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602화
모든 팀 출연자를 다 찢어서 4팀으로 나누겠다!
파격 선언을 한 티홀릭은 정말 입을 잘 털었다·
“원래는 다섯 팀이라는 애매~한 숫자가 나올 뻔했는데··· 마침 우리 멤버가 하나 빠져서 딱 됐죠?”
“그렇지·”
“영화 찍으러 간 배신자는 등신대도 세워주면 안 된다니까·”
‘티홀릭 멤버가 혼자 예능에 불참하면 당하는 일·txt’ 따위로 인터넷에 떠돌 것 같은 상황을 잠시 감상하고 나면·
“자 그럼 다들 팀을 정해봅시다!”
이젠 정말로 기존 팀 다 찢어놓는 시간이 오는 것이다····
“한 그룹 멤버만 많은 팀이 나오면 또 안 되잖아요? 저희가 다 고려해서 아주 공평한 방식을···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제작진이 그룹마다 돌아다니며 웬 포스터를 나눠주었다·
“바로 심리 테스트!”
“넹?”
“같은 답을 고르는 사람들? 바로 팀 결성입니다!”
“서로 잘 맞는다는 단서랄까?”
고전적이군·
“아! 인원수가 4의 배수 아닌 그룹들을 위해 선택지마다 고를 수 있는 사람 숫자도 제작진들이 미리 정해놨다 얘들아! 괄호 안에 보면 돼!”
얼씨구·
나는 한숨을 쉬며 포스터 속 질문을 읽었다·
그래도 나름대로 주도면밀한····
[Q· 와! 오솔길을 걷다가 표지판이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외국어라 읽을 수 없네요ㅠㅠ 어느 쪽을 따라갈까요?☜☞]
-1· 파란색 (2명)
-2· 초록색 (2명)
-3· 노란색 (1명)
-4· 빨간색 (2명)
“····”
단서··· 이딴 게 단서?
“그냥 좋아하는 색 고르기 같은····”
“어허! 다 깊은 뜻이 있어 얘들아!”
저 새끼들은 귀도 밝네·
“어이쿠! 당연하죠 형님!”
“그 깊은 의미를 저희가 한번 제대로 추측해 보겠습니다!”
“그렇지~!”
이빨 까고 있네·
하지만 여긴 다 예능 짬이 찬 녀석들답게 포스터에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느 색 표지판을 따라야 답인가!
“RED!! 저는 빨간색이에요· 저 머리도 빨강 많이 해요! 좋은 징조예요·”
“오~ 오케이·”
배세진이 숙덕였다·
“하지만 빨간색은··· 위험 및 주의 표지판 아니야?”
“···좋을 대로 하게 둡시다·”
그렇게 차유진은 첫 타로 빨강을 잡아들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남은 빨간색은 선아현이 골랐다·
“···??”
“그 우리··· 인트로 곡 후렴구가 생각나서!”
“아하·”
-Red is yours···· Your color your name·
자동으로 머릿속에서 재생되는 코러스와 함께 볼을 붉히며 말하는 녀석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솔로곡 애착 인정이지·’
“Oh 맞아요· 사실 저도 그래서 골랐어요·”
“거짓말이잖아!”
“유진아 한국엔 거짓말하면 엉덩이에 뿔이 난다는 속담이 있어·”
“That’s cool· 왜 거짓말하면 멋진 일 일어나요?”
“····”
모두의 말문이 막혔다·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좋을 대로 하게 둡시다·”
“응·”
그리고 멤버들도 각자 고심 끝에 온갖 이유를 붙이며 표지판 색을 하나씩 골라가는 가운데 내게도 질문이 돌아왔다·
“문대문대는 어디 가고 싶어?”
“난 그냥 남은 거 가져가도 괜찮은데····”
“에헤이! 그런 게 어딨어!”
“그래· 원하는 거 골라야지 문대야·”
열화와 같은 예능 성원에 나는 목 뒤를 문지르며 결국 하나를 잡았다·
“그럼··· 노란색이요·”
“웰시코기니까?”
“강아지라서?”
진심인가?
“제 첫 염색 머리잖아요·”
“아하~”
“저 어울려 문대야···!”
오냐·
나는 박수 속에서 노란색을 잘 골랐다·
음 사실은 말이다·
노란색만 인원수가 하나인 것도 영향을 좀 미치긴 했다·
‘혼자 떨어지려면 나 아니면 큰세진이지·’
낯설고 안 친한 녀석들 사이에서 적당히 선 지키면서 방송용 티키타카를 창조해낼 만한 놈들이 가야 하지 않겠냐·
근데 큰세진은 왠지 파란색을 고르고 싶어 하는 눈치였거든·
“으음· 그럼 난 파란색 할까? 왠지 바닷가가 나올 것 같은 느낌이라 좋은데~”
역시·
어쨌든 그렇게 각자 색을 골라 손을 들면 제작진이 천을 준다·
그럼 그걸 각자 구미에 맞춰서 머리든 허리든 가슴이든 대충 묶고 펄럭이는 색색의 깃발을 향해 이동하면····
내가 고른 노란 깃발 앞에는 이미 두 명이 서 있다·
“와! 문대 씨!”
“오오~”
나는 눈을 깜박였다·
달려온 VTIC놈은··· 함박웃음을 볼 터지게 짓고 있는 진채율이었다·
오·
“문대 씨도 노란색 좋아하는구나!”
“예··· 그렇죠·”
그리고 옆 놈은 노란 끈을 머리에 두른 티홀릭 하진태·
“리더의 상징· 햇살이지·”
“····”
“···사실 마틴이 정열의 상징이라고 빨간색을 먼저 가져갔거든·”
오냐·
그리고 나 다음으로 온 사람은····
“와!! 우리 팀 진짜 세 보여!”
미리내의 정율기·
“대박! 문대 형님? 아 쥑이네요!”
그리고 골드 2··· 스페이서 권희승·
“····”
“우리 구호 만들까요? 이야아 너무 신나는데!”
“좋죠! 우리 선배님 후배님 혹시 하고 싶은 거 있으십니까!”
“와아아 저는! 해바라기 같은 거였으면 좋겠어요! 예쁘고 크고 맛도 좋고!”
“해바라기? 와 너무 좋은 생각이세요 정율기님!”
“감사합니다 채율 선배님! ···와아아! 말랑달콤 수아 선배님이 오셨어요!”
“우와!”
“안녕하세요!”
당혹스럽다·
‘대체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와’를 열 번쯤 들은 것 같다·
흡사 레크레이션 중인 유치원 선생님들을 모아놓은 것 같은 이 분위기는 뭐란 말인가·
나는 하나 같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인간들을 보며 아연한 기분이 들었다·
더 무서운 건 하나 같이 자본에서 나오는 미소가 아니라 진심이라는 점이다·
“혹시 MBTI 다들 어떻게 되세요? 저는 ENFP!”
“헐 저도요!”
“나돈데!”
노란색· 그냥 큰세진을··· 줬어야 했나·
“잠깐만·”
하진태가 갑자기 면면을 둘러보더니 진지한 얼굴로 턱에 손을 댔다·
“이렇게 잘 맞다니 우리 팀··· 1위가 운명 아닐까?”
“···?”
“서바이벌 1등들이 모인 팀이잖아!”
“허어억!”
미리내 정율기와 골드2 권희승이 비명을 지르며 자신들과 나를 돌아보았다· 눈이 초롱초롱하다·
···호응해 달란 거냐?
‘···는 무슨·’
나는 순간 동요하려던 대가리를 정신적으로 후려치고 이성을 잡았다·
“옛날 일이고 서바이벌에 출연하신 적 없는 분도 많은데요 뭘·”
“에이·”
하진태가 속삭인다·
“나랑 채율이는··· 팀에서 가장 발언권이 좋은 멤버잖아·”
“···?”
“수아 씨도 그렇죠?”
“아 그런··· 것 같기도요!”
팀 내 쫄보 및 울보로 유명한 말랑달콤 멤버가 해맑게 대답했다·
-ㅋㅋㅋㅋㅋㅋㅋ
-진태야 정신차려
-서바이벌 1등과 그룹 내 몰이담당으로 이루어진 노란팀 가슴이 웅장해진다
“····”
예상 반응이 서라운드로 떠오르는데 어떻게 생각하냐·
그 와중에 진채율이 해맑게 고개를 끄덕인다·
“맞아! 저도 우리 그룹에서 하고 싶은 말 다 하면서 지내긴 해요!”
“역시!”
정신 차려라· 그거 세뇌당한 거야·
* * *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팀 모집이 끝났다·
“여러분 팀원은 모두 마음에 드십니까!”
“예!”
해맑고 힘찬 목소리가 잔디밭을 메웠다·
여기서 맘에 안 든다고 대답할 놈이면 아이돌 못 했지·
어쨌든··· 뭐· 나도 나쁘진 않다· 나는 여전히 만면에 미소가 가득한 팀원들을 보았다·
좀··· 예상외의 팀원 구성이지만 그리고 고삐 잡기 힘들 것 같다만··· 받아들이자고·
‘재미만 뽑자· 재미만·’
자기들끼리 행복하다니 됐다· 내 분량은··· 어떻게든 해보자고·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완성된 다른 팀들도 보인다·
우선 초록 깃발 아래에 보이는 얼굴들·
“저는 아무래도 표지판이니 상징적 의미를 생각했을 때 직관적으로 초록이 가장 안 전할 것 같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 저 저도요!”
“하하 다들 생각하는 게 비슷했나 봐요·”
“우리 팀은 브레인이구나· 너무 좋다 얘들아·”
김래빈 미리내 박민하 그리고 류청우까지·
저 팀의 티홀릭 원석은 아주 개비X콘이라도 마신 것 같은 표정으로 화색이 되어 팀원들을 보고 있었다·
아까 마지막으로 VTIC 신오가 합류하자 초록팀은 더없이 화기애애하게 그를 맞아주며 으쌰으쌰 했다·
그야말로 조별 과제 희망편·
‘다 침착한 타입이군·’
대충··· 왠지 합리적인 판단 내리려다가 이상한 곳으로 폭주해서 웃음을 뽑아낼 것 같은 조합이었다· 재밌군·
-류청우가 위통 없는 조별 과제를 하다니 아주사가 전생 같다
나는 예상 반응에 고개를 끄덕이며 반대편을 보았다·
이쪽에 있는 건 빨간 깃발 레드팀이다·
벌써 각자 소개 제스처까지 만들고 있는데····
“아임 마틴!”
“I’m Eugene!”
“저 선아현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
포X몬 로켓단?
“Hey 후배님들도 편하게 소개해요!”
“괜찮습니다· 괜찮아요 저는··· 예능에 나온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제가 깃발 거치대만 해도 기적입니다· 마음껏 부려 먹어주세요·”
‘···??’
극과 극 성향인 놈들이 다 모였다·
미리내와 스페이서 모두 작곡 멤버가 어쩌다 보니 여길 골랐다는데 둘 다 아무래도 성격이 독특한 녀석들 같다·
‘자체 어그로 제조기만 모인 건가·’
그리고 여기에 끝판왕이 하나 왔는데····
“이곳은 팀원 각자의 색이 독특하군요· 음 좋은 현상인데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서 시너지를 낼 수도 있겠죠·”
‘····’
“오오오~”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예· 전 단기적으론 오히려 우리가 효율적인 조합이라고 봅니다· 흠 그런 의미에서 떠올리자면 팀명은 붉은 스펙트럼에서 따와서····”
···VTIC 주단이다·
나는 어쩐지 의기양양한 놈을 보고 내심 고개를 저었다·
‘단속반 없다고 신났군·’
아무래도 차유진을 잡아다가 주의 단속해야겠다· ···주단에게 ‘Nerd’ 같은 입 모양도 하지 말라고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
고개를 쭉 빼서 돌리면··· 파란 깃발이 보인다·
바로 일찌감치 모여서 팀명 제작까지 끝낸 파랑팀·
“오~ 청려 선배님! 너무 든든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하하 과찬이세요· 세진 씨· 저야말로 예능은 별로 나오지 않아서··· 폐가 안 되게 노력해 볼게요·”
“영광입니다 선배님들· 저는 미리내 성하린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것 참· 다들 든든하군요· 좋습니다!”
VTIC 청려 테스타 이세진 미리내 성하린·
‘····’
하나같이 야망에 이글이글 불타는 녀석들이 만면에만 웃음을 띠고 앉아 있었다·
호랑이굴이 따로 없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배세진이 도망치고 싶은 자세로 그 틈에 끼어 있었다·
금방이라도 혼절할 것 같은 얼굴이다·
‘···노란색 줄 걸 그랬나·’
어쩔 수 없다· 강하게 버텨라 배세진·
그리고 이렇게 보니까 대충 이 프로그램이 어떻게 돌아갈지 벌써 미래가 보였다·
‘저놈들은 게임 하면 이기기 전에 분량 털어먹을 전략부터 세우고 나올 녀석들이야·’
이기는 것보다 실속이 우선이란 녀석들만 가득 찬 팀이라니· 예능에서 그보다 위협적인 조합이 있겠는가·
하지만 착각하지 말자·
‘개인전이다·’
노란 팀이 이기냐 파란 팀이 이기냐· 그런 건 안 중요하다·
중요한 건 각 팀에서 제일 테스타가 분량을 많이 먹는 거지·
나는 눈이 마주치자 빙긋 웃는 청려에게 똑같이 빙긋 웃음을 돌려주었다·
‘응· 모로 가도 이길 거야·’
잘 봐라·
“자자 그럼 우리 착한 후배들····”
“어어?”
마침 그 순간 파랑팀의 티홀릭 윤이 대화를 진행하려다가 하진태의 목청 좋은 태클을 받았다·
“막내야 너 선배님께 말버릇이 그게 뭐야?”
“···?!”
하진태가 팔을 휘둘렀다·
“선배님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계시잖아· 어떻게 후배들이라고 부를 수 있어!”
“뭔소리여·”
“저분!”
하진태의 양손이 정중히 파란 팀의 한 명을 가리켰다·
바로··· 배세진!
“너보다 2년이나 빨리 데뷔하셨어! 천재 아역배우!”
“허어억·”
순간 배세진의 뒤로 후광이 보인 것처럼 아침 햇살까지 반짝였다·
“···저기 괜찮은데요·”
그러나 티홀릭 막내는 머리를 박았다!
“죄송합니다 선배님!”
“···!? 아니 정말 괜찮습····”
“으아닛 하늘 같은 선배님에게! 어떤 실수를 했는지 알겠어?”
“엉엉 뼈저리게 느낍니다!”
“····”
“말로만 그럴 거야?”
“으아니이요! 이제부터 배세진 선배님이 팀장이십니다! 어딜 감히 후배가 팀장을 하려고 했는지!”
“···??”
“그래 결심했어! 우리 팀 이름은 파랑새가 아니라 파랑배팀입니다!”
배세진의 얼굴이 말한다·
‘제가요?’
그러나 토의 결과·
결국 녀석은 라이X킹처럼 깃발 앞으로 번쩍 치켜세워졌다·
펄럭·
“파랑배 팀 출발!”
파란 깃발을 배경으로 배세진은 한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와 유일하게 티홀릭 아닌 팀장!”
‘훌륭하다·’
나는 참된 분량 메이커에게 내적 박수를 보냈다·
“자 그럼 다들 팀명도 정하신 거죠?”
“예!!”
“오케이 그럼··· MT 시작합니다!”
그리고 드디어 환호와 함께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되었다·
···당연하지만 이제부터가 진정한 대환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