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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동흐]1(3)
천청해오월이 인간 사회에서 벌인 저 크나큰 사건을 멀찍이 다른 차 원에서 지켜보며·
9세 꼬마의 외형을 가진 자력일월 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저 능력은 어떻게 사용했는가?’
십이신월의 권능은 때때로 조건이 맞아떨어지면 그 순간 발동되어 거 대한 재앙을 일으킨다· 하지만 그 조건이라는 것은 대부분 마법사들이 일으킨 것이 대부분이기에 십이신월 들이 직접 스스로의 의지로 재앙을 일으킨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자력 일월은 단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동해에서 벌어진 저 거대한 용오름을 보라·
오롯이 천청해오월의 권능으로 일 으키지 않았는가?
그건 아마도·
’···저놈이 그럴 권한을 부여했을
거야· 끄응 틀림없어·’
그녀는 힐끔힐끔 회공시월을 바라 보았다· 그는 지금 이 장소가 아닌 다른 어딘가를 그 특유의 권능 [세 계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회공시월·
그는 참으로 특이하다·
조건 없이는 결코 권능을 발휘할 수 없는 십이신월 증에서도 거의 유 일하게 아무런 조건 없이 권능을 마 구잡이로 써대는 놈이었으니까·
천황정팔월도 그런 케이스였지만··· 그 미련하고 멍청한 여자는 십이신
월이라 칭하기에도 부끄러울 정도로 약해 빠졌으니까 예외다·
‘흥 그 썩을 년 놀리는 재미로 살 았는데· 없어져서 심심해·’
자력일월은 최강의 공격력을 가졌 으나 십이신월 중에서 최고의 능력 이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자존감으로 똘똘 뭉친 십이신월로서 그건 꽤 자존심이 상할 만한 일이었 기에 그녀는 같은 십이신월 중에서도 제일 힘이 약한 천황정팔월을 비난하 고 비꼬며 놀리는 재미로 살아왔다· 그로써 자존감을 채우기 위해·
하지만 얼마 전 회공시월로부터 꽤
놀랄 만한 이야기를 듣고 말았다·
천황정팔월이 이 그룹에서부터 도 망친 그 날 어째서 되찾아오지 않 느냐고 묻는 다홍추구월의 질문에 회공시월이 이렇게 대답한 것·
*···그 여자가 나의 권능에서 벗어 났다· 나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군·’
그렇다·
누구도 대응할 수조차 없다고 생각 한 회공시월의 권능으로부터 천황정 팔월이 달아난 것이다·
회공시월이 그녀에게 무슨 수작을 부렸는지 그 자세한 내막을 듣지는 못했으나 그럼에도 놀랄 수밖에 없 었다·
저 회공시월이 천황정팔월의 도주 를 확인하고서 금세 포기해 버리고 말았으니까·
즉 다시 그녀를 데려올 수는 없다 는 이야기가 되겠다·
까드득!
그 사실이 자력일월을 불쾌하게 만 들었다·
‘덜떨어진 년이···
자력일월로서는 감히 생각조차 해 본 적 없다· 회공시월에게 대드는 것도 모자라 권능에서 벗어나 도망 치다니· 아마도 그녀는··· 백유설 의 품 안에서 새로이 부여받은 자유 를 만끽하고 있을 것이다·
크흠·”
그녀는 일부러 헛기침을 해보았다·
이 자리에는 그와 자력일월 단둘밖 에 없었기에 대놓고 말을 걸어달라 는 신호였으나 회공시월은 깔끔하게 도 무시했다·
“저기·”
결국 그녀가 먼저 입술을 떼자 회
공시월이 고개를 돌렸다·
그는 군림하되 십이신월을 무시하 지는 않았으니까·
“그 있잖아· 백유설이 네 일을 사사 건건 방해하잖아· 걔가 조금 중요한 뭔가라는 것도 잘 알겠는데··· 계속 당하기만 할 바에는 직접 찾아가서 죽여 버리는 것도 괜찮지 않아?”
“···그렇군·”
회공시월이 납득했다· 자력일월은 별 생각도 없이 내뱉은 자신의 말에 그가 긍정적으로 대답하자 가슴이 뛰었다·
‘뭐 뭐 뭐야· 나 사실은 엄청 똑
똑했던 거야? 이거 아무도 생각하 지 못했던 발상인 거야? 그 회공시 월조차 생각하지 못했던?!’
···당연하지만 전혀 아니었다·
“나쁘지 않은 제안이다· 십이신월 인 너로서는 그게 타당하다고 여겨 지겠지·”
“어 으웅· 그렇지? 맞지?”
“하지만··· 자력일월·”
그는 회색빛 눈동자로 정확히 자력 일월의 보랏빛 눈동자를 응시하였다·
솔직흐] 그 시선은 꽤나 부담스러 웠다·
¹¹ 네가 모르는 게 있다·”
“몰라? 뭐를?”
“이제는 알려줘도 되겠ス1· 너도 예 상했겠지만 나는 백유설을 죽일 수 없다·”
“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죽일 수 없다니···?”
그건 또 무슨 소리일까·
세상에 회공시월이 죽일 수 없는 상대가 과연 존재하기나 한단 말인 가?
“어째서? 너는 온 세상의 공간을
지배하는 십이신월이잖아· 그놈은 고작해야 몇십 미터를 빠르게 이동 하는 능력이 전부일 뿐이고····”
“정말 그게 전부라고 생각하나?”
“···어?”
전혀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백유설이 평상시에 보여주는 모습 은 몇 미터의 점멸 그것이 전부였 으니까·
“그 그럴 리가 없겠지? 응· 나도 알고는 있어· 하지만··· 조금 이상 하잖아· 여태 그 능력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건 사용법을 모른다는 거 아냐? 본인의 잠재력을 모르는 거
지·”
타당한 소리였고 거의 정답에 근 접한 것 같았으나 안타깝게도 회공 시월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럴 리가 없다· 백유설은··· 자신의 능력을 알고 있어· 그렇지 않고서야 그가 보이는 행보가 설명 되지 않아·”
“행보? 아 백유설이 여러모로 우 리 방해하는 거 말이지? 하긴 고작 인간 소년 한 명이 십이신월이 가는 길을 방해한다는 게 말이 안 되기는 해· 그런 이유가 있었구나····”
“그래· 내가 백유설을 죽일 수 없
는 이유는··· 세 가지 정도가 되겠 지· 그증 하나는 능력의 ‘상성’이 다·”
“상성···
공간계 능력에 상성이랄 게 존재하 기나 하는가? 그런 건 생전 처음 들어본다· 그러나 회공시월이 난데 없이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지 않은 가?
지금에서야 눈치챈 것이지만 어째 서인지 회공시월의 표정에서 약간의 피로함이 느껴졌다·
“으음 으으음··· 상성이라니· 나 는 이해가 잘 가지 않아·”
“백유설의 능력은 단순히 몇 미터 의 거리를 이동하는 게 아니야· 조 금 더 포괄적이고 광활한···
“아 혹시 은세십일월의 가호 때문 에 그러는 거야?”
공간의 상성이라고 할 만한 능력이 라고 해봐야 결국 시간밖에 없지 않 겠는가· 그런 생각으로 자력일월이 말하자 회공시월은 잠시 말을 멈추 고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 어어? 기분 나빴다면 미안!”
“···그런 건 아니다· 네 생각도 틀리지는 않았으니까·”
틀리지는 않았다?
그럼 정답은 아니라는 소리다·
‘그 백유설이라는 놈이 또 뭔가가 더 있다는 거야 그럼?’
도저히 혼자의 힘으로는 생각할 수 없을 만한 복잡한 문제였으나 안타 깝게도 회공시월은 입을 다물고 말 았다· 그가 말을 멈추면 그것으로 대화는 끝· 더 이상 이야기하기 싫 다는 의미였으므로 자력일월은 조 용히 쭈구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아아〜! 대체 뭐냐구! 진짜!’
그녀가 손톱을 물어뜯는 사이 회공 시월은 또다시 허공을 응시하기 시 작했다· 자력일월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권능을 발휘하여 동해에서 벌 어지는 사건을 웅시하는 것이다·
,쳇 나도 볼 거야!’
자력일월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게이트를 박차고 뛰쳐나갔다·
동해 바다에서 대체 천청해오월이 무슨 짓을 벌이려는 것인지 그 광경 을 두 눈에 똑똑히 담아두기 위하여·
그렇게 동해 바다로 깡총 뛰어든 자력일월이 가장 먼저 본 광경은·
“···에?”
어째서인ス] 그 크기가 더더욱 커 져서 거칠게 회오리치고 있는 거대 한 용오름이었다·
* * *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처럼·
에이젤을 싣고서 용오름승천 호가 도착하자마자 초거대 용오름이 거칠 게 회오리치며 그 크기를 부풀리기 시작하였다·
꼭 용오름이 의지를 가진 것처럼 세상에 알리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スト 세상 사람들! 남녀노소 여러 분! 지금 이 앞에 에이젤 모르프 양 이 도착했습니다! 그녀의 선택을 모
두 지켜봐주십시오!’
용오름이 그렇게 외치는 듯한 기분 마저 들었다·
하늘에는 우중충한 먹구름이 끼었 는데 그것이 용오름을 따라 회오리 치며 돔 형태를 이루었다·
마치 거대한 검은색 그릇을 용오름 위에 올려놓은 듯한 모양새였다·
···쏴아아아!!
이윽고 쏟아지는 굵직한 빗줄기·
소나기처럼 몰아치지만 이것이 소 나기가 아님을 모두가 알고 있다·
파도가 거칠게 요동친다·
용오름은 더 이상 친절하게 인간들 을 기다려 주지 않았다·
천둥벼락이 치지는 않았지만 비행 정은 급하게 뒤로 물러섰고 이름을 가진 즉 무게가 나가는 몇몇 커다 란 함선만이 간신히 용오름과의 거 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에이젤은 갑판 위에 올라서서 그 거대한 용오름을 마주하였다·
세상의 절반이 모두 용오름에 뒤덮 여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이곳에서·
···내가 죽어야만 하는구나·’
저 용오름 안쪽에는 수만 명의 정 의로운 해군들이 아직까지도 살아서 구조를 바라고 있다·
그들에 비해 에이젤은 어떠한가·
정의로운가? 이로운 일을 하며 살 아왔는가?
그렇지는 않다·
그녀는 배신자라 불리우는 사내의 딸이었고 아버지의 오명을 벗기 위 하여 지금껏 이기적으로 살아왔다·
한 번도··· 세상에 이로운 일을 했던 적은 없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나 하나가 죽고
저들이 모두 살아남는 편이·
세상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정신차려!”
문득 그런 생각을 하고 말았으나 홍비연이 소리를 치는 바람에 에이 젤은 화들짝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네가 죽는 건 백유설이 바라 지 않을 거야·”
그에 에이젤은 쓰게 웃었다·
“백유설이··· 바라지 않는다고 해 도 세상의 모두가 바라겠죠·”
아버지의 오명을 벗어서 세상 모 두에게 인정받고자 살아온 에이젤이
다· 하지만 이곳에서 어떻게든 꾸역 꾸역 살아남는다면··· 과연 그런 날이 오기나 할까?
아니· 절대로 아니다·
이곳에서 자신의 목숨을 택하는 이 상 이제 세상 사람들은 영원히 ‘수 만 명의 목숨을 바닷속에 수장시킨 여자’로 기억한다·
더 이상 배신자 모르프의 자식이라 고 불리지는 않을 테니 그건 참으 로 다행인 일일까·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서·
만약 여기서 그녀가 희생한다면·
아버지의 오명을 완전히 되찾지는
못하더라도··· 어쩌면 모르프의 이름을 사람들의 기억 속에 긍정적 으로 각인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가겠어요·”
“에이젤!”
이번에는 풀레임이 소리를 쳤으나 에이젤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죄송해요· 작별인사를 나누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네요·”
“아니 잠깐 내 말을 좀···广
풀레임이 무어라 말을 하려고 했으 나 에이젤은 이미 푸르른 얼음의 날 개를 펼치고서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그 순간 먹구름의 틈새가 갈라지 며 햇빛이 그녀를 비추었다·
참으로 신비로운 일이었다·
저 또한 천청해오월의 의도·
에이젤이 마음을 결심한 순간 모두 에게 그 사실을 알려 다시 돌이킬 수 없도록··· 그녀의 희생을 신비 롭고 숭고한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덕분에 이 근방에서 대기 중이던 전 세계 각국의 모든 사람들은 에이 젤의 비상을 보게 되었다·
어두운 세상 속에서 푸른색 빛을 휘날리며 날아오르는 한 명의 소녀를·
“마 막아야· 막아야 해····”
풀레임이 서둘러 빛의 날개를 펼쳐 서 날아오르려고 했으나 그 순간 비바람이 용오름승천 호에 거칠게 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녀의 행동을 방해하려는 듯·
“···십이신월께서 답지도 않은 짓 을 하시는구려·”
하지만 할리스베일 제독이 손짓을 하자 비바람은 마치 커튼처럼 가볍 게도 거두어졌다·
더 이상 비바람은 몰아치지 않는다 지만 풀레임은 이미 저 멀리까지 날아가 버린 에이젤을 보며 망연자
실한 표정을 지었다·
“···지독하군·”
할리스베일은 씁쓸한 표정으로 에 이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흡사 세상의 끝을 보는 듯하다·
하늘을 전부 뒤덮은 먹구름과 세 상의 벽처럼 세워진 바다의 벽·
그곳을 향해 날아가는 단 한 명의 소녀를 그리는 연출은··· 흡사 예 술이라 말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광경을 그 누 구도 아름다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없었다·
이제부터·
에이젤은 십이신월에게 제물로 바 쳐진다·
지이이이잉···!!
“으윽! 이 무슨 마력이···!”
그녀가 용오름에 당도하자 그 순 간 갑작스레 온 바다가 푸르게 빛나 기 시작하였다·
눈치가 빠른 할리스베일 제독은 이 또한 천청해오월이 빚어낸 연출의 일부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으나 대 부분의 인간은 그러지 못했다·
“용오름이····”
“푸르게 빛나고 있어···广
그저 십이신월이라는 존재가 만들 어낸 압도적인 장관에 눈이 멀었을 뿐
‘자 오라· 제물이여· 너의 희생은 순수하고 또 아름다우니····’
용오름으로부터 말소리가 울려 퍼 지며 거대한 물줄기 수백 가닥이 그 녀를 향해 스멀스멀 다가가기 시작 하였다· 그 신비로운 광경 속에서 모두가 침을 꿀꺽 삼켰다·
한때 최고의 대마법사가 되리라는 기대를 받았던 천재 마법사 소녀·
에이젤 모르프·
배신자의 자식이었으나 노력을 통 해 스텔라 아카데미에 입학하여 자 신의 능력을 꾸준히 입증해오던 그 녀에게 기다리던 것은··· 분명히 밝게 빛나는 미래였을 것이다·
그 찬란한 인생의 흐름이 지금 이 곳에서 끊어진다·
모두가 그 광경을 두 눈에 담기 위해 용오름을 올려다보는 그 찰나 의 순간·
···번쩍!
구름을 꿰뚫고 웬 빛줄기가 에이 젤에게 떨어졌다·
푸르고 선명한··· 마치 세상을 절
반으로 갈라버리려는 듯한· 그리고·
“어··· 저게 뭐야?” 직후에 벌어진 일을·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