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Tyrant of a Defense Game Chapter 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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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5· [True Ending] 그리고 게임은 계속된다

영주 저택· 내 방·

점심 무렵·

“이 정도면 됐나?”

옷장에 마지막으로 남은 옷을 가방에 챙기고 나는 거울 앞에 섰다·

머리를 정리하고 코트 깃을 가다듬은 뒤 주위를 둘러보았다·

짐을 모두 빼서 텅 빈 방이 보였다·

지난 3년간 지낸 나의 보금자리를 천천히 둘러본 뒤 나는 빙그레 웃었다·

“다음 영주님이랑도 잘 지내기를· 마이 스위트 홈·”

물론 새 영주님은 온 벽과 바닥에 핑크핑크 블링블링 인테리어를 할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뭐··· 어쩌겠냐· 네가 참고 견뎌라·

오래 지내 정든 방의 공기를 마지막으로 들이마신 뒤 나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주군·”

정복을 갖춰 입은 채 복도에 대기하고 있던 루카스가 고개를 숙여 보였다·

“준비는 끝나셨습니까?”

“얼추·”

루카스가 내 가방을 대신 들어주었다· 우리는 함께 계단을 타고 저택 1층으로 내려왔다·

“다음에 보는 건 언제지?”

“황도에서의 일을 끝마치는 즉시 주군이 계실 브링어 공국으로 향하겠습니다·”

“빨리 와야 한다· 맨날 붙어 다니던 호위기사 없으면 불안해서 어디 돌아다니겠냐고·”

“후후· 엘리제 님 정도면 제가 없는 동안 호위를 믿고 맡길 만하지요·”

“걔는 내 호위가 아니야· 세레나데 호위지····”

투덜거리다가 문득 루카스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찌르며 은근하게 물었다·

“그나저나 어제 에반젤린이랑은 어땠어· 이야기 잘 됐어?”

그러자 루카스는 잠시 멈칫하더니 멋쩍게 뒷머리를 긁적였다·

“나름대로··· 이야기가 괜찮게 된 것 같습니다· 다행히도 서로 마음이 같아서····”

이 미련곰탱이의 귀 끝이 살짝 붉어져 있는 게 보인다· 휘파람을 분 나는 루카스의 등짝을 팡팡 쳤다·

“짜식 좀 치는데?!”

“흠흠! 그러는 주군께서는?”

“나 말이냐? 후후후후·”

나는 청혼 반지를 낀 왼손을 흔들어 보였다· 루카스가 감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제가 따라가려면 멀었군요·”

“당연하지 인마· 그래도 내가 형인데· 최소 1년은 앞서가야지 않겠냐·”

1층으로 내려와서 저택 입구로 나오자· 윈터실버 상단의 마차가 대기 중이었다·

윈터실버 상단의 사용인들이 루카스의 손에서 내 가방을 받아 갔다· 나는 루카스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공국에서 보자 루카스·”

“금방 뵈러 가겠습니다· 주군·”

깍듯하게 예를 차려 보이는 루카스를 뒤로하고 마차로 다가가자····

“···후우우·”

마부석에 앉은 채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군견처럼 으르렁대는 군청색 머리칼의 하녀- 엘리제를 발견·

“이 좋은 날에 왜 한숨 폭폭이냐 엘리제·”

괜히 웃으며 묻자 엘리제는 흘긋 나를 보았다·

“아뇨 뭐랄까··· 주인님과 전하가 맺어지는 순간을 기다려 오긴 했는데·”

“했는데?”

“막상 진짜 이어진 걸 보니까··· 기분이 싱숭생숭하네요····”

그래서 그렇게 친언니 결혼하는 날 형부가 마음에 안 드는 동생 표정을 짓고 있었던 거군·

“주인님을 행복하게 해주셔야 해요· 울리면 가만 안 둡니다····”

“좀 봐주라· 네 주인 눈물 엄청 많은 거 알잖아·”

“···그럼 1눈물에 10미소로 상쇄하도록 하죠·”

“환전 시세가 좀 빡센데····”

시답잖은 흰소리를 나누고 있자니 마차 문이 안에서부터 열렸다·

좌석 시트에는 세레나데와 바디백이 마주 앉아 있었다·

“낭군님!”

“세레나데·”

“어서 안으로 들어오세요· 날이 많이 따스해졌지만 그래도 옥체를 보중하셔야 합니다·”

빙긋 웃으며 다가간 나는 세레나데에게 허리를 숙여··· 조심스레 입을 맞췄다·

얼굴이 새빨개진 세레나데가 어쩔 줄 몰라 했다·

“보 보는 눈이 많습니다 낭군님····”

“이제 와서 뭘·”

벌써부터 질렸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엘리제와 바디백에게 나는 손을 휘휘 저었다·

“불만 있으면 너네도 연애해라·”

“그런 말씀 하실 거면 좋은 남자 소개부터 해주세욧····”

바디백이 쫑알거렸다· 동시에 앞 마차에서 신호를 받은 엘리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슬슬 출발하겠습니다· 갈 길이 멉니다·”

“좋아· 가볼까·”

어차피 작별 인사는 어제 미리 다 해두었다· 우리 황제 폐하와도 이야기를 끝내두었고·

마차가 출발했고 나는 세레나데의 옆에 앉았다·

좌석 시트에 등을 기대며 나는 늘어지게 하품했다· 밤을 샜더니 조금 피곤하긴 하네·

“피곤하실 텐데 누우시겠어요 낭군님? 제가··· 크흠! 무릎베개라도 해드릴게요·”

“헉 진짜?”

여행길에 그런 호사를 누려도 된단 말인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자니 앞자리에 앉은 바디백이 진절머리를 쳤다·

“저 다른 마차에 타면 안 될까요···?”

“당연히 안 되지· 제 일좋아하는건까만해바라기씨 1세 보좌관· 내 수행원이니 나랑 바짝 붙어 있어야 해·”

“아니 제 이름 진짜 그걸로 하실 거예요?”

“나 말고 크로스로드를 탓하렴· 이 동네 공모전은 항상 결과가 엉망진창이야····”

이마를 짚은 바디백은 자신의 새로운 이름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설치류스러운 이름은 아무래도 사양인 모양이다·

그렇게 가벼운 대화를 이어가는 동안 마차는 영주 저택을 완전히 빠져나와 도심으로 진입했고····

“응?”

내 눈에 이상한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라? 뭐야?”

크로스로드 북문을 통해 나갈 예정이었는데 그 북문 쪽으로 향하는 대로 좌우로··· 사람들이 가득했다·

그러니까 크로스로드의 시민들이었다·

“황자 전하-!”

떠나는 마차의 좌우로 늘어선 사람들이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지난 3년 절대 잊지 못할 겁니다!”

“전하께서는 정말이지 최고의 영주셨습니다!”

“크로스로드는 앞으로도 언제나 황자님께 활짝 열려 있습니다!”

“또 놀러 오셔야 해요!”

“보고 싶을 거예요···!”

와아아아····

마차 좌우로 펼쳐진 끝없는 사람들의 행렬을·

나는 잠시 얼어붙은 채 멍하니 바라보았다·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다문 입술이 떨렸다·

“···고마워·”

마차 창문을 열고 몸을 밖으로 빼낸 뒤·

힘껏 소리쳤다·

“고마워요!”

내 모습을 보고 환호를 내지르는 3년간 나의 시민이었던 사람들을 향해····

나는 마주 손을 흔들며 약속했다·

“꼭 다시 돌아올 테니까··· 다들 잘 지내야 해!”

일반 시민들의 행렬이 끝나자 낯익은 얼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생산조합의 조합장들과 조합원들이 조직별로 선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변두리에 갇혀 지내던 우물 안 개구리였지만 전하를 만나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되었습니다!”

조합장들이 차례로 외쳤다·

“저희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나 전하의 가르침을 명심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살겠습니다!”

일제히 고개를 숙여 보이는 모든 조합 사람들에게 나는 마주 외쳤다·

“여러분이 열심히 해주었기에 우리 전선이 유지될 수 있었습니다·”

이 사람들과 함께 만들었던 나의 도시를 떠올리며 나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앞으로도 크로스로드를 그리고 여러분 자신을 위해서··· 힘내기를!”

조합원들의 행렬이 끝나자·

그 뒤에는 병사들이 질서정연하게 늘어서 있었다·

지난 3년간 나의 깃발 아래 그 누구보다도 용맹하게 싸운··· 세계 최고의 용사들·

“세계수호전선의 장이자 브링어 공국의 새로운 대공이자 에버블랙 제국의 황태자이자 세계 최고의 전쟁사령관!”

오랫동안 보아 온 어느 노병이 호령했다·

“애쉬 ‘본헤이터’ 에버블랙 황태자 전하께- 경례!”

척-!

마차 좌우로 깨끗하게 도열한 나의 병사들이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완벽하게 일시에 경례를 올려 보였다·

마차 밖으로 상체를 내민 채 나도 마주 경례했다·

“세계 최고의 사령관과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전하께서 저희의 무덤을 만들어 주실 줄 믿었기에 목숨을 걸고 싸울 수 있었습니다!”

“전하께서 지도해 주셨기에 어설픈 신병이던 저희가 지금 이렇게 베테랑이 되었습니다!”

“세계를 구한 영웅이여!”

“언젠가 다시 전하의 휘하에서 복무할 수 있기를 빌겠습니다!”

병종을 가리지 않고 도열한 나의 병사들은 모두가 울고 있었다· 나를 향해 경례한 채 모두가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나 또한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나도 더 이상 눈물을 참지 않았다·

당당하게 울면서 나의 병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또 보자! 그날까지 무운을!”

병사들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대답했다·

“충(忠)-!”

병사들의 행렬이 지나자·

이번에는 황제를 필두로 한 세계의 왕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지라 나는 화들짝 놀랐다·

“세계를 대표하는 조직을 만들었으니 앞으로 오랫동안 그 권력을 누릴 수 있었으련만·”

아버지는 어금니를 드러내며 씩 웃어 보였다·

“세계를 구한다는 그 목적을 달성하자마자 정말로 하룻밤 만에 조직을 해산시킨··· 이 경탄스럽도록 순수한 왕자· 나의 아들 본헤이터!”

왕들이 한데 웃었다· 황제는 좌우의 왕들을 둘러봤다·

“어젯밤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한 번도 그대에게 제대로 감사를 표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그리고·

황제가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 예를 표하려 한다·”

내가 미처 사양하기도 전에·

이 자리에 모인 모든 왕관 쓴 이들이 일제히 나를 향해 고개를 숙여 보였다·

“감사한다· 세계를 구해주어서· 그리고 세계가 하나로 뭉치는 소중한 경험을 하게 해주어서·”

“····”

“이 세계는 그대에게 크나큰 빚을 졌다·”

고개를 들고·

황제는 온화한 미소를 머금어 보였다·

“우리는 그 사실을 잊지 않을 것이다·”

나는 잠긴 목으로 가까스로 대답했다·

“빚이 아닙니다· 저 혼자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해낸 일이니까요·”

잠시 마차를 멈추고 내린 나는 좌우의 왕들을 향해 한 번씩 깊게 허리를 숙여 보였다·

“저의 무모한 길을 믿고 따라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왕들이 일제히 박수를 쳤다·

그 박수갈채 속에서 씩 웃으며 다가온 황제가 내 어깨를 두들겼다·

“자 어서 가거라! 젊은 네가 걸어야 할 길이 늙은 우리의 몇 곱절은 될 테니·”

뒤이어 황제는 내 뒤에 선 세레나데를 향해 눈짓했다·

“청첩장도 기다리마· 축사는 꼭 내가 직접 읊고 싶거든····”

나는 그런 아버지에게 다가가 포옹했다·

뜻밖의 스킨십에 황제는 전에 없이 당황한 듯했으나 나는 아버지를 꽉 끌어안고 진심을 담아 말했다·

“못난 아들을 믿고 지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자주 뵈러 가겠습니다· 아바마마·”

포옹을 풀고·

한 번 더 좌우의 왕들에게 예를 차려 보인 뒤 나는 다시 마차에 탔다·

마차가 천천히 출발했고 나는 마차로 다가온 여러 왕과 마지막으로 악수를 나눴다·

“덕분에 끝까지 도망치지 않고 마지막까지 버틸 수 있었소· 나 아주 칭찬해!”

불탄 수염이 다시 자라기 시작하는 도시국가연합의 장 발렌도·

“결혼 관련해서 해줄 충고가 아주 많거든?! 또 보자 애쉬!”

다섯 아내와 함께 환하게 웃는···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온몸에 깨물린 자국이 남은 미하일도·

“역사 재단 건으로 가까운 시일에 방문하겠소 애쉬 황자! 아주 찐득하게 토론을 나눠보자고!”

여전히 꼿꼿한 목소리를 내는 디어뮈딘도·

“야! 결혼식 주례는 당연히 나 맡겨줄 거지?! 그치?! 엉?! 안 되면 축가라도!”

얼토당토않은 요구를 해오는 켈리베이도·

“네 옆에서 함께 싸웠다는 사실을 일생의 자랑으로 여길게·”

이제 여느 인간보다도 훨씬 더 자연스럽게 악수를 하는 베르단디도·

“좋은 바람을 맞아!”

“멋진 항해 되기를!”

아직도 어젯밤 숙취에서 덜 깨어나 벌건 얼굴로 그러나 진심을 담은 축원을 보내주는 롬펠러 남매도·

“저희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당당하게 한 명의 왕으로 인정받은 한니발도·

악수를 나눈 모두가 마차의 뒤편으로 점차 사라져갔다· 나는 사람들의 온기를 그 손의 감촉을 하나하나 기억하려 애썼다·

왕관 쓴 이들의 행렬이 끝나고· 이제 북쪽 성문 앞·

“전하!”

그동안 나와 생사고락을 함께한 동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간 감사했습니다 전하! 정말로···!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어느새 환하게 웃을 줄 알게 된 토르켈을 시작으로·

“그간의 여정에 축복이 함께했듯이·”

“새로운 여정 또한 가호로 충만하기를·”

미소하며 축복해 주는 제니스와 로제타·

“최고의 한탕이었습니다 전하!”

“너무 훌륭한 한탕이어서 더는 평범한 도박은 못 하게 됐어요!”

“이제 유랑하며 노래하고 다닐 건데 황자님의 전설에 대해서 노래해도 괜찮겠지요?!”

“거절하시면 모든 이야기 주인공을 다 바이올렛으로 바꿔버리겠습니다!”

“그럼 이 몸께서 세계를 구한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시끄럽게 떠들며 웃는 갬블 클럽·

“전하의 배려로 삶의 목적을 조금이나마 찾을 수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조용히 경례해 보이는 헤카테와 글로리 나이츠·

그리고·

“댜부-!”

나를 향해 통통한 손을 내뻗는 시드와 그런 시드를 품에 안은 릴리·

다시금 마차에서 내린 나는 나의 모든 동료와 한 번씩 포옹했다·

“우리는 또 보게 될 거야· 어디서든 어떤 모습으로든·”

시드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은 뒤·

릴리를 마주하며 그렇게 말했다·

“그때까지 모두 평안하기를·”

릴리는 눈물을 흘렸으나 동시에 내게 환히 웃어 보였다·

봄의 햇빛이 쏟아지는 북쪽 성문 아래에서는 나의 영원한 파티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주군!”

“선배님!”

“황자님!”

“전하-!”

각자의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 네 명에게 다가가서 우리 다섯은 한데 포옹했다·

“너희와 함께여서 행복했어·”

이들과 함께한 그 모든 모험의 날들이·

그 모든 기쁨과 아픔과 웃음과 눈물의 날들이·

폭포수처럼 눈앞을 스쳤다· 나는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내게 와줘서 정말로 정말로··· 고마워····”

함께 우는 동료들을 둘러보며 약속을 바라듯 간절히 말했다·

“꼭 행복해야 해·”

이 세상 어디에 있더라도·

우리는 행복해야 해·

“자 가세요! 이별의 인사라면 질리도록 했으니까!”

거칠게 눈가를 훔친 에반젤린이 외쳤다·

“선배님이 앞으로 열어갈 새로운 도전의 시작을··· 우리가 응원할게요!”

모두가 눈물을 닦아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가 시작할 새로운 도전에도 행운이 가득하기를·”

내가 다시 오른 마차가 북쪽 성문 아래를 지나는 그때였다·

머리 위로 꽃잎이 떨어졌다·

올려다보자 어느새 북쪽 성벽 위에 올라선 사람들이 나의 마차가 지나가는 것에 맞추어 바구니에 담긴 꽃을 뿌려주고 있었다·

“행복하세요!”

색색의 꽃을 흐드러지게 피우며 모두가 입을 모아 외쳤다·

“행복하세요-!”

꽃잎의 비를 맞으며·

마차가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우리 마차의 뒤를 따라 걷던 내 영웅들이 하나둘 달리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멀어진다·

“꼭···!”

멀어지는 모두가 함께 외쳤다·

“행복하셔야 해요-!”

이윽고 꽃잎의 비도 손을 흔들던 사람들도 내가 3년간 지냈던 도시의 모습도·

굽이진 길 뒤로 사라져 보이지 않게 되었다·

나는 넘쳐흐르는 눈물을 닦아내지 않았다· 눈을 깜빡일 때마다 조금씩 멀어지는 나의 찬란한 추억들을 그저 가만히 지켜보았다·

이렇게 하나의 여정이 끝을 맺고····

다음 여정이 새롭게 시작된다·

“낭군님·”

내 옆에 앉은 세레나데가 함께 눈물지은 채 그런 내 손을 꼭 잡아주었다· 나는 눈물 젖은 얼굴로 세레나데에게 미소했다·

“가자 세레나데·”

나는 세레나데의 손을 맞잡았다·

“새로운 모험으로·”

지난 3년간 그러했듯이·

앞으로도 내게는 많은 실패 많은 추락 많은 아픔이 있겠지만····

괜찮다·

내가 마음속 깃발을 놓지 않는다면 어느 어두운 골짜기를 헤매든 길은 계속해서 이어질 테니까·

‘또 다른 힘겨운 도전이 험난한 공략이 어려운 삶이 닥쳐오더라도·’

나를 지켜봐 준 이들의 나를 사랑해 준 이들의 그 모든 마음이·

앞으로 내가 향하는 길을 별빛처럼 비춰줄 테니까·

그리 믿으며 나는 웃었다·

세레나데가 부드러운 손길로 내 뺨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나 또한 세레나데의 눈물을 소중하게 닦아주었다·

우리는 울고 웃으며 입술을 겹쳤다·

우리 앞으로 펼쳐진 끝없는 길을 따라 마차는 멈추지 않고 움직였다·

새롭게 계속해서 이어질 삶을 향해서 그렇게····

-完-

작가 후기

어린 시절의 일입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무렵으로 기억하는데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오락실에 들리곤 했습니다·

친구들과 즐겨 했던 것은 횡스크롤 액션 게임이었습니다· <삼국전기>였는지 <야구격투 리그맨>이었는지 <던전&드래곤>이었는지· 정확히 무슨 게임이었는지는 흐릿합니다만····

여럿이서 같이 할 수 있는 데다가 함께 모험을 하는 듯한 그 느낌이 좋아서 주머니에 동전이 생길 때마다 친구들과 오락실에 몰려갔습니다·

그런데 첫 스테이지 보스를 쓰러뜨리는 게 왜 그리도 어렵던지!

어린아이들 특유의 ‘컨트롤이고 시스템이고 모르겠고 버튼을 마구 두들기고 보자!’는 식으로 게임을 했는데 첫 스테이지 보스까지 가는 길도 험난했고 힘겹게 보스를 만나도 도저히 이기질 못했습니다·

저희는 오락실에 가서 몇 없는 동전으로 함께 스테이지를 진행하다가 보스에게 두들겨 맞고 집으로 돌아가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을까요·

서당개도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계속 부딪히다 보니 첫 스테이지 보스를 거의 다 잡는 상황이 왔습니다·

그런데 보스의 HP를 정말 딱 한 대를 남겨두고 전멸하고 말았습니다·

남은 동전은 없고 다들 아쉬워하며 탄식하는데····

그때였습니다·

뒤에서 구경을 하고 있던 자그마치 ‘교복’을 입고 있던 커다란 형이 불쑥 동전을 건네주었습니다·

‘빌려줄게·’

지금 생각하면 그 형도 끽해야 중학교 1학년 정도였을 것 같은데 훨씬 어렸던 제 눈에는 아주 커 보였죠·

철없던 저는 그 동전을 덥석 받았고 제 캐릭터는 위풍당당하게 되살아나서 그동안 한 번도 쓰러뜨리지 못했던 보스를 물리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친구들과 얼싸안고 기뻐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물론 두 번째 스테이지에 들어가자마자 금세 게임 오버 당해버렸지만요·

이후로 저는 그 형에게 빌린 동전을 갚기 위해 생각이 날 때마다 주머니에 동전을 넣고 그 오락실을 찾았지만·

다시는 그 형을 만날 수 없었습니다·

그때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비틀비틀 살아가다 쓰러질 것 같을 때면 또 다른 누군가가 나타나서 제게 동전을 넣어주었습니다·

그렇게 빌리고 갚지 못한 마음이 제 속에 수북이 쌓였습니다·

<디펜스 게임의 폭군이 되었다>는 이렇게 빚진 마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안녕하세요 류은가람입니다·

<디펜스 게임의 폭군이 되었다> 본편이 완결되었습니다·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는 외전이 가까운 시기에 이어서 연재될 예정입니다만·

본편은 괴수전선에서의 3년으로 정해져 있었기에 이 지점에서 마무리를 지으려 합니다·

2021년 2월 초에 연재가 시작되었고 2024년 1월 말에 완결이 났으니· 현실에서도 3년이 흘렀네요·

이 긴 여정을 함께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디펜스 게임의 폭군이 되었다>를 쓰는 일은 매일 도전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단 주인공에게 어려운 과제를 던져준 다음 저도 해법을 고민하면서 쓰는 식으로 작업했거든요·

말도 안 되는 막강한 적을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들을 흐름대로 일단 등장시킨 뒤 ‘그래서 어떻게 공략해야 할까?’를 저도 고민했습니다·

실시간 라이브 연재 중에 이런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은 상당히 힘들고 고통스러운 작업방식이었지만·

그렇기에 저 또한 캐릭터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함께 치열하게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캐릭터들이 스스로 살아 움직이고 요동치며 거대한 벽을 넘을 공략법을 찾아내고 고민에 대한 답을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최선을 다해 각자의 도전에 맞서는 캐릭터들과 함께 어느새 한 방향으로 수렴하며 달려가는 이야기를 그들의 눈높이에서 기록하는 느낌으로 이 소설을 썼습니다·

캐릭터가 소설을 끌고 간다 이야기가 작가의 등을 떠민다··· 글을 쓰면서 가끔 겪는 현상이고· 저도 그런 경험이 없지 않았지만·

<디펜스 게임의 폭군이 되었다>만큼 캐릭터와 이야기가 스스로 의지를 품고 확고하게 움직이는 경험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렇게 3년· 긴 여정 끝에 캐릭터들은 각자의 고민에 대한 결론을 내릴 수 있었고·

저도 제 작가 인생 최대의 도전을 이렇게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

이 소설을 쓰면서 감사한 분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가장 먼저 일등공신이신 김준영 담당 편집자님·

원고를 직접 읽고 교정해 주시고 매번 적절한 피드백을 보내주셨습니다·

특히 집필 초기에 주셨던 ‘캐릭터 간의 관계성에 집중해 보라’는 말씀은 그야말로 이 소설의 정체성을 완성한 피드백입니다·

그 조언 덕분에 릴리와 갓핸드가 서로 마주 보게 되었고 그 순간 비로소 이 소설은 온전한 생명을 얻었습니다·

편집자님이 계셨기에 <디펜스 게임의 폭군이 되었다>는 하나의 소설로 태어날 수 있었고 또 이렇게 완결까지 달려올 수 있었습니다·

긴 시간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전작 담당해 주셨던 조현우 편집자님· 그리고 네이버웹소설 편집부 분들·

전작 때부터 저를 어르고 달래며 이끌어주셨고 또 <디펜스 게임의 폭군이 되었다> 연재를 통과시켜 주셨습니다·

네이버웹소설과의 인연이 아니었다면 어쩌면 저는 진작 웹소설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택했을지도 모릅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시리즈 업로드팀 분들·

언제나 아슬아슬한 마감 그리고 잦은 수정으로 많은 폐를 끼쳤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많은 폐를 끼칠 것 같습니다·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죄송하고 또 감사합니다····

웹툰 그려주시는 ㅤㄱㅛㅇ 작가님 하정 작가님 어시 작가님들· 웹툰 편집자님 그리고 웹툰팀 모든 분들·

웹툰 덕분에 많은 독자님께 <디펜스 게임의 폭군이 되었다>가 알려질 수 있었습니다· 웹툰을 만들어 주신 분들께서 웹소설에도 날개를 달아주셨습니다·

매주 웹툰 연재일마다 두근거리며 즐겁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연재 전 파일럿 에피소드 때부터 읽어준 친구들· 또 연재하는 동안 꾸준히 읽어준 친구들· 읽어주지 않아도 응원해준 친구들·

모두 정말 고마워요· 맛있는 거 사줄게···· 연락해····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님·

언제나 저의 1호 독자로 솔직한 감상과 날카로운 지적으로 원고의 완성도를 올려주었을 뿐만 아니라·

제가 힘들 때 괴로울 때 언제나 옆에서 지지해 준 고마운 사람·

늘 고마워요· 앞으로도 서로 아끼고 배려하며 존중할 수 있기를·

마지막으로 독자님께 감사드립니다·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825화라는 긴 연재 동안 이 이야기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지켜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자님께서 이 이야기를 사랑해 주셨기에 저도 확신을 가지고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독자님께서 지켜봐 주셨기에 저도 이 이야기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디펜스 게임의 폭군이 되었다>는 독자님이 계셨기에 쓸 수 있었던 소설이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엔딩 이후의 이야기를 다룰 후일담은 잠깐의 휴식 기간을 가진 뒤 연재할 예정입니다·

주조연 캐릭터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그들 각자가 맞이할 결말 시간대상 본편에서 다 다루지 못한 몇 가지 떡밥 회수 등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 후일담 또한 오랫동안 준비한 이야기이니 부디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한 가지 자랑을 하려 합니다·

소설 속 고전덕후처럼 저도 완결을 기념하여 한국소아암재단에 소정의 금액을 기부했습니다·

기부의 명의는 제 이름으로 했지만 마음은 이 여정을 함께해 주신 독자님께서 모아주신 것입니다·

어렸던 시절 어느 이름 모를 형이 오락실에서 제게 빌려주었던 동전 하나를 기억합니다·

힘들 때마다 다른 누군가가 전해준 그 선의들이 저를 지금껏 살게 했듯이·

저도 앞으로 꾸준히 좋은 일을 찾아서 조금씩 마음을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동안 <디펜스 게임의 폭군이 되었다>를 쓸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독자님께서도 이 이야기와 함께하시는 동안 즐거우셨기를 바랍니다·

긴 여정을 함께해 주셔서 진심으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2024년 1월

긴 도전을 끝내고

류은가람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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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Tyrant of a Defense Game

I Became the Tyrant of a Defense Game

Score 9.2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Tower Defense & Dungeon Attack RPG] I saw the ending to the game no one was able to clear. But, when I came to my senses, I was inside of the game. In fact, I was in the tutorial stage, a place where strategy was impossible. “I’ll clear this bullsh*t game no matter w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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