

함께 걷고 자고 밥을 먹으며 지낸 한 달은 흑백과 나이를 떠나 정이 들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특히 몇 명 어린 구대제자들은 서호삼견 중에서도 정이 많은 삼견을 할아버지라 부르며 잘 따랐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저만치 왼쪽을 바라보았다·

남궁소소는 비검대와 함께 장검을 뽑아 든 채 강 건너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되자 마지막 순간엔 남궁세가의 무사들과 함께 싸우겠다며 저쪽으로 간 상태였다·

한순간 남궁소소가 옆을 돌아보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걱정 말라는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나도 마주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이윽고 완전히 솟아오른 태양이 강 건너의 모래사장에 밝은 햇살을 비추기 시작했다·

그러자 한 사람이 말을 타고 저벅저벅 앞으로 나왔다·

군문의 장수라도 된 것처럼 번쩍이는 갑옷을 입고 한 손에는 제 키보다도 큰 방천화극을 든 칠순 가량의 노강호였다·

하지만 큰 키와 우람한 근육은 아무리 보아도 칠순 노인의 그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기세가 있었다·

한번 쓰윽 쓸어 보는 것만으로도 좌중을 압도해 버리는 저 가공할 기세·

보기만 해도 심장이 벌렁거리는 것 같았다·

강물을 앞에 두고 멈춰 선 그가 외쳤다·

“웬 산중 노파가 늙은 표사를 사서 이 몸을 죽이겠다고 오셨다던데 서로 얼굴 보며 통성명이라도 합시다· 난 뇌정갑이오·”

그다지 큰 소리를 지르지도 않은 것 같은데 흡사 큰 북이라도 치는 것처럼 대기가 떵떵 올렸다·

역시 말을 탄 이종산이 앞으로 나가며 포권지례를 올렸다·

이어 뇌정갑 못지않게 웅혼한 음성으로 말했다·

“천룡표국의 이종산이라고 하외다· 무언가 오해가 있으신 듯한데 우리는 다만 성도의 양지바른 곳에 200년 된 복숭아 나무 한 그루를 심기 위해 가는 길이오· 하니 길을 터주시오·”

“내가 허락을 하지 않는다면?“

“허락을 구하는 것이 아니외다만·”

“뿌리를 내리겠다는 도화곡의 수장은 대체 무엇이 무서워 코빼기도 안 보이시고 국주께서 보호자라도 된 것처럼 구는 것이오? 하기야 그럴만한 배짱이 있었다면 애초부터 표국 따위를 앞세우고 오지도 않았으려나?”

뇌정갑의 한 마디에 강 건너 적 진영에서 왁자지낄 웃음보가 터졌다·

삼천 명이 동시에 웃으니 우박이라도 쏟아지는 것 같았다·

도화곡의 제자들은 발끈해서 금방이라도 뛰쳐나갈 것처럼 으르릉거렸다·

이막하가 그녀들을 향해 나지막한 소리로 일갈했다·

“격장지계(格裝之計)다· 모두 흥분하지 마라!”

딱 시의적절한 가르침이었다·

이막하는 강호의 경험이 가장 많은 장로라고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상황을 보는 통찰력이 확실히 다른 듯했다·

지목을 받은 당사자인 여종매 역시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자신이 흔들리면 도화곡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종산이 다시 나섰다·

“천룡표국은 도화곡이 오래전에 사둔 성도의 장원까지 호송하는 일을 의뢰 받았소이다· 아직 표행이 끝나지 않았고 노상강도 떼가 길을 막고 있으니 당연히 표두인 이 몸이 나서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겠소이까?”

강변에 집결한 삼천여 명의 무인들 중에는 구태여 백도를 표방하지는 않았어도 흑도는 확실히 아닌 문파의 제자들도 제법 있었다·

이종산은 그들 모두를 싸잡아 노상강도라고 규정해 버렸다·

양심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종산이 그걸 노렸는지는 모르겠으나 반향은 컸다·

적 진영의 뒤쪽 언덕배기 위에서 구경하던 일만 군중이 과연 그렇다는 듯 크게 술렁이기 시작했다·

뇌정갑이 다시 사자후를 질러댔다·

“표행이고 노상강도고 간에 고작 사백 명 정도의 병력으로 우릴 감당할 수 있겠소? 노파심에서 드리는 말씀이오만 나는 천룡표국이나 남궁세가라는 이름에 겁을 집어먹는 위인이 아니오·”

그때였다·

두두두두·

어디선가 지축을 울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재빨리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꺾고 보니 강 건너 저 멀리 왼쪽의 굽이진 곳으로부터 한 떼의 인마가 물살을 헤치며 달려오고 있었다

잠시 후 인마는 무려 이백여 기로 늘어났다·

앞쪽에는 용 같고 범 같은 기세의 무인 백오십 명 정도가 길을 잡았고 뒤쪽엔 거북이 등처럼 커다란 궤짝을 짊어진 사람들이 역시 말을 탄 채 따랐다·

맨 앞줄의 허공에는 붉은색 바탕에 ‘무적당문(無敵唐門)’이라고 쓰인 깃발이 하늘을 나는 용처럼 펄럭이고 있었다·

“무적당문? 그런 곳도 있나?”

“사천당문은 몰라도 무적당문은 처음 듣는데요·”

일견과 이견이 말했다·

그러자 삼견이 수탉처럼 갑자기 허공에다 대고 목구멍이 찢어져라 외쳤다·

“사 사천당문이다!”

뭐가 어떻게 된 영문인지 파악할 겨를도 없이 이번엔 강 상류 쪽 굽이진 곳에서 또 말발굽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푸른 도복에 등에는 장검을 찬 채 말을 달려오는 사람들의 숫자 역시 이백여 명·

얕은 강물 위에서 물보라를 치며 달려오는 모습이 그렇게 역동적일 수가 없었다·

선두에서 달려오는 자의 손에 들려 펄럭이는 깃발엔 ‘천하일문청성(天下一門靑城)’이라는 여섯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삼견이 또다시 목구멍을 찢었다·

“청성파다!”

추혼탈명 당군룡과 낙일검 제운학이 지원병력을 이끌고 나타난 것이다·

당문과 청성파의 무인들은 가까이 이르자 일제히 방향을 꺾어 우리 쪽 진영으로 도강을 시작했다·

그러자 이견이 삼견에게 질세라 세상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

“사천당문과 청성파에서 우리를 도우러 왔다!”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천룡표국의 표사들과 도화곡의 제자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더욱 신나는 구경을 하게 된 강 건너 언덕배기 위의 군중이 일제히 환호성을 터뜨렸다·

“와아아아!”

반대로 뇌정갑을 비롯한 적 진영의 삼천 무인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성도에서 말을 타고도 한 달이 넘는 거리에 있는 남궁세가나 천룡표국은 그렇게 무섭지 않다·

그러나 길어야 이틀이면 도착하는 사천당문과 청성파가 나타났다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다·

이윽고 당군룡과 제운학이 비슷하게 도착을 했다·

그들 속에는 생각지도 않았던 반가운 얼굴들이 있었다·

‘당군백? 두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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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incarnated Escort Warrior

Reincarnated Escort Warrior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2
My dream is to become an escort warrior that rides on a cool horse and transports goods. But I’ve got a limp leg and I’m unable to learn decent martial arts. I’ve lived as a porter working odd jobs for the entirety of my life. Until I died because of the mountain bandits that I met during an escort mission. But… ‘I became the fourth young master, Lee Jungryong?!’ When I died and woke up, I was reborn as the Heavenly Dragon Escort Agency’s infamous good-for-nothing youngest son. The weakling, Lee Jungryong, will become the best escort warrior in this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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