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1· [True Ending] 해산식 (3)
“예?”
로제타의 제안에 토르켈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
“제가··· 사제요?”
“그렇습니다· 저희 여신교단 산하의 성전기사단에서 공식적으로 입교 권유를 드리는 겁니다·”
“하 하지만 저는 나병 환자입니다··· 이런 제가 사제가 되면 분명히 세간에서 말이 나올 겁니다·”
그러자 로제타는 크게 고개를 저었다·
“이제 이 세상에서는 모든 마법과 신비가 사라졌습니다· 저희 교단에서 사용하던 신성력도 사라졌고 동시에 세상에 남아 있던 모든 저주도 함께 사라졌지요·”
로제타는 투구로 가린 토르켈의 얼굴을 가만히 응시했다·
“하지만 토르켈· 당신의 나병은 남아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나병이 저주가 아니라 단순한 병증이라는 증거입니다·”
“····”
“그동안 당신이 신전에 기거하며 봉사하는 모습을 우리 사제들이 살폈습니다· 당신의 신심 청렴함 이타적인 사고와 행동까지· 사제보다 더 사제 같은 실로 귀감이 되는 모습이었지요·”
토르켈은 고개를 숙였다· 로제타는 말을 이었다·
“성전기사단은 교단을 위해 싸우는 사제들이 모인 조직입니다· 그러나 기사단이기 이전에 여신을 섬기는 사제이며 우리 교단은 사제를 허투루 뽑지 않습니다· 진정으로 당신에게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기에 입교 권유를 드리는 겁니다·”
“····”
잠깐의 침묵 뒤·
토르켈이 조심스레 되물었다·
“···정말 감사한 제안입니다만 조금만 고민을 해봐도··· 괜찮겠습니까?”
“물론이지요· 결심이 섰다면 나중에라도 언제든지 교단 쪽으로 연락을 넣어주십시오· 긍정적인 답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토르켈을 향해 목례하고서·
로제타는 나를 향해··· 마치 영입전쟁에서 벌써 승리한 듯한 스카우터 같은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럼 황태자 전하 토르켈이 자기 내면에서 답을 찾도록 여유를 주기로 하고··· 우리는 신전으로 들어가 볼까요?”
“뭐?! 자 잠깐 잠깐잠깐!”
“전하께서 오신다는 소식에 제가 이렇게 직접 마중을 나왔잖습니까· 자아 들어가시지요···!”
나는 로제타의 나긋한 손길에 붙들려 그대로 신전 안으로 끌려 들어갔다·
턱을 괴고 고민에 잠긴 토르켈을 향해 나는 마지막으로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토 토르켈! 브링어 공국도! 던브링어 대공도! 너를 원한다는 사실 잊으면 안돼애애앳···!”
쿵!
내 앞에서 신전의 문이 닫혔다·
이 순간 나는 직감했다·
이번 스토브리그 토르켈 영입전에서 내가 패배했음을·
토르켈은 앞으로 여신교의 사제가 될 것임을····
‘뭐 행복하다면 오케입니다····’
성녀 마르헤리타가 이곳에서 죽은 이후 토르켈은 항상 신전에서 살았다·
그의 긴 속죄가 이제 새로운 형태로 꽃을 피우기를 나 또한 축복하고 싶다·
“내 스토브리그가아아아!”
어찌 됐든 내 영입전략은 작살나고 있지만 말이다· 갸아아악···!
***
신전 안에는 제니스와 한니발도 있었다·
오랫동안 이곳 신전에 신세를 졌던 제니스가 신전 사람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었고 한니발 역시 인사를 전하며 그 뒤를 따르며 꾸벅꾸벅 고개를 숙여 보였다·
“아 전하!”
“황태자 전하를 뵙습니다·”
나를 발견한 두 사람이 미소하며 예를 올렸다· 나는 마주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두 사람은 앞으로 어디로 가는지를 물었다·
“저희 하프 블러드 외에도 세계 곳곳에는 혼혈아들의 커뮤니티가 더 있어요·”
한니발이 차분하게 설명했다·
“그리고 커뮤니티에도 들지 못하고 홀로 고통받는 혼혈아들의 숫자는 더 많을 테고요·”
“저와 한니발은 대륙 곳곳을 돌면서 그런 이들을 찾고 또 돕는 일을 하려 합니다·”
한니발은 혼혈 커뮤니티 ‘하프 블러드’의 장으로서 활동을 더욱 넓힐 생각이었고 자유의 몸인 제니스는 그런 한니발과 함께할 모양이었다·
“어느 곳에 가든 사람들을 도울 자신이 있어요! 의술을 비롯해 온갖 잡학다식하신 우리 아버지도 있고! 저도 켈리베이 장인님께 배운 기술이 있으니까!”
한니발이 자신만만하게 팔뚝을 치켜 보였다·
그 옆에서 제니스가 쓰게 웃었다· 몰라보게 자라긴 했지만 아직 어린 티가 남은 자신의 아들이 걱정되는 모양이다·
우리의 대화를 옆에서 듣고 있던 로제타도 나섰다·
“저희 여신교단도··· 그런 소외된 이들을 돕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 합니다· 하프 블러드의 활동과도 연계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고요·”
나는 슬쩍 물었다·
“토르켈 영입도 그런 이유 중 하나인가?”
“최우선 이유는 그분이 진실로 좋은 사제가 되리라 생각해서입니다·”
로제타는 특유의 매력적으로 주름진 미소를 머금어 보였다·
“하지만 그간 여신교가 소외된 이들의 삶을 들여다볼 생각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나병 환자 외에도 이종족 혼혈 난민···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이들이 많이 있어요·”
“····”
“이들에게 작은 희망이 되어 주려 합니다· 허울뿐만이 아니라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러한····”
말끝을 흐린 로제타는 신전을 둘러보았다·
“이곳 크로스로드에서 지난 제 삶을 지배해오던 많은 고정관념을 버릴 수 있었습니다·”
그녀와 눈이 마주친 제니스와 한니발이 씩 웃었다·
마주 미소한 로제타가 나를 보았다·
“이제 편견 없이 보다 많은 이들에게 세상의 온기를 전파해야겠습니다·”
교단은 신성력을 잃었으나·
그만큼 더 세상을 향해 진실해질 준비를 이미 끝낸 것 같았다·
“신성력이라는 편리한 약이 사라졌으니 그만큼 더 의학 연구에도 집중할 생각이고요·”
“앞으로도 자주 봐야 할 것 같군 로제타·”
진심을 담아 말했다·
내가 황태자여서 좋은 일이 뭐겠어· 세상에 선한 영향을 끼치려는 이들을 도울 수 있다는 거지· 신성력이 사라진 만큼 의학 연구에도 국력을 집중해야 할 테고·
“위정자 분들은 본래 자주 뵙기 부담스럽지만 전하께서만은 예외시지요·”
로제타가 예를 차려 보였다·
“불러만 주십시오· 어디든지 찾아뵙겠습니다·”
“저도입니다 전하·”
“저도요! 저도!”
로제타와 제니스 한니발 외에도·
나는 사제 및 정령사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전투를 보조해 주는 이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승리할 수 있었음을 잘 아니까·
나는 신전을 구석구석 방문하며 그간 고생한 모든 사람을 치하했다·
“····”
내가 몇 번이고 신세를 졌던 병실은 지금 비어 있었다·
깨끗하게 정리된 하얀 침대 위를 살피며 나는 괜히 마음이 울렁였다·
***
여기저기 다니며 사람들을 만났더니 금세 시간이 지났다·
어느새 오후가 지나 저녁에 가까운 시간·
중앙광장 쪽으로 돌아오자 분위기는 한층 더 시끌벅적해져 있었다·
특히 광장 한켠에서 갬블 클럽이 작은 공연을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코발트와 스칼렛이 작은 목각인형들로 인형극을 하는 동안 오렌지와 라임이 복화술로 대사를 읊고 있었다·
내용은 무슨 빛의 용사가 어둠의 악룡을 물리치는 내용인데· 당연히 내 이야기겠거니 했더니 자세히 살피자 주인공이 긴 보라머리의 여자 인형이다· 뭐야?!
이 인형극은 특히 어린아이들이 좋아하고 있었는데 가장 앞의 특등석에서··· 릴리의 품에 안긴 시드가 눈을 반짝이며 극에 집중하고 있었다· 아이고 귀여운 것·
“시드야 재밌니? 대부님 왔다~”
“아! 댜부~!”
다가가며 인사하자 시드가 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손가락을 하나 내밀어주자 시드는 내 손가락을 꼭 쥐고 까르르 웃더니··· 이윽고 바로 입으로 가져가서 잘근잘근 물어댔다·
그 행복하다면 오케이긴 한데··· 마침 여기 오기 전에 손 씻긴 했는데····
“오셨어요 전하!”
“릴리·”
나와 릴리는 말없이 서로 웃어 보였다·
릴리와 시드의 미래에 대해서는 이미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눈 상태였다·
결론적으로 릴리는 이곳 크로스로드에 남기로 했다·
크로스로드에서 너무 중요한 일들을 많이 맡고 있는지라 떠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차기 생산조합장으로 벌써부터 거론될 정도니까····
그리고 본인 스스로가 이곳에서 시드를 키우기를 바라기도 했다·
크로스로드가 살기 좋아서인지· 떠나기엔 너무 기반이 잡혀서인지·
그도 아니면··· 다른 어떤 이유가 있는지·
나는 구태여 묻지 않았다·
그저 이 모자(母子)의 미래를 응원할 뿐·
“자주 보러 올게 시드야·”
손을 뻗어 시드의 붉은 머리칼을 마구 헝클었다· 그러자 시드는 녹색과 갈색이 섞인 커다란 눈으로 방긋 웃었다· 대체 누굴 닮아서 이렇게 귀여운지 몰라·
“····”
까르륵거리는 자신의 조그마한 아들을 릴리는 조용히 부드럽게 끌어안을 뿐이었다·
그때 양손 가득 먹을 걸 들고 이쪽으로 오던 엘프가 내게 인사했다·
“전하!”
“바디백·”
릴리와 함께 지내는 바디백이었다·
오늘은 릴리와 바디백이 헤어지는 날이기도 하다· 바디백은 나와 함께 브링어 공국으로 가기로 결정되었기 때문·
오래전 그림자부대가 아이기스 특무대 제8팀이었던 때에·
그들은 브링어 공국 내에서 에버블랙 제국 외교관을 암살하고 전쟁의 불씨를 놓는 임무를 맡았다·
그렇게 촉발된 두 나라 사이의 전쟁은 이미 끝났고· 이제 세상은 평화롭지만·
그 일을 없던 것으로 할 수는 없으니까·
나는 바디백을 증언시키고 그 전쟁이 에버블랙의 의도로 일어난 것임을 분명히 할 생각이었다·
더스크 브링어와의 약속이기도 했지만 나 자신이 에버블랙 황태자이자 새로운 브링어 공작이기에·
과거를 확실히 청산하고자 제국의 과오를 인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바디백은 이 힘든 여정에 기꺼이 동참해 주기로 했다·
내가 시드의 두 손을 조심스레 잡고 위아래로 둠칫둠칫 박자를 흔드는 동안 릴리와 바디백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족처럼 지내다가 헤어지려니 많이 아쉬운 모양이다·
“크로스로드로 자주 놀러 와야 해?”
“제가 전하 모시고 진짜 자주 올게요· 시드도 시드지만 릴리도 건강 챙겨야 해요?”
두 사람의 목소리에 물기가 어리려는 즈음에 나는 슬쩍 끼어들었다·
“그나저나 바디백·”
“네?”
“이제 너도 이름을 되찾아야지·”
눈을 동그랗게 뜨는 바디백에게 나는 싱긋 웃었다·
“코드네임 말고 진짜 이름 말이야·”
“그것이 부끄럽게도··· 본래 이름을 잊었습니다· 철이 들기도 전부터 코드네임을 써서····”
“그럼 이참에 하나 지어보는 건 어때?”
바디백은 당황한 듯했지만 릴리는 좋은 생각이라며 손뼉을 짝 쳤다·
그러자 어느새 우리 주위에 몰려든 사람들이 제각각 바디백에게 어울릴 새 이름을 던져대기 시작했다·
“햄순이?”
“다람이?”
“제 일좋아하는건까만해바라기씨 1세?”
“설치류 말고 사람 이름을 가져오라고! 황태자 보좌관이 쓸 이름이라니까? 좀 번듯한 거 없어?!”
그나저나 왜 또 공모전 분위기가 된 거야 이놈의 동네!
신나는 헛소리 열전에 릴리와 바디백은 그만 배를 잡고 웃음을 터뜨렸다· 두 사람이 웃자 시드도 웃었다· 그리고 시드가 웃자 주위 모두가 웃었다·
행복하다면 오케이···긴 한데···에라 나도 모르겠다·
그렇게 시끌벅적한 와중에····
“요르문간드으으 어딜 간 거야아아아···· 하여간 이놈의 파충류들 지들 좋다며 달라붙을 때는 언제고 다아아 떠나네····”
다들 설치류 이름을 연호하는데 혼자 파충류를 향해 역정을 부리는 여인이 있었다·
술에 떡이 되어 엎어져 있는 바이올렛이었다· 환술이 벗겨진 탓에 그녀의 머리카락은 이제 평범한 갈색이다·
피식 웃은 나는 바이올렛의 손에 쥐어진 잔에 내 잔을 갖다 대어 일방적으로 건배한 뒤 물었다·
“너는 이제 뭐 할 거냐 바이올렛?”
“녜? 그을쎄에요오오····”
풀린 눈으로 헤롱거리던 바이올렛이 스읍 입가의 침을 닦더니 흐느적거리는 목소리로 쫑알거렸다·
“세상을 유랑하면서 제 위대한 모험에 대한 이야기나 떠들고 다녀 볼까나···?”
그러자 막 인형극을 끝내고 이쪽으로 오던 나머지 갬블 클럽 멤버들이 반색했다·
“뭐야 우리 이제 음유시인단으로 재탄생하는 거야?”
“괴수전선의 위대한 싸움을 방방곡곡에 퍼뜨리는 거지!”
“성벽을 넘으려는 온갖 무시무시한 괴수들!”
“그리고 그 사악한 악몽을 물리치는 전설적인 주인공····”
네 명의 갬블 클럽 멤버들은 손을 마구 휘저으며 요란하게 포즈를 잡더니····
“시드의 이야기-!”
느닷없이 릴리의 품에 안긴 시드를 향해 손을 홱 뻗었다·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면서 시드는 활짝 웃었고 주위 사람들이 일제히 환호하며 박수갈채를 쏟아냈다·
세상 억울한 얼굴로 바이올렛이 꽥 소리쳤다·
“나는 어떻게 된겨?! 내가 주인공 아니여?!”
“아니 나부터 좀 챙겨줄래···?”
여러분? 여기 황자님이 있답니다? 괴수전선의 리더 나야 나· 해산한다고 벌써부터 잊으면 좀 슬퍼요?
이렇게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광장의 분위기가 한층 더 달아오르는 순간이었다·
“자아 여러분! 주목-!”
새로운 크로스 변경백께서 나머지 여성 영웅진을 이끌고 나타나셨다·
에반젤린은 어울리지 않는 진지한 표정이었는데 한쪽 손에는 항상 마시던 쥬스컵 대신··· 맥주잔이 들려 있었다! 이제 마셔도 되는 나이이긴 한데 왜 이렇게 어색하지?!
“지금 이 시간부로!”
에반젤린은 엄숙하게 선포했다·
“크로스로드 여성 영웅 및 용병 권익위원회 줄여서 크여영용위는··· 해산합니다!”
“···!”
“회장이었던 제가 마침내 크로스로드를 손에 넣··· 아니 크흠! 크로스로드의 영주가 되었으니까요· 앞으로는 우리 권익위에 들지 않은 사람들까지 모두를 포용해야 마땅할 테니까·”
그렇다·
앞으로 에반젤린은 크로스로드의 영주로서 이 도시의 모든 사람을 보듬어야 할 책무가 있으니까·
자신이 이끌던 사조직을 자신의 손으로 해산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 마음에는 영원히 남아 있을 거예요!”
에반젤린이 손에 들린 잔을 위로 치켜들었다·
“우리가 함께 부어라 마셔라 먹어라 한 날들을 잊지 못할 겁니다! 다들··· 이제 어디로 가든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해!”
“어디서든 잘 먹고 잘 살기를!”
“영원하라 크여영용위!”
“크여영용-!”
크여영용위에 소속되어 있던 이들이 한데 소리쳤다·
정말이지 들을 때마다 용이 울부짖는 것 같은 이름이다··· 해산하는 지금까지도 적응이 안 되네····
“자 선배님!”
그때 에반젤린이 내게로 타깃을 돌렸다·
“세계수호전선의 해산을 기념하여 또 동시에 크여영용위의 해산을 기념하여! 멋들어진 건배사 한번 해주세요!”
모두의 시선이 내게 쏠렸다·
씩 웃은 나는 내 잔을 쥐고 호쾌하게 소리쳤다·
“좋다! 다들 귀 열고 똑똑히 들으라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내 술잔을 높이 치켜들고·
나는 기세 좋게 권주가(勸酒歌)를 읊었다·
勸君金屈?
그대에게 금빛 술잔 권하니
滿酌不須辭
가득 채운 술 사양하지 마오
모두가 환호하며 술잔을 들어 올렸다·
내가 읊은 권주가를 따라 부르며 사람들은 서로 건배했다· 수많은 사람의 잔이 그리고 수많은 사람의 시선이 서로 닿았다가 떨어졌다·
나는 그 모습을 애틋하게 웃으며 보다가 나지막이 뒷소절을 삼키듯 속삭였다·
花發多風雨
꽃 피면 비바람 불듯
人生足別離
인생은 이별로 가득하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고 헤어짐이 있으면 또 새로운 만남이 있는 법·
그러니 내일의 작별을 슬퍼하지 말자· 오늘은 실컷 서로에게 취하자·
비바람 그치면 다시 꽃 피고 아픈 이별이 지나면 기쁜 재회가 찾아올 테니·
시원하게 원샷한 나는 빈 잔을 과시하듯 흔들었다· 사람들이 내 이름을 연호하며 박수를 쳤다·
해산식의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