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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가면무도회(5)
한편 스텔라 마법보안과에는 비상 이 걸렸다·
“···뭐? 스텔라 돔에 ‘진짜 페르 소나 게이트가 하나 만들어졌다고?”
“그 그렇습니다·”
스텔라의 마법기사단은 물론 교수
진까지 대거 스텔라 돔으로 출동했 다·
학생들이 모두 입장한 다른 가짜 페르소나 게이트와 달리 불길한 빛 을 내뿜고 있는 진짜 페르소나 게이 트 하나·
“어떻게 스텔라 돔 내에서 진짜가 발생할 수 있는 거야? 그걸 왜 아 직도 몰랐지?”
페르소나 게이트는 발생함과 동시 에 특유의 파장을 내뿜어서 마법부 에서 그것을 즉시 감지하여 마법계 에 전파하고는 했다· 그리하여 마법 전사들이 출동할 수 있는 것이고·
스텔라 아카데미는 비록 학교의 형 태를 취하고 있었지만 그 자체로도 세계 최고의 마법 전사를 보유하고 최고의 보안 시스템을 자랑하는 기 관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스텔라 아카데미가 학교 내에서 발생한 페르소나 게이 트를 알지 못했다?
이처럼 창피한 일이 더 있을까·
“그게··· 페르소나 게이트의 파장 이 전혀 감지되지 않았습니다·”
“뭐라?,,
“스텔라 내의 공간파 탐지 시스템 을 누군가가 완전히 역산한 것처럼
페르소나 게이트의 발생과 동시에 나오는 그 특유의 파장이 완전히 비 껴갔습니다· 저희도 지금 굉장히 당 혹스럽습니다· 보안부에서 지금 체 계를 강화한다고····”
“젠장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 니지 않나!”
이한월 교관이 이를 악물고서 버럭 소리치자 뒤쪽에서 누군가가 동조 하였다·
“그래· 그 말이 맞다· 지금 중요한 건 저 페르소나 게이트의 내부로 누가 진입했느냐는 거지·”
“···아레인 기사단장님!”
꺼림칙한 목소리에 이한월은 슬그 머니 고개를 돌려보았다· 보기만 해 도 어두침침한 인상에 그림자가 잔 뜩 드리워서 죽은 사람 같은 얼굴을 가진 사내가 싸늘한 표정으로 걸어 오고 있었다·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 는 최강의 마법기사단 스텔라 기사 단의 총단장 아레인 블랙스완·
베어 넘긴 흑마인의 시체로 시산혈 해(屍山血海)를 이루었다는 그 사내 가 보기 드물게도 스텔라 아카데미 부지 내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상황은 어떤가· 후발대의 진입은
가능한가?”
“아 아니요···· 불가능합니다· 내부 의 인원이 도전을 하고 있는지 라···
“그렇군· 우리는 학생들이 실패하 여 죽을 때까지 손꼽아 기다려야만 한다는 말이 되겠구나·”
“그 그 말이 아니라···!”
아레인이 역겹다는 둣 쏘아보자 조교들이 턱을 달달 떨면서 고개를 숙였다· 약하고 재주도 없는 이를 사람으로 취급도 안 한다더니 그 말이 사실인 것처럼 보였다·
“그만하지! 아레인 기사단장· 페르
소나 게이트의 후속 진입이 불가능 한 건 자네도 알면서 어찌 교직원을 괴롭히나?”
아레인은 이한월을 빤히 바라보더 니 음침한 미소를 지었다· 다른 사 람들은 못 알아볼 수도 있겠지만 이한월은 알 수 있었다·
그건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이깟 일 하나 제대로 관리하지도 못하는 머저리가 말은 많구나·”
그 말에 이한월의 이마에도 실핏줄 이 돋았으나 참았다· 저놈은 원래 저런 성격이었으니까·
“됐다· 쓸데없는 말다툼은 그만두
지· 페르소나 게이트의 등급은 어느 정도인가?”
“일단은 4리스크에서 5리스크 사 이로 추정됩니다·”
“추정? 정확한 수치를 말하라·”
“그게··· 원래는 4리스크였습니다 만 학생들이 진입한 그 순간 갑작 스레 등급이 한 단계 상승하였습니 다·”
“흔치 않은 일이군· 페르소나 게이 트가 페이크 파장을 발산하다니·”
대체 스텔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 는가· 착잡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진입한 학생의 명단을 가져오도
록·”
잠시 뒤 아레인과 이한월의 손에 てーア로 진입한 학생들의 목록이 들어왔다·
“으음 이건···
“허· 크흠·”
교수들은 그 명단을 보고서 당혹을 감추지 못했다·
다른 귀족들은 상관없겠으나 그 목록 중에 하필이면 홍비연 아돌레 비트 공주가 포함되어 있다니·
스텔라 아카데미의 실습은 가혹하
기 그지없어 실전 훈련 중에 죽는 일이 허다하다지만 그래도 아돌레비 트의 공주가 죽는다면 학교의 이미 지에 큰 타격이 올 수도 있을 터·
곤란하다·
하지만·
“···도저히 어떻게 방법이 없는 것 같군요·”
무려 5리스크의 페르소나 게이트 다· 어지간한 베테랑 마법사들이 철 저하게 준비해서 공략해야만 하는 수준이란 말이다·
내부에 진입한 학생들은 저 세계의 패턴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했을 확
률이 높았다·
아니 완전히 해석했다고 쳐도····
과연 2~3클래스 수준의 마법사들 이 그것을 해낼 수 있을까?
아레인은 쯧 혀를 차고서는 뒤돌 며 말했다·
“시체수거함 16개를 준비하라 이 르도록·”
“아레인 기사단장! 무슨 짓인가!”
“왜 그러나? 효율적인 동선을 위한 지시사항일 뿐이다· 1학년 애송이들 이 5리스크의 페르소나 게이트를 공 략에 성공할 거라고 말하려는 건 아 니겠スI 이한월· 차라리 개미가 범을
죽였다고 말하지 그러나·”
그리 말한 뒤 아레인 기사단장이 자신의 기사단과 함께 사라지 スト 이 한월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래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땐 그 의 말이 맞았다·
하지만 그는 믿고 싶었다·
‘이곳에 들어간 학생 중 몇몇은 5 클래스의 네크로맨서 습격 사태에서 도 살아남은 학생들이다·’
심지어 네크로맨서의 심장을 직접 찔러서 죽인 백유설 또한 멤버에 포 함되어 있다·
이한월은 두 눈을 감고서 빌었다·
‘부디 아이들이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기를···
* * *
이제 페르소나 게이트의 공략까지 는 두 개의 걸림돌이 남았다·
하나는 춤추는 시계탑 나머지 하 나는 대망의 가면무도회였다·
가면무도회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 도 좋았다· 풀레임은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잘 알고 있으니까·
다만 춤추는 시계탑이 걱정이었다·
그녀가 기억하기로 그곳에는 거미 형태의 몬스터가 출현하는데 그게 무려 4리스크의 위험도를 가지고 있 었다·
“아저씨 여기에서 무슨 일이 벌어 졌는지 기억나?”
풀레임의 뜬금없는 질문· 앞서 걸 어가던 백유설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런가··
“그래도 위험한 건 알고 있지·”
하긴 회귀자라고 해서 모든 사건 을 세세히 기억할 수는 없겠지· 하
지만 역시 무슨 사건이 벌어지는 건 알고 있는 듯싶다·
풀레임이 그렇게 납득하는 사이 백 유설은 이곳에 대해 떠올려보았다·
‘내가 스토리를 잘 모르는 건 사실 이긴 하지·’
백유설에게 있어서 이곳은 그저 아 이템 파밍용 던전이었을 뿐 스토리 까지는 세세히 모른다·
최종보스의 공략법이 춤을 추는 것 이고 에이젤과 홍비연이 상당히 춤 을 잘 췄지만 뭔 일이 있었네 어쨌 네 하는 건 어렴풋이 기억나는데 이벤트 컷씬이 나올 때마다 ESC를
연타하며 넘겨버려서 자세히는 모른 다·
자의가 아닌 타의였다· 한 명이 컷 씬을 보면 다른 플레이어 15명도 강제로 봐야만 해서 채팅창에 온통 ‘스킵 스킵!’ ‘스킵하라고 어떤 새 끼야!’ 등의 온갖 욕이 도배되기 때 무
‘그래도 춤추는 홍비연은 보고 싶 었는데 말이지····
홍비연은 악녀였지만 그 특유의 미 모 때문에 게임 내에서 여러 남성 플레이어의 심금을 울린 캐릭터였다·
특히 다양한 분기에서 홍비연이 죽
음을 맞이할 때마다 모니터를 부숴 버렸던 어떤 게이머가 커뮤니티에서 유명했을 정도였다·
그리고 아마 오늘도 보기는 글러 먹은 것 같다·
무슨 이야기가 있었는지는 기억나 지 않아도 뭐를 잡아야 ‘히든 보상’ 이 드랍되는지는 잘 알기 때문·
[춤추는 시계탑에 도달하셨군요·]
[이곳의 계단을 타고 아래로 내려 가면 무도회장이 나옵니다·]
[지금 막 무도회가 시작된 듯하니 서둘러 주세요!]
가이드 라인 메시지를 보며 풀레임 은 짧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와우 높네···
시계탑이라고 해봐야 사실 잘 체감 은 되지 않았다· 그저 저 아래까지 끝없이 이어진 나선형의 계단이 까 마득하게만 느껴질 뿐·
그리고·
학생들의 발길이 닿을 일 없는 저 시계탑의 꼭대기에 ‘대장 칼날거미’ 가 거주하고 있다·
풀레임은 마른 침을 꿀꺽 삼키고서
심호홉을 하였다·
‘그놈은 위험해·’
그에 대한 대비책으로 칼날거미에 대해 자세히 공부해 오긴 했으나 역시 피해를 막기는 힘들 것이다·
‘차라리 내가 혼자 막는 게 나을 거야·’
그사이 에이젤이 무사히 최종보스 를 상대한다면 단 한 명도 죽지 않 고 넘어갈 수 있으리라·
풀레임이 그리 결심하고서 입을 열 려는데·
“잠깐만·”
가장 앞에서 걸어가던 백유설이 천 장을 바라보며 멈춰 섰다·
“뭔가가 있어·”
그는 뒤돌아서 에이젤에게 시치미 를 뚝 떼고 물었다·
“가이드 라인에 뭐라고 메시지가 뜬 건 없어?”
“없어요· 곧바로 무도회장을 향하 라는데요? 이상하네··· 아까는 분 명 춤추는 시계탑에서 무슨 일이 있 다고 말했는데·”
“됐어· 그러면 굳이 클리어할 필요 가 없다는 스테이지란 거네· 너희는 먼저 내려가· 내가 혼자 살펴보고
갈 테니까·”
“뭐···r
풀레임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 다· 아직 칼날거미는 움직이지도 않 았고 심지어 천장까지의 거리는 상 당히 떨어져 있다· 그리고 그는 이 곳에서 벌어진 사건을 기억하지 못 한다고 했으니 미리 놈의 존재를 알지도 못했을 터·
그런데 벌써부터 놈의 기척을 느꼈 단 말인가?
‘하긴··· 마법을 눈으로 보고 쳐 내는 사람인데 감각이 특출난 것쯤 이야 이상할 것도 없지·’
다른 학생들이 동요하자 풀레임이 나섰다·
“그러지 말고 일단은 말을 듣자· 지금은 한시라도 빨리 무도회장으로 가는 게 중요한 것 같으니까·”
원래는 풀레임 자신이 나서려고 했 지만 대신 남아주는 사람이 백유설 이라면 믿을 만하다·
“그래· 나도 평민의 말에 동의한다· 스테이지도 아닌데 굳이 많은 인원 이 무언가에 묶여 있을 필요는 없어 보이는군·”
“공주님도 그렇게 말씀하시니····”
“저는 공주님의 말대로 가겠어요·”
“저 저두요·”
무려 이곳에 있는 학생의 절반이 홍비연의 파벌원이자 추종자였다· 가장 힘 있는 그녀가 말하니 별다른 논쟁을 할 필요도 없이 백유설이 혼 자 남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데엥! 데엥
이윽고 시계탑의 종이 울려 퍼지 자·
갑작스레 천장에서 따가다가닥!! 하며 무언가 거대한 생물이 기어 다 니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소름 끼치는 소리에 학생들은 동시에 천장을 올려보았고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거미라고?!”
“칼날거미야! 그 그것도 대장 칼 날거미···!”
”미친 대장 칼날거미는 4리스크라 고! 서둘러! 빨리 내려가야 해!”
학생들이 아비규환이 되어 계단을 타고서 내려가는 것을 확인한 백유 설은 테리폰 소드를 꺼내 들었다·
그런 그의 뒷모습을 학생들은 걱정 스럽다는 듯 쳐다보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이 도망쳐야만 했다·
카가가각!
칼날거미가 벽을 타고 내려오자 온 사방에 스파크가 튀었다· 칼날거 미는 말 그대로 여덟 개의 다리가 모두 날카로운 칼날로 이루어진 거 미였는데 단순한 공격조차 치명상 이 될 수도 있어서 이런 협소한 공 간에서는 절대 상대해서는 안 된다·
심지어 칼날거미는 날카롭고 튼튼 한 거미줄을 뽑아 공간을 연결하여 자유롭게 타고 다니지 않던가?
중간이 텅 비어 있는 이런 시계탑 같은 구조는 그야말로 칼날거미만을 위한 무대나 다름없었다·
“어쩌다 저런 게···
“배 백유설이 버텨줄까?”
“모르겠어· 믿어봐야지···
그들이 걱정 어린 말을 내뱉는 그 때·
갑작스레 백유설과 대장 칼날거미 가 대치 중인 시계탑의 천장에서 어 마어마한 스파크가 튀었다·
단순한 마찰 스파크가 아닌 마법 의 효과로 보였다·
“뭐 뭐야 저건···r
학생들은 천장을 올려보다가 아연 실색하여 탄식을 내뱉었다·
시계탑의 벽면과 벽면 사이에 시리
듯 새파란 푸른색의 선이 수십 가닥 이나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푸른색 선을 밟으며 허 공을 뛰어다니는 백유설· 그가 투명 한 빛을 내뿜는 검을 휘두르는 것을 보며 학생들은 그제야 간신히 안심 할 수 있었다·
‘또 백유설이 무슨 수를 쓴 거구 나···!
‘역시 뭔가가 있을 줄 알았지·’
그렇다면 이제 그들이 고민해야 할 문제는 단 하나·
최종목표 가면무도회에 도달하여 이 지긋지긋한 세계를 탈출할 방법
을 알아내는 것·
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