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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유혹의 무도회장(3)
불과 몇 분 전·
무도회장·
따라단 딴딴月 따라따라단」
박자가 점점 더 격렬해졌다· 도저 히 인간의 다리로 출 수 없을 정도 로·
하지만 그 와중에도 제키는 편안하 게 춤을 출 수 있었다· 그녀에게는 무려 네 개의 다리가 있었으니까·
“뭐 뭔가요 저건···r
두 개의 다리로 추던 춤도 쫓아가 기 힘들었는데 하물며 네 개라니· 풀레임은 그것을 보고서 얼굴을 창 백하게 물들인 채 소리쳤다·
“그만둬 제키! 그 이상 아이하렌 공작부인 역할에 침식되면 돌이킬 수 없어!”
“닥쳐!”
“끔찍한 모습이 될 수도 있다고! 그 이상 침식되면 되돌릴 수 없단
말이야!”
“네가 뭘 안다고!”
분노한 감정을 담아 제키의 춤이 더욱 격해졌다·
그녀가 추는 춤은 모던 볼룸 댄스 에서 벗어나지는 않았으나 왈츠와 탱고를 엇박자로 번갈아 추는가 하 면 갑작스레 둘이서 추는 춤을 혼자 서 추기도 하고 리듬을 더욱 격하게 타는 등 혼란스러운 패턴이 마구잡 이로 튀어나왔다·
사방으로 제키의 마법이 전율하였 다·
음파가 진동하고 음표가 허공을
강타했으며 소리로 빚어낸 찢어질 듯한 광선이 사물을 박살 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명의 소녀들 이 버텨내スト 마침내 제키의 치맛자 락에서 두 개의 다리가 더 튀어나와 여섯 개의 다리가 되었다·
“으윽!,,
쓰러진 학생 중 누군가가 헛구역질 을 하였다·
그때부터는 슬슬 아름답다기보다 는 흉하고 끔찍한 모습에 가까웠음 에도 불구하고 귀족들은 여전히 아 이하렌의 춤에 맞춰서 환호성을 내 지를 뿐이었다·
“역시! 아름다우셔!”
“최고의 댄서라니까!”
“못된 도전자들을 혼내주세요 아 이하렌 공작부인님!”
“어리석은 도전자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아름다운 춤이야!”
아이하렌 공작부인이 바닥을 내려 치면 폭죽이 터져 나왔고 조명이 화려하게 부서지며 빛 가루가 흩날 렸다·
공간이 접히며 아이하렌만을 위한 무대가 솟아올랐고 양옆의 벽에서 붉은색이 쏟아져 내려와 그녀를 위 한 레드카펫을 만들어주었다·
주변의 지형지물조차 자신의 것으 로 삼아서 여섯 개의 다리로 춤추기 시작한 제키·
점점 공격 마법이 격해지는 것을 느끼며 풀레임은 창백한 얼굴로 입 술을 꽉 깨물었다·
‘이건 무리야····’
발가락 끝에 감각이 사라져간다· 어찌나 격하게 움직였는지 에이젤의 다리는 이미 반쯤 풀린 채 간신히 서 있는 형세였다·
홍비연은 그저 의지로 악바리로 이를 악물고서 버티고 또 버텨내고 있었으나 그녀 역시 한계에 직면한
상태·
그녀들의 모습을 보며 풀레임은 입술을 꽈악 깨물었다·
‘이대로는····’
애초에 제키라는 인물이 아이하렌 에게 빙의한 순간부터 자신이 알던 원작과는 전혀 다른 전개가 시작되 고 말았다·
‘대체 어떻게 해야···!
이날을 위해서 철저하게 춤을 준비 해왔는데도 불구하고 도저히 상대 가 되질 않았다·
타타탕!
여섯 개의 다리 중 세 개의 다리 가 바닥을 찍으며 리듬을 맞추자 어마어마한 마나의 폭풍이 풀레임의 전신을 휩쓸었다· 더 이상 춤은커녕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다·
당장에라도 저 유혹에 넘어가 버릴 것만 같은 것을 정신력으로 애써 부 여잡고서 버티고 있는데·
···까앙!
어디에선가 무언가 충돌하는 소리 가 들려오자·
“끄아악!!”
제키의 움직임이 순간적으로 멈춰 섰다·
“어··?”
“무 뭐야···?”
정말 찰나의 순간·
제키의 몸에서 거대하고 흉측한 거 미의 형상이 비췄다가 사라졌다·
그건 정말 잠시뿐이었지만 NPC 귀족들의 환호성이 순간이나마 멈춰 버렸고 소녀들은 저 타이밍이 ‘빈 틈’이라는 사실을 재빠르게 캐치해 냈다·
‘지금이다!’
대체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으나 갑작스레 생긴 빈틈을 놓칠 그녀들
이 아니었다·
세 명의 소녀가 박자에 맞춰 춤을 추며 스태프를 휘두르자 노란색 빛 의 광선과 하늘빛의 고드름 새빨간 불꽃의 뱀이 제키의 몸을 강타하였 다·
“끼야아아악!!”
하반신은 동상을 입고 어깨에는 광선으로 인해 관통상을 입었으며 얼굴에는 끔찍한 화상을 입은 제키 가 고통스럽다는 듯 비명을 내질렀 다·
그러자 제키의 형상이 점점 더 거 미에 가까운 모습으로 변해갔다·
“이익 이것들이··· 으아악!!!”
까앙!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가 들려올 때 마다 자꾸만 제키의 몸에서 거미의 형상이 어른거렸다· 귀족들은 더 이 상 제키의 춤에 열광하지 않았다·
“아이하렌··· 공작부인님이···
“더 이상···
“아름답지 않아···r
아이하렌 공작부인에게서 승리하는 조건은 더욱 아름다운 춤을 춰서 귀족들을 현혹시키는 것·
그런데 과연 그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 반드시 아이하렌 공작부인보 다 아름다운 춤을 출 필요가 있을 까?
아름다움이란 사실 상대적인 것이 니까 공작부인을 더 이상 아름답지 않도록 만들기만 하여도 조건을 충 족되는 게 아닐까?
까앙! 깡! 까앙!!
“ 끼 야아아아에 에 에 에 으아아악! ”
위쪽 그러니까 시계탑에서 들려오 는 소리의 텀이 점점 짧아질수록 제 키는 더욱더 고통스럽게 비명을 질 러댔다· 그녀의 춤은 더 이상 춤이 아니라 몸부림이었다·
‘이건 대체 무슨 소리지?’
홍비연 에이젤 풀레임은 춤을 추 면서도 본능적으로 천장을 살펴보았 다·
그러고는 입을 쩌억 벌리고서 경악 하였다·
천장 너머로 보이는 드넓은 시계탑 의 통로·
백유설이 그 드넓은 통로를 자유자 재로 날아다니며 대장 칼날거미와 격렬하게 전투하는 모습이 시야에 포착되 었다·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 칼날 거미를 공격할 때마다 아이하렌 공
작부인이 약해지는 건가···?
누군가가 돕는다·
그것도 백유설이 돕고 있다·
그러한 사실을 인지한 순간 그녀 들의 춤에 자신감과 가속도가 붙었 다·
따란力따라단」刀
춤은 점점 더 격렬해지고 마법은 거세게 무대를 불태우고 얼렸다·
쩌적 쩌저적!!
한계에 다다른 제키 혹은 아이하 렌 공작부인·
그녀는 눈동자의 흰자위를 새빨갛
게 물들였다·
완전한 흑마화의 증거·
“젠장 젠장···젠장! 왜 왜왜왜왜 왜!! 왜 자꾸 나를 방해하려는 거냐 고! 내가 그렇게 질투 나? 나는 관 심 좀 받으면 안 돼? 나는 인기 많 으면 안 되냐고! 왜 나한테 대체 왜 그러는 건데에에에!!!”
그렇게 그녀가 분노를 표출하는 그 순간 치맛자락에서 다리 두 개가 튀어나오더니 마침내 여덟 개가 되 어 버렸다·
여전히 제키 본인은 그 사실을 눈 치채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그저
자신의 춤사위가 조금 더 능숙해졌 다는 사실에 만족하고서 힘껏 리듬 을 올렸다·
최고조에 달한 음악·
마지막을 암시하는 듯 혼신을 다 한 죽음의 무도·
‘이제 거의 다 됐는데···!)
단 한 방이 부족했다·
결정적인 치명타·
‘뭔가가····’
그 순간·
쐐액-!
공기가 비명을 지르는 듯한 소리가 들리더니·
하늘에서 검은색의 유성이 추락하 였다·
···쿠웅!! 콰직!
정확히 아이하렌 공작부인을 향하 여·
바닥이 거칠게 패였으며 사방으로 돌조각이 튀었고 샹들리에는 완전 히 박살 나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으윽 악!”
생도들은 애써 실드를 펼쳐서 그 파편을 막아냈다· 다행스럽게도 추
락하는 물체에 직격하지는 않아서 큰 피해를 입지는 않았다·
“대체··· 무슨 일이야?”
“모 모르겠어· 뭔가가···
이윽고 무대를 뒤덮은 안개가 걷히 자 떨어진 물체의 정체가 드러났다·
“저 저건 설마···!”
그것은 대장 칼날거미였다·
백유설이 혼자 상대하겠다고 했었 던·
“주··· 죽은 거야······V
대장 칼날거미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싸늘하게 굳어 있었다· 완전한
죽음·
생도들은 안면 근육을 경련하였다· 도저흐]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도 하고 만 것이다·
“1학년이 4리스크의 몬스터를 혼 자서 사냥했다고···?”
“와 무슨····”
감탄사조차 나오지 않는다· 사람은 너무나도 깜짝 놀라면 언어 체계가 마비된다던데 생도들은 그 경험을 몸소 겪고 있었다·
꿈틀!
그때 대장 칼날거미가 움찔거리자 생도들은 급히 전투태세를 취했다·
···아니 정확히는 대장 칼날거미의 아래에 깔린 무언가가 움찔거렸다·
꾸드득 쿵!
검은색의 거체를 뒤집으며 그 아 래에 깔려 있던 제키가 모습을 드러 냈다·
“흐으으으··· 나를 자꾸 방해하다 니이이····”
생도 중 한 명이 놀라서 바닥에 주저앉았다· 제키의 부활에 기겁한 것이 아니었다·
“뭐야 저게····”
완전히 ‘거미’로 변해버린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도 끔찍해서·
“풀레이이 임···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린 제키는 풀레임이 서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마찬가지로 기절할 것만 같 은 정신을 애써 부여잡으며 풀레임 은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섰다·
“제키···
“하 하! 내게 춤으로 이길 수 없 으니 이런 편법을 쓰는구나? 나보 다 더 아름다운 춤을 출 수 없으니 까 그렇지이? 추하다 정말 추해· 풀레임 너도 결국 너보다 아름다운 누군가가 나타나면 질투하는구나?
아하핫 다행이야· 정말로· 나만 그 런 게 아니었어· 너도 결국은 나랑 똑같잖아· 그렇지?”
제정신이 아니었다· 이제는 정말로 돌이킬 수 없었다· 그러나 여전히 제키는 건재하였고 생도들에게는 그녀를 상대할 기력이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
‘백유설은····’
천장을 올려다보았지만 그의 모습 은 보이지 않았다·
하는 수 없다· ‘원작 로판’ 속 아이 하렌 공작부인에게 에이젤이 사용했 던 방법을··· 그대로 따라 하는 수
밖에
“에이젤· 얼음 거울을 소환해 줘·”
,,···예·,,
곧바로 의미를 파악한 에이젤은 스 태프를 휘릭 휘둘러 바닥에 찍었다·
쿠궁-!
사람의 키보다 살짝 더 큰 불투명 한 얼음의 벽 하나가 생성되더니 표면이 매끄러워지며 거울이 되었 다·
풀레임이 서둘러 그곳으로 이동하 려 흐卜자 그 앞을 제키가 가로막았 다·
그녀는 입꼬리를 귀까지 찢어가며 진한 미소를 지었다·
“또 무슨 헛짓거리를 하려는 속셈 이야? 자꾸만 개수작을 부린다는 게 네가 고작 그 정도밖에 안 된다 는 거야·”
”맞아· 나는 고작 그 정도야·”
풀레임은 순순히 인정하면서 고개 를 까딱였다·
“그러니까 거울을 한번 볼래?”
“홍 누가 아름다운지 비교라도 하 자는 속셈이야? 물어볼 것도 없이 당연히 내가····”
“그런데 왜 이렇게 조용할까?”
“··어?”
그러고 보니·
뭔가가 이상했다·
음악이 끊긴 건 그렇다 쳐도 어째 서 귀족들의 환호성이 들리지 않는 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내가 이렇게 부활하였음에도·
‘뭐···지···?)
제키는 천천히 좌중을 둘러보았다· 누군가는 그녀의 시선을 두렵다는 듯이 피했고 누군가는 헛구역질을 했으며 누군가는 입에 거품을 물고
기절하였고 누군가는 눈물을 쏟아 냈다·
‘이럴 리가··· 없는데?’
저들은·
오로지 나만을 좋아해 줄 텐데?
본능이었다·
고개를 돌려 거울을 바라본 것은·
“아,,
제키는 동공을 흔들었다·
거울 속의 여인은 더 이상 여인이 아니 었다·
날카로운 뻗은 네 쌍의 다리 거미
의 눈동자 정체를 알 수 없는 징그 러운 뿔 피부 위로 돋아난 검은색 의 끈적한 껍질·
그녀는 저도 모르게 팔을 들어 올 렸다· 혹시나 거울이 환상이기를 빌 며·
“뭐야··· 이게···r
그건··· 소녀의 깨끗하고 아름다 운 팔이 아니었다· 오히려 절지동물 의 다리에 가까웠다·
고개를 내려본다·
그러고 보니 어느 순간부터인가 당연하다는 듯 여덟 개의 다리로 춤 을 추지 않았던가·
거미·
그래 거미였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했 던 자신의 외모가 세상에서 제일 끔찍한 형상으로 변해 있다·
‘아···?’
제키는 그 사실을 아주 천천히 그 리고 확실하게 인지하고 말았다·
그건··· 그녀에게 있어서 가장 끔 찍한 고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