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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떠오르는 달 지는 달(4)
검은 달의 표면에서 마치 홍염처 럼 솟아오르는 검은색 용의 머리·
처음부터 완벽한 형체가 있던 것은 아니다· 그저 고리처럼 그림자처럼 혹은 폭발처럼· 불완전했으며 형태 를 갖추지 못했고 자아가 없는 것 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머리’의 형태가 너무나 도 거대했고 압도적이었기 때문에 마법사들은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칠 수밖에 없었다·
공포? 그런 감정이 아니다·
압도적인 멸망 앞에서 인류는 그 저 죽음을 받아들이고 감내해야만 한다·
누군가는 현실을 부정하고 누군가 는 분노했으며 누군가는 절망했고 누군가는 받아들였지만·
마법협회장이スト 전력의 총지휘관 이라고도 할 수 있는 9클래스의 대 마법사 아류문 블르슌의 눈에는 전
황이 다르게 보였다·
‘회공시월은 여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그럴 수 없어서일까? 아니 그럴 필요가 없어서였지·’
여태까지 인간은 검은 달을 타격할 수 없었으니까·
‘제아무리 십이신월 중 최강이라고 불리는 회공시월이라지만 과연 이 만한 마법사를 상대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놈도 두려운 것이다· 모 든 인류가 모여서 자신을 대적하는 게·’
기회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여 지팡이를 입
에다 가져다 대었다·
모두 잘 들어라!!”
워낙 넓은 지역을 전진 기지로써 사용하고 있었기에 제아무리 사자후 를 터뜨리더라도 모두에게 들리지는 않을 것이나 모든 기지에는 스피커 아이템이 설치되어 있어 언제든 아 류문은 모두에게 명령을 전달할 수 있었다·
원래는 이렇게 광범위한 지역에 한 꺼번에 통신망을 연결하는 게 불가 능했으나 이 또한 알테리샤 학파의 발명품 중 하나였으니·
“회공시월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우리 인류에게 기회가 왔음을 알리 는 신호다! 십이신월이 두려운가? 그래 두려울 수 있다· 하지만 십이 신월 또한 우리를 두려워하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여태껏 몸을 꽁꽁 숨기고 있다가 위기 상황이 되어서 야 모습을 드러냈겠는가?!”
지금 이 순간 지나치게 긴 연설은 오히려 독이 된다·
확실한 정보와 약간의 선동·
그것만으로도····
용기를 얻기에는 충분하다·
“모두 일어서라! 전쟁의 끝이 도 래했다! 신의 형벌이라고 생각했던
저 불쾌한 덩어리는 결국 일개 생명 체의 발악에 불과했고 우리의 기술 은 저것을 충분히 타격할 수 있다!”
회공시월이 움직인다· 아류문의 선 동이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의 손가락 끝이 아류문을 가리 켜 공간을 쏘아내려는 순간·
···파캉!!
푸른빛의 광선이 회공시월의 몸을 관통하며 상체를 거의 반쯤 녹여 버리고 말았다·
마법원로회의 가장 오래된 마법사 사엘 리의 궁극 마법 ‘존재 소멸’·
삐걱 삐걱···!
회공시월의 몸이 비틀거리며 서서 히 돌아오려고 했으나 쉽지 않은 듯 그의 몸이 비틀렸다· 일그러진 표정의 회공시월을 보며 아류문은 지척에 서 있던 사엘 리를 바라보았 다·
그 늙은 노인네는 피식 웃으며 고 개를 끄덕인다· 아류문은 그에게 속 으로 감사하며 외쳤다·
“자 보아라! 놈은 우리의 마법에 상처를 입는다! 결코 십이신월은 무 적이 아니며 또한 그가 가져온 저 검은색 덩어리도 무적이 아니다! 지
팡이를 들어라· 그리고 하늘을 겨눠 라! 신을 행세하고자 했으나 신이 되지 못한 추악한 십이신월에게 인 간의 저력을 보・여라!!”
우아아아아!!!
아류문의 연설이 끝난 직후 사방 에서 터져 나오는 고함 소리· 무질 서한 것처럼 보이지만 지금부터는 아류문의 명령 없이도 각 부대의 지 휘관들이 상황에 맞춰 가장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이다·
-···놈 거슬리는 짓을 하는군·
신체를 수복한 회공시월은 잔뜩 불 쾌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사엘 리에
게 손을 겨누었다· 방금의 마법은 불시의 일격이었기에 적중당했을 뿐 함부로 사용할 수 없으며 다음에 또 날아온다면 결코 맞아주지 않을 것 이다·
회공시월은 최우선 타깃을 아류문 과 사엘 리로 정하였으나·
꾸드득 까득!
-··fl
공간을 비틀어 버리려던 회공시월 의 손가락 끝이 꺾여 버렸다· 황급 히 고개를 돌리니 저 멀찍이 공중 에 떠 있는 어떤 청년이 시야에 들 어왔다·
-흑마도왕의 아들···! 끝까지 귀 찮게 구는구나·
“나를 그런 기분 나쁜 명칭으로 부 르지 말아줄래?”
마유성은 완드를 휘릭 돌리며 미소 지었다· 말투는 점잖고 예의가 발랐 으나 그 안에는 냉랭한 가시가 돋 혀 있었다·
-제 아비를 증오하는 것과는 달리 너의 그 마법은 아비가 남긴 것이 다· 알고는 있나?
“알아· 알고말고·”
마유성은 이제야 고작 7클래스의 마법사라고 알려져 있었다· 나이에
비해 대단하나 회공시월에게 간섭하 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능력치·
그런 마유성이 회공시월에게 타격 을 입힐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인가·
흑마도왕은 평생을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인류의 한계를 넘어 선 존재를 쓰러뜨릴 수 있을지·
인간의 한계를 벗어던지기 위해 흑 마인으로 타락하여 마침내 왕위의 자리에 올라가기까지 했으나·
그는 여전히 두려워했다·
회공시월·
유일하게 인류의 역사에 간섭할 수
있으며 자신이 원할 때 언제든 세 계를 멸망시키려고 하는 スト·
그자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아주 간단명료했다·
‘회공시월보다 강해지는 것·’
일평생을 연구했다·
공간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그 존재 를 상대로 우위를 점하기 우]해·
-하 결국 네 아비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군!
회공시월의 말에 마유성은 희미하 게 미소를 지었다·
“그런 말로 나를 묶으려는 걸 보
니 당신도 많이 나약해졌군요· 저는 아버지의 그림자를 극복했습니다· 그가 남긴 유산은 나의 도구가 되었 고 그가 남긴 의지는 제게 있어 교 과서에 불과합니다·”
흑마도왕의 모든 것은 마유성에게 있어서 반면교사였다· 도움이 안 될 리가 없었다·
“아버 ス】· 저는 그를 아버지로 인정 했습니다· 그래서 극복했습니다· 아 버지가 평생을 걸쳐 당신을 쓰러뜨 리기 위해 만들어낸 이 마도구····”
마유성의 오른팔에서 은은하게 빛 나는 회색빛의 지팡이를 보며 회공 시월이 표정을 구겼다·
“정말로 도움이 되었습니다· 마지 막에 와서 제가 아버지의 그림자에 서 벗어나겠다는 되도 않는 떼를 쓰 며 이것을 멸시하기를 바랐습니까? 안타깝지만 소용없습니다· 저는 아 버지가 그러했던 것처럼 최선을 다 해 당신을 상대할 뿐···
회공시월은 마유성을 잠시 노려보 더니 한 발자국 앞으로 발을 내디 뎠다· 그에게 위상적 공간의 거리는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든 한 발자 국이면 충분했다·
후욱!
····
순식간에 마유성의 코앞에 도달한 회공시월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손을 뻗었다· 제아무리 흑마도왕의 무구를 갖추고 있다고는 하나 그래 봐야 애송이일 뿐·
회공시월의 손가락이 마유성의 심 장을 꿰뚫으려던 그 순간·
“···지금이야 해원량!”
“알고 있다!”
一 윽···?!
번쩍! 사방에서 무지갯빛으로 마법
진이 번뜩이더니 사슬이 들이닥치며 회공시월의 사지를 속박하였다·
“오행봉인!”
덥고 추우며 젖었으나 말라 있는 봉인의 사슬· 회공시월은 이따위 결 계에 자신이 단 한 순간일지라도 속 박되었다는 사실이 기분 나쁘다는 듯 힘껏 공간을 비틀어 모조리 파쇄 하였다·
단 0·5초· 해원량이 가장 자신 있 는 봉인술로 그를 묶어놓을 수 있 는 정말이지 찰나의 순간·
하지만 그 0·5초는 ‘세계수’가 자라나 기에 정말이지 충분한 시간이었으니·
콰드드득!!
회공시월의 발밑에서 굵직한 나무 뿌리가 자라나더니 그의 뒤쪽으로 얼굴을 면사포로 가린 여인이 날아 올라 양손을 교차하여 하늘을 향해 뻗었다·
번쩍!
일순간의 빛무리· 구름마저 꿰뚫고 날아든 하늘의 심판이 회공시월의 가슴을 관통하였다·
– 크윽···
엘프왕 꽃서린의 마법은 9클래스에 육박하는 수준이었기에 회공시월도 감히 멸시할 수 없는 위력!
만약 꽃서린 혼자였다면 공간을 다 루는 회공시월에게 결코 적중하기 힘들 정도로 준비 과정이 길었으나 마유성의 도발과 해원량의 함정 덕 분에 회공시월의 가슴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었다·
– 이 이건···
“저희도 바보는 아닙니다· 공간의 지배자 회공시월· 당신은 결코 무적 이 아닙니다·”
“회공시월· 당신은··· 지나치게 자만했습니다· 인간들에게 너무나도 많이 노출되었지요·”
인간에게 노출이 많이 되었다는 것
은 그만큼 많은 분석이 이루어졌다 는 의미 인간들은 이제 회공시월을 어떻게 상대해야 좋을지 그 ‘공략 법’을 깨닫고 있었다·
– 이것들이····
회공시월은 냉랭하게 가라앉은 눈 으로 일대의 공간을 폭발시켰다·
콰콰쾅!!
삽시간이 공간이 갈라지고 무너지 며 수십 명의 마법사가 휘말려 비명 을 질러댔으나 최정예 마법사들은 전혀 피해를 입지 않은 채 공간마저 도 감지하여 회피하였다·
– ···무슨?!
심지어 회공시월이 원하는 만큼의 위력이 제대로 나오지도 않았으니·
“오랜만이지? 공간의 지배자· 공간 술사로서 다시 만나고 싶었다·”
-루드릭 할로우····
마법사 최고의 공간계 마법사이자 삭월거탑의 마탑주 루드릭 할로우·
“자아 너는 나와 마주친 순간부터 이 좌표에 발이 고정되었다· 너는 이제 네 마음대로 도망칠 수 없어·”
-···네가 나를 붙잡을 수 있을 거 라고 생각하나? 너는 죽을 것이다·
“그래 혼자라면 죽겠지· 이제는 네
가 인간을 가리지 않고 죽인다는 사 실 정도는 나도 알아·”
루드릭은 피식 웃으며 양팔을 펼쳤 다·
“하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 결코 혼자서 활동하지 않지·”
루드릭이 펼친 양팔 너머로 서서 히 자리에서 일어서는 무수히 많은 마법사들· 그들은 모두 증오를 가득 담은 눈빛으로 회공시월을 노려보고 있었다·
“자 그런 무시무시한 표정 짓지는 말고 이왕 이렇게 만났으니 즐겁게 놀아보자고?”
– 이놈···!!
회공시월은 표정을 와락 구겼다·
공간을 지배하는 그의 능력은 확 실히 무적이 아니었다· 무적과도 같 은 힘을 발휘하는 것처럼 보였을 뿐 9클래스의 마법사가 몇이나 달려들 면 제아무리 회공시월이라도 버티기 가 버겁다·
‘하지만···!’
조금만 버티면 된다·
자신의 검은 달이 마지막 십이신월 의 기운마저 흡수하여 마침내 ‘불 완전 흑야십삼월’이 된다면 건방 떨 며 스스로를 봉인한 홍비연 공주마
저도 홉수할 수 있으리라·
‘그 과정에서 한 번쯤 죽어도 문 제는 없다!’
얼마든지 맞고 견디며 죽음을 맞 이해도·
검은 달이 개화(開花)하기만 한다 면····
“마법사 부대 마방진 준비! 지금 부터 가장 강력한 화력으로 앞서 전달한 코드를 입력하여 검은 달을 타격한다! 평면 공간의 좌표를 입력 할 필요는 없다! 목표물은 쓸데없이 비대하고! 너무나 잘 보인다! 설마 저 커다란 동그라미조차 못 맞히는
머저리 마법사는 없겠지!”
홈칫· 회공시월은 스피커를 통해서 들려오는 아류문의 목소리에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고개를 돌렸다·
어둡게 물든 하늘을 눈부시도록 빛 나게 만들 정도로 수만 개가 넘는 마법진이 천하를 뒤덮고 있었다·
“일제히 검은 달을 요격하라!!”
-··II
아류문의 명령이 떨어지는 순간 마치 태양이 폭발하기라도 한 듯 터 져 나오는 빛무리에 회공시월은 손 을 내뻗었다·
‘어림도 없다!!’
순식간에 거대한 공간막이 검은 달 의 표면을 휘감았고·
그 순간 회공시월의 가슴팍을 무 언가가 꿰뚫었다·
푸욱!
-···쿨럭!
“다른 데에 한눈팔면 안 되지·”
흑마도왕이 남겼으며 마유성이 계 승받은 하나의 의지가 회공시월의 심장을 허물어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