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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그린 코어(1)
혹마도왕의 명령으로 일곱 아들이 전 세계의 뒷세계로 흩어지고 있는 와중 스텔라 아카데미에서는 2학기 기말고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다만 스텔라 아카데미의 2학년 2 학기 기말고사 이후에는 조금 특별 한 추가 시험이 진행된다·
사실 ‘특별하다’라는 단어는 스텔 라 아카데미에만 한정된 부분이 아 니었는데 왜냐하면 2학년 2학기의 기말고사는 명문 학교 간의 경쟁이 주요 과목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각 학교에서 가르침을 받은 학생들 이 얼마나 대단한지 어느 정도의 수 준인지 비교하기 위함이었는데····
왜 굳이 2학년이느냐·
예전에는 3학년 2학기 학생을 대 상으로 진행되었으나 대부분 3학년 이 되면 학교에서 생활하는 시간보 다 외부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더 많 을 정도로 바쁘기 때문에 이러한 행
사에 제대로 참여를 할 수 없는 것 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2학년 전원이 타 학교와의 경쟁에 참여하지는 않 는다· 당장 스텔라의 2학년만 해도 천 명이 넘어가는데 다른 학교까지 합치면 얼마나 규모가 커지겠는가?
일부의 학생들·
그러니까 기말고사 성적에 불만족 하여 추가 점수를 원하거나 혹은 마 법계에 자신의 재능을 뽐내서 이름 을 날리고 싶은 학생들이 참여하게 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주인공급’의
학생들은 죄다 참여하므로 백유설도 당연히 참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일정이라는 게 그렇 둣 뭐든 계획대로 되지는 않는 법·
-자 아르카니움의 다섯 명문 마법 학교 간의 경쟁을 위해 학회에서 직 접 똑같은 모형의 던전 다섯 개를 만들었다고 한다· 더불어 다섯 마리 의 똑같은 거대 홀로그램 괴수를····
2학년 학생들이 모인 강당에서 앞 으로 있을 일정에 대해 설명하는 와 중 백유설은 그곳에서 홀로 빠져나 와 조용한 곳에서 스칼렛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린 코어를 도둑맞았다고?”
“응! 그것 때문에 멀렌 대고원을 자연으로 되돌리려던 연녹탑의 계획 에 차질이 생겼다나〜”
“멀렌 대고원에 무슨 일이라도 있 었어?”
“어라 못 들었니? 하긴 최근에 바 쁘게 지냈으니까· 흑마인들이 작정 하고 페르소나 게이트를 설치한 뒤 대규모로 터져 버려서 고원이 완전 히 황폐화되었다나 봐·”
스칼렛의 말에 백유설은 표정을 구 기며 고개를 저었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를 않네·”
“그치?”
“연녹탑이라면··· 안 그래도 돌덩 이처럼 굳어버린 사련 사막을 되돌 리느라 한창 바쁠 텐데·”
“오오· 연녹탑은 완전히 기밀로 움 직이고 있을 텐데 잘 아네?”
“그럭저럭 소식을 들었거든·”
연녹탑·
세간에서는 ‘라셀론의 기둥’이라고 불리는 위 마탑은 굉장히 특이하다·
최소 인원 미달 매년 최소 연구 미달 최소 마법 기여도 미달 마법 계 법률 위반 마법계 이탈 등 무엇
하나 마탑으로서의 조건에 충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들이 마탑이라는 이름 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었는데 첫 번째로는 마탑주가 9 클래스의 대마법사 토아 레그론이라 는 것·
두 번째로는 그들이 특별한 수익을 창출하지 않으면서도 세상에서 벌어 지는 사건의 뒷수습을 돕는다는 것 이다·
가령 페르소나 게이트로 피해 입 은 지역을 정화한다든지·
“아무튼 그린 코어를 좀 되찾아줬
으면 좋겠다고 토아 레그론이 네게 정식 의뢰서를 발령했더라· 어때?”
스칼렛이 반짝거리는 눈으로 품에 서 마법으로 코팅된 서류 봉투를 꺼 냈다·
아무래도 토아 레그론이 스칼렛의 제자였기 때문인지 이 상황이 상당 히 홍이로웠던 모양이다·
“만약 생각이 있다면 토아 레그론 이 스텔라에 직접 방문할 의향도 있 대·”
“됐어· 바빠서 이런 중요한 일도 나한테 부탁하는 양반이 무슨 시간 이 있다고 여길 방문해·”
“그렇지? 네가 그렇게 배려할 걸 알고 의뢰했나 봐· 완전 두근두근한 상황이야·”
“대체 뭐가 두근거리는데····”
스칼렛의 반응이야 어쨌든 그린 코 어가 도둑맞은 것은 꽤 커다란 사건 이 될 수도 있으므로 직접 나서서 해 치우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스텔라 아카데미를 비롯하여 아르 카니움의 다섯 명문 학교 사이에서 펼쳐지는 경쟁은 좋은 구경거리가 될 것이고 백유설도 기대했던 것이 지만 그런 유흥이 중요한 상황은 아 니었으니까·
“아참 그리고 오늘 아침에 네 기 숙사 앞에서 알짱거리던 새 한 마리 를 잡았걸랑?”
“···새?”
“응! 볼래?”
백유설이 고개를 끄덕이자 스칼렛 이 허공에 손가락을 휘적였다·
그러자 날개와 다리가 묶인 새 한 마리가 바닥으로 풀썩 떨어졌다·
새의 이마에는 금색으로 마법 문양 이 각인되어 있었는데 누가 보아도 메시지를 품고 있는 게 뻔했다·
“···이걸 왜 지금 보여줘?”
“왜긴· 그 새를 보낸 작자가 상당 히 수상한 양반이거든· 혹시나 너를 공격하는 게 아닐까 싶어서〜”
“과잉보호야· 그런 것쯤은 내가 알 아서 대처해·”
그리 말한 백유설은 새에 손을 가 져다 대었다· 그러자 새의 부리에서 글귀가 쭉 이어져 나왔는데 발신인 을 확인한 그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스칼렛이 과잉보호를 한 이유가 이거 였던가·’
편지를 보내온 이는 다름 아닌 루 드릭 할로우·
세상의 그림자 속에서 활동하는 삭
월의 거탑의 마탑주이자 엘트먼의 스승이기도 한 공간 계열 마법사”·
그는 엘트먼 엘트윈보다도 뛰어난 공간계 마법을 익히고 있다고 알려 져 있는데 ‘할로우 커넥션’의 계약 을 맺은 대가로 다른 모든 마법을 포기하고 오로지 공간계에 모든 힘 을 집중하였기 때문이다·
그 탓에 루드릭은 기본적인 섬광 마법조차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기 본적인 마법에 취약하였는데 그러한 약점을 보완하여 활동하기 위해 삭 월탑을 세웠다고 알려져 있다·
편지를 천천히 읽어 내리던 백유설 은 표정을 살짝 찡그렸다·
정말 우연찮게도 같은 타이밍에 루 드릭 할로우가 ‘그린 코어’의 탈취 의뢰를 보내왔기 때문·
그런데 그 내용이 살짝 이상했다·
[마도사 백유설· 자네가 눈치챘는 지는 모르겠으나 최근 토아 레그론 의 행보가 수상하다·]
[그가 자네에게 그린 코어의 회수 를 의뢰했을 터·]
[하지만 그린 코어는 연녹탑의 핵 심 기술인데 어찌하여 외부인에게 의뢰하는가?]
[그건··· 그가 더 이상 그린 코어 를 만질 수 없는 몸이 되었기 때문 이 아닐까 하고 추측한다·]
그린 코어·
그것에 부여한 마력만큼 주변의 자 연 생명력을 활성화시키는 아주 놀 라운 물건으로 사실상 인간의 기술 력으로 만들어진 게 아닌 십이신월 ‘연두림사월’으I 신물을 바탕으로 인 간의 기술을 첨가한 것이다·
그러한 탓에 그린 코어는 손이 더 러운 인간이 함부로 건들 수 없었는 데 그랬다가는 그 즉시 타락해 버
리고 마는 것이다·
‘하기야 일리는 있는 말이야·’
그린 코어를 왜 굳이 일반인에게 의뢰해서 되찾고 옮겨달라고 하는 지· 그런 중요한 물건이면 토아 레 그론이 아무리 바쁘더라도 직접 나 설 만하지 않겠는가?
다만 확실하게 믿을 수는 없다·
그의 입장에서는 토아 레그론만큼 이나 루드릭 할로우 역시 완전히 믿 을 수는 없는 존재였기 때문·
원작 게임에서 루드릭의 삭월탑이 완전히 적으로 돌아선 적은 없었으 나 몇몇 분기에서 잘못된 선택지를
짚는 순간 곧바로 적으로 돌변한다·
만약 백유설의 행보가 저들이 원하 는 방향과 반대된다면 언제든 칼을 들이밀 준비가 되어 있는 자들이다·
[하여 나는 자네가 그린 코어를 회수하여 토아 레그론에게 직접적으 로 돌려주었으면 한다네·]
“···뭐?”
“응? 왜? 왜 그러는데?”
그린 코어를 탈취하여 자신에게 가 져다 달라는 말을 할 줄 알았던 백
유설은 저 말을 듣고서 황당하단 표 정을 지었다·
그러나 이내 뒷말을 듣고서 더 어 이가 없어졌다·
[만약 그가 정말로 타락했다면 그 린 코어가 오염되어 소멸될 터·]
[그것이 확인된다면··· 나는 즉시 토아 레그론의 목을 칠 것이다·]
[그는 9클래스의 마도사·]
[흑마타락이 진행된다면 필히 흑마 도왕만큼이나 위험한 적이 될 것이
즉 그린 코어라는 위대한 신물을 고작 토아 레그론의 혹마타락 여부 를 확인하는 데에 쓰겠다는 말이다·
현재 삭월탑은 인간으로 위장한 흑 마인의 정체를 밝혀내는 기술을 거 의 개발했으나 수준이 9클래스에 달 하는 마법사에게까지 통용될지는 미 지수이 다·
그러므로 삭월탑주 루드릭은 과감 한 희생을 치르려고 하는 것이다·
‘맞는 말이긴 해·’
만약 정말로 토아 레그론급의 거물 이 타락했다면 그건 인류에게 크나
큰 위협이 된다·
그리하여 루드릭이 토아 레그론을 처치한다면 참으로 좋은 일이겠으 나····
‘그린 코어가 그런 데에 쓰이기에 는 너무 아까워·’
정말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신물이 다· 흑마인들에 의해 점점 오염되어 가는 그 물건을 고작 흑마타락 판별 여부에 사용하겠다니·
당장으로서는 9클래스의 마도사가 타락했는지 아닌지를 확인할 방법이 이것밖에 없으므로 루드릭이 그런 결정을 내린 것도 이해는 가나·
···나한테는 다른 방법이 있지·’
대단한 방법도 아니다·
그저 직접 만나서 두 눈으로 확인 만 하면 된다·
직박구리 안경을 착용한 채로·
‘하지만·’
백유설은 스칼렛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반짝이는 눈으로 ·내 제자 의 의뢰는 받을 거야?’라고 묻고 있 었다·
토아 레그론·
그를 여전히 믿고 있는 것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 직접 키 운 제자였으니까·
“···받아야지·”
“오! 역人]! 내 제자가 기뻐하는 게 눈에 훤히 보이는걸?”
“마침 그린 코어가 탈취당한 장소 도 아르카니움 마법학교 2학년 경쟁 전이 열리는 곳과 인접해 있어서 임무만 빠르게 끝내면 들를 수도 있 겠네·”
“그래? 나랑 같이 가면 금방 끝낼 수 있을 거야!”
“아니·”
백유설은 정색하고서 고개를 저었다·
“추가 의뢰가 들어왔어· 그린 코어 와 관련해서·”
“추가 의뢰··?”
“루드릭 할로우에게 받은 내용인데 다른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고 나 혼자서 활동하는 게 조건이야·”
“에엥· 그런 수상쩍은 할배의 말을 믿으려고?”
어쩔 수 없다·
루드릭 할로우는 흑마인의 몰살을 위해 활동하는 존재인 만큼 그가 하 려는 행동이 반드시 틀렸다고는 할
수 없었다·
원작 게임 속 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흑마인을 처리하려고 했는데 그 방법이 때로는 과격하여 플레이어와 틀어질 때도 있었지 만··· 결국은 인류의 부흥을 위해 활동하는 위인이었다·
“후후· 그래서 내 제자의 임무를 더 우선시할 거지? 너한테 임무 발 령서 보내면서 엄청 기대하더라고!”
“상황에 따라서·”
백유설은 확답을 하지 않았다·
때에 따라서 만약 정말로 토아 레그 론이 흑마타락을 했다면··· 어쩌면
루드릭 할로우와 손을 합쳐서 그를 죽여야만 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때가 되면·
스칼렛은 어떻게 되는 걸까·
자신의 하나뿐인 제자를 백유설이 죽이는 것을 보고 실망할까?
혹은 돌아설까?
‘···어느 쪽이든 싫어·’
저토록 반짝거리고 밝은 표정으로 행복한 미소를 띤 스칼렛이 슬퍼하 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인류의 미래와 대의를 위 해· 백유설은 설령 스칼렛이 아파하
며 눈물을 흘릴지언정 자신의 선택 을 결코 무를 생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