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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가면무도회(3)
당황하여 가만히 서 있는 풀레임을 뒤로한 채 제키가 4개의 통로 중 하나의 앞에 섰다·
“이 상황조차 교수님들이 의도했으 니 우리는 당황하지 않고 대처해 나 가면 되는 일이야· 그렇지 얘들아?”
“어 으응····”
“그러니까 나는 먼저 가 볼게·”
그리 말한 뒤 통로 안으로 망설임 없이 발을 들이민 저け】· 그녀가 순 식간에 모습을 감추자 다른 학생들 이 동요하였다·
만약 정말 이 상황이 수행평가라 면 망설이고 있는 시간이 모두 감 점 요소로 적용될 테니까·
“나 나도 들어가겠어·”
“크흠 나는 항상 이런 상황에 대 비해왔다고·”
학생들이 각자 통로에 우르르 몰려 들자 홍비연은 한숨을 내쉬었다·
‘체계적으로 움직이는 놈은 하나도 없군·’
자신들의 앞에 존재하는 통로가 과 연 어떤 의미인ス 1 어디로 향하는지 도 모르면서 아무 데나 막 고른단 말인가·
게다가 아까 전 NPC가 했던 말을 따져보면 저 내부에는 틀림없이 몬 스터도 있을 터· 개인으로 점수가 들어간다지만 최소한의 인원으로 조 를 짜는 게 점수 벌이에 더 유리하 다는 사실을 왜 깨닫지 못하는 걸 까·
그녀는 곁눈질로 백유설을 훔쳐보
았다·
이 자리에서 해석과 전략에 가장 능통한 사람이라면 단연코 백유설이 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네크로맨서가 습격했던 위기 상황 에서도 냉정하게 상황을 정리하였 고 괴수 모의전에서도 그 특유의 잔머리와 뛰어난 전략으로 다섯 마 리의 중형 몬스터를 처리한 전적이 있으니까·
만약 누군가를 뒤쫓는다면 백유설 을 따라가는 게 옳을 것이다·
“당신은 어디로 가실 건가요?”
홍비연과 같은 생각을 하는 학생들
이 여럿 있었는지 에이젤이 백유설 에게 지나가듯 묻자 죄다 귀를 쫑긋 세우고서 엿들었다·
‘어디로 가든 다 똑같은 길인데 고 민해서 뭣 하랴···:
정작 백유설은 아무런 생각이 없었 다· 어차피 저 통로를 지나치는 순 간 모든 인원이 랜덤으로 흩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대충 정했다·
**그냥 이쪽으로 가지 뭐·”
그가 가장 왼쪽의 통로에 서 スト 그 뒤로 에이젤이 붙었다·
“그럼 저도 이쪽으로 갈래요·”
,,왜·,,
“당신은 뭔가 정확할 거 같거든 요·”
“아냐· 너는 저쪽으로 가·”
“싫어요·”
“허 참·”
어이가 없다는 듯 에이젤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그는 문득 뒤쪽에서 인기척이 잔뜩 느껴지자 뒤를 돌아 보았다·
“크흠흠·”
“커흠·”
다른 학생들 역시 대부분이 백유설 과 같은 통로를 선택한 것이다· 심
지어 홍비연마저도 눈치를 슬쩍 보 면서 달라붙었다·
‘요 꼬맹이들이 잔머리만 배워서
분위기를 보던 몇몇 학생들도 이쪽 으로 슬그머니 자리를 옮긴다·
“크흠 그럼 나도···
흐홈·”
그렇게 결과적으로 먼저 출발해 버린 제키를 제외하고서 열다섯 명 이 함께 움직이게 되었다·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이러나저러 나 의미는 없었기에 별말을 하지는 않았다·
백유설은 가장 먼저 통로 안쪽으로 발을 내디뎠다·
쑤욱! 빨려 들어가는 느낌과 함께 공기의 농도가 무거워지며 눅눅하고 어두컴컴한 복도가 나타났다·
“어 어? 뭐야· 얘들 어디 갔지?”
“사라졌어····”
뒤늦게 들어온 학생들이 당황한 소 리를 내었다· 분명 다 같이 들어왔 을 텐데 대부분의 학생들이 사라진 것이다·
‘흐음 흥비연이랑 같은 통로에 걸 릴 줄은 몰랐는데···
총 16명의 학생들은 각각 4개의 통로에 4명씩 배치된다· 아마 에이 젤과 풀레임이 한 조가 되었을 것이 고·
“아무래도 한꺼번에 몰려다닐 수 없게 되어 있는 것 같아· 일단은 가 보자·”
복도의 분위기는 상당히 으스스했 다· 반쯤 깨진 창문의 바깥으로는 벽밖에 없다· 창문이 왜 있는지도 모르겠다· 조명은 대부분이 깨져 있 었으며 그나마 남아 있는 조명도 간신히 깜빡거리고 있었다·
“복도에 석상 같은 뭔가가 있어·”
그게 보여?”
마력누설지체의 영향 덕분에 신체 능력이 워낙 월등한 탓도 있지만 직박구리 안경의 ‘적외선’ 기능이 새로 생겨서 이런 어둠쯤이야 아무 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다른 학생들은 아니었다·
“불 좀 피워봐·”
그의 말에 몇몇 학생들이 허공에 빛의 구체를 띄웠다· 굳이 광휘 속 성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발광은 기초 마법에 속했다·
그래도 여전히 시야는 좁았고 백 유설이 말했던 석상은 보이지도 않
았다· 그 이후로 조금 더 걷고 나서 야 그가 말했던 석상이 다른 학생들 의 시야에 들어왔다·
“이 거리에서 미리 본 거야?”
“와아 너 진짜 어떻게 돼먹은 시 력이 냐?”
학생들이 깜짝 놀라서 소곤거렸다· 홍비연도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적 잖게 놀라긴 했다·
“그런데 저거··· 석상 맞지?”
석상은 한 개가 아니었는데 그것 들은 모두 똑같은 드레스를 입은 채 춤을 추는 자세로 멈춰 있었다·
워낙 진짜 살아 있는 것처럼 생동
감이 넘쳐서 그 근처를 지나칠 때 학생들이 움찔움찔 떨었다·
그리고 복도의 끝에 문이 하나 있 었다· 무언가에 턱 하니 잠겨 있는 무
“잠금 해제 마법을 익히긴 했는데 여기에 먹힐까?”
“글쎄· 게이트의 해석도 못 하는 우리 수준으로는 못 하겠지·”
홍비연은 굳게 입을 다문 채 주변 을 둘러보았다·
‘이 위화감은····’
뭔가 인위적이고 어색한 느낌·
직감이 왔다·
춤추는 석상에 어떤 수수께끼가 잠 들어 있다·
페르소나 게이트를 해석할 수 없는 지금은 통찰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해 서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수밖에 없 으리라·
“야 평민· 너는 이 게이트 해석했 어?”
홍비연이 대뜸 묻자 백유설은 눈 을 깜빡거리다가 답했다·
“아니·”
그 대답은 살짝 실망스러웠으나·
“그런데 여기를 어떻게 지나칠지는 대충 감은 잡히네·”
“···그래? 해석 못 했다면서?”
“꼭 해석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부분도 있으니까·”
그러면서 백유설은 석상을 가리켰 다·
“잘 보면 모든 석상의 동작은 다 르지만 같은 종류의 춤을 추고 있 어·”
석상의 숫자만 해도 거의 수십 구 가 넘어갔는데 어떤 춤의 동작을 세세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홍비연 은 고개를 주억이며 말했다·
“’죽은 세레나의 레퀴엠’· 자신의 비극을 감당하지 못한 세레나가 죽 기 직전에 췄다는 춤이야·”
“맞아· 잘 아네·”
”춤은 교양의 기본이니까·”
“그럼 동작도 잘 기억하고 있겠 지?”
“그건 그렇··· 아·”
미소 띤 채 말하는 백유설의 말에 서 드디어 의도를 파악해 낸 홍비연 은 표정을 굳혔다·
,설마···?)
그녀는 다급히 석상의 동작을 자세
히 살펴보았다·
이제 보니··· 모든 석상의 동작이 차례대로 이어져 있었다·
그저 춤을 추는 석상이 많다고 생 각했는데 알고 보니 저 수많은 석 상들은 단 한 명의 동작을 시간 순 서대로 나열해 놓은 것이었다!
그런데 아주 가끔 비어 있는 동작 이 하나씩 있었다· 정확히 4개의 동 작· 인원수와 딱 맞아떨어졌다·
“이거··· 우리가 저 동작의 빈칸 을 채워 넣으면 된다는 거야?”
“어 어? 맞는 거 같은데?”
그것이 첫 번째 관문의 수수께끼·
이전의 동작과 다음의 동작이 존재 하기에 중간의 동작을 예상하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자 끝에서부터 각자 동작을 취하 자고· 춤을 출 필요는 없고 시늉만 하면 돼·”
“나는 여기서 할래·”
“난 여기····”
굳이 홍비연이 동작을 설명하지 않 아도 학생들은 각자의 자리에 찾아 가서 해당 동작을 취했다·
이 춤이 워낙 유명한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귀족들이 춤을 필수 교 양으로 배우는 덕분도 있었다·
그렇게 네 명이 모두 비어 있는 동작을 취하자 기기기징!! 바닥이 갈리는 소리와 함께 복도 끝의 문이 열렸다·
“해냈다!”
“와··· 생각보다 간단한데? 백유설 이랑 같은 조가 돼서 다행이야·”
“가자· 앞으로도 이런 퍼즐이 더 있을 테니까·”
백유설은 아직도 멈춰 있는 춤추는 석상을 힐끗 보면서 발걸음을 재촉 했다· 지금이야 무난하게 성공해서 망정이지 만약 수수께끼를 푸는 데 에 실패했거나 시간이 조금이라도
더 지체됐으면 저것들이 살아 움직 였을 것이다·
문을 넘어서 이동하자 이번에는 웬 커다란 방이 나타났다·
100평 정도 크기의 고풍스러운 방 은 낡은 복도와는 전혀 상반된 고급 스럽고 따스한 분위기가 느껴졌는 데 방 여기저기에 기사 형태의 석 상이 배치되어 있었다·
어떤 기사는 허공에 칼을 겨누고 있었고 어떤 기사는 가만히 서 있 었으며 어떤 기사는 어딘가를 바라 보고 있었다·
“이번에는 저 기사들이 수수께끼가
아닐까?”
“오오 나도 그렇게 생각해·”
확실히 석상이 조금 수상쩍기는 하다· 방금 전의 수수께끼도 마침 석상이기도 했으니까· 그래서 학생 들은 석상을 중점으로 조사하기 시 작하였다·
그렇게 한 5분쯤 홀렀을까·
“카페트야·”
“어··
백유설이 입술을 떼었다· 그때까지 도 훙비연은 아직 석상을 관찰하고 있었다·
“카페트에 새겨진 문양을 봐· 모두 춤을 추고 있잖아· 내가 약간이나마 게이트를 해석했을 때 ‘춤’이라는 키워드가 나왔거든· 아마도 이번에 는 카페트의 춤이 문제인 것 같아·”
“그 그래?”
“응· 자세히 보면 손가락만 한 사 람 문양이 어떤 동작을 취하고 있는 데 이게 어느 부분에서는 살짝 엇 갈리거든· 이걸 제대로 맞추는 게 수수께끼가 아닐까?”
그 말에 홍비연은 머리가 번쩍 뜨 이는 걸 느꼈다·
그녀 역시도 이곳을 아주 약간이나
마 해석할 수 있었는데 그때 춤이 라는 키워드를 보지 않았던가?
‘내가 왜 이걸 생각 못 했지···?
머리에 망치를 맞은 듯 그녀는 멍 하니 입을 벌렸다· 이번에도 당연히 석상일 거라 생각하고서 쓸데없는 부분에 시간을 쏟았다·
고정관념이었다·
이러한 틀에 박힌 사고방식이 얼마 나 위험한지 스스로 알고 있으면서 도 아직도 고치지 못하다니·
”자 여기를 돌려봐· 그럼 제대로 된 춤이 보이지? 이건··· ‘고요한 세레나의 탱고’야·”
“어어 나 그거 알아·”
“맞아· 동작은 다들 기억하지?”
“워낙 유명한 춤이다 보니까 춰본 적도 많아·”
“그럼 그 동작에 맞춰서 카페트의 조각을 맞춰봐·”
학생들이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하 자 홍비연은 살짝 가라앉은 눈으로 열심히 일하는 백유설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달라·’
처음 그에게 ‘발상의 전환’을 가르 침 받았을 때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자신과의 차이를 직접적으로 실감하니 어쩐지 멀게만 느껴졌다·
그 짧은 사이에 저 석상의 비밀을 파악하고 남들과는 다른 관점에서 무언가를 관찰하고 생각하는 그러한 모든 능력들·
분명히 시간이 충분히 주어졌다면 홍비연도 알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아니 누구라도 알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페르소나 게이트는 기본적 으로 타임 리미트’가 존재한다· 하 여 시간이 끌릴수록 불리하다·
백유설은 시간에 전혀 구애를 받지
않고서 수수께끼를 바라본 그 순간 곧바로 해답을 도출해 냈다·
전략 발상 관찰 계산 추리 등·
머리를 쓰는 모든 분야에서 백유 설은 그야말로 타고났다고 봐도 좋 았다·
그러다 의문이 들었다·
‘타고났다?’
그런 말로는 뭔가 뭔가가 이상했 다· 단순히 타고났다기에··· 백유 설의 사고방식은 마치 백전노장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무슨 소리냐면 백유설에게서는 단 순한 창의력의 차이가 아니라 ‘경험
의 スト이’에서 나오는 깊이가 느껴졌 다·
페르소나 게이트를 마치 수십 수 백 번도 더 넘게 돌아본 것처럼 1 학년의 스텔라 생도와는 다른 관점 에서 무언가를 바라볼 수 있는 것이 다·
‘흐응 경험의 차이라····
홍비연의 의혹은 점점 더 깊어져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