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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호랑이처럼(7)
여름의 시간은 빠르게 홀러갔다·
풀레임과 에이젤이 반쯤 환자가 된 홍비연을 이끌고서 마지막 임무에 뛰어들고 백유설이 폐관 수련에 들 어갔을 무렵·
해원량은 만월탑으로 돌아와 스승 에게 직접 지도를 받고 있었다·
만월탑주 해성월은 아무것도 없이 텅 빈 공간 드넓은 마법진 위에서 명상을 취하고 있는 해원량에게 말 하였다·
“너는 나와 닮은 점이 많다·”
평균적으로도 부족한 마나 총량·
그러나 다양한 마법을 다양하게 다 룰 수 있는 재능과 응용력·
“부족한 마나의 총량으로 열등감을 지니고 있느냐?”
움찔 그 말에 찔렸는지 해원량이 눈썹을 꿈틀 떨었다·
“네 주변에 너보다 마나의 사랑을
더 많이 받으면서 너와 비슷해 보 이는 재능을 가진 이들이 있을 것이 다·”
해원량은 속으로만 긍정하였다·
있다 확실하게·
이를테면····
“마유성이라든지·”
정곡을 찌렸다는 생각에 해원량은 눈을 뜰 뻔했으나 꾹 눌러 참았다·
“하지만 지금의 그에게 열등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9클래스의 마법 사가 된다면 너 또한 바다처럼 흘러 넘치는 마나를 갖게 될 것이며 오 히려 다양한 속성을 다루는 네가 다
른 9클래스의 마법사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장점을 갖게 되는 것이니·”
9클래스의 마법사라고 해서 모두가 다속성을 다루는 것은 아니다·
공간 계열 마법사로 유명한 엘트먼 은 단일 속성밖에 다룰 수 없다는 점이 대표적인 예였다·
“너에게는 너만의 장점이 있다· 그 점을 꼭 명심하도록 하여라·”
“당장에 마유성의 재능이 대단해 보이느냐? 그렇지 않다· 내 동기 중 에도 그 아이만큼이나 대단한 친구 가 있었지· 하지만 그는 결국 9클래
스에 도달하지 못하였다· 자신의 재 능에 자만한 탓이지·”
맞는 말씀이다·
스승님이 자신을 위해 마음을 편 하게 먹으라며 저렇게 말씀하시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도저히 동의를 할 수가
없었다· 마유성의 재능은 기이할 정 도로 뛰어났으니까·
하늘에게 선택받았다는 풀레임 불 과 얼음의 화신이라 불리는 홍비연 과 에이젤 그리고 당대 최고의 점 멸 마법사라고 불리는 백유설조차·
···마유성에게는 되지 않는다·
그는 마치 신이 빚어낸 게 아닐까 싶은 착각마저 들 정도로 완벽했다·
“믿지 않는구나·”
해원량은 고개를 들었다·
스승께서 씁쓸한 눈으로 자신을 바 라보고 있었다·
“오래 전에 아벨라인 슈타베르크라 는 학생이 있었지· 스텔라의 재학생 이었다·”
“들어본 적··· 없습니다·”
“그렇겠지· 스텔라 내에서 명부를
지우고 증거를 소멸시켰을 테니· 그 는 내가 본 모든 마법사 중에서 가 장 압도적인 재능을 지닌 천재였다· 나같은 게 마법을 배우는 게 정말로 맞는지 회의감이 들 정도로·”
해성월도 당시 크나큰 열등감을 느 꼈다고 했다· 자신이 몇 년을 노력 해서 이뤄낸 것을 아벨라인은 고작 며칠 만에 해내고는 했으니까·
“너는 아벨라인이라는 이름의 대마 법사를 들어본 적 있느냐?”
고개를 젓는다·
“그래· 그는 끝내 대마법사가 되지 못하였다· 그토록이나 압도적인 재
능을 가졌음에도 노력하지 않은 탓 이겠지·”
“그렇습니까···r
“그래· 마법은 재능이 전부가 아니 다· 대마법사의 벽을 깨부수기 위해 서는 반드시 충분한 노력이 필요해· 재능만으로 모든 것이 되는 세상이 라면 내가 9클래스에 도달할 수 있 었겠느냐? 남들보다도 성장이 더뎠 던 바로 내가·”
해원량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안심하라· 그리고 집중하 거라· 너 또한 나처럼 될 수 있을
것이다·”
부드럽게 웃으며 해성월이 말하니 한층 풀린 표정으로 제자가 집중에 들어갔다·
끝내·
해성월은 진실을 말하지는 않았다·
아벨라인 슈타베르크·
그는 대마법사가 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되지 않은 것이다·
해성월의 스승을 마나 불구자로 만 드는 만행까지 저질러가며 ‘흑마 타락’하여 마법계를 배신한 것이다·
만약 그가 지금까지 흑마인으로서
살아 있다면 아마도····
‘최강의 흑마인이 되어있겠지·’
신에게 축복받은 재능·
그 재능으로 혹마인이 되었다면··· 가히 최강이 되기에는 부족함이 없 으리라·
그렇기에 두려웠다·
도대체 지금 무엇을 원하기에 아 직까지 숨죽이고 지내고 있는 것인 지· 그 재능으로 지금까지 살아남아 서 수련했다면 도대체 얼마나 강한 힘을 얻었을 것인ス 1·
* * *
마유성은 여름방학을 자기자신 나 름대로 즐겼다·
예를 들면 탁구·
탁! 타악-!
“으아 못 이기겠다! 제가 졌어요!”
스텔라에는 마법 전사가 되고자 하 는 학생들 되에도 여러 과목의 학생 들이 많았는데 그중에는 탁구 프로 선수를 노리던 지망생도 있었던 모 양이다·
탁구에 홍미를 느낀 마유성은 그에
게 가르침을 청한 뒤 3시간·
자신을 가르친 선수 지망생을 이겨 버리고 말았다·
“후우 제가 상대가 되어드리지 못 해서 죄송해요· 그래도 재미있죠?”
마유성은 미묘하게 미소 지으며 고 개를 끄덕였다·
솔직흐] 말해서·
‘재미없어·’
지루했다·
공놀이라는 게 이렇게까지 끔찍할 정도로 재미가 없을 줄은 몰랐다·
호기심은 역시 호기심으로 끝내야 좋은 것일까·
“이야 그래도 그 실력이면 곧바로 프로 선수가 되겠는데요? 저도 나름 유망주였거든요·”
“그래?”
네· 한번 생각해 보세요·”
프로 선수라· 안중에도 없었지만 마유성은 웃으며 끄덕인다·
그의 인간관계는 항상 이러했다·
가식적인 웃음과 미묘한 거리·
마유성은 절대 자신의 테두리 안쪽
으로 사람을 들이려고 하지 않는다·
탁구장에서 나온 마유성은 또 다른 흥밋거리를 찾기 위해 스텔라를 맴 돌았다· 다른 2학년 생도들이 공부 하네 실습하네 점수 따네 뭐네 하는 동안 그에게는 그런 급한 마음이 전 혀 없었다·
물론 마유성도 수련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생도들에 비하면··· 터무니 없이 적은 시간이었다·
그렇게까지 오래 노력할 필요가 없 었기에 그랬다·
그는 노력하지 않아도 언젠가 대마
법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운명이 정해져 있기에·
언젠가 될 수 있음을 알기에·
노력할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다·
“흐음····”
그러다 도서관에 도착한 마유성은 책을 닥치는 대로 뒤적거렸다· 너무 나도 심심해서 뭐라도 시간을 떼울 게 필요했던 탓이다·
“여전하시군요·”
우연히 발견한 책 한 권을 꺼내서 읽으려는데 뒤쪽에서 기척이 들렸 다· 고개를 돌리니 까무잡잡한 피부 의 1학년 생도가 싱글벙글 웃으며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타세론·’
처음 듣는 이름이다·
“아 선배님과는 초면이죠? 죄송해 요· 저는 멀리서 항상 선배님을 바 라보고 있었거든요·”
“멀리서?”
“네·,,
그러면서 입꼬리를 올리는 타세론
을 보며 마유성은 직감적으로 깨달 았다·
‘흑마인···
이 학교 곳곳에 흑마인이 숨어 있 다는 건 알고 있지만 신입생 중에 도 기어이 숨어 있을 줄이야·
“너는 누구지?”
“어라 명찰에 써 있지 않나요? 제 이름은 타세론이에요·”
”진명을 말해·”
”글쎄요· 선배님도 우리에게 진명 을 밝히지 않았는데 저희가 밝힐 이 유가 있나요?”
마유성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 았다· 타세론은 순간 자신의 심장에 단단한 사슬이 채워지는 듯한 고통 을 느꼈으나 애써 참았다·
이게 황제의 기백이라는 건가···?’
흥미롭다·
과연 신이 내린 축복·
모든 재능을 타고난 존재·
한 세대에 선택받은 단 한 명만이 가질 수 있다는 황제로서의 자질 정 도는 마유성에게 있어 그리 대단한 재능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타세론이 마유성을 관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마유성 또한 그를 천천 히 지켜보았다·
‘마나는 2클래스 정도··· 흑마력 도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겠지·’
인간으로 위장하기 위해서는 흑마 력을 완전히 봉쇄해야만 하지만 마 나의 총량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 수 준을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열일곱에 2클래스· 대단한 수준이 지만 스텔라 내에서는 그저 그런 평 범한 실력이다·
흑마인으로서도 대단치 않고 무엇 하나 특출난 점이 없다·
그래서 의문·
‘왜 나를 찾아왔지?’
마유성이 표정을 찡그리자 타세론 이 웃었다·
“맞아요 저는 2클래스밖에 안 돼 죠· 입학할 당시 3클래스였고 여름 방학에는 이미 4클래스를 뛰어넘었던 선배님에 비하면 별것도 아닌 재능·”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타세론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곳에 푸른 마나가 한처럼 맺힌다·
“이 2클래스를 달성하기 위해 하
루에 3시간도 자지 않고 눈에서 피 가 나도록 노력했어요· 스텔라에 입 학하기 위해서요· 숨만 쉬어도 그런 경지에 오를 수 있었던 선배님은 이 해하지 못하시겠지요···
그는 턱짓으로 마유성이 짚은 책을 가리켰다·
“그런 재능을 가지고 있으니 다른 생도들이 노력할 때 딴짓을 할 여유 도 있겠죠· 노력하지 않아도 되니까· 참 부러운 재능이에요·”
“칭찬일까? 고마워·”
타세론은 웃었다·
그 눈에는 질투심이 가득했다·
“그 재능은··· 그렇게 낭비하라고 있는 게 아니에요· 만약 저 같은 사 람에게 그런 재능이 있었다면 분명 대단한 존재가 되었겠지요·”
“글쎄···
그 말이 맞을 수도 있으나 마유성 은 납득하지 못했다·
인간의 한계는 정해져 있다·
천재든 둔재든·
성장할 수 있는 벽이 떡하니 눈앞 에 놓여 있단 말이다·
마유성은 그 사실을 알았기에 노력 하지 않았고 타세론은 그 사실을 몰
랐기에 그를 질투했다·
“선배님이 허비하고 있는 그 재능 은 걸맞은 자격을 가진 사람에게 돌아가야만 할 거예요·”
그리 말한 뒤 타세론은 떠나갔다·
마유성은 자신이 들고 있던 책을 바라보았다·
법과 관련된 책·
그가 읽을 이유는 하등 없다·
그냥··· 의욕이 나지를 않는다·
왜 이러고 있는 것일까·
백유설도 풀레임도 해원량도·
모두가 미래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 는데 나는 여기서 무얼 하는 걸까·
책을 집어넣은 마유성은 터덜터덜 S클래스의 훈련장으로 향했다·
얼마 전부터 스칼렛이라는 1학년 생도 여학생이 점거하여 지금은 누 구도 접근하지 않게 되었다는 구석 진 훈련장·
그곳으로 다가가 창문으로 슬며시 내부를 엿보니 백유설이 피땀 흘리 며 자그마한 백발의 소녀와 겨루고 있었다·
어찌나 지쳤는지 그 괴물 같은 체
력의 백유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당 장에라도 쓰러질 것처럼 비틀거린다·
그럼에도 무릎 꿇지 않는다·
눈빛은 불꽃처럼 활활 불타고 있었다·
‘너라면 날 이해할 거라고 생각했 는데·’
백유설도 알 것이다·
그는 자신과 똑같은 부류였으니까·
인간에게는 한계가 정해져 있으며 결코 그것을 뛰어넘을 수 없다·
그럼에도 그는 노력한다·
마유성은·
그 모습에·
···부러워·’
질투를 느꼈다·
모든 것에 노력할 수 없는 자신의 모습이 역겨워졌다·
천부적인 재능을 받았으나 그 어 떤 것에도 흥미를 느낄 수 없는 저 주를 받은 마유성에게 있어서 끊임 없이 무언가를 파고들어 노력할 수 있다는 그 아름다움이 너무나도 부 럽고 또 질투 났다·
마유성은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그나마 그가 즐거움을 느끼던 대련
상대 해원량도 없다· 백유설은 훈련 에 열중하는 증·
‘탁구··· 다시 해도 즐겁지 않겠지·,
그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서 지팡이 를 꺼냈다· 훈련장에 마지막으로 갔 던 게 언제였던가·
기억도 잘 안 나지만·
*···오랜만에 해볼까·’
어쩐지 백유설의 모습을 보고 나니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