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l Debut or Die Chapter 609

You can change the novel's language to your preferred language at any time, by clicking on the language option at the bottom left.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609화

시간을 조금 돌려 화창한 4월·

타닥·

나는 블라인드가 쳐진 회사 사무실 안에 앉아서 키보드를 누르고 있었다·

[이번 분기 납기일

-____________]

눈앞에는 임의의 엑셀 파일을 열어뒀다· 내가 작성한 적 없지만 아무튼 이 PC에 깔려 있더라고·

고요한 사무실엔 책상 칸칸이 회사 사람들이 들어서 있었고 그중에는 내게 말을 툭 말을 거는 옆자리 사람도 있었다·

“문대리 아니 박 대리님!”

남색 정장을 입은 큰세진이 씩 웃으며 직장인의 음료를 내밀었다·

“아메리카노 어떠세요? 방금 내렸는데·”

“좋죠·”

이걸 영상으로 보는 사람이 떠올릴 수 있는 의문은 하나일 것이다·

-저 커피 PPL인가?

바로 대답해 주자면 아니다· 그냥 탕비실 커피다·

‘촬영 중에 이러는 것도 오랜만이군·’

대 광고 시대를 맞은 위튜브 컨텐츠의 범람 속에서 이렇게 말끔한 민짜 텀블러라니·

나는 한입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털어 마시고 텀블러를 녀석에게 돌려주었다·

“고맙습니다· 이 대리·”

“별말씀을요~”

당연하지만 지금 우리는 자체 컨텐츠 촬영 중이다·

‘새 앨범 정장 컨셉에 맞춰서 회사원이 됐지·’

나는 내 옅은 스트라이프가 들어간 내 회색 정장을 내려다보았다·

진짜 직장인일 때도 입은 적 없는 맞춤 정장이 몸에 딱 맞았다·

이런 걸 입고 어떻게 PPL 없는 자체 컨텐츠가 가능했는지는 나중에 이야기하고··· 아무튼 간에·

그 덕분에 간접 광고 없이 리얼한 회사 생활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신나서 목표로 했다만·

“그런데 배세진 과장님 어제 회식 때 오늘 회사에서 뭔가 보여주시겠다고 했잖아요~”

“···내가?”

“네! 에이 설마 기억 안 나시는 건 아니죠?”

받아쳐 보라고 빙긋빙긋 웃는 큰세진에게 앞머리를 잘 세팅해 넘긴 상석의 배세진이 이를 악물고 답변했다·

“···그래· 기억났어· 이세진 대리가 취해서 퇴사하겠다고 소리를 질러서 퇴사 면담 보여주겠다고 했었잖아·”

“···아 제가요?”

“응·”

“잘못 들으신 것 같은데·”

“아니 맞아·”

“아닌데·”

이렇게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려 드는 동명이인 과장과 대리·

“Good morning! 저 안 늦었어요! 아직 9시예요!”

혼자 화끈한 금발 머리로 정각에 뛰쳐 들어온 차유진 주임·

“차 주임이 명문대 외국계잖아요· 그쪽 문화에서는 시간도 딱 정각에 오는 거래요·”

“그 그렇습니까?”

“그럼 어쩔 수 없지·”

“어디 나왔대요? 하버드?”

[하버드? 그런 아이비리그는 샌님들을 위한 곳이에요· 진짜 대학은 서부에 있죠·]

[제발 입 다물자· 유진아·]

제작진이 편집 고뇌에 시달릴 말도 화끈하게 하는 재주가 있다·

그리고··· 이 중에 제일 유능한 놈이 인턴인 것까지·

“Yeeees! 김래빈은 인턴이니까 저를 위해 일해요!”

“····”

“과장님 저 주임님이에요!”

배세진이 갈등하다가 설정을 위해 맞장구쳤다·

“···그래! 래빈 인턴 차유진 주임을 본받아서 열심히 해 봐·”

“예···?”

막내라 인턴이 된 김래빈이 졸지에 충격받은 얼굴로 배세진을 보았다·

콩트를 이어가려던 배세진은 힘겨운 얼굴로 그 표정을 외면하려다가····

“아니! 그냥 나랑 일해· 날 본받아!”

“···! 알겠습니다!”

실패했다·

이세진이 폭소를 참으며 자기 책상에 대가리를 박았다·

“····”

그냥··· 콩트 맞다·

‘이 와중에 리얼함?’

별 가망이 없어 보인다·

게다가 누구도 짐작 못 했을 예외 사항들도 몇 가지 있는데 말이다·

“프린트 가져왔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하하· 말씀 놓으셔도 괜찮은데요· 박 대리님·”

“····”

무려 인턴 류청우에·

“부장님 오셨습니까!”

“부장님!”

제비뽑기로 탄생한 부장님 선아현까지·

‘혼란하다·’

서열이 박살 나는 그림에 식은땀을 흘리는 녀석들이 속출 중이다·

나는 ‘인턴’이란 이미지에 어울리도록 완전히 단정하고 포멀한 검은 정장을 입은 류청우의 다음 행각들을 보며 침묵했다·

“래빈아 우리 열심히 하자·”

“예 청우 형!”

“아 우리 인턴 동기라서 편하게 말하기로 했잖아·”

“···그 그렇게 하도록 노력하겠습니 아니 노력한다!”

김래빈을 고장 냈다·

“부장님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

“가 감사합니다····”

그리고 선아현도 고장 냈다·

나는 얼굴이 시뻘게진 채로 뻐끔거리는 선아현을 보고 내심 고개를 저었다·

참고로 저 녀석이 멤버 중 마지막으로 이 사무실에 입장했을 때의 반응부터 심상치 않았다·

마치 회장이 입장한 것 같은 열렬한 환호!

“최고의 부장님!”

“멋져! 중역 회의하고 오셨대!”

“대단해요! WOW!”

저 녀석 얼굴이 터지는 줄 알았다·

“문대리 문대리 그거 알아? 선아현 부장님이 사실 회장님의 숨겨진 손자····”

“그만·”

“넹·”

선아현이 졸도하기 전에 이 설정은 끊어주었다·

그러고 나니 나는 필연적으로 하나를 깨닫는 것이다·

‘여기서··· 진행을 맡을 만한 놈이 나뿐이냐·’

모두가 설정에 끌려다니는 개판·

나라도 끊어줘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런 식이다·

“Hmm 제 생각엔 청우 형 인턴이 일 잘해요!”

“맞아~ 우리 회사의 기둥이지·”

“···인턴이?”

배세진의 떨떠름한 되물음에 두 놈이 폭주했다·

“방금 배세진 과장님 인턴 차별 말했어요!”

“채용형 인턴이라 전환될 수 있다면서요! 흑흑! 우리 류 인턴 불쌍해서 어떡해!”

“아 아니···!”

머릿속에서 ‘ㅋㅋㅋㅋㅋ’가 난발하는 댓글 반응이 떠오르긴 했으나 나는 배세진이 침몰하기 전에 구해줬다·

“기둥 이야기 나와서 말인데 우리 부서의 이번 분기 목표는 뭔가요·”

“아···!”

드디어 제대로 된 회사원 설정에 들어간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배세진이 얼굴이 좀 밝아지더니 얼른 화이트 보드 앞으로 옮겨 갔다·

물론 착각이다·

나는 이세진이 무려 선아현 부장에게 속닥거리는 꼴을 보았다·

“이렇게 똘똘한 질문이라니 역시 문대리가 우리 회사의 기둥이야· 그렇지 않습니까 부장님?”

“으응!”

“····”

직급이 아주 그냥··· 물이다·

진짜 회사 생활에서라면 어림도 없었을 괴풍경이 펼쳐진다·

‘심지어 은근슬쩍 박 대리가 아니라 문대리라고 부르고 있네 이놈들·’

진정한 의미의 가족 기업이긴 하군····

뭐가 진정한 윗사람의 행동인지는 나도 대리밖에 안 달아봐서 모르겠지만 말이다·

“우리는··· 그렇지· 그 AI를 개발하는 회사잖아·”

확실한 건 배세진이 무리수를 던져서 웃기다는 점이다·

나는 녀석이 화이트보드에 그리는 오묘한 동그라미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그건 뭔가요·”

“···AI 어시스턴트 기기인데·”

“아·”

“그 그렇군요···!”

나는 이세진이 도로 자기 책상에 머리를 박고 어깨를 들썩이는 걸 외면했다·

그리고 외면의 대가는 혹독했다·

얼토당토않은 ‘만능 AI 개발 아이디어 토론회’ 이후·

“문대리가 책임지고 진행하겠대요·”

“와!”

나에게 화살이 돌아왔다·

“제가····”

“우리 회사의 기둥!”

“····”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아 맞아· 문대리님께서 아까 자리에서 엑셀도 작업하셨죠·”

“····”

나는 현실에 순응하기로 했다·

‘현실성이 없으니까 웃긴 거다····’

떨떠름한 기색을 숨기지 않으며 나는 한숨과 함께 내 자리에 가볍게 앉았다·

이제 내가 이야기 지어낼 차례인가·

“이게 그 엑셀 파일인가요?”

모른다·

“그렇습니다· 일단 목표 설정을 하죠·”

사기 치는 기분으로 아까 전 엑셀 파일을 열어서 입력하기 시작했다·

‘콩트가 그렇지 뭐·’

커서를 대자 날짜 입력 칸이 뜨더라·

[이번 분기 납기일

-____년___월___일]

“저는 6월 18일이 어떨까 하는데요~?”

“그렇군요· 데뷔··· 아니 왠지 특별한 기념일 같은 날짜입니다!”

오냐·

‘팬들이 재밌어하겠군·’

나는 녀석들의 말대로 심드렁하게 입력하기 시작했다·

[이번 분기 납기일

-20XX년 06월 18일]

그렇게 입력하고 결과값이 도출된 그 순간이었다·

픽·

순간 모니터가 깜박이더니·

“아·”

툭·

내 손등에 액체가 떨어졌다·

차가움에 고개를 들자 천장에서부터 누수된 듯 베어 떨어지는 물방울이 보인다····

피였다·

“···!!”

“문대 너 손!!”

···알았는데도 놀랐다·

‘이렇게 등장하는군·’

나는 식겁하며 내 팔을 뜯으려 드는 멤버 놈들에게서 팔을 빼내어서 휴지로 닦아냈다·

“토마토 주스 아닐까요·”

“Ooooh··· 저 먹어봐요?”

“미쳤어?”

실제로야 물엿을 이용한 식용 색소겠지만 아무튼 누가 봐도 피를 노린 것 같은 연출에 모두가 기겁한 상황·

천장을 본 류청우가 빠르게 지시했다·

“잠깐만· 차유진 주임님· 왼쪽에 있는 장대 보이시죠? 써봅시다·”

“Yeap·”

차유진은 ‘아닛 인턴이 주임한테!’ 같은 콩트도 순간 잊었는지 단번에 류청우의 말대로 왼쪽 구석의 장대를 들어서

투퉁·

피 묻은 천장의 실외기 패널이 열리며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던 것이 붉은 물방울들과 함께 툭 떨어지며 대롱대롱 매달렸다····

“···!”

끈적끈적한 붉은 딱지가 붙은 그것은

“달력?”

그렇다·

그것도 옛날에 썼던 한 장씩 뜯어 쓰는 벽걸이형 달력이다·

멤버들은 그 주변에 우르르 몰려가서 차마 가까이 붙진 못하고 그 달력을 둘러쌌다·

그리고 일제히 외친다·

“7월?”

[7월(July)]

달력은 앞 달 페이지들이 다 뜯긴 채 7월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4월인데····”

순간 섬뜩함에 콩트가 사라졌다·

“···우리 이거 설정이 7월이었던가?”

“그러기엔 저희가 착용한 의복이 하계용이 아닙니다····”

“잠깐만요·”

나는 PC를 보았다·

이제야 왼쪽 구석 하단에 표기된 시간이 보였다·

오전 10:07

20XX-07-07

“7월 7일·”

“···!”

그 순간· 다른 멤버들도 황급히 자신의 PC로 뛰어가서 시간을 확인했다·

“저도 7월 7일이에요·”

“나도···!”

순간 침묵이 흘렀다·

“그럼··· 오늘은 7월 7일인 겁니까?”

“그런 가···?”

나는 그 말에 참여하는 대신 천장에 매달린 달력을 다시 돌아보았다·

그 날짜들을·

“···문대 형?”

“그래도 이상해·”

“예?”

나는 달력에서 7월 7일을 가리켰다·

빨갛게 표기된 제일 왼쪽의 숫자·

“오늘은 일요일이다·”

“···!!”

휴일·

회사에 출근하지 않는·

“····”

배세진이 떨리는 눈으로 입을 열었다·

“그럼 우린 왜 회사에 있는 거지···?”

여긴 어디인가·

테스타의 오싹하고 기묘한 회사 탐방기는 그렇게 시작했다·

* * *

그리고 다시 5월·

화면 속에서는 선공개 영상이 끝나고 예고편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다음 이야기]

[이세진 대리 : 부장님 아침에 회의 갔다 오셨잖아요· 혹시 거기서 이상한 일 없었나요?]

[선아현 부장 : 으응··· 딱히·]

[박문대 대리 : 구체적으로 무슨 이야기 나누셨죠?]

[선아현 부장 : ···그게·]

화면에서 침묵이 흘렀다·

[무서운 정적]

그리고 실시간 반응이 폭발 중이다·

-어차피 설정뿐인 회의였을텐데 기억 안 나는 것 같은 효과 개무섭네

-ㅅㅂㅅㅂ 뭐야

-아 스릴러 개좋아 엄청 쪼는 거 보소

“이건 진짜 좀 무서웠는데·”

“그러니까요!”

-엑셀 작성한 적 없는데 아무튼 컴퓨터에 깔려 있었다는 문대 인터뷰 이제 보니 소름;;

-이거 꽁트 아니잖아···ㅠㅠ

-웃다가 갑자기 웃을 수 없게 됨

“오오 반응 좋다·”

“시작이 괜찮죠?”

[과연 테스타 부서의 7월에는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마지막 예고편 자막까지 다 시청한 테스타 녀석들이 손바닥을 쳤다·

If you have any questions, request of novel and/or found missing chapters, please do not hesitate to contact us.
If you like our website, please consider making a donation:
Buy Me a Coffee at ko-fi.com
Debut or Die

Debut or Die

Debut or Die, I'll Die If I Fail to Debut, If I Fail to Debut, I’ll Get a Killer Disease
Score 9.4
Status: Ongoing Type: Artist: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A student who was preparing the Civil Service examination for 4th year, suddenly he found himself in an unfamiliar body 3 years ago. As well as a status window displaying a threat in front of his eyes! [Outbreak!] [Status Abnormality: ‘Debut or Death’ Occurs!] A diary about the transformation of the main character, who was suddenly challenged to be an idol even though he has never been in the industry before due to sudden threat of death. ※Speciality: He used to take and sell idol’s data.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