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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호랑이처럼(2)
전 세계에 100명도 채 남지 않은 희귀 종족、마녀·
마녀는 마법사를 잡아먹는 마법사 라고도 불리며 저주받은 마법을 주 로 사용하여 결코 8클래스 이상으로 대성할 수 없는 데다가 사회성이 완 전히 결여된 그들은 몇백 년이 채
되기도 전에 모조리 멸족한 것이라 고 어느 현자가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 현자도 몰랐을 것이다·
설마 사회성을 완전히 박탈당하여 극한의 이기주의를 보이던 마녀 중 에서도 남다른 재능을 꽃피우던 어 느 마녀가 9클래스에 도달하여 모든 마녀를 통제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마녀의 왕 스칼렛·
고작해야 백 명도 남지 않은 마녀 의 왕이 무어가 그리 대단하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만약 스칼렛이 마음 만 먹는다면 이 마법계 전체를 완전 히 뒤집어엎을 수도 있으리라·
그만큼 마녀는 마법계에서도 두려 운 존재였고 상식 외의 능력을 가진 강력한 집단이었다·
···그런 마녀의 왕 스칼렛이 현 재 무엇을 하고 있느냐·
다름 아닌 햇병아리 마법사를 양성 하는 스텔라 아카데미의 1학년 신입 생으로서 조용하고 평범하디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어머니 즐거워 보이시는군요·
체육관에서 한창 농구를 뛰던 스칼 렛이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벤치 로 돌아와 앉자 바닥에서부터 아지 랑이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더니 노출
도 높은 복장의 여인이 나타나 스칼 렛에게 대뜸 말을 걸었다·
그러나 스칼렛은 놀라지 않고서 이 온 음료를 마시며 싱글벙글 웃는다·
“그렇게 생각해?”
-이번 유희는 얼마나 하실 생각이 십니까?
“글쎄 윈디· 나는 다양한 삶을 즐 길 뿐이ス 1 이 모든 경험을 단순한 유희라고 생각하지 않아·”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당 신은 모든 마녀의 어머니· 본질은 마녀의 왕이십니다·
윈디 멜시룬·
하얀 마녀 스칼렛이 거둬들인 길잃 은 마녀이자 마녀왕의 제자·
윈디는 뼛속까지 마녀라고도 할 수 있는 참된 마녀 그 자체였기에 스칼 렛의 마음에 쏙 들었으나 최근 인 간 속에 숨어 사는 재미로 살아가는 그녀를 허구한 날 방해해서 조금은 귀찮기도 하다·
“뭐어 내가 본질을 잊고서 이러고 있는 건 아니잖니? 솔직히 거기서는 할 것도 없단 말이야·”
-저는 어머니가 걱정됩니다· 그 모 습으로는 본래의 힘을 거의 사용하 지도 못할 텐데 혹여나 엘트먼 엘
트윈이 나쁜 마음이라도 먹으면····
“그 꼬맹이가 나를 해칠까 봐? 걱 정하지 마〜 이래 보여도 보험은 있 거든!”
-다행입니다· 그렇다면 언제쯤 돌 아오실 예정입니까? 녹탑주 토아 레 그론이 어머니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으응 그 꼬맹이는 아직도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해? 9클래스 마 법사씩이나 됐으면 알아서 하지〜”
-녹탑주가 알아서 할 만한 문제가 아닙니다·
“응?”
그게 무슨 소리일까·
토아 레그론은 마녀왕 스칼렛이 속 세의 일에 직접적으로 신경 쓰기 귀 찮아서 키운 마법사 제자 중 한 명 으로 현재는 ‘라셀론의 녹색 기둥’ 이라는 아주 독특한 마탑 기관을 설 립하여 세계 정계와 재계 곳곳에 크 나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을 터·
“토아가 뭐라는데?”
-흑마인들이 세운 특이한 사이비 집단에서 마녀를 포섭하기 시작했다 고 합니다·
“허 그 자식들이? 꼴에 어울리지 도 않던 종교를 세운 것도 우스운데 마녀까지··· 어지간히 급한 일이
있나 본데?”
-어머니가 아니면 저지하지 못할 겁니다· 최근 마녀들이 삶에 회의를 느끼고 있으니까요·
“으음···
그것도 그럴 만하다·
최근에 가장 어린 마녀 중 한 명 이 백유설에 의해 죽은 이후로 이제 남아 있는 마녀 대부분은 백 년 이 상을 살아온 고령의 마녀들이다·
마녀들은 스칼렛의 철저한 통제로 인해 그 능력을 결코 바깥으로 드러 내는 법이 없었는데 그러한 상황이 너무 오래 지속된 탓일까·
서서히 무언가가 흔들리기 시작한 모양이다·
“흐음〜 슬슬 때가 되긴 했나 보네· 내버려 둬· 어차피 나의 아이들은 내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까·”
-···알겠습니다·
“슬슬 너도 돌아가는 게 좋을걸? 오래 있다간 엘트먼한테 혼난다〜”
-네· 그럼 부디 몸조리하시길····
윈디가 모습을 감추고 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남학생들이 그녀의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윈디가 본능적으로 사용하고 있던
인지 저하 마법이 해제된 덕분에 여 태까지 스칼렛을 찾아다니던 남학생 들이 그녀를 발견할 수 있던 것·
“스칼렛! 스포츠를 좋아하는 것 같 던데 우리팀 응원단에 들어오지 않 을래? 유니폼도 네가 딱 어울리는 붉은색과 횐색이야·”
“저번에 보니까 축구 실력이 예사 롭지 않던데 같이 해보지 않을래?”
“스칼렛 양! 저번에 말씀드렸던 동 아리 제의는 어떻게 생각···!”
그렇다·
스칼렛은 인기가 많다·
그것도 아주 많다·
현재 2학년 S반의 홍비연 에이젤 등의 소녀들이 그 아름다운 외모와 는 달리 너무나도 드높은 벽 때문에 남학생들이 감히 접근할 수 없었다 면 스칼렛은 그 마음의 벽을 완벽하 게 허물었다·
꽃향기에 이끌리는 나비처럼 스칼 렛은 동급생들을 유혹하는 것이다·
이유는? 딱히 없다·
그저 어린 인간들과 엮이는 게 즐 거웠으니까·
,흐음····’
하지만 즐거운 건 즐거운 것이고 그녀는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를 잊
지 않았다·
그녀의 시야에 언뜻 들어오는 소년 한 명· 꽃향기에 정신을 잃어버리고 서 이끌린 다른 학생들과는 달리 이 런 인파가 귀찮아 죽겠다는 표정으 로 완벽히 동떨어진 곳에서 벽에 등 을 기댄 채 서 있는 백유설을 발견 한 스칼렛은 환히 웃으며 일어났다·
“얘들아 미안· 나는 이만 가 볼게·”
“어어? 아직 체육 수업 안 끝났는 데····”
“강사님에게 잘 말해줘· 너희는 할 수 있지?”
스칼렛이 싱그럽게 미소를 짓자 남
학생들이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후후”
동급생들을 떨어뜨린 그녀가 나비 처럼 총총걸음으로 다가오자 백유설 은 한심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한참 어린 애들 꼬시고 노는 게 재밌습니까?”
“그러는 네가 할 소리야? 너도 나 만큼이나 만만치 않은 연륜이 있는 것 같은데 애기들 꼬시고 있잖아·”
“예? 제가 언제요?”
«··
백유설이 그게 무슨 소리냐며 황당
무계하다는 듯이 대답하자 오히려 더 어이가 없어진 스칼렛이었다·
“으음〜 그건 됐고· 너 여기 찾아 오면 살짝 곤란한 거 알지?”
“예? 당신이 곤란할 일도 있습니까?”
“어허· 나는 후배니까 반말을 쓰도 록 해·”
“그러지 뭐· 네가 뭐가 곤란해?”
“···적응이 조금 빠른걸?”
스칼렛은 자신의 뒤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1학년 체육관이잖아·”
어쨌든 위계질서가 철저한 작은 마
법사회의 축소판이라고도 할 수 있 는 스텔라였기에 선배의 등장은 영 불편할 수밖에 없는 것·
물론 백유설을 동경하는 후배들도 있었기에 그의 등장을 반기는 생도 들도 보였으나 모두가 그를 좋아하 는 것은 아니었다·
“알겠어? 2학년이 대뜸 찾아오면 눈치가 보이거든·”
많이 생략하기는 했지만 스칼렛의 말은 타당했다·
···다만·
“엥? 눈치가 왜 보이지?”
백유설은 그것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어서 문제일 뿐·
스칼렛은 할 말을 잃었다·
“너 진짜 눈치가 없구나···r
“무슨 소리야· 내 눈치가 빛보다 빠른데·”
“···후우 하여튼 잠깐 나가자·”
결국 백유설을 이끌고서 정원으로 빠져나온 스칼렛은 적당한 벤치에 앉아서 자신의 옆자리를 두드렸다·
“날씨 좋~다〜!”
해맑게 웃으며 하늘을 바라보는 스 칼렛은 영락없는 순수한 10대의 소
녀였기에 백유설도 잠깐 착각할 뻔 했다· 하지만 연홍춘삼월의 가호가 강력해져 대상의 본질을 보는 능력 이 생겼기에 그런 겉모습에 쉽사리 속아 넘어가지는 않았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나 입학시킨 이후로는 찾아오지도 않더만·”
“혼자서도 잘 놀더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나 는 너 때문에 여기에 입학했단 말이 야· 그리고 여긴 우리밖에 없는데 다시 존대 써야지?”
“헷갈리는데 그냥 반말 쓸래·”
뭐가 저렇게 제멋대로일까·
하지만 그런 점마저 마음에 쏙 들 어서 스칼렛은 빙글빙글 웃었다·
자신이 마녀의 왕 하얀 마녀 스칼 렛이라는 사실을 아는 모든 마법사 들은 자신의 앞에서 감히 고개조차 들지 못하는 게 정상이거늘·
눈앞의 소년은 자신을 ‘마녀의 왕’ 이나 ‘하얀 마녀’가 아닌 순수하게 ‘스칼렛’으로 봐주는 것만 같아서 퍽 마음에 들었다·
“별건 아니고··· 묻고 싶은 게 조 금 있는데·”
”뭐든 물어봐· 속옷 색깔도 얘기해
줄 수 있어·”
“무슨 색인데?”
“···보통은 쓸모없다고 하고 넘어 가지 않아?”
“아니 그게 더 궁금해졌는데·”
“갑자기 말하고 싶지 않아졌어····”
“아쉽네·”
백유설은 장난이라는 듯 웃으며 질 문을 이어갔다·
“스칼렛·”
“응?”
“예전에··· 아니 아주 오래전에·
나 말고도 다른 마력누설지체와 만 나본 적 있지?”
“··어?”
그걸 말한 적이 있던가?
스칼렛은 잠시 당황한 눈■치를 보였 으나 이내 무언가를 깨닫고서 고개 를 끄덕였다·
일전에 백유설을 상대하면서 마력 누설지체의 전략을 고스란히 보여줬 던 적이 있었으니까·
그때 그걸 눈치챘단 말이지···
평상시에는 눈치도 더럽게 없는 주 제에 이상하게 핵심적인 부분에서는 눈치가 빠르다·
“으음 맞아· 자주 싸우기도 했지·”
“그래서 그런데··· 혹시 그 사람 의 전략이나 그 사람을 상대로 사용 하던 전략을 훈련시켜줄 수 있을까·”
“전략을···? 나 누군가를 훈련시 키는 건 잘 못 하는데····”
제자로 많은 마법사를 배출했고 그중에는 심지어 9클래스의 마법사 토아 레그론도 있다지만 그건 그녀 가 잘 가르쳐서가 아니었다·
재능이 뛰어난 아이를 거둬들여 스 스로 깨우치게 했을 뿐이다·
···그건 이 소년도 마찬가지잖아·’
백유설· 그는 그 어떤 누구의 가르 침도 받지 않고서 스스로 저기까지 성장해왔다·
또한 무수히 많은 경험을 가졌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틀림없어· 적어도 수백 년 이상은 검은 휘둘러봤을 거야·’
그래서 더욱 이상하다·
그 정도까지 수련한 백유설이 난데 없이 가르침을 요청하다니·
‘으음 설마·’
그러다 무언가를 떠올린 스칼렛은 주먹을 움찔 떨었다·
···무언가 벽에 가로막힌 건가?’
그는 마법사가 아니다·
마나의 고리도 없는 그가 도대체 무슨 벽에 가로막혔는지 스칼렛으로 서는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오랜 세월 스스로를 단련해 온 백유설이 무언가 한계에 부딪혔 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다른 누 구도 아닌 자신을 찾아왔다면····
내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건가?!’
세상의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내 가! 스칼렛은 살짝 흥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머릿속에 다 기억하고 있 지! 단 하나도 빠짐없이!”
“오 그래·?”
기억하면 기억한 거지 저렇게 흥분 할 건 또 뭐란 말인가·
“공짜로 배울 수는 없으니까 답례 가 필요하겠지· 원하는 건 있어?”
“필요 없··· 아니 있어·”
“뭔데· 말해봐·”
스칼렛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나중에 말할래· 나중에··· 내가 원하는 게 있으면 그거 하나만 나 에게 주면 되는 거야·”
“흐음··· 비싼 건 안 줄 건데?”
“사 상관없어· 아주 작은 거니까·”
“그 정도라면 뭐·”
백유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지금부터 잘 부탁해·”
“···지금부터? 나 오늘 저녁은 친 구들이랑 모여서 파르페 먹고 만화 카페 가서 만화책 보려고 했는데?”
“그럴 시간이 어딨어· 당장 빡세게 굴러도 모자랄 판에·”
“그 쉬는 시간은 있는 거지···?”
“음 있겠지?”
“다행···
“내가 죽을 것 같을 때?”
스칼렛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뭔가 잘못 걸린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아니겠지?’
왜 이렇게 불길한 예감이 드는 걸 까· 마녀의 감각은 꽤 예리한 편이 었기에 이 느낌은 결코 거짓이 아 닐 터·
뭔가 잘못된 선택을 한 것만 같다 는 생각에 살짝 후회도 들었으나 이 결정을 무를 생각은 없었다·
백유설에게서 꼭 받아내고 싶은 게 있었기 어1·