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6
3· 입학(3)
마법의 도시 아르카니움·
땅이 아닌 허공에 위치한 저 도시 는 마치 아주 거대한 회전목마가 하 늘을 날아다니는 것만 같은 착각을 주었다·
오색빛깔로 찬란하게 빛나는 회전 목마·
마법으로 인해 부유하는 저 마법 도시는 설정상 서울 면적의 절반 정 도의 크기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사방으로 현란한 빛을 쏟아내는 도 시가 밤하늘에 걸려 있는 걸 보고 있자니 새삼 다른 세계에 왔다는 게 실감되 었다·
저 환상적인 도시 아르카니움에는 명문 마탑과 마법 기사단은 물론 다섯 개의 명문 학교가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마법사와 가 장 뛰어난 학생들을 보유한 곳이 바 로 스텔라 아카데미였다·
세계관 최고의 학교인 만큼 전 세
계 각지에서 천재와 귀족들이 모여 드는데 나는 아직도 이 백유설이라 는 놈이 뭔 재주로 이곳에 입학했나 싶다· 개천에서 용 나는 것도 정도 껏이어야 말이ス]·
“벌써 깼나?”
“네·,,
“거의 다 도착했는데 귀신같이도 일어나는군·”
운전은 어젯밤과는 다른 마법사가 하고 있었다· 도중에 교대를 한 듯 싶다·
다시 뒷좌석에 머리를 기댄 나는 허공에 시스템을 호출하였다·
어젯밤 나는 세 가지의 보상 중 하나를 약속받았다·
하향 버전의 아이템 하향 버전의 스킬 소량의 경험치·
뭘 고르는 게 나을까·
나는 정말 수많은 아이템과 수많은 스킬을 보유하고 있었다· 장기적으 로 볼 때는 신체 강화 계열 스킬을 가져오는 것도 나쁘진 않겠으나 어 차피 그것들은 나중에 따로 배울 수 도 있을 것 같다·
우선 첫 번째로 내가 가장 아끼던 아이템을 골라보았다·
‘혹시 회광반조(回光返照)나 섬광
예찬(閃光禮讚)을 가져올 수 있을 까?’
[검색 결과 해당 아이템의 등급이 너무 높아 하향이 심하게 진행됩니 다·]
‘음· 그럼 초공간 점멸은?’
[검색 결과 해당 스킬은 ‘앞점멸의 상위 스킬이기 때문에 획득이 불가 능합니다· 단 앞점멸 스킬을 약간 강화하는 것으로 보상을 사용할 수 는 있습니다·]
‘아니 꼭 하향해야 되냐? 안 하면 안 돼?’
[당신의 ‘서사력(敍事力)’이 부족하
여 저희 또한 온전한 실체화가 불가 능합니다·]
그건 또 뭔데·’
[이야기가 진행되는 힘을 서사력이 라 칭합니다· 어제처럼 백유설께서 저희가 모르는 방향으로 이야기의 갈래를 개척해 나간다면 서사력이 쌓입니다·]
아 그러셨구나·
쉽게 말해서 ‘네가 너무 뉴비라 고 인물 템을 줄 수 없겠다’라는 건데 너무 쓸데없이 복잡하게 말하는 거 아닌가 싶다·
그럼 뭐 고르지···
내가 가진 대부분의 장비 아이템은 대부분이 고등급이었고 거기서 등 급을 몇 단계나 낮춰도 죄다 하향 진행이 된다니 고를 수 있는 건 결 국 한정되어 있었다·
‘쩝 좋다 말았네·’
물론 꼭 등급이 높아야 좋은 아이 템인 것은 아니다· 낮은 등급이지만 현재의 내 상황에서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는 아이템과 스킬은 얼마든지 있었으니까·
쿨타임이 꽤 길지만 1회 공격을 무조건 피하거나 막을 수 있게 해주 는 ‘긴급 회피’라든가 그 자리에서
멀리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하이 프로스트’라든가 잠시 동안 무적이 되며 이동속도가 순간적으로 빨라지 는 ‘영혼화’라든가····
왜 죄다 도망치는 스킬이냐고 혹시 묻는다면 마땅한 공격과 방어 스킬 이 없어서 그렇다고 해두겠다· 생존 력이 극악인 캐릭터인지라 살고 싶 어서 생존기만 덕지덕지 발라뒀다·
고인물이 되고 나서는 거의 안 썼 지만 정말로 현실이 된 지금이라면 굉장히 쓸모가 있을 터·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지금 당장 은 [에피소드] 진행을 위해 더 시급 한 아이템이 하나 있다·
‘직박구리 안경·’
유난히 남자들에게 친숙한 단어 직박구리·
현역으로 복무하던 시절 행정반의 내 담당 컴퓨터에 ‘직박구리 비밀 폴더’ 하나를 누군가가 생성해 놓은 바람에 중대장에게 욕을 바가지로 먹었던 적이 있었다·
‘너 여기다 야동 깔아놓은 거 아 냐? 비밀번호 뭐야! 당장 대!’
‘저 아닙니다·’
‘이게 진짜 죽을라고! 징계 먹고
싶어?!’
‘진짜 모릅니다
그때의 그 고함이 아직도 생생하 다· 하지만 나는 억울했다· 정말로 그런 폴더를 만든 적이 없었기 때문 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직박구리 폴더를 만든 건 행정보급관이었으며 그 안 에 정말로 기밀 정보가 들어 있었다 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너도나도 뻘 쭘했던 사건이 있었다·
그 이후로 나는 어떤 게임을 하든 정보를 저장하거나 메모해 놓을 때
항상 ‘직박구리’를 사용한다·
[···시스템 검토 결과 가능하다 는 판단이 내려졌습니다·]
확인 메시지가 떨어진 즉시 주먹 이 절로 불끈 쥐어졌다·
‘좋아· 그걸로 해줘·’
[아이템 く직박구리 안경〉의 ‘현상 분석 상황 요약 정보 검색 망원 경 적외선 투시 야간 투시··· 등등 의 기능이 모두 삭제됩니다·]
툭! 내 손바닥 위에 떨어지는 검은 색 테두리의 동그란 안경· 나름대로 패션 신경 쓴답시고 연예인들이 쓰 던 디자인을 따라 한 거라 쓰고 있
어도 촌스럽지 않다·
주요 기능은 죄다 하향 처리되면서 삭제되었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기능이 남아있었다·
〈직박구리 안경〉
* 등급 : –
*설명 : 어제 먹은 저녁 메뉴가 기 억 안 나시나요? 방금 들었던 계좌번호 를 바로 까먹었나요? 걱정하지 마시라! 이 안경은 당신이 보고 듣고 읽은 지식 을 모조리 기억하고 있으니!
*특수 기능
A직박구리 폴더
A 봉인
*심력을 소모하여 발동됩니다·
게임 아이테르 월드는 참 이상하게 도 내가 사냥에 성공한 몬스터의 정 보나 습득한 지식 등을 다시 불러와 서 읽는 게 불가능했다· 까먹었다 면? 다시 해당 맵으로 찾아가서 읽 어야 한다·
어디에 무슨 재료가 나오는지 어
떤 캐릭터와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 지 내가 어떤 왕국에 어느 정도의 기여도를 쌓았는지·
그런 것들이 전혀 제공되지 않았 다·
그래서 플레이어들은 이런 직박구 리 안경 같은 최상위 시스템을 개발 해내어 정보를 저장하고는 했다·
그리고 지금 내가 이 안경을 받은 이유는 하나·
‘게임 내적인 정보를 대부분 까먹 었단 말이지·’
어느 사냥터에서 무슨 아이템을 얻 었다 어느 던전에서 무슨 희귀템이
나왔다 등등· 이런 알찬 정보를 모 두 기록해두었던 것·
하물며 이건 내가 게임하던 시절에 사용하던 것이니 그 정보가 고스란 히 담겨 있을 것이다·
[직박구리 폴더를 열람합니다·]
[A연금술 재료]
> 사냥테
[A 던전]
[A 몬스테
»캐 릭 테
A가법]
[A 기타···J
안경을 쓰자 수많은 정보의 폴더가 쭈욱 나열되었다· 안타깝게도 스토 리는 기록해 두지 않았으며 캐릭터 도 솔직히 관심이 없어서 폴더가 거 의 비어 있었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물이었다·
‘보상은 이만하면 됐고·’
이제는 이 안경을 어찌 써먹을지 고민하기만 하면 된다·
내가 가진 정보는 정말 방대하다·
무려 10년 동안 이 세계를 헤매며 알짜배기들만 모아놨으니 말이다· 이걸 얻을 수 있던 건 정말 천운이 라는 말로도 부족하다·
’10년간 키운 캐릭터의 성능을 모 두 찾을 순 없어도 빠른 시일 내에 그 절반 수준으로 따라잡는 건 가능 하겠어·’
그러고 보니·
이 안경의 효과 중에는 등장인물 의 정보를 요약하여 기재할 수 있는 기능도 있었다·
그러니까 옆좌석에서 아직도 잠을 청하는 저 회색 로브의 정체를 어쩌
면 알아낼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도착했다·”
그러나 자동마차가 도시 ‘레조이 카에 도착하는 즉시 회색 로브가 잽싸게 내려버려서 하지 못했다·
“빠르게도 해라····”
* * *
마법사단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뒤 빠르게 헤어져서 비행선 선착장 을 향했다·
“티켓은 있지?”
내가 촌놈인 게 딱 봐도 티났나 보다·
“당연하죠·”
선원은 티켓을 한참이나 확인했다· 아니 그럼 아르카니움이라는 세계 최고의 마법 도시로 밀항이라도 할 까 봐?
“통과·”
선원은 마지못한 표정으로 나를 넘 겼다· 어깨와 목을 딱 펴고 떳떳하 게 행세하던 나도 비행선에 탑승한 그 순간 긴장이 탁 풀릴 수밖에 없 었다·
“와우···
비행기는 타봤어도 비행선이라니· 단어는 물론 분위기조차 낯설다·
비행선은 거의 유람선의 형태에 가 짜웠는데 어차피 바로 근방에 있는 아르카니움으로 가는 주제에 뭐가 이리 호화스럽나 싶겠지만 이게 ‘무 려’ 스텔라 아카데미로 향하는 비행 선이라는 점도 생각해야만 한다·
탑승객의 대부분이 스텔라 아카데 미에 입학하기 위해 찾아온 엘리트 집안의 학생들이었으니까·
뿌우우우!!
잠시 기다리니 뱃고동이 울리며 비
행선이 떠올랐다·
시원스러운 바람이 뺨을 스치며 지 나간다· 비행기처럼 답답하게 조그 마한 창문으로 외부를 구경하지 않 아도 되는 게 이 비행선의 장점이었 다·
그래서일까 밖에 나와 있는 학생 들은 생각보다도 훨씬 많았다·
“야 저 새끼 얼빵하게 두리번거리 는 것 좀 봐·”
“비행선 처음 타보나?”
“촌놈인가 봐·”
“쯧 스텔라는 세계 최고의 명문이 라 다 좋은데 평민의 입학을 왜 허
락했는지 모르겠어· 격 떨어지게·”
“이해가 안 간다니까·”
나는 청각이 예민했기에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죄다 캐치할 수 있 었다·
‘에휴 애새끼들이 어딜 가든 다 그렇지·’
지구나 이세계나 10대 청소년들이 하는 뒷담화라고는 수준이 다 거기 서 거기였다· 죄다 화장실로 불러서 변기통에 머리털 물빨래를 시켜 버 릴까도 싶었지만 그래서야 내가 10 대와 뭐가 다르겠나 싶어서 그만두
었다·
“저기요 쟤들 담배 피우는데요·”
그래서 성인스럽게 대처해 주었다·
“네?! 아르카니움은 청소년 담배 엄금 지역이거늘!”
선원은 내가 지목한 학생들에게 후 다닥 달려갔다·
쟤들 아까 담배 피우는 거 탑승 전에 봐둬서 다행이다· 비행선에서 피우지 않았더라도 소지품에서 담 배가 나오기라도 하면 아주 재미있 어질 거다·
“이건··· 담배로군요!”
결국 놈들은 소지품 검사에서 담배 가 걸렸다· 이 경우 보통의 학생이 취하는 태도는 정해져 있다·
평민이라면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발뺌 흐卜기·
“이거 노}! 나는 아돌레비트 왕국 데닝턴 남작가의 후계자다!”
귀족이라면 귀족이라는 점을 강조 하며 협박하기·
하지만 아르카니움의 스텔라행 비 행선에서는 귀족이든 뭐든 얄짤없 다· 탑승한 그 순간부터는 학교의 엄격한 규율에 따라야만 했으니까· 그렇기에 선원이 무어라 하려고 입
을 열었으나·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또각!
데닝턴 남작가의 후계자라는 놈■이 갑작스레 입을 다물었다· 선원은 한 발자국 물러났으며 학생들이 모세 의 기적처럼 갈라졌다·
고요하게 내려앉은 분위기 사이로 소녀 한 명이 등장하였다·
무질서하게 흩날리는 은색의 머리 카락조차도 기품이 담겨 있고 핏빛 보다도 더욱 진한 붉은색 눈동자는 마주하는 순간 빨려 들어가는 듯했 으며 주변의 모든 존재를 흐릿하게
만드는 그 아름다운 외모는 가히 절 세가인이라 부름에 부족함이 없었 다·
남들은 죄다 480P 의 저화질 속에 서 사는데 혼자만 1080p60 Full HD 화질 속 세상에서 튀어나온 것 만 같다·
그 정도로 또렷하고 선명한 이기적 인 외모를 가진 그녀의 정체를 예상 하기란 참으로 쉬운 일이었다·
홍비연 아돌레비트·
아돌레비트 왕국의 공주·
그녀를 보고서 가장 먼저 든 생각 은 ‘와 연예인이다·’였으나 그다음
으로는 어쩐지 측은한 마음이 들었 다·
홍비연은 이 세계관에서 ‘악녀’의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그건 그녀가 썩 좋은 엔딩을 맞이할 수 없는 운 명이라는 말이기도 했다·
여주 ‘풀레임’과 무수히 많은 신경 전을 벌이다가 수많은 분기에서 수 많은 방법으로 최후를 맞이하게 될 운명이었으니까·
어떤 엔딩에서는 처참하게 살해당 하고 어떤 엔딩에서는 학교 전체에 게 왕따를 당하다가 퇴학당하고 어 떤 엔딩에서는 다시는 고개를 못 들 고 다닐 정도의 수치를 당하기도 하
고 어떤 엔딩에서는 변방의 시골에 갇혀서 영원토록 나올 수 없는 형벌 을 받기도 한다·
일부러 홍비연이라는 인물에게 불 행한 운명을 주려는 것처럼·
“고 공주님····”
데님셔츠 남작가였나 어쨌나 하는 가문의 후계자는 조국의 공주를 보 고서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그러나 홍비연은 선실 내에서 소란을 피운 그에게 아무런 태도도 취하지 않았 다·
그저 쳐다보고 지나갔다·
경멸스럽다는 눈으로·
그것으로 상황은 가볍게 종료되었 다·
사막-
머리칼을 휘날리며 멀어지는 홍비 연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았다· 확 실히 첫 등장부터 포스가 남다르긴 하다·
악녀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으면서 도 수많은 남자 플레이어들에게 인 기를 얻은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 다·
‘확실히 좀 무섭긴 하네·’
예쁘긴 예쁜데 말 걸면 베일 것 같다· 홍비연이 사라지는 것을 본
뒤 나는 선실로 들어왔다·
시간은 어느덧 점심· 선실에는 매 점이나 편의점 비스무리한 게 있어 서 간식을 人卜 먹는 학생들이 꽤 많 았다·
‘물가 더럽게 비싸네·’
이 정도 가격이면 밖에 나가서 밥 한 끼 충분히 먹고 커피까지 마시겠 다· 그냥 굶고 아르카니움에 도착해 서 식사하는 게 낫다는 생각에 의자 에 털썩 주저앉아 멍하니 창밖을 바 라보는데 옆자리에서 소곤거리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야 저기 저 여자 에이젤 아니
야?”
“어? 그러게· 에이젤이면 그 배신 자 모르프 대공의 장녀····”
“쉿· 그건 얘기하지 말고· 들으면 어떡할라고·”
“그 그러게·”
에이젤? 익숙한 이름에 학생들이 바라보던 방향을 살펴보니 구석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는 학생 한 명 이 시야에 들어왔다·
홍비연과 마찬가지로 신의 축복을 받은 듯 아름다우며 또 고고한 외모 를 가진 하늘색 머리칼의 소녀였다· 감히 일반인의 접근을 불허하게 만
드는 압도적이라 불러도 부족한 외 모를 가진 그 아이는 분명 익숙했지 만 어째 기억이 잘 안 났다·
서둘러 ‘직박구리 안경’을 꺼내 정 보를 확인해 보았다·
[에이젤 모르프]
짭여주
썬콜 법사
피자먹을때 피클국물부터 마심
모르프 대공가의 장녀
근데 아빠 죽고 가문 망함
나중에 죽음
뭐야· 쟤가 그 ‘짭 여주’였어?
오늘 아침에 일찌감치 헤어진 회색 로브를 떠올린다· 확실하진 않지만 틀림없이 그 로브와 저 에이젤이 동 일인물일 것이다·
‘그나저나 진짜 중요한 것들로만 대충 정리해 놨네·’
이 안경에 담긴 정보는 그래도 나 름대로 커뮤니티의 유저들이 모아둔
정보 중 알짜배기만 모아서 정리해 둔 요약본이다·
물론 내가 게임 캐릭터에 워낙 관 심이 없던 탓에 많은 것을 기록하지 는 않았지만· 심지어 저 에이젤이라 는 소녀는 특히나 더 모르는 얼굴이 었다·
그나저나 더 신경 쓰이는 건 ‘나중 에 죽음’이었다· 커뮤니티 유저들은 결코 ‘죽음’이라는 항목을 캐릭터에 게 쉽게 달아두지 않는다·
시뮬레이션 게임이니만큼 수많은 루트와 수많은 가능성이 존재했으므 로 단 한 번이라도 살릴 수 있는 루트가 있다면 ‘죽음’이라는 단어는
빼놓고 정리를 해두게 마련이니까·
하지만 저 에이젤이라는 소녀는 10년 동안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노 력했음에도 ‘절대 살릴 수 없음’이 라고 판명된 듯싶다·
즉 어디서 어떻게 죽는진 몰라도 저 소녀의 죽음은 결코 막을 수 없 다·
‘저 애의 아버지는··· 아마 흑마 인들이 죽였겠지·’
흑마인· 마법의 힘을 다루는 자들 이 스스로 이계를 받아들여 몬스터 처럼 변해버린 자들을 일컫는다·
신체를 자유자재로 변형할 수 있어
서 아주 강력한 힘을 지닌 것에도 모자라 마법까지 사용할 수 있는 그 들은 스토리상 세계의 악(惡)이자 플레이어들의 진정한 적으로 표현되 고는 한다·
흑마인들은 마법 세계를 이면 세 계,로 잠식하기 위해 끊임없이 ‘페 르소나 게이트’를 열거나 고대의 ,던전을 해방하는 등 끊임없이 침 략을 계속하였는데 그것에 대항하 기 위해 마법 전사들을 양성하는 학 교가 바로 스텔라 아카데미였다·
그리고 그런 흑마인들에게 대항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자가 바로 이 세계의 ‘진짜 여자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 주인공은 물론 주변의 메인 캐 릭터들과 엮이기는 죽어도 싫었다·
여주인공은 흑마인을 정화할 수 있 다는 아주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 기는 했으나 그런 능력과는 별개로 주변인들을 피폐하게 만드는 아주 굉장한 인간관계를 보여주기 때문·
주인공들이 뭘 하든 상관없다·
내 목표는 어디까지나 ‘진 엔딩’을 향해 가는 것이었으니까·
‘지들끼리 북치고 당구 치고 볼링 까지 치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