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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유혹의 무도회장(4)
침묵·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던 제 키는 고개를 끼기긱 부자연스레 돌 렸다·
그러더니·
“이 이게 뭐야· 징그러워· 징그러
워! 징그러워어어어어!!! 꺄아아아 악!! 싫어 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 이건 내가 아니야아아아악!!”
양팔로 머리를 쥐어뜯고 피를 토하 며 절규하였다·
그러나 그 어디로 시선을 돌려도 자꾸만 양팔과 양다리가 시야에 어 른거렸다·
“내 내 팔을 돌려줘! 제발! 이건 이건 너무 징그럽잖아! 싫어! 이런 꼴로 살기는 싫어!!”
비명을 지르던 그녀는 문득 풀레 임을 바라보았다· 피눈물을 쏟아내 며 그녀는 풀레임에게 무시무시한
속도로 기어갔다·
“풀레이임··· 제발···· 나 좀
살려줘··· 부탁이야···
그러나 이제는 방법이 없었다·
완벽하게 흑마인화가 되어버려서 되돌리는 게 불가능했다·
생도들이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혐오스럽다는 표정을 얼굴에 아로새기고 말았다·
귀족 NPC들도 학생들도 모두·
그녀에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이 이건··· 현실이 아니야····’
제키는 망연하여 입을 덜덜 떨었
다·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싶었으나 날카롭게 변해버린 손은 그런 사소 한 행동마저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 다·
“제발 제발··· 풀레임 제발· 너 는··· 너는 뭐든 할 수 있잖아·”
아까까지는 회복의 가능성이 있었 다· 완전한 흑마화가 아니라면 얼마 든지 정화할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이제는 무리다·
풀레임은 입술을 굳게 닫고서 고개 를 저었다·
“···미안해· 제키·”
그렇게 마지막 선고가 떨어ス】자·
“···하 하하· 흐흐흐흐흐· 흐흐 흐 흐···흐흐· 히히히히····
제키는 문득 이 모든 것의 원흉을 깨닫고 말았다·
“그러네·”
애초에 풀레임만 아니었다면·
“다 너 때문이잖아·”
“뭐···?,,
“너 때문이라고· 너 너 너! 너 때 문이라고!! 너만 아니었으면! 너만 없었으며느으으은! !”
그리 절규하며 마치 칼날을 닮은 팔을 들어 올려 풀레임을 향해 휘두
르려고 했으나·
화르륵! 쩌적···!
양옆에서 거센 화염의 불덩어리와 차디찬 얼음의 빙산이 쏘아져 제키 의 몸을 관통하였다·
“커흑 윽···악···!”
그녀의 능력은 상대방의 정신을 제 어하는 것· 그런더1 자신의 정신력이 흐트러져서야 제힘을 발휘할 수 있 을까
이미 상처를 심하게 입은 데다가 결계의 힘이 약해져 대부분의 힘을 잃어버린 탓에 고작 이런 공격조차 도 치명상이었다·
■싫어···나는···왜····”
화륵! 퍼펑!!
거기서 멈추지 않고 불덩이를 한 번 더 쏘아낸 흥비연은 더 이상은 못 참겠다는 둣 앞으로 나섰다·
“자 잠깐 기다려· 위험····”
“넌 이제 조용히 있어· 네 할 일은 다 했으니까·”
낮은 목소리로 자신을 막아서려는 풀레임을 쳐낸 그녀는 싸늘한 표정 으로 제키의 앞에 마주 섰다·
홍비연은 제키의 면면을 훑어보고 서 감정이 전혀 담겨 있지 않은 얼
굴로 말했다·
“추하구나·”
“너 이···!”
“외면보다 내면이 더·”
그녀에게 있어서 외면이란 아무래 도 좋은 것이었다· 한때 저것만큼이 나 더 추한 몰골로 지내온 적이 있 던 홍비연이었기에·
“네 네가 뭘 안다···꺄아악!!”
화르륵!! 제키가 무어라 말을 하려 고 흐下자 홍비연은 망설임 없이 그 녀의 상처를 불로 지졌다·
“건방지게 공주에게 반말을 지껄
이지 말아라· 너는 이제 동급생이 아니니 반말을 봐줄 이유가 없어·”
“자 잠깐 멈추세요! 아직은 이성 을 가지고 있어요! 어 어떻게든 방 법을 찾으면···!”
“찾으면?”
“···어?”
에이젤이 서둘러 소리ス】자 홍비연 은 고개를 돌려 그녀와 눈을 마주쳤 다· 제키를 바라볼 때와는 달리··· 안타깝고 괴로운 그런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잔뜩 묻어 있었다·
그렇다·
제키를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싸늘
한 시선은 연기였던 것이다· 그것을 깨닫고서 에이젤은 걸음을 멈추었다·
“찾으면 방법이 나와?”
흑마에 완벽히 잠식된 이상 더 이 상 답은 없다· 저렇게 되기 전에 스 스로 흑마 침식을 이겨내는 것 말고 는 답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그건·그래도···
“하 마음씨도 고우시군· 좋아 네 친구들이 그렇게 원하는데 기회를 주도록 할게·”
홍비연은 선심을 쓰듯이 말했다·
“지금이라도 네 잘못을 뉘우치고 진심으로 사죄하면 목숨을 살려주도
록 하겠다· 무릎을 꿇고 내 발에 입을 맞춰·”
-···뭐!”
그건··· 굉장히 모욕적이고 치욕 스러운 처사였다· 하지만 풀레임을 비롯하여 그 누구도 그녀를 말리지 않았다· 아니 말릴 수 없었다·
만약 상황이 잘못되었다면···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제키에게 죽었 을지도 모르니까·
열다섯 명의 학생을 죽이려고 한 죄 결코 작지 않다·
그럼에도 잘못을 빌 기회를 주는 홍비연의 아량이 크다고 감히 말할
수 있으리라·
“크윽···!”
제키는 이를 악물고서 무릎을 꿇 은 뒤 천천히 홍비연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여기서 잘못을 빈다고 해서 용서 를 받는다고 해서·
앞으로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있 을 것 같지는 않았다· 이토록 흉악 하고 끔찍하게 변해버린 모습으로
더 이상 정상적인 소녀의 인생을 영 위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고개 숙인 제키의 붉은색 눈동자가 희번뜩 뜨였다·
홍비연 아돌레비트·
공주의 신분으로 태어나 세상에 다 시 없을 경국지색의 외모를 가졌으 며 불꽃의 화신이라 불리는 재능까 지 타고난 소녀·
앞으로 그녀의 미래는 그 어떤 보 석보다도 아름답고 찬란하게 빛날 것이다· 그에 비해 자신은 구역질 나는 오물과도 같은 인생을 살아가 게 되겠지·
‘나도 저렇게 살고 싶었어·’
어차피 나락으로 떨어지게 될 삶이 라면 저 드높은 천상에서 살아갈 누군가와 함께 떨어지는 것도 나쁘 지는 않겠지·
내가 저 인생을 가질 수 없다면·
‘그렇게 될 바에는····’
기회다·
저 완벽한 소녀의 인생을 자신의 손으로 끝장낼 기회·
무릎으로 기어서 홍비연의 발바닥 아래에 도달한 제키는 고개를 푹 숙 였다· 자신의 표정을 감추기 위하여·
홍비연은 아무런 방비조차 하지 않 고서 발을 뻗었다·
‘멍청한 년·’
기회가 왔다·
그녀의 발을 잡는 척 제키는 고개 를 치켜들었다·
붉은색 안광이 흉흉하게 발산하였 다·
“너도 나랑 같이 나락으로 떨어지 는 거야 아돌레비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날카롭게 변한 거미의 오른팔로 홍비연을 찌 른다·
틀림없이 즉사할 것이다·
그랬어야만 했다·
“아···?”
꾸드득···!
닿지 않았다·
무릎이 얼어붙은 바람에 제대로 일어설 수 없었다·
양팔이 넝쿨에 붙잡힌 바람에 팔 을 제대로 휘두를 수 없었다·
자신의 눈앞까지 도달한 그 날카로 운 거미의 칼날을 보면서도 홍비연 은 동요조차 하지 않은 채 안타깝다 는 어조로 말했다·
“마지막 기회를 저버렸군· 이래서 인간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고 했는 데 헛수고를 했구나·”
“자 잠깐 잠깐마아안··· 나 나 도 사실은···!”
“죽어서는 회개하기를 바랄게·”
변명을 들을 가치조차 없다는 듯 홍비연은 손가락을 튕겼고·
콰앙!!
거대한 원통형의 불기등이 솟아나 며 제키의 몸이 휩싸였다·
화르르륵!!
비명을 지르지도 못한 채 즉사·
그것으로 상황은 종료되었다·
“아···
홍비연의 처사에 풀레임은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와 동시에 가이드 라 인 메시지가 출력되었다·
「유혹의 무도회장’을 공략하였습니 다!]
[세계 제일의 미모와 인기를 얻고 싶었던 아이하렌 공작부인의 이야기 가 이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세상이 점점 접히기 시작하였다·
NPC들이 연기가 되어 흩어졌고 사 물이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그런 와중에도 생도들은 감히 일어 설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아···으···
누군가는 자리에 주저앉았고 누군 가는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았다·
동급생의 흑마화 그리고 배신·
그 충격이 아직도 가시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움직이는 사람은 단 한 명 홍비연뿐이었다· 그녀는 시계 탑의 계단이 있는 입구로 향하다 말 고 뒤를 슬쩍 돌아보아 말했다·
“언제까지 그러고 앉아 있을 생각 이야? 한심하긴· 무대의 뒤쪽에 보 상이 있을 거다· 챙겨놓도록·”
그러자 학생들은 저도 모르게 무대 의 뒤쪽에 위치한 문을 확인하였다· 최종 스테이지를 클리어했으니 그 곳에 ‘마력석’을 포함한 각종 보상 이 있을 테니까·
풀레임은 멍하니 홍비연의 뒷모습 을 바라보다가 의문점을 깨달았다·
걸어가는 그녀의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있었다·
,설마····
그제야 깨달았다·
그녀도 이 상황에서 주저앉고 싶었 고 충격에서 여전히 헤어나오지 못 하고 있었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 무너지지 않 은 척 강한 척·
애써 연기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다른 이들이 일어날 수 있도록 버팀목이 되어줘야만 했으니 까·
그런 거였나····’
뒤늦게 풀레임 또한 정신을 퍼뜩 차리고서 힘겹게 일어났다·
결국 홍비연의 말이 맞았다·
애초에 제키가 용서를 빌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녀의 사지를 속박하기 위해 마법을 미리 준비하고 있지 않았던가?
홍비연은 그녀들이 제키를 신뢰하 지 못하고서 마법을 준비할 거란 사 실조차 알고 일부러 빈틈을 내어주 었다·
자신의 처분에 딴소리하지 말라는 듯·
사람의 심리를 날카롭게 파악하고 이용해 먹을 줄 아는··· 정말이지 지독하게도 더러운 성격·
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모든 것을
짊어지려고 하는 아주 이기적이지만 이타적인 성격이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풀레임의 머릿 속에 맴돌았다·
어쩌면···,원작 로판’의 지식을 과 신한 나머지 홍비연이라는 인물에 대해 오해하고 있던 게 아닐까 하 느 그런 생각·
* * *
“A-6조 실습이 종료되어 학생들 이 나왔습니다·”
“대 피시 키도록·”
“B-3조의 실습도 종료되었습니다·”
스텔라 돔에는 수십 개의 페르소나 게이트가 형성되어 있었는데 그것 들은 전부 가짜였기에 언제든 교수 들이 개입할 수 있었고 또 위험하지 않았다·
단 하나의 게이트를 제외하고서·
난데없이 스텔라 아카데미 한복판 에 나타난 5리스크의 페르소나 게이 트· 그것에 대비하기 위해 현재 스 텔라 기사단의 마법 전사들과 교수 들이 단단히 무장한 채 대기하고 있 었다·
5 리스크의 페르소나 게이트쯤이야 교수들의 선에서 해결할 수 있겠지 만 만약 ‘페르소나 동기화 현상’이 발생할 경우 주변 환경이 왜곡되면 서 위험한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었 기 때문·
“뭐야? 무슨 일이지?”
“몰라···· 사고 터진 거 같은데·”
학생들은 페르소나 게이트가 있는 쪽을 힐끔힐끔 바라보면서 조교의 안내에 따라 스텔라 돔 바깥으로 퇴 장하였다·
이한월은 착잡한 표정으로 게이트 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바라보았다·
지금껏 실습 도중에 죽은 스텔라의 학생은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그러나 그 어떤 죽음조차도 쉽사 리 잊히지 않았다· 스텔라에 입학하 여 창창한 미래를 꿈꾸며 자라날 아 이들이 꽃을 피워보지도 못한 채 시 들어버리는 것은 이 세상 무엇보다 도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는 티를 내지는 않지만 모든 학 생들의 얼굴과 이름을 기억하고 있 었다·
특히 백유설의 이름은 그의 기억 속에서 오랜 시간 잊히지 않을 것
같았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기사도 의 신념을 꿈꾸며 스텔라에 입학한 괴짜 학생·
그러나 그는 자신의 실력으로 그 꿈이 허언이 아니란 것을 세상에 증 명해 냈고 앞으로 조금만 더 노력 한다면 분명 세상에서 가장 보람찬 결실을 맺을 수도 있을 터였다·
그런데 이런 곳에서 허무하게 죽 어야만 한다니·
“파 파장이 흔들립니다! 내부에서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슬슬 준비하도록 하지·”
기사단장 아레인이 턱짓으로 지시 하자 마법기사단원들이 척척 지팡 이를 꺼내 들었다· 아레인은 굳이 나설 필요도 없으리라· 워낙 정예 병력이었기에 고작 5리스크의 페르 소나 동기화에 나서는 것 자체가 우 스운 일이었다·
찌직 쩌저저적···!!
서서히 게이트가 육안에 보일 정도 로 뒤흔들렸고 마침내 내부에서 무 언가가 폭발하는 듯 크게 수축하더 니·
···번쩍!
잠시 뒤 게이트가 완전히 소멸되며·
스텔라의 교복을 어설프게 착용한 열다섯 명의 학생들이 소환되었다·
“아···
누군가가 힘이 턱 풀린 숨을 내뱉 었다· 긴장이 풀린 탓이었다· 그러한 소리는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누 군가는 한숨을 내쉬었고 누군가는 웃었으며 누군가는 급히 연락을 취 했고 누군가는 돌아섰다·
“···개미가 범을 이겼군·”
아레인의 표정에는 정말 드물게도 놀라움이 깃들어 있었다· 그러더니 자신이 주워섬긴 농담을 스스로 비 꼬며 돌아섰다·
“철수하지·”
“옛!”
군기가 바짝 선 기사단이 미련 없 이 질서정연하게 돌아서スト 대기 중 이던 마법사들과 교직원들이 탄성을 내뱉었다·
“정말 학생들끼리 5리스크의 페르 소나 게이트를 공략했다고?”
“믿을 수 없어····”
“여 역시 스텔라의 생도라고 해야 겠지?”
“아니 아무리 그래도 생도잖아·”
“5리스크의 게이트는 숙달된 베테
랑조차 힘든 곳인데···
이한월은 근처의 마법사에게 눈짓 했다· 그러자 마법사가 눈을 감고서 마법진을 빙그르르 회전시키다가 거 둔 뒤 말했다·
“파장 패턴 종식· 이상 무· 완전 공략 성공입니다·”
거기까지 확인한 뒤 이한월은 성 큼성큼 걸어서 학생들에게 다가갔 다·
그런데 백유설이 먼저 앞으로 나 서자 이한월은 눈을 크게 뜨고서 자 세를 잡았다·
페르소나 게이트를 공략한 마법 전
사들은 의무적으로 상관 마법사에게 매뉴얼대로 보고를 해야만 한다·
그러니까 지금 백유설은 생도이면 서도 그 위험한 전장을 헤치고 나와 서도 끝까지 주저앉지 않고 명령체 계를 지키려는 것이었다·
“저 아이가··· ‘리더’인가 본데·”
“아는 얼굴이야·”
“기사도 때문에 학기 초부터 유명 했잖아·”
마법사들이 웅성대는 와중 온몸에 붕대를 칭칭 감은 채 어째서인지 죽 을상을 지은 백유설이 완드를 가슴 에 수직으로 세웠다·
마법 전사의 경례였다·
이한월이 경례를 받자 백유설이 보고하였다·
“페르소나 게이트 임무 완수 보고 드립니다· 총원 16명 사망자 1명· 이상 15명 복귀를 완료했습니다·”
그의 말에 이한월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결국 한 명의 학생이 희생 되고 말았다· 저들이 살아서 돌아온 것은 기쁜 일이었으나 무작정 웃을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어떤 표정도 짓지 않 은 채 무뚝뚝한 얼굴을 유지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해주었다· 너희들 모두 한 사람 의 마법 전사로서 부족함이 없는 아주 훌륭한 성과를 이뤄냈구나· 자 랑스럽군· 즉시 의료 마법사를 붙여 줄 테니 휴식을 취하도록·”
어찌 되었든 그들이 대단한 업적 을 이룬 것은 사실이었다·
한 명의 사상자? 분명히 안타까운 일이었으나 공략에 성공하여 열다 섯의 학생이 생환했다는 사실이 더 욱 기적 같은 일이었다·
그 중심에는 아마도 백유설이 있 었을 것이다· 따로 리더가 정해지지 않았음에도 1141위의 백유설이 대
표로 나서서 보고했다는 건 다른 모 든 학생이 그를 ‘리더’로서 인정했 다는 뜻일 테니까·
그는 마지막으로 백유설을 격려하 기 위해 다가갔다· 그런데 어쩐지 그는 죽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는 데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흠 내부에서 뭔가 큰 사고가 있 었나?’
조금 더 챙겨줘야겠다는 생각으로 백유설에게 무어라 말을 하려는데·
“하하 이게 다 무슨 일이야?”
움찔· 이한월의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앳된 10대 소년의 목소리였으나 거기에 담긴 패기와 육중한 중압감 은 감히 입술을 떼는 것조차 힘겹게 만들었다·
9클래스의 마법사이자 스텔라 아카 데미의 교장 엘트먼 엘트윈·
그가 직접 이곳에 찾아왔다·
엘트먼 엘트윈은 학생들을 천천히 둘러보다가 마지막으로는 백유설에 게 시선을 두고서 눈을 게슴츠레 떴 다·
“이거··· 나 없는 사이에 재미있 는 일이 있었나 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