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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메이젠 티렌(2)
갑작스러운 흑마인의 등장에 학생 들이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기 시작 하였다· 제아무리 흑마인을 상대하 기 위해 교육받고 있다지만 1학년 중에서 실전 경험이 있는 사람은 거 의 없다·
게다가 상대는 최소 5~6리스크로
추정되는 흑마인· 그것도 심지 어··· 자신들에게 가르침을 주던 교수가 타락한 흑마인이었다·
“교 교수님 대체 왜···
어떤 학생이 턱을 덜덜 떨며 묻자 메이젠이 희미하게 웃었다·
“··제가 아직도 교수로 보이시나
요? 참으로 안타까운 견식이네요·”
메이젠은 착 가라앉은 눈빛으로 천 천히 학생들을 훑어보았다·
아직은 어리고 약하지만·
길게는 몇십 년··· 짧게는 몇 년 안에 자신의 성취를 금세 넘어서고 저 위로 올라갈 재능을 가진 아이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데···
자신 또한 매일매일 마법을 갈고닦 고 공부하고 수련했다·
그럼에도 재능의 한계라는 벽에 부 딪혀 메이젠 티렌이 나아갈 수 있 는 최종적인 성과는 4클래스 언저리 였다·
그녀는 더욱 높은 곳을 바라보았 다· 더 잘난 사람이 되어 모두를 우 러르고 싶었고 더욱 강한 힘으로 위에 서고 싶었다·
그래서 메이젠은 어쩔 수 없이 연 금술사의 길을 택하였다·
마법으로는 한계가 명확하였기에·
차라리 가장 자신 있는 물질계 마 법을 극한까지 단련하여 연금술사 로서 대성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연금술의 재능마저도 지지 부진한 수준·
천만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메이젠의 추염부열(趨炎附熱)은 가 히 신의 경지에 이르러 높은 신분 에게 아부하고 가진 이들에게 빌붙 으며 권략자의 비위를 맞추는 것에 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메이젠은 실력이 아닌 인 맥으로 간신히 스텔라 아카데미의
교수가 될 수 있었다·
그래도 그녀는 자신이 그럭저럭 뛰 어난 연금술사라고 생각했다· 꽤 대 단한 논문을 작성하기도 했고 대단 한 연구에 참여하기도 했으며 어찌 되었든 스텔라의 교수가 될 정도였 으니까·
마법도 어느 정도 다루며 연금술 또한 학계의 권위자에 위치해 있으 니 이제는 더 높은 곳을 바라봐도 좋지 않을까·
···그 생각은 스텔라에 들어온 직후 산산조각 부서지게 된다·
자신보다 뛰어난 연금술을 선보이
는 에이젤 모르프와 자신보다 뛰어 난 발상을 하는 백유설·
그리고 모든 것에서 자신을 항상 앞서는 알테리샤의 존재까지·
이해할 수 없었다·
왜 나보다 늦게 배운 것들이 나보 다 뛰어나야만 하는가·
이 정도면 그래도 열심히 공부했 다고 생각했는데·
왜 내가 새파랗게 젊은 놈들보다 뒤떨어져야 하는가·
그 열등감·
그 질투심·
모든 감정이 하나로 모여·
현재의 메이젠 티렌이 되었다·
“하···
이제는 괜찮다·
눈앞에 대마법사의 자질을 가진 천재들이 모여 있으니까·
더 이상 그 재능을 부러워하지 않 아도 좋다·
그것을 빼앗아 자신의 것으로 만 들면 되는 문제가 아니던가?
으윽!”
메이젠에게서 방출되는 흑마력이 서서히 이 공간 자체를 혹색으로 침 식하였다·
아마 머지않아서 이곳에 있는 모 든 신수들이 흑마에 물들 것이라는 생각에 풀레임은 비쩍 마른 입술을 혀로 핥았다·
“···막아야 해·”
일주일 동안 이곳의 공간은 그 어 떤 마법으로도 뚫을 수 없는 결계로 인해 폐쇄된다· 즉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다는 말이다·
메이젠은 그 일주일 동안 여유롭게
스텔라의 학생을 사냥해 나가겠지· 그건··· 스텔라 역사에 다시없을 가장 끔찍한 학살극으로 기록될 것 이다·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재들이 이 자리에서 모조리 죽임을 당한다 면 그야말로 이 세상의 미래는 어 둠으로 가득할 테니까·
마침 이 자리에는 주인공급 인물 들이 상당히 모여 있다·
에이젤 마유성 홍비연·
입원해 있는 해원량과 행방을 알 수 없는 제레미 지금쯤 제4계층을 헤매고 있을 백유설이 없는 건 아쉬
웠지만····
어쩔 수 없다· 주인공급이 항상 모 여 있기를 바랄 수는 없으니·
“공주님···广
“어서 도망치세요! 저희가 여기를 막고 있을게요!”
“으아아···
홍비연은 착 가라앉은 눈으로 자신 의 파벌원들을 일일이 살펴보았다·
안색이 질려 아무것도 못하는 파벌 원 벌써부터 제 몸을 챙기겠다고 뒤로 도망치는 파벌원 ···그리고 자 신을 챙기겠답시고 앞을 가로막고서 는 실드를 전개하는 파벌원·
그녀는 바닥에 기절해 있는 아르슈 앙을 바라보았다·
‘나를 위해···
방금까지 그녀는 흑마화에 물들 뻔 했으나 오히려 그것을 구원해 준 대가로 완전히 자신의 사람이 되었 다· 또한 주변의 다른 파벌원들 역 시 그 모습을 보고 영향을 받아 자 신에게 완전히 넘어온 것으로 보인 다·
이 기회를 이용해야 한다·
어차피 도망쳐 봐야 갈 곳은 없다· 죽는다· 그러니 이곳에서 물러서지 않는 용감한 리더를 연기해야만 했다·
그녀는 스태프를 움켜쥐고서 자리 에서 일어나 파벌원들을 제치고서 앞으로 나섰다·
“아니 싸운다· 물러나 봐야 결국 하나씩 사냥당할 뿐이야·”
“고 공주님····”
“내가 가장 앞에서 싸운다·”
그녀의 말에 겁에 질려 있던 파벌 원들도 침을 꿀꺽 삼키고선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이곳에 있는 대부분 의 학생들은 모두 홍비연의 부하였 던 탓에 그녀의 말 한마디에 순식 간에 전투태세가 완성되었다·
마유성과 에이젤 풀레임까지 홍비
연의 옆으로 합세하자 메이젠이 비 릿하게 웃었다·
“얌전히 포기하고 마나를 내놓으 면 평생 일반인으로 살지언정 목숨 을 부지할 수도 있을 텐데··· 기어이 죽음을 택하는군요·”
그리 말하며 그녀는 오른손을 높 이 치켜들었다· 흑마인은 지팡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계에서 그 에너지를 빌려와 사용 하기에
흐75•흐흐 !!
마법의 캐스팅·
그것을 확인한 즉시 풀레임이 소
리 쳤다·
“막아!”
탓! 그 외침과 동시에 마유성은 이 미 파워 점프를 사용하여 도약한 채 였고 삽시간에 메이젠의 머리 위에 도달해 거대한 바위의 송곳을 내리 쳤다·
꾸웅···!
그러나 검붉은 실드가 생성되어 가 로막혀 송곳은 순식간에 소멸되었 다· 마유성은 거기에 멈추지 않고 바닥에서 수십 개의 불꽃 기둥을 소 환하여 메이젠의 몸을 감싼 뒤 그 녀가 물러날 수 없도록 뒤쪽에 바위
의 장벽을 쳤다·
직후·
하늘에서 거대한 불꽃의 덩어리가 떨어져 내린다·
홍비연의 전매특허 화력 집중·
···꽈앙!!!
무려 5클래스의 마법으로 만들어졌 을 실드에 순식간에 거미줄처럼 금 이 가버렸고 거기에 에이젤의 벼락 이 내리꽂히자 완전히 박살 나버렸 다·
“무슨···
메이젠은 당황하여 동공을 흔들었
다· 마법의 ‘축복,을 받은 천재들의 기량을 우습게 본 대가였다·
흐읍!”
이윽고 풀레임이 거대한 빛의 광 선을 발사하자 그것에 적중당한 메 이젠의 몸이 뒤로 물러났다· 거의 3m에 달하는 몸체로 변해 있었기 어】 명중은 어렵지 않았다·
이내 캐스팅을 끝낸 홍비연의 파벌 원들 또한 마법을 발동하여 메이젠 을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여기까지는··· 참으로 순조로워 보였다·
그러나 그게 아니란 사실을 풀레
임은 잘 알고 있다·
여태까지 메이젠은 공격을 하지 않 았다· 못한 게 아니라 하지 않은 것이다·
강력한 한 방을 준비하기 위해·
자신의 힘을··· 시험하기 위해·
이토록 마법을 퍼부었음에도 메이 젠의 캐스팅은 여전히 멈추지 않은 채였으니까·
‘안 돼··· 막을 수 없어·’
풀레임은 입술을 잘근 씹으며 소리 쳤다·
“모두 충격에 대비해!”
그렇지 않아도 메이젠의 캐스팅을 보고서 기겁한 학생들은 공격을 정 지하고 다 같이 실드를 전개하였다·
본디 실드 마법이란 자그마한 실드 조각을 여러 개로 덧대어 더욱 단단 한 강도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전개 되게 마련·
서로 다른 마법사가 전개한 실드는 결속력이 없지만 이렇게나 많은 2 클래스의 마법사들이 한꺼번에 전개 한 실드는 그럭저럭 쓸 만한 방어력 을 갖추게 되었다·
거대하고 푸른 마법진이 전방에 전 개되었고 대지 계열 마법사들은 땅
을 들어 올려 방어막을 만들었으며 풀레임은 흑마력에 특화되어 있는 광휘의 보호막을 전개하였다·
···그리고·
한순간에 모조리 부서지고 말았다·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그저 검은색의 거대한 불꽃 덩어 리가 이쪽 방향을 향해 쏘아진 것을 마지막으로 보았을 뿐·
“커흑···!”
충격을 최대한 흡수하였음에도 불 구하고 학생들은 사방으로 비산하 여 여기저기 널브러지고 말았다·
풀레임 또한 꼴사납게 바닥을 구르 며 지끈거리는 허리를 움켜쥐었다· 뒤쪽으로 날아가다 바위에 부딪힌 탓에 허리에 심각한 무리가 온 것 같았다·
“젠···장···:
허리에 억지로 회복 마법을 부여하 며 비틀비틀 일어나 스태프를 거세 게 쥐었다· 사방에 학생들이 쓰러져 있건만 메이젠은 여전히 여유로운 태도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흐음 이건 꽤 쓸 만하군요· 그나 저나 막아낼 줄은 몰랐답니다· 확실 히 우리 1학년의 생도들은 보통이
아니군요?”
그녀는 정말로 기쁘다는 듯 웃음 지었다·
“···그 재능을 흡수할 생각에 저는 굉장히 기쁘답니다·”
저벅
고작 한 발자국 메이젠이 내딛スト·
몇몇 학생들이 억지로 스태프를 딛 고서 일어났다· 정말 놀랍게도··· 이 와중에도 적이 아직 눈앞에 있다는 생각에 저항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 는 것이다·
“하하···· 과연 제아무리 새싹이 라도 스텔라는 스텔라라는 겁니까?”
하나둘 일어나서 지친 몸으로도 마 력을 끌어올리는 생도들· 메이젠은 천천히 그들을 훑어보더니 표정을 와락 구겼다·
“···애새끼들 주제에 뭘 그리도 열심인지·”
풀레임은 재빠르게 마유성의 위치 를 확인하였다· 교복은 잔뜩 헤져 있었지만 그럭저럭 멀쩡한 것으로 보였다·
아니· 멀쩡한 정도가 아니었다·
그의 몸에서는 서서히 스파크가 튀 고 있었는데 일반적인 푸른색과 붉 은색이 섞인 마력이 아니라 완전한
흑색이 었다·
마유성이 고유 특성 [흑마지배력] 을 사용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조건이 굉장히 까다로웠 는데 완전한 [흑마지체]를 개방하는 게 그 조건이었다·
현재의 마유성으로서는 그건 꽤 힘 든 일· 게다가 한 번 흑마력을 공개 하는 순간 스텔라에 영영 다닐 수 없게 될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개방한다는 건··· 그깟 아카데미보다 작금의 상황을 헤쳐 나가는 게 더욱 중요하다는 의 미였다·
그러나 그 순간·
콰앙! 자리를 박차고 마유성에게 접근하는 메이젠·
“크윽···!”
마유성은 힘의 개방을 멈추고서 어 쩔 수 없이 뒤로 물러나며 전방에 바위의 장벽을 전개하였다·
콰콰쾅!!
하지만 3클래스의 장벽조차 가볍게 꿰뚫으며 돌진하는 메이젠 티렌· 마 유성은 파워 점프를 사용하여 다급 히 허공으로 회피했으나 메이젠은 그마저도 곧바로 따라붙었다·
하는 수 없이 허공에 불꽃을 폭발 시켜 그 반동으로 억지로 스스로를 바닥에 내팽개친 마유성이었으나 그 로 인해 상당한 충격을 입고 말았 다·
퍼퍼퍼펑!!
메이젠은 곧바로 그런 마유성을 타 격하려 했으나 간신히 정신을 차린 학생들이 마법을 발사해대는 바람에 그럴 수 없었다·
그사이 마유성은 재빠르게 거리를 벌리려고 했으나 메이젠은 실드를 대충 전개하여 공격을 받는 한이 있
어도 그를 끝까지 추격하려 했다·
‘뭔가를 눈치챘구나···
흑마지배력은 자신보다 수준이 높 은 흑마인에게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기적인 특성이다·
메이젠은 진즉부터 그런 사실을 알 고서 마유성이 흑마력을 전개하지 못하도록 억지로 추격하는 것이고·
“이 개같은 년아!”
풀레임은 빛의 채찍을 소환하여 메 이젠의 몸을 속박하였다· 속도가 아 주 살짝 느려지긴 했으나 크게 효 과는 없었다· 메이젠은 그것마저도 쥐어뜯고 전진하였기에·
그사이에도 마법은 메이젠을 강타 하였다·
그런데·
메이젠이 공격을 받고는 있다지 만··· 그래도 무려 5리스크 이상의 힘을 지닌 흑마인이다·
그런 그녀를 상대로 마유성은 온갖 센스를 발휘하여 공격을 막거나 회 피하며 오히려 틈틈이 반격까지 하 고 있었다·
바위가 솟구치고 벼락이 떨어지며 불꽃의 장벽이 메이젠의 시야를 가 린다·
즉 메이젠을 상대로 훌륭한 ‘탱킹’
을 하고 있는 것이다·
‘생각보다··· 더 대단하잖아·’
제아무리 마유성이라지만 자신의 모든 힘을 해방하지 않은 채로 5리 스크의 흑마인을 상대로 멀쩡히 버 티는 모습이라니·
비록 마유성이 특성을 개방하지는 못했지만 상황 자체만 두고 보자면 나쁘지는 않았다·
마유성은 나이트로서 그 역할을 톡 톡히 해내고 있었으니까·
메이젠이 마유성의 특성을 견제하 느라 그를 맨투맨으로 상대하는 그 때 학생들은 각자가 펼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마법을 캐스팅하였다·
긴박한 상황에서는 사용할 수 없었 으나 마유성이 훌륭하게 탱킹을 해 준 덕분에 캐스팅은 굉장히 금세 끝 나고 말았다·
펑 콰쾅!!
각종 속성 마법이 한꺼번에 쏟아지 는 그때·
···구석에서 조용히 주문을 외우던 에이젤의 마법이 완성되었다·
“크리스탈 플라워·”
일전에 백유설과 합을 맞추며 개발 해 낸 그녀의 필살기 마법·
순간적으로 4클래스 이상의 효과를 보여주지만 사용 직후 탈진 상태에 들어가기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 니라면 꺼내지 않는 마법이었으 나····
지금이 그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었다·
쩌저적···!!
거대한 얼음의 꽃이 피어올랐고·
“부서져라·”
그것들은 이내 자그마한 꽃잎으로 비산하여 메이젠의 몸을 관통하였 다·
강철조차 관통하며 뼛속까지 얼려 버리는 얼음의 총알들·
거기에다가·
“···집어삼켜라·”
갑작스레 거대한 불꽃의 파도가 세상을 뒤덮었다·
일전에 괴수 모의전에서 에이젤의 마법을 보고서 홍비연이 스스로를 극한까지 몰아세워 가며 단련하여 개발한 마법·
‘불꽃의 파도·,
그 거대한 파도는 에이젤의 마법은 물론 자연을 전혀 태우지 않고서
오로지 목표로 정한 대상만을 향해 나아갔다·
콰웅···!
불에 타올랐다기보단 폭탄이 터졌 다고 봐도 좋을 정도의 굉음과 함께 메이젠의 비명 소리 같은 것이 울려 퍼졌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풀레임 또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마법을 발휘하였다·
“흑색이여 녹아내려라·”
허공에 금색의 문이 생기며 빙글 빙글 돌아가더니·
덜컹! 문이 열리며·
빛살이 쏟아져 내렸다·
일견 아무런 효과도 없는 평범한 조명처럼도 보였지만··· 그것은 혹색 의 마력에 아주 치명적인 효과를 안 겨주는 백색의 정화 마법이었다·
불꽃이 터지고 얼음이 부서지며 빛의 기둥이 쏘아진다·
역사에 남을 천재 소녀들이 자신들 의 안위 따윈 신경 쓰지 않고 모든 마나를 불태워 만들어낸 최고의 마 법이자 아름다운 예술 작품·
이 마법들의 조화라면 틀림없이 메이젠 티렌에게 유의미한 타격을 줄 수는 있을····
···쨍그랑!!
‘아?’
덜컥·
풀레임은 심장이 순간적으로 멈춘 것 같은 감각에 가슴을 부여잡고 바닥에 무릎 꿇고서 피를 토해냈다·
“우윽 쿨럭···!”
체내의 모든 마나가 증발하였다·
매직 리바이벌·
억지로 마법을 디스펠당하거나 캔 슬되었을 때 발생하는 현상·
난생 처음 느껴보는 고통에 눈물마 저도 줄줄이 새어 나왔다·
“커헉 욱····”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홍비연과 에이젤을 비롯한 다른 학 생들 또한 마법을 캔슬당하여 바닥 에 쓰러진 채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몇몇은 아예 피를 한 움큼이나 토 하며 기절하고 말았는데 더 이상 전투를 재개할 수조차 없는 것으로 보였다·
‘젠···장···
아득해지는 정신을 간신히 부여잡 으며 풀레임은 애써 이를 악물고서 후들거리는 다리를 일으켰다·
어질·
세상이 흔들리고 자꾸만 잠에 빠 져들고 싶다며 몸이 애원해댔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여기서 잠들면·
영영 모든 것을 잃게 된다·
목숨과 이 세상의 미래마저도·
그럴 수는 없···는데····’
힘겹게 스태프를 쥐고서 고개를 들 어 올린 풀레임·
···이내 그녀의 눈은 절망으로 물들 수밖에 없었다·
화르륵···!!
메이젠의 손끝에서 피어나 빙그르 르 회전하기 시작한 마법진 하나· 그건··· 일전에 모든 학생들이 힘 을 모아야만 간신히 막아낼 수 있었 던 검은색의 불꽃이었다·
“하하··· 정말 대단들 하군요· 고 작 10대의 나이에 이 정도의 마법 이라니····”
메이젠은 요사스럽게 웃더니 표정 을 싹 굳히고선 불꽃을 치켜들었다·
“···정말 어서 빼앗고 싶어서 참 을 수 없는걸요?”
그 검은 불꽃은 아까보다 훨씬 더 크기가 커져 있었다·
추정 등급 6클래스·
모두가 만전의 상태였더라도 결코 막을 수 없다····
하늘이 검게 물들었다· 마치 미래 처럼·
어떻게든 빛을 발산하기 위해 마력 을 쥐어짜내려 했지만 체내에는 더 이상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 썩을····’
풀레임은 문득 주변을 둘러보았다·
메이젠의 마법에 휘날려 구석에 처 박힌 채 힘겹게 몸을 일으키는 마 유성·
자신과 마찬가지로 스태프에 몸을 지탱하여 억지로 몸을 일으키는 에 이젤과 홍비연·
그 외 기절한 채 미동조차 하지 못하는 학생들·
···모두 죽는다·
세상의 미래를 바꿔나갈 이들이 이 자리에서 모두·
절망스럽고 또 한탄스러웠지만·
이게 운명이라면·
어쩔 수 없는 걸까·
풀레임은 겸허히 메이젠의 검은 불꽃이 날아오는 것을 바라보았고·
[···아이템 ‘마레칸의 펜던트’의 특수 기능이 활성화됩니다·]
[마레칸 실드]
[6클래스 이하의 마법을 단 1회 무조건 방어합니다·]
직후·
전방에 마치 기계처럼 복잡한 회 로를 가진 거대하고 둥그런 실드가 전개되더니·
···퍼엉!!
검은색의 불꽃이 완전히 소멸하고
말았다·
‘아···
그 찰나의 순간·
풀레임은 볼 수 있었다·
또래의 남자아이들보다 작고 왜소 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듬직하고 넓게만 느껴지는 어떤 소년의 뒷모 스 o_
‘더럽게 늦게도 오네····’
그것을 마지막으로 풀레임은 눈을 감았다·
안심한 듯··· 미소까지 띠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