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605화
며칠 전·
“역시 가장 분량 받기 좋은 건 랜덤 플레이 댄스죠·”
“으음·”
테스타는 옹기종기 모여서 소속사 단체 MT 촬영에 대비하는 마음가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었다·
“초반에는 뒤에서 적당히 맞추다가 후반에서 갑자기 다 같이 치고 나와서 멋지게 빡! 어때요?”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잘해도 멋질 것 같긴 한데·”
“어느 쪽이든 안무를 잘 알아야겠네·”
류청우의 정론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차유진은 해맑게 말했다·
“그런데 저 다른 사람들 안무 잘 몰라요!”
나는 나 좋은 것만 듣는다는 선언이었다·
‘응· 그럴 줄 알았다·’
김래빈은 그 와중에도 엄중히 조언했다·
“지금부터 연도별로 정리해서 빠르게 습득하도록 해·”
차유진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래도 김래빈보단 잘 알아요!”
“···! 내가 청취하는 KPOP의 범위가 너보다 훨씬 넓은데 상식적으로 내가 더 잘 알····”
“내가 춤 더 잘 춰!”
허허허·
이제 멤버들은 김래빈과 차유진이 싸우는 것을 화목한 얼굴로 허허롭게 쳐다보았다·
박문대도 평화롭게 그 모습을 구경이나 하다가 결국 두 녀석이 ‘그럼 같이 연습할 때 두고 보자 누가 더 잘하나’ 같은 소리를 할 때쯤 끼어들었다·
“그런데 우리가 같이 연습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예?”
박문대는 얼빠진 김래빈의 되물음을 들으면서 찬찬히 다른 멤버들까지 모두 둘러보며 말했다·
“임팩트를 최대한 살리려면 너무 맞춰도 안 좋긴 하거든요·”
“···?”
“짜고 치는 리얼리티 예능은 재미없잖아요·”
“아!”
몇몇 멤버가 고개를 끄덕였다·
몇 년 전부터 릴레이댄스 등의 컨텐츠까지 빡세게 순서와 대형을 맞춰 오는 게 관행이 된 상태긴 했다·
‘상향 평준화된 거지·’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평준화·
‘안 맞췄는데도 잘하는 개인들끼리 있으니 우연이 딱딱딱 맞아떨어지며 새로운 매력이 나온다’라는 돌출된 최상타보단 무난한 선택이란 뜻이었다·
원래 몸에 숙달되어 있는 연습량 습관처럼 베인 능숙함과 끼가 우연히 딱 맞는 그림을 만들 때의 시너지가 최고였다·
‘그건 단기간에 되는 게 아니니 모험하지 않고 그냥 빡세게 준비해 버려서 문제지만·’
게다가 예능 속 미니게임의 화제성을 노리고 이 악물고 준비해 왔다는 건 ‘부담스럽다’라는 평을 받을 위험도 있었다·
“이런 건 자연스러움이 관건이거든요·”
“흐음·”
멤버들은 잠시 생각에 잠겼으나 곧 어깨를 으쓱했다·
“문대 말이 맞긴 하네요·”
“으응·”
박문대의 리스크 통찰력은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그럼 저희 각자 좋아하는 걸로 알아서 열심히 준비해 볼까요?”
가만히 보던 이세진이 씩 웃으면서 덧붙였다·
“그러다가 자기가 이 곡을 했다면 맡을 것 같은 파트의 동선도 참고하면 더 좋고요·”
“오오·”
“Goooood·”
멤버들이 따라서 씩 웃었다·
각자 알아서 준비한다·
좋아하는 안무 하고 싶은 안무 위주로·
“그러다 ‘우연히’ 합이 맞으면 대형도 맞추는 거죠·”
“과연!”
박문대의 믿음직스러운 발언에 모두들 히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를 신뢰하는 믿음!’
그렇게 테스타는 그것을 마음에 품고 각자 알아서 틈틈이 자투리 시간마다 열심히 준비했던 것이다····
문제는··· 팀 구성이 이렇게 다 찢어질 줄 몰랐다는 것이지만!
“자 <랜덤 플레이 댄스>!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팀에게 점수와 밥차가 주어집니다!”
“····”
테스타들은 동공을 떨며 서로를 돌아보았다!
사실 각 그룹의 인원이 모두 소속되어 있기에 누가 이기든 밥차를 타갈 수 있는 인본주의적인 구조라는 것은 거의 눈치채기 힘들었다·
“과연 누가 밥차를 그룹에 승리를 팀에게 안겨줄 것인가!”
“오오오!”
각 팀의 티홀릭이 선동했기 때문이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 우리 팀에 댄스 멤버들이 많네!”
“색만 봐도 우리가 가장 똑똑한 팀이야· 얘들아· 이건 다 순발력 싸움 아니겠어?”
“배세진 팀장님! 우리 파랑배에 오더를 내려주세요!”
“예? 그게····”
팀별로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분위기· 실시간 댓글 반응도 어느새 티홀릭의 몰이에 휩쓸리고 있었다·
-왘ㅋㅋㅋ
-밸붕 팀 하나 보이는데 착각인가
-나름 팀마다 특징 확실한데?ㅋㅋㅋ
-초록팀 유일한 댄스멤 박민하 레츠고
그리고 박문대는 자신의 노란 꼴찌팀을 돌아본 후 이 게임 직전에 황급히 진행했던 테스타 임시 회의를 떠올렸다·
이렇게 된 이상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서로 진심으로 죽이죠·
-···?!
살벌하게 이기려고 들자는 뜻이다·
‘한 놈이라도 먹자고·’
명장면을 테스타 멤버가 가져가자!
“내가 나름 리드댄서였거든? 나만 믿어 얘들아·”
“예!”
티홀릭 하진태가 노랑팀을 격려하는 목소리를 들으며 박문대는 다시 다짐했다·
‘만만한 녀석들이 아닐 거다·’
이 팀만 해도 사실상 센터 모임이나 다름없었다· 정율기 권희승 수아····
그리고 VTIC의 센터 진채율까지·
센터란 보통 다들 댄스 포지션이다·
그것도 눈에 띄는·
‘하진태도 꽤 하나 보군·’
박문대는 날카롭게 추측했다·
그리고····
“<해바라기> 노랑팀~ 주장 하진태 탈락!”
“앗·”
하진태 포함 티홀릭은 거짓말처럼 5회 내로 전원 탈락했다·
‘사유 : 요즘 노래 모름’이었다····
-조장 대거 탈락
-최신 케이-팝을 안 들으신다는 김마틴씨 이제 릴스에 이상한 발라드 깔지 마시고 케이팝을 들으십시오
-하진태 춤 창조하는 거봨ㅋㅋㅋㅋㅋㅋㅋㅋㅋ
-괜찮아 쟤들 얼굴은 아직 아이돌임
···나름대로 강렬한 임팩트가 있었다·
‘저것도 전략인가·’
웃기긴 했다·
“자자 응원합시다·”
이제 티홀릭은 맞은편에 옹기종기 앉아서 감독처럼 매의 눈으로 자신의 팀원들을 격려하며 남의 팀원들을 잡아내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 누가 탈락····”
“····”
“····”
“안 하는데요·”
그렇다·
-??
-왜 류청우도 잘하는데
-너희 짜고 왔어?
-이거 혹시 티홀릭 깜카인가
류청우처럼 딱히 타그룹이나 유행에 관심 없을 것 같은 이미지의 멤버까지 천연덕스럽게 잘하는 테스타는 그렇다고 치자·
문제는····
-와 이쪽도 탈락 안 해ㅋㅋㅋ
“···!!”
랜덤 플레이 댄스에 주목한 것은 테스타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미리내가 두각을 나타내려면··· 그래! 여기서 남돌 춤 멋지게 추면 어떨까?’
‘아 우리 형들 이름이라도 한 번 더 알려주려면 여기서 무조건 파이널 멤버 남겨야 해!’
다들 알았다· <랜덤 플레이 댄스>가 가장 조회수가 잘 나오는 컨텐츠라는 것을·
그리고 이 야망 넘치는 아이돌 출연진들은 하나같이 아닌 척 예상곡들을 연습해 온 것이다!
‘동태눈깔이 하나도 없냐·’
서바이벌 출신다운 독기!
심지어 말랑달콤도 안 떨어졌다· 자신들의 리액션 위튜브 채널에서 하도 ‘최근 유행하는 케이팝’을 많이 본 덕이라고 한다·
결국 티홀릭은 입을 떡 벌렸다·
“···혹시 너희 밥 먹고 케이팝만 추니?”
“하하하·”
“좋아하니까 직업이죠!”
-자랑스럽다 얘들아
-이게 바로··· 케이팝 1군들?
-나 가슴이 뛰어
천연덕스러운 말에 감동하는 실시간 시청자들을 보며 작가들은 웃음을 참았다·
물론 다들 아는 노래만 나올 수는 없는 법·
그래도 모르면 모르는 대로 어떻게든 따라 추면서 따라간다·
대충하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10라운드를 진행할 동안 탈락자는 고작 사분지 일 수준!
-개꿀잼
-와 현직 1군 아이돌들이 하니까 진짜 다르긴 하넼ㅋㅋ
-너무 재밌다 얘들아 즉석에서 삼각형 대형 무슨 일이냐고 소름돋음ㅋㅋㅋ
거기서 박문대는 다시 한번 직감했다!
‘탈락을 안 하는 건 더 이상 문제가 아니다·’
거긴 예선이었다·
이 사이에 어떻게 임팩트 있는 장면을 뽑아내는가·
이제 그 레벨이었다!
-케이팝 팡인들의 대격돌
-노란팀 너무 귀여운데 제발 한 번만 다 같이 앞으로 나와주라ㅠㅠ
-채율이 마법소년 감사합니다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직캠 좀
-주단이 너 왜 그 곡을 알아··?
그는 흐름에 집중했다·
<랜덤 플레이 댄스>는 출연자들의 히트곡들로 시작되어 점차 출제 범위를 넓혔다·
-이거 미리내 데뷔곡!!!
-헐 행차
-산군 틀어주신 분 복 받으실 겁니다
-방금 곡 좋은데 스페이서임??
-티홀릭 다 떨어졌는데 티홀릭 곡 실화냐곸ㅋㅋㅋ미친ㅋㅋㅋㅋㅋㅋ
‘이렇게 히트곡이 많은 소속사가 바로 우리입니다’라는 위상 홍보용 라인들!
모든 출연자가 예측하고 예습해 온 안무들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 슬슬 소속사 홍보 레파토리가 끝나면····
-이거 틱택톡 픽이네ㅋㅋ
-아 이거 아 제대로 아는 출연진 한 명만 제발
본격적으로 최신 히트곡 오래된 히트곡 그리고 인상적인 안무가 있는 곡들이 쏟아진다·
평소에 이 아이돌 출연진들과는 별 인연이 없어서 본격적으로 커버하는 걸 볼 수 없는 곡들!
-이런 걸 기다렸어 진짜ㅠㅠ
-제발제발 첫사랑 하트곡 좀 틀어줘
시청자들은 더 기대감에 차서 흥분한 채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탈락자가 발생하는데····
테스타의 첫 탈락자는 이분이었다·
-미친 차유진
다만 호락호락 탈락하진 않았다·
-ㅅㅂㅅㅂㅅㅂ
-돌았나
[Show me up]
묵직한 일렉·
서양권 틱택톡에서 유행하던 안무 챌린지 곡이 흐르자마자 홀로 맨 앞 센터로 순식간에 치고 나온 것이다·
“···!!”
그리고 짐승처럼 강렬하게 해당 힙합 무브를 자기식 대로 재현했다·
“이제 잘 몰라요!”
그리고 다음 라운드에서 모르는 곡이 나오자 대충 뒤에서 뭉개는 대신 미련 없이 자진 탈락해 버렸다·
아주 인상적인 컷이었다·
“Good bye!”
그야말로 명장면!
-찢었다
-이게 바로 스타-성인가
-한번 사는 인생 차유진처럼
‘훌륭하다·’
박문대도 내심 후한 점수를 줬다· 차유진은 아주 알맞은 타이밍에 스포트라이트를 훅 끌어다 쓴 것이다·
‘나도 저래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기회를 기다렸다·
기회는 머지않아 왔다·
[이제는 궁금해 내 옆자리
네 Heartbeat은
지금 누구에게 뛰는 건지]
“···!!”
-미친
-아 이거 개궁금해
간질거리는 혼성의 목소리·
바로 연애 리얼리티로 엄청난 어그로를 끌었던 신인 혼성그룹 헤일로 하임의 곡이었다!
그 순간·
-???
-헉
댄스 멤버도 아닌 박문대가 갑자기 박차고 센터로 나왔다·
다만 혼자가 아니었다·
-???
첫판부터 제작진과 티홀릭의 감탄을 이끌어냈던 한 출연진·
그도 동시에 앞으로 치고 나왔다·
쟁쟁한 아이돌 멤버들이 모인 여기서도 초반 센터 분량을 싹 쓸어간 에이스·
바로····
“세진아 가자!”
테스타의 안무 팀장 이세진이다·
-아ㅏㅏㅏㅏㅏㅏ
-설마
-가자가자가가자!!!
그는 이미 탈락한 같은 파란 팀인 티홀릭 윤의 응원을 받으면서 웃으며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팔을 펼치며 쭉 돈다·
[이 떨림은 아직 Only in my heart
태연하게 굴 수 있어]
“···!”
그는 박문대의 파트를 스캔하더니 바로 맞춰서 추었다·
마치 파트를 나눠 연습한 것 같이 보였으나 그게 아니다·
서로 마구잡이로 남녀 파트가 섞여 있었으니까!
-대박
-이게 왜 맞아????
사실 남자와 여자 파트 중 자신이 잘 살릴 만한 것만 묶어서 익힌 박문대를 보고 적당히 이세진이 자신의 파트를 바꿔가며 맞춰준 것이다·
실시간 순식간에 확인하면서 말이다·
덕분에 진짜 커버 안무처럼 완성도가 높아졌다·
-미친
그리고 포인트 안무로 한 사람은 앉고 한 사람은 서서 카메라를 향해 큐피트의 화살을 형상화하는 것까지!
페어 댄스를 대형까지 맞춰가며 소화하는 모습에 사람들은 비명을 질렀다·
-개잘해
-너희 이러면서 노니··?
-그렇지만 박문대 너는 메인보컬이잖아··
“으아아아! 진짜 팽팽한 대결! 와!”
‘됐다·’
박문대는 곡이 끝나는 순간 터져 나온 티홀릭의 반응과 제작진들의 표정을 보며 만족했다·
심지어 자신들을 보고 눈치껏 미리내 성하린이 박민하를 잡고 자신들도 페어 안무를 춘 덕에 중반부턴 다른 사람들까지 적당히 페어를 잡아서 췄다·
센터에서 분위기를 제대로 띄운 것이다·
“와 진짜··· 내가 왜 흥미진진하냐·”
-인정
큰세진과 일부러 서로 노려본 후 자리로 돌아가며 박문대는 씩 웃었다·
‘이제 잘 모르겠으면 탈락하는 편이 이 컷의 이미지가 더 선명하게 남겠군·’
분량 확보했다·
혹시라도 밍기적거리며 억지로 생존하면 앞의 임팩트로 흐려진다· 단언컨대 미련 없이 탈락한 차유진의 본능적인 선택이 옳았다·
‘각 잘 보자·’
하지만 그 다다음 곡이 흘러나오는 순간·
그는 또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다·
-왔다
-박문대
-박박문대
-와라 문대가또
‘이건 가야지·’
[아 나도 그래! 널 좋아하는걸~]
말랑달콤의 불후의 명곡·
이었으니까!
“와아아!”
“화이팅!”
탈락한 말랑달콤들의 폭소 섞인 응원을 들으며 그는 다년간 숙달된 조교의 솜씨로 오프닝을 준비했다·
이건 누가 봐도 자기 먹으라고 깔아준 판이었으니까·
그런데·
-헉?
후렴에서 청려가 웃으면서 나오더니 살짝 박문대를 보고는 맞춰서 움직이는 것 아닌가·
그런데 자신과 방향이 달랐다·
“···!”
[POP! POP!
넌 나의 Popcorn~ (Oh Yeah!)
내 맘을
CON CON CON CON
Control해~]
바로 미러 버전!
완벽한 대칭 댄스였다·
‘이 미친놈이·’
심지어 미러 안무가 안 예쁠 때는 박문대에게 센터 파트를 다 주고 본인은 사이드 파트만 철저히 해주는 배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잘하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같은 팀이냐고
-왜 보조해 주는 건데!!
기가 막힌 그 솜씨에 폭소와 감탄이 혼란스럽게 터져 나왔다·
아까 페어 댄스 때와는 달리 이건 정말 상대 팀에 맞춰주는 것에 가까웠다!
게다가 노래가 끝난 순간 청려가 차분하게 웃으며 한 인터뷰까지·
“선배님들 노래니까요· 예전에 월말 평가 때 해본 적이 있거든요·”
“그걸 기억한다고?!”
-대박
-몇 년 전이야 그게···
-기억력 미쳤나;;
태연해서 더 인상적이었다·
-대체 뭐임?
그리고 그때부터 청려는 자연스럽게 더 앞으로 중앙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무의식중에 집중하게 된 사람들은 그 움직임을 살폈고 깨달았다·
모든 동작이 완벽했다!
마치 숙달된 자기 안무처럼 말이다·
-아니 근데 청려 진짜 잘하는데
-신재현 아까부터 계속 뒤에서 자기 파란 팀원들 중에 댄스 멤 아닌 사람들 따라 출 수 있게 대놓고 해줌 미친···
-리더짬 오졌고
-ㅅㅂ 아니 이 오빠 이걸 어떻게 다 아냐고욬ㅋㅋㅋㅋ
-재현아 넌 정말 데뷔할 때랑 변한 게 없구나 이 케이팝 팡인아
박문대는 그 순간 깨달았다·
‘이걸 노렸네·’
청려가 직전까지 MT 촬영에서 보였던 그 얌전하고 모범적인 모습·
그건 이 장면의 임팩트를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이 랜덤 플레이 댄스에서는 같은 태도지만 맑은 눈의 광기에 가깝게 완벽한 안무를 보여줌으로써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본업에선 탈인간적으로 잘한다’라는·
벌써 자막이 눈에 선했다·
두 모습 사이에서 나오는 이 간극이 아주 또렷하게 보이며 캐릭터와 실력의 매력을 극대화할 것이다·
‘아 망할·’
박문대는 내심 혀를 차면서도 그래도 해볼 만한 상황이라고 느꼈다·
테스타에도 미친 케이팝의 안무자판기가 있지 않은가·
‘그냥 이세진이랑 용호상박하게 맡기면····’
“····”
잠깐만·
그는 깨달았다·
이세진과 청려가 달고 있는 끈의 색이 똑같은 파란색인 것을·
그래서 정신을 차리게 됐다·
‘···탈락하면 안 된다!’
혹시라도 저 둘만 남으면 경쟁 구도가 안 잡힌다· 같은 팀이니까!
그리고 편집상 후발주자로 치고 온 청려의 서사가 좀 더 매력적으로 보일 게 분명했다·
파랑팀 승리의 메인 서사를 저놈이 그냥 훅 가져갈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세진이 더 활약할 판이 필요했다·
‘하지만··· 우리 중 다른 멤버가 구도를 맞추기도 애매하다·’
남은 테스타 댄스 라인인 선아현은 애초에 케이팝 노래들을 잘 모르고 지금까지 버틴 건 반쯤 카피 덕에 가까웠다·
완전히 중앙 앞으로 치고 나와서 자신 있게 출 기회가 미지수라는 뜻이다·
그럼 청려를 제대로 견제할 수 없으니··· 결국 이런저런 경우의 수를 고려하면 다른 이중 백업은 필수·
‘···내가 남아서 저놈들의 비교군이 되어줘야 한다?’
잠시 고민한 그는 빠르게 이세진과 시선을 교환했다·
그리고 결심했다·
‘가자·’
어떻게든 청려를 견제하고 팀 경쟁전 나눠 먹어야 했다!
···그리고 여기 이 모든 꼴을 뒤에서 오묘한 얼굴로 보는 출연진도 있다·
‘···나 이대로 있어도 되나·’
바로 배세진이었다·
-???
-아니 햄찌 당신
-언제부터 거기 있던 거임ㅋㅋㅋㅋㅋ
그리고 몇몇 눈치챈 댓글들의 질문에 실시간으로 대답하자면····
“다들 대놓고 추셔서 그냥 따라 췄는데요····”
-아
-앗
같은 팀의 멤버들의 미친 열정 덕이었다·
청려 이세진 성하린 삼인방의 묘기 같은 순간 안무 대행진을 그냥 따라 추기만 하면 됐던 것!
그리고 배세진은 잘 추고 눈에 띄는 게 목적이 아니라 그저 그룹에 폐만 안 끼치면 된다는 생각에 앞으로 안 나왔었다·
과열된 나머지 퀄리티 있게 못 추는 사람은 자진해서 나가 버리는 이 판에 유일하게 남은 카피머신·
배세진은 졸지에 스텔스 모드로 살아남은 것이다!
-가자
-가자 배햄찌!
-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
“아~ 응원의 글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
그사이 랜덤 댄스는 클라이맥스를 향해 치고 올라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