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Tyrant of a Defense Game Chapter 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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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8· [LAST STAGE] 무지개

“기억하시나요?”

‘잠들지 못하는 호수왕녀’의 앞에 서서 그녀가 든 칼끝을 마주한 채·

에이더는 문득 먼 과거를 추억했다·

“당신께서 저에게 함께 소풍을 가자고 청해주신 일이 있었어요·”

《····》

“어릴 적에 자주 놀러 가던 언덕이 교외에 있다고 하셨어요·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고 여름에는 꽃이 핀다며····”

‘잠들지 못하는 호수왕녀’는 어떤 기억도 떠올리지 못한다·

“그곳으로 소풍을 가자고 당신께서 먼저 청해주셨지요·”

‘잠들지 못하는 호수왕녀’는 어떤 감정도 떠올리지 못한다·

“그때 제 가슴이 얼마나 뛰었는지 모르실 거예요· 짝사랑하는 당신과 둘이서 행복한 한때를 보낼 수 있다는 상상만으로 그날 밤 저는 들떠서 한숨도 못 잤지요·”

머나먼 과거 따위 잊히고 불탄 잿더미에 불과하니까·

이 남자의 말을 들어주고 있는 것은 이 남자가 선대 플레이어이기에· 그가 무슨 수를 준비해 왔을지 몰라 외신들이 주의하고 있는 것뿐·

하지만 에이더는 그저 담담하게 까마득한 옛 추억을 조심스레 풀어놓을 따름이었다·

“하지만 약속한 날에는 비가 왔어요·”

에이더의 입가에 애틋한 미소가 걸렸다·

“갑자기 비가 쏟아져서 결국 소풍은 취소되었고· 저는 한껏 풀이 죽어 실망했지요·”

《····》

“그런데 그때 당신께서 저에게 무어라 말씀하셨는지··· 기억하시나요?”

기억도·

감정도·

떠오르지 않는데·

어째서인지 문득·

귓가에 빗소리가 울리고····

“비가 오면 비가 내리는 풍경을 볼 수 있지·”

두 사람은

오백 년 전의 모습으로·

“그리고 비가 그치고 나면 무지개를 볼 수 있지·”

왕성 안뜰 정자에 나란히 앉아서 함께 내리는 비를 바라보고····

이윽고 비가 그친다·

환하게 개어 오는 하늘과 같이 어린 왕녀는 웃는다·

“자 에이더· 무지개를 보러 가자·”

왕녀가 내민 손이 노예의 손을 잡고

두 사람은 햇살이 스미는 비가 그친 세상으로-

“무지개를 보러 가자····”

눈을 한 번 감았다 뜨자 먼 추억은 거짓말처럼 다시 사라졌다·

이곳은 전장·

이곳에 선 것은 왕녀와 노예가 아니라 악몽의 주인과 실패한 용사·

“···그날 당신과 함께 본 무지개가·”

에이더는 조용히 고백했다·

“지금껏 저를 살게 했습니다·”

《····》

“당신이 제게 준 아름다운 것들이 너무도 찬란해서···· 아직도 이 가슴에 박혀 사라지질 않아서 그래서 제가 지금껏 살았습니다·”

멈췄던 에이더의 걸음이 다시 앞으로 내디뎌졌다·

“호수왕국이 멸망한 그날 뒤로 당신의 세계에는 영원히 검은 비가 내리고 있지요·”

그가 다가오자 ‘잠들지 못하는 호수왕녀’의 손에 들린 검이 앞으로 섬뜩한 기운을 뿌렸다·

에이더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녀의 손에 무엇이 쥐어져 있든 처음부터 상관없었으니까·

그가 닿고자 하는 것은 그녀의 마음뿐이었으니까·

“검은 비에 잠겨 익사한 세상을 구하고자 그 모든 비를 받아낸 가엾은 나의 왕녀님·”

한 걸음 더 에이더는 다가섰고·

푹-!

내질러진 어둠의 검이 에이더의 가슴팍을 꿰뚫었다·

하지만 에이더는 그 상태로도 걸음을 내디뎠다·

꿰뚫린 가슴팍이 먼지처럼 부서지며 흩날렸다· 울컥 치솟은 피가 입가를 적셨다· 덜덜 떨리는 두 다리가 당장이라도 무너질 듯 휘청였다·

하지만 그야말로 필사의 의지로 한 걸음을 더 내디디며-

손을 뻗었다·

에이더의 낡은 손끝이 왕녀의 면사포 아래 뺨에 닿았다·

“이번에는 제가·”

그녀의 차가운 뺨을 어루만지며 피에 얼룩진 얼굴로 에이더는 웃었다·

“당신에게 무지개를 보여줄게요·”

무언가 이상을 느낀 외신들이 다급하게 ‘잠들지 못하는 호수왕녀’를 뒤로 물리려 했으나·

이미 늦었다·

에이더의 손끝에서 눈부신 섬광이 터져 나왔다·

은색의 빛무리는 그대로 ‘잠들지 못하는 호수왕녀’를 휘감은 꼭두각시 줄- 외신들의 ‘시선’을 타고 그대로 하늘로 솟구쳤다·

영계에서 외신들이 강제로 통로를 확장시켰고 그 여파로 인세로 향하는 외신들의 시선 또한 강력해졌다·

‘잠들지 못하는 호수왕녀’와 연결된 흑색 시선은 그 어느 때보다도 선명해졌다· 외신들은 그녀를 조종하는 권리를 만에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전에 없이 강렬한 의지를 주입했다·

‘잠들지 못하는 호수왕녀’의 몸에 칭칭 휘감긴 그 시선은 거의 검은색 거미줄처럼 보일 정도였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에이더는 노렸다·

외신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잠들지 못하는 호수왕녀’와의 연결을 강화한 지금 이 순간·

이 순간이야말로 그가 준비한 ‘비장의 한 발’이 절대로 빗나갈 수 없는 필중(必中)의 순간이었으므로·

“‘멸망유희’를 아니· 당신들의 ‘시스템’ 그 자체를 망가뜨리는····”

그가 굳이 ‘플레이어’에서 물러나 ‘디렉터’를 자처했던 이유·

멸망유희라는 이름의 게임을 그리고 그 시스템을 다루어 온 이유·

지난 무수한 세월 동안 시스템의 빈틈을 찾고 우회할 수단을 마련하고 조금씩 자신의 흔적을 침투시켜 온 이유·

모든 것은 오직 지금 이 순간을 위해서·

최후의 최후에 시도할- 반역을 위해서·

“제 조그만 복수입니다·”

그것은 시스템을 무력화시키는 일종의 바이러스이자·

영생의 시간 동안 이길 수 없는 상대와 싸워온 한 남자의 집념 그 자체였다·

외신들과 ‘잠들지 못하는 호수왕녀’를 연결하는 흑색 시선을 따라 에이더가 쏘아 올린 섬광이 물결치며 치솟았다·

촤르르르륵!

그리고 그 궤적을 뒤따라 외신들의 시선이 일제히 오류를 일으키고 폭발하고 제 기능을 상실했다·

이 갑작스러운 사태 앞에서 외신들은 황급히 연결을 끊으려 했으나 그럴 수 없었다·

그들 자신의 의지로 ‘잠들지 못하는 호수왕녀’와 거미줄처럼 옭아맨 채 연결된 상태였기에·

번쩍-!

끝끝내 하늘을 모두 거슬러 오른 섬광이 외신들의 눈에 닿았다·

『···!』

들리지 않는 비명을 내지르며 외신들이 눈을 질끈 감았다·

외신들이 이 세계에 덧씌웠던 모든 ‘시스템’이 일제히 에러를 일으켰다· 그들이 까마득히 먼 이계에 존재함에도 이곳 세상에 간섭할 수 있게 해주던 통로가 일순 먹통이 되었다·

“어때요 영주님·”

하늘을 뒤덮은 무수한 눈들이 고통으로 감기는 장면을 보며 에이더가 문득 애쉬를 향해 물었다·

“괜찮은 타이밍이었나요?”

***

“최고의 타이밍이다 에이더···!”

나는 소리쳤다·

에이더의 ‘비장의 한 발’이 작렬했고 이곳 영계를 뒤덮은 외신들 또한 일제히 고통에 떨었다·

외신들이 이 세계에 간섭하는 힘이 급속도로 약해졌다·

하지만 이것은 일시적인 현상일 뿐·

외신들이 다시 힘을 회복하기 전에- 지금 이 순간 승부를 내야 한다!

“마왕!”

나는 나의 영원한 적수를 향해 소리쳐 물었다·

“맡겨도 되겠나?”

나와 시선이 마주친 마왕은 피식 하고 하얀 균열 같은 입을 치키더니·

《물론·》

간단하게 그러나 믿음직하게 대답했다·

마왕은 몸의 뒤로 긴 붓 자국 같은 어둠을 궤적으로 남기며 하늘로 치솟았다·

그리고 하늘의 정중앙에 선 그는 좌우로 팔을 뻗고 손끝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어둠을 뿜어내··· 이계와 연결되는 통로를 붙잡았다·

《크으으····》

마왕의 입에서 고통 어린 울부짖음이 터져 나오는 것과 동시에

《아아아아아!》

쿠구구구궁···!

닫히기 시작했다·

하늘이·

조금 전까지 거대한 손으로 그 통로를 열어젖히던 외신들은 다시금 그 거대한 손을 만들어 방해하려 했으나 에이더에게 시스템을 파괴당한 탓인지 손이 제대로 형상을 이루지 못하고 스스로 부서져 내렸다·

『무슨 짓을 하는 거냐 마왕!』

외신들이 다급하게 마왕을 향해 소리쳤다·

『멈춰라! 우리가 정한 이 우주의 섭리를 스스로 어길 셈이냐?!』

『너 또한 성좌였던 몸! 그런 네가 자신이 정한 법칙을 거스르면 너는 존재 자체가 소멸한다!』

『이 세계는 작은 무대 위의 연극일 뿐이다! 고작 그런 것을 위해 죽을 생각이냐!』

사방으로 핏물처럼 어둠을 흩뿌리며 마왕이 소리쳤다·

《상관없어!》

『···!』

《성좌고 우주고 섭리고 연극이고 아무래도 좋단 말이다···!》

시스템이 붕괴하고 통로가 무너지는데도 외신들은 필사적으로 ‘깜빡임’과 ‘시선’ 그리고 ‘손길’을 쏟아내 마왕을 공격했다·

그 모든 공격을 받아내며 온몸이 산산이 부서지고 다시 이어 붙기를 반복하며 마왕은 포효했다·

《내가 이제껏 타락시키지 못한 영혼은 없었다· 그러니까 그 사람을 타락시킬 수 있다면···!》

이 순간·

이 작은 연극 무대 위에서·

《내 영혼이 모조리 불타버려도 좋다···!》

처음으로 마왕은 주연을 맡았다·

《보여주겠어 너도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다는 걸····》

어느 순간 그의 파괴된 몸이 더는 회복하지 못했다·

이계와의 통로가 닫혀갈수록 마왕의 힘도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평범하게 살고 평범하게 죽고 평범하게 행복하고 평범하게 불행해야 마땅한··· 그런 평범한 인간이라는 걸···!》

하지만 마왕은 믿을 수 없는 집념으로 갈가리 찢기고 터져나가는 그 몸으로 계속해서 하늘을 닫았다·

《너를 타락시켜서 증명하겠어-!》

마왕은 필사적으로 마지막 힘을 짜냈고

《아아아아아-!》

그렇게 하늘의 문이 완전히 닫히기 직전-

촤아아악···!

이계 저편에서 쏟아진 무수한 ‘깜빡임’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온몸이 터져나가며 쓰러지고 말았다·

마왕이 힘없이 추락했다·

온몸이 넝마가 된 채 아래로 떨어지며 그는 망가진 얼굴을 필사적으로 돌려 나를 찾았다·

그리고····

타앗-!

그가 쓰러지는 순간 나는 동시에 날아오르고 있었다·

허공에서 스치며 우리의 시선이 마주쳤다·

마왕이 힘겹게 물었다·

《맡겨도 되겠나?》

나는 싱긋 웃었다·

“물론···!”

하늘의 중앙까지 날아오른 나는 손을 앞으로 뻗었다·

내 손에는 [옥새 반지]가 차여 있었다·

“나는 인류의 종족신으로서 아니····”

눈을 부릅뜨며 천명했다·

“세계수호전선의 장으로서 이 세상 모든 자유의지를 대표한다!”

그러자 전 세계 모든 곳에서 나를 향해 희고 투명한 기운이 휘몰아쳐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것은 바깥세상에서 빌려온 힘이 아니었다·

오롯한 이 세상의 힘 이 세상 모든 사람의 자유의지· 그 총합이었다·

“나는 이 세계를 대표하여 소망한다·”

고오오오오···!

모인 사람들의 의지는 뜨겁다·

그동안 모았던 그 어떤 의지의 총합보다 이번이 더욱 깊고 무거웠다·

그렇기에 더욱 더 망설이지 않는다·

나의 깃발을 믿고 따르는 이들의 마음을 올바르게 대표해야 할 책임이··· 나에게 있으니까!

“우리는 우리의 세계에 가해지는 모든 압제를····”

나는 내게 모인 ‘세계의 의지’를 제련해서····

“거부한다-!”

하늘을 향해 쏘아냈다·

눈부신 흰 빛이 이계와 통하는 통로를 뒤덮었다·

외신들이 최후의 저항을 시도했다· 어떻게든 통로 안으로 망가진 손가락을 밀어 넣으며 나를 향해 무수한 ‘깜빡임’ 세례를 쏟아냈다·

끝없이 중첩된 ‘깜빡임’과 외신들의 손길이 기어코 세계의 의지를 막아냈다·

일순 서로의 힘이 길항을 이루었다·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진다·

“아아아아아-!”

나는 포효하며 손을 앞으로 뻗었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여기서 밀려날 것 같아?

“조금만 더····”

빛의 격류 속에서 온몸이 타들어가는 고통을 느끼며 나는 필사적으로 외쳤다·

“조금만 더···!”

그리고·

투둑 투두둑····

격렬한 전투를 버티지 못한 [옥새 반지] 위로 실금이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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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Tyrant of a Defense Game

I Became the Tyrant of a Defense Game

Score 9.2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Tower Defense & Dungeon Attack RPG] I saw the ending to the game no one was able to clear. But, when I came to my senses, I was inside of the game. In fact, I was in the tutorial stage, a place where strategy was impossible. “I’ll clear this bullsh*t game no matter w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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