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631화
테스타의 최신 활동 곡 의 컨셉은 무엇인가·
수트 오피스 이지 리스닝이다·
성인 남성의 현대적인 정장 컨셉·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누가 봐도 꽤 좋아할 것 같아’였다·
팬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리지 않고 대중도 부담 없이 받아들일 편안하고 세련된 컨셉 말이다·
-너희 이런 거 좋아하지? <- 이런 느낌으로 작정했네ㅋㅋㅋㅋ
-음원 진짜 오래 붙어 있다 이 정도 유지력이면 연간 순위도 기록경신할 것 같은데?ㄷㄷ
관심을 가진 사람은 한 톨도 유출시키지 않고 그대로 ‘좋네’라는 소리와 함께 계속 소비하게 하겠다는 목표는 그대로 통했다·
물론 풍선 한쪽을 누르면 반대쪽이 튀어나오듯 장점은 단점과 함께 왔다·
-뭔가 충격적인? 그런 느낌은 없다
-테스타 맨날 특이한 거 자극적인 거 하나씩 가져왔는데 이번엔 그냥 자컨으로 퉁친 느낌임
약간 밋밋하다는 것이다·
진정한 슈퍼스타란 까와 빠 모두를 미치게 한다고 하던가·
호불호가 없다는 것은 극렬한 매니아적 끌림을 느끼는 층도 없다는 뜻이다·
리스크를 회피한다는 것은 고점이 낮아진다는 뜻과 일맥상통했다·
게다가 공개된 자체 컨텐츠 괴담 오피스도 곡 자체를 위한 컨셉보다는 드라마로서의 성격이 강했다· 결국 곡의 독립적 개성적인 면모는 더 밋밋해졌다·
그냥 OST 같지 않은가·
-뭔가 음원 성적도 역대급에 화제성도 좋은데 곡 자체는 좀 임팩트 떨어지는 느낌?ㅋㅋ
└맞아 카페나 길거리에선 많이 들리는데 약간 폭발적이지 않은 듯 롤더다 워터밤 땐 SNS 뒤집어지는 줄 알았는데ㅋㅋㅋ
└아직도 기억난다 끝없이 나오던 직캠 인기 동영상이··
결론적으로 그래서 김래빈의 팬도 라는 동영상의 재생을 누른 즉시 순식간에 이 내용을 떠올렸다는 뜻이다·
‘얘네 그거 의식했네·’
테스타가 테스타 했구나·
이번에도 또 머리를 굴려서 보완책을 아득바득 가져온 모양이다·
그럼 뭐··· 신곡이랑 똑같은 타이틀에 뭔가는 좀 다른 듯이 붙은 물음표에 ‘강렬하고 특이함’이 수식어로 붙는다면 당연히 떠오르는 게 있지 않은가·
‘그 힙합 버전인가·’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서 공연했던 그 아주 제멋대로인 올드 스쿨 힙합풍 리믹스 말이다·
그걸로 따로 안무 영상이나 공연 영상을 촬영해서 공개하며 추가 떡밥으로 논란을 진정시키려는 목적일 것이다·
언제나 테스타가 자신 있는 게 아닌가· 무대!
김래빈의 팬은 미간을 눌렀다·
“아··· 노림수가 뻔히 보이는데·”
그래도 속아 넘어가 주는 게 맞겠지·
뭐라도 보여주려는 시도에 마음이 좀 풀리기도 하고 말이다·
어쨌든 글래스톤베리에서 그렇게 레전드를 찍었다고 하는데 외국에서의 단발성 공연이라 접근성이 떨어져서 많은 국내 팬이 제대로 못 봤지 않은가·
그걸 어떻게든 보완해서 챙겨주겠다는 듯한 테스타의 시도 자체는 썩 괜찮았다·
···라는 생각을 위튜브 앱이 로딩될 동안 했는데·
[-]
나온 썸네일은 피 묻은 거미줄이었다·
“···??”
뭐 뭐야·
‘또 공포야?’
당황한 김래빈의 팬이 다시 보니 그건 피가 아니라 붉은 레이저였다·
그리고 거미줄도 거미줄이 아니라····
‘···와이어?’
정답이었다·
재생된 영상 속 검은 허공에 희고 붉게 반사되어 윤곽만 보이는 투명한 와이어들이 수없이 교차했다·
다 절묘하게 레이저를 피하고 있었다·
그 사이에서 레이저의 붉은 불빛을 타고 수증기가 맺힌 물방울이 와이어 가닥을 미끄러져 내려갔다·
툭·
[Get this feeling]
동시에 화면 위에서부터 툭 떨어진 카메라는 그 아래 거꾸로 매달린 신체를 비추었다·
“···!”
하지만 축 늘어져 있지 않다·
전신이 올곧게 뻗은 채로 우아하게 반 바퀴를 돌며 내려온 신체는 반동을 탄력 있게 삼키며 허공에 멈췄다·
고양잇과 같은 균형감·
그 발끝 한쪽에만 와이어가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전신에 꽉 맞는 수트·
하지만 절대 회사원용은 아니다·
몸을 감싸는 야수적인 전문가용 흑색 점프 수트를 발부터 타고 카메라가 내려왔다·
먼지 묻지 않은 깔끔하고 훤칠한 육체·
포마드로 넘긴 금발 머리와 목덜미에 검은 문신과 바코드가 홀로그램빛처럼 살짝 반사된다·
와이어에 거미줄의 거미처럼 매달려 거꾸로 우아한 자세를 취한 선아현이 카메라를 보고 미소 짓는다·
[Then I’ll fall and fall]
“미친·”
유리창이 부서지는 소리 레이저의 소음 사이렌 소리·
그 이목을 끄는 알림음이 변조되어 기묘하게 듣기 좋은 불협화음을 이루며 두근거리는 멜로디를 잡는다·
하지만 리듬과 목소리는 존재감 있게 느긋하다·
천천히 여유롭게 발걸음을 옮기듯·
[Bad feelings
follow you til the end]
허공에서부터 내려오는 선아현의 모습이 초마다 다른 멤버들의 모습으로 바뀐다·
류청우 차유진 박문대 배세진 김래빈····
마지막은 이세진이다·
검은 바닥에 거꾸로 선 채 닿은 그는 한 손으로만 자신을 지탱하면서 부드럽게 포물선을 그리며 온몸을 앞으로 한 바퀴 돌아 센터에 착지한다·
그리고 카메라를 똑바로 쳐다본 채 주변에 대기 중인 멤버들과 아래로 하이파이브를 하거나 제스처를 주고받으며 앞으로 걸어 나온다·
쏟아지는 한 줄기 스포트라이트·
그리고 멤버가 함께 대형을 잡는 순간 사방에서 번뜩이는 붉고 푸른 레이저·
[Uuuuuuu-]
길게 끄는 사이렌과 같은 고음 애드립에 맞추어 고개를 느리게 움직이는 멤버들의 한쪽 귀마다 화려한 피어싱과 결합된 금속 이어폰이 번뜩인다·
키워드가 완성된다·
와이어 액션 이어폰 넘버링 타투 수트·
‘아·’
그때 깨달았다·
이건 비밀 요원 스파이 컨셉이었다·
센터에서 이세진이 손을 까닥거리자 멤버들이 소리 없이 어둠에서 포징한다·
귀의 이어폰을 툭툭 손가락으로 치는 이세진· 리듬만 있는 무음 반주에서 시작하는 낮은 목소리·
[Bad- feelings
벗어나지 마
나를 생각해]
시끄럽도록 요란한 긴장감이 가득한 반주가 이어 몰아치기 시작했다·
핑거 수트를 낀 긴 손가락들이 만드는 제스처가 카메라에 슬로우로 감기며 잡혔다·
[Oh- ohohoh]
경찰차의 사이렌 같은 소리를 배경으로 요란한 반주가 느리고 여유로운 베이스를 타고 날뛰었다·
원곡과 멜로디는 똑같다· 하지만 구성은 반대다·
‘후렴부터?’
익숙한 멜로디가 왜곡되어 귀를 두드리면서 친숙한 척하다가 제멋대로 휙 달려 나간다·
속이는 것처럼·
[Bad- feelings]
원곡에서 단정하고 고전적인 우산을 쓰는 아이코닉한 안무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가 뒤로 던져 버린다·
[가지고 가
매일 꺼내 봐-]
그 대신 어깨의 하네스를 풀어 사용한다·
‘미친놈들아·’
스포트라이트와 레이저 불빛 사이 가죽끈이 결박과 와이어액션 사이를 오가며 화려하고 정제된 군무를 선보인다·
긴 다리가 무심하게 공기를 가른다·
센터의 김래빈이 삼백안을 내리깐 채로 하네스를 목에 툭 걸치고 몸을 옆으로 확 젖혔다·
그 볼 옆으로 레이저가 지나갔다·
[Bad- feelings]
배경에 진열된 오르골과 장식품들이 대신 레이저에 맞아 터지며 페인트를 터트렸다·
멤버들은 거미줄형 포물선을 그리며 쏟아지는 붉고 푸른 페인트를 피하지 않고 맞았다·
[Uuuuuuu-]
극저음의 애드립·
볼에 묻은 페인트를 엄지로 훔치며 차유진이 송곳니를 드러내며 웃었다·
포마드로 넘긴 머리가 흐트러져 있었다·
“····”
김래빈의 팬은 침을 삼켰다·
대충 스토리는··· 그래· 또 KIS 로고가 방금 보인 걸 봐서는 원곡 및 자체 컨텐츠의 괴담 회사와 연결은 되어 있을 것이다·
아니 그게 맞는 것 같다·
‘그래 그 뭐 놀이기구 세계관이 AI 테스타 풀어주는 거라던데 그 이후에 뭐 그 괴담 회사를 조사하는 자체 비밀 요원이 된 테스타라는 암시를 대충····’
하지만 그런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아니 또 어트랙션 다음 내용이네 어쩌고 하면서 빈정거리면서 깔 마음이 조금도 동하지 않는다· 왜냐!
[해가 지고 달빛이 내려도
잊지 못할 feelings]
테스타의 의상이 한번 바뀐다· 와이어액션 절여진 듯 낡은 느낌의 가죽 수트는 좀 더 무대의상답게 노출되어 있다·
[그 feelings-]
김래빈의 드러난 맨 등과 옆구리에 가득한 홀로그램 타투가 지나갔다· 자신의 한문 싸인과 각종 음악 코드로 가득했다·
김래빈의 팬은 대가리를 박았다·
“미쳤냐고·”
그래· 원곡의 정장도 나름대로 깔끔한 섹시에 가까운 컨셉이다· 그러나··· 이쪽은 완전히 노골적이었다·
자연스럽게 경쟁자가 떠올랐다·
테스타보다 더 본격적인 컨셉이라고 평이 자자했던 동시 발매 상대·
‘VTIC은 가오라도 잡았는데·’
사후 세계의 왕좌를 찬탈하는 다크 판타지적인 컨셉을 잡은 VTIC에겐 쇠락 속에서 떠오르는 불꽃 같은 묘한 상승의 맛이 있었다·
한마디로 품위를 챙겼다는 것이다·
그런데 테스타는····
“품격이고 나발이고 어필하네 X발····”
노골적이다·
김래빈의 팬은 침음했다·
이룬 게 있으면 명예욕이 생긴다고 하지 않던가· 아티스트의 예술성이니 상징성이니 하는 문학적 서사를 챙기고 싶지도 않나? 이놈들은 부끄러움도 없나?
이 천연스러울 정도의 뻔뻔한 노림수에 대해 솔직히 말하자면·
“개좋아·”
개같이 좋았다·
취향을 적중당한 김래빈의 팬은 키보드를 쳤다·
그간 이런 오타쿠 같은 컨셉질 좀 그만하라고 소리를 질렀던 것은 취향 앞에 무너졌다·
그 와중에 영상 속 테스타는 배경을 바꾸어 안무와 곡을 절정으로 끌고 갔다·
스토리 라인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그들이 와이어를 타고 잠입한 목표가 드러났다·
[Umumm uuuum um-]
진열장 안에 보관된 무언가를 들여다보는 류청우의 뚜렷한 옆얼굴이 짧게 잡혔다·
그리고 다음 장면에선 거대한 컴퓨터 앞 키보드를 두드리는 박문대의 긴 손가락 위로 화면의 블루라이트가 스친다·
검색하는 것은····
-Black Torso
바로··· 검은 토르소의 행적·
‘아·’
김래빈의 팬도 알아보았다·
탑승객이 테스타를 구하는 어트랙션의 시나리오에서 탑승객은 노골적으로 테스타의 팬으로 설정되었다고 했다·
‘그게 토르소로 표현됐잖아·’
그리고 그게 바로 선아현이 함께 춤을 추던 토르소라는 것은 이미 팬덤에 알려진 정설이었다·
즉 토르소는··· 팬이다·
‘설마····’
그리고 화면에서 검색 결과는 이미지로 드러난다·
검은 토르소였던 AI는 새로운 형태로 이곳에 보관 중이었다·
-Teddy bear
하트 쿠션을 끌어안은 작고 낡은 곰 인형·
그리고 다음 장면·
[Uuuuuuu-]
진열장을 들여다보던 류청우는 다시 와이어를 타고 천장 위로 사라졌다·
그 큼직한 손에 낡은 곰 인형이 소중히 안기도록 든 채로·
“····”
자막이 떠올랐다·
목적이 완수되었다·
[pipipipipipipi—]
그리고 배경의 실험실이 짧은 카운트다운 끝에 폭발하는 것으로 뮤직비디오는 마무리되었다·
쿵·
마치 자신의 마음처럼·
마음··· 처럼!
“····”
김래빈의 팬은 직감했다·
‘김래빈····’
내 현생은 조졌다·
그리고 그날 그 리믹스 음원까지 앨범 어플에 또 업데이트되었다·
* * *
-미쳤다
연말이면 특별 무대를 위해 곡을 리믹스하는 경우야 잦았지만 이렇게까지 각 잡고 리믹스 뮤직비디오까지 푸는 경우는 드물었다·
하물며 이렇게 파격적으로 온갖 요소를 쏟아부은 섹스어필에 팬서비스까지 가미한 컨셉이라면 더더욱·
-곰인형 러뷰어임? 곰인형 러뷰어임? 곰인형 러뷰어임? 곰인형 러뷰어임? 곰인형 러뷰어임? 곰인형 러뷰어임?
└진정해
└맞는 듯 이거 잘 확대하면 하트 쿠선에 와이어로 ‘Loviewer’ 수 놓음
└진짜 가지가지 한다 (극상의 칭찬임)
-박문대 피어싱 이어폰 뜯는 거 봤어? 나는 봤음
-유진이그나시오차는 고양이입니까 아니요 재규어입니다 아무튼 재규어임 광고 줘
잔뜩 흥분한 팬들이 온갖 SNS와 커뮤니티에서 혼잣말을 외치기 시작했다· 영업이 아니라 이미 집단 독백이었다·
물론 드물게 상식적인 응답이 돌아올 때가 없었던 건 아니다·
바로 성적 관련이다·
-ㅇ;걸 타이틀 하지! 타이틀!!
└자컨에 어트랙션 스토리까지 엮어야 이렇게 뽕이 차올라서 어쩔 수 없던 듯?
└다 빌드업이 있어서 좋은 거임ㅋㅋ진정햌ㅋ
└아니 그래도ㅠㅠ아 ㅅㅂ 아 스밍 돌리고 싶은데 리믹스라서 한계 있잖아 이런 걸 음원 1위시켜줘야 하는데 ㅅㅂ
게다가 기존 음원이 이지 리스닝에 더 가까웠던 터라 성적을 위해서는 이게 영리한 선택이 맞았다·
속된 말로 성적충들은 그렇게 이성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니 ㅅㅂ모른 척할 테니까 재컴백해 줘
-이제 성적 다 냈자나 다시 활동하라고!!!
아니 그러려고 노력했지만 망했다·
이런 센 컨셉은 호불호가 갈릴 것은 분명했으나 어차피 이미 활동도 다 끝난 상황이다· 굳이 불호를 표출하는 사람보다는 날뛰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이다·
어차피 안 될 테니까·
-제발 활동!!
그리고 거짓말처럼 응답이 왔다·
[<테스타> 방청 신청 공지]
-????
-네?
-무슨 방청이요
갑자기 공중파 음악방송 방청 신청 공지가 떴다·
아무리 생각해도 목적은 하나·
테스타가 리믹스로 활동을 한다는 뜻이었다·
-????? 뭐임
그렇게 테스타는 자체적으로 다시 활동기를 돌렸다·
-어어?
이 급발진 행동력에 이성을 잃고 활동을 외치던 팬들도 당황해 버렸다·
-아니 뭐하러? 이미지 소비만 커지는 거 아닌가?
-음방은 좀 과하다 성적 흐지부지될 것 같은데
-음원 화력 분산되면 어쩌려고ㅠㅠ
극히 뛰어난 음원 유지력은 테스타의 확실한 우위를 보장해 주는 요소였다· 굳이 팬서비스를 하겠답시고 그것을 분산시키고 무너트릴 필요가 없었다·
음원을 앨범에 업데이트하는 것 부족하면 투어 중에 콘서트 무대로 보여주는 만으로도 충분···한 거 아닌가?
‘왜···?’
테스타도 모를 것 같지는 않았는데!
그런 중에 또 소식이 들렸다·
-테스타 미국 토크쇼 출연 예고 뜸
···??
└네?
└테스타 미국 예능 출연한다고요 지금 서너곳에 떴음
-테스타 널디앤디쇼도 예고 떴는데요
└예?
└엥??
끝이 아니었다·
-얘얘들아 라임스톤에서 우리 애들 뮤직비디오 홍보한다
└????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잇는 거임
진정한 공략기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