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Escort Warrior Chapter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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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화·  < 사천구룡방(2) >

사내아이의 이름은 양강이라고 했다·

양강을 따라간 곳은 이 층짜리 작은 객점이었다·

도끼라도 맞았는지 한쪽이 뚝 떨어져 나간 현판에는 ‘천하제’라는 정체불명의 글씨가 음각되어 있었다·

현판이 걸린 위치로 미루어 보건대 원래 글자는 ‘천하제일OOO’ 이었던 것 같다·

OOO에 무엇이 들어갔건 당장의 현실은 지금까지 성도에서 본 것 중 가장 낡아빠진 객점이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텅 빈 객점 구석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던 칠순 노인이 우리를 맞았다·

“할아버지 손님들 왔어요·”

“벌써?”

“해가 중천에 떴어요·”

“한참 달았는데 귀찮게 시리·”

“그러다 굶어 죽어요· 어서 잠 깨시고 손님들 식사부터 챙겨드리세요· 저는 지나가는 손님이라도 있는지 좀 더 살펴보고 올게요·”

고아라고 했으니 친할아버지는 아니고 손님을 물어다 주고 두당 얼마씩 받는 모양이었다·

길가의 고아들이 흔히 밥을 벌어먹는 방식이었다·

허름한 차림에 눈매가 좁은 노인은 물잔 대여섯 개와 주전자를 통째로 갖다 주고는 돌아서 주방으로 들어가려 했다·

이견이 노인을 붙잡고 물었다·

“주문 안 받으시오?”

“식사하려고 들어오신 것 아니었습니까?”

“뭘 먹을지 물어봐야 하잖소·”

“어차피 한가지밖에 안됩니다·”

“그게 뭐요?”

“삶은 돼지고기입니다·”

“삶은 돼지고기만 판다고요?”

“그것만 팔아서 장사가 되나요· 술도 함께 팔아야지요· 죽엽청주로 하십시오· 삶은 돼지고기에는 죽엽청주가 딱입니다·”

그러면서 더 묻지도 않고 주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눈치를 보아하니 술도 죽엽청주만 있는 게 확실했다·

이견이 흑도 생활 30년 동안 갈고닦은 욕으로 한바탕 씹어주려고 윗입술을 씰룩이려는 찰나 주방에서 마흔 줄의 사내가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냈다

“장인보라고 합니다· 하오문 사천성 성도 분타의 향주를 맡고 있지요· 머무시는 동안 불편함이 없도록 최대한 도와 드리라는 상부의 명령이 있었습니다·”

하오문은 문도들도 점조직 형태로 움직이지만 특히 향주급 이상의 간부들은 신분이나 얼굴을 함부로 드러내지 않는다·

단언하건대 이 남자는 역용을 했거나 정교한 인피면구를 썼을 것이다·

덧붙여 주방으로 들어간 노인 역시 향주와 오랫동안 알고 지낸 하오문도 일 것이고·

이견을 후리는 솜씨를 보면 은퇴한 향주가 아닐까도 싶다·

“우선 돌아가는 상황을 좀 알고 싶습니다·”

“칠 일 전 가릉강에서 도화곡과 천룡표국이 사천구룡방을 향해 사실상 선전포고를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성도 무림이 발칵 뒤집힌 상태입니다·”

“사천구룡방의 동태는 어떻습니까?”

“무인이 오십 명 이상 있는 곳이면 모조리 끌어모았습니다· 열일곱 개 방파에서 모인 무인 삼천여 명이 사천구룡방에 집결해 있는 상태입니다·”

삼천이라는 말에 모두가 아연실색했다·

이 정도면 비유로써의 전쟁이 아니라 진짜 전쟁이다·

그에 반해 우리 쪽은 고작 사백여 명·

제아무리 천하십검의 초절정 검사가 이끈다고 해도 계란으로 바위 치기였다·

게다가 사천구룡방에도 천하십검 못지않은 고수가 한 명 있었다·

촉(弱)의 수도이자 고대로부터 이어져 온 교통의 요지인 성도에는 본래 아홉 개의 큰 흑도방파가 있었다·

사람들은 이들 아홉 곳을 일컬어 구룡이라고 했다·

구룡은 어느 한 곳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한 채 팽팽하게 밀고 당기며 무려 백여 년을 지내왔다·

그러다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 구룡 중에서도 최약체라고 일컬어지던 통천방(通天常)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일개 당주에 불과했던 자가 갑자기 반역을 일으켜서는 주색잡기에 골몰하던 늙은 방주를 죽이고 그 자신이 새로운 두령이 된 것이다·

그리고 한 달 후 통천방의 혼란이 정리되자 신임 방주는 다른 흑도방파들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켰다·

여덟 개 방파를 모두 무릎 꿇리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팔 일 하루에 하나씩 밀어 버린 셈이었다·

그때 통천방의 신임 방주가 선보인 무공은 실로 경악스러운 것이었다·

그제야 강호인들은 통천방에 잠룡이 웅크리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이후 그는 자신이 정복한 아홉 개 방파를 하나로 통합해 사천구룡방이라 이름 짓고 스스로 대방주가 되었다·

무려 오백여 명의 방도를 거느린 사천성 제일의 흑도방파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20년이 흐른 지금 방주인 만세노조(萬世老祖) 뇌정갑은 흑도를 통틀어 가장 강한 십대고수 중 한 명으로 군림했다·

성명병기는 백 근의 무게를 자랑한다는 방천화극(方天晝軟)이었다·

무기의 이질성으로 말미암아 천하십검의 이름에 오르내리지 않을 뿐 결코 녹림맹주의 아래가 아니라고 평가되는 인물이었다·

“그때 여덟 명의 방주들은 어떻게 됐습니까?”

“흑도의 규칙에 따라 모두 참수당했습니다·”

“방주의 아랫사람들은요?”

“살아남은 고수들은 지금 당주직을 하나씩 꿰차고 있습니다· 구룡의 맥을 잇는다는 취지에서 모두 아홉 개의 당(黨)을 두었고요·”

사실 여기까지는 이미 오는 동안 접촉한 하오문도들을 통해서 모두 파악한 내용이었다·

다만 정보의 정확도를 점검하는 차원에서 한 번 더 물어본 것일 뿐·

“방주에 대한 충성심은 어떻습니까?”

“혹 이간지계(離間之計)를 쓰실 생각입니까?”

향주급이라서 그런지 확실히 그동안 정보만 물어 주던 연락책들과는 다르다·

눈치도 빠르고 대화를 하면서 내게서도 자신이 필요한 정보들을 슬그머니 빼내려고 한다·

매용초를 믿는다면 이 자도 믿어야 한다·

“싸게 먹히면서 효과는 좋은 것이 이간지계이지요· 한데 그러려면 하오문과 향주님의 도움이 꼭 필요합니다·”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하지만 방주에 대한 당주들의 충성심은 가히 절대적입니다· 전쟁이 일어난 지 무려 20년이나 지났기에 앙금도 남아 있지 않는 듯 하고요· 무엇보다 뇌정갑의 밑에서 그들은 어느 때보다 호의호식했습니다·”

정확하게는 충성이 아니라 복종일 것이다·

감히 어찌해 볼 수 없는 상대를 향한 맹목적인 복종·

경우에 따라서는 공포로 말미암은 복종이 충성심보다 더 강한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

어쨌거나 방주와 당주들의 사이를 갈라놓기는 어려운 것 같다·

“당주들 간의 사이는 어떻습니까?”

순간 장인보의 눈동자가 커졌다·

허를 찌르는 내 말에 적잖게 놀란 모양이었다·

“앞서 만난 하오문의 형제들을 통해 아홉 당주들에 관하여 자세하게 적힌 책자를 받아 보았습니다· 한데 재밌는 이야기들이 많더군요·”

“구체적으로 어떤 걸 말씀하시는지요?”

“팔당주는 따로 돈주머니를 찼다는 의심을 받다가 이당주에게 한쪽 귀를 잘렸고 칠당주는 방주의 무공수련 장면을 우연히 목격했다가 훔쳐보았다는 오해를 받고 역시 이당주에게 한쪽 눈알을 뽑힐 뻔 했다거나 하는 이야기들 말입니다·”

이당주는 통천방 시절부터 뇌정갑과 함께 한 의제로 사천구룡방 내의 공식 서열은 3위였다·

하지만 방주를 등에 업고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는 게 책자에 적힌 내용이었다·

이정도면 방주에게는 몰라도 이당주에게는 충분히 반감을 품는 당주들이 있을만 하다는 게 나의 판단이었다·

“이당주는 젊은 시절 마공을 수련하던 중 걸린 주화입마를 치료하기 위해 가끔 앵속을 합니다· 그때마다 특유의 포악성을 드러내거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하곤 하지요·”

“최근 일당주에게 일어났다는 일도 그 연장선입니까?”

책자에 따르면 일당주는 구룡 중 가장 강했던 북신방(北辰常)의 부방주 출신으로 나이와 경륜 그리고 따르는 수하들이 많다는 점 등이 고려되어 서열 2위의 일당주가 되었다·

한데 그는 비범한 무공에 어울리지 않게 여색을 매우 밝혔다·

해서 미녀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서 데려와 눌러 앉힌 첩이 벌써 스무 명에 달했다·

책자에는 보통은 돈을 주고 사오기도 하지만 납치를 해온 여자도 적지 않을 거라고 했다·

“지금으로부터 일 년쯤 전이었을 겁니다· 방주의 명령을 받고 남만으로 원정을 떠난 일당주가 오른팔에 큰 부상을 입고 돌아왔습니다· 다른 말에는 젊은 묘족 여자 한 명이 타고 있었지요· 이국적인 용모도 용모지만 사람의 정신을 흐리게 만들 정도로 아름다운 여자였습니다·”

상처를 입은 건 여자를 빼앗는 과정에서 입은 걸까?

아니면 위기에 빠진 그녀를 구해주는 과정에서 입은 걸까?

“한데 어느 날 보니 그 여자는 방주의 첩이 되어 있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일당주가 자신의 충성심을 증명하기 위해 바쳤다고 하는데 저희가 파악한 것으로는 속 사정이 좀 있습니다·”

“그게 뭡니까?”

“일당주는 남만 원정에서 돌아온 직후 이당주 쪽 사람들로부터 거금의 의뢰비를 빼돌렸다는 의심을 집요하게 받았습니다· 급기야 방주는 일당주에게 자신에 대한 충성심을 증명할 것을 요구했고 일당주는 목숨처럼 아끼는 묘족 여인을 방주에게 바쳤습니다·”

‘파악’이라는 완곡한 표현을 썼지만 하오문의 향주가 입 밖으로 낼 정도로라면 정보의 신뢰도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동안 실의에 빠져 있던 일당주가 다시 웃음을 되찾은 건 지금으로부터 석 달쯤 전이었습니다· 믿기지 않게도 방주에게 바친 여자 보다 더 젊고 아름다운 묘족 여자를 한 명 데려왔거든요·”

“한창 좋을 때군·”

“취향이 남쪽인가 봅니다·”

“대체 얼마나 아름답기에·”

남궁소소의 불같은 눈길이 일견과 이견과 삼견을 차례로 향했다·

서호삼견은 얼른 딴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는 화제를 돌렸다·

“일당주를 만나야겠습니다· 시간은 내일 밤으로 하시고 장소는 어디라도 상관없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은 몰라야 합니다· 부탁드립니다·”

갑자기 일당주를 만나겠다는 말에 장인보가 놀란 눈을 치켜떴다·

그는 방법을 떠올리려는 듯 한참을 생각하더니 말했다·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성도와 사천구룡방의 사정에 정통한 사람을 하나 붙여 주십시오· 특히 멀리서도 수뇌부를 알아볼 정도로 특징을 잘 아는 사람이면 더욱 좋겠습니다·”

“지금 주방에서 돼지고기를 삶고 있는 황 노야께서는 성도의 사정에 누구보다 정통하실뿐더러 사천구룡방의 당주들을 젊어서부터 지켜본 산 증인이시지요· 무엇이든 믿고 의논하셔도 됩니다·”

은퇴한 전임 향주라는 의심이 점점 짙어진다·

잠시 후 장인보가 나가자 남궁소소가 물었다·

“어쩌려고요?”

“참새가 작다지만 오장을 다 가지고 있소· 하물며 사람이야 더 말할것도 없겠지· 내 예상이 틀리지 않는다면 일당주는 분명 이당주에게 악감정이 남아 있을 것이오· 그걸 자극해 볼 생각이오·”

“뭘로요?”

“그가 가장 아끼는 것으로·”

나는 주변을 둘러보고 아무도 없음을 다시 한번 확인한 후 작전을 천천히 설명해 나갔다·

이윽고 설명이 끝났을 때 사람들은 전부 입이 쩍 벌어졌다·

그때쯤 주문한(?) 죽엽청주와 삶은 돼지고기가 나왔다·

그리고 모두가 또 한 번 입이 떡 벌어졌다·

두껍게 썬 돼지고기에 갖은 양념과 향신료를 가미해 삶아낸 이 요리의 맛은 이견의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었다·

“이 무슨 미친 맛이란 말인가!”

***

지난 밤엔 폭우가 쏟아지더니 오늘 밤은 또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휘영청 보름달까지 뜨자 대낮까지는 아니어도 제법 밝았다·

나는 남궁소소와 함께 성도 외각의 가파른 산 중턱에 나란히 다리를 뻗고 앉아 있었다·

그리고 ‘천하제’ 객점의 황 노인이 싸준 돼지고기를 사이좋게 나눠 먹었다·

남궁소소가 자신이 먹던 젓가락으로 돼지고기를 집어 주며 말했다·

“한 점 더 드실래요?”

“그만 먹겠소·”

“왜요?”

“배부르오·’’

“저도 그만 먹을래요· 이것도 두 끼 연달아 먹었더니 살짝 물리네요· 너무 기름져서 속도 느끼한 것 같고요·”

그러더니 죽엽청주가 든 호리병 뚜껑을 열고는 고개를 위로 꺾더니 입에다 시원하게 들이붓기 시작했다·

서호삼견과 함께 다니더니 어째 행동이 점점 그 노인네들을 닮아가는 것 같다·

그래도 달빛 아래에 하얗게 드러난 목덜미는 언제 보아도 아름다웠다·

“크어· 좀 낫네요·”

“한 병에 열 냥 짜리요·”

“알고 있어요·”

“그렇게 맛있소?”

“좀 마실래요?”

“됐소·”

“그만 보세요· 때가 되면 어련히 나타나려고요·”

나는 아까부터 계속 내공을 끌어올려 산기슭 아래의 장원을 뚫어져라 살피고 있었다·

밤 중에 이 산 중턱으로 온 것도 다 그 때문이었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요?”

“사람은 의심을 산 뒤에야 비로소 모략이 먹혀 들어가는 법이오· 일당주를 흔들려면 먼저 그로 하여금 이당주를 의심하게 만들어야 하오·”

“다 좋은데 계획이 좀 그래요·”

“병법이 따로 있는 게 아니오· 상대를 혼란에 빠트리고 내가 이득을 취하면 그게 바로 병법이고 전술인 것이오·”

“다른 사람이 그랬으면 헛소리라고 쏘아주었을 텐데 귀하가 그렇게 말하니까 또 그런 것도 같고· 아 난 모르겠어요·”

“저기 나타났소·”

말을 하는 사이 시커먼 그림자 하나가 장원 담장을 훌쩍 넘었다·

그림자는 연못이 딸린 작은 정원을 지나 어느 방으로 귀신처럼 사라졌다·

잠시 후 여자의 날카로운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방으로 들어갔던 그림자가 쏜살같이 튀어나와 정원을 가로질러 달렸다·

간발의 차이로 횃불을 밝힌 무사들이 사방에서 개떼처럼 나타났다·

그러나 표표한 신법으로 담장을 넘어 훌쩍 넘어 사라지는 그림자를 따라잡기에는 경공의 공부가 턱없이 부족했다·

“잘 되었을까요?”

“두고 보면 알겠지·”

잠시 후 허연 노인 한 명이 산 중턱에 헐레벌떡 나타났다·

붉게 충혈된 눈에 상투를 틀고 선명한 칼자국을 턱밑에 새긴 그는 나를 보자마자 꾸뻑 인사를 했다·

“다녀왔습니다·”

“시키는 대로 했소?”

“물론입니다·”

노인은 이당주로 변장한 호리독사였다·

내 작전은 이거였다·

먼저 우리 중 이당주와 키나 체형이 가장 흡사한 사람을 한 명 골라 최대한 닮은 모습으로 역용을 시킨다·

그렇게 해서 당첨된 사람이 호리독사였고 남궁소소가 달라붙어 역용을 시켰다·

옆에서 황 노인이 그림까지 그려가며 백번도 더 넘게 조언해 주고 고쳐 주었음은 물론이었다·

황 노인은 한발 더 나아가 이당주의 평소 습관이나 걸음걸이까지 호리독사에게 가르쳐 주고 훈련 시켰다·

꼬박 한나절이 걸려서야 호리독사는 겨우 사천구룡방의 가짜 이당주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조금 전 그는 몸에 아편 냄새를 잔뜩 묻힌 후 일당주가 아낀다는 묘족 여인의 장원으로 잠입했다·

그의 임무는 잠이 든 묘족 여인의 처소로 침투 여인의 앞에서 바지만 한번 내린 후 비명을 지르면 얼른 도망쳐 나오는 것이었다·

“딱 시키는 대로만 했겠지요?”

“물론입니다·”

“믿어도 됩니까?”

“금방 나오는 거 보셨을 텐데요·”

“토끼는 번개처럼 붙었다가 떨어지지만 일 년에 새끼를 열 마리씩이나 낳지·”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이견이 어둠 속에서 나타났다·

그의 뒤로 일견과 삼견도 보였다·

세 사람은 작전에 따라 호리독사가 담장을 넘기 전부터 장원 곳곳에 매복해 있다가 한발 늦게 빠져나오는 길이었다·

이견이 다시 호리독사에게 물었다·

“여자는 봤나?”

“이불로 얼굴을 가려서 잘 못 봤습니다·”

“나는 봤지·”

“어떻게요?”

“자네가 도망치고 난 후 묘족 여자가 뛰쳐나올 때 난 회랑 대들보에 숨어 있었거든· 장 향주가 말한대로 정말 대단한 여자더군· 보는 순간 숨이 턱 막히더라니까· 우물이야 우물·”

우물(先物)은 묘한 용모와 분위기로 사내들의 혼을 쏙 빼놓는다는 여자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두 사람이 허튼소리를 하는 사이 나는 일견에게 물었다·

“어떻게 됐습니까?”

“일단은 우리가 원하는대로 풀린 것 같네· 묘족 여자의 시비가 이당주를 닮은 사람이었다고 했고 장원을 지키는 칼잡이들도 이당주의 뒷모습과 흡사했다며 쑥덕거리는 걸 들었네·”

“보고는요?”

“두령인듯한 놈이 서둘러 당주께 보고를 하라고 했고 한 놈이 말을 타고 빠르게 사라지는 것까지 확인했네·”

“수고하셨습니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일당주는 이당주를 의심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내일 일당주를 만나 아무것도 모르는 척 결정적인 한 방을 먹인다·

하늘이 도와 모략이 먹혀 들어가기만 하면 다음엔 일당주가 알아서 많은 일들을 할 것이다·

죽일 놈은 죽이고 끌어들일 놈은 끌어들이고· 쫓아낼 놈은 쫓아내고·

실패해도 상관없다·

내가 원하는 건 전쟁을 앞두고 놈들의 진영에 의심과 불신이라는 맹독성 전염병을 퍼뜨리는 것이다·

이는 사상누각 위에 모인 현 사천구룡방의 삼천 병력을 순식간에 뿔뿔이 흩어지게 만들 수도 있었다·

“한데 한가지 이상한 점이 있네·”

“뭐가요?”

“혼란 중에 시비가 묘족 여인을 향해 작게 투덜대는 소리를 들었네· 너무 멀어서 정확하지는 않네만 이젠 당주들까지 담을 넘어온다고 하는 것 같더군·”

“당주들까지라면?”

“내가 잘 못 들은 게 아니라면 당주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또 있었다는 소리겠지·”

잔악무도하기로 유명한 사천구룡방 서열 2위의 고수가 아끼는 애첩이다·

감히 누가 함부로 담을 넘는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방주와 이당주 외에는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

한데 당주가 아니라면 그리고 누군가 담장을 넘었다는 사실을 알고도 일당주가 감히 어찌해볼 수 없는 사람이라면 한 명밖에 남지 않는다·

설마····

그때 호리독사가 불쑥 끼어들었다·

“그러고 보니 저도 좀 이상한 게 있었습니다·”

“또 뭐가요?”

“처음 어둠 속에서 바지를 내렸을 때 묘족 여인이 깜짝 놀라 이불을 감아쥐기는 했어도 어쩐 일인지 비명을 지르지는 않더라고요· 비명을 질러야 들킨 척 하고 도망을 갈 텐데 말이죠·”

“그래서요?”

“어떻게 할까 한참을 생각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고 화등잔에 다가가 불을 밝혔습니다· 그제야 저를 아래에서 위로 훑어보던 묘족 여인이 자지러지게 비명을 지르더라고요·”

정리를 좀 해보자·

처음 호리독사가 침투했을 때 묘족 여인은 일당주가 아닌 줄은 알았어도 감히 비명을 지르지는 못했다·

한데 불이 밝혀지고 이당주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그러니까 이당주와 일당주 사이에 묘족 여인이 매우 어려워하는 존재가 한 명 있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거대한 진실과 맞닥뜨린 우리는 한동안 어안이 벙벙해져서 말을 잇지 못 했다·

한참 만에야 내가 말했다·

“이거 잘하면 초가삼간 태우려다 산불까지 낼 수 있겠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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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incarnated Escort Warrior

Reincarnated Escort Warrior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2
My dream is to become an escort warrior that rides on a cool horse and transports goods. But I’ve got a limp leg and I’m unable to learn decent martial arts. I’ve lived as a porter working odd jobs for the entirety of my life. Until I died because of the mountain bandits that I met during an escort mission. But… ‘I became the fourth young master, Lee Jungryong?!’ When I died and woke up, I was reborn as the Heavenly Dragon Escort Agency’s infamous good-for-nothing youngest son. The weakling, Lee Jungryong, will become the best escort warrior in this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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