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0· [LAST STAGE] 좋은 밤 좋은 꿈
현실 인세·
크로스로드 성문 앞·
두두두두두-!
무너진 성벽을 향해 검은 먹구름이 밀려온다·
외신들과의 연결이 차단되자 ‘잠들지 못하는 호수왕녀’는 실 끊어진 인형처럼 쓰러졌고·
그러자 후방에서 크로스로드를 포위한 채 대기하던 괴수 무리가 기다렸다는 듯 돌진을 시작했다·
“····”
쓰러져 있던 영웅과 병사들은 그렇게 몰려드는 검은 해일을 행진하는 세상의 끝을 가만히 보았다·
더 이상 싸울 힘은 없었으나·
모두가 다친 부위를 손으로 붙잡고 일어섰다· 서로가 서로를 부축하며 망가진 성벽 대신 사람의 몸으로 벽을 이루었다·
그들은 이 세상 최후의 성벽이니까· 이 세상의 최종저지선이니까·
모두가 의연한 최후를 맞을 준비를 했다·
그리고 내달려 온 괴수의 선두가 사람의 벽에 닿은 순간·
사아아아아····
흩어졌다·
안개처럼·
강인한 이빨과 발톱 근육과 증오로 무장한 오직 사람을 죽이기 위해 내달리던 모든 괴수들이 거품처럼 사그라졌다·
영계에서 애쉬가 하늘을 닫는 데에 성공한 그 순간·
인세에서 모든 괴수가 한순간 일제히 소멸했다·
악몽의 무리는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일출 앞에 덧없이 사라지는 어둠처럼 몰려들던 먹구름은 흩어지고 크로스로드에는 평온한 햇살만이 내리쬐고 있을 뿐이었다·
사람들은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살폈다· 자신의 눈을 믿지 못하고 눈가를 비비고 놀라서 서로의 얼굴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끌어안으며 환호했다·
“악몽이 끝났다!”
누군가는 웃었고
“악몽이 끝났어!”
누군가는 울었고
“우리는 살아남았다!”
모두가 포옹했다·
“우리가 세상을 지켰어···!”
한데 얼싸안은 사람들이 함께 울고 웃었다·
그렇게 서로 뒤엉켜 기뻐하는 사람들에게서 조금 떨어진 성문 앞 공터·
“····”
에이더는 자신의 무릎에 머리를 베고 누운 ‘잠들지 못하는 호수왕녀’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불에 탄 면사포를 젖히고· 그리운 님의 잠든 얼굴을 가만히 살피다가·
에이더는 가만히 속삭였다·
“당신은 ‘잠들지 못하는 호수왕녀’가 아닙니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악몽의 주인이 아니다·
악몽은 모두 끝났으니까·
에이더는 느릿하게 주머니에서 빛나는 조각들을 꺼내 쥐었다· 애쉬가 주고 간 호수왕국 가장 깊은 곳에서 회수해 온 그녀의 영혼 조각들이었다·
에이더는 천천히 손끝을 기울였고 그의 손바닥을 타고 흘러내린 영혼 조각들이 그대로 그녀의 가슴팍에 떨어져 그녀의 안으로 흡수되었다·
사아아아····
‘잠들지 못하는 호수왕녀’의 몸에 남은 악몽의 그림자가 서서히 빠져나갔다· 창백한 피부에 천천히 혈색이 감돌고 차가운 몸에 흐릿한 온기가 맴돌았다·
그녀는 ‘무명(無名)’으로 되돌아왔다·
그러나 에이더는 알고 있었다·
이렇게 흩어진 그녀의 영혼 조각들을 모두 다시 모은다 해도 이미 그녀가 잃은 것을 온전히 복구할 수는 없으리라는 걸·
악몽의 흔적은 사라질지 몰라도 그녀가 자신의 세상을 구하기 위해 번제(燔祭)한··· 모든 소중한 것들은 되찾을 방법이 없기에·
그래서 에이더는 선택했다·
“제가 기억하는 당신을 드릴게요·”
자신이 기억하는 그녀의 존재를·
그녀를 기억하는 자신의 존재를····
그녀에게 주기로·
“제가 기억하는 당신의 세상을 드릴게요·”
어둠의 검에 꿰뚫려 구멍이 난 가슴팍에서 에이더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영혼 조각을 꺼냈다·
온통 잿빛인 그의 영혼 중 유독 유일하게 눈부시게 빛나는··· 그런 새하얀 조각이었다·
“당신의 고결한 영혼에 먼지처럼 불순한 제 조각이 조금 섞이는 것을··· 부디 용서해 주시겠어요?”
에이더가 손을 한번 꽉 쥐었다 펴자 그의 영혼 조각들이 잘게 부서져 가루가 되었다·
“가난한 제가 드릴 수 있는 가장 소중한 것이니·”
그 별가루처럼 빛나는 일생 가장 소중하게 간직해 왔던 그녀와의 기억들을 에이더는 천천히 그녀의 가슴팍 위로 떨어뜨렸다·
“당신은 ‘이름 잃은 자’가 아닙니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무명(無名)이 아니다·
정당한 자신의 이름을 되찾을 테니까·
“당신의 이름은 아리엘입니다·”
천천히 소중하게·
그녀의 본래 이름을 부른다·
“당신의 이름은 아리엘입니다·”
‘잠들지 못하는 호수왕녀’에서 무명으로·
그리고 무명에서 마침내··· 아리엘로·
“당신의 이름은 아리엘입니다·”
에이더가 기억하는 아리엘의 모든 것이·
아리엘을 기억하는 에이더의 편린(片鱗)이·
그녀의 모자이크처럼 이어 붙인 영혼 위로 쏟아져 그 상처들 사이로 스며들어 그녀의 영혼을 단단히 이어 붙였다·
그 순간 아리엘의 감긴 눈가로 눈물이 방울져 흘러내렸다·
그 눈물을 조심스레 반대편 손끝으로 훔쳐주며 에이더는 애틋한 얼굴로 그녀를 내려다보다가····
“앗·”
자신의 손에 남은 마지막 별가루 같은 영혼 조각 하나를 잡아챘다·
“안 돼요· 이것만은 드릴 수 없어요·”
에이더는 그 마지막 별가루 안을 조심스레 들여다보았다·
그 조각은 어느 날의 기억·
아리엘이 그에게 에이더라는 이름을 지어 준 오랜 하루의 추억이었다·
“이것만은 당신께서 제게 준··· 저의 모든 것이니까·”
모래알처럼 남은 그 조그마한 영혼 조각을 에이더는 소중하게 자신의 품에 넣었다·
그리고 애달프게 웃었다·
“그러니까 이런 이름을 가진 남자에 대해서는··· 이제 까맣게 잊어버려도 좋아요·”
그 자신의 영혼을 바쳐 아리엘의 영혼에 남은 모든 깨어진 상처와 번제의 화상을 치유하는 대가로·
에이더는 잊힌 존재가 되는 길을 선택했다·
그러니 이 이름의 추억만은··· 자신이 안고 죽는다·
그녀가 만에 하나라도 자신을 기억하는 일이 없도록·
“그 모든 슬픈 밤이 그 모든 아픈 꿈이 이제 끝났어요·”
평온한 숨소리를 내는 아리엘의 뺨을 에이더는 다시 한번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앞으로는 좋은 밤 좋은 꿈만 가득하기를·”
천천히 고개를 숙인 에이더는 그녀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조심스럽게 맞댄 뒤 전에 없이 간절한 소망을 빌었다·
“꼭 행복해야 해요 제 몫까지····”
잠든 아리엘의 얼굴을 가만히 마주하다가 에이더는 사라질 듯 먹먹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안녕·”
악몽이 끝났다·
크로스로드의 사람들 모두가 서로를 부둥켜안고 서로가 살아있음에 기뻐하며 울고 웃었다·
모두가 행복한 이 순간에 아주 작은 이별 하나가 스쳤다·
그 누구도 기억하지 못할 정말 오랜 이별 하나가·
***
영계·
무너지는 이 세계에서 또한 사람들은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다·
“····”
황제 트라하는 비공함 라 만차의 갑판에 서서 무너지는 영계의 모습을 살폈다·
정확히는 이 세계 가운데에서 함께 싸운 결사대원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는 애쉬의 모습을·
4대 이신을 비롯한 온갖 종족신들이 애쉬를 찾아와 자신들의 종족을 잘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애쉬는 모든 종족과 사이좋게 지내겠다는 약속을 분명히 했다·
페르난데스와 라르크는 먼저 트라하에게 인사를 올린 뒤 애쉬에게 향했다·
페르난데스는 애쉬를 마구 말로 괴롭혔고 다가온 라르크는 그런 둘을 꽉 끌어안으며 우애의 포옹을 했다· 두 동생은 아프다며 비명을 질렀다·
뒤이어 두 형은 동생에게 아버지와 제국을 잘 부탁한다는 이야기를 몇 번이고 나누었다·
네 마리 적룡은 애쉬와 한 번씩 포옹하고 덕담을 나누었다·
다들 훈훈한 분위기였는데 2대 더스크 브링어만 포옹 중에 못 참고 울어버리는 바람에 그녀를 달래느라 애쉬가 애를 써야 했다· 선대 세 용은 이 모습을 보며 심술궂게 흐흐 웃었다·
애쉬는 선대 회귀자들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특히 그의 친모인 더스티아와 긴 이야기를 나누었다·
더스티아는 힘겨운 여정을 잘 버텨내 주어 고맙다고 말했고 애쉬는 그간 항상 지켜봐 주어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서 애쉬는 무너지는 에버블랙의 마지막 줄기와도 접촉했다· 에버블랙과 함께 지내온 회귀자들이 나무와의 의사소통을 도왔다·
애쉬는 에버블랙이 바란다면 인세에 묘목을 옮겨심어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에버블랙이 거절했다·
마법의 시대가 끝났으니 마법으로 합성한 나무인 에버블랙은 더 이상 인세에서 살아갈 수 없었다· 에버블랙은 자신의 의지로 이곳에서 최후를 맞기로 했다·
그렇게 대화를 이어가는 아들의 모습을 트라하가 지켜보는데····
누군가가 갑판으로 날아와 트라하의 옆에 섰다· 트라하는 쓰게 웃으며 상대를 보았다·
“나더러는 지옥에나 떨어지라더니 여기서 만나는군·”
“····”
“다시 만날 수 있어 기쁘다 더스티아·”
트라하의 아내이자 애쉬의 친모 더스티아였다·
나지막한 한숨을 내쉬며 다가온 더스티아가 트라하의 옆에 섰다· 트라하가 턱짓했다·
“영계 생활은 좀 어땠나?”
“페하께서 저 나무 바로 옆에서 늘 이신들과 전투를 벌여대는 바람에 항상 시끄러웠죠·”
“생전과 별 다를 바 없었군· 거기서도 나를 걱정했나?”
“하 그럴 리가·”
“성격도 생전과 별 다를 바 없군·”
“폐하께서도 제가 죽은 뒤로 변하지 않으셨잖아요·”
생전에 늘 그러했듯 언쟁하듯 대화를 나누며 두 사람의 표정은 평온했다·
부부는 함께 아들의 모습을 보았다· 더스티아가 입을 열었다·
“애쉬가 이 모든 굴레를 벗겨주었습니다·”
“····”
“대대로 끝없이 이어져 온 회귀의 저주가 마침내 사라졌어요· 이제··· 저도 저승으로 떠날 수 있겠네요·”
“회귀의 저주만 없어진 게 아니지· 세상을 감싸던 은총과 우리 문명의 기반을 이루던 모든 법칙까지 없애버렸어·”
“그만큼 세상을 속박하던 고정관념과 멍에 악습 또한 사라지겠지요·”
트라하가 피식 웃었다·
“이미 죽은 몸이라고 저 녀석이 불러올 폭풍을 너무 좋게만 보는 거 아닌가?”
“애쉬가 바꾼 이 세계가 앞으로 어떤 모습이 될지는 그야 모르죠· 하지만 우리 아들은··· 잘 해낼 거예요·”
“····”
“잠시 길을 잃고 헤매더라도 결국은 별을 찾아내는 아이니까· 그러니까··· 앞으로의 모험도· 잘 해낼 거예요·”
더스티아가 트라하를 똑바로 보았다·
“저는 이제 더는 저 아이를 지켜볼 수 없어요· 그러니 폐하께서 우리 아들을 잘 보살펴 줘야 합니다·”
“나 늙은 거 안 보이나? 이제 내가 보살핌받아야 할 차례라고·”
“약한 소리 하기는· 그 피스메이커께서·”
두 사람의 입가에 미소가 스쳤다·
“나는 죽으면 지옥에 떨어지겠지만 당신은 이제 더 평화로운 곳으로 가겠지·”
“····”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마 오늘이 마지막이겠지?”
“글쎄요· 이 길의 뒤에 뭐가 있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트라하와 더스티아의 입술이 가까워졌다·
“폐하께서 지옥에 떨어지신다면 저도 아마 같은 곳에서 기다리고 있지 않겠어요?”
“그때 다시 프러포즈해도 되겠나?”
“당연히 다시 해야죠· 생전 당신의 프러포즈는 최악이었으니까·”
두 사람은 천천히 키스했고 이윽고 물러섰다·
“그럼 헤어질 시간이군·”
“안녕히· 빌어먹을 내 사랑·”
더스티아가 갑판에서 벗어났고 트라하는 비공함을 몰아 애쉬 쪽으로 향했다·
애쉬는 한창 살로메에게 붙잡혀 고생하는 중이었다·
애쉬는 ‘나는 임자가 있다고! 꺼져!’라며 그녀를 떼어내려 했지만 살로메는 ‘임자가 있으니까 더 좋다는 거다!’ 같은 괴악한 소리를 지르며 계속 달라붙었다·
“애쉬!”
트라하가 소리쳐 불렀다·
“시간이 없다! 이제 떠나야 한다!”
쿠구구구궁···!
영계가 급속도로 붕괴하고 있었다·
막 살로메를 멀리 집어던진 애쉬는 황제 쪽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뒤 자신을 지켜보는 많은 사람을 둘러보았다·
더 이상 언어로 된 인사는 의미가 없었고 나눌 시간도 없었다·
모두와 한 번씩 눈빛을 나눈 뒤 애쉬는 라 만차 쪽으로 날아왔다·
동시에 글로리 나이츠 5인이 라 만차에 설치된 차원이동술식 마력로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악마종의 함선에서 옮겨 설치한 그 마력로였다·
기이이이잉!
아직 영계에는 마력이 충분히 남아 있었지만 인세로 넘어가는 그 경계의 순간부터 마력 공급이 없어질 것이 분명했기에· 마력로 가동에는 미리 함선 저장고에 비축해 둔 마력을 동력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황제가 작게 감탄했다·
“처음에는 이 외계의 마력로를 왜 이식하나 했는데 이것이 인세로 돌아갈 수단이었구나·”
“저만 왔다면 모를까 황제 폐하를 모시고 오는데 당연히 퇴각 수단을 최우선으로 준비해 뒀지요·”
애쉬가 씩 웃었다·
영계와 인세의 통로가 닫히더라도 1회에 한해 영계에서 인세로 돌아갈 방법으로 준비한 비책이 바로 이것· 차원이동술식이 부착된 라 만차였다·
허공을 날아온 애쉬가 갑판 끝에 선 황제의 손을 맞잡으려는 순간이었다·
쿵-!
갑자기 거센 진동이 일대를 울렸다·
“···?!”
“···!”
차원이동술식이 새겨진 마력로에서 발생한 거대한 충격파가 일대를 휩쓸었다· 라 만차가 크게 흔들렸고 애쉬가 뒤로 홱 밀려났다·
아버지와 아들의 손이 허공에서 엇갈렸다·
트라하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폐하!”
동시에 함교에서 차원이동술식을 준비하던 헤카테가 비명을 질렀다·
“차원이동술식이 폭주하고 있습니다! 마력 공급을 시작하자마자 제멋대로 작동 시퀀스에 들어갔습니다!”
차원이동술식을 설치해 준 코코가 사전에 경고했던 대로· 이 외계의 마력로 자체가 극도로 노후화된 상태였고·
이미 인세에서 영계로 진입할 때 한번 사용하는 바람에 그 내구도도 한계에 달했다·
심지어 영계대결전 중 라 만차는 격렬한 전투를 치러내야 했다· 영계의 바다에 내팽개쳐져 가라앉았다가 기적적으로 부상(浮上)하기까지 했다·
이 과정에서 섬세한 마법이자 기계인 차원이동술식 마력로가 마냥 온전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영계 자체가 붕괴하는 매우 불안정한 환경까지 더해져····
쿵-! 쿵-! 쿵-!
마력로에서 연달아 불규칙한 진동이 터져 나왔다· 애쉬는 폭풍에 휩쓸린 나뭇잎처럼 거듭 밀려났다·
함교를 향해 트라하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당장 안정시켜!”
“불가능합니다! 마력로가 말을 듣지 않습니다!”
“그럼 일단 작동을 중지시켜! 강제로 멈춰! 애쉬가 함선 밖에 있단 말이다!”
“크윽···!”
헤카테는 마력로 제어 패널의 중지 버튼을 몇 번이고 내려치다가 검을 뽑아 마력로와 이어진 마력 저장고의 연결을 강제로 끊으려 했다·
하지만 이 술식의 작동에 들어가는 마력량은 일개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크고 거대했다·
챙그랑-!
연결부에 검을 내려친 것만으로도 검이 산산조각 나며 헤카테가 뒤로 나가떨어졌다·
트라하는 자신의 의식을 불어넣어 비공함 자체를 멈추려 했으나 차원이동술식은 비공함 자체의 컨트롤과는 무관하게 폭주를 이어갔다·
어떻게든 작동을 중지시키려던 다른 글로리 나이츠가 고함을 질렀다·
“컨트롤이 되질 않습니다 폐하! 이대로면 곧···!”
다음 순간·
번쩍-!
폭주한 차원이동술식이 앞서 필요한 공정을 모두 무시하고 강제로 발동했다·
라 만차의 거대한 선체 전체가 빛에 감싸이더니 눈부신 섬광과 함께 공간을 가르고··· 사라졌다·
애쉬를 남겨두고 인세로 떠나버렸다·
“···이래서·”
인세로의 유일한 귀환 방법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애쉬는 허탈하게 웃었다·
“마지막까지 방심하면 안 되는데····”
직후 차원이동마법의 후폭풍과 영계 붕괴의 충격이 일대를 휩쓸었다·
그 맹렬한 진동에 휩쓸려 애쉬는 무너지는 영계의 밑바닥으로 추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