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Mage Extra Chapter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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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준동자 (4)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크리스는 위저드의 옆에 서서 전방을 살폈다.

연녹색 머리를 기른 남자가 서 있었다.

그 옆에는 땅에서 솟은 문어의 다리 같은 것들이 사사를 휘감은 상태였다.

‘저건 무슨 마법이야?’

사사가 외쳤다.

“위저드, 오지 마! 이 녀석, 이상한 기술을 써!”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최후의 전쟁을 겪으면서 기괴한 현상들을 전부 파훼한 그녀였으니까.

다만 위저드가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건 남자의 낯익은 기질 때문이었다.

‘엄청나게 강하겠네.’

불쾌하고 탁한 느낌을 배제하면, 마치 시로네나 나네를 보는 듯했다.

위저드가 물었다.

“당신은 뭐야?”

“제르비스.”

그것 외에는 밝힐 게 없다는 듯 제르비스는 단도를 꺼내 사사를 겨누었다.

동시에 위저드가 반응했다.

‘초공(超空).’

흐오오오오!

양수에 불어 터진 듯한 태아의 얼굴이 아지랑이처럼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녀는 무상신을 발동하지 않고 그대로 소멸시켰다.

크리스가 의아하게 쳐다보았다.

“위저드?”

교과서에도 실린 화신술, 무상신.

일단 발동하면 회피나 가드가 절대 불가능한 무적기였기에 의문이 더했다.

‘사사 때문인가? 하지만….’

크리스는 듣지 못했다.

하지만 위저드는 아늑하게 울려 퍼지는 중저음의 목소리를 똑똑히 듣고 있었다.

“왜 주저하지?”

그녀의 눈동자가 옆으로 움직였다.

좁은 벽 틈 사이에서 하비츠가 한쪽 발을 벽에 댄 채 팔짱을 끼고 있었다.

“친구는 아직 무사하니까, 그래서 무상신은 발동하고 싶지 않다. 그런 결론인가?”

또다시 시작된 망상이다.

“참 순수했는데 말이야. 그래서 좋아했지. 내 모든 걸 다 바쳤어. 네가 원하는 건 뭐든 들어주었지. 어때? 이제는 내가 좀 그립나?”

제발 닥쳐.

“자꾸 정의하려고 드니까 두려운 거야. 위저드, 넌 어른이 된 거라고. 정답을 찾아 헤매고, 자신의 생각이 틀렸을까 봐 벌벌 떠는, 그런 볼품없는 어른이.”

“크리스.”

위저드가 말했다.

“가서 도움을 요청해.”

“뭐? 도움?”

인류 최강의 마법사가 있는데?

위저드의 정신이 얼마나 다쳤는지 모르는 크리스는 전력 외가 되는 게 싫었다.

“싫어. 나도 싸울 거야. 이래 봬도 졸업반에서 너 다음이라고. 내 몸 정도는….”

“크리스!”

급하게 소리친 위저드가 쥐어짜 내듯 말을 이었다.

“멍청한 건 딱 질색이야.”

“으….”

그녀는 본래 험한 말을 하는 성격이 아니다. 그렇기에 크리스는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했다.

“젠장! 조금만 기다려!”

자존심을 버린 크리스는 순간 이동으로 자리를 벗어났다.

동시에 제르비스의 동공에서 기포처럼 다중안이 발생하더니 빠르게 회전했다.

준동안(蠢動眼).

위저드는 뒤를 돌아보았다.

어느새 크리스를 붙잡은 제르비스가 단도를 그의 복부에 찔러 넣었다.

위저드의 눈에 힘이 들어갔다.

‘초공!’

무상신(無想神).

몸을 날리는 것과 동시에 5대 시스템의 전체에서 사건의 1프레임이 소실되었다.

으드드득!

다음 프레임이 진행되었을 때 제르비스의 목은 180도 돌아간 상태였다.

제르비스를 지나친 자리에 착지한 위저드는 이를 악물고 손목을 붙잡았다.

“으으!”

그럼에도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놀랍군.”

목이 돌아간 제르비스가 입을 열자 주변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치 한 점으로 빨려 들어가듯 풍경 전체가 한 꺼풀 벗겨져 사라졌다.

“허억! 허억!”

엎드린 크리스는 황급히 배를 만졌다. 상처도,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 이게 뭐야?”

마치 꿈을 꾼 기분.

하지만 위저드의 생각은 달랐다.

‘환각이 아니야. 진짜 벌어진 사건이다. 모두의 배치가 그대로라는 게 증거야.’

마치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 데이터로 변해 기억으로 전송된 기분이랄까.

‘다중 우주 같은….’

제르비스가 다가왔다. 그녀가 부러뜨렸던 목도 어느새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준동경계를 뚫고 들어올 수 있다니. 웨나 위저드, 역시 네가 최강이다.”

칭찬조차 짜증 났다.

“당신, 대체 정체가 뭐야?”

대답 없이 미소를 지은 제르비스의 육체가 연기처럼 풀어지기 시작했다.

“또 보게 될 것이다.”

마지막 말이 바람을 타고 흩날렸다.***다음 날 아침.

오젠트 가문의 훈련장에서 리안과 테스는 땀을 뻘뻘 흘리며 수련 중이었다.

수도 바슈카에 근무하는 그들이지만, 시로네의 결혼식이 끝나고 부모님인 빈센트와 올리나, 이카엘을 데리고 크레아스로 돌아온 상태였다.

땀을 닦은 테스는 리안을 돌아보았다.

벌써 2시간째 쉬지도 않고 큼지막한 대직도를 시원하게 휘두르고 있었다.

“좀 쉬면서 해. 그러다 다치겠어.”

오젠트 라이의 신호를 받아 부활했기에 더 이상 초인적인 재생은 불가능했다.

물론 이 정도는 운동거리도 안 되지만 노파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원래부터 리미트가 없는 놈이라.’

괜찮은 걸까?

살아 돌아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지만, 당사자의 속은 알 길이 없었다.

‘둔감한 것도 정도가 있지. 재생 능력은 너에게 무력의 큰 부분이었을 텐데….’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리안은 딱히 그것에 대해 불만을 표한 적이 없다.

언제나 그렇듯, 또한 오늘처럼 묵묵히 자신의 수련에 매진할 뿐이었다.

테스가 물었다.

“무슨 수련을 하는 거야?”

리안이 허공을 가르며 돌아보았다.

“뭐가? 왼손 단련 중이잖아.”

“아니, 왜 수련을 하는 거냐고. 솔직히 나라면 허무할 것 같아서. 정말 괜찮아?”

리안은 테스의 말을 이해했다.

“그런가? 모르겠군. 강함에 매달릴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뭔가를 이루기 위해 하는 건 아니라서.”

“그럼?”

“그냥, 계속하는 거지. 나는 검사니까. 그리고 시로네의 검이기도 하고.”

리안은 미소 지었다. 그 미소가 테스에게는 오히려 슬프게 다가왔다.

다시 시로네의 옆에 설 자격을 얻기 위해 필사적으로 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아니야, 리안.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너는 이미르를 꺾은….’

그때 부집사 테무란이 왔다. 등 뒤로 기골이 장대한 검사들이 모여 있었다.

“도련님,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테무란의 표정은 언짢기 짝이 없었다.

문전 박대를 하고 싶어도 가문의 경호원이 감당할 수준들이 아니었다.

테스가 말했다.

“다들 쟁쟁한 분들이시네.”

“면목 없습니다.”

고개를 숙이는 테무란의 좌우를 지나치며 뒤편의 검사들이 다가왔다.

쌍검을 든 남자가 말했다.

“이미르를 꺾은 세계 최고의 대검호, 오젠트 리안을 뵙게 되어서 영광이오. 하지만 나 또한 깊은 수련을 끝낸 바, 승부를 청하고자 왔소.”

테스는 코웃음을 쳤다.

‘깊은 수련 좋아하네. 대검호 칭호를 갖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는 거면서.’

그렇다고 우습게 볼 일은 아니었다.

어쨌거나 그들은 강했고 리안도 더 이상 불사신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진검 승부.

리안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죠. 어차피 수련 중이었으니. 그럼 순서를 정해서 차례대로 해 볼까요?”

“선착순이겠지.”

쌍검을 든 자가 다가왔다.

리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대직도를 들어 올렸다.

각오를 다지는 잠깐의 시간이 끝나고, 쌍검의 남자가 땅을 박차고 돌진했다.

찢어질 듯한 고함을 지른 그가 갑자기 방향을 틀어 리안의 옆으로 돌아갔다.

‘쌍검류의 오의!’

2개의 섬광이 그어지는 순간 리안이 몸을 틀어 대직도를 한 번 휘둘렀다.

“어?”

팅팅 하는 소리와 함께 허무하게 쌍검이 손을 벗어나 하늘로 솟구쳤다.

한 번의 휘두름.

그것만으로 상대를 빈손으로 만들어 버린 상황에 검사들이 입을 벌렸다.

“아, 아니야. 이건 방심해서….”

“다음.”

리안은 무심히 돌아섰다.

남은 검사들은 침묵을 지키며 저마다 생각에 잠겼다.

‘뭐야? 이데아는 사라졌다고 기사에서 봤는데. 힘으로 싸우는 놈 아니었어?’

‘그래도 리안이라는 거군. 참마도에 맞먹는 검으로 저런 정밀함이라니. 아니, 잠깐….’

수염이 희끗한 60대의 검사가 물었다.

“오른손잡이로 알고 있는데 왼손으로 싸우다니. 일종의 페널티 같은 거요?”

리안은 자신의 팔을 보았다.

“딱히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연습해 두고 싶어서. 오늘 왼손 하는 날이라.”

검사들은 울컥했다.

60대의 검사가 눈에 불을 켜며 다가왔다.

“좋소. 다음은 내가 하지.”

그때 훈련장 입구 쪽에서 앞치마를 두른 레이나가 손나팔을 하고 소리쳤다.

“리안! 테스! 밥 먹어!”

테스가 미래의 시누이에게 하이 톤으로 답했다.

“네, 언니.”

레이나의 성격을 아는 리안도 작게 숨을 내쉬며 땅에 큰 원을 그렸다.

“보다시피 시간이 없어서. 그냥 한 번에 덤비시죠. 이 원 안에서 하겠습니다.”

‘완전히 우습게 보는데.’

싫다고 하고 싶어도, 조금 전 리안의 무위를 본 이상 선뜻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어쨌든 이기면 그만이다. 대검호는 내 차지야.’

다들 무언의 동의가 이루어졌는지 저마다 원을 중심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스릉, 스르릉.

저마다 검을 뽑는 소리가 흉흉하고, 고수들의 살기가 리안을 짓눌렀다.

‘지금이다!’

사방에서 검사들이 동시에 뛰어들었다.

수십 회의 칼질이 난무하는 와중에도 리안은 원 안에서 몸을 틀며 한 손으로 공격을 막아 냈다.

‘끝까지 우리를 무시하는가?’

각자의 스키마가 발동했다.

엄청난 근력 증강으로 일곱 자루의 병장기가 내리꽂혔다.

‘절대 못 막아. 팔이 부러지거나 어쩔 수 없이 두 손을 써야 할 거다.’

그 순간 리안의 눈빛이 변했다.-아수라발발타(전장의 부처).영겁의 전투 끝에 도달한 무신의 경지가 지옥 속에서 유일한 길을 찾아냈다.

쾅 하는 소리가 터졌다.

대검호의 추태를 기대했던 검사들의 표정에 일순 경악의 감정이 스쳤다.

“이, 이럴 수가.”

허리를 숙인 리안이 대직도를 등에 대고 공격을 전부 막아 낸 것이었다.

“배검술.”

몸으로 하중을 버틴다.

고수들의 검로를 차단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동작이자 유일한 접점이었을 터.

“보지도 않고 어떻게?”

그 순간 리안이 상체를 튕기더니 한 바퀴를 돌며 대직도를 크게 휘둘렀다.

“윽!”

마치 팔이 뽑히는 느낌에 무기를 놓아 버린 검사들이 황급히 물러섰다.

“이제 됐습니까?”

리안의 승리였다.

아무 성과 없이 물러선 60대 검사가 생각에 잠기더니 시선을 들었다.

“검의… 천재인가?”

“푸훗!”

웃음소리에 모두 고개를 틀자 테스가 황급히 손을 저으며 사과했다.

“아, 죄송.”

하지만 검의 천재라니.

재능이라고는 요만큼도 없던 리안이 그런 말을 듣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래, 리안. 넌 해낸 거야.’

60대의 검사가 다시 앞으로 나섰다.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시오. 오직 내 검술에만 집중한다면 다를 것이외다.”

리안이 검을 내리며 물었다.

“어째서 나에게 왔죠?”

“무슨 뜻이오?”

“이미르를 쓰러뜨린 건 나지만, 지금 최강의 검사라면 쿠안 선생님이 계실 텐데, 어째서 나에게 도전하러 온 것인지 묻는 겁니다.”

“그거야….”

“그분에게 가면 죽을 것 같던가요?”

60대의 검사는 입을 다물었다. 노기에 붉어진 얼굴도 변명이 되지 못했다.

“그만 돌아가세요. 다음부터는 찾아오지 마십시오. 이런 건 의미가 없어요.”

리안의 등에 대고 검사가 말했다.

“그저, 내가 얼마나 강한지 알고 싶을 뿐이오. 나를 증명하기 위해 싸우는 것이오.”

“강함이라.”

리안은 고개를 들었다.

한때는 그도 자신의 강함을 증명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글쎄요. 강하다는 것은….”

말을 멈춘 그는 고개를 저었다. 누군가를 가르칠 자격은 없다는 생각이었다.

“살펴 가십시오.”

리안과 테스가 자리를 떠나자 테무란이 검사들에게 다가가 쪽문을 가리켰다.

“나가실 문은 저쪽입니다. 사람 다니는 곳은 아니니 얼굴은 안 팔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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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inite Mage

Infinite Mage

Infinite Magician, Infinite Wizard
Score 7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14 Native Language: Korean
This is the tale of a boy dreaming about infinity as a human! Found abandoned in a stable, Shirone is the son of a hunter—and a peasant through and though. Despite hardships, he’s a genius that manages to learn to read by himself and becomes obsessed with it. Brimming with genius talent, he goes to the city with his father, where he learns about magic— beginning his journey as an explosive rising 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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