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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정말 두근거리게 한다니까요·”
레테가 길고 하얀 팔을 밤하늘을 향해 세웠다·
그러자 밤하늘이 마치 신과 같은 존재가 잡아당겼다 놓은 것처럼 출렁거렸고, 이내 하나의 별빛이 엄청난 기세로 커지기 시작했다·
원근감을 무시하고 하늘에서 점점 십자가 모양으로 거대해지는 별이, 세상을 집어삼킬 기세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레테 오리지널 – 베가(Vega)>
‘와하·’
시몬은 순수하게 감탄하며 하늘에서 내려오는 별을 바라보았다· 입이 저절로 벌어질 만큼 황홀한 광경이었다·
[남의 기술에 감탄할 때가 아니다! 소년!]
‘네, 물론이죠·’
시몬이 파멸의 대검을 고쳐잡고 칠흑을 모조리 끌어올려 검에 집중했다·
내려오는 별을 피할 것인가·
아니면 벨 것인가·
바로 뒤쪽에는 군단이 싸우고 있다· 자신이 아무런 대책 없이 피해 버리면 군단이 별에 휘말려 일거에 정화될 수도 있었다·
벤다고 해도 마찬가지· 저 정도 크기면 베어버려도 바로 폭발하지 않고, 남은 형체가 뒤쪽으로 향할 것이다·
그렇다면-
‘받아낸다!’
시몬이 자세를 낮추고 칠흑을 끌어올린 파멸의 대검을 머리 위로 세워 들었다·
‘부탁해요 피어!’
[크하하하! 여전히 못 말리겠군! 간다!]
무형의 망토를 휘날리며, 하늘로 뛰어오른 시몬이 떨어지는 별에 파멸의 대검을 정면으로 휘둘렀다·
쿠콰아아아아아악!
파멸의 대검과 별이 부딪히며 맹렬한 충돌음이 터져 나온다·
압도적인 질량 때문에 공중에 뜬 시몬의 몸이 지면으로 내려오는 건 어쩔 수 없었으나· 별의 각도를 트는 것에는 성공했다·
이내 지면에 두 다리를 붙인 채 별을 받아내고 있었다·
레테는 숨을 헐떡이며 별빛에 가려진 시몬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의 오른손이 힘을 가하듯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 순간·
터어어어엉!
피어의 등이 갈라지더니, 그 안에서 빠져나온 시몬이 지면을 부수며 단독으로 레테를 향해 돌파했다·
푸른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소년의 모습이 가까워지고 있다·
‘아!’
레테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베가’의 방어는 에이션트 언데드에게 맡기고 술사부터 친다니, 확실히 현명하다·
그녀도 오른손에 힘을 가하던 마법진에서 손을 뗀 뒤, 새로운 공격 마법진을 펼쳤다·
<레테 오리지널 – 라 에스크림>
마법진에서 솟아 나온 신성의 창이 회전하고, 즉시 축복의 띠를 창끝에 휘감은 채 시몬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시몬도 달리면서 옆구리의 마법진에 손을 올린 채, 떨치듯 팔을 휘둘렀다·
<시몬 오리지널 – 카오스 스피어>
콰르르르르릉!
카오스 스피어가 연달아 날아가 레테의 라 에스크림에 격돌했다·
처음으로 날아간 카오스 스피어가 부딪혀 파괴되고, 두 번째도 부서지고, 세 번째에 이르러서야 서로 상쇄되어 산산조각 났다·
유리 조각 같은 파편이 사방에 흩뿌려지고, 그 틈을 시몬이 무서운 속도로 돌파했다·
“아직이야!”
시몬이 이를 악물고 카오스 스피어를 하나 꺼내 직접 던졌다· 레테가 카오스 스피어의 궤적을 살피다가 자신에게 날아오는 순간 방어 마법진을 펼쳤다·
<브로데릭 오리지널 – 세라프 아이기스>
수호학 교수 브로데릭이 가르쳐 준 비장의 방어마법·
그러나 시몬은 기다렸다는 듯 팔을 움직였다·
<바힐 오리지널 – 헥스(Hex)>
손끝에서 바힐의 저주가 쏘아져 나갔다· 그것은 신성으로 이루어진 방패를 그대로 무시한 채 레테의 몸에 직격했다·
‘방어 관통 저주!’
헥스의 효과는 강제 변신·
그녀의 몸이 변신 효과로 줄어들려는 순간, 그녀가 두 팔을 강하게 떨쳐냈다·
<케루빔 오리지널 – 디스 인챈팅>
파차아아아앙!
이번엔 축복학 교수의 기술· 강력한 축복의 효과로 저주의 효과를 상쇄했다· 이제 서로의 거리가 지척· 시몬과 레테가 동시에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홍펭 오리지널 – 취타>
<마리암 오리지널 – 신풍각>
투콰아아아악!
시몬의 주먹과 레테의 돌려차기가 동시에 중앙에서 격돌하며 굉음을 토해냈다· 두 사람이 동시에 연타로 넘어오며 서로를 향해 격렬하게 팔다리를 내뻗기 시작했다·
투두두두두두두!
가히 명품 무투의 격돌· 서로의 시선을 읽고 또 읽으며 두 사람의 몸이 잔상도 남기지 않을 만큼 맹렬히 치고받는다· 주위의 지면이 이것을 견디지 못하며 무너지고 바위 따위가 공중으로 치솟는다·
<현려>
<연풍>
<학무>
<인거>
공격 한 방 한 방이 그대로 아웃으로 이어질 만한 맹공·
하지만 이상한 건, 두 사람 모두 땀을 흘리며 활짝 웃고 있었다· 이걸로 쓰러지지 않으리라는 서로에 대한 믿음이 눈으로 교차되고, 이기고 싶다는 의지와 믿음이 가슴속에서 폭발한다·
‘개문!’
시몬이 발차기 동작으로 페이크를 걸고, 지면에서 촉수칼날 ‘오버로드’를 소환해 냈다· 그녀가 허리를 젖혀 피한 뒤 마찬가지로 준비하던 신수를 꺼낸다·
<신수 마이그>
대형 개구리 신수가 혓바닥으로 오버로드를 휘감아 무력화했다·
뒤이어 시몬까지 집어삼키려 입을 쩍 벌렸지만, 벌집 모양의 방패가 펼쳐져 다가오는 것을 가로막았다·
<시몬 오리지널 – 드래고니안 슈트>
터어어어엉!
마이그의 공격을 한번 막은 드래고니안이 쉴드를 걷고는 주먹으로 마이그를 강타해 쓰러뜨린다·
“재밌네요· 움직이는 갑옷이라·”
레테가 공격 마법을 장전했으나 드래고니안이 먼저 자신의 기술을 사용했다·
<드래고니안 연계기 – 봉마결계>
모든 마나의 흐름을 차단하여 칠흑이든 신성이든 강제로 마법 사용을 차단하는 일명 ‘매지션 킬러’· 레테의 손끝에 펼쳐진 마법진이 그대로 무력화되어 버린다·
완벽한 시몬의 공격 찬스·
이어서 드래고니안이 정면에서, 시몬이 후면에서 달려들었으나·
후웅!
레테는 가뿐히 드래고니안의 주먹을 고개를 젖혀 피해냈다· 날카로운 손톱 끝에 머리끈이 잘리며 하얀 머리카락이 부채처럼 펼쳐졌다·
시몬은 칠흑을 실은 스트레이트를 날리면서도 잠시 눈앞의 그녀의 모습에 감탄했다·
레테가 옅게 웃었다·
“한눈팔기에요?”
“!”
촤아!
레테가 번개처럼 시몬의 손등을 붙잡더니 뒤로 돌았다· 다음 공격을 취하려던 드래고니안이 시몬을 보고는 주인을 공격할 수 없다는 듯 멈칫했고, 그 틈에 레테가 시몬을 밀어내며 드래고니안에게 역으로 달려들어 팔을 붙잡아 엎어치기를 가했다·
퍼어어어엉!
성투기 기술인지 그 엎어치기 한 번에 드래고니안 슈트의 뼈 파츠가 흩어져 버리며 봉마 결계도 해제됐다·
백마법 제약이 풀린 레테가 ‘라 에스크림’을 연달아 날렸고 시몬은 방어마법을 펼친 뒤, 일단 드래고니안 슈트만 회수한 채 돌아왔다·
‘···몇 번째 감탄하는지 모르겠네·’
시몬이 억지 미소를 지었다· 레테는 내심 기분 좋은지 생글생글 웃으면서도 마법진을 만들고 있었다·
그때·
터어어어어어엉!
술사인 레테가 신경을 쓰지 않으니 결국 피어가 <베가>를 베어냈다· 별이 힘이 다한 채 내려오고 있었고 그 틈에 피어가 시몬을 향해 달려왔다·
[소년!]
“네!”
다시 군단장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간단히 합류하게 할 생각은 없는지 레테가 라 에스크림을 연달아 쏟아 보냈고, 시몬이 얼른 오른팔을 뒤로 뻗었다·
“팔부터요!”
달칵!
달칵!
피어의 오른손 뼈 파츠가 벼락처럼 날아와 시몬의 오른손을 덮었고, 즉시 파멸의 대검이 날아와 손에 잡혔다·
시몬이 대검을 휘둘러 레테의 백마법을 모조리 베어냈다·
‘결착이다·’
시몬이 전투 자세를 취한다· 즉시 피어의 다른 뼈 파츠들이 날아와 시몬의 다리와 가슴, 팔, 머리를 전부 뒤덮는 것으로 일명 ‘피온 모드’가 완성된다·
시몬이 지면을 박차고 혼자 남은 레테에게 쏘아져 나갔으나·
카아아아아앙!
레테도 마법진으로 ‘베가’의 통제권을 되찾았다· 그녀가 손끝으로 마법진의 수식을 바꾸자 베가 일부가 빛으로 번쩍이더니, 시몬이 돌진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쏘아져 나와 레테의 몸을 휘감았다·
<레테 오리지널 – 알타이르(Altair)>
별의 갑옷·
마치 심판의 성녀, 다나가 입는 것과 흡사한 외형의 갑주로 무장한 그녀가 시몬을 향해 역으로 돌진했다· 시몬도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희고 검은 별이 서로를 향해 쏘아져 나가고·
투콰아아아아아앙!
서로 부딪히는 것으로 주위에 맹렬한 폭발음을 쏟아냈다·
촤아아아!
돌진 이후 생성된 충격파로 서로의 몸이 다시 한번 좌우로 크게 밀려났다·
‘크윽!’
전신이 전류가 흐른 것처럼 충격이 파들거려서 제대로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시몬이 얼른 고개를 들어 올렸다·
“!!”
<레테 오리지널 – 베가(Vega)>
레테가 다시 한번 하늘에 베가를 소환해 냈다·
심지어 이번엔 무려 두 개였다· 십자가 형태로 번쩍이는 별 한 쌍이 밤에 달린 안구처럼 번쩍이고 있었다·
‘이, 이건 반칙 아니야?’
“이제 결착을 내보죠·”
눈을 감은 레테가 두 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원근감을 무시할 정도로 거대한 두 베가의 크기가 점점 줄어들며 지상으로 내려오더니, 이내 레테가 펼친 두 손바닥 위로 올라갔다·
그녀가 그것을 붙잡고 서로 강하게 중앙에 부딪히게 했다·
카가가가각!
방대한 에너지를 머금은 서로 부딪히기 시작한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도저히 신성마법끼리 부딪혔다고는 볼 수는 없는, 공허하고 푸르스름한 에너지 같은 게 중앙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융합기 – 디바인 빅뱅>
‘그렇게 나오시겠다?’
시몬이 입꼬리를 올리며 두 손을 펼쳤다· 혼돈을 퍼뜨려 옵저버의 시선을 방해한 다음, 오른손에는 피를 머금은 칠흑, 왼손에는 피를 머금은 신성을 일으켰다·
시몬이 두 힘을 부딪히게 한 뒤 유지시켰다·
파직거리며 격렬하게 싸우던 두 상반된 힘이 서서히 충돌을 멈추고 공존하기 시작했다·
<왜곡(歪曲) – 소용돌이>
고오오오오오오오!
그 근간을 어림잡을 수도 없는 미스테리한 두 힘이 시몬과 레테의 손안에서 일어났다· 먼저 기술을 완성한 건 레테였다·
“하아아아아아!”
레테의 마지막 일격·
그녀가 자신의 융합기를 시몬을 향해 날려 보냈다· 별의 충돌로 생긴 에너지가 회전하며 시몬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원거리 공격도 가능한 건가!’
이대로는 위험했다·
상위기인 다크후드는커녕, 소용돌이조차 100% 완성하지 못했지만 시몬은 다급히 소용돌이를 전면에 풀어놓았다·
탁하고 공허한 눈동자 같은 소용돌이가 확대되었고, 그 즉시 레테의 빅뱅이 이에 부딪혔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
‘크윽!’
시몬이 눈을 질끈 감았다·
엄청난 팽창 에너지를 발산하는 빅뱅과, 모든 걸 빨아들이는 소용돌이가 격렬하게 부딪혔다· 아무리 소용돌이라고 해도, 빅뱅의 에너지가 너무 방대해서 100% 흡수할 수 없었다·
‘전부 빨아들일 수 없다니!’
시몬이 다음 수를 고민하고 있는 그때·
우우우우우우우우우!
레테가 날린 ‘빅뱅’의 형태가 바뀌기 시작한다·
‘이 전투는 내가 이겼어요, 시몬·’
레테가 숨을 헐떡이며 미소 지었다·
디바인 빅뱅은 두 ‘베가’를 충돌시켜 만든 팽창 에너지를 한 점으로 모은 뒤 날리는 기술이지만, 시간을 꽤 유지한 채 방치하면 팽창이 아니라 주위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형태로 바뀌게 된다·
<빅 크런치(Big Crunch)>
시몬의 ‘소용돌이’와, 레테의 ‘빅 크런치’가 서로를 빨아들이기 시작하며 공간이 마구 일그러진다· 그리고 이때 시몬은 왜곡에 영향을 받지 않지만·
고오오오오오!
빅 크런치의 중력에는 영향을 받는다· 시몬은 물론 주위의 모든 나무나 바위 따위가 빨려들어 가기 시작했다·
‘크윽!’
시몬이 다리에 힘을 주며 버텼지만 이건 힘으로 어떻게 뿌리칠 수 있는 기술이 아니었다· 이내 나무와 자갈 등과 함께 시몬의 몸이 빅 크런치의 블랙홀 속으로 빨려들어 갔다·
휘오오오오오!
레테가 이마에 땀을 닦으며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오른손은 여전히 기술을 유지하듯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미안해요, 시몬· 조금 치사한 방법으로 이기게 되어서·’
룬 리그에도 당연히 ‘전장 이탈 룰’이 존재한다·
제3의 요인, 혹은 피치 못한 상황이 아닌 이상, 10분 안에 언더링의 호수숲에 돌아오지 않은 플레이어는 ‘탈락’으로 간주된다·
빅 크런치로 인한 중력 흡수는 최대 20분 정도 유지되고, 그 뒤에는 빨아들인 모든 걸 원래대로 내뱉은 뒤 기술이 소멸하게 된다·
이것으로 저 안에 들어간 시몬은 ‘전장 이탈 룰’로 탈락이다·
레테가 무안한 미소를 지었다·
‘상처 입히는 건 조금 그러니까·’
나도 참 물러 터졌다·
레테가 그렇게 생각하며 한숨 돌리고 있는데·
[미안·]
<군단기 – 비월(飛越)>
처억!
틀림없이 빅 크런치로 빨려들어 갔어야 할 시몬이 시공간을 비집고 나와 레테의 등 뒤에서 나타났다·
그녀의 경악한 시선이 뒤로 향했다·
‘어떻게?’
군단기 비월은 기본적으로 강렬한 소망, 의지에 반응한다·
특히 이 기술의 진가는 아끼는 사람이 위험에 빠지는 순간에 발동하여 공간을 비집고 그자의 곁에 도달하는 것에 있다·
즉·
‘이걸 레테를 이기기 위해 사용하는 건 치사하지만, 네가 먼저 시작했다?’
시몬이 힘껏 파멸의 대검을 휘둘렀다·
기합까지 휘두르며 맹렬하게 휘둘러진 파멸의 대검을 레테는 순간적으로 신성을 주먹에 쥐어짜 내 받아냈다· 기습에 대처한 레테의 반사신경은 가히 초월적인 수준이었으나·
‘힘이?’
전보다 약하다·
터엉!
이는 페이크 모션·
피어에게 파멸의 대검의 대검을 휘두르게 한 시몬이 그의 본 아머를 벗고 뛰쳐나와 레테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네크로맨서는 마지막까지!’
시몬이 오른손에 파직거리는 혼돈을 일으켰다·
‘상대를 속여야 이길 수 있다!’
<카오스 스팅어>
맹렬한 자줏빛 섬광이 레테의 몸에서 연달아 터져 나오며, 시몬이 그녀를 지나친 채 후욱 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우웅!
레테의 몸이 푸르게 변했다·
<신성연방 대표팀 1번, 레테 샤르데나가 탈락했습니다·>
“아하하·”
몸이 푸르게 변한 레테가 한 방 맞았다는 듯 눈을 감으며 후련하게 웃었다·
“못 말린다니까· 진짜·”
시몬이 투구를 밀어 올리며 레테에게 다가왔다·
그러곤·
척·
터질 것 같은 심장을 내리누르며 손을 내밀었다·
하고 싶은 말은 수백 수천 가지였지만·
“기억에 남을 만한 전투였다· 레테 샤르데나·”
레테가 그 손을 잡으며 생긋 웃었다·
“승리, 축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