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7화
7군단과 신성 고블린 왕국·
광야를 사이에 두고 두 세력이 대치하고 있었다· 머릿속이 혼란과 분노로 가득 찬 메시아가 외쳤다·
[나의 아들딸들아! 거짓된 성자의 군대를 처치하라! 저 부정한 것들을 내 눈에 보이지 않게 하라!]
-캬르르르륵!
-캬륵!
신성 고블린들이 일제히 무기와 지팡이를 세워 들며 전진했다·
스으·
그리고 반대편에서는 시몬이 피어의 투구를 경건하게 머리에 눌러쓰고 있었다· 한쪽 동공에 안광이 신성한 횃불처럼 피어오른다·
[전군·]
새하얀 대검이 정면을 향해 겨누어진다·
가장 강력한 절대명령은 언제나 심플한 한마디·
[돌격하라·]
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모든 신성 언데드들이 파멸처럼 밀려든다· 망자의 해일이 드높이 솟구치며 적의 무리를 향해 그 머리를 들이민다·
가히 순수한 명령의 집결체·
언데드만이 뿜어낼 수 있는 흉악하고 압도적인 기세에 눌린 신성 고블린들은 표정이 공포로 물들었다· 억지로 선두에 선 고블린들이 방패를 세우고, 사제 고블린들은 머리 위로 지팡이를 치켜든다· 하늘에 마법진들이 끝없이 펼쳐진다·
<엑소시즘>
언데드를 물리치는 퇴마의 벼락이 연달아 쏟아졌다· 군대 규모의 엑소시즘은 자연현상을 방불케 할 만큼 눈부신 빛을 일으키며 군단의 해일에 부딪혔다·
보통의 언데드였다면 그대로 가루가 되었을 대화력·
그러나·
쿠쿠쿠쿠쿠쿠쿵!
빛을 휘장처럼 휘감은 신성 언데드들은 쏟아지는 심판의 벼락을 몸으로 받아내며 돌파해 선두의 고블린에 이빨과 발톱을 쑤셔 박았다·
선두의 고블린들이 도미노처럼 무너지고 그 틈으로 언데드의 파도가 쏟아진다·
-캬르륵!
-키륵?
신성 고블린들은 당황했다·
저들이 일으키는 힘은 틀림없이 신성이었다· 하지만 저들의 행동과 외견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언데드 그 자체였다·
신성한 이빨·
새하얀 타액·
눈부신 뼈·
거룩한 발톱·
그야말로 ‘모순’ 그 자체를 형상화한 듯한 신성 언데드들이 울부짖으며 총공세를 쏟아붓는다· 고블린 왕국의 진형이 빠르게 붕괴되어 간다·
[‘그것’을 보내라·]
무너지는 선두를 본 메시아가 지시를 내렸다·
그의 옆에 설치되어 있던 액체통이 박살 나더니, 그곳에 갇혀 있던 하운드 키즈, 제나르가 휘청거리며 움직인다·
[····]
그의 뒤통수에는 커다란 금속 아티팩트가 박혀 있었다· 흐리멍덩한 눈으로 주위를 보던 제나르가 등 뒤에서 뼈의 날개를 연달아 일으킨다·
터어어어어엉!
이내 제나르가 지면을 박차고 돌진하기 시작했다· 양손에 뼈의 검을 붙잡고 칠흑을 휘감은 채 전장에 난입하여 언데드들을 베어 넘겼다·
스릉!
촤아아악!
제나르가 이끄는 선두 병력이 단번에 신성 언데드 군단의 중심을 뚫어냈다· 그것을 지켜보던 시몬이 으음· 하고 고민하는 소리를 냈다·
‘메시아 측에 조종당하는 것 같네· 룬 리그의 유지를 위해서라도 제나르는 반드시 확보해야 해·’
하지만 메시아전을 앞두고 직접 싸우기에는 상대가 까다롭다·
시몬은 어떻게 할지 생각에 잠겨 있다가 문득 자신의 상태를 깨닫는다·
‘···컨디션이 좋아·’
단순히 육체만 그런 게 아니었다·
정신적으로 크게 향상된 느낌·
시야가 또렷하고 머리는 맑다· 새 옷으로 갈아입듯, 너무나 간단히 성자 모드로 들어왔다· 그동안은 하고 싶어도 안 되는 거였다·
대수도원장의 말에 따르면, 아마도 이곳에 적용되는 성물의 효과이리라·
‘지금이라면·’
시몬의 주먹이 꾹 쥐어졌다·
지금이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시몬은 천천히 팔을 뻗었다· 그리고 자신을 넘어 지나가는 좀비 하나의 몸을 가볍게 터치했다· 좀비는 그 사실을 모르는 듯 신성 언데드를 베어 넘기며 시몬에게 다가오려는 제나르를 향해 달려갔다·
촤아아아아악!
촤아아아악!
제나르의 검에 신성 언데드들이 끝없이 갈라졌다· 신성 언데드들이 그를 물어뜯고 손톱을 쑤셔 박으려 했으나 제나르의 육체는 쉽게 뚫리지 않았다·
그때·
쿠르르르르릉!
근처에 있던 좀비에 눈부신 벼락이 떨어졌다·
엑소시즘과 전혀 다른 형태의 힘·
별문제 없다고 판단한 제나르가 무시하고 계속 언데드를 베어나갔으나·
터어어어어엉!
그의 눈앞으로 왕관을 쓴 백색의 ‘청년’ 좀비가 날아올랐다·
[뭐야 이게·]
투콰아아아아악!
청년의 주먹이 제나르의 안면에 꽂혔다· 제나르가 쓴 투구가 단번에 산산조각 나듯 깨져 버리고, 한참을 날아가 바닥을 연신 뒹굴며 주위 고블린들을 깔아뭉갰다· 제나르가 부딪힌 곳마다 흙먼지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
왕관을 쓴 청년이 제 주먹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돌려 시몬을 돌아보았다·
[너-]
촤아아아아-!
그때 청년의 몸이 아이스크림 녹듯 녹아내리며 다시 평범한 보통의 좀비로 돌아왔다· 강렬한 사념을 느낀 시몬이 제 머리를 붙잡으며 인상을 썼다·
‘절반의 성공인가·’
방금 성공한 건 에이션트 언데드 프린스의 신성화·
지금까지 신성화가 가능한 건 하급 언데드, 그리고 시몬과 긴밀하게 연결된 관리자인 피어뿐이었다·
피어가 아닌 다른 에이션트 언데드를 신성화하는 건 자신 없었지만 프린스의 소환 방법은 특이했기에 시도해 보았고, 절반의 성공을 이루었다·
‘신성 버전은 변화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게 의외네· 어쨌든-’
이내 기절한 듯한 제나르를 신성 언데드들이 몰려가 뒤덮는 게 보였다· 시몬은 그들에게 제나르를 해치지 말고 보호해서 데려오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내 시몬이 고개를 돌려 전면을 바라보았다·
강한 고뇌에 휩싸인 듯, 저 멀리 멍한 표정의 메시아가 보였다·
‘그럼 가볼까·’
파멸의 대검을 고쳐 쥔 시몬이 지면을 박차고 쏘아져 나갔다· 그의 하얀 머리가 바람에 흔들렸다·
* * *
있을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하며 메시아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시몬 폴렌티아를 바라보았다·
‘세상의 섭리를 무시한 언데드의 신성화·’
신성한 이빨과 광채에 휘감긴 뼈가 보인다· 언데드의 성향을 그대로 유지하며 힘의 근본만 칠흑에서 신성으로 바꾸었다·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바꾸는 자가 성자라며?
시몬의 그 한마디가 메시아의 머릿속을 꽉 채워서 어지럽혔다·
터업!
메시아가 양손으로 제 얼굴을 찌푸리다 못해 뭉갤 정도의 힘으로 붙잡았다· 꾸득 꾸득 손끝에 계속 힘을 주었다· 코뼈가 부러지고 얼굴에 커다란 자국과 구멍이 생겼지만 그만둘 수 없었다·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바꾸는 자가 바로 성자!’
메시아의 시선이 돌아갔다·
신성 고블린의 등 뒤에 작고 볼품없이 축 늘어진 날개가 보인다·
그리 교정했거늘, 다시 전쟁이 시작되니 캬륵거리는 고블린들의 음성이 들린다·
연약한 어깨와 비정상적으로 가느다란 팔다리, 툭 튀어나온 배가 보인다·
‘볼품없다·’
자신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지 못했다·
단지 흰색을 입히고 천사라는 이름을 붙였을 뿐· 이걸로는 한참 모자라다·
‘바꿔야바꿔야바꿔야바꿔야바꿔야바꿔야바꿔야·’
그가 머리를 붙잡고 강박적으로 흔들었다·
그의 등 뒤에 펼쳐진 신성의 원들이 무서운 기세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저자를 능가하기 위해선!’
멀리서 공포의 화신처럼 다가오는 시몬을 직시한 메시아가 입천장이 찢어질 듯 크게 벌렸다·
그리고는 품에서 사람 발가락 모양의 성물을 들어 올렸다· 소지한 것만으로 시전자에게 강력한 효과를 부여하는 그것을 직접 목구멍으로 꿀꺽 삼켰다·
‘생물의 한계를 넘어야 한다!’
화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메시아의 온몸이 들끓기 시작했다· 그가 제 몸에 연달아 돌이킬 수 없는 신성마법을 새기고 마구 탄생마법을 걸어댔다·
다리 밑에 튀어나와 있던 생식기관이 살더미 속으로 흡수된다· 복부가 점점 더 커지더니 이내 달걀처럼, 혹은 포도알처럼 불룩불룩 튀어나왔다· 이내 그 안에서 뱀처럼 길쭉한 몸통의 또 다른 ‘메시아의 자손’들이 쏟아져 나왔다·
‘한계를 넘어선다!’
콰직! 스릉! 쩌어엉!
그리고 반대편·
하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신성 고블린들을 정신없이 베어 넘기면서 달리던 시몬이 인상을 썼다·
‘흉측한 모습이네·’
메시아를 닮은 하얀 괴생물체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시몬은 파멸의 대검을 고쳐 쥐고 오른발을 크게 앞으로 내디뎠다· 전신에 신성을 일으킨 채 흐름에 맡기듯 몸을 움직였다·
촤아아아아아악!
허공에 무수한 갈래선이 그어지고 그 틈으로 시몬이 빠져나왔다· 사방에서 뱀처럼 몰려들던 메시아의 자손들이 일제히 허리 끊긴 줄처럼 끊어져 바닥에 후두둑 떨어졌다·
백마법도 쓸 수 있는지, 몸이 잘린 그들이 즉시 두 팔을 뻗어 치유마법을 쓰려고 했지만 대검의 칼날에 직접 잘린 부위는 회복이 되지 않는다· 그들은 얼마 안 가 하나둘 축 늘어졌다·
‘끔찍한 짓을·’
대검에 묻은 피를 휘둘러 털어낸 시몬이 정면을 바라보았다·
메시아의 몸이 끝도 없이 부풀고 있었다· 그의 복부가 포도알처럼 커지고, 그 안에서 계속해서 가지각색의 형태의 메시아의 자손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메시아 오리지널 – 자손창조>
-캬르르륵!
-아버지를 위해!
이제는 고블린의 형태도 아니었다· 온갖 몬스터의 형상이 뒤섞인 메시아의 자손들이 쏟아져 나왔다·
시몬은 경건하게 숨을 내뱉고는 다시 한번 그들을 향해 몸을 던졌다·
촤아아아아악!
쩌어어어엉!
시몬의 몸이 신출귀몰하게 움직이고 백색의 검격이 연달아 허공을 그어댄다· 주위는 그저 끔찍하게 탄생하여 흐물거리는 메시아의 자손들과, 그들에게 자비를 베푸는 죽음의 직선만이 있을 뿐·
모든 것이 태어나고, 모든 것이 죽는다·
“하아아아아아!”
숨이 가빠진다·
팔다리에서 올라오는 불타는 듯한 통증이 척추를 지나 뒷목까지 올라왔다·
근육이 찢어질 듯한 격통이 범람하지만 시몬은 신성으로 자신을 회복하며 끊임없이 검을 휘둘렀다·
‘이제 메시아와의 거리가 얼마 안 남았어! 조금만 더!’
촤아아아아아악!
그때 발밑으로 메시아의 복부에서 흘러나온 하얀 액체 같은 게 뿌려졌다· 그것의 범위는 순식간에 마을 하나의 크기로 넓어졌고·
꾸득 꾸득 꾸득 꾸득 꾸득!
그 액체 위로 식물이 자라나듯 둥그스름한 뭔가가 무수히 올라오기 시작했다·
전부 ‘알’이었다·
이내 알의 껍질이 깨져 나가며 메시아의 얼굴과 닮은 자손들이 튀어나왔다· 하얀 트롤, 하얀 오우거, 하얀 다이어 울프, 하얀 오크까지 온갖 형태의 것들이 쏟아져 나와 시몬을 공격했다· 시몬은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그것들에게 하나하나 자비를 내려야 했다·
[크읍!]
오우거 같은 몬스터의 목을 베어낸 시몬이 공중에서 몸을 빙글 회전한 채 바닥에 내려왔다·
어느새 바닥은 온통 알 같은 것으로 뒤덮여 발 디딜 틈 없었다·
퍼억!
퍽!
발밑에서도 알이 터지며 메시아의 자손들이 튀어나와 시몬에게 달려들었다· 이제는 얼굴을 만들기도 귀찮았는지, 머리가 없고 팔다리만 달린 끔찍한 것들이었다· 시몬이 파멸의 대검을 연달아 휘둘러 그들을 베어냈다·
‘끝이 없어!’
이대로는 이쪽이 먼저 체력이나 정신력이 바닥날 것이다· 시몬이 파멸의 대검을 바라보았다·
‘적어도 대검에 깃든 힘만 제대로 쓸 수만 있다면···!’
메시아의 압도적인 신성에 대응하기 위해 네크로맨서가 아니라 프리스트 상태로 결계 안에 들어왔다·
그것 자체는 지금도 적절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용할 ‘기술’이 부족했다·
메시아의 물량공세는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고 검술만으로는 이길 수 없는 상대였다· 그렇다고 억지로 네크로맨서로 변했다간, 지금 연결된 군단의 병력 전체가 위험해진다·
‘방법이 뭐가 있지?’
시몬이 이를 악물고 팔을 휘둘렀다·
그동안 배운 신성마법을 연달아 발사해 보았지만, 메시아의 자손 몇 마리만 파괴할 뿐 효율이 좋지 못했다·
군단기, 혹은 파멸의 대검에 깃든 힘을 쓰지 못한다면 그 외의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고민을 거듭하고 또 거듭하고 있는 어느 순간·
“!”
문득 주위가 새하얗게 물들어 있었다·
집중력을 한계까지 가속하여 생각하던 시몬이 깜짝 놀라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새하얀 순백의 공간이었지만 어딘가 익숙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네 개의 하얀 왕좌들이 보인다·
시몬의 몸에 존재하는 성녀의 정수 잔재들이었다·
[힘이 필요해?]
그중에서도 제일 먼저 얻은 것·
불꽃이 조각된 왕좌에 앉은 투명한 여성이 킥킥 웃으며 말했다·
[해결책을 찾다가 그 결론에 이른 게 우리와의 만남이라· 현명하네·]
이번에는 곡식이 조각된 왕좌에 앉은 여성이 팔짱을 꼈다·
[신성이 충만한 곳에 불경한 창조 행위를 감지했습니다· 여기서는 특별히 협조하지요·]
이번엔 팔다리가 조각된 왕좌에 앉은 여성이 늘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후훗·]
그리고 마지막으로 장미가 조각된 왕좌에 앉은 여성도 손을 흔들고 있었다·
‘하하·’
시몬이 긴 숨을 내쉰 뒤 눈을 치켜떴다·
‘좋아· 다들, 다시 한번 내게 힘을 빌려줘·’
* * *
순백이 걷히고 시몬이 눈을 떴다·
여전히 메시아의 자손들을 베면서 달리고 있는 상황·
하지만 뭔가 근본적인 부분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느꼈다· 잠재워져 있던 기억들이 일제히 떠오른 것처럼 전신에 소름이 쭈우욱 돋는다·
‘할 수 있다·’
시몬이 걸음을 멈춘 뒤 검을 세워 잡고 눈을 감았다·
메시아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드디어 포기했느냐! 네 신성 언데드보다 내 권능으로 창조한 나의 생물들이 더 위대하다!]
저 멀리 살덩어리가 된 메시아가 외치고 있었다·
[내가 바로-!]
[조용히·]
시몬이 마침내 눈을 뜨며 슬며시 웃음을 띠었다· 메시아는 움찔하며 다시 불안감이 전신에 싹트는 것을 느꼈다·
[무대를 좀 바꿔볼까·]
시몬이 팔을 가볍게 한번 휘둘렀다·
그러자·
[!!]
주위가 온통 밀밭으로 변했다·
푸른 하늘, 그리고 지상엔 황금색의 밀밭이 가득 널려 있었다·
메시아는 갑작스러운 상황의 변화를 따라오지 못하고 멍하니 있다가 아래를 보았다·
[이건···!]
수확의 성녀의 힘·
마나와 신성을 빨아들이는 곡식들이 메시아가 일으킨 알 위에 자라나 있었다· 메시아의 알들이 비쩍 말라붙으며 곡식의 양분이 되고 있었다·
탄생을 탄생이 꺾고 있다·
꾸득·
꽈드드득·
거대한 크기의 메시아의 자손들이 일제히 고장 난 기계처럼 동작을 멈추었다· 그들의 몸에도 밀이 하나둘 자라나기 시작했다·
[수확·]
시몬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팔을 세워 들었다· 모든 밀밭으로부터 신성한 밀알이 공중으로 떠올라 시몬의 손안으로 들어왔다·
시몬의 손에서 길쭉하게 변한 그것이 낫의 형태로 변했고, 시몬은 그것을 휘둘렀다·
댕강!
스릉!
그러자 몸에 밀이 자라난 모든 메시아의 자손들의 목이 떨어졌다· 메시아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건 경전에서 읽은 성녀의 힘···! 어째서 네가!]
[간다· 메시아·]
수확으로 신성을 받아 완벽하게 몸이 회복된 시몬이 무릎을 굽히고는 밀밭을 박차고 쏘아져 나았다· 밀이 흔들리며 나온 잔해들이 시몬을 축복하듯 퍼져 나가고, 시몬이 그 사이로 돌파했다·
[어째서 네놈이 성녀의 권능마저 휘두르는 것이냐!]
메시아가 발악하듯 외치며 새로운 자손을 낳았다· 그의 배에서 막 튀어나온 길쭉한 탑 같은 생물이 고개를 들었다· 몸통 끝에 작은 팔이 튀어나와 두 손을 모으자 하늘에 거대한 신성 마법진이 펼쳐졌다·
<그라비타스(Grávĭtas)>
키이이이이이이잉!
달려오던 시몬이 백마법의 반경에 들어오며 멈춰 섰다·
신성역학계의 역중력 마법·
강대한 중력의 압력에 시몬의 몸이 점점 더 지면을 파고 내려갔다·
[이대로 짓눌려 죽어라!]
메시아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에 시몬은 다음 성녀의 권능을 일으켰다·
가장 최근에 얻은 성녀의 정수· 하늘섬에서 살해당할 뻔한 성녀, 리사라의 정수다·
‘성체·’
촤아아아아아아아악!
시몬의 몸이 번쩍이더니 그 몸이 일순 거대하게 변했다·
신체 일부를 변화시키는 리사라가 가진 정수의 힘· 짓누르는 중력을 떨친 시몬이 파멸의 대검을 휘둘렀고·
쩌어어어어어어엉!
탑처럼 긴 자손의 허리가 갈라지며 백마법이 풀렸다· 시몬도 다시 원래의 크기대로 돌아와 달렸다·
아아아아악!
공포에 질린 메시아가 발버둥 치듯 모든 자손들을 마구잡이로 쏟아냈다· 시몬이 눈에 힘을 주었다·
‘갑철·’
화아아아아아악!
시몬의 발끝이 신성한 빛의 부츠로 뒤덮이더니, 장미 꽃잎을 터뜨리며 쏘아져 나갔다· 시몬이 검을 연달아 휘두르며 자손들을 베어냈다·
‘정화·’
화륵!
이번엔 시몬의 팔에 하얀 불꽃이 일어났다· 그것이 파멸의 대검을 불타는 검으로 만들었다·
퍼엉! 펑!
시몬이 연속으로 제 몸에 백염을 폭발시키며 나아갔다· 연달아 화염을 일으켜 속도를 수배로 늘린 시몬이 정신없이 자손들을 베어나가고 있었다·
‘막을 수 없다·’
메시아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을 기반으로 한 어떤 자손도 저자를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그렇다면!’
모든 것을 바꾸기로 했다·
그는 몸을 부풀려 스스로 알이 되었다·
그 안에서 자손을 잉태했다· 메시아 자신을 지웠다· 그리고 자신의 지성과 생각을 그 자손에게 집어넣었다·
<메시아 오리지널 – 자가 잉태>
꾸득! 꾸득!
자신의 몸으로 만든 알을 깨고, 스스로 자손의 형태로 나온 메시아가 함성을 내질렀다·
비로소 그는 인간의 형상을 손에 넣었다·
“나는 메시아다!”
그가 함성을 토해내며 두 손을 시몬처럼 모았다· 그의 손 앞으로 모든 자손들이 빨려들어 가며 검의 형태로 변했다·
불타는 대검을 든 시몬이 이를 악물고 뛰어들며 검을 휘둘렀다·
까앙!
깡!
까가가가가가강!
두 검이 연달아 부딪히며 굉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살점이 밀집된 메시아의 검에서는 계속해서 팔들이 튀어나와 시몬을 붙잡으려 했기에 순수하게 검술을 겨룰 수 없었다·
시몬이 뒤로 살짝 물러났다·
‘정화의 정수의 또 다른 모습·’
시몬이 몸을 낮추었다·
눈처럼 하얀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소녀의 모습이 시몬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별·’
처억!
시몬이 파멸의 대검을 세워 하늘을 가리켰다·
인간이 되어 광소하며 웃음을 터뜨리고 있던 메시아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무슨 짓을···!”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
천장을 덮은 메시아의 결계를 짓누르듯 뚫어내고·
하늘에서 거대한 신성의 별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것이 피할 틈도 없이 메시아를 향해 날아왔다·
“이건···!”
온 시야를 뒤덮으며 내려오는 거대한 별을 바라보며 메시아의 표정이 아득해졌다·
“신의···!”
콰아아아아아아아아-!
별빛이 엘리시움을 뒤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