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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맛집 동아리(3)
나는 최대한 침착하게 되물었다·
“···특수 외출 동아리를 네가 창 설할 수 있다고?”
“응· 난 가능해·”
그러면서 자신만만하게 웃는 그를 빤히 바라보며 나는 머리를 굴렸다·
마유성의 인맥· 그리고 스텔라 내 에 숨어 있는 그 세력들·
‘하긴 마유성 정도의 인맥이면 되 긴 되겠지·’
그 인맥이라는 게 영 꺼림칙해서 그렇지만 확실히 이럴 때는 쓸모가 있다·
천천히 마유성이 동아리를 만들었 을 때 나에게 돌아오는 이득을 생각 해 보았다·
외부 활동이 자유로우며 사대보험 이 보장되고(?) 치즈 돈까스도 먹 을 수 있고 쓸데없는 제약을 전혀 받지 않아도 된다·
또한 마유성이라는 인물을 가까이 에 두고 지켜보는 것도 그리 나쁜 편은 아니었다·
그런데 거기에도 꺼림칙한 부분이 있었다·
나와 마유성은 여태 접점이 거의 없었다· 분명 내가 게임 지식을 가 지고 천재 행세를 하긴 했으나 고 작 그 정도로 내게 동아리 하나를 달랑 만들어줄 만큼 호의를 보인다 고?
뭔가 꿍꿍이가 있다· 마유성은 특 히 어둠에 가장 가까운 놈이었기에 주의해야만 했다·
“다 좋은데 나한테 동아리를 창설 해 줘서 너한테 무슨 이득이 있다 고?”
“있어· 너는 특별하거든·”
“···뭔 개소리야?”
그러던 문득 마유성과 눈을 마주 쳤다· 안 그래도 새카맸던 그의 눈 동자 속에서··· 무언가 더욱 짙은 검은색의 안개 같은 것이 꿈틀거리 는 것만 같다는 착각이 들었다·
“너··· 아니다·”
무어라 입을 열려던 나는 입을 다 물었다·
마유성의 본질적인 문제점 하나 외로움을 심하게 탄다는 점이다·
그것을 떠올린 나는 하는 수 없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동아리를 창설해 줘·”
드디어 내 입에서 긍정적인 답이 돌아오자 마유성의 표정이 환해졌 다·
“그럼 우리 같은 동아리 활동하는 거 맞지?”
“어· 대신 얘도 끼워줘·”
내가 에이젤을 가리키자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에··· 저요?”
“너 어차피 갈 곳 없는 노숙자 신 세잖아·”
“그 그건 그렇지만요···
지금의 마유성은 불안정하다· 저 개복치 같은 놈은 픽하면 죽고 픽 하면 흑화하고 픽하면 미쳐 버리는 놈이다·
만약 특성으로 존재한다면 ‘유리 멘탈’이라고 떡하니 써 있지 않을 까·
마유성은 반드시 누군가가 옆에서 케어해 줘야만 했다·
풀레임은 글렀다· 맨날 해원량이랑 꽁냥댄다고 바빠 보이니까·
그렇다면 원작 로판의 주인공인 에 이젤에게 맡기는 수밖에·
마침 원작에서의 마유성과 에이젤 은 서로 죽고 못 사는 절절한 로맨 스 관계였으니 커플이 꽃피는 동아 리라는 좁은 공간에 함께 있으면 둘 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 않겠는가?
“에이젤 아가씨 같은 미인이 들어 온다면 나도 환영이지·”
“아가씨라고 부르지 말라니까요? 기분 나쁘거든요?”
···아직은 갈 길이 멀고도 험한
것처럼 보이지만 괜찮겠지·
* * *
마유성이 내게 부장을 양보하겠다 고 하여 창설 신청서는 내가 작성 하게 되었다·
쉬는 시간의 S반·
에이젤과 마유성을 내 앞에 앉히고 서 신청서를 보여주었다·
[동아리 창설 신청세
[동아리명 : 사교 동아리]
[부장 : 백유설]
[부원 : 마유성 에이젤]
[목적 : 사교 모임]
쾅! 에이젤이 책상을 쳤다·
“···지금 이딴 걸 동아리 신청서 라고 작성하신 건가요?”
“왜 화를 내고 그러세요···
“애초에 목적에 ‘사교 모임’이라고 적는 동아리가 어디에 있나요? 동아 리명도 너무 대충 지으셨잖아요· 이 건 아무리 그래도 절대 허가가 안
떨어질 거예요· 떨어지더라도 외출 자체를 못 할 거구요·”
그녀는 지우개로 신청서를 벅벅 문 질러서 지워 버렸다·
“당신이 동아리를 창설하는 목적은 외부 활동이죠? 하지만 원칙상 사냥 등,외부 특수 활동,을 목적으로 동 아리를 학생 개인이 창설하는 건 불 가능해요· 그런 반드시 교내에 배정 된 동아리에 들어야 하거든요·”
同 몰랐네·”
“그래도 여기에는 함정이 있어요· 사냥 외에 다른 목적을 위해 외출하 는 과정에서 ‘지도 교수’의 허락하
에 ‘외부 특수 활동,을 겸하는 건 상관없거든요·”
“오··· 그렇구나·”
전혀 몰랐다· 게임을 하던 시절에 는 대충 아무 이름이나 달랑 지어서 내놓아도 됐었는데·
당시의 동아리명은 ‘불꽃싸카킥백 유설’이었다· 현실은 생각해야 되는 것들이 많아서 머리가 참 복잡하단 말이지·
“그래서 대부분의 사설 동아리는 제각각 진짜 목적이 있어요· 외부 봉사 활동 의료 지원 등등 활동비 를 지원받을 수도 있으면서 외부
특수 활동도 가능하도록 도장을 받 는 거죠·”
하지만 또 그렇게 되면 사냥을 하 는 와중에도 틈틈이 저 활동을 실제 로 해야만 했다· 봉사 활동이라니· 죽어도 싫다·
“그러니까 교수님이 납득할 만하면 서도 당신이 귀찮지 않을 그리고 적당한 활동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외출 목적을 생각해 보세요·”
“흐음····”
그런 거라면 사실 하나 있긴 있다· 아이테르 월드에 처음 발을 내디뎠 을 때부터 줄곧 해보고 싶었던 것·
“···’맛집’ 동아리는 어때?”
바로 맛집 탐방이었다·
“네?”
“말 그대로 맛집을 돌아다니는 동 아리지·”
그녀는 황당하다는 듯 반문하려고 했으나 잠시 멈칫하고 말았다·
이 세계는 맛집이 상당히 많다· 물 론 지구에도 많았지만 아이테르 월 드는 유난히 손재주가 좋은 사람이 많아서 더욱 맛집의 비중이 높았다· 스토리상 못 먹고 죽은 귀신의 비율 이 가장 높았을 정도로 요리에 대한 집착이 강한 세계였으니까·
나도 그렇지만 에이젤도 맛있는 음식을 못 먹어본 지는 꽤 됐을 것 이다·
스텔라의 급식이 상당히 맛있다지 만 결국 급식은 급식· 심지어 에이 젤은 돈이 없어서 끼니를 급식이 아 닌 빵으로 때우지 않던가?
“···맛집 동아리라· 비슷한 취지 의 동아리가 많기는 하죠· 중요한 건 이 목적으로 활동하면서 ‘외부 특수 활동’의 인장을 받을 수 있느 냐죠·”
아무리 외출의 허가를 받더라도 결 국 외부 특수 활동 즉 사냥을 정식
으로 허락받지 않는 이상 모든 게 말짱 꽝이다·
나와 에이젤은 은근한 눈으로 옆자 리에 앉아 있던 마유성을 바라보았 다·
그는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구세주 처럼 웃었다·
“가능해·”
“저 정말인가요?”
“응· 맛집이라· 내 생각보다도 훨씬 더 재미있겠는데? 어쨌든 우리가 같 이 활동할 수 있는 목적이 생기는 거잖아·”
“그렇긴 하죠···?”
그게 그렇게 즐거워할 만한 일인 가? 에이젤은 그런 의문을 가진 것 처럼 보였다·
“그거라면 활동비도 많이 지원받을 수 있겠어· 우리 맛집 동아리 하자·”
마유성은 흔쾌히 수락하였다·
이제 남은 문제는 두 가지·
“특수 활동의 인장을 받으려면 지 도 교수님이 한 분 계셔야 하고 부 원도 최소 네 명은 필요해요·”
에이젤과 나는 서로 눈을 마주치려 다가 회피했다·
우리는 둘 다 친구가 없다·
그런 우리를 구원해 준 건 또다시 마유성이었다·
“이 부분은 내가 알아서 해줄게·”
“오오···
,,대박·,,
친구를 한 명 더 데려오겠다는 건 가? 하긴 마유성은 딱 봐도 인싸 느낌이니까 친구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나도 지도교수님을 구 하는 건 힘들 것 같아·”
“왜? 특수 외출 허락까지 맡을 수 있으면서·”
“그냥··· 죄다 쓰레기뿐이거든·”
“그 그러냐?”
그러면서 빙그레 웃는데 어쩐지 좀 섬뜩해져서 서둘러 고개를 끄덕 였다·
그렇게 동아리 창설에 관하여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나자 에이젤이 일어 나며 말했다·
“저는 먼저 일어나볼게요· 다음 수 업이 제17별탑이거든요·”
그 말에 무심코 창밖을 바라보았 다· 거대한 성에 여러 개의 탑이 연 결되어 있는 구조인 스텔라 아카데 미는 그 크기만 해도 어마무시해서 수업 루트를 잘못 짜면 걸어 다니는
데만 한참이다·
에이젤이 그 대표적인 예로 보였 다·
제17별탑은 S반의 교실이 위치한 제3본탑에서 한참이나 걸어가야만 했으니까· 여기서는 창밖으로 고개 를 내빼고 봐야만 간신히 보일 정도 로 멀리 있다·
저기까지 가려면 도중 짤막한 워프 홀과 움직이는 연결 다리를 몇 개나 건너야 할 텐데····
아마 자신이 철저하게 계산해 놓은 대로 강의를 짜다가 실패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바꿨다가 이 꼴이
됐겠지·
“어··· 운동 되고 좋겠네· 힘내라·”
“···저도 바보 같은 짓 했다는 건 알거든요? 비꼬지 마세요·”
그리 말한 뒤 에이젤이 교실을 나 서자 마유성도 일어났다·
“나는 신청서 인장을 받아올게·”
그러면서 나가는 마유성의 뒷모습 을 보다가 문득 드는 의문·
‘근데 특수 목적 인장은 아무나 못 찍어주지 않나?’
그러나 굳이 깊게 생각하지 않았
‘어차피 그놈들 중 한 명이겠지·’
* * *
마유성은 품에 동아리 신청서를 갈 무리한 채 제1본탑 79층의 ‘교감실’ 로 향했다·
8클래스의 월드 메이지이자 스텔라 아카데미의 교감 아키헤이든·
그 위대한 마법사는 마유성의 방문 소식을 듣자마자 허겁지겁 뛰어나와 맞이하였다·
“아이고 어서 오십시오 도련님·”
“응· 오랜만이야 할아버지·”
“허허허· 곱게 자라고 계시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군요· 스텔라에서 의 생활은 평안하십니까?”
“여기는 재미있는 친구들이 많더라 고 지낼 만해·”
그러면서 마유성이 빙그레 웃자 아 키헤이든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이 싸이코 자식이 또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그는 애써 웃으며 물었다·
“그래서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동아리 신청서야· 인장 찍어줘·”
“이건···r
아키헤이든은 안경을 올려 쓰며 의 문스러운 눈으로 동아리 신청서를 확인하였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그 ‘마유성이 동아리라니? 자신이 아 는 이들이 들었다면 입을 쩌억 벌리 고 경악할 일이었다·
“크흠 그렇군요· 동아리 신청서라· 일단은 창설 조건이 맞는지 검토 르··”
아무리 그래도 최소 창설 인원 등 의 조건은 충족해야만 한다· 아키헤 이든은 내용을 검토하려고 신청서를 향해 손을 뻗었지만 마유성이 자신
의 손바닥을 얹어서 가려 버렸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보니 마유성의 미소에 암영(暗影)이 드리워 있었 다· 아주 짙은 그림자였다·
“내용은 볼 필요 없잖아? 그냥 찍 어줘·”
아키헤이든은 그의 눈동자에서 어 떤 깊고 혼란스러운 기백을 느끼고 서 저도 모르게 손을 떼었다·
이 이상 저항해서는 안 된다· 눈앞 의 저 소년이 그 남자’의 후계자인 이상은 절대로·
그는 식은땀을 홀리며 책상 아래로
손을 뻗어 인장을 꺼냈다·
“···예· 그러지요·”
아키헤이든이 인을 찍자 빠르게 그 것을 갈무리하는 마유성에게 은근슬 쩍 말하는 것도 잊지는 않았다·
“알고 있어· 고마워· 이만 가볼게·”
그리 말하며 마유성은 빠르게 교장 실을 나섰다·
덜컥! 문이 닫히는 것을 본 뒤에도 한참이나 자리에 서 있던 아키헤이 든은 뒤늦게 의자에 털썩 앉으며 한 숨을 내쉬었다·
“반쪽짜리 주제에 건방지기는····”
그 아비에 그 아들이라더니 어쩜 저리 판박이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저것도 조만간이다·
자신에게 기회가 오는 순간 저 건 방진 목을 단숨에 쳐버리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