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Tyrant of a Defense Game Chapter 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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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4· [True Ending] 마지막 소원

밤이 지나고 멀리서 동이 터오는 시간·

끝나지 않을 것 같던 파티가 끝나고 곯아떨어진 사람들의 숨소리가 도시 곳곳에서 들려오는 이때·

“보기 좋구먼·”

“그러게 말이유·”

밤새 작별 축제에 휩싸인 도시를 지켜보던 두 노인이 대화를 나누었다·

호수왕국에서 아리엘과 함께 방문한 손님·

검귀와 창귀라 불리던 노부부였다·

호수왕국 사절단은 이른 아침에 출발할 예정이었기에 이들은 짐을 모두 꾸리고 자신들이 타고 온 마차에 걸터앉은 상태였다·

“우리도 이제 저주가 끝났는데 저렇게 정답게 좀 놀아볼까?”

“하이고···· 이제 영생도 없고 검이나 창 휘두를 힘도 없으니 좀 살살 지냅시다·”

서로에게 머리를 기댄 노부부는 가만히 크로스로드의 풍경을 살폈다·

정확히는 밤이 새도록 여러 왕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회의하는 아리엘의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

“····”

사실 이번에 검귀와 창귀가 크로스로드에 방문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예전에 애쉬는 자신의 금화를 이들에게 주기로 했으나 대신 다른 약조를 주었다·

밑바닥 마을 주민들을 호수왕국 바깥으로 이주시켜 주겠다고·

제국령 내부에 공식적으로 땅을 나누어주고 그곳에서 새로 시작하게 해주겠다고· 더 이상 호수왕국에서 노예 취급 받으며 살 필요 없도록 해주겠다고·

촌장으로서 두 사람은 당연히 애쉬의 제안대로 하려 했다·

그러나····

“참 열심이시네 왕녀님·”

“그러게 말이유····”

돌아온 아리엘은 온 힘을 다해 호수왕국을 수습하려 애썼다·

어떻게든 외국의 지원을 얻어내려 바쁘게 왕들을 만났고 유의미한 결과를 얻어냈다· 적지 않은 나라와 호수왕국은 수교(修交)에 성공했다·

크로스로드로 오기 전 호수왕국에서도·

아리엘은 앞장서 혼란을 수습하는 동시에 파격적인 개혁을 단행했다·

호수왕국은 본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지에 따라 신분을 갈랐다·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이들을 국민 사용하지 못하는 이들을 비국민으로 분류했고 극단적인 신분 차이를 두었다·

하지만 이제 마법이 사라졌기에 더 이상 호수왕국은 기존의 신분제를 유지할 명목이 없어졌다·

아리엘은 기존의 신분제를 점진적으로 폐지하고 정직하게 육체로 땀 흘려 일하는 이들을 차별 없이 공평하게 대하도록 나라의 체제를 정비하고자 했다·

기존 호수왕국 왕족과 귀족들이 거세게 반발했으나 아리엘은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말라붙은 호수 바닥에 가라앉은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길이라고··· 그녀는 믿고 있었다·

아직은 까마득한 과거로부터 벗어나지 못했지만 아리엘의 지도 아래 호수왕국은 차츰 현대의 세계에 적응하려 몸부림치고 있었다·

“····”

“····”

본래라면 검귀와 창귀는 이번에 애쉬 황자를 만나 호수왕국을 빠져나오는 시기와 방법에 대해 의논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리엘을 믿어보고 싶어졌다·

“검귀 창귀!”

고민에 잠긴 노부부의 귓가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검귀와 창귀가 고개를 들자 미소를 머금은 에버블랙의 황태자가 손을 흔들며 걸어오고 있었다·

검귀와 창귀는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이제 결정해야 할 시간이었다·

***

“황자님이 전에 줬던 제안 말이유·”

다가온 나를 향해 검귀와 창귀가 정중하게 말했다·

“없던 일로 하고 싶수·”

“응?!”

나는 당황했다·

몇 번이나 나를 도와준 밑바닥 마을의 새 출발을 돕기 위해 미리 제국령 내부의 적당한 땅을 물색해 둔 참이었다· 지금 여기에서 토지 문서도 줄 생각이었는데·

“호수왕국에서 우리 왕녀님과 같이····”

검귀와 창귀가 멋쩍게 웃어 보였다·

“밑바닥에서부터 다시 한번 나라를 일으켜 보고 싶어졌거든·”

“사서 고생하는 데에는 익숙하니까 말이유·”

“····”

나는 검귀 창귀와 함께 크로스로드 안쪽을 보았다·

밤새 왕들과 나눈 회의를 끝내고 지친 안색으로 이마를 닦으며 이쪽으로 빠져나오는 아리엘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두 사람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쉽지 않은 결심이었을 텐데 고마워· 검귀 창귀· 두 사람이 있다면 아리엘에게 든든한 힘이 될 거야·”

“이제 별 힘도 없는 그냥 늙은이들인데 뭘····”

“오랫동안 갈라서 있던 사람들이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해· 그리고 두 사람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거야·”

나는 검귀와 창귀에게 씩 웃어주었다·

“아리엘을 그리고 호수왕국을 잘 부탁해· 나도 자주 방문할게·”

나는 손에 들려 있던 토지문서를 주머니에 넣은 뒤 대신 금화 증명서라도 꺼내려고 했다·

“그럼 이사는 취소됐으니· 대신 원래 약속했던 금화라도····”

“그것도 됐수·”

검귀가 정중하게 거절했다·

“정히 주려거든 호수왕국에 대한 지원에 그 금화를 보태주시면 좋겠구려·”

“그리고 이것도····”

창귀가 자신들이 타고 온 마차 뒤의 수레를 가리켰다·

“호수왕국을 위해 써주시겠수?”

수레에는 낡은 상자가 여럿 실려 있었는데 내가 열어보자····

“···이건·”

밑바닥 마을에서 이들이 수백 년간 모은··· 그 낡은 금화들이 들어 있었다·

“쓸모도 없이 그저 삶의 목적 대용으로 긁어모은 금이지만····”

“나라의 미래를 위해 쓸 수 있으면 하는군·”

“····”

본래라면 이 금화까지도 자신들의 새 출발을 위해 사용하려 했던 것일 텐데·

아리엘의 모습을 보고 나라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 이들은 재산도 기회도 모두 쏟아 넣으려 하고 있었다·

“···아리엘은 정말 좋은 사람들을 국민으로 뒀군·”

나는 씩 웃으며 검귀와 창귀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브링어 공국 그리고 에버블랙 제국의 이름을 걸고· 호수왕국의 재건을 위해 모든 인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게·”

마주 씩 웃은 검귀와 창귀가 천천히 몸을 물렸다·

“왕녀님이 오시는군· 그럼 높으신 두 분이서 또 대화 나누시구려·”

“우리 부부는 저쪽에서 데이트라도 하고 있을 테니·”

검귀와 창귀가 자리를 피해주는 것과 동시에 크로스로드에서 걸어 나온 아리엘이 이쪽으로 왔다·

“애쉬!”

“아리엘·”

호수왕국으로 출발해야 하는 지금 이 시간까지 왕들과 회의를 가진 아리엘은 피곤해 보였다· 하지만 성과가 있었는지 얼굴에는 뿌듯함이 남아 있었다·

아리엘이 싱긋 웃으며 내게 물었다·

“밤새 즐겁게 놀았나?”

“덕분에 말이지·”

“청혼 성공한 것 축하한다· 보기 좋은 한 쌍이더군·”

“하하· 결혼식 올리면 청첩장 보낼게· 꼭 와야 한다?”

“물론이지· 네 결혼식을 어찌 빠지겠나·”

잠시 내 결혼 이야기를 그렇게 주고받다가·

나는 아리엘이 떠나기 전 전해주려 했던 물건을 꺼내어 조심스럽게 건넸다·

“자 가져가·”

“이것은···?”

놀라서 받아드는 아리엘에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호수왕국의 왕홀이야·”

예전에 나이트 브링어가 죽으면서 이곳 크로스로드에 남겨둔 호수왕국의 왕권을 상징하는 그 왕홀이다·

이후로 마왕이 멸망유희에 복귀하며 일체의 권한이 회수되었고 마법이 사라진 지금은 그 어떤 힘도 남아 있지 않다·

워낙 오래된 물건인 데다 오래도록 악몽에 오염되었던 탓인지 어둠이 완전히 빠져나가자 몸체가 뒤틀리고 실금이 벌어지는 등 파손이 적지 않게 발생해서····

지난 며칠간 새로이 보수했다·

앞으로 아리엘이 사용할 왕홀이기에 수리공이 성심성의껏 소중하게 고쳤다·

“···고맙다·”

왕홀을 받아든 아리엘은 흐릿하게 미소했다·

“이 왕홀은 우리나라의 국보나 다름없다· 잘 사용하겠다·”

“멋지게 휘두르는 모습 기대할게·”

“그나저나··· 마치 새것 같군· 수리공이 누군지는 몰라도 정말 솜씨가 좋아·”

정성껏 고쳐진 지팡이를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어째서인지····”

아리엘은 호숫빛 두 눈을 천천히 내리깔았다·

“이 왕홀을 쥐고 있으려니 또 가슴이··· 욱신거리는군·”

“····”

“애쉬· 말해다오·”

아리엘은 간절한 얼굴로 나를 보았다·

“정말로··· 내가 잊은 게 무엇인지 너도 모르는 건가?”

“····”

“대체 무엇을 잊었기에 내 가슴이 이리도 옥죄어 오는지··· 정말로 모르나?”

아주 잠시 머뭇거린 뒤

“응·”

나는 대답했다·

“미안해· 나도 알지 못해· 네가 느끼는 상실감의 원인을····”

“···그런가·”

입술을 꾹 다물고 한참 더 왕홀을 내려다보던 아리엘은 눈을 질끈 감더니 다시 내게 생긋 웃어 보였다·

“왕홀을 고쳐주고 전해줘서 고맙다 애쉬· 또··· 가까운 시일에 만날 수 있으면 좋겠군·”

***

아리엘과 검귀 창귀 그리고 호수왕국 사람들이 떠났다·

남쪽으로 멀어지는 그들의 모습을 보다가··· 나는 천천히 뒤돌아서서·

최후의 결전을 치르고 파괴된 남쪽 성벽을 타고 올랐다·

무너진 계단을 밟으며 조심스럽게 성벽 끄트머리로 향하자····

“····”

성벽에 기댄 채 쓰러지듯 주저앉아 있는 회색 남자가 보였다·

가슴에 뚫린 구멍은 전보다 더 커진 채 온몸의 끄트머리에서 하얀 입자를 흩뿌리며····

에이더는 천천히 죽어가고 있었다·

그런 디렉터의 앞에 멈춰선 나는 길게 숨을 뱉었다·

“아리엘이 고맙다더라· 새것 같다고· 수리공 솜씨가 좋다고·”

그러자 에이더는 힘겹게 입가를 치켜 미소해 보였다·

“그렇 습니까···· 그건··· 다행이네요····”

“····”

본래 에이더는 내 ‘소원’을 이루는 데에 쓰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조금 남겨두었었다·

하지만 그 소원은 살로메가 대신 이뤄주었고 에이더는 그만큼 생명이 연장되었다·

그리고 에이더는 마지막 남은 그 며칠을 사용해서··· 아리엘의 왕홀을 수리했다·

그 왕홀의 온전한 본래 모습을 기억하는 이는 이제 세상에 이 남자뿐이었기에·

마치 그녀의 머리에 새로 리본을 묶어주던 그때처럼· 정성을 다한 손길로 한 땀 한 땀· 악몽과 오염을 제거하고 부서진 장식을 보수하고 보석을 접붙였다·

그리고 그것마저도 직접 전하지 않고 내게 대신 전하게 했다·

“정말 이렇게 끝낼 셈이야?”

안타까워서 묻자 에이더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분의 남은 평생을 괴롭게 만들고 싶지 않아요·”

“····”

“때로는 누군가와 마음을 나눴다는 사실 자체가 아픔으로 남을 수 있으니까요····”

그의 손끝과 발끝이 천천히 빛의 입자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본래라면 제 목숨은 외신들에게 반역한 그 순간 끝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만 해도 충분히 기적 같은 일이에요·”

“····”

“앞으로 저분이 평생 사용하실 왕홀의 수리를 할 수 있어서··· 먼발치에서나마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뵐 수 있어서 기뻤어요·”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왜 이렇게까지 한 거야?”

초점 잃은 잿빛 눈을 드는 에이더에게 한 번 더 물었다·

“무수하게 시간을 되돌리고 이길 수 없는 싸움을 이어가면서 왜 이렇게까지··· 아리엘을 구하려고 한 거야?”

그러자·

바짝 말라붙은 에이더의 입가에 흐릿한 미소가 맺혔다·

“그때 저분의 한마디 말이··· 저를 사람으로 살게 했으니까요·”

자신의 삶에 깊이 박힌 어느 빛나는 한순간을 추억하듯·

에이더의 눈빛이 아득해졌다·

“저분이 제게 이름을 붙여주었기에· 비로소 저는 이름 없는 노예도 아니고 가짜 왕자도 아닌··· 저 자신으로 살 수 있었으니까·”

“····”

“저분이 준 찬란한 추억들이 저를 지금껏 살게 했으니까····”

에이더는 힘겹게 숨을 삼켰다·

“그뿐이에요·”

“····”

“그나저나 영주님· 제가 죽으면 누구도 저를 기억하지 못할 테니 장례식은 열리지 않겠지만····”

나의 공범은 특유의 뻔뻔한 미소를 머금어 보였다·

“저를 위해서는 혹시··· 어떤 시를 읊어주실 생각이었나요?”

“····”

스러져 가는 에이더의 앞에 똑바로 서서·

문득 그의 삶과 겹쳐 떠오른 시 한 구절을 나는 천천히 읊어주었다·

내가 그다지 사랑하던 그대여

내 한평생에 차마 그대를 잊을 수 없소이다

내 차례에 못 올 사랑인 줄은 알면서도

나 혼자는 꾸준히 생각하리다

자 그러면 내내 어여쁘소서

낭송이 끝나고·

“···하하· 참 예쁜데·”

옅어진 숨결로 에이더는 웃었다·

“조금 아픈 시네요····”

서서히 빛의 입자로 흩어져 가는 그의 앞에서 나는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켰다·

“····”

이곳에 한 남자가 있었다·

누군가가 던져준 사소한 말 한마디에 구원받은 바보처럼 순수했던 남자가·

그래서 그 한마디에 보답하기 위해 운명을 거스르고 세계에 반역하며- 영원토록 싸운 남자가·

그 누구도 기억하지 못할지라도·

자신의 영혼마저 바친 끝에 자신의 짝사랑을 그리고 자신의 세계를 구해낸· 그런 남자가·

이곳에 있었다·

“내내 어여쁘소서 나의 왕녀님····”

사그라질 듯한 목소리로 에이더는 속삭였다·

그의 흐려진 두 눈이 천천히 감겼다·

그리고····

***

····

***

착각일까·

***

발소리가 들린다·

***

누군가가 다급하게 성벽을 달려 올라오는 그런 발소리·

***

에이더는 천천히 눈을 뜨고 옆을 보았다·

“하아 하아 하아····”

성벽의 끝에- 막 달려온 한 여인이 서 있었다·

드레스는 흐트러지고 긴 은발에 묶은 붉은 리본은 풀어진 채 체통도 없이 거칠게 호흡을 들썩이는····

호수왕국의 왕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믿을 수 없다는 듯 눈만 깜빡이는 에이더를 향해 아리엘은 가슴팍을 움켜쥔 채 내뱉었다·

“하지만 가슴이 너무 아파서··· 구멍이 뚫린 것처럼 쓰라리고 욱신거려서····”

“····”

“소중한 누군가가 있었는데 내 마음에서 억지로 뜯어낸 것만 같아서 그래서···!”

목 아래까지 들어찬 호흡을 가까스로 정리하고·

고개를 든 아리엘은 웃었다·

“가장 가슴이 아픈 방향으로 왔어요·”

커다란 호숫빛 눈동자 아래로 하염없이 눈물을 쏟으며 어떻게든 미소했다·

“바라보기만 해도 눈물이 나는 당신을 찾아서 내가 왔어·”

에이더의 잿빛 두 눈 아래로도 조용히 눈물이 흘러내렸다·

“당신의 이름도 모르지만· 당신이 내게 무엇이었는지도 모르지만····”

천천히 다가온 아리엘은 자리에 주저앉아 에이더와 눈높이를 맞추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당신에게 이렇게 청해야만 할 것 같아·”

아리엘은 떨리는 손을 뻗어 에이더의 잿빛 머리칼을 부드럽게 쓸어 넘기고 그의 얼굴을 소중히 들여다보았다·

“소풍을·”

눈물 젖은 얼굴로 미소하며 아리엘은 에이더를 향해 한껏 정중하게 청했다·

“나와 함께 소풍을 가주시겠어요···?”

생기를 모두 잃고 죽어가던 에이더의 눈물 젖은 얼굴에도·

“···네·”

거짓말처럼 선명한 미소가 스쳤다·

“가요·”

눈부신 파편이 흩날린다·

“언제나 언제나··· 당신과 소풍을 가고 싶었어요····”

빛의 입자로 변해 사라져가는 에이더를 아리엘은 온몸으로 끌어안았다·

“바깥은 봄이 한창이에요·”

더 이상 앞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은 에이더의 귓가에 아리엘은 흐느끼며 속삭였다·

“우리는 손을 잡고 교외의 언덕으로 가요·”

그 광경이 눈에 보이는 듯 에이더는 행복하게 웃었다·

“멀리 느티나무가 서 있고 그 주위에 심긴 여름꽃은 화창한 날씨에 벌써 꽃봉오리를 틔웠어요·”

아리엘은 목이 메어 말을 더듬었지만·

“봐요· 어제는 비가 왔지만 오늘은 이렇게나 맑아요·”

마주 환하게 웃었다·

“하늘에는 무지개가·”

에이더에게서 떨어져 나온 빛의 조각들이·

아리엘의 주위를 맴돌듯 휘몰아치며 하늘로 쏟아져서····

“비가 갠 하늘에는 당신처럼 아름다운 무지개가····”

밝아 오는 하늘 아래로 형형색색 눈부시게 반짝였다·

“이렇게··· 한가득 피었어요····”

···가만히 그 아름다운 하늘을 살피던 내가 고개를 내렸을 때·

에이더는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그 자리에는 흐드러지게 반짝이는 빛의 입자 사이에서 오열하는 아리엘만이 남아 있었다·

“···애쉬·”

오래도록 운 뒤·

겨우 눈물을 그친 아리엘은 내게 말했다·

“부탁이 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아리엘은 간절하게 물었다·

“다음에 만날 때··· 들려주지 않겠나? 이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

“나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틀림없이 내가 사랑했을··· 이 사람의 이야기를· 내게 들려다오·”

나는 한 번 더 깊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게·”

나는 흐릿하게 미소했다·

“몇 날 며칠을 새어도 모자랄 아주 긴 이야기지만··· 꼭 들려줄게·”

빛의 조각 사이에서 여전히 눈물 젖은 얼굴로· 아리엘은 손에 들린 왕홀을 소중하게 품에 끌어안았다·

왕홀에 남은 그 남자의 온기를 가슴 속에 기억하려는 듯이·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한 남자의 이야기를·

자신의 영혼마저 바친 끝에 자신의 짝사랑을 그리고 자신의 세계를 구해낸·

그리고 최후의 최후에 이르러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비 갠 느티나무 언덕으로 소풍을 떠난·

틀림없이 마지막 소원을 이룬·

그런 어느 행복한 바보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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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Tyrant of a Defense Game

I Became the Tyrant of a Defense Game

Score 9.2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Tower Defense & Dungeon Attack RPG] I saw the ending to the game no one was able to clear. But, when I came to my senses, I was inside of the game. In fact, I was in the tutorial stage, a place where strategy was impossible. “I’ll clear this bullsh*t game no matter w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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