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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소울 체스⑷
‘애드먼이 백유설에게 사과했다·’
교내에 일파만파로 퍼져 나가게 된 그 소문은 겉잡을 수 없이 커졌다·
애드먼이 자신의 인맥을 동원하여 백유설이라는 1학년 후배를 괴롭힌 다는 사실은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 었는데 그런 그가 갑작스레 백유설
에게 사과를 했다니?
자연스럽게 ‘왜?’라는 의문이 따라 오게 마련·
그 이유는 당시 카페에서 대화를 엿듣던 수많은 학생들에 의해 해소 되었다·
‘백유설이 사실 연금마공학의 공 동 개발자였다·’
그건··· 애드먼이 사과를 했다는 소문 따위보다도 더 충격적인 사실 이었다·
백유설이 연공난수 교차 술식의 공 동저자라는 사실은 비밀로 부쳐진 채였고 그에 대한 진실을 아는 사 람은 극히 드물었다·
그저 스텔라의 학생 중 한 명이 공동저자일 수도 있겠다는 소문이 돌고 돌았을 뿐·
그런데 그것이 진실이었고 심지어는 1학년의 학생이 공동저자였다니?
알테리샤와 백유설이 평소 깊은 관 계를 가지고 있단 사실을 아는 몇몇 사람들은 예상했다는 반응을 보였지 만 대부분의 학생과 교직원들은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스텔라 아카데미 전체가 발칵 뒤집 혔고 그의 이름이 아르카니움 전체 에 퍼지며 아주 난리가 났다·
그렇듯 백유설은 고작 며칠 사이 에 큰 이슈를 만들어냈다·
그 소식들은 스텔라의 교감 아키헤 이든의 귀에까지 들려갔는데 사실 다 른 모든 소문은 별로 중요치 않았다·
다만 백유설이 애드먼의 ‘아슬란 세미나’ 참석권을 빼앗았다는 것은 심히 불편하게 다가왔다·
“신기하단 말이지·”
아키헤이든의 말에 교수진 몇 명이 고개를 숙였다· 그들이 잘못한 건 아무것도 없는데도 어쩐지 잘못한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도움되는 놈들이 하나도 없을까· 그냥 가만히만 있으면 안 되 는가? 도통 이해를 할 수 없군·”
그저 호기심을 표하는 것처럼 보이 지만 그것은 절제된 분노였다·
변수만 없다면 느리지만 확실하게 척척 마법 사회에 흑마인의 씨앗을 뿌릴 수 있는데 자꾸만 머저리 같은 인간놈들이 쓸데없는 헛짓거리를 하 는 바람에 자꾸만 계획이 뒤틀린다·
벌써 두 번째·
그리고 그 변수에는 꼭 ‘백유설’이 라는 놈이 끼어 있었다·
메이젠 티렌의 건에도·
애드먼 아탈렉의 건에도·
“조용히 처리할까요?”
청소부의 복장을 입은 사내가 말하 자 아키헤이든이 표정을 굳혔다·
“미친 소리를 하는군· 스텔라의 생 도가 단 한 명이라도 이유 없이 실 종되었다가는 발칵 뒤집힐 거다·”
“하지만 놈은 평민이지 않습니까?”
“그래· 그렇지만 교장이 눈독 들이
고 있는 생도 중 한 명이다· 게다가 이미 그 이름이 유명해져서 조용히 처리하는 건 불가능해·”
어쩔 수 없다·
백유설이라는 굴러들어 온 돌이 아 슬란의 참석권을 획득한 건 예상치 못한 일이다만··· 어차피 그것도 올해뿐이다·
아슬란에 고정적으로 참석하기 위 해서는 제아무리 명문가라도 매년 그에 합당한 논문과 지식을 필요로 한다·
고정으로 참석하는 가문이 명문가 라는 소리를 듣는 것도 결국은 수십
년 동안 그 지식과 논문을 유지해 왔기 때문이니까·
여태까지 아탈렉 가문은 고정적으 로 참석을 해올 정도로 뛰어난 실적 을 보여주었으나 그것을 백유설에 게 빼앗기고 말았다·
한데··· 그게 나쁜 일일까?
아니·
다시 생각해 보면 오히려 괜찮을 수도 있다· 고작 평민 따위일 뿐인 백유설에게서 그 참석권을 빼앗는 건 훨씬 더 쉬울 테니까·
방법은 간단하다·
아슬란 세미나에서 백유설의 모든
지식과 마법을 논파하여 그의 무지 (無智)를 입증하고 참석 자격이 없 다는 것을 마법부에 알림으로써 내 년의 참석권을 박탈하는 것·
그뿐이다·
“올해 아슬란에 참석할 학생은 에 이젤과 ‘셀리엔’으로 결정되었다· 그 러니··· 그 아이에게 잘 이야기해 두도록·”
셀리엔은 아키헤이든이 신뢰하고 있는 천재 소녀였는데 마법으로서 의 재능이 출중했으나 마나가 심각 하게 부족한 탓에 그 재능이 빛을 발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아이였다·
그런 소녀를 흑마인으로 꼬드끼는 건 그다지 어렵지도 않은 일· 아마 도 그녀의 선에서 백유설은 정리될 것이다·
스텔라에서 논리와 이론으로 셀리 엔을 이길 수 있는 학생은 아무도 없으니까·
“알겠습니다·”
아키헤이든의 말이 끝나자 교감실 에 일렁이던 그림자 몇 개가 순식간 에 땅속으로 꺼져버렸다· 남은 인원 들 역시 모두 돌려보낸 뒤 아키헤이 든은 레이딘에게 따로 말했다·
“메이젠의 진행 상태를 점검하고는
있나?”
“그렇습니다· 아직까지는 교주님의 억제술로 흑마력을 제어하고 있습니 다만 언제 터질지···
“쯔”
아키헤이든은 혀를 찼다·
현시대의 흑마인은 예전과는 다르 다·
옛날에는 무차별적으로 마법사와의 전쟁을 통해 세상을 ‘이면 세계’로 물들이려고 했으나 이제 더 이상은 그 방법이 통하지 않는단 사실을 깨 달았다·
그래서 그들은 노선을 우회하였다·
전쟁을 통해 그들을 지배할 수 없 다면 내부에서부터 서서히 스며들 면 어떻겠는가?
그리하여 흑마인들은 자신들의 흑 마력을 스스로 봉인하거나 억제하여 인간 사회에 숨어들었고 하나씩 마 법계의 주요 관직에 자리를 잡는 데 에 성공하였다·
스텔라의 교감 아키헤이든 또한 마 찬가지 였다·
흑마인을 사냥하기 위한 마법 전사 육성 기관 스텔라의 교감이 흑마인 이라니·
세상 사람들이 들으면 비웃을 일이
다·
그런 관계로 메이젠 티렌은 상당 히 쓸모가 없어졌다·
억제술이 들지 않을 정도로 흑마의 감정에 완전히 지배되어 폭주하기 일보 직전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버리는 패로써 사용하는 건 가능할 것이다·
교장 엘트먼 엘트윈은 틀림없이 현재 스텔라 내부에 흑마인이 숨어 있다고 의심하고 있을 터·
그런 와중 메이젠 티렌이 폭주하 여 시선을 교란해 준다면 그녀는 그 럭저럭 제 역할을 다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 내일부터는 패밀리어 계약식이니까····”
의례적으로 스텔라의 수많은 교직 원들과 한 학년의 생도 전체가 외부 수업을 하는 이벤트 패밀리어 계약 스】
그날은 요정들의 왕국 ‘천령나무의 요람’과 교류를 하는 특별한 날이니 만큼 사고를 치지 않는 게 좋다·
엘프의 왕 꽃서린은 흑마인들에게 는 재앙과도 같은 존재였으니까·
지금은 세계수 산맥 깊은 곳으로 칩거하여 몇 십 년째 모습을 잘 드
러내지 않고 있으니 괜히 건드리지 않는 편이 나을 것이다·
아직은 수많은 강대 세력의 눈치를 봐야만 한다는 사실이 치욕스러웠으 나 이게 다 미래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아키헤이든은 꾹꾹 눌러 참았다·
“레이딘· 마지막으로 메이젠의 상 태를 체크해두게· 절대 폭주하지 않 도록 단단히 유의하도록·”
“···알겠습니다·”
아키헤이든의 그 말을 마지막으로 레이딘은 교감실을 빠져나와 교수동 으로 향했다·
교직원들은 보통 아르카니움에 개 인 저택을 두고 생활하는 편이었지 만 현재 메이젠은 격리가 필요하다 는 조치가 떨어져서 스텔라 내부의 비밀스럽고 조용한 공간에 갇혀 있 었다·
인적이 드문 건물·
그 내부의 조명이 꺼진 어둑한 실 험실·
한때는 온갖 과학장비가 가동되어 지식을 탐구하고 진리를 추구하기 위한 연금술 실험실로 사용되었을 이곳에서는 더 이상 지성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여기저기 비커가 깨지고 스포이드 가 부러져 있으며 현미경을 비롯한 실험도구가 처참하게 분해되어 있었 다·
심지어 벽지는 마치 짐승이 할퀸 듯 거칠게 찢어진 모습이었는데 도 저히 인간이 저질렀다고는 볼 수 없 는 모습이었다·
그 한가운데에 갈기갈기 찢어진 신문지 한 장· 그곳에는 ‘알테리샤’ 의 신기술이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 인 흥행을 일으키고 있다는 내용이 대문짝만하게 적혀 있었을 것이다·
“메 이젠·”
레이딘은 실험실의 구석에 웅크려 앉아있는 메이젠 교수를 불렀다· 그 녀의 주변에는 몇 개의 그림자가 일 렁이고 있었다·
-참고 기다려라〜 참고 기다려〜·
-네 쓸모를 증명해보란 말이야! 앗 이미 실패했나? 낄낄낄!
온갖 목소리가 귓가를 울려댔다·
그들은 이미 흑마화가 완전히 진행 되어 본모습으로는 외부 활동을 할 수 없는 진정한 형태의 흑마인들이
었다·
-오〜 이게 누구야〜! 그 야수 같 던 레이딘 맞아? 이야 스텔라의 교 수가 됐다더니 완전 훤칠해졌잖아?
-어머나· 정장 어디서 맞췄어? 너 완전 섹시하다· 나랑 사귈래?
-흐응 짐승 같던 예전이 더 나은 것 같은데· 그때처럼 짖어보〉 레이 딘· 네 울음이 얼마나 흥분되는 줄 알아?
레이딘은 그 모든 목소리에도 반응 하지 않고서 손을 휘저었다·
-어맛 난폭해····
그러자 모든 그림자가 바닥으로 꺼
지며 사라져버렸다·
삽시간에 고요해진 실험실·
레이딘은 메이젠에게 천천히 다가 가 그녀의 어깨를 짚었다·
“크으···
손을 댄 즉시 마치 짐승처럼 으르 렁대며 뒤로 물러서는 메이젠·
이미 상태는 심각해질 대로 심각해 졌다· 조금만 더 선을 넘으면 곧바 로 흑마인이 될 테지·
하지만 레이딘에게는 그것을 제어 하는 능력이 있었고 그래서 아키헤 이든이 그를 이곳에 보낸 것이다· 메이젠의 폭주를 저지하기 위해·
그런데·
과연 그럴 필요가 있을까?
“···당신도 참고 기다리라는 말 을 하려고 찾아왔습니까?”
붉게 충혈된 눈의 메이젠은 그리 물었다·
평생을 열등감에 시달려 살아왔다· 부족한 능력을 어떻게든 메꾸기 위 해 무슨 짓이든 가리지 않았다· 논 문을 홈치고 다른 연금술사를 모함 하여 묻어버리고 나보다 잘나가는 자들을 추락시켜서·
그렇게 아득바득 기어 올라온 자리 다·
거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그녀가 세운 업적은 공든 탑이 아 니라 불완전하게 비틀리는 탑이었 다· 툭 건드리기만 해도 와르르 무 너져 버리는 그런 탑·
본래 가진 능력에 비해 너무나도 과분한 명성을 가져 버린 탓에····
정말 단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고 추락해 버리고 말았다·
“참고 기다리면··· 다시 원래의 내 위치로 돌아갈 수는 있는 겁니까“?”
메이젠은 이를 악물고서 그리 물었 다·
어림도 없는 소리·
레이딘은 코웃음조차 치지 않았다·
애당초 그녀의 입에서 ‘원래의 위 치’라는 단어가 나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었다·
평생 남의 것을 빼앗아 온 주제에 자신의 것을 단 한 번 빼앗겼다고 궁상떠는 꼬라지라니·
그럼에도 레이딘은 그녀에게 선처 를 베풀기로 했다·
“그럴 리가· 네 쓸모는 이미 끝났 다· 표절 심사가 열리면 너는 모든 직위를 박탈당하고 학계에서 추방당 하겠지· 그건 이미 확정이다·”
“뭐 무 무슨···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그럼 어 째서 아키헤이든은 자신을 이곳에 남겨두었단 말인가?
“너는 이미 흑마화가 완전히 진행 되었다· ’다른 쓰임새’로서는 그 역 할을 확실히 수행할 수 있겠지· 그 래서 남겨두었다·”
그래도 메이젠은 그럭저럭 머리가 잘 굴러가는 편이었기에 저 말뜻을 해석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 었다·
‘···나를 폭주시킬 생각이군·’
때마침 월영교의 내부에서 논의 중 이던 어떤 ‘계획’과도 상황이 일치 했다·
스텔라 내부에 잠입해있는 흑마인을 소모하기에는 아까웠으니 어차피 버 려질 예정인 자신을 써먹고 깔끔하게 치워 버릴 생각일 것이다·
“망할 자식들····”
내가 그동안 월영교에 헌신한 게 얼마인데!
메이젠이 송곳니를 드러내고서 분 노를 터뜨리려고 흐]■자 레이딘이 재 차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이곳에서 꺼져라·”
뭐?,,
“나는 내 동포가 그딴 식으로 희생 되는 꼴을 보고 싶지는 않다·”
그는 주머니에서 작은 수정 하나를 꺼내주었다·
“서쪽 끝 ‘낙원’으로 가라· 그곳에는 동포들이 숨어 지내고 있으니까· 만약 동포를 발견할 때까지 네가 살아남는 다면 이 수정을 깨뜨려라· 그것은 네 흑마 침식을 억제하던 주문을 해제해 줄 것이다·”
거기까지 말한 뒤 레이딘은 망설임 없이 등을 돌려 실험실을 빠져나갔 다·
수정을 받아 든 채 메이젠은 멍하 니 레이딘이 빠져나간 문을 바라보 았다·
왜?
왜 갑자기 나를 살려주려는 거지?
혹시 여기에도 무슨 꿍꿍이가 있는 가?
하지만··· 어쨌든 나쁘지 않다·
살아남을 수 있고 이 지긋지긋한 흑마 억제의 주문을 해제할 수만 있 다면 뭔들 좋지 않겠는가·
그녀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비틀비틀 실험실을 빠져 나가려고 했다· 그러다 문득 인간이던 시절 칠판에 적어두었던 연간 계획표에 시선을 두고 말았다·
‘패밀리어 계약식’
바로 내일 수백 명의 교직원과 1 학년의 생도들이 참석하는 대규모 이벤트·
그것을 본 순간·
메이젠의 입꼬리가 덜덜 떨렸다·
미소와 닮은 어떤 표정으로 추정되
었으나··· 그녀는 더 이상 인간이 가진 감정조차 제대로 표현할 수 없 는 지경에 이르렀다·
“감히 나를 버리는 패로 사용하려 고 했겠다····”
이대로 조용히 빠져나가서 흑마인 들의 낙원에서 살아가는 것도 괜찮 겠지· 하지만 그건 역시··· 성미에 차지 않았다·
복수하고 싶다·
나를 이 꼴로 만든 그 소년과 여 자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다·
쓸모가 있을 땐 실컷 이용하더니 쓸모가 다했다는 이유로 내다 버리
려고 했던 월영교에게 철저한 죽음 을 안겨주고 싶다·
그리고 때마침 그녀의 손에 아주 좋은 물건이 들어오지 않았던가?
메이젠은 자신의 손바닥 위에서 반 짝이는 흑색의 수정을 어루만지며 실실 웃었다·
“내가··· 이렇게 당하고도 가만히 있을 것 같습니까?”
메이젠은 실험실에서 조용히 모습 을 감추었다·
* * *
삭월의 거탑·
13번 멸암단 단장 카엔·
“연락받았습니다·”
세계 최고의 마탑 ‘만월의 거탑’과 유일하게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삭월탑이라지만 그들은 언제나 세상 의 음영에서 활동하여 그 이름이 드러나 있지 않았다·
흑마인을 수백 개체 이상이나 살해 하여 만약 그 이름이 공개되었다면 대영웅 취급을 받았을 카엔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카엔이 고개를 들자 아무것도 없 는 어두컴컴한 공간에서 흰색의 불 빛이 새어 나와 목소리를 내어 보냈 다·
-스텔라 내부로 잠적하였던 메이 젠 티렌의 행방이 묘연해졌다·
“그렇습니까·”
메이젠 티렌이라는 이름에 부단장 혜이진 마카론의 표정이 뚱해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스텔라의 교수가 흑마에 감염될 것 같지는 않았기 때 문이다·
그렇다고 그것을 대놓고 표출할 수
는 없어서 그녀는 가만히 입을 다물 었다·
-며칠 뒤 스텔라에서 1학년 마법 전투학과 생도들이 외부 활동을 한 다· 그곳에서 혹마의 활동이 개시 될 예정이다· 메이젠 티렌일 가능성 이 있으니 잠입하여 사태를 지켜보 도록·
“알겠습니다·”
“예 이〜”
뚝!
연락이 끊어ス1자 어두컴컴한 공간 이 순식간에 걷히며 들판이 펼쳐졌 다·
조공간 전이·
먼 거리를 순식간에 이동하게 해주 는 삭월탑만의 기술로서 세상에서 오로지 삭월의 마탑주만이 사용 가 능한 마법이었다·
그러나 그 놀라운 마법에도 그들은 별다른 기색조차 없이 걷기 시작했 다· 마카론은 뚱한 얼굴로 불평을 쏟아냈다·
“나 참· 왜 자꾸 스텔라에 그렇게 집착하는 거야?”
“마탑주께서는 예언의 능력을 갖추 고 계신다· 잔말 말고 따르기나 해 라·”
“그래 그렇겠지! 그 예언의 절반 이상이 맨날 틀려서 문제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재앙이 발생하 기 전에 우리가 해결해서 틀리는 것 이다·”
“암것도 안 했는데 아무 일도 안 일어날 때도 많거든요〜?”
그러자 카엔이 걸음을 멈춰 세우고 서 마카론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건··· 우리가 나서기도 전에 다른 변수로 인하여 사건이 방지되 거나 해결됐을 때의 경우다·”
“···흥 뭐야· 갑자기 왜 정색하고 그러신대? 아〜 모르겠다· 이번 임
무만 끝나면 휴가 좀 가려고 그랬는 데·”
마카론은 투덜투덜대면서도 분주히 스태프를 바닥에 벅벅 긁어댔다· 거 칠고 대충대충 그리는 것처럼 보이 지만 그녀는 무려 6클래스의 마법 진을 그리고 있었다·
마법사들이 보면 기겁할 일!
보통의 5클래스 마법사가 최소 열 명은 있어야 그릴 수 있는 마법진을 저토록이나 간단하게 그려낼 수 있 는 마법사는 손에 꼽을 것이다·
“자 완성됐어· 빠르게 가서 대충 구경이나 하다 돌아오자구〜”
카엔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고서 마카론의 마법진 위에 올라섰다·
직후 저 하늘 높이까지 뻗어 나가 는 무지개의 다리가 형성되며 두 사 람의 모습이 감쪽같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